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88 근데 노래는 아예 못할듯. 실력이 나쁜게 아니라 그냥 소리를 잘 못내는 느낌. 이전 자연계에서는 소리를 낼 일이 없었을테니까 발성기관 자체가 불완전할것같아. 사회가 없으니 소리로 소통을 하는것도 아니고 사냥감 유인에 소리를 쓰는것도 아니었으니까. 발성기관의 존재는 그저 인간을 흉내낸 의태로서의 의미밖에 없고. 그래서 말소리도 되게 단조롭고 높낮이가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말을 잘 못하는것도 언어를 제대로 배운적이 없어서도 있지만 소리내는것부터 어색해서 그래
불쌍하고 가련한 장사치라기엔 관상이 사기꾼인데...라고 메구무와 아이리는 동시에 생각했다. 역시나 의형제다웠다. '이 녀석은 추락하기 전 배신을 당했군... 굽신대는 태도를 보아하니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사탕발림하며 살아왔나?' 이렇듯 싸바싸바하는 인간상을 부담스러워하는 메구무는 언짢은 얼굴을 한 채로 칼이 건네준 찻잎(?)을 받아들며 말했다.
"미칫나. 이게 먼지 알고 묵노."
참고로 메구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출처불명의 음식이나 제조과정이 불명확한 약. 냄새는 한번도 맡아본 적 없고, 색도 전에 본 적 없는 색이었다. 맛이야 당연히 모르고. 극히 혐오하는 눈빛으로 찻잎을 본 메구무는 너나 실컷 먹으라는 듯 다시 칼에게 찻잎을 던지곤 물었다.
"언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줄 알고 장사를 하노, 머 비전이라도 있나?"
그 찻잎이 비장의 무기는 아닐테고, 그렇게 말을 하면서 벽에 기대앉아 육포를 입에 무는 메구무였다. 이제 이것도 슬슬 떨어져가는군... 아이리가 했던 충고를 되새기던 메구무는 칼에게 물었다.
안울었다기엔 눈꼬리가 젖어있는 것이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졌지만 괜시리 지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방금 그녀가 가슴을 때리려던 위력을 보고도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로등에 비치는 그녀의 주홍빛 눈동자는 여전히 내 가슴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름답다, 내 기억을 저것으로만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 정말 그래도 되는걸까요. "
내가 당신의 옆에 있는 것이 그저 내 이기심이 아니어도 되는걸까요. 나는 그녀의 말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빌어먹을 기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냥 그녀의 옆에 있어도 되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결혼이 아니라 친구라는 말에도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아직 무리라고 생각한다.
" 정말 고마워요. "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온다. 너무 가슴이 벅차올라서 그런걸까. 이렇게 울어본 것도 진짜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운게 가족들이 전염병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 기록해야했을때가 마지막이었던것 같다. 그 이후론 내 마음속의 무언가가 깨진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가면서 나는 말했다.
" 다음엔 윈터의 이야기가 듣고싶어요. 얘기해줄 수 있을때. "
평생을 함께하려면 적어도 서로 숨기는 것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알아가고자 한다.
'영원히'라는 말에 눈에 띄게 당혹스러워하는 메구무. 그간 돌아갈 생각만 했지 여기서 평생 살아야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런 것을 보면 메구무는 여전히 순진한 구석이 남아있었다. '왜 그간 여기서 영원히 살거란 생각을 못 했지?' 아주 간단한 생각인데, 그것을 못 해 고뇌에 빠진 메구무였다.
"글나... ...휴우, 인생 한번 개빡시다..."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메구무는 한탄했다. 어째 내 바람대로 이뤄지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았다. 아이리를 감싼 한쪽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이대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아이리를 영영 돌려내지 못 한다면... 절망적인 상황을 상상하던 메구무는 칼의 말에 정신을 퍼뜩 차린 듯 무덤덤하게 말했다.
"연고나 환약. 그런데 퍽치기로 가방째로 털렸제."
