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첫번째 이 세상에는 나 말고도 다른 추락자들이 있다. 그들은 전부 같은 세상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만났던 수인 선배에 식물을 보면 그건 명확한 사실이었다.
그러면 이런 다른 세상에서 내가 새로운 안정적인 삶을 살 방법은? 정직하게 일을 하는 것이다.
"옛날 버릇 죽이고 살아야겠군."
남들에게 뺐기보다는 우호적인 아군을 만들어야하는 상황, 힘이 없던 시절 내가 했던 것들이었다. 예전에는 잘 했으니 요즘도 잘 되려나 모르겠네... 여하튼 그렇게 내 아군을 만들려면 그들에게 줄 뇌물, 그리고 내 자신이 약해지지 않도록 예전의 힘을 찾아야했다. 맞아, 바로 돈이다.
당장 있는 크레딧은 이 곳에서는 사용 할 수 없고, 이 곳 주민들은 내게 의뢰를 하고 물건을 주는 상황. 그렇다면 나도 그 순환에 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세상 사람들은 뭘 주고 받는거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내 가장 훌륭한 무기를 꺼냈다.
그건 바로 다름아닌 내 팔에 있는 펜과 종이였다.
"좋아, 뭐든 팔아먹으려면 시장조사가 필요하겠지?"
난 주변에 사람들을 붙잡고 여러 질문을 했다. 다양한 이들에게, 어리든, 나이가 많든 간에 따지지 않았고 사람이던 사람이 아니던 상관 않고 물어보았다.
가끔은 너무 집요하게 물었는지 치안 유지대 같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려는 사람들도 있어서 힘차게 도망도 다녔지 뭐야.
"이쯤이면 됐다... 마지막 한 장은 누구에게 부탁할까나?"
주변을 돌아다니며 적당한 사람을 찾던 나는 긴 주황빛 머리를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여자아이들의 취향은 많이 못찾았는데...
옛날에 한번쯤은 꿈꾸었던 카페를 차리는 목표... 예전 불법거래를 할 때는 꿈도 못꿨지만 지금 이 세상에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좋아, 마지막은 소녀들의 취향을 한번 조사해보자.
"안녕하세요~! 수상한 사람은 아니랍니다~! 잠시 설문 조사를 부탁드리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난 환하게 웃으며 펜과 종이를 들고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사장님, 사장님은 실눈 때문에 그렇게 웃으시면 안돼요, 무슨 음모를 꾸미는 사기꾼 같거든요.'
예전에 그 말을 유언으로 바닷 속에 사라진 부하의 조언, 이상하게 그 조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구나? 그 말에 상대의 눈가로 새삼 시선이 갔다. 그리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땀 흘리는 뺨에 머무른다. 갑작스레 흠뻑 흐르는 땀이라 하면 어김없이 한 가지 가정으로 생각이 새어 버리고 만다. 어디가 아픈가? 모든 생물을 연약하게 보곤 하는 불멸자의 고질적인 염려증에 또 다시 불이 켜지고 말았다. 아파서 그런 것이라면 지금까지의 날카로운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본디 생물은 취약해진 상황에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라고, 얼마 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으니까. 모든 의문을 해소한 그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가 생겼으니. 아픈 사람을 치료하려면 도시에 데려가는 게 맞으리라. 하지만 그 환자가 아픈 상태에서도 자신보다 강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이제 다른 의미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시체도 사람 취급해 주는 것 같던데…… 미하엘은 그랬어.”
몸에 관해 정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아마 윈터나 알레프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 만났던 때, 그는 미하엘이 제게 시체냐며 정확히 물었던 것을 기억한다. 엄밀히 말해 시체라는 말엔 다소의 어폐가 있지만, 대강 뭉뚱그려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대의 주장도 귀담아 두기로 했다. 스스로도 제 정체성이 모호한 상황이었기에 마족이라는 분류가 틀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고려해 두어야 했다.
채 두 걸음을 물러나지도 못한 자리에서 멈추어 서고 만다. 순식간에 다가와 목 아래에 겨눠진 검보다도, 가지 말라는 말이 발목을 붙잡았다. 새까만 눈동자에 상대의 형상 고스란히 비친다. 검이 맞닿은 살 위로는 열기도 숨결도 내리앉지 않았으리라. 한동안은 그렇게 바라는 대로 묵묵히 있어 주었다.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가만하던 그가 문득 말했다.
“……그러면 이제 뭐하게?”
자신의 존재를 꺼리는 듯해 벗어나 주려 했더니 보내지 않겠다 한다. 그러면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천연하게도 물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칼날이 살을 얕게 파고들어 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말라고 한 건 발이었으니까 목은 괜찮다는 뜻 아닌가? 그는 정말 순수하게 그리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