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305 소장이랑 태휘(희야도?)가 미운게 아니라 사람자체가 미워진거구나! 그럼 "사람 너무 미워하지 마"가 되어야겠네>< 감정적인 상태에서 말했어도 태휘가 딱 알아들었으니 장땡이지만!>.0b (새봄: 많이 혼나서 말귀가 발달하신건가(아닐가능성 높
>>306 그건 유감이네... 메타적으로 난 악보를 볼 줄 모르고 새봄이는 마음도 급했거니와 난데없이 셀프총질하는 사람이나 마음 급해 죽겠는데 했던 일 다 없던 걸로 돌리고 내 기억마저 지운 사람과 대화할 시간도 의향도 없었거든<:3 그래서 결과가 좋지만은 않은 거 같지만... 어쩔 수 없지! 상호 작용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내가 기대하는 베스트대로만 되지는 않는 게 당연하잖아 >< >>307 응응! 그래서 안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본능적으로 거부감 드는 사람이 찾아가 봤자 기력 없는 사람한테 스트레스밖에 더 주겠어? 그래서야 병문안가는 의미가 없지><
- 안녕하세요, 형부. 저 혜우예요. "발칙하게도 이젠 형부라고 부르는군요, 처제. 마음에 들어요."
수화기 너머의 어조는 여유롭고 나긋하다. 울림 좋은 목소리가 배부른 짐승 같기도 하고, 물가 노니는 짐승들을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서휘는 끌끌 웃었다.
"예, 잠시 뒤에 뵙도록 해요. 곧 갈 테니."
다만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메신저의 1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서휘는 다시금 혜우에게 전화를 걸었고, 나긋한 목소리는 여전하나 깊이는 결이 달랐다.
"처제, 다시 전화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우리 고양이가 류시원이라고 명확히 말했던가요?"
대답 듣고 한참이고 침묵하나 차에 시동 거는 소리는 명확하되 악셀 무엇보다 세게 밟았는지 웅, 하는 소리 울린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서휘는 입을 벌렸다.
"아무렴 알다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라서요."
절벽에서 내려다보던 것이 기실 흉수였으매 살의 가득하였다. 한결은 혜우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확실하게 본인의 실책이었으나 해명할 기회는 없다. 죄 있는 자의 말로다. 한결은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며 침잠할 뿐이었다.
동시에 목표도 명확하게 잡혀가는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속내 읽을 수 있는 존재는 기절하여 깨어나지 못하였으니, 실로 애석하게 된 일이다.
광신하는 나만의 신이여.
어쩌면 누군가 가장 바라던 상황이 오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나중의 일이다. 데 마레는 분위기가 썩 좋지 못했다. 소장의 날카로움이 극에 달한 탓이었다. 파나케이아의 이름으로 방문했을 적, 임시 소장직을 맡을 중년의 여성 연구원은 한결과 어떠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백한결 연구원은 지금, 개화 이후가 아닌 개화부터 역방향으로 커리큘럼을 시도하는 안건에 대해…….
"아. 어서 오세요. 승환 씨는 안에 계세요. 한결 연구원은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지요. 흥미로운 안건이지만 당장 실행할 법한 건은 아닌 듯하니 협력 연구소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당신도 아는 얼굴이다. 태오가 떠난 이후에 들어와 당신을 조금 돌봐주었던 사람이기도 했으니. 한결은 당신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목례하고는 자리를 떴다. 손에 감긴 붕대가 두툼하지만 품에 안은 서류만큼 두껍지는 않았다.
"우리 공주님 왔구나! 그 이름으로 오다니, 별ㅇ-"
승환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안이 벙벙한 듯 뺨을 더듬던 승환은 충격에 젖은 눈으로 혜우를 쳐다보았고, 오라버니 소리에 표정을 굳혔다. 태오 이야기구나. 알 수 없는 증오심이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악의가 꽃을 피우고, 지금이라도 다시 태오를 저당잡아 화를 내든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아이가 다 말했구나."
