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891 첫번째 상황은... 뭔가 무시무시한 게 숲속에서 철걱거리며 걸어다니고 있어서 아루가 일단 그거의 시선을 피해 숨었는데, 왠지 그게 좀 절뚝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이번 세계의 마을 사람들이 추락자들에게 비정상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 건 알고 있으려나? 페일은 마을 사람들이 페일을 공격해오더라도 딱히 반격하지 않고 도망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 (다만, 같은 추락자가 마을 사람들에게 공격당하고 있으면 예외. 영과 윈터가 이 케이스) 도망 과정에서 사냥꾼이나 병사(그런데 이 세계에 병사랄 게 있나?)의 석궁에 발목을 맞았거나 해서 발목을 절고 있는 상황이야 마음에 안 들면 두번째 상황 이야기를 들려줄게
숨을 고를 즈음에야 지긋이 쓸어내리는 손길 마지막으로 떠나간다. 의자 끌어오는 소리. 털썩, 의자에 앉는 소리. 신께서는 말씀하신다. 네가 바라던 신이 아니어도 괜찮은거냐고. 품 안의 단도처럼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사내는 고개를 떨군 채로, 차마 고개들지 못하였다.
"저는..."
그래, 알고 있다. 그는 내 세계의 신이 아니다. 내가 믿어온 창조주가 아니다. 허나 그렇다면 어떻단 말인가. 그 음색을 선명히 기억한다. 그것은 분명, 신께서만 말씀하실 수 있는 언어였다. 고대의 마법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완전히 다른 그 언어. 많은 것을 동시에 말하면서도 그 본질적인 의미를 우리는 결단코 이해할 수 없는 그 언어. 자신은 몇번이고 부정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부정하면서 그의 몸에 칼날을 박아넣었다. 허나 신께서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베드로 경, 경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셨습니까. 새벽이 밝기 전 세번이나 모른다고 부정하고, 그 사실을 그 후에야 깨달은 그 기분을,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자신의 우둔함이 이토록 한탄스러운 적은 두번째입니다. 저는 어찌하여 이리도 어리숙하고 결점 많은 인간이란 말입니까.
그렇기에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바라온 신이 아니더라도. 내 세계의 신이 아니더라도, 나는 믿고 있습니다. 당신이 신이라는 것을.
허나, 사내가 처음으로 만난 '심장이 뛰지 않고' '체온이 없으며' '피가 흐르지 않고' '호흡 하지 않는' '생명이 아닌' 그것. 사내는 긴 시간동안 이것들을 베어왔다. 진정으로, 사내는 사람의 영혼까지 베지 않아왔다. 그렇기에 사내는 고뇌한다. 고뇌하고 또 고뇌한다.
배신은 사내의 심장에 비수를 박았다. 선을 행한다고 믿었기에, 그것이 완전히 부정당했을때의 충격으로 괴로워한다. 자신의 실수로 왕국이 멸망한것에 괴로워한다. 그렇기에 모든 악을 뿌리뽑고자 한다. 악을 처단한다고 믿었다. 허나 자신이 베어 왔던 악들 사이에 선이 섞여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괴로워한다.
유약했다, 사내는. 너무도 선해 흘리는 눈물로 바다를 이룰 지경이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고뇌한다. 자신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맹목적인 헌신? 아니다. 부정? 아니다. 사내의 머릿속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처럼 혼란스러웠다. 그렇기에 대답하지 못했다.
"...어떤 일이라면.."
사내는 조심스럽게 묻다가, 알 수 없는 대답들에 짧게 숨을 뱉는다. 신의 말씀은 너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말을 기억해두라며. 여왕을 알현하여 영광하라. 미력한 자들아. 사랑하고, 경배하고, 잔존한 여왕이 너희 고해와 죽음, 도래할 어느 때를 속삭이며 웃던 빛의 무리를 기억한다. 되뇌이듯 짧게 속삭이고서는, 무슨 말씀이신지, 저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 중얼거렸다.
