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이름도 모르는 소녀를 와락 끌어안고 잠시,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있으면서, 윈터는 정말 이상한 꿈을 꾸었다. 분홍으로 빛나는 폭탄이 제 몸에 넣어져서 안절부절못해하는 그런 꿈. 그것이 펑- 터지고 나면 잠에서 깨어난 윈터는 제가 끌어안고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 뒤늦게 인지한다. 그만해달라고 웅얼이는 목소리에 조심히, 팔베개하듯 소녀의 목을 감싸안았던 왼팔을 빼내고 나서.
"너, 뭐야."
부스럭거리며 끌어안았던 이불을 옆으로 치우며 몸을 일으켜 앉은 윈터는 제 앞에 누웠는 소녀를 멍하니 내려보았다. 팔을 들어 제 살냄새를 맡아보면 역시 퀴퀴한 냄새만 날 뿐이다.
긴장한 몸으로부터 서서히 힘이 빠지며 다시금 몸 뉘인다. 그 모습 바라보던 그가 안심한 듯 설핏 웃었다. 이마에 내린 기척은 이어 젖어든 눈가를 지긋이 덮어 주었을 테다. 눈물 어린 참회를 받든 그는 정말 신이 맞을까. 아델라이데가 생각하는 신이란 과연 무엇이기에, 신이라 여기는 이의 앞에 선 것만으로도 이토록 비통한 슬픔 토하게 되는 것일까? 그는 영원할 뿐 무지한 존재다. 그렇기에 이 간절한 뉘우침에 함부로 선고 내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 많은 고해의 문장 중 그가 확언할 수 있는 말 단 하나 있었으니.
“용서하고 사랑해. 다른 모든 사람에게 용서받지 못할지라도, 내게만은 용서 받을 수 있어.”
머리를 진탕 녹여낼 듯 끓는 열기에도 불구하고 눈가에 머문 손의 온도는 처음과 꼭 같았다. 차디차지만, 그 손길에 담긴 온정 역시 언제까지고 식지 않으리라는 듯. 침정한 손길로 이마를 쓸어 주던 그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신은 아닌 것 같아. 우리는 여러 세상에서 떨어져 내렸고, 추락자 중에는 다른 신들도 몇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 내 일행 중에도 신이 있거든.”
또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타인의 선악을 판별하는 기준이 없었다. 악인도 선인도 그에게 있어서는 모두 동등히 사랑할 사람의 무리에 불과했다. 인간사 비극과 불행과 추악상마저도 모두 사람의 존재로부터 비롯하기에. ‘모든 산물’을 사랑함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들이 서로를 끝없이 해한다면 그것은 분명 슬픈 일이겠지만, 그 또한 사람의 뜻이라면 관망할 뿐.
처음부터 살아있던 적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나선 나는 한동안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했다. 지금 눈 앞에서 이렇게 나와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표현하는 이 사람이 단 한번도 살아있던적이 없다니. 기억이란 본디 살아있는 이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 종교적인 색채를 입힌다면 기억은 곧 영혼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살아있던적이 없던 이 사람에겐 분명 영혼도 없을테지.
" 그럼 제가 내세울 수 있는건 딱 하나의 가설뿐이네요. "
이것도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말도 안된다고 고개를 내저을만한 가설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아니면 그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단 한번도 살아있던적이 없었다면 그는,
" 당신은 죽음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
영은 자신이 목이 잘려도 다시 붙일 수 있다고했고 산산조각이 나면 아무런 흠집도 없는 새것 같은 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만약 그의 엔트로피가 어느 시점에 고정 되어있고 그 엔트로피가 일정 이상의 크기가 되었을때 기록된 엔트로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말이 된다. 왜냐면 주시자들 또한 엔트로피의 흐름이 고정되어있는 곳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이런 현상에 대해선 아주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된다.
" 그냥 제 가설이니까 진지하게 들으실 필요는 없지만요. "
그러다 갑자기 잘라본다는 말에 식겁한 나는 손까지 내저으며 그럴 필요 없다며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몸을 자른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다니 일반인이 들으면 진짜 겁먹을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에서 고통은 없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계속해서 떠올랐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물어볼 시간은 많다.
" 어쨌든 흥미롭네요. 당신이 얘기하는것 전부가. "
오래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이런 존재는 처음이었기에 흥미를 돋구기엔 충분했다. 윈터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데려온 것인지. 뭔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면 영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가 정말 다리 한쪽이라도 잘라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며칠 새 도시 사람들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부탁을 들어주어도 그에 상응하는 것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부탁 들어주는 것조차 그들은 거부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녀는 그저 아쉬울 뿐 별 유감 가지지 않았다. 추락자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이었으니까. 그러나 한 번 지펴진 불씨는 도무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의심은 확신이 되고 이는 곧 경멸과 배척으로 이어졌다. 마을에서 여태껏 벌어진 흉사들이 전부 외부인 탓이라고. 근거 없는 마녀사냥이었다. 친근하게 대해줄 때는 언제고, 막상 위험 닥치니 등 뒤에 칼을 꽂아버린 것이다.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란 것인가? 아니면 그저 생명체의 생존본능일 뿐인가.
