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스트레인지의 하수구를 한 차례 모험한 뒤로, (그 모험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자) 난 그날 얻은 재료로 만든 "떡"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디스트로이어는 3학구 길거리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모양이라서, 운이 좋으면 한번은 마주치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이야. 퇴근 후, 귀가 경로에 있는 애완동물 용품점 앞을 지나치는데, 그 안에서 낯익은 얼굴이 나왔다. 보고서에 실린 사진으로만 봤을 뿐이지만, 쉽게 잊기 힘든 얼굴.
그래, 그 자식이었다. ...디스트로이어. 부원들에게 심한 상해를 입히고, 서형은 죽게 할 뻔 했던, 내가 이 인첨공 안에서 가장 증오하는 상대. (뭐, 철형을 납치해서 다치게 했던 그 (삐---------)할 (삐-------) 도 있지만, 걔는 죄값을 치르고 있으니 비교적 낫다. 멀쩡히 길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저거랑 달리.)
갑작스러운 만남이었지만, 난 이 만남을 대비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바로... 디스트로이어의 팬인 연기를 말이지. 난 디스트로이어를 눈에 담자마자,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숨을 삼키곤, 바로 갈 길을 가려는 녀석을 향해 수줍게 말을 걸었다. 길거리에서 윤정인 선생님과 우연히 마주쳤다고 생각하면서.
"헉...!! 저기, 혹시... 디스트로이어 님 아니세요?"
어떻게 반응하려나? 성격이 안 좋다고는 들었는데, 자기 좋다는 사람도... 뭐 의심하려면 의심할 수 있겠지. 그럼 별 수 있나. 최선을 다해 디스트로이어 오타쿠를 연기하는 수밖에. 마침 얼굴도 상기됐고, 심장도 콩닥콩닥 뛰네. 아주 좋아.
>>0 @김서연 "우와, 딱 좋다~! 너무 묽지도 꾸덕한 나머지 분리되지도 않고 맛있어보여요!"
서연이 완성한 뽀얀 상아색과 벚꽃색 크림을 보며, 새봄은 감탄했다. 이야, 이건 원래 본가 케이크랑은 살짝 다르지만 색다르게 맛있겠는데? (사장님은 생딸기를 고수하시니까 말이지. 하지만 우린 아마추어인걸!) 이어 서연이 다 식은 케이크 시트를 균일하게 자르더니, 설탕시럽으로 시트를 적시고, 간간히 옆면을 정리해가며 크림과 시트를 층층이 쌓아올리는 걸 보며, 새봄은 또 다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영희도 좋은 선생님이었지만 서형이 진짜 스펀지다, 레시피만 들려주고 살짝 거들기만 해도 이정도까지 해내다니. 게다가 아이싱도 잘 해!
이어 서연이 윗면에 빼곡하게 딸기를 얹어 마무리하자, 새봄은 군침을 꼴깍 삼키던 것도 잠시,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네! 완전 대성공이에요. 고생했어요, 서형!" "진짜 놀랐어요! 엄청 자세하게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거의 혼자서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해내다니... 이거 형이 바쁘지만 않았으면 우리 가게로 스카웃했을 텐데요, 히히." "아, 재료는 많이 사다 놨고, 요리도구도 여기 다 있으니까 연습할 때나 실전할 때도 여기 와서 해도 돼요!" "아, 맞다. 완성된 케이크는 냉장고에 한시간 이상 넣어두면 더 맛있어요~ 숙성하는 거거든요!"
새봄은 미리 준비해둔 큼직한 종이상자를 가져와, 아이싱할 때 사용했던 스크래퍼 두개로 능숙하게 케이크를 종이상자의 밑판 위에 올려놓았다.
"케이크 옮길 때는... 이렇게 하면 돼요!" "고생 많았어요, 형~!"
@김서연 [(깜짝 놀라는 이모티콘)] [에이 제가 뭘 했다구요~] [우와, 약과 타르트!! 맛있겠다!!!] [(군침흘리는 이모티콘)]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저야말로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 히히] [근데 서형] [나 부탁 하나만 더 들어줄 수 있어요?]
무수한 유리조각을 한 번 삼켰다가 다시 뱉어내는 기분이었다. 내 발언을 경솔히 치부하며 흘겨보는 태휘는 둘째 치더라도 변명조차 하지 못 하는, 하지 않는 희야에게는 미안함이 들었다.
희야도 다를 것이 없는데. 태오만큼이나 희야도, 힘들고 괴로웠을 텐데.
나는 이 자리에 오지 말았어야 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만 생각하며 살아온 내가 누굴 돕나. 저지먼트도, 인첨공도, 받은 만큼 해줄 뿐이지 않았나. 남매들조차, 어리광 부려 그들의 친절 받아낼 뿐인 대상이지 않나. 내가 여기 있기 위한 대가를 지불했을 뿐인-
그러나 연거푸 피를 게워내는 태오를 보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희야의 핏기 사라진 얼굴이, 망막에 새겨지는 듯 했다. 순간이지만 그 질문들을 꺼낸 부원들을 찢어버릴 것처럼 흝었다.
보는게 고작이었지만.
정녕 이 사태를 보고도 그냥 물러날 것이냐며 서늘한 손이 목을 거머쥐는 것 같았다. 당장 생각을 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상황을 끝낼 말을 꺼내라며 차디찬 손이 내 목 위로 손톱을 세웠다.
어느새 잇새로 물린 손가락 끝이 너덜해져갔다.
뭘,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지, 지금까지 뭐가 나왔지, 내가 몰랐던 것, 이미 알고 있는 것, 이 상황의 모순, 빈틈, 누구나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은 것...
그, 사람.
"...어떻게,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백한결, 그 선생님이 없는게, 행방이 묘연한게 이상하잖아."
딱. 소리나게 손톱을 씹으며 고개를 들었다. 히스테릭하게 보일 만치 크게 뜬 눈을 태휘에게 고정하고 말했다.
"저기요. 피해자 행방이 그런데 왜 가해 용의자만 이렇게 심문을 하죠? 엄연히 따지면 이 사건은 사건으로서 성립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피해자에 대한 조사는 확실히 한 것이 맞나요? 아니, 그 사람이 피해자인 것이 명백해요? 피해 사실과 정황, 전부 조사가 되긴 했어요?"
애시당초 고발의 전제가 '태오가 리버티에 가담하여 데 마레의 연구원에게 위해를 끼치려 하여 데 마레의 소장이 신고한 것'이라면 그 위해에 대한 진실과 데 마레 측에서 주장하는 피해자가 피해자가 아님을 증명하면 그것을 통해 일련의 사건에 뒷배가 있음을 밝혀낼 수 있다면...
아, 생각 만으로는 무엇을 못 하랴.
나는 다시 태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가 그러하듯, 방금까지의 소름끼치는 눈빛은 싹 사라진 채로.
"오빠,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데 마레의 사정을 훤히 알고, 오빠를 유희거리로 삼으려는 사람, 한결 선생님과 연결이 있었을 지도, 혹은 지금도 연결이 있을지 모르는 사람, 2학구, 바즈라, 담당 연구원, 그 어딘가에 짚이는 사람 있는 거잖아. 그렇지? 오빠를 모함하고 음해해서 자기 잇속을 챙기려고 하는 누군가가 그 어딘가에 있는 거지? 그 누군가가 오빠에게서 한결 선생님을 빼앗아 가려고 이러는 거지? 그게 누구야? 가르쳐 줘, 응?"
계속해서 언급되는 바즈라라는 명칭과 어떤 연관점이 자꾸만 걸렸다. 그걸 끄집어 낼 수 있다면 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희망도 함께.
"그 사람이랑, 한결 선생님이랑 오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무슨 일이 있었어? 그 사람이 오빠를 이렇게 만들 만한 일, 뭐가 있었던 거야?"
"저도 오랫동안 대중들이 정해준 가치와 기준에 연연하며 살긴 했어요. 솔직히 지금도 아주 아니라고 할 수는 없고요. 하지만 그런 가치가 없어졌다고 해서 행복할 수 없는 건 아니더라고요."
약간 식은 머그컵은 기분 좋게 따뜻하다. 리라는 찻물 위에 띄워진 레몬 조각을 입에 넣고 천천히 깨문다. 묽어졌지만 여전히 시큼한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때문에 잠시 혀가 묶인 동안, 케이스에게 말을 건네는 건 선경이 된다.
- K... 아니, 케이스라고 했던가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말은 마음에 걸려서요.
커피향 짙은 소매가 뻗어지는가 싶더니, 따스한 손이 케이스의 어깨를 살짝 두드린다.
- 아마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겠죠. 어쩌면 정말 행복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런 일을 저질렀을 때 끝내 반성하지 않는 사람과 반성하는 사람의 차이는 꽤 크답니다. 그러니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들여다보고, 과오가 있다면 인정한 뒤 개선하고, 사과할 일이 있다면 사과하고. 그런 식으로 하나둘 내 자격을 의심케 하는 것들을 지워나가 봐요. 언젠가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나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도록.
회색 하늘, 쏟아지는 빗소리가 요란하다. 리라는 즙이 빠진 레몬 과육을 빈 컵 안에 떨어뜨린 후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강철준. 인첨공 제 3위, 디스트로이어. 그는 3학구에 있는 어느 한 애완용품점에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는 '우리 고양이가 너무나 좋아해요 로얄 플러스 사료'를 2개 구입했다. 제법 무게가 있긴 했으나 그에게 있어서 이 정도 무게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평소 특수부대 '헌터'에서 단련하고 있으며, 여차하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띄운 다음에 가면 그만이기에 이보다 더 구입할 수도 있었으나 일단 2개만 구입한 그는 애완용품점에서 나와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디스트로이어님이라는 말에 그는 응?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갸웃했고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목소리가 난 곳에서 누군지도 모를 스트로베리 블론드 머리카락에 키가 작은 여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 수줍어하는 듯한 모습도 그렇고 헉!! 이라는 소리도 그렇고, 자신의 이명을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디스트로이어의 눈에는 그저 이상한 이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뭐야. 너. 날 어떻게 알아? 날 아는 이는 몇 안되는데? 윗대가리들이 나 호출하라고 보낸 녀석이냐? 그럼 윗대가리들에게 다음부턴 전화로 하라고 해. 아니. 그보다 오늘 모처럼의 비번이니까 안 간다고 해. 알아들었으면 꺼져."
당연하지만 그의 입에서 다정한 목소리는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넌 뭐하는 놈이냐? 는 의구심과 무관심이 가득 그의 목소리에 섞여있었다.
situplay>1597047765>615 형사의 설명이 이어지면 이어질 수록, 새봄의 표정은 더더욱 짜게 식어갔다. 연구원이랑 싸우는 거? 나 얼마 전에 소장실에 빨간 머리 띠 두르고 쳐들어갔는데? 커리큘럼 빵꾸낸 거? 선하 죽었을 때 내가 일주일 치를 빵꾸냈고, 2학구는야 오맨들 박사 때문에 나한테도 이미지 나빠졌는데 그럼 나도 리버티겠다? 내가 리버티 한 놈한테는 똥맥이고 두 놈은 달콤하게 만들었는데! 근데 실탄은 좀 애매하긴 하다. 뭐에 쓰려고 가져오신 건진 모르겠네.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새봄은 태휘에게 더 항의하는 대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오의 진술을 휘갈겨 받아적기 시작했다.
자 요약하자면, 태오 선배는 민우에게 물리적으로는 당해내기가 어려워서 민우 멘탈을 공격하고, 겸사 리버티에 대한 정보를 빼낼 요량으로 능력을 사용하셨다. 그리고 능력을 너무 많이 사용하신 나머지 피가 나셨는데... 그 작자 - 소장이겠지? - 피를 일부러 냈다고 생각한다...? 어, 그리고 다음 말은...
...뭐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이거? 방금 말은... 나한테 하신 말이 아니고 혼잣말이시겠지? 너무 마음이 안 좋으시고 감정이 북받치셔서. 그럼 모른 체하는 게 상책이다. 그나저나... 어, 나 더 질문해도 되나? 음, 그럼...
"다시 좀 사적인 질문인데요," "선배는 피해자가 선배를 사랑한다고 믿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지금은 선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으시는 이유는요?"
한때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천재라고 해도, 모든 방면에서 완벽할 순 없는 법이지... 18살, 인천에 오기에는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는 나이에 주어진 절차를 밟아 머리가죽을 가르고 뇌를 뜯어서 나온 결과는 0레벨. 내 오빠는 무능력자였어. 인첨공의 학생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야기지만, 매일 높은 강도의 커리큘럼을 받는다고 해도 레벨을 올린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야. ...비약적으로 성장이 빠른 케이스가 소수나마 있다고 듣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오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거든. 애초에 진위 여부도 모르는 도시괴담이기도 하고.
...난 말이지, 올 봄에 마약을 만들겠다느니 뭐니 하면서 나에게 떠들어대는 오빠의 얼굴이 무서웠어. 내가 알던 오빠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 내 앞에 서있었으니까. 근데,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면, 실은ー
3학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학교는 2학구에 위치한 연구소와의 협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돈이 필요하다면 뭘 못하겠나. 스쳐 지나갈 미지의 공포에 몸을 맡기고 내 동생이 안전한 공간을 꾸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고등학교 졸업을 하루 앞둔 날, 이승준의 계수 재측정 결과 : 레벨 0. ...그러나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달라져있었다.
톡을 올려두고 자취방 침대 위에 이제껏 즐겨입었던 옷들과 사뭇 분위기가 다른 옷을 펼쳐 놓은 채, 혜성은 눈썹 사이를 찡그리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스트레인지와 저지먼트를 오고가다보니, 알게 모르게 몸에 크고 작은 흉터들은 어쩔 수 없이 스타일을 바꿔야하는 지점까지 왔다. 여름도 끝났고, 이제 가을이고 가끔은 좀 어른스럽게 꾸며도 되겠지? 근데 너무 어른스러운가. 늙어보이면 어쩌지.
