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나 역시도 진심으로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것들이 활개치지 않는 세계를 보고 싶었으니. 꼭 평화롭지만도 않을 것 같기는 하였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기에. 윈터 양의 세계도 그리 평화로워 보이지는 않았고... 이 사내의 세계 역시도 어떨 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허나 자신은 믿고 있었다. 인간끼리의 다툼은 반드시 끝낼 수 있으리라고.
"제 세계에선 그것들이 활개치고 다녔습니다. 영혼이 없는 마족들, 그들이 세계를 유린하며 벌인 일들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죠."
"저는 그들을 증오합니다..."
"그렇습니다. 다만 이 세계에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 이야기하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마법은 참으로 악독한 것이라, 어쩌면 우리는 저주를 받았을지도 모르죠. 혹은 신같은 존재에게 농락당했을 수도 있고.. 우연이 겹쳐서 세계를 유랑하는것일지도 모릅니다. 자세한 것은 저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군요."
>>971 귀여워...(복복복) 마자마자 영주, 전에 편하게 이어달라구 했잔아~ :3 그러면 음... 약간 기절했다는 느낌으로 독백처럼 잇고, 여관에서 간단하게 치료를 받은 느낌으로(붕대같은거 좀 둘둘 매고..) 눈 떴는데 영이가 지켜보고 있어서 약간 말 거는 그런 느낌으로 이어와도 될까~? 아니면 막레를 원하면 여기서 끊고 다음번에 만나서 돌려도 좋아 ;3
'나는 아프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외로웠거든. 네가 날 상처입힌다고 해도 나는 그것마저 기뻐.'
외로움, 고독. 자신에게도 익숙한 단어였다. 자신 역시도 얼마나 고독했던가. 왕국이 전부 불타 사라져버린 이후로, 심장에 비수가 박힌 이후로 줄곧 외로웠다. 고독했다. 환한 태양같은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 섬길 주군이 있었다. 충성을 바칠 대상이 있었다. 내가 지켜야 할 국민이 있었다. 허나 전부 사라져버렸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 걱정 없이 세계를 방랑하던 때에는 외롭지 않았다.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있는 기분 마저 들었다. 없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헌데, 얼마나 오랫동안 외로웠으면, 상처입힘 조차 기쁜것일까.
"신이시여, 대체 어디에 계셨나이까."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힘겹게 헐떡이며 질문했다.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전부 이유가 있으리라고 믿었다. 전부 이유가 있어서 신께서 나를 굽어 살피지 않으셨노라고, 오히려 벌을 내리셨노라고 그리 믿었다. 전부 나의 잘못이다. 간악하게 인두겁을 뒤집어 쓴 그것에게 속아넘어갔기에, 신께서 분명히 경고하셨을텐데, 그리 믿고 있었기에... 그러나, 원망하지 않는 것 역시 아니었다. 괴로웠다. 심장은 이미 너덜너덜하게 찢겨 있었다. 그 정도로, 사내는 괴로웠다.
'...이 ...아파?'
점점 들려오는 소리마저 희미해진다. 세계는 어둡다.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지, 심장이 뛰고 있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래. 사내의 세계는 결국 어둠으로 물들었으니.
"바울 경, 바울 경!"
눈을 뜬다. 많은 소리가 한번에 귓가로 들려와 정신이 혼미하다. 구두굽소리. 칼 부딪치는 소리. 괴성. 함성. 번개 쏘는 소리. 역겨운 시취. 피냄새.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벌떡 몸을 일으킨다.
쿵, 하고 떨어지는 투구와 갑옷 소리. 나 역시 갑옷을 벗어던진다. 퇴각 나팔 길게 울리는 소리. 그리고 일순, 검 부딪힌다. 두근거리며 미친듯이 뛰는 심장소리때문에 적의 위치를 놓칠 일은 없다. 쐐액, 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 들려오면 검을 갈라 부딪히고. 몇 합이나 이어졌을까. 백 합은 쉬이 넘었으리라. 이대로면 체력이 다해 쓰러지리라. 나는 날이 나가, 부러지기 직전인 검을 버린다.
"벌써 끝이냐, 심장 파괴자여."
"가로되-"
손 끝을 그러쥔다. 검을 쥐듯이. 츠즛, 하고 빛무리가 모여들고.
"호오."
"심검은 검인 듯 하나 곧 내 마음이니."
"오거라."
천천히 그 자리에서 검을 휘두른다. 초식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몇번이고 연습한 상단 휘두르기.
"베고자 하면 벨 수 있으리라."