"...예, 기꺼이."
그래. 우선은 몸이 낫는것이 우선이었다.
"헌데, 저는 괜찮습니다. 체력을 급히 소진했을 뿐, 곧 있으면 회복될 것입니다. 너무 염려하시지 마십시오."
세계는 급변한다. 아니지, 이 경우엔 도시의 급변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친절하고 다정했던 이들이 보여주는 변화는 제법 낯설고 어색했다. 이유 없는 친절이 없듯이, 적의 또한 없는 법이라지만, 막상 적의를 눈앞에 두었을 때의 기분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내내 소란을 피우던 이들을 피해 여관에서 가까운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왔다. 여관에는 마시가 있으니(이 고집 있고 친절한 여관 주인은 추락자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적어도 당장 어떤 일이 터지지는 않을 테지만, 시한 폭탄 같은 적의는 지금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터였다. 가까이 보이는 여관의 건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나는 무릎을 세우고 턱을 괴었다.
우리는 늘 어디서나 배척 받는구나.
언제 들었던 말이었나. 누군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추락자(혹은 다른 이)의 말은 때때로 이렇게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나는 손을 올려 아래로 꾹 누르는 시늉을 했다. 짓눌린 기억이 제 의견을 피력하기 전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까지는······이려나.”
아직까진 험하게 위협은 해도 상대를 죽일 기세로 오는 이들은 적었다.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상하잖아. 이 도시에 지내는 시간동안 주워들은 걸 생각하면, 저들의 행동은 정말 이상했다. 꼭 누가 조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너무—.
급작스럽지 않나?
나는 혹여나 아는 얼굴들이 위험에 처할까 싶어 잠시 걱정했다. 윈터는 아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영원은 도망치거나, 어쩌면 누군가를 도울지도 모른다. 아델라이데는 이런 부조리한 상황임에도 결코 저들을 해치지 않겠지. 로시테아는······, 영웅이라고 불렸던 자신에게 향하는 적의에 불쾌해 할까.
다윈은, 어쩌려나. 별 생각 없이 평소처럼 대응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한쪽 눈을 감고 손을 뻗어 여관 앞에 진을 친 사람들을 가렸다. 이대로 밀어 젖히면 저 앞이 깨끗해질 텐데. 스윽. 손을 움직였다가,
나는 그대로 드러누웠다. 마법소녀가 사람을 지켜야지, 해칠 생각을 하니. 작게 핀잔하며 나는 몸을 웅크렸다. 그래, 이것도 잠시 뿐일 거다.
예기치 못한 낙하는 너무나도 길었다. 엉망진창인 몸이 곧 닿아 산산이 흩뿌려질 것이라 생각한 수면에는 시간이 흘러도 충돌하지 못하였고ー 느껴지는 충격에 눈을 뜨고 나니 모르는 숲속.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의문보다 앞서 아아루의 몸은 저 멀리 보이는 빛무리를, 마을을 향해 걷고 있었다.
...
그렇지만 막상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가려고 하니, 엉망진창인 몰골을 신경 쓰는 것이 참... 사람답다면 사람답다고 해야 할까.
'이런 모습으로 돌아다닌다면, 어딘가에 들리기도 전에 쫓겨나겠지.'
사찰을 나갈 때면 으레 보던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아루는 걸음을 돌린다.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아까 나무로 된 표지판을 지나쳤기 때문에, 그 표지판에 혹시나 계곡과도 같은 장소가 적혀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장소로 돌아가니 이곳에서 처음 만나는 이도 있을 줄은 몰랐지만.
보라색 인영을 확인하자마자 아아루는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섰지만, 곧 바스락하는 소리 들린다. 볼품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바싹 마른 나뭇잎을 밟은 탓이다.
"..."
직감이 이 사람은 경계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아니, 구차한 변명이다.
"실례하겠습니다."