고민에 잠긴 침음성을 흘렸지만, 오래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적당히 손에 집히는대로 입고 나갈 수도 없다. 단순히 시내에 놀러나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취방으로 놀러가는 날이니까. 도록. 눈 굴려 제 자취방 한쪽 벽에 기대어져 있는 전신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편한 실내복 차림의 제 모습을 보던 혜성은 잠깐 머리를 헤집다가 결국 침대 위의 옷을 집어들었다.
그래. 일단 저지르고 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택시 네비게이션의 안내음성이 들리고 자신의 ID카드를 내밀어 계산을 마친 혜성은 택시에서 내려 앞에 있는 건물을 잠깐 올려다봤다. 묘하게 긴장되는 기분에 케이크 상자를 한손에 들고 심호흡을 두어번 빠르게 반복했다. 자취방에서 기다렸을 때보다 몇배는 더 긴장되는데. 아니 괜히 긴장하는건가? 너무 신경써서 온거 아닌가? 그 전에 이거 홈 데이트인데 음료수나 그런거라도 사올걸 그랬나. 바뀐 옷 스타일도, 묘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처럼 느껴져서 혜성은 제 목걸이를 한번 손으로 만지며 긴장을 풀기 위해 숨을 크게 몰아쉰 뒤 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려던 혜성은 마음을 고쳐먹고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기 전 길지 않은 시간동안 혜성은 눈 굴려 주변을 둘러봤다.
말을 할 틈도 없이 쏟아지는 거친 언사에 반사적으로 당황하고 주눅든 듯 들고 있던 쇼핑백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내리깔면서도, 내심 안도했다. 다행이다. 우리랑 편 먹었다고 해서 갑자기 착해졌다거나 했으면 나 연기 유지 못했을거야. 연기가 뭐야, 토 참느라고 다른 걸 못했을 지도. 그나저나 퍼클인데 팬 없냐? 냅다 윗대가리가 보낸 시다바린 줄 아네. 오냐, 디스트로이어야. 그럼 내 오늘 너의 첫번째 팬이 되어주마.
"저... 저는."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때고,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 동경하던 사람을 올려다보며, 용기내어 외친다. "디스트로이어 님의 팬이에요...!"
그러고 나서, 멋쩍은 듯 배시시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모처럼 쉬는 날이신데 말 걸어서... 길거리 목격담은 종종 들었지만 정말로 마주치게 될 줄 몰랐어서... 너무 반가워서 그만 말 걸어버렸어요. 저, 디스트로이어 님,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아, 이 말을 정인 쌤한테 하는 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지. 하지만 견뎌야 해. 내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니까. 그래야만 훌훌 털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저 녀석이 날 의심할 틈을 주면 안돼. 부끄러워하는 척 고개를 숙인 채 마음을 다 잡은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저... 디저트 만드는 걸 좋아해서, 디스트로이어 님께 드리고 싶어서... 이것저것 만들어봤어요. 뭘 좋아하실 지 몰라서... 고양이를 좋아하신다는 건 알지만요." "괜찮으시다면... 이거, 받아주실래요?"
손에 들고 있던 제법 큼직한 쇼핑백을 놈에게 수줍게 내밀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한 말이 저 놈에게 한 말 중 가장 솔직한 말일 거다. 뭘 좋아하는 지 몰라서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디저트들, 종류별로, 심지어 국가별로 알차게 만들었거든. 딸기 쇼트 케이크, 티라미수, 슈크림, 트러플 초콜릿, 휘낭시에, 바클라바, 과편(한과인데, 말하자면 탱탱보들 새콤달콤한 과일 젤리다.)... 뭐 기타 등등. 뭐, 매일같이 만드니까 훈련도 되고 좋더라. 저 녀석이랑 못 마주친 날엔 떡 자리에 놔두고, 남으면 내가 먹고.
새봄의 말을 들으며 철준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빤히 새봄을 바라봤다. 이어 그는 흐음- 소리를 내면서 눈을 감고 뭔가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여전히 거칠고 못되먹은 목소리를 이어갔다.
"...스스로 이런 말 하기도 뭐하긴 한데, 너... 머리는 괜찮은거냐? 내가 디스트로이어라는 것은 알았다고 쳐도 왜 나를 좋아하는거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 네 녀석의 취향을 다시 한번 고려해보는 것을 추천하지. 아니면 뭐 못되먹은 인간만 좋아하는 그런 부류인거냐? 핫. 그런 부류면 아직 학생 나이 같은데 늦지 않았으니까 취향 개조라도 해라. 자.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알아들었지? 딴놈이나 따라다녀. 귀찮게 하지 말고."
그로서는 도저히 자신을 좋아한다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다른 이들처럼 다정하기를 하나. 그렇다고 멋지기를 하나. 그렇다고 인성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스스로가 생각해도 개차반 인성이 아니던가. 물론 스스로 나쁜 짓만 골라서 한 기억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자신은 누군가가 좋아할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
이어 그녀의 입에서 고양이가 나오자 그는 더더욱 수상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게 깔더니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지? 딱히 누군가에게 말한 기억은 없는데? 네 녀석. 뭐하는 녀석이냐.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스토커라는 답은 하지 말고. 그 상태에서 땅과 일체화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적당히 머리를 굴려서 그럴싸한 답을 내놔. 자신 없으면 당장 꺼지고."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그 누구에게도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좋아한다. 다른 동물도 좋아한다. 목화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사육부에서 활동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어떻게 이 초면의 학생이 안단 말인가.
"...그리고 안됐지만 나는 모르는 이가 주는 것은 안 먹어. 워낙 이런저런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이잖냐. ...네 녀석이 리버티거나 해서 내 목숨을 노리지 말란 법은 없지. 요즘 생각없는 어린 것들이 꽤나 설치는 모양이라서 워낙 귀찮거든. 그러니까 네가 먼저 먹어라. 안전을 증명해봐. 그러면 아주 조금은 생각해볼테니까."
아고고 팔이야... 시트 쌓고 깃털처럼 가벼운 크림을 치덕치덕 발랐을 뿐인데 무슨 이삿짐이라도 옮긴 거 같다. 시트가 비뚤어지거나, 크림이 엉뚱하게 발리거나 아예 안 발릴까 긴장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팔에 힘을 잔뜩 줬나 보다. 그나마 새봄이가 중간중간 크림이 잘 됐다고 알려 준 덕에 덜 헤매고 덜 고생한 거 같다만 최소한 내일은 근육통 오질 각이다...
우당탕탕 끝에 딸기 틈새를 비집고 마지막 딸기를 넣자 새봄이가 박수쳐 줬다.
" 아, 제대로 된 거야? 다행이다! 고마워!! "
팔을 이래저래 주물러 가며 토실이를 바라보는 서연이었다. 나중에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하기 위해 관전하기 좋은 자리에 딱 앉혀 뒀으니. 내 속셈을 모르는 토실이는 눈이 마주치자 고개만 갸웃거린다. 나중에 고생 좀 해 줘~
그러는 사이에도 새봄이는 날 격려해 주느라 여념이 없다. 쑥스럽다.
" 완벽씩이나... 생딸기 말고 퓨레 넣어서 니네 가게에선 ㄴㄴ할걸? 중간 설거지랑 퓨레랑 시럽도 니가 만들어 줬고 " " 그래도 연습 더 해서 실전은 진짜로 혼자 해내 볼게~~ 잘되면 인증샷 보낸다!!! "
재료도 새봄이가 많이 준비해 줬으니까 말이지. 그러면서 제가 만든 케이크를 다시 보는 서연이었다. 모양새는... 옆이 영 밋밋해서 포인트라곤 윗면에 수북한 딸기뿐이다만, 누가 보든 케이크로 여길 정도로는 만든 거 같다. 한 시간 이상 숙성하면 맛있어진다? 듣고 있지. 토실아? 제가 기억해야 할 거리를 토실이에게 다 떠넘길 생각이 가득인 서연이었다.
그와 별개로 새봄이는 마무리 작업, 아니, 어쩌면 케이크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의 시범을 보여 주었다. 종이 상자의 밑판에 케이크 얹기!! 아이싱용 스크래퍼 두개를 시트 아래에 넣어서 케이크를 들어올리더니 종이 상자의 밑판에 딱 고정되게 올려 주는 모습이 퍽 익숙해 보인다. 새봄이가 할 때는 쉬워 보이지만, 내가 할 땐 그렇게 쉽지만은 않겠지. 저때 잘못해서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조진다...;;;;;;; 그 생각을 하니 바짝 긴장되어서 새봄이가 내려놓은 스크래퍼들을 쥐고 케이크 드는 시늉을 해 보는 서연이었다. 케이크 밑면에 스크래퍼가 쏙 들어가면서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게... 할 수 있겠지?
" 고마워! 새봄아~ >< "
이렇게 전 과정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면, 새봄이는 이 케이크를 자기 능력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능력으로 만드는 게 더 편할까, 직접 베이킹하는 게 더 편할까? 어느 쪽이건 새봄이의 훈련이나 알바에 유익한 방향으로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신새봄 [ 싸우면서 나 보호해 줬잖아 ]> [ 나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격려도 해주고 ]> [ (허리숙여 인사하는 이모티콘) ]> [ 타르트 맘에 들어? ]> [ 다행이다 >< ]> [ 부탁? ]> [ 뭔데뭔데?? ]>
새봄이가 자신에게 일갈한 서연이를 울리면 달콤하게 만들어버린다는 말을 언급한다. 서연이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부했다. 그렇기에 감사했고 그녀를 사랑했다.
“나도 고마워, 나랑 같이 행복해 줘서.”
철현은 미소를 지었다. 서연의 허리를 안던 팔을 품어 그녀의 눈물을 닦으려고 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이렇게 약하고 보호받아야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철현은 잘 알고 있다. 어떤 악인이라도 선함을 보고 그를 동정한다. 항상 분노와 원망 대신 사랑을 선택하는 서연이었기에 철현은 그녀를 존경하면서 사랑해왔다.
>>25 애린주 8989ㅁ89898 워낙 과로하셔서 더 체력이 안 돌아오시는 거 아니래요?? 당분간은 좀 쉬엄쉬엄 일하셔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고 보니 전판에서 동월주가 이런 썰을 주셨는데 점례라면 어떻게 대처할까요?? situplay>1597047765>754 situplay>1597047765>759
>>30 리라주 저 이미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엽고 말랑뽀짝한 거시에오오오오오 ><
>>35 >>60 태오주 ...저녁 식사가 그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인 엑설런트 낱개 둘이랑, 뻥튀기 한 그릇...??? 양도 양이지만 영양상으로도 너무 부실하지 않나요;;;;; 그걸 사치라고 말씀하시니 혼란스러운데요@ㅁ@;;;;;;;;; 에고고 세상에 육체노동도 엄청 하셨어... 일 많이 하시면서 식사는 부실하고 잠도 적게 주무시면 골병 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8 승아주 승아의 오빠는 그림자 소속 말단 연구원이었고 능력 레벨은 0이었고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제조해서 판매하려고 했다? 그 마약은 샹그릴라? 아니면 다른 무엇?? @ㅁ@;;;;
>>50 새봄주 새봄이가 디스트로이어한테 저렇게나 다채로운 '떡'을 만든 원인 중에 서연이가 있었네요@ㅁ@;;;;; 그렇게까지 생각해 준 건 고맙고 감격인데...서연이는 디스트로이어 질색하긴 해도 나름 새 안대도 보내긴 했고 무엇보다 그 떡 만드는 공정이 너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계피사탕 환생 뭔가요오오오오
/ 여기까지 치다가 레스 쌓이는 속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거 같아서 포기요 (털푸덕)(백기 흔들)
늘 있는 일이려나, 항상 무언가 엄청난 행동이나 사고가 뒤따를 때 으레 나오는 그녀만의 경고표시일까? 하지만 실험장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무언가 따로 손을 본듯한 흔적도 없었다. 의기양양한 한명, 어리둥절한 세명과 한마리.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도통 떠오르는건 없었을 때...
[혹시 몰래카메라 같은거라면... 미리 거절하고 싶거든... 도촬은 취향이 아니어서...] "전 좋은데요~♥" "음... 생각해보면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에 계속 틀어박혀서 뭔가 만지작거리긴 했던거 같은데... 어차피 그것도 훈련이나 교육의 일환이니까 놔두긴 했지만,"
-흥-
"흐흥~ 이래서 인간들이란, 주변 환경에 너무 무심함다!" [아니, 너도 인간이거든...]
아직도 눈치를 못챈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듯 자신의 능력을 천장쪽으로 향했고, 잠깐동안 요동치던 바닥의 프레임이 이내 일정한 주기로 덜그럭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자세를 잡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을 뿐더러 버스나 전철같은 체감의 움직임이었을까?
[지진체험이라면 여기에도 관련 능력자라던가 있으니까 그쪽에 맡기는게 특수환경 훈련에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 "뭐, 구태여 옆동까지 찾아가서 귀찮게 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거랑은 조금 다른거 같은데요~♥"
-흥!-
다만 사람과 다르게 동물은 환경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는지 커다랗고 검은 얼룩을 가진 토끼는 흥분한듯 콧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내달리고 있었다.
"이야... 고생 깨나 했단 말임다~ 머, 물론 몇가지는 연구소 기능 덕분에 수고를 덜만한 것도 있었지만여." [연구소 기능?] "...아하~" "♥" [...지금 나만 모르는 것 같거든?] "예전에 있었던 붕괴현장 체험 기억하니? 아마 유라도 질색팔색 하면서 결국엔 했던거 같은데?" [...그건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어쩔수 없이 한 거거든...] "그렇게 바닥을 임의로 날려버려도 멀쩡했던게 이 연구동이 어떤식으로 설계되어서 그렇다고 했었지?" [그거야 당연히 모듈ㅎ... 설마...]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프레임들, 지면을 밟고있지 않는듯 약간 붕 뜨는 느낌, 오묘한 메스꺼움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그녀가 팔을 양 옆으로 펼쳐보이자 손이 뻗어진 곳의 프레임들이 눕혀지면서 실험장 바깥이 드러났고... 네명과 한마리가 서있는 곳은 느리지만 분명히 주어진 경로에 맞추어 이동하고 있었다. 과연 이 퍼포먼스 하나를 위해 희생된 인(?)력과 장비들이 얼마나 될지... 는 그녀가 신경쓸게 아니겠지.
