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아까 봤어?" "뭐? 싸움판? 그 저지먼트 여자애랑 양아름 걔가 계단에서 밀쳐서 구르던데 뭔 드라마인 줄 알았다니까? 레벨 5한테 뭔 깡으로 개겨 걔는?" "걔 원래 그런 애잖아. 앞뒤 안 보는 거." "그래서 왜 그런 거래?" "아름이가 짝사랑하던 애가 먼저 고백한 거 아직도 앙심 품고 있을걸?" "엥? 진심?" "어. 남자애가 먼저 걔한테 고백하고 지는 차이고. 아름이가 인스타 디엠으로 남미새라고 쌍욕 하면서 징징대니까 윤아가 스토리에 작작 좀 하라고 저격하고 그랬는데 그게 한 2년인가 됐나?" "2년이나 지났는데도 그런 거야?" "응." "와…… 뭔 짓을 해도 진짜 남미새는 이길 수가 없구나……." "인정, 그런데 너는 여미새잖아." "응 너는 그냥 미친 새끼고요~"
학교의 소문 따위야 관심이 없는 태오였다. 어차피 한 번 흐르고 지나는 것, 누군가의 좋은 심심풀이 아닌가? 여파가 남는다 쳐도 끝까지 꼬리로 남는 것은 타인이 알아서 할 일이며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 믿었다. 하지만 성훈이 헐레벌떡 들어오며 가방을 챙기던 태오의 책상을 쿵 짚자 태오는 시선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혀, 형님!" "네에." "그, 1학년 후배, 혜우가 얻어맞고 계단에서 굴렀어요! 피도 엄청났고, 그러니까- 지금 보건실에 있는데!"
바즈라의 부소장과 어울린 이후 몇 번이고 괜찮냐며 묻던 성훈이었다. 이번에도 괜찮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물 흐르듯 넘기려 했던 태오는, 창백한 안색으로 성훈이 늘 보여주던 준비도 없이 말을 쏟아내자 가방을 어깨에 메며 의자에서 느긋하게 일어섰다. 그리고 성훈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스쳐 지나가더니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연락 부탁해요. 그리고 은서야." "어? 현태~ 불렀어?"
태오는 이야기꽃을 피우던 학생 하나에게 가볍게 눈짓했다. 앞머리에 롤을 말고 핸드폰에 시선을 꽂으며 '봐, 얘 또 인스타 활동 중이잖아.' 하며 낄낄 웃던 학생, 은서는 태오가 눈짓하는 걸 알아듣곤 고개를 끄덕였다.
"엉야, 카톡 할게~ 이따 봐 현태~" "그래." "야, 뭔데?" "어? 별거 아냐. 소개팅할 거냐고 내가 물어봤거든." "쟤가 온대? 쟤가?" "응. 근데 좀 걸린다. 양아름 걔도 올 거 같아서……." "걔는 양심 있으면 안 오겠지." "걔 양심 털렸던데 과연 그럴까……."
은서는 느릿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핸드폰에 뜬 추적 불가 블랙 어플리케이션은 '언니, 주말에 카페 빌려줄 수 있어요?' 같은 내용이 쓰여있었고, 이제 막 읽었는지 1 표시가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답장이 툭 올라왔다.
<[어르신께 보고 올리고 일정 조율함.] 보건실에 들어온 태오는 소문과 달리 느긋한 걸음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걱정에 달려오든, 아니면 쭈뼛거리다 찾아가든, 대차게 같이 분노하든, 태오는 무엇보다 느긋했다. 그리고 제 동생을 보며 손을 뻗으려 들었다.
"아가, 오빠 보자……."
뺨이 새붉은 것 보고 태오의 손길 잠시 움찔 떨렸다. 내 동생, 어여쁜 우리 아이 어쩌다 이리 되었나. 이럴 때 희야가 곁에 있어야 하거늘, 이 빌어먹을 형제는 대체 어디로 간 건지 알 수가 없다. 태오는 행여 아프면 어쩌나, 성한 곳 어디에 있나 불안한 눈치로 혜우를 살피다 뺨을 더듬어보려던 손을 그대로 머리 위로 올려 가벼이 쓸어주려 했으리라.
"……잘잘못을 가릴 이유가 있을까, 누구인지 얘기하지 않아도 좋아… 아팠지. 누가 이렇게 만들었담, 안타깝게……."
>>639 청윤주 앗 청윤주! 몸은 좀 괜찮아?88 그건그렇고 고마워고마워!!>< 새봄이가 까까집에 청윤이를 위한 볶음밥도 잔뜩 만들어놨지롱!
