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불편함을 느끼는 기색이 강해져서,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주 상식적인 친구인 것 같은데, 그런 만큼 오자마자 상황파악을 하곤 위통을 호소하는 모양이다.
"글쎄. 내가 무엇인가 책임을 지는 권한자가 아닌 만큼, 곤란할 부분은 없어. 다만 주어가 빠진만큼....굳이말한다면. 실망했을 때에 곤란한 쪽은 하인리히, 네 본인이 아닐까. 영리해보이니 스스로도 알고 있겠지만."
상대의 사정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모른다. 그러나 이 특별반에 들어온 사람들이란 대게의 깊은 사정을 가지고 있고(그렇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지만). 특히나 지금처럼 실망을 언급하는 경우는 더욱 그리하다.
"실망이란건 남아서 기대를 해야 할 때 하는 법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아 나갈 수 있었다면, 실망하지 않았겠지."
안 그런가? 하고 팔짱을 낀체 상대를 바라보며 덤덤히 묻곤
"....다만, 이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곧은 눈동자로 마주하면서, 다만 단호하게 얘기한다.
"아이들이 주변 어른들이 보기에 멍청했을지언정, 치열하게 최선은 다했네. 그 결과가 이 꼴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사실 나도 만족하는건 아니지만. 다들 제 나름대로 노력한거야. 노력으로 모든걸 포장할 순 없는게 현실이지만, 반대로 그 모든 노력이 무의미 했던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나는 당당히 말했던 것이다. 우린 그냥 바보라고. 최선을 다했는데 생각이 닿지 않은 부분도 있었을 뿐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음....UHN 담당자께서 말씀하시길. 뭘 어떻게 해서든 강림한 신을 죽이라더군."
그의 말대로, 곤란한쪽은 자신이다. 특별반의 존폐에 아버지의 목숨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것에 묶여 본성마저 버리려는 내가 미련하다고 할 수 있겠지.
" 부정 하진 않겠어 시윤 형씨. 마음에 들지 않아 나간다 라는건 매력적인 선택지지. "
팔짱을 낀체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을 마주본다. 나이와는 그다지 매치 되지 않는 발언들은, 기묘한... 이질감을 들게 하기도 했다. '유독 성숙한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느낌이 조금 다르군...' 그의 변호를 들으며 드는 위화감을 뇌리에 새겨두곤, 이어지는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 그래. 그정도는 되어야 출발선에는 설 수 있겠네. 외통수야. "
신살의 업이라. 일개 헌터에게 말한다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할만한 황당한 것. 그렇지만 그것이 특별반에게 요구된다면... '배를 째라면 째야지. 별 수 없나.'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로 몇번 톡톡 두드린다.
" ...이래뵈도, 자현이보다 여기가 좋단 말이지? 앞으로 정치적인 뭔가가 있다면 꼭 상담하도록. " " 특별반을 나가지 않고 있는건 형씨도 마찬가지잖아. 정말 공중 분해가 되는 꼴을 보고 싶진 않을거라 믿어? "
추론이 맞다면, 필사적으로 특별반을 변호한건 이 소년이겠지. 직관에 가까운 추리. 그렇지만, 드높은 영성이 있다면 그것은 해답을 가리킬 수 있다.
" 늦었지만 마저 소개 하도록 할게. "
그렇게 말하며, 신한국식으로 상체를 살짝 숙여 말을 이어나간다.
" 특별반 소속 헌터. 하인리히 슈타인. 미숙하지만 마도의 길을 걷고 있고... " " 겨울의 심상을 가진, 별 볼일 없는 각성자야. "
윤성은 손에 생긴 의념탄을 가만히 관찰했다 진형붕괴 유도 효과를 지닌 의념탄이란 윤성에게 있어서 매우 귀찮은 것 이었다 당장 저것을 막아낸다 하여도 충격을 튕겨낼 수 있을지 확신 할 수 없었고 망념을 사용하여 막아내길 시도한다 한들 게이트에서 가지고 나온 코스트나 다름 없는 저것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네 충분합니다"
'공격쳐내기로 쳐낸다면? 아니면 희열의 벤데타를 사용한다면?'
팔이나 다리 어디 하나 무조건 부러진체 파리 목숨을 연명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기에 윤성은 시뮬레이션을 멈췄다
방어를 내리고 공격에 버티며 강산을 살피는 윤성의 시선이 이 쪽을 향했을 때, 마찬가지로 윤성을 살피다가 시선을 돌리는 강산의 눈이 짧은 순간 마주쳤다가, 강산의 회피로 엇갈린다.
"너무 무리하진 마라. 싸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의념이 드니까."
말리거나 괜찮냐고 묻는 대신 그리 말해둔다. 강산은 넓고 얕고 지식으로 세상에 오만 기술과 전투방식이 다 있다는 것을 대강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방패를 쓰는 윤성의 전투방식으로 보건대 그의 그런 행동에는 의도가 있다, 즉 그에게 위력이 입은 데미지량에 비례하는 반격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나오는 반응이다.
