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머리카락을 부드러이 쓸어내리는 손길. 소녀는 저항하려는 듯 계속해서 칭얼댔지만 떨쳐내기엔 너무 포근한 품이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숨소리며 따끈한 체온이며 하는 것들이 사고를 어지럽히고 있다. 인간들은 신체적 접촉으로 안정을 얻기도 한다는데, 이게 그런 걸까. 하지만 자신은 인간이 아님에도 이 품이 몹시 편안했다. 게다가 어딘지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마저 들었다... 그건 기실 상대가 추락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었지만 정신 몽롱한 소녀는 그조차 구별하지 못했다.
"흐갹!"
문득 다가온, 거침없는 손길에 소녀는 제정신 되찾는다. 그리고 새된 비명 짧게 내지른다. 여인의 팔은 제 허리를 감싸안았고...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제서야 소녀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안겨있으니 부끄러울 수밖에. 이대로 있다가 무슨 짓 당하면 어떡해?! 변태! 저질! 파렴치한! 그렇게 외치며 그녀의 가슴팍을 툭툭 때려버리기라도 하고 싶었건만,
이름도 모르는 소녀를 와락 끌어안고 잠시,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있으면서, 윈터는 정말 이상한 꿈을 꾸었다. 분홍으로 빛나는 폭탄이 제 몸에 넣어져서 안절부절못해하는 그런 꿈. 그것이 펑- 터지고 나면 잠에서 깨어난 윈터는 제가 끌어안고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 뒤늦게 인지한다. 그만해달라고 웅얼이는 목소리에 조심히, 팔베개하듯 소녀의 목을 감싸안았던 왼팔을 빼내고 나서.
"너, 뭐야."
부스럭거리며 끌어안았던 이불을 옆으로 치우며 몸을 일으켜 앉은 윈터는 제 앞에 누웠는 소녀를 멍하니 내려보았다. 팔을 들어 제 살냄새를 맡아보면 역시 퀴퀴한 냄새만 날 뿐이다.
긴장한 몸으로부터 서서히 힘이 빠지며 다시금 몸 뉘인다. 그 모습 바라보던 그가 안심한 듯 설핏 웃었다. 이마에 내린 기척은 이어 젖어든 눈가를 지긋이 덮어 주었을 테다. 눈물 어린 참회를 받든 그는 정말 신이 맞을까. 아델라이데가 생각하는 신이란 과연 무엇이기에, 신이라 여기는 이의 앞에 선 것만으로도 이토록 비통한 슬픔 토하게 되는 것일까? 그는 영원할 뿐 무지한 존재다. 그렇기에 이 간절한 뉘우침에 함부로 선고 내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 많은 고해의 문장 중 그가 확언할 수 있는 말 단 하나 있었으니.
“용서하고 사랑해. 다른 모든 사람에게 용서받지 못할지라도, 내게만은 용서 받을 수 있어.”
머리를 진탕 녹여낼 듯 끓는 열기에도 불구하고 눈가에 머문 손의 온도는 처음과 꼭 같았다. 차디차지만, 그 손길에 담긴 온정 역시 언제까지고 식지 않으리라는 듯. 침정한 손길로 이마를 쓸어 주던 그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신은 아닌 것 같아. 우리는 여러 세상에서 떨어져 내렸고, 추락자 중에는 다른 신들도 몇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 내 일행 중에도 신이 있거든.”
또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타인의 선악을 판별하는 기준이 없었다. 악인도 선인도 그에게 있어서는 모두 동등히 사랑할 사람의 무리에 불과했다. 인간사 비극과 불행과 추악상마저도 모두 사람의 존재로부터 비롯하기에. ‘모든 산물’을 사랑함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들이 서로를 끝없이 해한다면 그것은 분명 슬픈 일이겠지만, 그 또한 사람의 뜻이라면 관망할 뿐.
처음부터 살아있던 적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나선 나는 한동안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했다. 지금 눈 앞에서 이렇게 나와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표현하는 이 사람이 단 한번도 살아있던적이 없다니. 기억이란 본디 살아있는 이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 종교적인 색채를 입힌다면 기억은 곧 영혼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살아있던적이 없던 이 사람에겐 분명 영혼도 없을테지.
" 그럼 제가 내세울 수 있는건 딱 하나의 가설뿐이네요. "
이것도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말도 안된다고 고개를 내저을만한 가설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아니면 그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단 한번도 살아있던적이 없었다면 그는,
" 당신은 죽음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
영은 자신이 목이 잘려도 다시 붙일 수 있다고했고 산산조각이 나면 아무런 흠집도 없는 새것 같은 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만약 그의 엔트로피가 어느 시점에 고정 되어있고 그 엔트로피가 일정 이상의 크기가 되었을때 기록된 엔트로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말이 된다. 왜냐면 주시자들 또한 엔트로피의 흐름이 고정되어있는 곳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이런 현상에 대해선 아주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된다.
" 그냥 제 가설이니까 진지하게 들으실 필요는 없지만요. "
그러다 갑자기 잘라본다는 말에 식겁한 나는 손까지 내저으며 그럴 필요 없다며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몸을 자른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다니 일반인이 들으면 진짜 겁먹을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에서 고통은 없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계속해서 떠올랐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물어볼 시간은 많다.
" 어쨌든 흥미롭네요. 당신이 얘기하는것 전부가. "
오래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이런 존재는 처음이었기에 흥미를 돋구기엔 충분했다. 윈터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데려온 것인지. 뭔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면 영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가 정말 다리 한쪽이라도 잘라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