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대로, 곤란한쪽은 자신이다. 특별반의 존폐에 아버지의 목숨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것에 묶여 본성마저 버리려는 내가 미련하다고 할 수 있겠지.
" 부정 하진 않겠어 시윤 형씨. 마음에 들지 않아 나간다 라는건 매력적인 선택지지. "
팔짱을 낀체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을 마주본다. 나이와는 그다지 매치 되지 않는 발언들은, 기묘한... 이질감을 들게 하기도 했다. '유독 성숙한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느낌이 조금 다르군...' 그의 변호를 들으며 드는 위화감을 뇌리에 새겨두곤, 이어지는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 그래. 그정도는 되어야 출발선에는 설 수 있겠네. 외통수야. "
신살의 업이라. 일개 헌터에게 말한다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할만한 황당한 것. 그렇지만 그것이 특별반에게 요구된다면... '배를 째라면 째야지. 별 수 없나.'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로 몇번 톡톡 두드린다.
" ...이래뵈도, 자현이보다 여기가 좋단 말이지? 앞으로 정치적인 뭔가가 있다면 꼭 상담하도록. " " 특별반을 나가지 않고 있는건 형씨도 마찬가지잖아. 정말 공중 분해가 되는 꼴을 보고 싶진 않을거라 믿어? "
추론이 맞다면, 필사적으로 특별반을 변호한건 이 소년이겠지. 직관에 가까운 추리. 그렇지만, 드높은 영성이 있다면 그것은 해답을 가리킬 수 있다.
" 늦었지만 마저 소개 하도록 할게. "
그렇게 말하며, 신한국식으로 상체를 살짝 숙여 말을 이어나간다.
" 특별반 소속 헌터. 하인리히 슈타인. 미숙하지만 마도의 길을 걷고 있고... " " 겨울의 심상을 가진, 별 볼일 없는 각성자야. "
윤성은 손에 생긴 의념탄을 가만히 관찰했다 진형붕괴 유도 효과를 지닌 의념탄이란 윤성에게 있어서 매우 귀찮은 것 이었다 당장 저것을 막아낸다 하여도 충격을 튕겨낼 수 있을지 확신 할 수 없었고 망념을 사용하여 막아내길 시도한다 한들 게이트에서 가지고 나온 코스트나 다름 없는 저것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네 충분합니다"
'공격쳐내기로 쳐낸다면? 아니면 희열의 벤데타를 사용한다면?'
팔이나 다리 어디 하나 무조건 부러진체 파리 목숨을 연명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기에 윤성은 시뮬레이션을 멈췄다
방어를 내리고 공격에 버티며 강산을 살피는 윤성의 시선이 이 쪽을 향했을 때, 마찬가지로 윤성을 살피다가 시선을 돌리는 강산의 눈이 짧은 순간 마주쳤다가, 강산의 회피로 엇갈린다.
"너무 무리하진 마라. 싸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의념이 드니까."
말리거나 괜찮냐고 묻는 대신 그리 말해둔다. 강산은 넓고 얕고 지식으로 세상에 오만 기술과 전투방식이 다 있다는 것을 대강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방패를 쓰는 윤성의 전투방식으로 보건대 그의 그런 행동에는 의도가 있다, 즉 그에게 위력이 입은 데미지량에 비례하는 반격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나오는 반응이다.
그리고 역시나, 데미지가 축적되자 윤성의 방패에 의념이 모여 일렁이고, 윤성이 그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러면 이 무대는 네게 맡기지."
◆ 의념기 : 너의 무대 ■ 그 순간의 주연을 위해 연주함으로써, 그 대상에게 힘을 실어준다. 자신을 포함한 아군 중에서, 단일 대상을 지정한다. 대상은 1~3턴간 상황에 따른 버프를 받는다. 버프의 효과는 시전자가 직접 결정할 수 없다. 최대 3턴까지 자신의 행동권을 사용해서 버프를 유지할 수 있다. 발동 시 망념이 90 증가한다. 유지 시 매 턴 망념 30을 추가로 증가시키며, 1턴당 도기코인 3개를 지불하여 추가로 누적되는 망념을 면제할 수 있다.
