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그때 죽어버렸다면 이렇게 머리가 아플 일이 없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은... 사실 잘 들지 않는다. 그렇게 죽어버렸다면? '아버지는 얼마 버티지도 못했겠지' 특별반이 해체 되고, 자신이 복귀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정명해졌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긍정적.'
" 그래도 대략적인 사건 정도는 기억 하고 있으니, 그정도는 이야기 해줄 수 있겠어. " " 어차피 내가 말 하지 않아도 알게 될 내용이니 말이야... "
그렇게 말하며,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제 하기 시작한다. 당장 모든 진실을 알려 줄 필요는 적었다.
연주를 계속하는 강산의 눈에 윤성의 만족한 듯한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여태 그가 본 윤성의 표정 중 가장 밝은 표정이었다. 적 몬스터가 그에게 덩굴과 가시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대고 있는데도 말이다. 강제로 깨워낸 것이라서일까, 강산은 자신의 의념기가 대상에게 가하는 영향을 아직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윤성이 적의 공격을 받아내며 적에게 가까워지다 반격하는 것을 보니 다행히 버프는 제대로 들어간 듯 했다. 강산은 안심하며 클라이맥스를 연주한다. 그리고...높게 떠오른 적은 윤성의 반격으로 인해 잿더미로 화하고 만다.
"자상하다라...어쩌면 약간은 이기적인 것일지도 모르지."
적이 무력화된 것을 확인하고서야 옅은 미소로 답한다. 의념기 시전에 집중하느라 답이 늦었다.
"이런 의념기를 각성한 건...아마 내가 다른 사람들이 꿈꾸던 것이나 바라던 바를 이뤄가며 빛나는 것을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었을 테니까."
그러나 정녕 그들이 자신을 재가 되도록 불태워가면서까지 빛나길 바랬던가? 최근 의념기를 쓸 때면 떠오르곤 하는 의문이었다. 딱히 윤성의 전투방식 때문에 떠오른 것은 아니다. 그렇다기보단, 윤성을 만나기 이전에 강산이 의뢰에 데려갔던 어떤 친구가 위기 상황에 자신을 희생하려 했었기 때문이었다.
"미덥지 못한 모습은 또 무슨 얘기인지..." 서서히 밀어내져 우두커니 그 자리에 앉게 된 린은 묘하게 마득찮은, 본모습을 들킨 이후 평소 보이던 무표정에 묘한 뾰루퉁함을 얹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묻는다.
"...또 저에게 숨기는 거라도 있나요?" 그런 게 있을 리가. 그가 어떤 의미로 이런 횡설수설을 늘어놓는지 대강 짐작하면서도 괜히 모르는 척을 한다. 그 속내를 안다면 가증스러울 만치 무구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생각을 잠시 하는 체 짐짓 잠시 눈을 내리깔다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 입을 달싹인다.
"전...저도 추운 날이 싫어서 누군가와 같이 있었으면 했어요. 혼자서는 낡은 모포를 주워도, 그 안에서 열심히 입김을 만들어도 따뜻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적당히, 딱 생존이 가능할 정도만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난. 오래묵은 얘기를 애써 정리하는 듯 멈추다 조용히 점점 작아져 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당신이랑 이렇게 있는게 전...," 거의 홀로 속삭이듯 이어져가던 말이 끝나지 않고 멈춘다.
"저랑 이렇게 있는게 많이 곤란한가요." 깨진 창문을 반사한 듯 위태한 눈이 미묘한 슬픔을 담고 상대를 바라보다 찬찬히 떨구어진다. //11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윤성은 타인이 빛나는걸 보고 싶어한다는 강산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산이 앞선 윤성의 말에 이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고 답변한 것을 윤성은 기억해두기로 했다.
