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검지 손가락 때문에 놀랐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그 손을 치우고선 빙긋 웃어주었다. 듣기 싫다는 뜻일까 싶었지만 분위기를 보아하선 그런건 아닌것 같았기 때문이다.
" 윈터는 군인이었다면서요? 군인의 책무는 원래 그런 법이니까요. 저도 당신도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책무를 수행한 것이 지탄 받을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시선을 피하는 윈터를 담담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녀도 평범한 생명들보다 충분히 긴 삶을 살아왔으니 몇개쯤은 잊어버린 것이 있을 것이다. 혹은 포기해버린 것이 있을 것이다. 허나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녀가 날 완전히 이해할 수 없듯이 나도 그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니까.
" 아, 윈터는 안죽는다면서요? "
분명 인간들이 수작질을 부렸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아 이럴땐 진지하게 얘기했어야했나? 하지만 너무 진지한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야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이 너무나도 기뻐서 주체가 잘 안되니까.
" 그러니까 나는 평생 같이 있고 싶어요. 윈터만 좋다면요. "
머리를 다시 만지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녀가 툭 쳐냈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하나. 나는 쳐내진 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럼 이건 어떨까 싶어서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세상에 윈터의 입에서는 믿기 어려운 단어가 나왔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들었던 엘프, 내가 만약 윈터를 만나기 전에 머리 없는 상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거짓부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아직은 경계심이 있군.'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지. 천천히 내 편으로 만들면 되는 문제였다. 그 사이 윈터가 날 배신하지만 않으면 되니까. 우선은 천천히 윈터의 호감을 사기로 결정했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다른 추락자를 넷이나 더 먼저 만난 사람이다. 은원관계까진 모르겠지만 인맥이 있는 사람을 내 편으로 삼는게 더 빠르게 안전해지는 방법일 것이다.
잠깐만, 그런데 이 사람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큰 사고...?"
세상에 그 빛나는 조각을 찾게 만든 범인이 여깄을 줄이야.
"이야, 그거 찾느라 고생을 좀 했는데... 그거 찾으라고 의뢰를 준 상인은 그게 뭔지 설명은 안해주더라구요. 대체 그게 뭡니까? 사람 홀리는 재주가 있는 물건 같던데..."
처음 그 조각에 홀려서 멍하니 하늘을 보았던 지난날을 떠올리니 역시 이 세상엔 내가 모르는 위험한 물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그게 머리 위로 날아다닐 때 꽤나 정신 놓고 멍하니 보게 되던데... 꽤나 위험한 물건 아닌가요?"
//에고 제가 못봤군요! 미안해요 윈터주!!! 답레는 천천히 주셔도 되요! 내일오면 바로 이을게요~!! ㅠㅠㅠㅠ
“그건 모르겠어. ……영혼은 어떻게 판별되는 건데? 너는 영혼이 있어? 나는 사실 시체는 아니거든. 그러면 나한테도 영혼이 있을까?”
생명과 영혼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들은 어디에 깃든 것일까? 숨쉬는 몸과 휘도는 혈류에 묶였나? 명징한 이성과 정념이 그것을 좌우할까? 그도 한때는 골몰한 적이 있는 논제였다. 하지만 홀로 거듭하는 몽상은 망념이나 다름없기에 그에 관해서는 더는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다를 듯싶다. 그는 순전하게 궁금한 의도였기에 그리 물었는데, 그것이 상대에게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졌을지는 모르겠다.
“응, 미하엘이 날 도와줬거든.”
좋아하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말하는 기색 은근하게 들뜬다. 칼날이 번뜩이고 식은땀을 흘려 대는 분위기만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미하엘에 관한 이야기를 조잘거리지 않았을까.
나란히 선 두 명의 사이에 숨소리는 하나 뿐. 불길하게 울렁이는 듯한 침묵이 계속되다, 마지막 물음을 끝으로 정적이 깨어진다. 무언가가 둔탁하게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는 바닥을 구르는 둥근 그것. 목이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천연스레 지껄이던 목소리는 이제 영영 현묵하리라. ……그러나 뒤따라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몸이 쓰러지지 않는다. 덩그러니 머리 잃은 몸체는 참수 직전의 자세로 온전히 서 있었다. 비스듬히 누운 머리마저도 물끄럼 피를 토하는 인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이윽고 서툰 걸음소리가 들린다. 느릿느릿 떨어진 머리 곁으로 다가간 몸이 다리를 굽혀 떨어진 그것을 주워들었다. 한동안 두 손으로 제 턱이나 뺨을 붙잡고 틈을 끼워맞추던 그가 마침내 말했다.
“아니.”
……틈이 생긴 부분 탓에 성대에서부터 공기가 이상하게 샌다. “아, 아.” 몇 차례 연습하며 단면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맞추고서야 그나마 온전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가장 먼저 꺼낸 말이란.
“너 역시 아프구나. 일어설 수 있어? 도시까지 가야 할 텐데…….”
몸이 온전한 상태였더라면 어찌 부축이라도 해 줄 수 있었을 테다. 하지만 지금은 손을 아주 잠시 떼기만 해도─ 앗, 떨어뜨릴 뻔했다. ……그렇게 된 것이다. 그는 여전히 목에서 손을 떼지 못한 우스꽝스러운 상태 그대로 걱정스러운 시선만 보내었다.
"제게는 영혼이 있고, 인간에겐 영혼이 있으며, 시체가 아니라면 죽어 있음과 다를 바 없음에도 살아 움직이는, 마족을 닮은 당신에게는 영혼이 없습니다."
사내는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말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인간이 아닌 것에게는 영혼이 없다. 어찌 영혼을 가진 존재가 인두겁을 뒤집어 쓰고 그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내가 벤 것들에게도 영혼이 없으리라. 나는 저열한 살인자 따위가 아니었다. 나는-
"미하엘이 당신을 왜 도와줍니까. 추락자라서? 그녀 역시 이 세계를 지키고자 할 텐데, 어째서 당신 같은 것을."
아아. 분명히 베었음에도 어째서. 둔탁하게 떨어지는 소리. 바닥을 뒹구는 소리. 분명히 알 수 있다. 남들보다 예민한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헌데 어째서, 몸이 쓰러지지 않는 단 말이냐. 울컥, 하고 다시 피를 토했다. 더이상 검을 겨눌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조금만 더 내게 힘이 있었더라면. 바스락, 바스락 하는 소리. 서툰 걸음소리. 머리를 줍는 소리. 틈을 끼워맞추는 기괴한 소리.
"하아."
그는 탄식하듯 짧은 숨을 뱉었다. 아니, 아니야.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사내는 꿇었던 무릎을 천천히 일으켜 지팡이를 쥐었다.
"무릇 가로되, 검이란 무엇인가. 칼날과 손잡이가 있어야 그것이 검이더냐. 아니, 아니올시다."
"마음속에 검을 품으면 손끝만으로도 사합금을 벨 수 있나니..."
사내는 지팡이를 꾹 그러쥔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말에-
"그리 하지 마십시오. 우선은 대답부터. 어째서 당신은 죽은 몸으로 산 자의 흉내를 내십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무엇 뜻하는 바 있어 이곳에 왔습니까."
"그리고-"
"무슨 일을 벌일 생각입니까. 저 도시를 불태우기라도 할 겁니까? 세계의 멸망을 바랍니까? 악한 일 중 그 어느것 하나라도 바란다면-"
"내가 그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나를 기꺼이 베고 지나가십시오."
"나의 이름은 아델라이데 세인트 바울, 왕국을 멸망시킨 기사단장. 나의 기사도, 내가 맹세한것은 세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