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이곳에 머무른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처음에는 평화롭기만 하던 도시에 균열이 이듯 여러 불안한 소문이 들려옵니다. “그거 아는가? 외곽 쪽 땅이 계속 무너진다더군. 그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다쳤던데······.” “아, 들었죠, 들었죠.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무너진 곳에 접근할 수 없게 해두었다지요?” “맞아요. 그러고 보니 지난 번 침입자 이후로 또 누가 중앙에 침입하려 했다더군요.” “겁도 없는 사람이야. 아니, 사람들인가?” “뒷골목 깡패 여럿이 살해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 치들은 살해 당해 마땅하죠! 어찌나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만 일으켰던지······!” “이 사람아, 이 도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것도 몰라?” “하지만요······.” “그렇거나 말거나, 도시가 불안정하긴 마찬가지네요. 이게 전부 ■■■ 탓일까요?” “관련 없다고는 못하겠지. 에휴, 우리는 우리 일이나 함세.” 문제라곤 없을 것만 같던 도시에 생긴 문제들은, 어쩐지 어떤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결코 평화롭지 않을 거란 것도요.
그가 알았다며 보여준 종이 끄트머리엔 조그맣게 '원래는 할 수 있었는데…' 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말을 원래부터 못한게 아니라 할 수 있었는데 못하게 됐다? 물론 그런 증상을 가진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어증이나 함묵증이 그러하다. 둘 중 어느쪽에 속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 오, 그렇게 하면 되겠는데요? "
영의 손을 잡아서 목에 가져다대고 말을 해주자 그도 반대 손으로 자신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고선 무언가 말을 하려는듯 했다. 그리고 엄청 작아서 듣기는 힘들었지만 어쨌든 목소리가 나온 것은 들을 수 있었다. 일단 내는 법을 알았으면 크게 내는건 목에 힘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다르다.
" 거기서 목소리 크기를 키우고 싶으면 목에 힘을 더 주면 됩니다. 이렇게요. "
여전히 그의 손을 붙잡은채라서 나는 목에 다시금 가져다대고선 음의 높낮이를 바꿔가면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근육에 들어가는 힘의 정도라던가 그런 것까진 알려줄 수 없는게 아쉬웠지만 그런건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녀는 뒤늦게라도 들뜬 기색을 감춰보려 하지만, 한 번 품기 시작한 기대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뒤이은 남자의 말이 그 기대를 더욱 부풀렸으면 부풀렸지.
"...정말? 친구 데려와도 돼?"
소녀는 눈을 번뜩이며 되물었다. 그렇다면 라클레시아랑, 라클레시아의 친구랑, 네차흐도 같이? 역시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아까 일은 사과도 했고, 누구나 오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니까! 남자가 건넨, 다소 유치한 스티커를 받아든 소녀가 제멋대로 결론 내리고선 고개 끄덕인다.
"그래, 좋아! 이제 화 다 풀렸어."
그러더니 아무 걱정 말라는 듯 방싯 웃어보인다. "칼은 좋은 사람이구나." 사실과는 영 거리가 먼 생각을 두어 마디 덧붙이기도 하고...
인간은 식물에게 열매나 잎을 요구했다. 잎을 새로 내는데는 양분이 필요했다. 그러니 벨트체와 교환하는게 그런 것들이라면 벨트체로 얻는 양분은 잎을 내는데 필요한 양분보다 많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글쎄, 그렇다면 인간의 일방적인 손해가 아닌가. 적은 양분과, 많은 양분을 교환하자니. 믿을수 없다.
"자세히."
인간은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양분과 관계 없이 미각이라는 것으로 더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같은 꿀이라도 더 향긋한 꽃을 찾아가는 벌과도 같은 습성이리라. 그렇다면 양분이 적어도 같거나 높은 가치를 가질수 있겠지. 식물은 납득했다.
그러나 식물은 제 잎과 줄기가 인간에게 무해한지, 선호도가 높은지 알지 못했다. 제 서식지에서 인간은 이미 한참 전에 떠나버렸고 식물은 인간을 추락 후에 처음 만났다. 식물은 어찌되었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제 잎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아 공생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뭐, 인간을 땅에 묻어 비료로 쓰면 그만이 아닌가.
식물은 인간을 땅에서 뱉어냈다.
"열매는 맺지 않아. 줄기는 다시 내는 시간이 오래 걸려. 그러니 잎만 줄수 있어."
식물은 잎의 작은 조각을 쭉 찢어 내밀었다. 그는 동물을 잡아 삼키는 포식성 덩굴이었고, 사냥에는 언제나 미끼가 필요한 법이었다. 식물의 잎에서 단 향이 날수 있었던 까닭이다. 미끼가 되기에 충분한, 나무열매를 연상케 하는 향은 충분히 인간의 기호에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거름이 될 뻔 했던 칼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왜 거짓을 말하지 않느냐고, 왜 죽이지 않느냐고, 왜 용서하느냐고. 그 모든 질문의 답은 한 가지 문장으로 귀결된다. 너를 사랑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 역시 사랑하기에. 그저 그뿐이다. 하지만 그 사랑의 근본적인 이유를 풀어낸다면─ 기억 너머, 어느 세상의 풍광이 선연히 떠오른다. 모두가 주검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버렸다. 나만을 남겨두고서. 어느 때는 무엇일지라도 좋으니 산 것을 찾고자 했고, 또 어느 때는 하염없이 낙담했다. 언젠가는 차라리 사라지기를 원해 이루어질 리 없는 희망을 하염없이 바라기도 했다.
“……나는 아프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외로웠거든. 네가 날 상처입힌다고 해도 나는 그것마저 기뻐.”
따스한 사랑과 안락한 온정도, 지독한 악의와 서글픈 공포마저도. 진선과 추악 또한 결국 그것을 정의할 ‘타인’이 존재해야만 성립되는 개념이다. 선과 악마저 당신의 있음으로서 존립하리니, 그러니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상관없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사랑하리라고. 과거를 깊이 조명하던 심상에서 벗어나 현재를 돌이킨다. 낭자한 붉은 피가 역설적으로 생을 증명하는 것만 같아, 그가 설핏 웃었다.
“글쎄. 그건 확신 못 해.”
이번에도 신이라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신이라는 존재가 모두 알레프와 같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이라는 것이 확실한 알레프는 그와도 제법 닮은 점이 많으니 말이다. 이유 없는 적개심을 받아내고 칼에 베여 나갈 때까지도 마냥 평온했던 목소리에 어느덧 근심이 섞여들었다.
“많이 아파?”
그리 말을 걸어 봐도 돌아오는 반응이 조용했다. 자신은 결코 흘리지 못할 눈물. 여태까지도 사람의 생리에 어두운 그는 눈물의 의미 역시 알지 못했으나, 본능의 경종만은 예리하게 울렸다. 서둘러 도시로 돌아가야 했다. 환자를 엉성하게 끌던 것도 잠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그는 마침내 보다 효율적이고 적합한 자세를 찾아내었다. 짊어진 상대가 워낙 키가 컸기에 그러고도 다리가 바닥에 질질 끌리는 것만은 방도가 없었지만. 다른 신체능력은 평범할지언정 체력만은 손꼽히게 뛰어난 그다. 멈추지 않고 빠른 걸음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관문까지의 거리는 수월하게 좁혀졌으리라. 수상하게 난도질된 차림을 한 채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짊어지고 오느라 한 차례 소동이 일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