교화라는 말과 해칠지 모른다는 언급에 승환의 눈이 홉떴다. 다시금 뺨을 얻어맞자 이번에도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단다." 하는 말은 그나마 쥐어짤 수 있던 본심이었다. 목에서 나오지 못하는 말이 너무 많다. 태오를 그렇게 의심한 것은 내가 그 당시 너무나도 무지했기 때문에, 내가 너희를 품지만 불안해하는 이유는 희야가 윤 선생에 의해 망가졌듯이 너희 또한 망가질까 두렵기 때문에, 이미 태오도 너도 망가져버린 탓에 나는─ 머리와 달리 입은 모진 말을 쏟았다. 승환의 눈은 본심이 아니라는 듯 상처 가득한 눈이지만 당신이 알 바는 아니다.
"성자는 이 연구소를 물려받을 테니까."
승환은 희야를 성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 이 빌어먹을 목소리! 목을 찢을 절규와 함께 소장은 그제야 입술을 달싹였다. 미안하다. 이것만큼은 본심이었다. 희야는 머리가 북슬해지지 않도록 죽어라 뛰었다. 얼음으로 스케이트를 타 도망을 치기도 했고, 벽을 세우기도 했지만 태휘는 무서운 속도로 쫓아와 희야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방방 띄웠다.
"아! 이거 진짜 다 일러버릴 거야!" "일러라, 이 일름보야!"
쨍알거리는 목소리가 뚝 끊긴 것은 혜우의 방문 때문이었다. 희야는 발랄하게 맞이하려다 입을 다물고 우뚝 멈췄고, 태휘 또한 고운 눈빛이 아님을 깨닫고 슬쩍 얼음조각을 걷어차 저 멀리 치웠다.
"무슨 일이십니까?"
태휘는 정자세로 뒷짐을 졌다. 착실한 경호원의 행동이자 안티스킬 형사로 일한 감이 발동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손을 보다, 선글라스를 이마 위로 슥 올렸다. 붉은 눈이 명확히 심해를 마주했다.
"……일렉트로키네시스가 아닌데, 소장님께 따끔한 전류가 느껴진다 그 말씀이십니까?" "……."
태휘는 시큰둥하던 표정을 굳히고 한 걸음 다가섰다. 데 마레를, 소장님을 잘 알면서, 바즈라의 뒷배를 가진. 희야가 언급된, 단 한 사람.
"학생이 어떻게 아는지, 어쩌다 그런 추측을 했는지는 나중에 직접 파나케이아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하여 증언을 듣겠습니다. 지금은 잠시 실례해도 괜찮을지."
허락한다면 아마 손을 쥐어봤을 것이다. "따갑습니다." 하고 잠시 정전기 닿듯 따끔한 감각이 느껴지고는, 태휘의 표정이 무서울 정도로 차가워졌을 것이다. 희야 또한 표정이 고요했다. 부서진 자아가 돌아오기 시작한 이후 방글방글 웃거나 애교 있게 입꼬리를 말아 고양이처럼 올린 표정이 기본이었던 희야는 다시금 학기 초처럼 공허한 눈으로 혜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태양을 닮은 듯한 눈동자가 희게 물들어 무언가에 푹 빠진 듯하기도 했다.
"어린 빛무리야, 제사장의 손길이 닿았더냐." "어, 그 새끼 짓이 확실해." "실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구원할 자가 외려 구원하지 아니하고 있으니……." "……다만 능력 신호가 변했다." "성장했다 그 뜻인가?"
손을 놓은 태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벨 5 정도면 이렇게 파장이 변한다고는 하던데. 조금 불안정해. 레벨 5에 근접할 수도 있겠어."
희야는 침음을 흘렸다. "산 넘어 산이로고."
"이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추적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바즈라까지 단번에 잡기에는 명분이 부족함을 알아주십시오. 아무리 바즈라가 일렉트로키네시스 연구소라 한들, 이미 바즈라는 혐의가 없음을 사이코메트리로 입증했으니 힘든 싸움이 될 겁니다."
태휘는 이내 희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해묵은 원한 정도는 풀 수 있겠지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안티스킬이며, 조국의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하나의 군인이자, 당신 같은 학생의 안전을 위해 이 자리까지 올랐으니. 태휘의 진심이 빛을 발했다. 태오는 검지 손톱이 빠져 뭉툭한 손가락으로 매트리스를 연신 두드렸다.
어이 미안미인밈미~ 썰풀이를 가져왔으니 짧게 이어오도록 우리 기력없는 노인정 듀오인거 어케든 사수해야함 컨셉지켜 (칼들고 협박)(?)