>>640 서연주 하긴 레벨 4는 뭔가 마음편히 노려볼 수 있는 최고! 라는 느낌이지>< 렙5보단 만만하지만 막상 달성하고 나면 기분 째지구! 그리고 별말씀을!!>< 그래주면야 나야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고맙지 히히 나도 레벨 5가 되든 말든 재밌는거 생각나면 써봐야겠어! 그나저나 태인이 박쥐한테 물리는구나ㅜㅜㅜㅜ 미리 쾌차를 빌어본닷88
>>641 >>638 리라주 오! 리라언니 식 응징 나왔다!! 역시 능력은 활용해줘야 제맛이지 >< 새봄이도 단풍이(새봄이 친구)한테 조심하라구 일러둬야겠어! 그리고 새봄이도 부지중에 너무 많이 말할까봐 필담으로 이야기할듯 ㅋㅋㅋ 그러고보니 박쥐씨가 필담도 인식하려나?
>>647 우리캡 새봄: 라는건 학폭범들한테 달콤해져라 해두 돼요?(초롱 바다를 제대로 즐기고 있구나 우리캡! ><
양아름, 17세, 키는 160, 서구권에서 볼 법한 금색 머리를 위시하고 동서양이 적절히 어우러진 검은 눈동자를 가진 여성. 각설하고 오늘 아름은 기분이 좋지 못했다. 천혜우 그 쌍년 때문이다. 천혜우 그 개 같은 게, 가뜩이나 자기 레벨 등에 업고 지랄하며 3학년 선배들에게 꼬리치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더니 이젠 시비까지 턴다. 1학년 때처럼 아가리 적당히 닥치고 살면 될 것을 먼저 꼬리를 쳐놓고, 이제는 자기 잘못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게 말이 되나? 어떻게 그 사람 잘못일 수가 있냔 말이다. 먼저 그렇게 하고 다닌 게 잘못 아닌가?
얼굴에 상처가 생긴 것도 짜증이 나는데, 선생님께 혼난 것도 화가 난다. 선생님께서는 레벨 5를 때리면 어떡하냐고, 그 애가 크게 다쳤으면 어떡할 거냐고 하시면서 아름을 크게 꾸짖었다. 그래서? 레벨 5면 다인가? 그게 또 꼬리 살살 쳐서 에어버스터? 그 레벨 높은 부장님께 뭘 했으니까 그렇겠지. 들은 척 만 척하던 아름은 핸드폰을 두들기며 다른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에게 디엠으로 자신의 분노를 토로하다 이내 입에 못 담을 욕을 얹었다. 씨발!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다. 자기가 꼬셔놓고 이젠 사람의 몸에 대해 평가하는 게 말이 되나? 개 같은 년, 두고 보라지. 내가─
[아름잉~] "어, 은서 언니다."
쇼츠랑 인톡커로 활동 중인 은서 언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언니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남자들 꼬이면 친구라고만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가 예쁜 줄 알고 마무리에 얼굴 클로즈업 하는 것도 그렇고, 보정빨인 것 같고. 그렇지만 인스타 팔로워도 많은데다 잘 얻어가면 자신도 유명해질 수 있다. 아름은 후다닥 하트를 누르며 답장했다.
[네 선배!]> <[주말에 바빠? 커리큘럼 있어?] [아뇨, 안 바빠요! 커리큘럼도 없어요!]> [어쩐 일로 디엠 주셨어요?]> <[있자나 ㅠ 불편하면 안 와두 되는뎅😥] <[소개팅 자리 빵꾸 났거든??] <[근데 솔찌 너두 알지 아름잉] <[한쪽 홀수면 개노잼인 거 ㅠ 마침 3학년 애들도 쫌 온댔음 ㅎㅎ] <[그래서 말인뎅 올랭? 맘에 안 들면 걍 차버려두 됨 ㅎㅎ 어차피 그냥 연애 말구 놀려구 하는 거라서] <[1차 카페 2차 누리랜드]
아름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와락 표정을 구겼다. 천혜우 걔 때문에 손이 퉁퉁 붓긴 했지만 괜찮다. 주말 안에는 낫겠지. 아름은 핸드폰의 자판을 두들겼다.
[헐]> [갈래요! 갈래용 ㅠ]> <[쪼아~ 토요일 11시까지 오면 대~ 주소 주께 그때 보쟝💕] [넹!]>
아름은 주소를 받으며 눈을 휘었다. 천혜우 걔는 지금쯤 오빠인지 뭐한테 꼬리 치면서 또 지랄을 하겠지. 그 오빠들도 수준 알만하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지난 저녁이다. 아름은 한껏 꾸미고 은서가 주소를 알려준 카페로 향했다. 세상 예쁜데 화장까지 잘 하는 멋진 언니가 카운터에 있고, 은서는 깔깔 웃으면서 언니와 함께 대화하고 있었다. 동시에 옆을 보니 구석 자리에서 이미 먼저 도착한 학생들도 보였다. 총 여섯이지만 얼굴 아는 애는 하나뿐이다. 쟤는 왜 왔지? 얼굴도 나보다 한참 모자라는 것 같은데. 아름은 속내를 꾹 숨기며 웃었다.