"몸은 괜찮습니다 갑옷이 좋아서요"
윤성은 잿더미가 되어버린 덩쿨더미들을 짖밟으며 조소를 흘렸다. 매일매일 강해지고 성장하는게 느껴졌다. 윤성이 UHN의 지원을 받을 때도 그것은 선명하게 느껴졌지만. 특별반에 들어오고나선 더욱 빠르게 느껴졌다. 윤성은 더 강해지고 싶었다.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서라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뒷북이지만 잭군 귀여워요. 정말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엔 캡틴이 정말 그대로 할거냐고 꼭 경고를 주시고, 대인방식에 문제가 있다 싶으시면 npc나 지문 통해서 힌트 주시기도 하시니 잘 보고 대응하시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태호에 이어 이런 긍정적인 친구도 한명쯤 더 있어도 좋은 거 같아요.
'침체 된 분위기 자체는 캐치했나?' 유추 한 바로는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집중 하는 건 좋지만, 묘하게... 초점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뭐. 중요한건 아니지.' 자신이 말 하지 않아도 어차피 알게 될 일이다. 그렇다면, 굳이 숨겨서 의심을 키울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생각을 정리한 나는 손가락을 하나 접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 베니온 아카데미 " " 오스트리아에 위치 하고 있는 교육 기관이고, 1세대 헌터들의 지원을 받아 세워졌어. " " 내 기억이 맞다면 입학 자체는 자유로워서... 학생들의 수준이 고르진 않더라고. "
편차가 심하다고 할까? 여러모로 자유로운 분위기 라고 할 수 있지. 라고 덧붙이며 다음 손가락을 접는다.
" 황서비고 " " 정확한 명칭은... 전투 각성자 육성 기관 황서비고 였을거야. " " 중국에 위치하고, 중경 한가의 지원을 받아 세워졌지. " " 길드의 추천이나 입학 시험을 거치지 않으면 입학 할 수 없고, 학구열이 높아서 포기 하는 학생의 수도 많지. "
그렇게 말하며 접은 손가락을 다시 펴 두개로 만든다.
" 그리고, 대운동회에서 특별반은 패배 하고 말아. 전략의 차이였든, 무력의 차이였든... " " 덕분에 윗분들이나 일반 헌터들의 여론이 그다지 좋진 않다고 들었어. 자원을 다 빨아먹고 있는데 못이기면 말이 안된다나? " "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은, 천자 라는 인물과... 사자왕. 이 둘이지. "
손가락 두 개를 접으며 요주의 인물임을 알린다.
" 상세한 내용은 아직 영상으로 남겨져 있으니 헌터넷에 접속해서 열람 할 수 있을거야.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네. "
" 이정도는 검색만 해도 다 나오는 사실이긴 하니까... " "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다만. "
검색이 되지 않는, 특별반의 다른 삽질들이 이것저것 있긴 하겠지만... 그건, 자연스럽게 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빌어먹을 테러 혐의도 그렇고 말이지...' 그것을 수습 하기 위한 클론 사살 임무는, 까고 말해서 목숨을 내놓고 해도 성공 할 수 있을지 아닐지 불확실한 영역에 가까웠다. 클론의 재현율이 상정 한 것 보다 높다면? 당장 목을 내놓아야 하겠지.
- 핀치라는거네요
평소의 느낌과는 다른, 조금 다른 감정의 잔향이 느껴진다. '기뻐...하는건가? 조금 다른가...?' 아직 표본이 적었기에 재단을 하긴 어렵지만, 자신의 직감은 그가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약간이나마 눈치 챌 수 있게 해주었다.
" 그래. 이걸 극복하는게 앞으로의 과제겠지. "
그 과제는 이미 내려왔고, 극악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는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것이다.
" 요즘은... 유럽이나 다른 곳에서 뭔가 수행 하고 있다고 전해 듣긴 했는데, 상세한 내용은 아직 다 파악 하고 있지는 않아. " " 신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했었던가? "
시윤과의 대화를 되새기며 약간의 정보만을 흘린 나는, 당장 코앞에 당도한 신살의 요구에도 끔찍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협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클론헨리파웰이 마마가 만들었다니! 그거 밝혀지면 협회에 1세대들이 따질 만한 것 같은데요! 그리고 날아가는 어떤 부분들... 그리고 린은 갑자기의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일 것 같아요... 신검 구휘..의 제자의 제자.. 같은 게 된 알렌도 방향을 잡고 나아갈 것 같아서 흥미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