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문득 그는 상대의 말로부터 어떠한 결의를 느꼈다. 아니, 그 정해진 답이 아니라면 위태로운 근간이 즉시 무너질 것만 같은, 벼랑 끝에 몰린 듯한 필사必死의 처지를 느꼈다. 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는 타인이 상처 입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장에 말했다.
“그러면 그런 거라고 할게. 나는 아마 영혼이 없을 거야. 그렇지?”
어느 세상, 어느 문화, 어느 누군가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할 진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목소리가 역설적이게도 밝다. 그에겐 영혼의 존재 여부 같은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라. 남이 바란다면 얼마든지 그렇다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다친 것처럼 보였나 봐. 그래서…….” 그런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화가 깊어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곧이어서는 아예 목까지 날아가 버려 떠들 형편도 되지 못했고.
태연스레 머리를 주워들었지만, 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복잡하게 나돌았다. 이 정도의 손상을 입을 상태에서 피를 토하는 사람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잠깐이라도 고정이 풀리면 굴러떨어지는 머리를 붙들고 할 수 있는 일이란 제한되어 있다. 지금의 상태로는 상대가 제풀에 쓰러진다 해도 끌고 갈 수도 없으리라. 그렇다면 이쪽이 도망을 가 도움을 구하든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흉흉하게 벼린 기세를 보니 그것도 어려울 듯싶다. 그는 잘려나가 바람 새는 목으로 짧은 한숨 내쉬었다.
“피가 나는데 왜 자꾸 움직이려고 해? 아무리 잘라봤자 어차피 넌 날 못 죽일…….”
걱정 어린 기색으로 대답하던 말이 끊어졌다. 세계의 멸망?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에 피식 실소가 새었다. 그는 곧 소리 내어 웃었다. 가지런히 찢어진 입매 손으로 가벼이 가려내지만, 불측하게 새는 소성 완전히 감추어지지는 않는다. 숨죽인 웃음소리 연신 흘려 대던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너희 자신보다도 내가 너희를 더 아낄 거야. 나는 이 세상을,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 모두를, 생명이 존재함으로서 생겨나는 모든 산물을 사랑하고 있어.”
칼보다도 예리한 의지에 심장이 꿰뚫린다. 그러나 걸음만은 멎지 않는다. 이어 몸을 가르고, 어깨가 잘려나가고, 찰나간 육신 곳곳을 난도질 당하면서도 악착스러운 목숨을 붙잡은 의지만은 굳건했다. 끝내 상대의 목전에 당도해서야─
“너를 괴롭히는 모순과 불행마저도 전부. 난 너희를 사랑해.”
간신히 형체를 유지하던 ‘것’들이 무너져내렸다. 머리를 잃고서도 버티던 몸이 마침내 쓰러진다. 미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비로소 무로 돌아간 몸뚱이는 이제…….
……. ……. …….
어떤 방식으로도 그 순간을 인지할 수는 없었을 테다. 변화의 과정이나 전조를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현상은 이미 눈앞에 닥쳐 있었다. 이것이 응당한 이치나 진리라도 된다는 양, 그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무참할 지경으로 찢어발겨진 옷 사이로 드러나는 살갗엔 더는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 온전해진 몸을 살피던 그가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길게 늘어진 머리칼 드리우며 해맑게 웃는 얼굴.
>>474 영이 입장에서는 아무리 공격당해도 실질적으로 당하는 피해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기억 상실도 본인한테는 당연한 거라서 손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칼로 난도질 당해도 우리로 치면 햄스터한테 사정없이 물리는 정도의 기분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요(?) 아델 햄스터 설(???)
"당신이 선한 마족이라고, 모든 일이 내 빌어먹을 실수 때문이라고 믿게끔 만들지 마십시오. 솔직히 괴로우니."
그래, 그래야만 했다. 몇번이고 자신에게 되뇌어 묻는다. 정말로 내가 베었던 것들에게도 영혼이 있는가? 인두겁을 뒤집어 쓴 채로, 사람의 영혼을 가진 채로 짐승만도 못한 행동을 하는 인간조차 수없이 많았다. 허나 나는, 그런 이들조차 일말의 가능성을 믿으며 베어오지 않았다. 내가 오로지 베어 온 것은- 마족들과 마수들, 불경한 것들 뿐. 강한 힘을 가진 이가 있었다. 하늘을 누비며 번개를 쏘았고 불길을 다루었다. 여덟개의 이기어검으로 내게 맞서오던 사내도 있었다. 전부 베어왔다. 하나같이, 강자들 뿐이었다. 그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싸우면서 웃었다는 것. 비록 표정을 볼 수는 없었으나 검을 맞대던 그 순간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의 검에는 환희가, 무엇보다 열렬한 환희가 있었다. 전투, 정정당당한 목숨을 건 투쟁으로부터 오는 그 기쁨이. 나도 웃었던가? 머리가 깨질것만 같다. 눈 앞의 그것은 자신은 영혼이 없을거라며 말해온다. 나는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아뇨."
"벨 수 있다면, 죽일 수 있습니다."
말이 끊어진다. 불축하게 새는 소성. 숨죽인 웃음소리. 한 걸음 발 앞으로 내딛는 소리. 흉흉한 기색.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고, 제발 내게 말해주십시오."
어째서. 어째서 저것의 말에서는 거짓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던가. 두번의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그 마족 아이를 처음 본 순간에도 느껴졌던 이 감정에게 배신당했다. 사람을 믿기에, 사람을 믿고 있기에 배신당한다. 그러니까 더이상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다만 떠다니는 구름처럼 살겠노라고. 그래서 신께서 나를 벌하시는거라고, 이 빌어먹을 추락도, 지금의 해후도, 모든 것들이 전부!
빌어먹게도 나를 자책했단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대체 왜. 나는 다시금 각혈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짧고 얕은 숨을 간신히 몰아쉬며 탁한 눈만을 뜨고 있을 뿐이었다.
"..."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제 어차피,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분명히 베었다. 심장을 찌르고, 그대로 검신을 위로 돌려 어깻죽지를 가르고, 머리를 반으로 베었으며, 몸통을 상단으로, 대각선으로, 하단으로, 수없이 베었다. 그런데 어째서, 멀쩡한 육신을 앞으로 기울이는 소리가 울리는가. 더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윈터는, 엘프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속설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삿된 말로 자신을 우롱하려는 것이 아님을 잘 알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의 얼굴을 마주 보기가 어려웠다. 수천 년을 살아왔음에도 총알 한 발에 죽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덧없게 느껴져서.
"지금, 나 혼자서만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는 거 아니지?"
내 어디가 좋아서 그러냐느니, 혹시라도 딴 생각을 품고 있는 건 아니냐느니 하는 이야기는 구태여 꺼내지 않았다. 애매하게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그저 달을 등지고 다시 돌아서서, 비슷한 눈높이의 새하얀 눈동자를 슬쩍 마주했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릴 뿐이다.
"나도 네가 편하고,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지만,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되어버리는 건 조금 두렵네." ... "그러니까. 정말 나 혼자서 네 말을 이상하게 받아들인 거 아니지?!"
여태 부드럽고 나긋하던, 조금은 풀이 죽어있는 목소리였는데. 별안간 소리를 빽 내지르더니 토라진 것처럼 볼을 부풀리고 오른발로 흙바닥을 쿵쿵 내리찍으며 금방이라도 눈앞의 엘프를 때리기라도 할 것처럼 두 주먹을 꼭 그러쥐고서 어깨를 바들바들 떠는 윈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