그 가방, 꽤 값 나가는 거였는데. 메구무의 눈빛이 아련해보였다. 값이 나가서 아낀 것도 있었지만, 떠돌아다니며 약장사를 할때 늘 함께한 동지와도 같았기에(아이리보단 덜 소중했지만) 아쉬움이 남은 것 같았다.
"그 처죽일 것들, 딴 건 다 털어가도 이건(검들) 가져가지 않았다. 이게 나름대로의 자비라면..."
새벽 내내 네차흐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연 밀려오던 피로감에 방으로 돌아가 난생 처음 잠이란 걸 자본 소녀. 간밤의 잠은 무척 평화로웠다. 인간들이 말하는 꿈처럼 흐릿한 형상이 떠오르지도 않았고, 잠 못 이루며 뒤척대지도 않았다. 잠꼬대나 코골이 따위는 당연 하지 않았다. 짧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창문 사이로 햇빛 비쳐들어옴에도 소녀는 좀체 깨지 않았다... 온 몸을 이불로 칭칭 감은 채로. 게다가 자던 중 침대서 굴러떨어지기라도 헀는지, 소녀가 누워있는 곳은 딱딱한 맨바닥이었다. 잠버릇이 고약하기라도 한 건지...
이불에 둘둘 말려선 두 손으로 이부자락 꼭 쥔 채 단잠에 빠져있는 소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잠꾸러기였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지 한번 냈다면 그 이후부턴 목에 힘을 어느 정도로 주느냐로 성량을 조절하는 것이기에 한번 할때 훅 밀고 나가야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어서 한번 더 해보라는듯한 표정으로 영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상당히 듣기 좋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 좋아요. 그렇게 조금씩 연습하다보면 일반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거에요. "
그렇다고 안쓰던 목을 갑자기 많이 쓰기 시작하면 분명 무리가 올 것이다.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근육의 움직임이니까 말이다. 이젠 다시 필담으로 얘기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목에 가져다대고 있던 그의 손을 놔준 나는 아까부터 궁금하던 것을 결국 물어보기로 했다.
" 당신에게선 아무런 생명의 징조가 느껴지지 않아요. 마치 죽은 시체를 되살린 것처럼. "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던 세계는 마법이 고도로 발달했었으니 네크로맨시 계열의 마법도 충분히 종류가 많았고 대부분이 금기시 되는 것이었지만 개중에선 시체를 되살리는 마법도 있었다. 세계의 종말 중에서 하나는 계속해서 시체를 되살리면서 싸우던 국가들이 결국 마법의 오작동으로 시체들에게 공격 받게 되는 것도 있었으니 말이다.
" 나의 세계에서는 그런 마법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 그것으론 설명할 수 없을 정도에요. "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윈터는, 제 소매를 한쪽 손에 끌어모아 서투른 손길로 엘프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수천 년을 살아왔다면서.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는 모습은 윈터가 보기에 마냥 제 또래의 소년 같기만 하다. 어쩌면 이 아이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모성애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내 이야기는 언제든 들려줄 테니까. 밤이 늦었으니 일단 돌아가자."
그도, 저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상냥하고 친절한 엘프인 그는 저보다 더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저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났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는지. 엘프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일어선 윈터는 어디로 갈 것을 아는 듯이 도시에 하나뿐인 여관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만약 발설 시 위약금이 있다고 말했지만 메구무가 뭐라 말하기 전에 바로 잎의 정체를 말했다.
"이건 그냥 식물이 아닙니다. 동물을 잡아먹는 식물의 잎이죠, 식물이 동물을 잡아먹고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어떤 효과가 나올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약팔이라는 말에 신념이 있는 그는 정말 훌륭한 약사라고 생각을 했다.
"잘 생각해보십시요, 우리 인류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약이란 것이 과연 처음부터 존재했을까요? 모든 이들이 도전하고 위험을 무릅썻기 때문에 형씨가 알고 있는 약 제조법도 만들어진거랍니다."