"언니~" "아름잉~ 어서 와, 뭐 마실래? 자리는 쩌~기 앉으면 돼!" "저는 그냥 에이드 마실게요!" "아참 아름잉~" "네?" "그 있잖아, 하나가 쫌 늦는대서~ 그거 알아두고 미리 놀고 있어두 돼~" "그 늦는 게 누군지 알 것 같은데~" "걔 맞아요~" "그럴 줄 알았다, 안뇽 아기~ 여기 에이드~ 자몽이 제일 맛있어요~ 가져다 줄 테니까~" "어, 계산은요……?" "응~ 요 싸장님, 은서랑 친구라서 그냥 주지용. 맘껏 마셔~" "감사합니다!"
아름은 맑게 웃었다. 봐라, 천혜우 걔는 이런 것도 못 누리고 살 것 아닌가? 뒤로 돌아 자리로 후다닥 다가가는 아름을 바라보던 은서와 라바나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입술을 벙긋거렸다.
"쟤야?" "응, 쟤라고 했어." "불쌍하다. 어떻게 걸려도 도련님한테 걸려." "쟤가 파나케이아 존* 때렸잖아." "자연사네……." "근데 언니." "응?" "현태 걔는 왜 언니한테 도련님 소리 들어요?" "앙딱정." "발언 고." "잘생겼잖아……. 와꾸 좋으면 다 아가씨 도련님이지 뭐." "미친 언닌가……." "인정 안 하면 내쫓음." "솔직히 배우 이화영 졸라 닮았긴 해요."
라바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냉장고를 향해 걸었다. 직접 만든 자몽청, 약간의 레몬청과 레몬즙, 자몽 슬라이스, 그리고 탄산수를 꺼내는 걸 보던 은서는 자리로 걸어갔다. 아름은 어느새 학생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고, 학생들은 은서가 다가오자 암묵적인 눈치로 자리를 비켜주며 환대했다.
"너 계속 누나하고만 대화하고, 우린 버리는 거야?" "아 뭐가~" "근데 현태 얘는 왜 이렇게 늦음?" "전화하니까 5시에 잤대." "뭐 하다가 늦게 잤대?" "몰라. 전화하니까 깨던데. 아, 저기 온다." "새끼 저거 봐라, 걸어오네. 야, 야, 전화 걸어 봐." "앙 싫어잉 오잖아~"
현태? 이야기꽃을 피우던 아름은 귀를 기울였다. 그게 누군진 모르지만 이런 곳에 늦는 걸 보니 썩 좋지만은 않다. 누리랜드도 가기로 했는데 늦으면 좋아하는 것도 못 타고 또 기다리기만 해야 할 것 아닌가!
"현태, 왜 이렇게 늦었어!" "맞아, 왜 늦었어~ 애들 다 기다렸잖아!" "담탐." "얘 말하는 거 봐, 미쳤나 봐~ 저지먼트가 뭔 담배야!"
소리를 높이며 호들갑을 떨던 은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아름은 익숙한 얼굴을 보며 흠칫 떨었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타들어가는 아름의 속도 모르고 은서는 태오에게 저기, 아름이 앞에 앉으면 돼! 하고 아름을 향해 눈짓했다. 여기가 마지막으로 오기로 한 선배라는 듯.
"현태, 여기는 아름이! 1학년~ 아름이 인사해, 여기는 현태오. 알지? 저지먼트 선배구 3학년. 넌 뭐 마실 거야?" "나 핫초코." "와 존~나 안 어울려~" "응 네 얼굴." "응 예쁘지?" "에이 썅 못 들을 거 들었네……."
자리에 앉으려던 태오는 잠시 멈추더니, 그대로 아름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아름은 무릎 위로 숨긴 주먹을 말아 쥐며 긴장을 풀려 했다. 저 선배를 아냐고? 당연히 안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불리는 것도 알고, 레벨 4의 엘리트인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일인 점은 천혜우랑 어울려주는 오빠다. 듣자 하니 애지중지한다던데……. 설마 여기서 꼽이라도 주겠나? 수준 낮은 걔랑 노는 걸 보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한데… 괜히 오자고 했나? 아름의 불안한 시선과 달리 태오는 한참을 서 있다가, 눈을 상냥하게 휘었다.
"이름이 아름이라고?" "……네." "그럼 아름이라고 불러도 돼?" "아? ㄴ, 네……." "어, 현태 너~" "내가 뭐?" "이열~ 너~ 진짜임? 진짜?" "아 하지 마라, 진짜 하지 마." "자리 비켜줘? 어? 비켜줘~?"