아니~ 내가 어장 정주행을 오래간만에 했거든? 그런데 내가 예전에 태오 독백에 썼던 것도 있고 최근에도 스트레인지 분위기를 멕시코랑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같은 슬럼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던 것 같은디……. 그거보다 조금 더 복잡한 사정이 있을거라 본단 말이징?
당장 태오도 커리큘럼 도중 도망쳤고, 비단 길거리 양아치 말고도 인간에게 끔찍할 정도로 데여서 더는 발 붙이기가 두려운 사람들이 극단적인 사상을 품고 모이는 곳이 스트레인지고, 그래서 갈등이 생겨나는 건 아닐까... 생각은 해봤음 물론 이건 '내가 생각하는 태오-나리가 있는 구역의 상황'인거지 유남생? 뭔말알? 하여튼 도망친 패배자의 낙원 그런거지 후후후
그런데 이런 애들은 대다수 연고도 없고 소속된 연구소도 없으니까, 내가 예전에 독백에서 썼듯 비윤리적인 연구소나 구원하고자 하는 친화성 가득한 연구소는 이런 사람들에게 자원봉사 나온단 말임 우리 연구소로 돌아오세요 혹은 데려가겠다 그런 느낌으로. 그런데 인간들에게 날이 서고 지칠대로 지치고 환멸 느끼는 애들이 가겠음? 아니지... 그래서 바즈라는
강제로 데려갑니다. 어떻게요? 빵에 수면제 타서요. 굶은 애들이니까 자기들이 먼저 먹어서 안전하다고 하는데 실상 얘네가 먹는 빵은 수면제 없는 거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건 수면제 있고, 자다깨니 납치당해서 실험체가 되어버리는 거지... 하물며 차일드 에러, 그리고 연구소에서 포기한 애들이라 무연고자로 뜰 거고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그걸 비사문천이 막아낸다면? 그래서 바즈라의 기로 하나를 저지한다면...?을 생각했는데 요지는 이거임
1. 밈미가 직접 소문을 듣고(feat. K) 나섰다. 2. 안녕 미인아~ 의뢰하러 왔는데 받아줄래?
벽돌 하나하나에 햇살을 머금은 듯 온화한 지상층과 달리 센터의 지하는 제법 서늘했다. 아이들의 그림 같은 것들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었지만 공간 자체의 온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자연스럽게 지하층은 센터 내에서 아이들이 가장 덜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지하층의 가장 깊고 폐쇄적인 곳에는 겹겹이 설치한 보안문으로 둘러싸인 시현의 사무실이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장소에 출입이 자유로운 선 아녜스 아동 청소년 복지 센터에서 몇 안 되는 예외 중 하나, 방문자와 거주자를 합쳐 절반 이상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곳. 대표적인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
"어우, 이 폐인." "으어억... 뭐야아... 으... 다미냐...?" "알면 좀 일어나죠? 와, 나 여기 도배 새로 한 줄 알았네. 정리는 어쩌려고 이래요?" "난 다 찾아... 어디에 뭐... 있는지... 다... 기억...... 기억ㅎ..."
보통 그런 비밀스러운 공간에는 엄청난 능력을 숨긴 누군가나 대단한 힘을 가진 비밀 병기가 잠들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어째 눈에 보이는 건 낡은 서류 더미들을 깔고 바닥에 드러누운 폐인 하나다. 다미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시현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발끝으로 상대의 팔을 툭 걷어찼다.
"아, 일어나라고! 지금 뭐하는데! 침대 가서 자, 침대!" "악! 안 자거든? 잠깐 눈 붙인 거야! 아야! 아! 차지 마!"
궁시렁거리며 꾸물꾸물 몸을 일으키는 시현을 가만히 바라보던 다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나마 깨끗한 간이의자를 가져와 털썩 주저앉았고, 시현은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쓸어넘기며 주변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서류를 하나하나 주워 모으기 시작한다.
"그래서 왜 왔냐? 쥐어패러 온 건 아닐테고." "뭐라는 거야, 이 사람이. 시현 쌤이 불렀잖아요? 그때 센터 앞에 와서 난동 피운 불법 시위대 부검 결과 알려달라고." "아, 맞다. 하아... 정신이 하나도 없네. 그래서 안티스킬은 뭐래?"
