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마법에 능통한 엘프라면 마법사가 아니던가. 일종의 겸손일까.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지만, 사내는 의아한 듯 물었다. 자신도 기사라고 소개하지는 않으나 검객이라고 소개할 때는 있었다. 이제야 심검의 초입에 다다른 풋내기였으나, 뭐 어떻단 말인가. 정진함에 있어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으리라.
한바탕 소란이 있었던 날 밤, 어쨌거나 소녀는 라클레시아의 도움으로 여관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여관 주인 마시는 여전히 상냥했다. 끝까지 그들을 믿어주려는 듯. 다행스럽게도, 갑자기 돌변해버린 주민들이 추락자들 머무는 여관에 불을 지른다던가 하는 몰상식한 짓은 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소녀는 은근한 불안에 떨면서 새벽을 지새웠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 식사 시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시의 스튜를 맛보고 난 직후. 소녀는 홀 입구에서, 여관 바깥을 막 기웃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다 누군가 지나가면 화들짝 놀라 숨어버리기도 하며. 불안한 기류 맴도는 와중에도 상황 살피기를 이어나가던 소녀는, 곧 어떤 노인과 시선 마주쳐버린다. 평소였다면 그냥 넘길 일이었음에도 소녀는 잠깐 망설였다. 아무런 기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건대 그는 이곳 주민이었으니까.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노인이 갑작스레 버럭 화를 낸 것이다.
- 저, 저 꼬맹이!
주름 자글자글 잡힌 손가락으로, 노인은 소녀를 향해 삿대질했다. 우려했던 상황에 소녀는 덜컥 겁부터 집어먹었다. 추락자를 향한 도시 주민의 부당한 멸시. 소녀는 어제 자신을 에워쌌던 무리들을 연상한다.
- 네녀석이 놈들이랑 한 패라는 그 꼬맹이로구나!
노인이 소녀 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울퉁불퉁한 돌멩이 하나가 들려있었다. 이쪽을 향하는 짙은 악의에 소녀는 그만 주저앉아버린다.
- 네놈들만 없었으면 전부 평화로웠을 거란 말이다!
노인의 고함과 함께 돌멩이가 날아온다. 던지는 힘은 그닥 세지 않았지만 워낙에 모난 돌멩이인지라. 돌멩이 모난 부분이 소녀의 뺨을 깊게 스치고 지나간다.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지만, 소녀는 반사적으로 제 뺨을 감싸쥐었다. 말했다시피 아프거나 하진 않았다. 동물이 털 잘린다고 하여 통증을 느끼는가? 그런 것처럼, 창조신에게 소녀의 모습이란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그렇지만, 아프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싶어서. 노인은 숨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이쪽으로 향하는 발걸음 멈추지 않는다.
새장 속에 갇혀있던 어린 새는 그린 적 없는 자유를 얻었다. 새장 밖의 세상은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했지만, 주인이 주는 모이나 받아먹던 새가,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게 홀로 세상을 헤매다 처음으로 만난 것이 이 엘프였단 말이다.
"나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살며시 다가오는 기척에, 감았던 눈을 뜬 윈터는 라크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 왼손을 들어 손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보았다. 윈터는 자유를 갈망한 적도 없고 행복을 바란 적도 없다. 누군가와 연을 맺어본 적도 없거니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법도 모른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개념조차 모를뿐더러 소중하다는 감정마저 결여되어 있다. 그렇기에 더욱 그 손을 잡는 것을 망설였다. 손을 잡자는 것이 단순한 의미가 아닐지 모른다는 의구심 탓에 더 그랬다. 마지막으로 잡았던 손은... 품 안에서 눈을 감던 ■■■는 끝내 웃음 짓고 있었다. 윈터는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 그러고는 의자 팔걸이에 손을 얹듯, 라크가 내민 손 위에 툭 하고 얹어놓았다.
"그러던가."
한숨 섞인 목소리였다. 윈터는 활짝 웃는 그의 얼굴을 슬쩍 돌아보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나무에 등을 기대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