그럴듯한 사기꾼의 말이었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인간은 도전을 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지혜의 열매를 손에 얻은 동물 아니겠는가?
"한낱 약팔이 짓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십시요. 우리 은인께서도 구하고 싶을 때 구하지 못했던 이들이 분명 있었을겁니다. 그런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인데 그저 아무도 만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실건가요? 그렇다면 새로운 신약을 만들어내거나 미지의 재료를 연구하는 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런 일을 하는걸까요?"
교묘하게 정론을 섞어서 뱀 같은 새치 혀를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정말 일 하는게 너무 좋단 말이야.
"물론 싫다면 거절하셔도 좋지만 생각해보십시요, 단순히 차로 팔리는 것보다 인간을 위해 약으로 소모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 아니겠습니까? 우리 형씨 말대로 한낱 장사꾼인 저보다! 우리 약사 형씨의 손에 있는게 이 잎에게도 더 좋은 일 같단 말이죠. 헤헤..."
조금 전 목소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그럴싸했다! 발전의 기쁨과 적시에 함께 들어온 라클레시아의 호응에 스스로워 하면서도 생긋 웃었다. 또 해야 할 일이 있을까?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라클레시아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교습은 여기에서 끝날 모양인가 보다. 문득 화제가 바뀌었다.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어서는 담담한 투로 쓰인 필체.
[ 하지만 시체는 아니야. ] [ 비슷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
생각해 보면 미하엘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시체라서 아프지 않은 거냐고. 그가 공연히 제 뺨 긁적이다 설풋 찡그린 얼굴을 마주보았다. 묵묵하게 있는 시간이 길었다. 즉시 대답하지 못한 것은, 무어라 대답해야 좋을지 자신조차도 알 수 없었던 탓이다.
[ 아무 일도 없었어 ]
무용하게만 들리는 한 마디로 대답은 끝이다. 그는 그대로 멀뚱멀뚱 상대를 바라보다, 조금 뒤에야 자신이 쓴 말을 다시 돌아보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 답변은 부족해 보였는지 슬그머니 한 마디를 더했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밤이 짙게 내려앉은 거리는 지나는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하고 적막할 뿐이다. 도시에 하나뿐인 여관. 라크와 함께 묵직한 나무 문을 조심히 밀고 들어서면 카운터 테이블 위에 놓인, 발갛게 타고 있는 양초를 졸린 눈으로 바라보는 주인장 마시의 얼굴이 고단해 보인다.
"미안..."
방금 문을 걸어 잠그려고 했다는 말에, 윈터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늦은 시간에 돌아다녀 좋을 것 없다는 핀잔을 들으며 지낼 곳을 안내받은 윈터는 저와 다른 층으로 향하는 라크에게 아침에 보자 인사하며 삐걱삐걱 소리가 요란한 계단을 느리게 올랐다. 아마도 라크가 미리 방을 구해두었던 것이겠지.
배정받은 방 안에 들어서면 침대가 하나가 아니었다. 게다가 한쪽 침대에는 웬 자그마한 소녀가 이불을 끌어안고 곯아떨어져있어. 이게 뭐지 싶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방 한편에 비치된 물수건으로 몸을 가볍게 닦은 윈터는 아무런 생각 않고 폭신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그리고 아침.
새벽부터 시끄럽게 짖어대는 새소리에 눈을 뜬 윈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아 졸린 눈을 손등으로 비비다가. 발치에 애벌레처럼 이불에 둘둘 말린 존재를 멍하니 내려보았다. 제 눈 색과 비슷한 예쁜 주홍색 머리. 상당히 어려 보이는데. 분명히 새벽엔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맨바닥에서 자고 있는 것이 못내 신경이 쓰여서 소녀를 깨우려 가까이 다가갔단 말이다.
소녀에게서 풍겨오는 애기 분유 냄새에 몸이 나른해져... 그 옆에 바짝 누워서, 이부자락을 꼭 쥔 손가락을 끌어당겨 냄새를 킁킁 맡으며 다시 잠에 빠져들려 하는 윈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