낄낄 웃던 남학생 하나는 은서에게 등짝을 맞으며 악! 소리를 냈고, 태오는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에 턱을 괬다. 태오를 면밀하게 훑던 아름은 눈을 둥글게 떴다. 매일 이상한 노이즈로 얼굴을 가려서 몰랐는데, 잘생겼다. 배우 중에서 이화영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끝이 올라간 눈매도 그렇고, 머리카락을 높이 올려 묶어서 드러나는 두상이나 선도 전혀 밉지 않다. 사람 같지 않은 눈이 조금 기분 나쁘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인 것 같다. 손까지 완벽할 수 있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는 두 개였다. 하나는 오른쪽 검지에 있는 붉은 보석을 깨문 뱀 반지, 다른 하나는 왼쪽 중지에 검은 보석을 감싼 거미 반지. 독특한 취향인 것 같기도 하고,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천혜우 걔가 왜 꼬리를 쳤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보통 남자에 미친년이 아니다. 태오는 눈이 마주치자 눈을 가늘게 휘며 웃었고, 아름은 시선을 살살 피했다. 왜 저래? 부담스럽다. 싫다. 나는 이미 다른 선배를 점찍었단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였다. 태오 선배는 아주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과하게 다가오지도 않았고, 은근슬쩍 자신이 점찍은 선배와 계속해서 붙여주었다. 안 그런 것 같아도 전부 티가 났다. 누리랜드에서도 둘만 있을 시간을 만들어주었고, 행여 그 선배가 해줄 수 없는 일이라면 나서서 이어주었다. 아름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동물 머리띠를 썼다. 봐라, 즈그 오빠도 결국 나한테 잘 대해주지 않나. 꼴같잖게 나한테 꼬리 치면서. 이참에 저 오빠도 내가 확 잡아챌 수 있지 않을까? 저렇게 친절하면 될 것 같은데……. 그 와중에 태오 선배도, 은서 언니도, 자신이 점찍은 선배도 모두 핸드폰을 하며 뭔가를 하고 있었다. 땄어? 아니, 난 못 땄어. 난 땄지롱. 10만 원.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흘끔 본 화면에서는 무언가 경주 같은 걸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응? 뭐야?" "오빠, 그게 뭐예요?" "아, 이거. 아름이도 해볼래?"
누리랜드에서 음식 세트를 시킨 은서는 자리에 앉은 아름이 궁금해하는 눈길을 보내자 슬쩍 핸드폰을 기울여 화면을 보여주었다. 귀여운 고양이 세 마리가 달리기 경주를 하는 모바일 게임 같은 화면을 뒤로, 은서는 맑게 웃었다.
"이 세 마리 중에서 한 마리를 골라서, 1등이면 이기는 거야." "경주 게임이에요?" "응. 눌러 봐." "음, 저는 이거요."
흰 고양이를 선택한 아름은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같은 알림이 뜨자 화면에 집중했고, 세 마리의 고양이는 골인 라인을 향해 열심히 뜀박질을 했다. 어떤 고양이는 속도가 느려지고, 어떤 고양이는 넘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흰 고양이가 뛰어 골인 라인에 들어갔을 때, 은서는 눈에 띄게 좋아했다.
"꺅! 야! 현태! 아름이가 땄어!" "아- 얼룩이한테 걸었는데." "나도 하양이한테 걸었는데~" "이게 뭔데요……?" "이거 골인하면…… 진짜 돈으로 바꿔주거든." "도, 도박이잖아요!" "괜찮아, 조금만 걸면 돼. 처음엔 100만 원 주고 시작해. 중간에 출금하고 그만 둘 수도 있고, 100만원 처음에 주는 거 받고 튄 애들도 많아. 근데 난 300까지 올렸다?" "사기 아니에요?" "아니, 이거 레벨 5나 4 애들이 지원금 나눔 하는 사이트거든. 현태도 여기에 기부해서 남들한테 게임 형식으로 나눠준댔어. 현태 너 지원금 얼마랬지?" "777만 원." "진짜 생각할수록 숫자 쩐다 야." "그, 그럼 저도 해봐도 돼요……?"
은서와 태오, 그리고 남학생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눈을 가늘게 휘었다.
"물론이지."
그래, 딱 한 판만 하지 뭐.
신나게 놀고 저녁까지 먹은 늦은 밤, 학생 대다수는 헤어지고, 태오와 아름, 남학생, 그리고 아름만 남았을 때였다. 태오는 아름을 바라보다 은서로 시선을 옮겼다. 은서는 "응, 쟤는 아직 어리지." 하고 만류하는 것 같았지만, 아름이 점찍어둔 남학생은 "괜찮지 않나?" 하고 짧게 반문했다. 아름은 어느새 100만 원의 사전 등록금을 200만 원까지 불리고, 또 한 판을 하고 있었다.
"뭐가요?" "아, 우리는 따로 3차 가려고 했지." "응? 3차?" "……은서, 쟤는 안 될 것 같은데." "어딘데요? 태오 오빠도 같이 가요?" "응, 나도 가긴 하는데…." "그럼 저도 갈래요!" "저, 아름잉……."
은서는 주변 눈치를 보더니 낮게 속삭였다.
"지금부터 우리 가는 곳 비밀이야. 너 이거 진짜 비밀이야. 세 번이나 비밀이라고 할 거야." "응, 약속할게요."