...강산이 의념을 방출하며 즉흥 연주를 시작한다. 어느 새 울리기 시작한 가야금 소리에, 강산이 양손을 모아 휘파람을 부는 소리도 섞여들고. 조명은 윤성을 향한다.
이러니 저러니 할 수 밖에 없다면, 불만을 가지는 것 보단 노력하는게 낫다. 물론 그것 또한 말에 비해 실제론 하기 어려운 선택지다만.
"협력 후보는 UGN, 바티칸, 기사단....뭐 그 정도였던 것 같은데. UGN은 특별 의뢰를 수행하면서 나를 포함해서 어느정도 연줄이 생긴 녀석들이 있을테고. 바티칸은 최근 그 쪽 테러를 막은 녀석들이, 기사단은....내가 얘기를 해봐.....야겠지. 그와 별개로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고수준의 몬스터 러쉬가 발생할거야. 손이 남는 인원들은 거길 막으러 가야할테고."
일단 상황 파악이 빠른 것에 비해서 현 정세를 그다지 자세히 듣진 못한 것 같아, 나는 본격적으로 자세히 정황들을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그것 참 정말로 다행이군. 그 자현이가 나가버린지도 꽤 됐거든. 네가 단독 탑이다. 나도 일단 180 정도는 있다마는.....짐작하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은 정치에는 소질이 없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힘 내. 하고 어깨를 두드리면서
"반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했다고 들었으니. 토고 쇼코, 주강산. 이 둘을 찾아가봐. 전자는 남은 아이들 중 언변이 화려하고 이런 정치쪽에서의 행동력이나 고려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멤버고. 뒤는 명가 소속으로 나름대로 입지가 있는 아이인데, 성품이 순하고 착한데다 반의 존속을 강하게 희망하기에 협력 해줄거다."
조금 생각하다가 그의 두통을 줄여줄 수 있을만한 특별반의 협력자(같이 고생할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흠. 별 볼일 없다고 말하기엔, 서로 수준이 너무 높지 않나?"
그렇게 웃으면서, 나도 제대로 소개해주기로 했다.
"특별반 소속 헌터. 카하노 기사단 소속의 백색의 기사 윤 재클린 시윤. 저격수이고....1세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다."
>>504 >>507 시윤이가 초기에는 전생(1세대 각성자 군인)의 인격과 기억 쪽에 치우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젊은 꼰대같은...그런 캐릭터성이 있었죠. 현생의 자신을 받아들인 이후부턴 좀 중화되었나 했더니 약간 오랜만에 그때의 시윤이가 나온 느낌이네요.🤭 (팝그작)
"뭔가 열심히 고민하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공격력은 감소해서. 어디까지나 진영 붕괴 정도야. 현재로써는."
나는 턱을 괴면서 마저 설명해준다.
"단일 화력이라면 【역성혁명】이나 【의념발화】 쪽이 더 강해. 전제 조건을 무시한다면 의념기인 【찰나의 생명】이 압도적이고."
왜 이런 설명을 해주냐면, 의념탄을 유심스럽게 바라보는 그 눈길이 마치 가상의 적을 두고 싸움법을 그리는듯한 미묘한 적대감 아닌 적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 물론. 실제로 시비를 거는게 아니고서야. 자신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를 고려하는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고.
그런건 나라도 종종 한다.
"이명은.....【백색의 기사】."
▶ 백색의 기사 ◀ 오랜 기간동안 흑기사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오랜 시간동안 유럽을 떠돌며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위대한 혈투를 통해 위대한 거악 중 하나인 흑기사를 마침내 토벌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수많은 기사들은 당신의 그런 업적을 칭송하고, 감히 당신을 그렇게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흑기사를 부순, 섬광과도 같은 일격. 그 일격을 따서. 백색의 기사라고 말입니다. ▶ 이명 ▶ 명성이 50 증가합니다. ▶ 기사와의 만남에서 호감도 보정. ▶ 유럽 지역에서 명성 보정
".....유명한 네임드인 흑기사를.....토벌한 것으로 알려져서 받은 이명이지. 자세한 내막은 다소 복잡하지만, 그건 지금 설명할 부분은 아닌 것 같군. 뭐.....뭔가 강해지는 효과는 없어. 이 쪽은. 유명해졌다던데, 실감은 잘 안 나."
