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무기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순간이 왔을 때, 모두가 윤성의 본성을 알게 되어 그를 손가락질 했을 때, 윤성은 그것을 버틸 수 있는가. 근원에 가까운 질문이자, 윤성의 가장 큰 실패의 광경을 보여주자 윤성은 기어가는 것을 멈추고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과 방식에 대해 전부 부정당하는 광경에 손 끝이 덜덜 떨려왔고. 윤성이 그 광경에 손을 뻗는 순간, 철갑으로 이루어진 가면이 윤성의 얼굴을 감싼체 조르며 단단히 결박했다. 동시에 얼굴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윤성은 짐승과도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얼굴의 마스크를 뜯어내고자 긁어댔지만 그럴수록 바이엘느마의 가시가 몸에 더욱 파고들어 눌려졌고, 더욱이 어둠속에서 뻗어진 사슬은 이젠 윤성의 양 손목에 감긴체 끌어당겨졌다.
"...!"
결국 바닥을 기는 것 조차 무리가 되어버린 윤성은 바닥에 검은 피를 뚝뚝 흘리며 끌려가지 않도록 버티는게 고작인 꼴이 되어버렸다. 숨을 들이 내쉴 때 마다 달궈진 가면 덕에 고온의 산소가 폐에 가득 채워지고, 바이엘느마의 흑요석 가시가 윤성의 몸을 푹푹 찌르며 검은 피를 흘러내리게 만든다. 검은 피 들이 주저앉은 윤성의 밑에 웅덩이를 이루자, 피의 웅덩이가 부글거리더니 거기서 부터 빠져나온 손들이 윤성의 몸을 움켜잡았다.
"..."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손들이 윤성을 끌어대는 한 편, 두려운 광경을 보여주던 화면들은 이제 수십, 수백개로 불어나 과거에 윤성에게 속았던 이들, 지금 윤성과 대면하고 있는 이들 전부 한 명씩 화면에 비춰져 윤성에게 손가락질 하며 그의 품성에 대해 비난하고 있었다. /6
사슬과 핏덩이 같은 손에 휘어 감겨 죄인의 자세로 끌어 당겨지던 윤성은 고통을 꾹 견디며 조금씩 입술을 움직였다. 이 모든 그의 공포가 만들어낸 상황에 공포에 질린 듯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검은 피를 흘리던 윤성의 몸은 이젠 흑요석 들이 그의 몸을 뚫고 자라났고, 크고 작은 흑요석들이 그의 몸에서 자랄 때 마다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몸에서 새어나오는 듯한 쇳소리에 비명이 섞였다.
남을 속인 거짓말의 대가를 받고, 추잡한 과거가 발목을 잡고,미래에 자리잡은 실패가 짖누르는다. 그러나 윤성은 가면 너머에 일렁이는 흐릿한 푸른 눈을 뜬 체, 손가락질 하고 있는 모두를 노려보았다.
스스로 자신을 기사 같이 고결한 인물로 포장한 적 없다. 그럴 자격이 안된다는 것도 알고, 그것을 꿈꾼적도 없다. 기사라는 것은 자기 희생이 주되기에 오히려 미련하다 생각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자신은 괴물에 가까웠다. 그러니 저런 야유 쯤은 웃어 넘겨줄 수 있다.
물론 두려웠다. 미리내의 인물들과 특별반의 인물들이 자신의 실상을 알아채고 손가락질 하는게 두려웠다. 그렇지만 간파된다고 해서 전부 끝나는건 아니다. 그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롭게 전진한다면 분명 더 괜찮은 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 이다.
윤성이 입술을 깨물며 고통어린 비명을 내지르더니 몸을 일으킨다. 몸에 감긴 사슬로 부터 검은 피가 뚝뚝 떨어지지만, 한 발 자국 앞으로 내민다. 철퍽 하고 피웅덩이를 짖밟으며 들리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방금까지 윤성을 붙잡고 늘어지던 손들이 같이 짖밟히며 비명을 지른다.
타들어가는 가면을 쓴 체, 웅얼거리듯 말하였고, 고통의 쇳소리가 뒤섞여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윤성의 그런 말을 들은 환상들의 야유는 점점 커졌다. 위로 갈 자격이 없다, 뻔뻔하다, 가증스럽다. 윤성을 힐난하는 모든 소리들, 그것들 전부를 받아들인 윤성은 이젠 검은 피의 웅덩이에서 벗어나 사슬을 끌어당겼다. 사슬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지며, 저 멀리 어둠속에서 부터 질질 끌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철구가 윤성을 따라 조금씩 끌려오기 시작했다.