어림도 없지, 약점으로 잡아서 언니 떠버리면 몰래 익명 사이트에다 고발할 테다. 아름은 음험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태오에게 착 달라붙어 팔짱을 꼈다. 태오는 그런 아름을 가만히 내려다 보다 은서와 시선을 마주했고, 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골목으로 들어섰다. 아름은 골목을 들어서며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꼈다. 여기, 스트레인지로 향하는 곳 아닌가? 한참을 깊이 들어가니 이내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지키는 낡은 건물이 보였다. 사람들의 검문을 통과한 아름은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욕을 뱉었다.
"……언니랑 오빠들 미쳤어요?"
도착한 곳은 도박장이었다. 외부와 달리 화려한 내부, 슬롯머신과 안드로이드 웨이터, 딜러들과 함께 노는 한눈에 봐도 나 스킬아웃이요 하는 사람들, 오늘 안드로이드 투기 도박에 출전하는 엔지니어와 안드로이드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전광판……. 태오는 황당하다는 시선의 아름을 살짝 끌어당기더니 눈을 휘었다. 아름은 저 미소에 살살 녹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환전도 할 겸 여기에 온 거라서." "환전, 이요?" "응, 여기서 환전하면 수수료 면제거든." "저, 정말요?" "응. 봐봐, 은서 환전하러 가잖아."
은서는 구석에 있는 딜러에게 다가가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는 듯했고, 딜러는 잠시 기다리라며 주섬주섬 뭔가를 확인하더니 이내 아래에서 큰 가방을 꺼내 현금 다발을 집어 들었다. 5만 원 권이 여럿 묶인 현금 다발을 받아든 은서는 히죽 웃었다.
"야, 대박, 300만 원!" "오늘의 승자네." "그럼 저, 저도…… 되는 거예요?" "물론이지~ 아, 나는 슬롯이나 하다 갈 건데. 아름이 너는?" "……저도, 해볼래요." "그럼 우리 한 시간만 놀다가 여기서 만나자. 어때?" "으응…. 아무렴요. 나는 오늘 투기장 보려고 했거든……. 아름이는?" "투기장은 또 뭐예요……?" "안드로이드끼리 싸움 붙이는 거." "저, 저는 이거 할래요. 그런 건 무서워서……." "귀엽네~ 응응, 그럼 아름이는 우리랑 놀자. 현태 혼자 놀게 두고~" "우우~ 찐따쉑~" "뭐랬냐?" "우우~"
은서는 태오에게 살짝 윙크했고, 아름은 그 모습에 살짝 인상을 구기다 같이 마주 웃었다. 얘도 그렇고 꼬리 치기는. 태오는 인파에 섞여 사라지고, 아름은 은서, 그리고 남학생과 함께 슬롯머신을 향해 걸어가며 생각했다. 딱 한 판만.
"잭팟-!" "아름이 멋져~!!"
딱 한 판만! 누가 그 말을 했더라? 말도 안 된다. 아름은 쏟아지는 칩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딱 5만 원만 출금했는데, 벌써 천만 원 째다! 천만 원! 레벨 1인 자신이 꿈꾸기에는 지나치게 큰돈! 판돈은 갈수록 높아졌고, 이번엔 절반이나 걸어보았다. 그런데 무려 3배나 얻다니! 아름은 활짝 웃으며 쌍수를 들고 환호했고, 남학생은 아름의 손을 덥석 잡으며 신난다는 듯 웃었다. 천국에 온 것 같았다. 천혜우 그 계집은 자기 몸이랑 자존감을 연구원에게 팔아치워서 고생고생을 하고 얻는 돈이, 자신의 수중엔 이렇게 손쉽게 들어온다! 한 판만 더 해야지, 딱 한 판만……. 하지만 청소년을 12시 이후 내보낸다는 안드로이드의 안내에 아름은 아쉽다는 듯 눈꼬리를 내렸다.
"괜찮아, 내일 또 오면 돼."
은서의 목소리가 그렇게 달콤할 수 없었다.
"그런데 태오 오빠는요?" "아까 전화하니까 돈 다 날렸다고 먼저 간댔어." "아~ 아쉽다아." "내일 학교에서 말이라도 붙여 봐~" "난 오빠한테 말 붙이고 싶은데." "어, 너 나한테 지금- 어- 하하, 그래, 연락해~ 데려다줄게."
단 둘이서 돌아가는 길, 아름은 날아갈 것 같았다. 그 사이 은서는 밖에서 다시 스트레인지 안으로 들어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다음 날, 아름은 하루 종일 핸드폰에 집중했다. 고양이들은 끝없이 경주를 벌였고, 수업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도 경주를, 하교할 때도 경주를, 그리고 또 경주를. 오늘은 어제와 달리 좀 잃었지만 그만큼 다시 땄다. 주변 친구들이 뭐라고 해도 들리지 않는다. 천혜우 그 계집에 대한 욕을 쏟을 때는 정신을 차리고 좀 어울렸지만, 그 이외의 시간은 모조리 고양이에게 할애하고 있었다. 하교할 때도 핸드폰에 고개를 처박고, 저녁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아름은 고개를 처박다 못해 잠이 부족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렇게 또 며칠 뒤, 스트레인지의 메트로폴리스에서 아름은 눈을 뒤집었다. 무려 1억 8천이다, 1억 8천……! 아름이 환호하자 스킬아웃 두 명이 시선을 교환하다 낄낄 웃었다.