"...근데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슴다." "어떤거?" "...... 배고파서 다음 구간까지는 이동 못하겠어여... 점례열차 운행종료임다... " [...살맛 났다 얘...] "그러고보니 슬슬 저녁시간이네요~♥"
-흥-
[그러고보니 궁금한게 있는데...] "ㅔ?" [우리가 정말 이동한 거면, 지금은 원래 자리가 아니지 않아?] "아, 그거라면 문제 없슴다. 망가진 실험장 수복하듯 다시 도로 물려놓으면 되는 검다." [그리고 한가지 더...] "ㅔ" [출구는?] "......" [......] "그... 아마 즈희가 지금 옆동에 있을 검다. 가끔 운용하는 거기여." [......] "그래서 좀 돌아가야 할검다. 물론 걸어서여."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함정역을 이런데서 경험하다니 최악이거든...] "재밌는데 뭐~ 게다가 시설유지는 내 관할이 아니니까~" [어른으로서 할 말은 아닌거 같은데...] "어른은 원래 자기 할 일 말고는 신경 안써도 되는 거란다~"
"우연히 능력을 사용해서 전투하시는 모습을 보고 반했어요! 엄청 거칠고 하드보일드하시지만, 의외로 냉철하시고, 또 의외로 귀여운 걸 좋아하시죠. 그런 갭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왜요, 어리다고 해서 누군가를 동경하고 좋아하는 마음까지 가짜인 건 아니라구요! 전 앞으로도 디스트로이어 님만을 좋아할 거예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새빨간 거짓말을 뻔뻔히 내뱉고, 생글 웃음까지 지어보였다. 솔직히 현타 오지게 온다. 꿈에서도 이 날 만을 그려왔지만...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용서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구나, 싶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생각은 없다. 왜냐면, 나 정말 준비 많이 했거든. ...어라, 근데 이 녀석. 고양이 소리에 왜 버튼 눌렸지? 뭐 들키면 안될 걸 들킨 마냥... 아, 뭐야. 고양이 좋아하는 거 비밀이었어? 무서워하는 연기를 해야 하나 잠깐 고민됐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길고양이 밥 챙겨주시잖아요~ 목격담이지만, 그래서 고양이 좋아하시는구나~ 했죠. 그리고 지금 들고 계신 것도 고양이 사료구요!"
찐팬이 내 덕질 대상의 기호를 모르겠니? ...뭐, 난 정인 쌤이 뭐 좋아하시는 지 아직 모르긴 하네. 일단 나한테는 적정 거리를 지키면서 열심히 훈련 받고 성과 내는 걸 제일 기대하고 좋아하시지 않을까? 그런데 이 녀석, 역시나 내 예상을 벗어나질 않는다. 당연히 바로 먹어줄 거란 기대는 안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시무룩해지는 게 예의지. 눈썹을 팔짜로 축 늘어뜨리고 눈을 내리깔았다.
"아....." "그러실만 해요. 강하신 디스트로이어 님이라도, 요즘처럼 험한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을 먹는 건 위험하니 조심하실만 하죠." "제가 먹으면, 드셔주시는 거죠? 그럼 저기에서 같이 먹어요~."
인근 공원에 비치된 벤치와 테이블을 가리키며 방싯 웃어보이고는 앞장섰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쇼핑백을 내려놓고, 안에서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딸기 쇼트 케이크, 티라미수, 바클라바. 휘낭시에가 씩, 미니 슈크림 세개와, 트러플 초콜릿 다섯개, 그리고 각각 진홍색 과편 세 조각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아, 이것도 포장하느라 고생 깨나 했지. 그리고, 이거. 난 쇼핑백 안에서 일회용 포크 두개를 꺼내, 하나를 놈에게 건넸다.
"여기 포크요~ 설마 디스트로이어 님이랑 단 둘이 제가 만든 디저트를 먹게 될 줄 몰랐는데... 꿈만 같아요! 그럼... 먼저 잘 먹겠습니다~!"
적당히 트러플 초콜렛을 하나 포크로 찍어 먹었다. 달고, 쌉싸름하면서 사르르 녹는다. 음, 설탕을 적절하게 넣었네. 가나슈 질감도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꾸덕하고. 물론, 이게 뭘로 만들었는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하지만 난 오늘을 위해서, 하수구에서 잔뜩 채취해온 빗물과 슬러지(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물. 하수구에도 잘 낀다 함.)로 토핑된 라쿠카라차의 시체로 만든 이 디저트들을 매일같이 먹었다. 이녀석을 만나기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러니, 맛있는 걸 맛있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으음~ 트러플 초콜릿이 이번에 정말 잘 됐네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런데,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맛이에요~."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점차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약해진다. 자극의 강도가 바뀌면 잠시 반응도 달라지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인식된 자극의 범주 안에 들어오며 다시 반응이 약해진다.
어떠한 자극을 받았을 때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은 중독성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즐거운 일만을 하며 살 수 없다. 처음에 즐거웠던 것의 자극이 금새 익숙해지니까. 고통스러운 일도 마찬가지다.
신경이 곤두선다는 것도 점차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반복된 자극과 그에 따른 반응은 습관이 되고, 자극과 반응에 쏟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익숙함은 그러지 말아야 할 곳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목숨이 걸린 일, 두려운 일, 위험한 일에도 동일하게. 그런 것들에 무감각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그런 의식적인 모든 것이 정신력이라 부르는 것을 연료 삼아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불감증이 없는 인간은 쇠약해지곤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기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감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임에 틀림 없다.
자신 앞에 있는 저것은 껍데기처럼 보였다. 껍데기 치고는 뭔가 잔뜩 들어 있는 것 같긴 했지만 그게 원래부터 그 껍질 안에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공허한 시선을 마주보고, 흘겨지는 태휘의 시선을 무시한 채 랑은 말을 이어간다.
"부숴지는 걸 보고 싶었던 건 아닌가? 선수 친 게 마음에 안 들기라도 한 거냐?"
안온한 삶을 방해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비칠 증오라기에는 다소 과장된 감이 있었다. 뭔가 더 있구나, 단순히 연구소가 박살난 게 전부가 아니겠다는 것을 랑은 어렴풋이 짐작했다. 보다 더 나아간 무언가가 있다. 랑은 태휘를 살짝 흘겨보다가 태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 몸을 숙였다. 눈높이의 차가 아까보다는 줄어들었지만, 그건 마주봤을 때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별 이상한 녀석을 다 보겠다는 것을 넘어서서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냐는 듯이 철준은 표정을 강하게 찡그렸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퍼스트클래스라면 모를까. 자신을 좋아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믿기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있다고 해도 그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딱히 인기가 있건 없건, 그런 것은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네 녀석. 스토커냐? 대체 왜 그런 프라이버시까지 아는 건데? 에어버스터나 웨이버 녀석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진 녀석들이라면 모를까. 내 존재는 철저하게 숨겨져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 수상하다는 듯이 그는 미심쩍은 표정을 조금도 치우지 못했다. 이 자식, 헌터 녀석들이 나를 목표로 깜짝카메라라도 꾸미려고 투입된 거 아니야? 혹은 리버티인가? 그런 갖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괜히 고양이 사료를 들고 있는 팔에 힘을 주다가 살며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공중에 띄웠다.
"아니! 야! 왜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는건데?!"
그 와중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눈썹을 팔짜로 늘어뜨리는 모습에 이어 자신이 먹으면 디저트를 먹어주는 것이냐고 물으면서 저기에서 같이 먹자는 말에 디스트로이어는 크게 당황하며 언성을 높였다. 야! 나는 먹겠다고는 안했어! 생각한다고만 했지! 뭐라는거야! 어?! 야! 거기 너! 그런 말들을 뒤에서 퍼부은 후, 그는 작게 혀를 찼다.
일단 그녀가 이동하니 그 역시 그녀를 따라 걸었다. 모르는 척 하고 갈까 했지만, 그렇게 하면 끝까지 따라올 것 같았기에 더더욱. 임무도 아닌데 능력을 쓰고 싶진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미는 포크를 그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디저트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안 먹으면 먹을 때까지 따라와서 귀찮게 굴 참이냐? 짜증나게 하긴. 하아."
한숨을 내쉰 후, 그는 미니 슈크림 하나를 집어든 후에 제 입에 쏙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됐지? 먹어줬으니까. 이제 귀찮게 굴지 마. ...맛은 제법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녀석들에게나 선물해. 적어도 나보다 100배, 1000배는 더 고마워하고 다정한 말을 해줄테니까. 나에게 그딴 거 기대하지 말고."
정확히는 지금 철준은 새봄에 대해서 절대로 자신의 팬이 아니라고 확신을 하고 있으니까요. 애초에 몰래 봤다고는 하지만 헌터는 민간인이 없는 지역에서 몰래 특수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기도 힘들테고... 자신이 디스트로이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요.
단지 지금은 작전 상황이 아니고 적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으니 그냥 능력만 안 쓴다 정도에요.
@서연주 >>79 합동훈련 고생 많았어 서연주!!>< 이번에도 어울려줘서 고마워 히히 서연이의 실전도 성공적이길 새봄이도 새봄주도 응원한다굿!!>;3 >>1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경험으로 새봄이도 어떤 감정은 최대한 빨리 내려놓는 게 상책이란 걸 배우지 않을까 싶어 히히>< 맞아, 디스트로이어에게 새 안대 줬었지! 마음대로 기억을 엿봐서 미안하다고 ㅠㅠㅠ 그 부분 인상적이었어! 전투중이라도 사이코메트리 사용자로서의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확고하고, 상대 손에 죽을뻔 했는데도 사과하는 게 엄청 멋있더라구>< 새봄이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겠지만 히히 그래서(?) 새봄이도 "내가 싫은 건 남에게도 하지 않는다"라는 일종의 윤리를(?) 이번 턴에 지켜봤다!>< 그리고 계피사탕으로 환생해서 나를 부쉈겠다아아아 하는거지!(부순건 랑이 아니고 랑주임주의)
@김서연 [저번에 그] [철형이 가면 쓰고 있을 때] [철형한테 달려갔었잖아요] [다행히 가면남이 철형이 맞았지만] [저는 철형인 줄 몰랐어서, 무서웠었어요.] [철형이 아니고 적이라서, 서형을 해칠까봐] [그래서 제 부탁이 뭐냐면] [서형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서형이 다칠 가능성이 있는 일은 웬만하면 안해주면 좋겠구요]
새봄이가 화제에 오르자 정신이 확 들었다. 아, 내가 하도 잘 우니까 걱정해서... 새삼 고마우면서도 새삼 민망하다. 명색이 선밴데 오히려 동생 같잖아...;;; 툭하면 고장나 버리는 이 눈물샘 어쩜 좋담? 훌쩍이며 수습해 보려 했으나
" ...... "
선배의 다음 말에 웃음과 눈물이 함께 솟았다. 선배가 지금 같은 마음을 간직해 주는 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져도 기운 내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기쁘고 든든하고 뭉클한데...... 틀렸다. 내 울음보는 노답이다;;;; 그게 창피하면서도 눈물을 닦아 주는 선배의 큼직한 손길이 포근하면서도 단단해 새삼 설렌다. 들뜬 열기를 밤공기가 식히는 가운데 따스하고 두근거리고 조금은 어지러운 듯한 감각. 이 순간도 오래오래 마음에 남겠구나.
그런 예감이 스쳐 갈 때, 목덜미에 감싸였던 감각이 허전해졌다.
" ? "
꼬물꼬물 움직여서는 머리 위로 등반하는... 토실이?? 토실이의 존재를 의식한 것과 거의 동시에 서연은 제가 무슨 자세를 잡았는지도 깨달았다.
" !!!!!!!!!!!!!!!!! "
화들짝 팔을 떼고 뒷걸음질을 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사과해야 할 것 같은데 목구멍이 뜨끈뜨끈 막혔다. 아니, 뚫린대도 말이 나올 거 같진 않다. 실례긴 한데 이번 같은 행동을 더 안 저지를 의향이 있냐면... 있냐면... 맙소사!!! 밤바람이 부딪쳐 오는데도 덥다. 결국 제 얼굴을 가리고 마는 서연이었다.
그 사이 이제까지보다도 더욱 큰 폭죽 소리가 펑펑 터졌다가 뚝 그쳤다. 급작스러운 고요함 속에 불꽃놀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돌아가느라 부산스러워지는 기척만 들려온다. 가야겠다. 심호흡을 하고는 얼굴에서 손을 떼는 서연이었다.
" 그... 저...;;;; 제가 너무 주책이었죠? "
양심통은 오는데 사과 드리자니 양심통이 더 와서 얼버무렸다.
" 가요. 선배. 오늘 감사했어요. "
철현을 바로 보기 머쓱한 나머지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슬쩍 고개를 비낀 채 땅을 보고 걷기 시작한 서연이었다.
/ 마무리 레스 달려다가 서연이가 스킨십의 선(???)을 급발진으로 넘어버린 사실을 급 의식할 듯해 한 번 더 이어 버렸어요^^;;;;;
>>157 캡틴 두개써버렸대요🤭🤭 히히 늘 일케 좋게 봐줘서 참 고마운거야... 그려 착한놈인거다!(?) ㅋㅋㅋㅋㅋㅋㅋ 캡틴이 인정했으니 유리멘탈도 아닌걸로 확실히 인첨공 기준 아닌 일반적 기준으로 따지면 평범멘탈이거나 오히려 약간 단단일거 같지🤔 대형 난투 현장과 참사 현장을 봐도 할 일은 한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내가 앞으로의 대책을 궁리하는 동안, 무어라 투덜거리던 놈이 드디어, 내가 만든 슈크림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놈의 손가락이 내 슈크림을 집어 들어올리고, 이내 입 안으로 넣는 그 찰나가 영원처럼 느껴질 만큼 생생했다. 그리고 그 슈크림의 수상한 과거도. 물론 나도 먹었으니 생리적으로 비위가 상하긴 했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 느껴질 정도로 희열이 치솟았다. 그래서, 디스트로이어가 내 슈크림을 꿀꺽 삼킨 뒤, 나를 빤히 바라보며 하는 말에, 나는 놈과 마주하고 나서부터 이제까지중에 가장 솔직하고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자, 디스트로이어. 맛있었니? 이제 진실을 알 시간이다.