발치에 떨어져 있던 서류 하나를 집어들어 내용을 훑던 다미는 이어지는 시현의 말에 눈동자만 데굴 굴려서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상세불명의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래요. 커리큘럼에 사용되는 약물들을 조합해서 만든 건데, 특이 사항은 심각한 수준의 신경 손상 및 근육의 손상이 발견됐다는 거. 일부 부위에서는 과경직도 관찰됐다고 하고." "상세불명이라고... 그 외에는?" "센터 앞에서 그 짓 하기 28시간 전에 약물이 최초 투여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했고, 그게 끝이에요. 사망 전에는 집단으로 가려움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했고 이후 전원 거품을 물며 의식불명. 응급처치 전 사망했다네요." "에휴..." "이번에도 맞는 것 같죠?" "같은 게 아니라 맞아. 실패작 레시피를 이딴 식으로 써먹을 줄은 몰랐네."
서류를 산더미처럼 쌓아 품에 안은 시현은 다미의 말이 끝나는 즉시 종이에 얼굴을 도로 박았다. 다미는 그런 시현의 뒤통수를 잠시 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상대에게 건넨다.
"정신은 차리시고." "정신 멀쩡해. 열 받아서 그렇지. 아, 이 개자식들." "네네. 그럼 다행이고요. 아무튼 이런 시국이니까 당분간 센터 밖에 나가지 마세요. 전에 윤정인 만나러 갔다 온 건 완전 실수였어요." "확인은 했어야 됐어. 게다가 거기에 널 보낼 순 없잖아." "확인이 유의미해요? 접촉을 했든 안 했든 그쪽에서 입 싹 씻고 거짓말 하면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대면으로 하는 대화는 유의미하지. 비언어적인 것까지 다 보이니까. 적어도 거짓말은 아니었어."
다양한 태그가 붙은 파일을 열어 서류를 하나하나 정리하는 시현의 얼굴에는 옅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불법 연구소 자료, 학생 친화/적대 연구소, 커리큘럼 이론, 논문, 그 외 등등...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재빠르게 정리되는 방을 지켜보던 다미는 간이의자 위에서 내려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
"뭐, 어쨌거나 너무 걱정은 마요. 우리 센터에는 이제 뭐든 다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보호벽이 있잖아요?" "이리라한테 부탁한 그거 말이지. 그래. 머리 잘 썼더라." "상부상조죠. 리라는 능력의 약점이 드러날 일 없어서 좋고, 나는 티가 안 나니까 좋고."
그리고 그대로 책상 곁에 다가서면, 노란색의 낡은 파일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다. [선류빈] 이라는 태그가 달린 파일. 다미의 푸른 눈동자가 내려앉은 눈꺼풀에 살짝 가려졌다.
20분 경과. 시현은 얼굴에 파일철을 덮은 채 웅얼거리는 다미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발끝으로 상대의 팔을 툭 걷어찼다.
"정신은 차리시고." "차리게 생겼냐고... 그러니까, 애초에 죽어 있었다는 거죠?" "그래." "하아..."
신경질적으로 파일철을 치우며 상체를 일으킨 다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말하지 말죠. 기왕이면 계속." "......나도 당장 말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계속은 좀 아닌 것 같은데.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순 없잖아." "우리가 모이게 된 계기, 이 건물, 센터 아이들까지 모든 게 거기서부터 시작됐는데 이제 와서 사실을 말하자고요? 아니, 다 떠나서 진실을 알게 된 경 선생님이 어떻게 될 지 두렵지도 않아요?" "그렇게 약하신 분 아니야. 너도 알잖아." "모를 일이지. 시현 쌤이나 나나 자식은 없으니까. 어떻게 감히 자식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겠어요?" "......" "본인 자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삶을 지탱해온 분이잖아요."
무거운 침묵이 사무실 안을 메운다. 두 사람의 시선이 물러설 곳 없이 똑바로 마주치길 얼마일까, 한숨과 함께 다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결책도, 화풀이할 곳도 없는 허무한 진실을 알려서 뭐 해요. 죽게 만든 놈 무덤에서 도로 꺼내와서 멱살 잡게 해줄 거 아니면 말하지 않는 게 낫다고 봐요." "......시간은 많아. 그동안 지켜보면서 결정하자고."
원격으로 조종되는 로봇 팔의 끝에는 펜이 쥐여져 있었다. 리라는 장치에 연결된 헬멧을 쓴 채 로봇 팔을 움직여 놓여 있는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 원격으로 여러 로봇 팔을 조작해서 '그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으나, 결과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정교함도 떨어지고, 실체화도 안 되는군요." "그러게요. "
헬멧을 정리한 리라는 무엇도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 종이를 약간 낯설다는 표정으로 응시하다가 차트에 글자를 적어넣는 정인을 돌아보았다.