"행운의 여신이군." "어어, 그래, 행운의 여신이야." "불쌍한 행운의 여신. 저런 것도 오는데 우리라고 못 딸까?" "하하, 새끼. 농담도."
아름은 휙 고개를 돌렸다.
"지금 저 보고 그런 거예요?" "그래, 너 보고 그랬다. 왜?" "저기요, 부러우면 말을 하세요. 돈도 못 따고 여기서 죽치는 주제에." "야, 애새끼. 상황 파악이 안 됐나 본데. 여기서 행운의 여신이 뭘 뜻하는진 알기나 해? 바깥에서 온 것 같은데." "돈 잘 번다는 뜻이지……."
익숙한 목소리에 스킬아웃들은 고개를 치들었고, 동시에 누군지 알아보자 몸서리를 쳤다.
"어, 어. 그래. 돈 잘 벌지." "부러운 새끼. 아, 재수도 없네." "어, 오빠." "응, 아름아. 괜찮아……?" "현태 오빠,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투기장. 아름이가 무섭다고 해서 못 데려갔는데…… 거기가 본 스테이지라서." "본 스테이지……?" "돈을 많이 벌거든. 지금까지 상상도 못한 만큼……." "돈을, 요?" "응."
아름은 손가락을 꿈질거렸다. 태오 오빠랑 단둘이 있을 수 있고, 지금 돈을 많이 땄으니까 그걸로 살살 낚으면 오빠도 더는 천혜우 그것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어디 한 번 뺏겨보라지. 돈에 정신이 팔린 아름은 태오의 팔을 다시금 꼭 껴안았고, 스킬아웃들은 그 뒷모습을 보다 제각기 쑥덕거리느라 바빴다. 하필이면 엔지니어의 제물이군. 그렇지만 가엾은 희생양에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태오의 손에 이끌린 아름은 계속해서 신세계를 맛봤다. 안드로이드끼리 싸우는 걸 보며 신나하는 사람들은 별 등신 같은 짓거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돈은 확실히 많이 벌 수 있었다. 배팅 가격도 슬롯머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천만 원의 단위가 휙휙 오가니 현실성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름은 돈을 계속해서 배팅하고, 태오의 곁에 꼭 달라붙으며 경기를 구경했다. 무섭다는 듯 슬쩍 안길 때면 태오는 괜찮다고 아름을 다독였다. 아름은 품 속에서 사르르 눈을 휘었다.
"오빠, 있잖아요." "응." "이따가 여기 나가서 같이 저녁 먹을래요?"
태오는 어딘가로 시선을 향하고는, 이내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듯 한참을 바라보다 느릿하게 시선을 굴렸다. "나랑? 둘이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시끄러운 환호성에도 묻히지 않고 선명하게 들렸다. 아름은 키득키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경기의 판도가 뒤집혔다. 아름이 큼직한 돈을 건 안드로이드가 휘청이더니 파직 소리를 내며 파츠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아름은 태오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얼마를 걸었더라. 화면에 뜨는 K.O 선언과 머리가 뽑힌 안드로이드를 본 아름은 태오의 품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저런……. 졌네." "아, 나, 돈 많이, 걸었는데……." "아름아."
태오는 품에서 벗어나는 아름을 살짝 끌어당기고는 부드럽게 어르고 달래듯 속삭였다. "만회할 기회는 있어…… 아름이는 행운의 여신이잖아." 그 목소리가 어찌나 달콤했는지. 아름은 홀린 듯 남은 금액을 배팅했다. 그래, 한 판만, 한 판만 더……. 잃고 좌절할 적이면 태오는 괜찮다는 듯 속삭이고, 아름은 홀린 듯 내부 대출 시스템까지 손을 댔다. 고작 10만 원은 100만 원, 100만 원은 또 600까지 올리면 배팅해서 말아먹은 탓에 1000만 원으로, 태오가 점차 이건 아니라고 속삭였지만 아름은 듣지 않고 나아갔다. 그렇게 손쓸 도리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제 돈을 바쳤다. 며칠의 시간 동안 잃고 따기를 반복했다.
"더, 더……." "학생." "아, 아?" "……더는 대출하실 수 없습니다." "왜요?! 왜요!! 저 더 딸 수 있어요, 저 진짜-" "한도는 3억까지인데, 그 3억을 모조리 날렸으니까요."
끝내 수중에 남은 것은 빚밖에 없을 때까지. 아름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길길이 날뛰었고, 그 모습이 익숙한지 내부 대출 센터에 있던 직원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르신, A-5 센터입니다. 예. 최대한도 고객님이 계십니다. 네, 네. 행운의 여신이요. 예, 올려보내겠습니다." "지금 어디에 전화를 건 거예요?" "오너께서 올라오시라 하셨습니다." "뭐라고요?" "…운이 좋다면 빚을 모두 갚을 수도 있지요."