"그럼, 애초부터 네 놈한테 기대한 건 감사인사나 다정한 말 따위가 아니었거든." "그 슈크림, 맛이 제법 있었다고? 고마워! 답례로 레시피나 가르쳐줄게." "바퀴벌레 시체야. 슬러지랑 썩은 빗물로 버무렸지." "그거랑,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해코지했던 네놈에 대한 원한도 있고." "내가 바란 건, 네놈을 위해 준비한 이 디저트를 한 입이라도 먹어주는 거, 그리고 이 디저트의 재료가 뭔지 아는 거. 거기까지였어." "그러니... 고마워! 이제 이 지긋지긋한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겠네."
아, 정말이지 기나긴 여정이었다. 여한이 없네. ...아니지, 3학년 선배들 졸업하시기 전에 과자집은 만들어야지. 그렇게 실없는 생각에 잠기려니, 무언가 테이블 위로 툭 떨어졌다. ...으악, 매미시체잖아? 그럴 계절이긴 하다. 가을이니 말이지. ...어, 잘됐다. >>0 "아, 그렇지. 공정과정도 보여줄까?"
뭐가 좋을까... 적당히 슈크림으로 하지, 뭐. 한알 정도는 연산이 크게 어렵지도 않고. 얍! 연산 끝에 손을 튕기자, 배를 드러낸 채 덩그러니 떨어져 있던 매미시체는, 방금 전 디스트로이어가 먹은 것과 똑같은 미니 슈크림으로 변했다. 나는 그걸 집어들고는, 내 입 안으로 툭 던져넣었다. ...음, 너무 기쁜 나머지 약간 집중이 흐트러졌나. 약간 크림이 묽네. 그래도 덜 익은 것보단 낫지.
>>139 @신새봄 새봄이의 갠톡에 말문이 막혔다. 그때 내 행동이 무모했던 건 명백하다. 새봄이가 내 걱정을 얼마나 하는지 아는데도 그랬다. 반대로 새봄이가 그랬다면, 난 지금의 새봄이처럼 부드럽게 얘기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새봄이는 정말 고민하고 조심한 끝에 얘기한 것이다. (더구나 적절한 처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청윤이가 공기탄을 쏴 주지 않았다면 난 그 가면부터 벗기고 말았을 테니. 그랬다면 선배는......)
하지만 생각이 많아진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선뜻 약속하질 못하겠다. 결국 한동안 액정만 두드리다 궁색한 변명이나 늘어놓았다.
[ 미안... ]> [ 너 걱정할 거 뻔히 알면서 그래 버렸네;;; ]> [ 당혹스럽고 심란하고 속상했을 텐데 ]> [ 니 심정 차분하게 얘기해 줘서 고마워 ]> [ 쉽지 않은 얘기란 거 알아서 더 고마워 ]> [ 근데 그땐 팔찌 믿고 배짱 부린 것도 있어 ]> [ 팔찌 추가 목숨이 다섯 번 남았고 ]> [ 다른 부원들도 있고 해서 ]> [ 죽진 않겠거니 했어... ]> [ 그때 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미안 ]> [ 그래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겠단 약속은 못해 ]> [ 그래도 그때 내 판단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까... ]> [ 앞으론 내 감정 충족보단 실리를 얻을 수 있는 ]> [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 볼게. ]> [ 이 정도 얘기밖에 못해서 미안 ]>
"…바즈라의 연구원 제의를 받았어." "그 사람이 내 말에 약속해줬으니까. 같이 있어주겠다고." "그런 것에게 화 내어 무엇하겠니. 사상은 그럭저럭 들어맞지만 대가리도 욕심도 턱없이 모자란 탓에 뜻을 함께하기 싫은 별 꼴같잖은 것들이 자제할 줄도 모르고 기어오르니 마음에 안 들면 모를까. 목줄 달렸으면 닥치고 순응할 것이지, 전쟁 병기니 뭐니 자유니 지껄이는 꼴 퍽이나 같잖아서…… 마음에 안 든 거야. 그래, 보고 싶어. 데 마레 박살나는 꼴이야 당연히 보고 싶지." "나를 그런 곳에 던져놓고 편지 하나 없다 레벨 4가 인접하니 그제야 태오야, 태오야, 하면서 찾아대는데. 내가 그 늙은 여우가 보내버린 곳에서 어떤 수모를 겪었는데……. 다만 내가 선수치는 게 아니라, 넓은 아량 베푼 호의란 말이다. 빡대가리들보고 이상론 작작 그리고 현실을 경계하라 이를 방법이 뭐 있겠냐." "소장이란 놈은 나를 위험한 것 취급하고, 저 짭새는 나를 다른 사건에 엮어먹으려 안달이 난 데다, 저것도 데 마레 편을 들어서 대화가 안 되는데."
"……그 사람. 백한결 그 개자식." "손발목이 잘린다 하더라도 내게 기어서라도 왔어야지, 버르장머리 없는 것이 감히 날 혼자 두어서 이 사달을 내." "뭐, 다른 사람이 오는 걸 기다리길 바란 듯한데 유감스러워... 여기 원장은 성하제 이후에 으깨졌던 몸오 강제로 살려줬으니까 은혜도 갚을 겸 내 얌전히 여기 있어줬거든……."
>>180 으아이고 물어봐줬었구나!! 미안 미처 못봤다88 사실 새봄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새봄이가 일방적으로 디스트로이어를 미워했었어. 이전 스토리에서 디스트로이어가 부원들 전체의 뼈를 뽀각! 한데다가 서연이를 하마터면 죽일뻔 하기도 했었거든>< 서연이는 새봄이가 잘 따르는 형(새봄이는 여성남성 안 가리고 형이라고 부르는데, 언니라고 불리길 원하는 사람은 언니라고도 불러!)들 중 한명이다보니... ㅋㅋㅋㅋㅋ 그렇게 된 것이었다!
>>195 아ㅋㅋㅋㅋ 김민우 줘팬 경력 어디 안 간다고-!! 여기서 더 조롱식으로 추가하면..
한양 : 한 번 우리 둘이 대화하는 걸 영상으로 찍어서 당신이 보세요. 나 진짜 아무짓도 안 했는데, 당신 혼자 토라져서 갑자기 이러는 걸 보면 진짜 웃기다니깐? 아무 적의도 악의도 없는 상대한테 예의는 어디다가 팔아먹었는지.. 유튜브 쇼츠에 급발진남(녀) 레전드라고 올리면 인기스타가 될 듯해요. 이제 보니깐 떡잎이 보이네. (대충 욕없이 패기)
>>213 내 동기들 중에 특전사들 많은데.. 걔네들 중 하나는 딱히 선수출신도 아닌 애가 특전사 가더니 3키로를 9분 초반대로 완주하더라.. 리얼괴물 천지들인.. 심지어 자기는 체력이 약한 축에 속한대..(무서움) 나보다 체력 약한 애들이 특전으로 팔려가다가 상상이상의 괴물이 되는 걸 많이 봐옴.. 물론 젊은 나이에 무릎이나 허리 심하게 다친 애들도 많지만 (옆눈)
디스트로이어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내 연기는 좀 실패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스스로 팬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먹히지 않았거나. 그러나 어떤가,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그만이니. 그리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 정도로 모호하게 말한 것도 잘한 것 같다. 완전 헛다리 짚고 있잖아. 게다가 무슨 일로 인해 발생되었든 그 원한은 내 감정인데, 그거에 서형이나 철형이 말려들면 곤란하니까.
그나저나 의외네. 보고서에서만 보면 제법 근육뇌라 전투도 예상했는데, 이렇게 물러난다? ...뭐, 나야 좋지. 지금 전투 준비도 안 돼있는데 지금 전투 준비도 안 돼있는데 퍼클이랑 일대일로 붙으면 죽을 거 아냐. 아, 근데 이렇게 보내주긴 좀 아쉬운데. 난 대답대신, 조용히 연산하기 시작했다. 목표? 당연히 저 놈 옷이지. 아군이니까 같옷 상의로 봐줄게. 요전에 리버티미랑 행복한 애들은 전신이 달콤해졌단다? 디스트로이어의 옷을 솜사탕으로 만들기 위한 연산을 마치고, 손가락을 딱 튕긴 뒤 이렇게 말했다.
"이것도 재밌었는지 나중에 보면 말해주라." "그럼 잘가~."
이건 아까우니까 가져가서 좀 신선하게 만들어서 부실에 놔둬야지. 남은 디저트를 챙겨 일어섰다. // 막레로 받아줘도 좋고, 더 이을 내용이 있다면 이어줘도 좋아><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는 예감은 삶을 살면서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끼어들곤 한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안실로 들어서며 자신이 이 습도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리라 생각했었고, 애석하게도 그때와 같은 눅눅한 습기가 틀리지도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을 때마다 소녀는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곤 하였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추천드리진 않습니다. 가까스로 장례를 치를 정도는 되나, 딱 거기까지입니다. 가해자가 담당하던 학생이라는 것에서 이미 짐작하실 수 있겠으나... 따위의 공허한 운운. 모든 의례적인 절차와 예의... 뒷전으로 미뤄둔 채 아래를 내려다본다. 손을, 비현실적으로 푸르고 하얀 천 위에 올렸다. 창백하게 질린 피부와 이미 말라붙은지 오래인 핏자국, 아직도 상체를 덮고 있는 천. 모든 것이 한순간에 어우러져 끔찍한 불협 화음을 이루고, 아주 잠깐의 반조 끝... 목걸이, 늘 하고 있던 것인데. 그런 사소한 생각 하나. 거기까지가 영안실에서의 다였다.
"목걸이가 없었나요?"
"네?"
"목걸이요. 오빠가 늘 하고 다니던 건데."
"확인해 보겠습니다만..."
"다만?"
"아시다시피 증오범죄입니다. 귀금속류가 사라지는 건 아주 드물진 않은 일이죠."
"그런... 값나가는 물건은 아니었는데..."
"보기에는 모르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전달받은 것은 장신구가 아닌 말이 다이고, 체념과 납득 끝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전한 오빠의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허망하게도. 끝끝내 내 손에 들어오지도 못했지만.
@김서연 내가 보낸 메세지 옆에 조그맣게 달린 1이 지워지고도 조금 뒤, 서형이 답장을 보냈다. 찬찬히 읽어보고 있자니, 어쩐지 코끝이 시큰해졌다. 따지고 보면 나도 무모한 짓을 한 적이 있다. 혼자서 빌딩을 올라서 파란머리에게 한방 먹여준 거. 그건 나쁘지 않은 쾌거였지만 그 과정에서 다쳤지. 서형한테도 철형한테도 걱정 끼쳤고... 그래서 서형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서형은 그 때의 나보다 훨씬 절박했을 거다. 철형을 찾아 사흘을 해메다, 철형이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을 발견했으니까. 다행히도 철형이 맞았고. 그럼에도 남은 추가목숨 갯수랑 부원들이라는 안전장치를 생각할 정도로 여러모로 고려했다. 서형 입장에선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고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까지 헤아려주고, 선배로서 후배의 걱정을 받는 게 어떻게 보면 자존심 상할 수 있는데도 솔직하고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문장들을 보고 있으니, 미안한 마음까지 들만큼 마음이 녹았다. 이걸 어떻게 전해야 좋을까. 한참 고민하다 마침내 손가락을 움직였다.
@김서연 [서형, 고마워요] [갑작스러운 얘기였는데도, 내 마음이 어땠는지 헤아려주고, 형 입장도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요.] [징징거리고 하긴 민망한 말인데, 서형 입장이 이해가 가요] [그 날 서형이 얼마나 절박했을 지 다 알 순 없어도, 많이 생각하고 있었고...] [당시에 서형이 한 선택도 안전장치를 고려하고 부원들을 믿고 택한 최선이었다는 것도 이해했어요.] [내가 그걸 잘 몰라서 겁을 먹었던 게 큰 것 같아요.] [나야말로 미안해요, 형이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 다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한 채로 얘기 꺼내서요.] [그거랑, 제가 더 무모한 짓을 했었는데도 까먹었던 것도...] [앞으로는 전보다 더 많이 형을 믿고 전투에 임할 거예요.] [저부터가 무모한 행동은 좀 삼가구요.] [사실, 미성년자인 우리가 매주 목숨걸고 싸우는 상황 자체가 좀 많이 이상한 상황인데, 매번 감정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도 어려울 것 같긴 해요 어른들도 못 그럴텐데] [으악 도배해버렸다] [아참 저요, 형이 내가 도움이 됐다고 톡 보내준 순간부터 마음이 거의 풀려버렸지 뭐예요 히히] [그 말이 엄청 기쁘고 고마웠어요. 약과 타르트도 엄청 기대되지만요!]
걱정은 흔히 호감에 비례한다. 내가 돌발 행동을 저지른 입장이 아니라 그걸 목격한 입장이었다면 새봄이보다 더했겠지. 그걸 알아도 좁힐 수 없는 입장도 있는 법. 앞으론 정줄 좀 잡을 수 있길...집어치우자. 다시는 그딴 상황 안 맞고 싶다!!!!
쓴웃음과 함께 폰을 밀어내는데 톡 알람이 한꺼번에 와르르 이어졌다. 마뜩잖은 답이어도 할 수 없다 했는데 뜻밖에도 새봄이는 (내가 부원들 믿고 부렸던 똥배짱까지) 이해된다고 답해 주었다. 나아가 본인도 무모한 행동 안 하게 조심하겠단다. 다행이다. 안 그래도 사달 나면 피가 마르든 멘탈이 나가든 생고생하는데 미리부터 걱정하기까지 하면 너무 힘들 테니. 별일 없을 때라도 걱정 내려놔야 그나마 숨통 트이지...