"좀 아쉽네요." "동감입니다. 하지만 이로서 하나는 확실해졌군요."
어떤? 색이 조금 맑아지고 옅어진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정인은 펜촉을 차트에 대고 푹 눌러 넣은 후 말을 잇는다.
그런 날이 있다. 유년 시절 아무리 얌전하고 또래보다 조숙하다 해도 꼭 사고를 치거나, 외려 얌전함과 조숙함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는 날. 태오가 일곱 살 되었을 때 딱 그러하였다. 4학구로 데 마레의 식구들이 나란히 놀러 가던 날. 정확히 말하자면 다가오는 태오의 생일을 미리 축하해 주고자 누리랜드로 놀러 가던 날. 음중의 마지막 날이자 초겨울의 직전, 10월 말의 날씨는 낮은 실로 다행스럽게도 따스하기 그지없었다.
"형아 손 잘 잡고 다녀야 한다. 알겠지?" "웅!" "태오야, 대답해야지." "……네."
소장님은 인첨공이 정립되어 한참 빛나던 시기에 머무른 탓에 함께하지 못했다. 주말이자 할로윈 시즌이 다가와 누리랜드에는 인파가 많았고, 보호자로 동행한 윤 선생님은 희야와 혜우, 그리고 태오에게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태오에겐 잘 들리지 않았다. 많은 인파, 늘어선 대기 줄, 제각기 분장을 하거나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사람들……. 태오는 여기에서 능력을 써봤다간 어린 나이에도 쓰러지겠구나를 몸소 깨닫고 있었다. 희야는 태오의 속도 모르고 윤 선생님의 손을 고사리 손으로 꾹 잡으며 혜우와 태오에게 어서 따라오라고 보채고 있었다. 태오는 정말 여기에서 놀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억누르며 세 사람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어트랙션을 하나 지나칠 때마다 여러 소리가 들렸다. 왁자지껄 웃으며 빨리 다른 걸 타러 가자고 뛰어가는 학생 무리, 다정한 연인, 죽상을 하며 벤치에 늘어진 연구원과 속도 모르고 빨리 가자고 보채는 아이……. 태오는 어트랙션보다는 사람에 더 집중했고, 은은하게 깔리는 누리랜드의 주제가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 덕분에 윤 선생님이 뭐라고 한 것 같지만 태오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인기 많은 어트랙션으로 향하는 길목은 퍼레이드를 위한 광장에 연결되어 있었고, 마침 퍼레이드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가득했다. 여전히 사람에 정신을 팔고 걸어 다니던 태오는 자신보다 키가 한참 큰 어른들에게 툭 부딪혔고, 그제야 한눈을 팔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사람은 많고, 내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자꾸만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이는 통에 태오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꿈과 희망, 즐거움이 가득한 곳에서 오로지 그 즐거움을 쫓던 인간들 사이에 홀로 고립된 감상은 퍽 매정하고 삭막했다. 한차례 인파가 가시고 난 뒤, 태오는 덩그러니 광장에 남아 아직 이동하지 못하거나, 자신처럼 이제 막 온 사람들이 스치는 걸 눈에 담을 뿐이었다. 태오는 이럴 때 자신이 해야 하는 게 뭔지 알았다. 첫 번째, 잃어버린 자리에 가만히 있기, 두 번째,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 요청하기, 세 번째, 미아보호소로 데려다 달라 하기.