"!"
팔의 근육이 터질 듯, 흑요석 가시들에 박힌 몸이 비명을 지르고 검은 피가 이음새를 따라 뚝뚝 떨어지지만 신경 쓰지 않고 철구를 끌어당긴다. 끌려가지 않기 위해 버티던 철구가 윤성에 의해 질질 끌려오고, 몸에 감긴 사슬을 이빨로 깨물며 온 몸의 힘을 끌어 철구를 당긴체, 마스크가 주는 고통에도 익숙해진 윤성은 천천히 한걸음씩 전진했다.
당연히 모두가 그럴 것 이다. 너는 왜 하얀 손수건이 아니냐고 손가락질 할 것 이다. 하지만 더러워질 수 밖에 없는 손수건도 있다. 그런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면 선택지는 2개 밖에 없다. 하얀색으로 남은 상태로 죽거나, 아니면 더럽혀진체 살아남거나 자신은 그 갈림길에서 후자를 택했고, 살아남았으니 위를 바라는 것 뿐이다.
철구를 끌어당기고, 타들어가는 폐와, 흑요석에 관통당한 몸을 이끈다. 윤성이 움직일 때 마다 잘그락 거리며 깨진 흑요석들이 바닥에 떨어졌고, 피를 머금은 흑요석이 깨질 때 마다 검은 핏 자국이 바닥에 남았다. /8
고통에 의식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에서 억지로 의식을 부여잡고 전진하는 윤성이 그 광경들을 애써 무시하며 전진하던 중, 윤성의 바로 앞에 또 다른 환상이 비춰졌다. 그것은 금발벽안에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멋들어진 기사님이 괴물을 쓰러트리는 장면이었다. 영문 모를 광경에 윤성을 무시하고 전지하려 했으나, 이내 그것은 형태를 바꿨고, 환상은 알렌이 윤성을 쓰러트리는 장면을 비춰 보였다.
"..."
순박하고 타인을 돕는 알렌이 끝내 윤성을 쓰러트리는 장면에 윤성은 가만히 멈춰서서 그것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것은 윤성의 인생을 부정하는 것 이나 다름없었다. 남을 속이고 이용하기만 한 윤성에게 이런 인생을 살아도 충분히 위로 올라 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듯한 광경이었다. 당장 느껴지는 고통보다도 구역질이 느껴지는 광경에, 윤성은 주먹을 휘둘러 환상을 깨트렸다. 흑요석이 자라나 피를 줄줄 흘리는 주먹에서 흑요석이 깨져나가며 더 많은 상처를 만들어냈다.
깨진 환상은 곧 반대편에 새롭게 나타나 다른 광경을 만들었다. 잭 펠릭스가 윤성을 쓰러트리고, 이한결이 윤성을 쓰러트리며, 주강산이 윤성이 사고치지 못하도록 억눌렀다. 그 모든 광경들 사이에서 조금 큰 화면엔 윤시윤이 윤성을 훈계 하는 듯한 광경이 비춰졌고. 가장 큰 화면에선 알렌이 윤성을 베는 광경이 보여졌다.
"..."
내심 속일 대상으로 여기는 특별반의 인원들에게 패배하여 자신이 부정당하는 광경에 윤성은 주먹을 치켜 들며 그 화면을 하나하나 부숴댔다. 그럴 때 마다 흑요석은 윤성의 살가죽을 찢어발기고, 송곳 처럼 파고들었지만. 윤성은 멈추지 않고 그 모든 광경들을 박살내듯 주먹을 휘두르고 몸을 움직였다.
이내 바이엘느마의 이음새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가면이 이글거리며 윤성의 얼굴을 불태울 듯 지졌지만 윤성은 마지막 남은 화면까지 전부 박살낸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9
신입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영월 습격 작전 진행중에 강산이랑 태호랑 해서 민간인 구출조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빌런(데이지)+어린아이 조합을 만나서. 어쩔까 하고 있는데 마음이 급해진 태호가 선빵을 해버렸습니다. 그러더니 어린아이가 데이지를 데리고 도망치면서 호칭이 오빠들-> 아저씨들로 깨알같이 바뀌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