한숨 돌리는 중에도 이어지는 톡.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도움 많이 받아서 도움됐다고 했는데 그 말이 고맙다니 어쩜 좋나? 아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새봄이가 날 좋게 생각해 줘서일 거다. 그거야말로 내가 감사해야 마땅한 일 아닐까.
[ 너 도움 많이 돼 그건 팩트야~~ ]> [ 두서없이 얘기했는데 이해해 줘서 고마워 ]> [ 걱정해 준 것도 고맙고 ]> [ 그거랑 별개로 지금의 우리가 알 수 없고 ]> [ 어쩌지도 못하는 나중 일까지 걱정하다간 ]> [ 우리 기력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 [ 지금은 머리 비우고 쉬자!!!! ]> [ 타르트가 기대한 맛이면 좋겠다~☆ ]>
4렙으로 올랐다고 확인받긴 했지만 실감이 안 난다. 3렙일 때와 차이가 많이 난대고 실제로 연구원이 무기한 휴가일 때 어디서 뭘했는지 같은 것도 술술 캐지긴 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알고 싶었던,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던, 선배가 어쩌다 어떻게 납치당했는지는 당시 선배가 다녔을 법한 경로를 암만 되짚어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현타가 와서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전투 능력은 어쩔 수 없다지만 경로 추적이 이토록이나 막힐 줄이야. 이럼 4렙인 게 무슨 소용이지? 선배가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을 때 아무것도 못하긴 똑같은데??
답답하다. 가지지 못한 것에 불만 갖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만물에게 도움받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고 마음 다잡아도 속이 끓는다. 끝난 일이라 넘기고 걱정도 치우고 싶지만 그것도 안 된다. 그냥 다 엉망진창 같다. 왜 다 지나서 이 꼴인지... 무슨 대처든 해야 할 텐데 당장은 답이 안 보인다. 이것도 시간이 약일까? 약이 될 만큼 시간이 순탄히 흘러 줄까? 모르겠다.
아마도 리버티와 정면 승부를 했던 2학구에서의 일 이후의 일이 아니었을까요? 어느날, 수경은 병가를 냈습니다. 하지만 요상하게 연락이 되지 않고 학교에서도 무단 결석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있었던가요? 아마 같은 반이거나 수경과 친한 이였다면, 그리고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적이 있다면 지금 사태도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언제나처럼 하루가 마무리되는 방과후였습니다. 그 시간 무렵, 모두에게 톡이 들어왔습니다.
[바쁘지 않은 이들은 저지먼트 부실로 와줄래?] [꼭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 있다는 이들이 찾아와서 말이야.] [내가 대응하고 싶지만... 2학구에 조금 볼일이 생겨서 갔다와야 할 것 같아.] [세은이가 있을테니까 부실에 나 대신 세은이가 있을거야. 아. 그리고 자리에 있는 머핀은 오늘 아침에 구운 거니까 먹고 싶은 이들은 먹어. 개당 하나씩 뒀어]
아마 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면 각자의 자리에 하나씩 머핀이 놓여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아침에 만든 것이니 따끈따끈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선한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최근 김수경이 병가를 내서 저지먼트에서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아프면 잠시 며칠 쉴 수도 있지. 그래.. 일반적인 부원이었다면 그랬을 거야. 하지만 김수경은 최근 로벨과의 이슈로 집중해서 관찰해야 될 대상이었기에.. 혹여나 무슨 일이 일어나나 싶지만.. 진짜로 무슨 일이 있었으면 병가도 스스로 못 냈을 거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말자고.
분명 부실의 창문에는 아무도 없는데, 창문이 갑자기 열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한양이 공중에서 날아오며, 창문을 통해 부실로 들어온다.
뒤늦게 심란한 나날. 밤잠을 못 이루고 새벽에 깨는 대신 수업 시간을 수면 시간으로 삼아 버리는 나날의 연속이다. 수면 패턴이 그 따위가 되니 낮에 계속 멍하다. 이러다 올빼미족 되겠네...
그런데 방과 후에 부장이 단톡을 보내 오셨다. 긴급 호출 아니고, 긴급하지는 않은 호출도 아니니, 리버티가 난리 친 건 아니구나.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할 얘기가 있는 사람들이라니 누굴까? 묻고 싶었지만 부장은 2학구에 급한 일이 있으신 모양이다.
@최은우 [ 또 어디 위험한 데 가시는 거 아니죠? ]> 김서연 [ 위치는 공유해 주세요!!! ]> 김서연 [ 안 그러심 14*14만원어치 간식 쏘시라고 스토킹할 거예요!!! ]> 김서연 [ (졸졸 쫓아다니는 이모티콘) ]> 김서연
암튼 지금은 부실로 가야 하려나? 졸린 눈을 꾹꾹 누르고 부실로 향하는 서연이었다.
그렇게 들어서 보니 세은이는 평소대로 자기 자리에 있고, 한쪽 자리에 낯선 사람이 셋 있다. 개중 둘은 머핀을 먹고 있고, 나머지 한 명은 가만히 앉아만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랄지 딱딱한 분위기랄지 모르겠네;;; 은근 긴장이 됐지만 얘기를 듣는 게 우선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인사부터 하자. 세은이한테 오늘도 고생이 많다고 손을 흔들어 보인 뒤, 세 손님들에게는 목례를 해 보이고는 자기 자리에 앉는 서연이었다.
이런 식의 소집은 이제 익숙해졌다. 그리고 꼭 이럴 때마다 작지 않은 일이 터진다는 사실 또한 익숙해졌다. 몰아치는 졸음을 이기지 못한 채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던 리라는 진동하는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전원을 켜서 메세지를 확인하고, 머잖아서 비척비척 일어나 저지먼트 부실로 걸음을 옮겼다.
엎드려 잠든 탓에 이제 꽤 길어진 앞머리가 곱슬하게 뻗쳐버렸지만 그걸 정리할 정신도 없다. 졸음 덜 가신 붉은 눈동자 한 쌍이 눈에 익지 않은 세 사람을 바라본다.
이승아는 목화고 저지먼트에 자신의 목숨을 의탁했다. 물론 그렇다고 자유로이 인첨공 안을 거닐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학교 안에서도 따가운 시선 하나 둘 따라붙다 명멸하길 반복하고... 발걸음을 부실로 향한 것은 그러나 단순히 보호받는 이로 지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부실의 모든 이가 낯설기만 하지만, 그녀라고 평소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지 않았다. 예민한 점은 이럴 때도 날카로우니, 기실 용무 있을 이방인을 두 눈에 담고선 머핀에 손을 가져다 댄다. 따뜻하지 않아 오히려 만족스럽다.
"다들 안녕."
그러니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인사다. 용무를 풀어놓을 생각이 있다면 저쪽에서 알아서 풀어놓겠지. 그런 머핀과도 닮은 미지근한 사고방식을 끝마치고선, 이방인과 다름없는 이방인은 먹을 것에 얌전히 입을 박았다. 생기 없는 눈동자를 굴리며 다른 이들이 이야기를 진행시키길 기다린다.
https://ibb.co/qB24H4c 리태와 팔카타(리태는 색감적인 것이 중점.) https://www.neka.cc/composer/13087 https://ibb.co/zPvKcM1 샨챠 https://www.neka.cc/composer/12528 *외모 참조. 갈색 머리카락-리태(진호) 흑발-팔카타(란희) 적발-샨챠(동백)
"....." 여자 둘은 왜 거기로 들어온담.. 이라는 생각을 하며 잠깐 멍해져 있다가 한양을 보고는 안녕하세요. 라는 말을 하려 합니다. 그리고 남자로 보이는 이는 반갑습니다. 라고 정중하게 말하려 하는군요. 들어온 이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는 셋입니다.
"음... 저희는.. 연지 연구소 소속입니다." "저는 란희고요. 이쪽(남자)는 진호, 그리고 이쪽(적발)은 동백 소장님이세요." 흑발의 여자가 새봄과 한양의 질문에 먼저 말문을 엽니다. 그리고 적발 여자. 동백이...
"요 몇달 간, 과로와 리버티 사태 때문에 정신없이 바빠서. 정기적으로 연락만 하고 진호씨만, 수경과 커리큘럼을 일부 진행했는데." -저희 무려 일주일에 22시간 혹은 그 이하밖에는 못 쉬었다니까요... "최근 며칠. 연락도 끊긴 뒤에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서.. 행방을 찾을 만한 곳이 학교뿐이거든요." "혹시 수경 양의 행방을 아시는가 해서 찾아오게 되었어요. 기숙사 출입 허가랑... 기록 열람을 신청하려고요." -그렇죠.. 갈색 머리 남자(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말을 들리게 한 뒤, 물만 한 모금 마시려 합니다.
들어보자니, 수경이가 커리큘럼을 땡땡이 치고 연락도 끊긴 모양이다. ...무슨 일 있나? 그나저나 이 어른들은 자기 과로하는 이야기를 왜 처음 보는 학생들한테 하지? 상태가 안 좋은 건 확실한 것 같은데, 해줄 수 있는 건 없으니 용건에나 대답해야겠다. 기숙사 출입 허가랑 기록 열람?
"기숙사 출입 허가는 목화고등학교 기숙사 관리실 쪽으로 문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기록 열람은 어떤 기록을 말씀하시는 거세요?"
기숙사 관리실이라... 다시 입에 담으려니 등골이 서늘해지는 울림이네. 그러고보니 주변 일들도 정리됐겠다, 같이 가서 재입사 안되냐고 물어나 볼까? 레벨 3은 되어야 한다고 그러셨는데. 그러던 중 부부장 선배가 기숙사 입실 시 여자부원들과 함께 들어가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서형도 동행을 요청했다. 학교에 방문한 외부인 감시, 이것도 엄연히 저지먼트의 엄무지.
연지 연구소 출신, 이라는 말을 듣자 몽롱한 눈에 빛이 돌았으나 이어지는 말에 도로 가라앉았다. 리라는 세 사람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두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다. 담당 연구원이 기숙사 퇴소 여부를 모른다고? 왜 모르지? 이 사람들, 어디까지 모르는 거지?
"......하, 그냥 그날 바로 얘기할 걸 그랬나."
머리가 지끈거린다. 동시에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라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더니 부실의 제 자리로 걸어가 책상 밑에 놓여있던 커다란 쇼핑백 하나와 A4 파일을 들고 왔다. 그리고, 머잖아 클립으로 묶인 프린트물 하나를 파일에서 꺼내 세 사람에게 내민다. 보고서였다. 김수경과 로벨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히 서술된 보고서.
"수경 후배님이 하도 연지는 몰라야 한다고 하길래 말을 잘 못 하고 있겠구나, 싶긴 했어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모르실 줄은 몰랐네요."
이윽고 리라의 시선은 세 사람이 아닌 저지먼트 부원들에게로 돌아갔다.
"부부장님, 제가 전에 올린 보고서 확인하셨었죠? 공교롭게도 며칠 전에 그 보고서에 쓰여 있던 인물 중 하나인 '케이스' 와 만난 적이 있어요. 스트레인지랑 좀 가까운 외곽 쪽이었고, 비가 왔고, 주변이 엉망진창이었어요. 거기서 비를 다 맞으면서 울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부실 중앙에 있는 테이블 위에 쇼핑백 안에 넣어두었던 망가진 CCTV 몸체를 꺼내놓은 리라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잇는다.
"케이스가 그러더라고요. 로벨 측에서 또 초커를 가지고 고문을 했다고. 이번엔 타인의 지시 하에 본인이 실행해야 했다고. 그것 때문인지 많이 충격 받은 모습이었어요. 당시에는 저도 경황이 없어서 저지먼트나 안티스킬에 알리진 못했는데..."
흙탕물 묻은 CCTV 카메라에서 먼지가 떨어진다.
"......서연아, 혹시 이 CCTV로 당시 상황을 좀 봐줄 수 있을까? 난 말로만 띄엄띄엄 들어서 무슨 상황이었는지 확실히는 모르거든."
"아. id카드.. 들고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아. 안들고왔다.... "소장님... 진호야... 아무리 잠이 부족하고 피곤해도 그건 챙겨야죠..." "하지만 텔레포트 쪽이면.. 이동할때 안 쓰고.. 연구소 내에서만 쓰니까... 처박아둬서.. 어딨더라.." "변명도... 참...신박하시네요." 흑발의 란희만 둘을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id카드를 내밉니다. 확실히 맞는 카드네요. 저만 가도 상관없어요. 라고 란희가 말을 하려 합니다.
"동행해도 괜찮아요." 새봄이나 서연의 말에 란희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앞의 한양의 말과도 연결되는 것이, 동행해서 본다라는 것은 당연히 가능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수경이 기숙사를 나간 지 오래되었다는 점이지요.
라포라던가 하는 말에 어물거리는 표정을 짓는 듯한 진호와 동백입니다.
-라포...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더라고요. "연지 연구소에서 거의 지내긴 했지만.. 우리가 같이해도 잘 되지는 않더라고.." 우리가 제대로 신경써주지 못해서였던 걸까.. 라는 한탄같은 말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리라에게서 기숙사를 이미 퇴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얼음처럼 굳어버린 것 같이 보이는 세 사람입니다.
"로벨? 그 여자 앨리어스는 왜 나오는 거에요?" "케이스?" -맙소사. 졸리고 피곤에 찌든 것 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처럼 보이는 셋입니다. 건네받은 보고서를 눈으로 읽으며, 동백과 란희는.. 이마를 짚습니다. 그리고는 사이코메트리를 해달라는 말을 듣고는 한숨을 쉽니다. 진호가 읽고, 뭔가 할 말이 있어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사이코메트리를 해본 다음에 하겠다는 것처럼 바라봅니다.
cctv를 사이코메트리한다면.. -뭔가 사라졌다가 떨어지며 주위를 박살냅니다. 빛이 번쩍입니다. 그 충격으로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분홍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케이스를 백허그하듯 끌어안고 무언가를 내려다보며(안타깝게도 뭘 내려다보는지는 cctv가 위를 향해. 각도 문제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백허그당하며 무언가를 누르는 것 같은 케이스의 표정이 점점 희게 질려가면서 케이스 또한 코피를 흘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레벨이.. 높다고 우리가 제압 못할 것 같았니? 같은 웃음 섞인 속삭임이 들렸을지도. -케이스의 코피가 씻겨내려가는 것이 보입니다..