하지만 어째서일까, 태오는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이 감각이 두렵고 불안하기보다는, 오히려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귀를 닫고 있으면 사랑을 독차지하는 희야도 없고, 이따금 속을 읽어보면 하루 종일 경전만 외우고 있는 윤 선생님도 없다. 혜우가 보고 싶긴 하겠지만, 여기 평생 남는 건 아닐 거라 믿었다. 만약 누리랜드에 남겨진다 해도 그 이후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니까. 일찍이 사람들의 속내를 읽어 또래보다 조숙한 면이 있었기 때문일까, 태오는 당황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미아보호소 정도는 혼자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던 누리랜드의 주제가가 점차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광장을 빠져나가 쭉 직진하니 다시금 어트랙션들이 보였다. 할로윈을 맞아 더 무서워졌다는 귀신의 집, 홀로그램 체험장, 아이들을 위한 초능력 뮤지컬은 이제 막 입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태오는 차례대로 장소를 지나쳤다. 너머로 들리는 비명 소리, 홀로그램 특유의 웅웅대는 소리, 뮤지컬은 방음이 확실한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태오는 롤러코스터 앞에서 걸음을 우뚝 멈췄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쭉 가면 복지가 잘 된 동물들이 있는 친화 생태공간, 오른쪽으로 가면 즐거운 어트랙션이 가득한 라운지…… 표지판을 보면 미아보호소가 당최 어딨는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까부터 미아보호소는커녕, 누리랜드의 중심부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 같다는 착각을 지울 수 없었다.
"……." "저기……."
구석에 멍하니 서있던 태오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쭉 올렸다. 조그마한 키로 한참을 올려다봐야만 하는 남학생은 낯선 교복을 입고 있었다. 태오가 기억하기로는, 적어도 2학구에는 없는 학교의 교복이었다. 3학구 사람인가? 아니면 1학구? 그것도 아니면 4학구? 허리를 굽혀 태오와 시선을 마주한 학생은 밖에서는 흔하지만 휘황찬란한 인첨공에서 보기 드문 머리와 눈 색을 가지고 있었다. 태오는 학생의 눈을 말가니 쳐다봤다. 어쩌면 저 눈은 밖에서도 보기 드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새까만 눈을 가진 학생은 태오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상냥하게 물었다.
"길을 잃었니?" "……아마도요." "찾는 걸 도와줄까?"
태오는 승환과 윤 선생님이 단단히 일러준 것을 떠올렸다. 누가 같이 가자고 하면 뭐라고 하라고 했지? 태오는 조그마한 입술을 달싹였다.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된댔는데……."
조숙한 면이 있다 해도 아직 그 나이의 순진함이 가실 리 없었다. 태오의 우물거리는 태도에 학생은 상냥하게 웃으며 허리를 폈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한 나라의 음식을 먹은 앨리스처럼 키가 훌쩍 자라나는 것 같다 생각했다.
"잘 가르쳐 주셨구나. 그렇지만 혼자 있으면 더 위험하니까, 보호자를 찾는 동안만 같이 있어도 될까?" "……." "어디 가던 길이었어?" "미아보호소요." "그럼 같이 가줄게. 네가 안내하면 되니까."
태오는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될 것 같았다. 학생은 태오의 대답을 듣자, 저 멀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기진맥진한 친구를 끌고 오는 다른 남학생 무리를 향해 손짓했다. 먼저 가라는 듯싶었다. 누군가 목청 크게 외쳤다.
"너 혼자 어디 가게?" "길 잃은 애가 있어서 도와주고 오게!" "어, 다녀와! 우리 한 번 더 타고 올 테니까!" "난 동의한 적 없는데?!" "닥치고 따라와, 새꺄." "야 x발 나도 데려가! 나도! 아아악!"
태오는 학생의 등 뒤에서 다시금 대기 줄로 질질 끌려가는 남학생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금 친절하고 키가 큰 학생에게 시선을 물끄러미 고정했다. 학생은 태오에게 손을 뻗었다. 조그마한 손이 잠시 머뭇거리다 손가락을 쥐었다. 손을 쥐기에는 크기 차이가 제법 났기 때문인지,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오가 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기다렸다.
"미아보호소가 어디에 있는지 아니?" "아뇨."
태오는 자박자박 걸어 다니며 근처 게임 라운지에 시선을 꽂았다. 라운지에는 커다란 인형들이 잔뜩 매달려 있었고, 학생들은 이제 막 공기총을 쏴서 인형을 얻는 게임을 하고자 돈을 내고 있었다. 학생은 태오의 무심한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더니, 긴 다리로 보폭을 한 걸음 크게 내디뎌 태오가 세 걸음 더 걷기를 기다렸다.
"그렇지만 여기는 닫힌 공간이라서, 어디로 가도 길은 나온댔어요."
학생은 걸음을 멈춘 태오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몇 살 정도 되었을까? 생각이나 행동은 어른스럽지만 아직 아이다. 학교는 다니고 있을까? 또래보다 작고 잘 먹지 않아 말랐던 탓일까, 학생의 눈에는 태오가 한참 어린아이같이 보였다. 학생은 무릎을 굽히더니, 태오와 온전히 시선을 마주했다. 뱀을 닮은 동공을 명확하게 마주해도 학생은 익숙하다면 모를까, 놀란 기색 하나 없었다.