그리고 역시나, 데미지가 축적되자 윤성의 방패에 의념이 모여 일렁이고, 윤성이 그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러면 이 무대는 네게 맡기지."
◆ 의념기 : 너의 무대 ■ 그 순간의 주연을 위해 연주함으로써, 그 대상에게 힘을 실어준다. 자신을 포함한 아군 중에서, 단일 대상을 지정한다. 대상은 1~3턴간 상황에 따른 버프를 받는다. 버프의 효과는 시전자가 직접 결정할 수 없다. 최대 3턴까지 자신의 행동권을 사용해서 버프를 유지할 수 있다. 발동 시 망념이 90 증가한다. 유지 시 매 턴 망념 30을 추가로 증가시키며, 1턴당 도기코인 3개를 지불하여 추가로 누적되는 망념을 면제할 수 있다.
...강산이 의념을 방출하며 즉흥 연주를 시작한다. 어느 새 울리기 시작한 가야금 소리에, 강산이 양손을 모아 휘파람을 부는 소리도 섞여들고. 조명은 윤성을 향한다.
이러니 저러니 할 수 밖에 없다면, 불만을 가지는 것 보단 노력하는게 낫다. 물론 그것 또한 말에 비해 실제론 하기 어려운 선택지다만.
"협력 후보는 UGN, 바티칸, 기사단....뭐 그 정도였던 것 같은데. UGN은 특별 의뢰를 수행하면서 나를 포함해서 어느정도 연줄이 생긴 녀석들이 있을테고. 바티칸은 최근 그 쪽 테러를 막은 녀석들이, 기사단은....내가 얘기를 해봐.....야겠지. 그와 별개로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고수준의 몬스터 러쉬가 발생할거야. 손이 남는 인원들은 거길 막으러 가야할테고."
일단 상황 파악이 빠른 것에 비해서 현 정세를 그다지 자세히 듣진 못한 것 같아, 나는 본격적으로 자세히 정황들을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그것 참 정말로 다행이군. 그 자현이가 나가버린지도 꽤 됐거든. 네가 단독 탑이다. 나도 일단 180 정도는 있다마는.....짐작하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은 정치에는 소질이 없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힘 내. 하고 어깨를 두드리면서
"반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했다고 들었으니. 토고 쇼코, 주강산. 이 둘을 찾아가봐. 전자는 남은 아이들 중 언변이 화려하고 이런 정치쪽에서의 행동력이나 고려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멤버고. 뒤는 명가 소속으로 나름대로 입지가 있는 아이인데, 성품이 순하고 착한데다 반의 존속을 강하게 희망하기에 협력 해줄거다."
조금 생각하다가 그의 두통을 줄여줄 수 있을만한 특별반의 협력자(같이 고생할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흠. 별 볼일 없다고 말하기엔, 서로 수준이 너무 높지 않나?"
그렇게 웃으면서, 나도 제대로 소개해주기로 했다.
"특별반 소속 헌터. 카하노 기사단 소속의 백색의 기사 윤 재클린 시윤. 저격수이고....1세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다."
>>504 >>507 시윤이가 초기에는 전생(1세대 각성자 군인)의 인격과 기억 쪽에 치우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젊은 꼰대같은...그런 캐릭터성이 있었죠. 현생의 자신을 받아들인 이후부턴 좀 중화되었나 했더니 약간 오랜만에 그때의 시윤이가 나온 느낌이네요.🤭 (팝그작)
"뭔가 열심히 고민하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공격력은 감소해서. 어디까지나 진영 붕괴 정도야. 현재로써는."
나는 턱을 괴면서 마저 설명해준다.
"단일 화력이라면 【역성혁명】이나 【의념발화】 쪽이 더 강해. 전제 조건을 무시한다면 의념기인 【찰나의 생명】이 압도적이고."
왜 이런 설명을 해주냐면, 의념탄을 유심스럽게 바라보는 그 눈길이 마치 가상의 적을 두고 싸움법을 그리는듯한 미묘한 적대감 아닌 적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 물론. 실제로 시비를 거는게 아니고서야. 자신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를 고려하는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고.
그런건 나라도 종종 한다.
"이명은.....【백색의 기사】."
▶ 백색의 기사 ◀ 오랜 기간동안 흑기사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오랜 시간동안 유럽을 떠돌며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위대한 혈투를 통해 위대한 거악 중 하나인 흑기사를 마침내 토벌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수많은 기사들은 당신의 그런 업적을 칭송하고, 감히 당신을 그렇게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흑기사를 부순, 섬광과도 같은 일격. 그 일격을 따서. 백색의 기사라고 말입니다. ▶ 이명 ▶ 명성이 50 증가합니다. ▶ 기사와의 만남에서 호감도 보정. ▶ 유럽 지역에서 명성 보정
".....유명한 네임드인 흑기사를.....토벌한 것으로 알려져서 받은 이명이지. 자세한 내막은 다소 복잡하지만, 그건 지금 설명할 부분은 아닌 것 같군. 뭐.....뭔가 강해지는 효과는 없어. 이 쪽은. 유명해졌다던데, 실감은 잘 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