행운의 여신이지 않습니까. 안드로이드에 둘러싸인 아름은 끌려가듯 설명도 듣지 못하고 위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서 높은 층에 올랐을 때, 아름은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복도를 장식하는 이름난 화가들의 작품부터 시작해 레이브의 작품까지 줄줄이 늘어서 있다. 안드로이드가 노크하고 허락이 돌아와 끌려가듯 안에 들어설 적, 아름은 홀로그램 서류를 작성하던 누군가가 고개를 드는 걸 바라보았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곱게 땋은, 체구가 큰 남성이었다. 얼굴은 태오처럼 노이즈로 가려져 있었다.
"네가 요즘 그렇게 돈을 많이 따간다던 행운의 여신이구나. 어리네." "……제가 왜 여기에 와야 해요?!" "글쎄, 학생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여기 앉으렴."
아름은 소파에 앉으면서도 불안한 듯 눈을 굴렸다. 귀한 걸로만 발라놓은 것이 눈에 밟혔다.
학생이 돈을 많이 따간 대신 그만큼 잃었고, 우리 대출 시스템을 통해서 최대한도까지 대출을 당겼으니까?" "제가 그만큼 했을 리가-" "첫 배팅 300, 그 이후 1180, 그 이후엔 5천. 그 이후에 잃었다가 3천 다시 돌려받고 대출 당겨서 9500. 그 이후에 또……."
줄줄이 늘어놓는 금액의 내역은 이곳에서 이자까지 셈한 빚이 3억 2천이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그만큼 돈 없어요." "그런데 왜 했어?" "그, 그야-"
딸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아름은 뒷말을 뱉을 수 없었다. 3억 2천을 어디서 구하지? 도박으로 또 한 판 하면 될 것 같은데, 아까도 분명 이길 것 같았잖아. 그런데 그 직원이 돈을 안 빌려줘서 그런 거고, 그러니까……. 아름의 속내를 알았다는 듯, 오너는 마주 보는 소파 중앙에 놓인 유리로 된 테이블 밑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러면 학생. 아저씨랑 게임 한 판 하자. 그리고 한 판만 이기면 빚에서 상환시켜줄게. 운 좋으면 더 따가는 거고." "저, 정말요?" "물론이지, 아저씨는 거짓말 안 해. 이렇게 빚 다 갚고 간 애들도 있어. 그런데 학생, 고스톱 칠 줄 알아?" "고, 고스톱이요? 약간……은요. 저, 점수는 몰라요."
다행스럽게도 어느 정도는 알았다. 이따금 스킬아웃 패거리와 놀면서 하는 걸 구경하기도 했고, 해본 적도 있었다. 비록 두세 판 정도지만. 그럴 때마다 패로 손장난을 친다며 서로 두들겨 패는 것도 봤다. 아름이 미심쩍은 눈길로 쳐다보자 오너는 손짓을 했고, 안드로이드 하나가 걸어와 아름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면 룰도 익힐 겸 이것과 5판만 하자꾸나."
오너는 패를 섞었고, 이내 배분하며 아름을 기다렸다. 내키지 않지만 안드로이드는 게임을 알려주었다. 한 판은 친절한 설명과 족보를 알려주었고, 다른 한 판은 점수를 계산하는 법을, 또 한 판은 점수를 내는 법을……. 아름은 언제 싫었냐는 듯 게임에 푹 빠져들었다. 피를 많이 모을수록 점수가 나는 것 같다. 열끗은 중요하지 않고, 비광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 5번째 판을 넘어 6판을 더 하고 나서야 아름은 고개를 들었다. 히죽히죽 웃는 것이 짐짓 광기까지 서려있었다.
"저, 저 할 수 있어요. 할래요." "마지막 기회야, 학생. 이대로 그냥 나가서 사회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돈 벌고 그거 아저씨한테 갚든지, 아니면 여기서 한 방 하든지." "……저, 저 할게요. 할 수 있어요…." "좋아, 학생이 하자고 한 거야. 이건 녹음까지 할 거고. 동의하지?" "동의해요!!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점당 100만 원, 자, 아저씨 손 만져보렴." "소, 손이요?" "그래, 아저씨가 타짜같이 뭐 패도 없지? 순수하게 게임으로만 하는 거야. 아저씨는 거짓말 안 해."
손을 더듬은 아름은 히죽 웃었다. 그렇다면 더 할 수 있다. 행운의 여신이니까. 아름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고, 생각했다. 태오 오빠도 손에 넣었는데, 이것마저 이겨서 걔를 여기에 던져버리면…….
"자, 학생. 내가 이겨버렸네."
던져버리면……. 아름은 바닥에 깔린 판을 보며 망연자실한 눈길을 보냈다. 초라한 자신의 판, 그리고 화려한 오너의 판…….