허허, 하고 한번 되뇌인 다음 헛웃음이 나왔다. 물론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나, 감히 우리가 UGN과의 협력 관계에서 주도라.
"자칫 정치관계나 '이후의 일'을 고려하다가, 강림한 신에게 전멸 당하고 대재앙이 펼쳐졌습니다. 라면 웃을 수도 없어."
결국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선택은, 마찬가지로 여력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당장 우리의 전망은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등바등 했을 때 승산이 있을까 어쩔까 아닐까... 사실 '여태 그런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니냐' 라고 말하면, 또 그건 할 말은 없지만 서도. 성정상 결국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의 난관에 모든걸 끌어쓰기 급급해질 수 밖에 없긴 한 것이다.
"....아까 말한 '명령 불복종'을 한게 반장인 김태식이고, 자현이는 그 사건으로 인해 반장과의 불화로 나갔다고 들었어. 정치감각은 정말 궤멸적이지만....반대로 차라리 궤멸적이라서 나았을지도 모르지. 어설프게 잔꾀를 쓰는 녀석이 있었다면, '바보의 무해함'은 주장할 수 없지 않았을까."
그 부분에 있어선 나도 정말로 소문으로나 들은지라 자세한 정황은 모른다. 다만 헌팅 네트워크가 불 타는듯한 논란에 휩쌓였고, 국내에선 1세대 인물들이 학교에 찾아가고 그랬다고 들었다. 내가 아는 반장의 성격을 보건데 절대로 사욕을 위해서 움직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마는.... 반장의 처세술이 그다지 능숙하지 못했다는 것도, 부정은 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
"뭐, 정확히는. 1세대 시절 대한민국 군인 저격수의 기억의 편린이 강하게 남아있다.....그렇게 말하면 조금 더 그럴듯 해지나? 여튼, 그런 느낌이야. 이상한 소리란건 알지만, 대화를 나누다보면 특별반 내에선 다들 믿어주더군."
- 자칫 정치관계나 '이후의 일'을 고려하다가, 강림한 신에게 전멸 당하고 대재앙이 펼쳐졌습니다. 라면 웃을 수도 없어.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은, 합당한 것 처럼 들린다.
" 헌터의 수장이 될 생각이 있다면, 가디언과의 우열 자체는 인정 할 수 있어야 겠지. 그렇지만 " " 그것에 순응 해서는 안되는 일이야. 그것이 협회에서 우리에게 바라는 일이기도 해. "
헌터가 비교적 약소하다고. 여력이 없다고... 특별반은 아직 미숙하다고. 바보라서 눈앞의 일에만 급급했다고. 이런 변명이 언제까지 통하겠는가? 감히 가디언에게 대적한다는 생각을 하는 리더를 누가 원하는가?
" 이용 할 수 있는건 이용해. 정치와 이권으로 엮어서 가디언이 손댈 수 있는 범위를 줄이거나 이동시킨다. " " 신 토벌전에 그들을 이용해도 괜찮지. 다만, 그들은 그저 조력으로의 이미지가 남도록 해야해. "
그렇게 말하며 1세대 환생자인, 그를 바라본다.
" 특별반에게 다음 기회는 없어. 신에게 죽나, 협회에게 정리 당하거나... 결과는 그다지 다르지 않아. "
바티칸? 좋다.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끌어들이자. 신성의 전문가들 아닌가? 기사단? 그들도 역시 대인전의 스페셜리스트 아닌가. 교단의 교위 사제나 특수 개체를 막는것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
신 토벌에 참여하는 단체의 수를 늘려서 관심을 희석시킨다. 그렇다면, 어느 한 단체가 주도하여 신의 토벌을 행했다는 의견을 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케이크의 체리부분인 신살을 특별반이 행한다면? 가디언에게 쏠리는 관심을 줄이며, 이쪽의 입지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 가장 최선은 특별반과 헌터의 힘 만으로 끝내는 거지만, 말 그대로 우리는 그들보다 약소니까. "
그렇기에 영리해져야해. 라고 덤덤하게 말하며 시선을 돌려 등명탑을 바라본다.
" 우리는 리더라는 위치에 선 이상, 목숨이 제 1목표로 삼을 수 없게 되었어. " " ...이해 할거라 믿어. 형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