"하지만 여긴 넓어서 계속 걸어 다니면 힘들 거야." "……." "그리고…… 다리 아프지?"
태오는 학생의 눈을 피했다.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던 탓일까,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을 본 학생은 부드럽게 웃으며 괜찮다는 듯 굽힌 무릎 위에 손을 얹었다. 이제 보니 태오의 발목이 새빨갰다. 곧있으면 부을 것 같던 발목에 물끄러미 시선을 고정한 학생은 상냥하게 태오를 어르고 달랬다.
"미안해, 다리가 아픈 걸 몰랐어." "……." "업힐래?" "……." "업혀도 돼. 미아보호소가 어딨는지 저기 있는 안내 표지판을 보면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한참을 머뭇거리던 태오는 학생의 옷깃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은 입술을 말아 올리듯 싱긋 웃더니, 자세를 바꿔 태오가 업힐 수 있게 등을 댔다. 조그마한 몸집이 불안한 듯 우두커니 서있다 등에 기댔고, 학생은 태오를 쉽게 업어 들었다. 작은 몸집만큼 무게도 퍽 가벼웠다.
"괜찮아?" "……네." "그럼 갈게. 불편하면 꼭 얘기해야 해."
한 번 챙기듯 태오를 고쳐 업은 학생은 걸음을 성큼성큼 옮기기 시작했다. 태오는 순식간에 높아진 시야에 굳이 땅을 쳐다보지 않으려 들었다. 너른 등판이 따뜻했다. 학생의 어깨에 고개를 푹 기댄 태오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구경했다.
"4학구 사람이니?"
목소리가 가깝다. 고개를 돌려 등판에 귀를 대고 있던 탓일까, 목소리의 나지막하고 울림 좋은 진동이 귓전을 그대로 타고 들어왔다. 태오는 고개를 비비듯 저었다.
"2학구." "2학구라면 연구소 소속이구나?" "네." "실은 나도 연구원이 되고 싶어서 공부 중이야." "연구원, 이요." "응. 누군가를 좋은 방향으로 도와주고 싶거든. 너는 크면 뭐가 되고 싶어?" "……정상적인 사람." "정상적인 사람?" "……응. 타인과의 교류." "멋진 꿈이네.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을 테니까." "정말?" "응, 정말." "처음이에요. 누가 멋지다고 해준 거." "처음이니?" "……타인과의 교류를 하라고만 했거든요."
온기가 따스하다. 햇볕도 따사롭고, 몸을 가득 채우는 온기는 지금껏 연구소에서 받은 애정과는 결이 다르다. 낯선 사람에게서 받는 친절함이 좋았다. 쌀쌀한 바람이 불자 태오는 몸을 조금 더 붙이고는, 가물가물한 시선 너머로 보이는 인파에 애써 시선을 고정했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가족에 유달리 시선이 머무르던 중, 태오는 더는 시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좋은 꿈 꾸렴."
누리랜드의 주제가가 다시금 귓가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날이 저물기 시작해 붉은 노을이 질 때, 윤 선생은 희야와 혜우를 이끌고 이리저리 인파를 헤치며 태오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미아보호소에 도착했을 적, 누군가 태오를 품에 안고 다독이는 것을 발견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저기……!" "쉬잇."
아이가 자고 있어서요. 교복을 입고 있던 학생은 품에서 곤히 잠든 태오를 다독여주던 손길의 속도를 늦췄다. 아이를 찾았단 안도감과 걱정했던 탓에 눈물이 잔뜩 고여있던 윤 선생은 깊게 고개를 숙였고, 학생은 잠든 태오를 품에 조심스럽게 넘겨주며 목례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는걸요." "실례가 안 된다면 사례라도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잠시만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자 학생은 정중히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연이 닿으면 또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자리를 홀연히 떠났을 적,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가만히 생각에 잠긴 눈길을 보내다 다시금 뒤로 돌아 밖에서 기다리는 학생 무리에 합류했다. 대화 소리가 멀어져 간다. 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봄을 닮았다 싶어서. 뭔 소리야?아무것도아니야……. 꿈과 희망, 환상의 노래가 다시금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