아아루는 곧 마음을 고쳐먹고 나무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사내와는 그러나 약간 거리를 둔 채로. 그렇게.
가벼운 깨달음이 섞여든 목소리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궁금증은 모두 해소되었나 싶어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맥연히 라크의 사연이 들려 왔다. 그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라크를 따라 고개를 주억였다.
[ 많이 괴롭지 않았어? ]
자신은 겪지 못한 어느 가능성을 상상해 본다. 인지할 수 있는 최초의 순간부터 모든 것이 공허했던 저와는 달리 무언가를 계속하여 잃어 가는 기분이란 어떨까. 무릇 사람은 처음부터 가지지 못한 상태보다 가졌던 것을 잃음에 더욱 아파하곤 하므로, 허보다도 실이 더욱 괴롭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전의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어쩌면 그 탓일까. 이제 와 고찰하기엔 조금 늦어 버린 가정에 열중해 본다. 그러다 들려오는 말에 설핏 웃었으리라.
[ 그래서 나는 지금에 만족해. ]
온화한 눈매에 부드러운 잔웃음이 진다. 더없고도 한편으로는 서툴어 보이는 기쁨 선연히 느껴지는 낯으로.
아아루에게 있어 이 추락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변화 혹은 새로운 기회, 또다른 시대와의 대면, 예기치 못한 방랑...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어쩌면 아아루에게 악몽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저 멀리 마을인지 무엇인지도 모를 불빛이 보이는 게 전부인 이 숲속에서, 무엇인지 모를 불확실하고 두려운 존재를 맞닥뜨리는 것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닐 테니까. 짐승인가? 아니다. 저것은 두 발로 걷고 있다. 악령인가? 악령이라기엔, 저것은 너무도 분명하고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실존하고 있다.
철컥, 드르륵, 철컥, 드르륵, 철컥, 드르륵.
달빛 아래로 그것의 형상이 흐릿이, 수풀들 사이를 지나 아아루에게 다가온다. 마치 사람의 손이 아니라 지옥 마귀의 손에서 벼려낸 것만 같은 흉흉한 검은색의 가시투성이 갑옷을, 살 하나 보일 틈 없이 온 몸에 두르고 있는 거대한 그림자. 그것은 마치 갑옷을 차려입고 지옥문을 박차고 나온 악마나,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데스 나이트를 방불케 하는 형상이 아닌가. 화살 몇 대가 꽂힌 방패를 손에 쥐고, 그것은 이리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아루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니면 아아루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히 그것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아루가 있는 방향인 것인가?
그러나 그 발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아아루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발소리가 한쪽 발에서만 난다. 마치 오른발만을 내딛고 있다는 듯한, 그런 발소리다. 그리고 철컥 하고 강철 그리브가 땅을 내딛는 소리에 이어지는, 작고 희미한 소리.
때는 아직 불신의 씨앗이 퍼지기 전, 그럼에도 도시에는 은근한 긴장이 흐르고 있던 시기. 소녀는 이번엔 여관을 떠나 조금 먼 곳으로 향해보기로 했다. 상업 구역인 동쪽을 떠나 거주 구역을 기웃대고, 그대로 길을 따라 또 나아가면 휴양지 풍의 서쪽 구역이 나온다. 그곳은 햇살이 뜨겁고 부는 바람마저 후덥지근했다. 그마저도 소녀에겐 별 영향 끼치지 못했지만. 신기한 듯 눈 동그랗게 뜨고 주변 서성이는 소녀에게 경계어린 시선이 몇 따라붙지만 금세 사그라든다. 하여튼 풍경에 정신 팔려 앞도 보지 않고 나아가던 소녀는, 곧 어떤 키 큰 인영과 제대로 부딪혀버린다. 아이코! 바닥에 엉덩방아 찧어버린 소녀는 잠깐 이마를 매만지다(아픈 건 아니지만), 고개를 들어 저와 부딪힌 이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