(여전히 몸이 안 좋아보여서 걱정되는) 리라 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경이는 기숙사를 퇴소한 지 좀 됐다는 모양이다. 이런. 그럼 가도 그다지 소용 없겠는데. 비어있거나 다른 학생이 있을 테니까. 그런데 리라 언니는 뭔가 아는 게 있는 지 보고서를 낯선 어른들에게 건네며 말을 꺼냈는데, 낯선 이름과 함께 경악할 만한 내용이 등장했다.
케이스는 누구야? 로벨은 뭐하는 집단인데 사람을 고문해?
아는 게 없으니 딱히 얹을 말도 없다. 놀란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럼... 난 그냥 가만히 있다가 뭔가 지시받거나 도와달라는 말씀 들으면 나서야지.
ID카드가 있네 없네로 떠드는 걸 보고 있자니 정신 없는 사람들이네. 사이코메트리에나 집중하자.
뭐가 번쩍번쩍 사라졌다 떨어지면서 일대를 폭격(???)한다. 텔레포트? 케이스씨는 분홍색 머리칼의 사람에게 붙들린 챈데, 저 사람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 아래엔 뭐가 있지? 리라 말대로 수경이를 고문했다면 설마 수경이를 밑에 묶어 뒀나??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케이스씨의 표정이 창백해지더니 코피를 흘리고 만다. 저 사람에게 붙들린 영향일까?
그리고 들리는 속삭임. 레벨이 높다... 정말로 저 아래 있는 게 수경이일까? 그럼 이 CCTV는 뭘 찍는 게 목적이었기에 위로 향해져 있던 걸까? 저 짓거리를 하면서 안 찍히려고 위로 올렸을 수도 있지만, 그러느니 CCTV를 치우는 게 빠를 테니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고. 뭐가 뭔지 모르겠네;;;;;
" 케이스씨랑 웬 분홍머리 사람만 보여요. 아래쪽의 누군가를 공격했던 모양인데, 공격당한 사람이... 저는 수경이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제 짐작일 뿐이에요. 공격 방식은 텔레포트 같으면서도 분홍머리가 붙든 것만으로도 케이스씨가 코피를 흘려서 다른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싶고요. 상정의 관계자일 것이다 말고는 뭐 짐작을 못 하겠네요;;;; "
-아.. 그러고보니. 비교적 최근에. 상담할 때 이런 곳에 갔다왔다는 말을 했어요. -제가 주소를 알기 때문에, 같이 가볼 수 있을 겁니다. "진호야. 이 상황에서 우리가 뭐 해줄 수 있는게.. 없지..?" -그렇죠...? 가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폐잖아요. "사실인데 아프네요.." "...." 여로의 말이나 다른 이들의 말에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들은 담당 연구원이니까 빨리 대처할 수 있겠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진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양의 말에 대답해준 것이기도 하네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안됐네.. 우리 잘못이지.." 란희가 한숨쉬며 승우에게 말하려 합니다. 보고서에서 본 대로라면... 칼렌은 꽤 적대적으로 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꽤나.. 믿기 어려운 사실들이지만. 믿을 수 밖에 없기는 하죠...
"....분홍머리면 칼리스 맞네요." 그그... 좀 미친여자... 라면서 으 하는 란희입니다. 아마 그 빛은 코디네이티브 텔레포트로 일종의 운석을 떨어뜨린 거라고 봐도 될 거라는 말을 합니다. 포탈 A로 떨어뜨리고 B로 더 높이 올리고 그런 그걸 몇 번 반복해서... 충분한 에너지를 얻게 한 다음. 허공에서 바로 바닥으로 에너지를 투사하는 그런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cctv가 위로 향한 것은 처음의 충격으로 떨어져서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곳을 검색했더니. 주택.. 쪽이어서요. 보내지실 분은 계신가요? -...저는 같이 가도 되긴 하지만.. 데려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라고 리태가 말을 하려 합니다.
만일 가겠다고 하면 진호가 여러분들에게 일회용 워프장치를 주고, 이동하면, 좁은 현관이니만큼. 서너명은 실내이지만, 나머지는 문 앞에 위치해있을 겁니다. 무단침입이지만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집은 거실에 쓰리룸인 꽤 널찍한 집입니다. 현관 말고는 꽤 어질러져 있었지만, 원래는 꽤 아늑한 인테리어였을 것이 보입니다. 수경의 장갑 새 제품이 걸려 있고, 뒷모습이긴 하지만 케이스와 수경의 사진이 걸려있는 걸 보니 맞긴 한가봅니다.
뭐랄까 저 어른들... 다들 나사 하나씩 빠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욕이 없어보이기도 하네. 우리 연구소 선생님들이 팔팔하게 보일 정도야. 특히 내 원래 담당 연구원 선생님은 맨날 나랑 커리큘럼하면 노찾사의 사계만 부르시는데도. 그나저나 드디어 움직이나보군. 할 일은 수경이의 흔적찾기 정돈가? 가봐야지. 아무것도 모르긴 하지만, 부원이 실종됐으니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서 무기력한 어른 한 분께 일회용 워프 장치를 받아서 이동했다. 음, 다행이 멀미는 안나네.
그렇게 이동한 곳은 제법 널찍한 집이었다. 수경이는 내집마련도 했구나, 부럽다. 나도 지원금을 좀 받아야지 주거독립을 하든 말든 할텐데. 일은 계속 할거지만. 아니다, 지금 수경이를 부러워할 때가 아니지. 수경이는 웬 미친 인간에게 사주받은 잘 모르는 사람에 의해서 고문도 당한 대다 실종되기까지 했잖아. 별 탈 없어야 할 텐데... 일단 수경이의 흔적을 찾아야 하니, 어디든 파볼까. 그런 마음으로 아무 방문이나 열고 들어갔다.
[방 .dice 1 3. = 3으로 향한다.]
//
>>471 아이고 승아가 잘 못먹는다니 ㅠㅠㅠㅠㅠㅠ 새봄: 엑! 승아선배 지원금은요!! (리빙포인트: 레벨 3부터는 지원금이 나온다! 1
가는 수밖에 더 있나. 당시 로벨의 아지트인지 뭔지, 그 이상한 공간의 좌표를 따올 수 있었다면 몰라도 지금은 도로 원점이다. 스스로가 퍽 멍청해지는 기분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좀 더 나은 선택은 없었나. 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뿐이었는데.
가슴이 답답해진다.
현관 안으로 들어선 리라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방문을 열었다. 단서 잡을 게 있다면 해야지. 그게 뭐든.
>>461 리라의 추측이 맞았구나. 운석을 텔레포트시키는 능력자? 무시무시하네...그 무식하게 쎈 수박씨가 4학구 다 없애려고 난리 치던 게 떠올라서 기분 영 구리다.
그나마 실마리가 하나 나온 건 다행이랄까? 근데 웬 주택? 모르겠다. 일단 따라가야지. 선배가 싸이코 패거리한테 봉변당했을 때처럼 사이코메트리도 무소용이면 어쩌나 싶지만,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 가능하시면 부탁드릴게요. "
그렇게 이동한 곳은 어느 집 문앞이었다. 엉망진창이네. 도둑 맞은 거 같다. 두리번거려 보니, 낯익은 장갑이 보였다. 수경이가 맨날 끼는 그 디자인이다. 수경이가 여기 있긴 있었구나. 수경이가 텔레포터가 아니었다면 현관부터 사이코메트리 해 봤겠지만...지금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
일단 현관이랑 제일 가까운 거실부터 둘러보자. 벽에다 사이코메트리를 쓰면 이 집을 이렇게 와장창으로 만든 게 누군지 나타나려나?
와. 승아 선배는 누가 능력 쓰는 거 보면 무슨 능력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구나! 신기하다. 난 사이코메트리로 봐도 저게 뭐지? 뭐지? 하기 일쑤였는데. 아까 연구원이 해 준 말이랑 연결하면 좌표 둘을 연결해서 운석들을 오가게 하는 능력이려나? 그 좌표 사이에 있다간 뼈도 못 추리겠다!!
연분홍색 선물상자 안에 알록달록한 페이퍼 슈레드를 채워넣은 리라는 그 위에 검은색의 무릎 보호대와 유리 단지 두 개를 넣고 뚜껑을 닫았다. 리본을 사 오는 걸 잊어서 잠시 허둥거리긴 했지만 그것도 노란 색종이 위에 펜이 몇 번만 오가면 해결될 일이다. 노란 리본을 매듭지어 마무리한 그는 새벽 공기가 내려앉아 고요한 댄스부실 문을 열고 한 손에 선물상자, 다른 손에는 망친 그림들이 들어있는 쓰레기봉투를 든 채 어딘가로 향했다.
@나 랑
[책상 서랍! - 리라]
여느 때와 같은 등교 시간.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지난 시간에 랑은 그 자신의 책상 위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하나를 발견했을 것이다. 어쩌면 익숙할 글씨체와 익숙한 이름의 조합은 학년 초처럼 누군가의 본명을 마니또명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랑이 포스트잇의 내용을 따라 책상 서랍 안을 뒤져보았다면, 노란 리본으로 포장된 연분홍색 선물상자가 곧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리본 매듭을 풀고 뚜껑을 연다면 맨 위에 올려져 있는 쪽지와 알록달록한 페이퍼 슈레드 사이로 진저&오렌지/민트&시나몬 이라는 태그가 각각 하나씩 붙어있는 아기자기한 사탕 유리단지 두 개가 파묻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겠다. 그리고 그 아래 깔린 검은색의 무릎보호대도. 쪽지의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펼쳐본다면 각 모서리의 끝까지 빽빽하게 쓰여 있는 글씨를 확인할 수 있었으리라.
.hr
[무릎 보호대 사용 설명서] 스피드와 점프력, 도약력에 도움을 주는 무릎 보호대예요. 신체강화 능력자들만큼의 위력은 안 나오겠지만, 테스트용으로 만들어서 써봤을 때 랑이 언니한테 나름대로 도움 될 것 같다고 판단할 정도는 됐었어요.
각 무릎 보호대 바깥쪽 면에 얇은 회색 버튼이 있는데, 그걸 터치해서 on-off 가 가능해요. 버튼에 주황색 불이 들어오면 on, 회색이면 off. off 상태면 평범한 무릎 보호대로 쓸 수 있어요. 차고 있는 상태에서는 무릎에 데미지 들어올 일 없으니까 편하게 쓰면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거나 과격하게 쓰면 안 돼요! 아플 일 없었으면 좋겠어서 주는 거니까!
p.s. 저번에 집으로 보러 와줘서 고마워요. 언니 얼굴 봐서 그런지 벌써 많이 나은 것 같아요. 보호대는 좀 예전부터 준비하던 선물인데, 언제 줄까 고민하다가 엊그제 언니가 좋아할 것 같은 사탕 파는 걸 발견한 김에 완성해서 같이 넣었어요. 쪽지 종이가 부족해! 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요! 다치지 말고 늘 몸 조심!
>>480 @이리라 누군가 나랑 같은 방향으로 온다 싶더라니 리라 언니다. 의욕은 있어보이지만, 여전히 안색도 표정도 안 좋아보여서 걱정스러웠다. 아까 보니까 머핀도 승아 선배한테 양보하던데... 조사하러 온 거긴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다시 철판을 깔고, 조심스레 물었다.
빈 집에 창문이 열려있다? 수상하다! 수경아, 미안. 사진 좀 찍을게. 너 찾고 나면 지울거야. 새봄은 열려있는 창문을 찍은 뒤 서랍장이 보이자, 새봄은 무심코 손잡이를 잡았다가 멈칫했다. 이거 실종자 수색 목적이라곤 해도 너무 그림이 그거긴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리라 "...열어보는 게 좋겠죠?"
서한양은 거실 중앙에 서서 눈을 감는다. 염동력으로 물체조작,에너지 확장,에너지 증폭을 맡는 기본적인 에너지.. 바로 정신 에너지가 방 안으로 확장되면서, 거실 안의 모든 물체와 에너지의 상태가 그의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
그는 집중을 더하여, 물체를 잡아서 정밀한 조작을 담당하는 에네지인 생체 전기장을 전개한다. 이번에는 생체 전기장으로 비정상적이거나 다른 평범한 에너지에 비해 강렬한 에너지의 흔적을 감지하는데 사용하려고 한다. 왜냐면 이 생체 전기장을 응용하면 탐지와 스캔 그리고 전기 신호 제어가 가능하거든. 생체 전기장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방 안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전기장의 미세한 파동이 모든 물체를 지나치며, 비정상적인 에너지의 흔적을 감지하려고 했겠다.
>>546 스크랩북이다. 잔뜩 찢어져있네. 여긴 공장인가? 동월 선배랑 같이 조난당했을 때 생각난다. 물론 거긴 제약공장은 아니었긴 하지만. 근데 이거, 수경이가 끌려갔거나 향했을 곳이랑 관계가 있나?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전부 읽어보고, 제약공장 이름을 인터넷에 쳐서 위치를 확인해본다.]
어느 순간부터 손 위에 올리고 너는 좀 딱딱한 편이구나~ 너는 좀 통통하네~ 그런데 왤케 꿈틀대냐 손바닥 간지럽다 짜샤 자 1층 화단이다 가라 가 이 상태 됨 물론 나도 버거운 애들이 있어... 검은색B는 걍 손 위에 올려서 손톱으로 긁긁 하는데 갈색B는 절대 못 버팀 이자식들 싸가지가 레전드임 난리남 그냥 척살의 대상
>>555 @이리라 "그럼 안심이에요~." "아참, 이따가라도 배고파지시면 꼭 얘기해주시구요!"