첫 합에 녀석의 뿔을 베었다. 빠르게 달려오는 녀석 상대로 다시금 천천히 대각선으로 내려친다. 오른팔과 왼다리가 잘려나가고, 털썩, 떨어지는 소리. 허나 녀석은 계속해서 달려온다. 왼쪽 팔에서 번개 모이는 소리.
"끝이다."
검을 허리춤에 대고 발도한다. 곧 검은 형체도 없이 흩어진다.
고요하다. 이 순간이 내게 속삭여오는것처럼. 쭉 뻗은 검을 역수로 고쳐쥐고 천천히 두 손을 모은다.
털썩, 쓰러지는 소리.
"...훌..륭하다..."
각혈.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바....울 경, .....씨,"
[아저씨.]
뭐?
아니,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일순 뺨에 부드러운 두 손이 닿는다.
[왜 웃고 있어?]
내가, 웃고 있다고? 불타는 도시. 불타는 왕국. 쓰러진 전우들. 죽어간 나의 폐하. 동료들. 나를 사랑하던 이들. 내가 지키려던 것들.
[왜 웃고 있는거야?]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고!!!"
소리지르며 잠에서 깬다. 격통이 온 몸을 덮친다. 수백개의 화살에 꽂힌것같은 격통. 땀으로 푹 젖은 육신. 가쁘게, 허억 허억 숨을 내뱉으며 이마에 손을 짚는다. 대체, 나는...
엘프가 내미는 상냥한 손길을 신경질적으로 툭 쳐낸 윈터의 눈꼬리가 축축하게 젖어있다. 울지 않는다는 것은 바보도 알 수 있는 거짓말이다. 윈터는 분한 표정으로 엘프를 쏘아보았다. 꼴사납게 눈물을 흘린 것에 자존심이 상했을뿐더러 밀어내려 하는데도 마음처럼 모질게 굴질 못하겠기에 더 그랬다. 밤 내린 거리에 사람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희게 켜진 가로등에 비친, 엘프를 올려보는 눈동자는 여실히 주홍으로 반짝였다.
"그런 거라면..."
영생을 살아가며 한번 눈에 담은 기억은 절대 잊지 못하는 그와 반대로, 윈터는 갓 성인이 된 시점에 정신이 머물러있을 뿐이다. 이후로 십수 년, 혹은 그 이상을 더 살아왔음에도, 고된 일을 수없이 겪어왔음에도 그녀의 정신연령은 인간 나이로 이십 대 초반 정도에 머물러있다는 말이다. 그처럼 보아왔던 모든 일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편적으로 남은 기억들은 어린 소녀가 감내하기 어려운 것들뿐이라. 더 무서웠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이.
이곳에 떨어지고 나서,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를 빼놓으면, 윈터도 싫은 기억이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살면서 본 적 없던 새파란 하늘과 흰 뭉게구름이 좋았고, 호기심 많은 사슴과 토끼, 기분 좋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평화로운 세상과 친절한 주민들이 그저 좋았을 뿐이다. 함께 있으면서 그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지 않았다는 말. 그 말이 윈터에게 있어서는 조금은 커다란 의미로 다가와서.
"계속 곁에 있어 줘.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 ... "그러니까, 결혼하자는 말이 아니라...! 그냥 친구로...."
사실 지난번 이상한 소리를 냈던 것이 아직까지도 마음에 걸리던 참이다. 그동안 밤중에 몰래 나와 연습을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곁에 있으니 바짝 든 긴장이 좀처럼 빠지지 않아서, 도리어 목이 막히는 기분이다. 좀처럼 방금의 발성이 재현되지 않아 골머리를 썩이던 중 라클레시아가 말하길.
“……벌,”
아직은 갑자기 큰 소리 내기까진 무리였던 모양이다. 열렸던 말문 도로 닫혔다.
[ 벌써? ]
하려던 말 종이에 대신 써 보인 그의 기색은 조금 당황한 듯싶었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는 경험부터 생소하긴 했지만 그보다도…… 뭐랄까. 언제나 시간만이 무한하던 세상에서 살아 왔기에, 그의 시간 관념은 불사신이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넉넉한 면이 있었다. 난생 처음 겪는 빠른 진도와 적극적인 교육열에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필담이 불편하다는 건 사실이니까. 알레프와 처음 이야기했을 때도 불을 켜기 전까지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고 말이다. 마침내 마음을 조금 다잡은 그가 짧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미미하고 발음이랄 것도 없는 쉬운 말이었지만, 조금 전보다는 목소리의 상태가 나아져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