"봐봐, 이거는 비삼광, 이거는 고도리. 점수는……. 피 11점, 열 4점, 띠 1점, 비삼광 2점, 고도리 5점, 6고 25점인데 아저씨가 6고를 했으니까 16배, 그리고 학생은 멍박이야. 그러니까 또 2배. 총 32배로…… 800점." "아, 아……?" "점당 아저씨가 100만 원을 상환시켜 준다고 했는데, 이러면 얼마게?" "아, 그, 그게. 자, 잠깐." "셈도 못 하는 것 같으니 아저씨가 말해줄게. 8억이야, 학생." "아, 아니, 아니에요. 이, 이거-" "있지, 학생. 멍박을 다른 말로 뭐라고 하게?"
오너는 눈을 가늘게 휘었다. 노이즈 너머로 드러난 붉은 호선이 베인 살갗처럼 새빨갛다. 고깃덩이를 가늘게 저미면 딱 저 색일 것이다. 아름은 마른 침을 삼키며 덜덜 떨었다. 한 판이면 된댔는데, 딱 한 판이면 빚을 상환시켜준다 했는데, 전부 망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멍텅구리 독박."
단 여섯 개의 글자가 현실을 일깨운다. 도박에 돈을 전부 날려버린 멍텅구리, 독박 쓴 머저리, 인생 끝난 애……. 오너는 아름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가엾다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학생 같은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지? 등신같이 기회를 줘도 못 처먹는 거." "아, 으…. "마, 말도 안 돼. 내가, 내가 여기 신고할 거야! 신고해서 다 잡아가라 할 거야!! 여기서 불법 행위를 한다고, 안티스킬한테-!!"
그리고 그 순간 아름은 입을 딱 다물었다.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기가 무섭게 자신의 목을 더듬었다. 잘리지 않았지만 순간 목이 잘려버린 것 같았다. 등골에 식은땀이 갑작스럽게 솟아 축축하게 젖는 것이 느껴졌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해 봐."
한 마디만 더 하면 죽는다. 온몸이 토막 나서 죽을 것이다. 저 눈은 악마의 눈이다. 포식자의 눈이다, 내 목숨줄을 쥐고 자비롭게 웃고 있었을 뿐이다……. 아름은 덜덜 떨며 고개를 푹 숙이다 손가락에 시선이 꽂혔다. 이제야 눈에 밟히는 것이 있다. 오너의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저 반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래, 태오 오빠의……. 태오, 오빠의……? 저도 모르게 고개를 휙 치들 적, 어느새 나타나 오너의 어깨 위에 짚힌 익숙한 손이 보였다. 마찬가지로 반지가, 이제는 약지에 끼워진 손이……. 아름은 시선을 더 올리고 눈을 홉떴다.
"아, 아……."
태오 오빠가, 왜 여기에……. 태오는 눈이 마주치자 천천히 어깨 위에 올린 손을 뻗더니, 이내 오너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눈을 가늘게 휘었다. 뱀 같은 몸짓과 함께 한 손을 가볍게 흔들자 아름은 덜덜 떨었다.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는 듯, 아름은 덜덜 떨리는 몸이 이젠 부들거리기까지 하는 것도 모르고 이를 다닥다닥 깨물어댔다. 속았다. 속았다, 속았다! 속았다고! 천혜우 그 미친년 때문에 다 속아버렸다, 걔가 나한테 뭐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걔가 내 사랑을 뺏지만 않았어도, 걔가, 걔가-!! 활짝 웃은 채 제 송곳니와 혀의 피어싱을 드러낸 태오는 입술을 벙긋거렸다.
잘 가. "……천혜우 그 개년이지?! 걔가 그런 거지!! 아악-!!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아아악-!! 아아아악!! 흐, 허윽- 으아아악-!!!" "끌고 가."
오너는 한 팔로 태오를 끌어안으며, 손가락을 툭 튕겼다. 안드로이드에게 붙들려 끌려가면서도 아름은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뇌리를 뚫는 어떠한 목소리에 아름은 사지를 붙들린 채 시선을 똑바로 고정했다. 동시에 발버둥도 잦아들었다.
"시, 싫……."
아름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후드득 흘렸다. 그래, 남은 4명의 아이들도 제법 긴 시간이 걸린다 쳐도 결국 같은 굴레에 빠지리라. 살고 싶었던 아름의 손에 의해. 결국 다섯 다 독에 빠진 게처럼 서로를 밟다가 기어이 햇빛 보지 못할 터임은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심리가 기저에 깔린 아름은 더 거침이 없어졌다.
우헤헤헤헤 그치만 너무 맛있었어요 오늘 태오 십대스러운 모습 많이 나와서 좋았어 애들이랑 어울리는거... 물론 숨은 계획이 있었지만 그래도☺️ 귀여웠다... 근데 1차 카페 2차 누리랜드 3차 메폴이라니 꽤 대장정인데 대문자 I 태오는 다음날 지치지 않았나요 잔뜩 담요로 말아줘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