기운없어보였던 표정이 조금은 온화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여 씩 웃어보였다. 그나저나 여기, 스트레인지 근처에 있는 곳이네. 지어진 지도 얼마 안됐구나. 그나저나 이거 말고 뭐 더 없어? 있는 것 같았는데? [스크랩북의 성한 부분의 텍스트를 찾아서 더 읽어보는] 한 편, 리라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가볼만한 곳 하나 생긴 것 같아요. 제약공장인데, 이 스크랩북에 있더라구요. 수경이가 만든 건지 케이스라는 사람이 만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다른 녀석들이 방과 주방, 거실, 하다못해 바깥으로 나가는 걸 지켜보던 랑은 세 개의 방 중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방 하나를 골라 들어섰다. 일단 이 장소 자체에 뭔가 위협적인 건 없는지 살펴보고. 방의 문을 열어젖히기 전, 방 안에 위협이 될 만한 게 있을지를 미리 신경쓰는 것도 좋겠지. 그게 없다면 그대로 문을 열었을 것이다.
이런 장소에서 뭘 찾아야 하는 걸까, 조금 목적성이 애매한 것 같긴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뭐든 해야겠지. 수경이 매번 보였던 태도도 조금 신경 쓰이고.
다른 녀석들이 방과 주방, 거실, 하다못해 바깥으로 나가는 걸 지켜보던 랑은 세 개의 방 중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방 하나를 골라 들어섰다. 일단 이 장소 자체에 뭔가 위협적인 건 없는지 살펴보고. 방의 문을 열어젖히기 전, 방 안에 위협이 될 만한 게 있을지를 미리 신경쓰는 것도 좋겠지. 그게 없다면 그대로 문을 열었을 것이다.
알비노 B 선생의 이야기가 궁금하니 홀홀 앉아보그라. 이 할미가 불량식품을 씹어먹으며 다니던 시절 이야기여 학교가 끝나고 가방을 달랑거리며 주택이던 집으로 향하던 할미는 기운차게 문을 열며 인사를 하고 중문을 열려했지. 그때 봤던 것이야 커다랗고 투명하던 그 무시무시한 모습을
>>591 제약 공장 관계자인 것 같은데 공장에 입주한 입장이라는 건 또 뭐야? 지하는 안 쓴다? 수상하네. 가서 지하부터 봐야겠어. 지상의 갈 수 없는 공간은 뭔지 모르겠고, 약품의 협조를 받아서 뭘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거야? 아, 누군지 몰라도 단서를 이렇게 찢어놓냐. 킹받네. 뭐, 안 찢어져 있었어도 인터뷰이가 너무 횡설수설하고 편집자도 그걸 고스란히 받아적어놓은 느낌이라 더 단서가 되었을 진 모르겠다. ...어라, 거울에 비친 사람. 수경이 고문한 사람이잖아?(명령 받은 거라곤 하지만) 그럼 더 쑤셔볼만 하네. [일단 이 스크랩북은 챙겼다. 미안, 수경아. 아니면 고문관 씨.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서형한테 나중에 보여봐야지. 음, 그러고보니 보통 침대밑에 뭐가 숨겨져있고 그러던데... [사라진 부원을 찾을 단서를 찾겠단 일념으로 바닥에 바짝 엎드려 침대 밑을 봤다. 뭐 없나?]
누군가의 거처를 이렇게 둘러봐도 괜찮은 것인가. 태오는 눈을 흘긋 굴리더니 노이즈로 얼굴을 가렸다. 방 하나에 들어서면서도 혹시 몰라 귀를 기울이지만, 숨어있을 사람이 설마 있겠나. 들릴 것도 없을까. 고민하던 태오는 주변을 슥 둘러보며 이 방은 어디에 쓰는지 가늠해보고자 했다. 작업실? 수경의 방? 다른 사람의 방? 아니면…….
방 안에서 위협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침대가 있는, 손님을 위해 준비된 듯한 방을 스윽 둘러보던 랑은 화장대 위에 놓인(정확히는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검정색의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열려 있는 서랍장 안에 보이는 저지먼트 퇴부서와 병가 신청서, 랑은 조각난 병가와 퇴부 신청서를 적당히 맞춰 보곤 이 장소가 수경의 방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직접 찢었나? 아니면 누가?"
손에 들린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랑은, 휴대폰을 켜려고 해 보면서 옷장 쪽으로 다가가 내부를 살폈다.
서재. 책이 가득한 곳에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보니 눈에 밟히는 것이 있다. 차원이해 논문, 응용, 워프, 소설. 소설의 경우에는 늘 읽던 것이 그것이겠거니 생각하여 하나 집어들어 내용 보고자 했다.
[ASTC 능력의 응용]
동시에 코트에 시선이 닿는다. 제공받은 신상으로 미루어 보아 두 사람이 입을 법한 건 아니다. 누구의 것이지? 읽을 거리 손에 들고 터벅터벅 걸어가본다. 오래된 옷이면 근처에 잔향이라도 남는 법. 향수내음 하나는 기막히게 맡는 코가 공기중의 냄새에도 과연 빛날 수 있을까.
구겨진 종이에는 알 수 없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신개념 시인가? 대본같기도 하고. 수경이 글씨는 아닌데. 수경이 글씨가 아니라면 수경이랑 같이 사는 고문관 씨가 쓴 건가? 근데 상정프로젝트는 또 뭐야? 뭐, 나는 잘 모르겠지만 수경이 일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알지 않을까. [구겨진 종이를 챙겼다.] @단톡방@김서연 [카드키나 워프장치같은 건 못 찾았는데요, 찢어진 스크랩북이랑 이상한 글이 적혀있는 종이는 찾았어요!] [스크랩북에서는 제약공장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사진에 케이스라는 사람이 찍혀있는 거 봐서는 로벨? 그거랑 관계 있는 곳 같아요.] [그리고 이거, 저는 잘 모르겠는데 수경이 일 아시는 분들이라면 좀 이해하실 거 같다고 생각해서] [(사진)]
아까 구겨진 종이의 사진을 찍어 톡방에 올렸다. 도움이 되면 좋겠네. 침대는 됐고... [붙박이장을 열어본다.]
[ASTC 능력의 응용] 그러하기 때문에 능력의 응용이 꽤나 다채로운 것이 시공간연속체에 간섭하는 것으로 보인다. 텔레프래그를 통해 지반과 건축자재의 결합으로 인한 부실공사 방지라던가. 템포럴 리와인드의 국소적인 적용으로 인한 냉장고적인 것을... 그리고 현재 필자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스턴트 배니시먼트로, 택배업계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다. 특히 시전자가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은 시전자나... 그런 기술을 적용한 기기를.통속의 뇌같은 상태로 만들고 수족같은 것을 접촉시키는 식으로 배송을 할 수 있는 식이다...
그리고 옷에 가까이 가면... 현실과 꿈의 중간같은. 둥둥 뜬 듯한 향이 희미하게 흐릅니다. 만일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면.. 작은 보석 결정 하나가 꺼내질 겁니다...
둥둥 뜬 듯한 향. 태오는 이 향을 어디서 맡아본 적은 없다 생각했다. 누구인지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 아무래도 이런 향은 어딘가에서 맡기 힘든 듯하니, 만약 그 연구소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좀 수월해질 것이다. 태오는 동시에 주머니를 슬쩍 뒤적거리다, 보석 파편 같은 것을 바라보다 일단 본인이 증거품으로 수집하고자 주머니에서 증거품 수집용 비닐을 꺼내 툭 담고자 했다.
이제 책에 집중해보자. 시공간연속체에 간섭하는 것으로 보이며……. 태오는 페이지를 넘겼다. 통속의 뇌, 수족, 접촉, 배송. 뇌리에 하나하나 새기면서도 논문과 대조해가며 읽을 수 있는지 팔을 뻗었다. 주변에서는 다 이동하고자 하지만, 뭔가 이걸 보고 이동을 하든 말든 해야할 것 같다.
@태오 논문과 비교해서 읽는다고 해도.. 큰 것은 없습니다. 다만 ASTC가 복잡하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나 랑 메모장에는
[도움을 요청할까요?] [아니요....] [상정 내부는...분리된 공간.] [스스로가 제조된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고민들이 있지만. 개인 핸드폰이 아니라 메모장이 꽤나 적습니다.
>>709 포함해서 전원
*전원
이동하면... situplay>1597047811>635 과 비슷하고 한양과 합류할 수 있을 겁니다.
보안문을 카드키로 열면 안의 엘리베이터는 안쪽이 엉망이고, 내려가는 버튼만 누르는 게 가능합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의 공지판에 끼워진 종이가....오늘의 코드 목록이 있는 방(케이스, 슈리카, 존카네이트,아마리벨, 로벨, 안데르,칼렌.)을 표시합니다. 내려가면 호텔의 복도같은 곳이 있고, 문이 두세개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호텔의 복도같은 공간이 보이고, 문이 4개가 보입니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문은 최대 2개까지 선택이 가능할 것입니다. 신중해주세요
4는 제가 처리해서 조사를 빨리 마쳤다! 코드를 얻었다! 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었어요.
참고로 코드는..
원본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넣어져서..해독본이 나옵니다. 나중에 엘리베이터에 입력한다고 하면 해독본으로 보고 입력했다고만 해도 됩니다.
Tonight the darkness traps me in this dream if waking up to the hardest part is to believe we can't go back We'll fall away, fall asleep untill it's only you and me we dream of where we used to be before our eyes saw what we have seen As I write this down you are lost and I am...
>>724 >>750 >>760 무려 5렙의 이달 지원금을 염동력 얻어타는 데에 지불하겠다는 혜우(걷기 귀찮다지만 입원복 차림인 거 보면, 많이 아픈데도 출동한 거 같다...)나 그 말에 바로 V.I.P.를 접대하는 듯한 표현을 구사하는 부부장이나 서연에겐 신세계(???)였다. 두 사람 다 이런 면들이 있었구나. 부부장은 너무나 의외의 면모다. 그나저나 혜우는 아픈데도 나온 거면 무리하지 않아야 할 텐데 괜찮으려나... 걱정되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고, 일단 두 사람을 따라나 가 보자.
>>0 컴퓨터 한대를 붙잡고 단말기와 번갈아가며 눈길을 주는 그녀와 그 옆 테이블에 엎어진 채로 시선이 바쁘게 오가는 그녀를 바라보는 여학생이 있었다. 다만 평소라면 몇마디 거들거나 뜬금없이 이야기를 꺼냈을 텐데, 이번엔 생각보다 조용하단 차이 정도가 있으려나?
"......" [......] "......?" [나 심심하거든.] "즈는 한창 학습중인데여?" [어떤거?] "그동안 퍼져있던 정보들을 수집중임다." [헤에~ 평소라면 내가 했을법한 것들이거든 그런거,] "상황이 상황이기도 하구, 이러나저러나 효율적인 부분만큼은 일단은 즈가 찾기 편하니까여." [그러게 말이야~ 어렴풋이 알고 있어도 찾느라 애먹는 거랑 단지 거기까지 신경이 가지 못했을 뿐,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아낼수 있는 거랑은 속성이 다르거든.]
한껏 늘어져 흐물거리는 여학생의 나른한 이야기에 살짝 키득거리던 그녀가 대답을 이어나갔다.
"사실 그때도 나쁘진 않았으니까여~" [헤에... '나쁘진 않았다.'인가~] "좀 아님까?" [...응, 좀 아닌거 같거든. 점례 너 치곤 꽤 후한 평가인거 같아서?] "즈도 온정이란게 있슴다~ 머, 그때는 쵸큼 냉랭했을지도 모르겠지만여." [그치만 아는 애들은 다 알고 있었지~ 너도 그 분홍머리 꼬맹이 못잖게 주변 사람들을 챙겨줬던거. ...지금 생각해봐도, 애초에 너나 걔가 없었다면 우리가 그 살벌한 스트레인지에서 제대로 숨 붙이고 살리가 만무했을 거거든~] "호요? 그건 좀 비약이지 않슴까?" [비약이고 자시고... 당시엔 정말로 오합지졸이었으니까, 기댈 곳도, 자기 몸 하나 간수할 특별한 힘도 없는 애들이 모여봤자 얼마나 갔겠어~] "......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것도 있슴다." [뭐, 어차피 우리는 땡이긴 하지만 말야?] "그쳐. 그렇기에 제2의, 제3의 무리들이 생기지 않으려면...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선... 다른 무언가가 필요함다."
너무 쳐다봤을까? 혜우가 이쪽을 쳐다본다. 그러더니 희미하게 고개를 까딱인다. 아, 같은 부원이라고 인사한 거구나. 굳이 먼저 가까워지려는 성향은 아닌 줄 알았는데 의외다. 마주 목례했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 몸 조심해. "
그러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온갖 집기가 박살난 채다. 그렇게 엉망진창인 방에 느긋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나오고 있고, 집기들과는 딴판으로 말짱한 안드로이드들이 춤을 추고 있다. 그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묵직해 보이는 의자가 빙글 돌더니 낯익은 인물, 케이스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 케이스씨?? "
어안이 벙벙하다. 케이스라는 방에 케이스씨가 있으니 이름값 하는 방인 셈일까? 박살난 집기들과 기괴한 안드로이드들 때문에 이름값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만.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케이스라 적힌 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대부분 부서진 방을 보니 한바탕 소란이 있던 건지, 성질을 낸 건지 잘 모르겠다. 케이스 리포트, 태오는 안드로이드에 시선을 돌렸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춤을 추고 있으니 신경이 쓰인다. 기쁨과 애석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은 흔치 않기에. 저기에 그냥 집중해버릴까, 생각했다마는.
"……우리 후배님은, 어디에 있나요."
태오는 주머니에 넣었던 보석 파편을 만지작거렸다. 이걸 보여주면 저 사람은 알까, 향을 물으면 답할까. ……지금 얘기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듯하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 태오는 귀를 기울인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부원들이 얘기한 것에 어떤 대답을 하는지, 그리고 진위를 가리고자.