그리고 끝내 소녀는 라클레시아에게 이끌려 도시 외곽으로 도망쳐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다른 사람들─일행이든, 아니면 다른 추락자든─을 찾으러 나선 사이. 인근에서 어떠한 기척이 느껴진다. 라클레시아가 벌써 돌아온 건 아닐테고. 설마 주민들이 여기까지 쫓아온 걸까? 골목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소녀는 라클레시아의 외투를 더욱 꽉 여민다.
"...누, 누구야?!"
그리고 불안한 기색으로, 인기척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 내어본다. 지금 그들과 마주친다면...
>>664 오 있었군 그러면 기꺼이 윈터를 찌르려고 했던(그리고 지금 페일의 손에 박혀있는) 물건 말이지 정확히 뭐였어? 분명 단도나 단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확히 뭔지 몰라서 그걸 정확히 지칭하지 않고 칼날, 날붙이, 자루 등으로 지칭했어 식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설핏 웃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이마에 내린 기척이 젖어든 눈가를 지긋이 덮어준다. 서늘한 감각. 서늘한 손끝. 그러나, 동시에 따스한 손길. 아이러닉함.
신께서는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 그만 그는 울음을 터트려버린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두 손 들어, 손을 받잡고 흐느낀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그 한마디. 그 한마디를 얼마나 바라왔던가. 너무도 버거웠다. 한 왕국을 자신의 실수 때문에 모조리 멸망시켜버린 그 죄악을, 오롯이 홀로 감내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웠다. 그렇기에 사내는 갈구했다. 용서하겠노라는 그 말을. 사내는 그 순간부터 쭉 바라왔다.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용서받지 못할 지라도, 자신에게만은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면 되었다. 그것으로 마음의 짐이 전부 벗어진 기분이었다. 서늘한 손길로 이마가 쓸어진다. 가쁜 숨을 토해내듯 뱉으며 사내는 간신히 진정하듯 숨을 고른다.
"저희 세계의 신은 아니리라, 그리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었던 모습은 아니니. 허나..."
"신께서, 저의 죄를 사하여 주셨음에,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 말하면서 그는 천천히 미소지었다. 애써 미소지어보이는게 명백한 웃음이었지만, 괜찮았다.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더라도.
'정말로 그리 생각해?'
욱씬. 비수가 박힌 심장이 떨리듯 옥죄어온다. 아니, 아니야. 나는 신께 용서받았어.
'너의 신에게 용서받지 않았어.'
'너의 동료들에게 용서받지 않았어.'
나는 짧게 숨을 뱉어낸다. 이 문제는... 차차 해결해 나가야 할, 나의 속죄. 질끈 감은 눈을 사내는 그렇게 뜨지 않았다.
"다른 신 분들도... 계신겁니까? 도대체, 저희는 어째서 추락을..."
이해되지 않는다는듯 짧게 중얼거리다. 부드러운 머릿결 스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 쪽으로 얼굴을 향한다. 해답은 주지 못한다. 그 대신, 이제부터는...
"...속죄하고 싶습니다."
"선을, 행하고 싶습니다. 제가 맹세한 기사도대로. 악을 멸하고 죄를 단죄하며 약한 이들을 구원하고자 합니다."
>>669 이건 전에 있었던 일상 내용을 제 멋대로 엮어서 페일주가 모르실 수 있겠네요 죄송합니다! 이전에 영이와 만나면서 도적과 작은 트러블이 있었는데, 윈터는 순순히 보내주긴 했지만, 그때의 악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찔렀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윈터를 찌른 것은 성인 남성의 손 한 뼘 되는 정도의 날을 가진 나이프? 페일이 도와주었다면 정말로 큰 부상은 아니었을 수 있겠어요!
숨을 내뱉는다. 며칠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늘에는 균열이 벌어졌으리라. 그 기괴한 소리는 그것 말고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거기에, 주민들의 태도 역시 많이 바뀌었다. 미하엘 양, 사람들이 친절한 세계라고 하더니, 그런 의미였습니까?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는 그런 의미 말입니다. 지금의 당신과 만난다면 묻고싶은게 아주 많군요.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같은 여관에 머무르지만 그 이후로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숙녀가 있는 방에 덜컥 들어가기도 뭐하니. 하아, 다시금 짧은 숨을 뱉었다. 그저 방랑자이고 싶었는데, 태도가 이러니... 꼬르륵, 경망스럽게 배에서는 굶주린 소리가 났다. 어디선가 물이나 마실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리 생각하다 어느새 도시 외곽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어느새 기척이 느껴진다. 누구냐는 앳된 소리에 그쪽으로 질끈 감은 눈, 얼굴을 향하며 천천히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