3. Amarybel 안쪽에서는 컴퓨터가 박살나 있었습니다. 조사시 강경파의 악독함을 느낄 수 있는 자료가 일부 보입니다.
코드 옛날. 정원에는 꽃들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길러진 꽃들은 향료가 될 것이었지요. 그러나 정원의 관리자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관리자는 정원 안에 금기를 뿌렸고, 아끼는 모든 것을 두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눈을 뜬 것은 사랑하는 자였습니다.
4. Calen 안쪽에서는 원래는 그녀가 관습을 말했겠지만.. 흠칫하고 사라져서, 그녀가 들고 있던 코드만이 팔랑팔랑 떨어지는 것을 잡을 수 있습니다.
코드 뭔가 잊고 온 게 있는 것 같은 그런 데자뷔 이상하게 울고 싶을 것 같은 그런 감정의 잔재 그건 당신이 이 흐름에 올라탔기 때문이랍니다. 나는 당신들이 그것을 모르길 바라는데도...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5. Jaune Canat 안쪽에서는 향수가 몇 개 진열되어 있습니다.
코드 Tonight the darkness traps me in this dream if waking up to the hardest part is to believe we can't go back We'll fall away, fall asleep untill it's only you and me we dream of where we used to be before our eyes saw what we have seen As I write this down you are lost and I am...
//코드와 작은 조사결과만... 미리... 컴퓨터는 클립보드가 없지(머리짚 날렸다는 얘기다)
-아아. 그 질문... -저는 끝이 나면 끝이지요.. -하지만, 제 끝은 손에 흐르는 것을 잡으신 분께서 이것을 정말로 나쁘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게 만들 수 있답니다... -이미 계약은 최악의 방식으로 청산되었으니까요.... -계약은 과거, 미래, 꿈을 가리지 않으니.. 그 청산을 해주지 않으려 한 것은 그녀가 패배할 가능성을 매우 높였지요.. 그녀는 아마 로벨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소녀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는 듯하면서 웃으려 합니다.
-칼리스... 히... 호되게 당했죠. 하지만 저는 그만큼 돌려줬답니다.. -끝을 내기로 결정하니까 꽤 쉽더라고요. 히히 웃는 표정은 누군가를 비웃는 거 같았지만, 그것은 칼리스를 향한 것이었지, 저지먼트를 향한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녀는 H 라는 명패의 방에도.. 지금 여기에도.. 다른 방들도 희미하게는 보고 있지 않을까요... -으음. 명확하지는 않네요. 하지만 지평선 너머에서 가능할지 그것을 저는 알 수가 없답니다... -저는 그 곳에 갈 수 없는걸요. -끝을 낸다고 하면... 아마도요? 태오와 서연에게 말을 들리게 하는 것 같군요... 태오에게는 소녀가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야. 보컬 텔레파시잖아요?
그나저나 코드 중에 케이스의 앨리어스가 박힌 것만 원본이다? 원본을 엘리베이터에 넣고 해독해야 한다? 그게 수경이가 있는 데로 가는 방법이란 얘기일까? (방을 박살내는 방법도 있다고는 한다만, 그건 지금으로선 물리적으로 힘들지 싶다;;; )
그런데 이어지는 얘기가 무서웠다. 로벨이 무슨 계약을 하고서 그 대가로 티...라면 수경이?? 수경이를 계약의 대가로 넘겼다고? 미친? 인신매매잖아!!!!!!!!!!!! 한술 더 떠 케이스는 자기가 물건이란다. 이런 수박!!!! 안데르는 또 누군데?
곧 끝난다? 뭐가? 그 존재는 또 뭔데?? 수수께끼만 자꾸 쏟아지는데 자조적인 한마디가 마음에 맺힌다. 누군가 케이스씨를 살려 줬는데(그니까 산 사람 맞는 거지??) 케이스씨는 거기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 살아난 게... 싫어요? 케이스씨는?? " " 어, 그... 지금부터 하는 얘긴 순전히 저 혼자 생각했던 건데요. " " 저랑 케이스씨는 이제 두 번째 보는 사이니까 좀 터무니없는데요. " " 접때 카페에서 저는 재밌었거든요. " 서로서로 속상한 거 푸념하는 것도, 눈꽃빙수 빨리 먹기도 " " 그래서 언제 시간되면 수경이랑 케이스 씨랑 레이지룸 가 보고 싶었어요. " " 거기 가서 각자 빡치게 하는 수박들 두들긴다 생각하고 이거저거 후려패면 " " 물론 수경이는 워낙 순해서 뭐 들지도 못하고 구경만 했을 거 같지만 " " 후련하고 신나고 끝난 뒤에 맛난 거 먹기 좋게 배도 고프고 그러지 않았을까 했어요 " " 케이스 씨는 그런 생각 안 해 봤어요? " " 물건이고 싶어요? 재밌는 거 하고 맛있는 거 먹고 그러고 싶진 않고요? "
내가 지금 뭔 소릴 하고 있는지 원...;;;;; 말하면서도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 있는 거에 자괴감 느끼는 건 너무 서럽잖아!!!
-,,,그런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고, 저는 그 끝을 맞이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소녀는 침묵을 좀 길게 가지려 했습니다...
그리고 혜우가 무언가를 던지자 무언가에 맞는 소리가 나고 쿵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시야가 녹아내립니다. 부서진 것은 그대로지만 중역의자에 앉아있던 것은, 소녀를 살짝 닮은 듯한 인형이었네요. 그것은 무언가에 맞아서 바닥에 떨어져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이 나타나는군요. 반쯤 열려 있고, 그 안에서 먼지가 흐릿하게 뿜어져나오고.. 희미한 비린 향이 나는군요. 몇 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중역의자 위의 천장 즈음에 모니터가 있다는 걸까요.
-즐거운 한때였을까요? 화면에서 소녀가 여러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좀 어긋나 있네요. 좀 과거를 보여주는 것인가 봅니다. 녹화된 영상이 전송되어 이제 틀어지는 모양이군요..
비틀거리는 소녀가 어느 방에서 스포트라이트 아래의 의자에 앉으려 합니다. 음울한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 축음기를 둔채로. 그리고 방긋 웃더니 총을 들어. 스스로를 향해 몇 발 쏩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소녀에게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스포트라이트에 선명하게 흐르는 것이 보이는군요. 그러나 소녀는 환희에 찬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아... 정말이지. 끝을 내는 게 이렇게 된다면 왜 그러셨을까요... -작별 인사랍니다 저지먼트... 그리고 보시고 계시겠지만.. 위업이자 영원이자 지배자...께도요... -당신이 납득하지 못할 거란 걸 알아요.. 이 모든 것은 보이스로이드로 말해 녹음된 것이었지만.
"하지만 한번 정도는 제멋대로를 이해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해하지 않으시겠죠. 저는 안답니다.]-태오가 읽으려 한다면 이것만큼은 작고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진짜로군요. 희미하고 애석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당신들에게 인사를 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그대로 무언가가 화면 위쪽에서 소녀를 덮쳤습니다. 쿵 하는 소리는, 조금 전에 들린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화면이 지직 소리를 내며 꺼집니다.
만일 당신들이 그 문으로 들어간다면. 잔해 아래에서 손 하나만이 삐져나온 채 피가 퍼지고 있는 것과 뒤로 쓰러진 카메라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봐도 즉사로군요.
그리고 그 잔해 위에서 팔랑거리며, 코드의 원본 1장과 해석된 코드 2장이 팔랑팔랑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원본 코드. 이것과 해석한 코드를 엘리베이터에 넣어야 함. 1. Keis 한강에서 아버지와 함께 로마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로마의 우편에 관해서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서울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을 보려면 얼마나 멀리 가야할까요? 저희의 이야기는 나폴리로 흘러가다가 뜬금없이 엑스레이로 갔다가 다시 나폴리로 흘러갔습니다. 통신 기기에 찍힌 당신의 이름은 은방울이었지요.
미나리 사세요 라고 외친 것은 앵무새였습니다. 나폴리 피자도 사세요! 이순신 동상! 파고다 공원, 유달산 오르기! 로마 기념품! 그렇게도 그 새는 외쳤지요. 나는 놀랐답니다. 우리가 한 이야기를 외치는 것이요. 로마 얘기도, 엑스레이 얘기도 다 하고 있다니... 말을 조심해야 하지요. 그리고 그 새는 잉어가 사는 이순신 동상이 서 있던 서울 공원의 연못에 우리가 나폴리에서 사온 기념품을 떨어뜨렸답니다.
해석된 코드 2장 입력만 하면 된다. 6. Ander 昔、祈りをささげる者たちがいた。 そこは終着点であり始発点として作られた むなしい行為に過ぎないと彼は笑うかもしれない。 それでも······ 一度はその虚しさをつかみたいかも。
7. Lobel 그러나 하늘의 무늬는 기로써 이루어지고 땅의 무늬는 형으로 되지만 사람의 무늬는 오직 도로써 드러난다. 그래서 무늬가 있는 사람을 일컬어 도를 싣는 그릇이라 하니 이는 곧 인문을 말하는 것이다.
경솔히 치부했다 보는가? 새로운 피바람을 멈추고자 알아서 입 닥친 것일수도 있지. 더 직관적으로, 진행자의 시점에서 설명하자면. 현태오가 피바람 불고와서 진짜 구속될 일을 막았다고 볼 수도 있다. 당신이 연관되는 순간 불안정한 이것이 다른 부원들이 애써 무죄 증명한 것을 뒤집어 눈앞에서 피 흠뻑 뒤집어 쓸 일은 막았다. 희야도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았는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불안한 눈치를 보였고, 이내 흰 이불은 붉게 물든다.
그렇지, 정확하다. 어찌 한결이 행방이 묘연한가? 태휘는 당신의 시선에 눈을 정확하게 피했다. 양심에 찔려서 미쳐버리겠다는 표정이다.이대로 두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또 생겨버릴까, 그런 걱정에 휩싸인 표정은 희야를 마주하고, 희야는 태휘의 옷깃을 잡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금빛으로 찬란하게 물드는 눈을 보고 태휘는 결국 한숨을 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눈치를 보다, 당신에게만 들리게끔 허리를 숙여 입술을 달싹였다.
"……소장님께서 데 마레 소유의 안전가옥에 격리시켰습니다. 대외적으로는 행방불명 처리고요. 저도 이렇게 사람이 극단적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없어서 처음엔 불복했지만 날이 갈수록…."
태휘는 입을 다물었다. 소장이 노망이 들었다고 할 수도 없잖은가. 창창한 나이인데. 태오는 당신의 질문에 이불을 꾹 쥐었다. 붉은 색 번진 이불을 쥐는 손이 퍽 말랐다.
"……지금 생각나는 건 류시원." "잠깐, 뭐?"
태오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태휘가 먼저 반응했다. 류시원이라는 사람을 아는 듯하다. 태오는 태휘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당신을 쳐다보는 눈길에 망설임이 가득하다.
"……학교 커리큘럼 별관이, 누수 때문에… 공사가 있다고, 해서. 2학구는 싫어서, 선생님 댁이 3학구라 해서……. 선생님 댁에서, 커리큘럼을 받으러 간 적이 있는데."
태오의 손이 점차 떨려오고 있었다.
"건물 앞에서…… 바즈라의 부소장과 우연치 않게, 안면을 트게 됐어. 선생님과 무슨 사이인지는 몰라, 그렇지만, 그 사람이 자기가 버린 놈이 대체품을 찾았다길래 누군가 싶었는지, 보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잠시 언쟁이 있었다가, 얻어맞았어." "뺨이었나? 여러 대?"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은 알겠지, 바즈라의 개니." 하는 말을 들어보니 태휘도 맞아본 적 있는 듯하다.
"선생님 덕분에, 일단락되긴 했지만…… 그 이후 지속적으로 만났단다. 바라지는 않았지만 동선이 겹쳤던지라, 그때마다, 했던 말이 있어." "뭐지?" "장난감의 삶이 아닌 휘두르는 인형사의 삶을 살고 싶지 않냐고, 바즈라의 일원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모르모트의 삶이 아니라, 연구원의 삶을 살아볼 생각은 없냐고. 한결 선생님은 할 수 없었지만, 너는 될 거라고. 아니면 선생님을 다시 데려오라고. 데 마레가 뺏어간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눈시울이 시큰한지 애써 입술을 깨물었지만 참을 수 없었다. 태오의 눈에서 후드득 눈물이 떨어졌다. "계속 거절했어. 나는 졸업 이후에 온전한 삶 살고자 했으니까. 지금 생각나는 건 그 사람밖에 없어."
"네게, 네게 그 사람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싶지 않았는데. 너까지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때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어서…… 이번 일은 혼자 묻고 싶었는데……. 어째서 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는거지, 왜……."
원통하다. 눈에서 떨어진 것이 퍽이나 원통해보인다. 당신의 질문 죄 끝난 듯하니 이제 할 일 남았다면 해야 하지 않겠나. 우윽, 하고 다시금 저번처럼 눈물 후드득 떨구며 우는 모습 처량하다. "또 이래버렸어, 또. 미, 미안해. 금방, 금방 그칠 테니까……." 원통함과 한 서린 울음을 꾸역꾸역 집어삼킨 태오는 기어이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모질게 다그쳐도 좋고, 달래도 좋고, 같이 분을 해소해도 좋다.
situplay>1597047811>49 달리할 것도 없이 무료한 시간을 금은 어떻게 보내는가. 운동이 아니라면 잠으로 보냈고, 그마저도 답답한 날에는 동네를 한 바퀴 달리고 들어오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러니 이런 때 마침 당신에게서 온 메시지는 눈을 감고 누워있던 금을 깜짝 놀래며,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길 충분했다. 같이 케이크를 먹자는 당신의 물음에 >[좋습니다.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하며 답장을 보냈으, 제 자취방에서 보기로 결정되었을 때 금의 심장은 달리고 난 뒤 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언젠가 당신에게도 자신의 집 주소를 알려줬을 것이라. 버스를 타 도착한 곳은 상권에서 조금 먼 변두리의 외각이었을까.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4층짜리 건물. 금이 알려준 주소는 2층이었을 것이고. 현관의 비밀번호야 당연히 당신에게 알려주었을 것이니 당신을 막아서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었다. 당신이 벌써 도착해 문 앞에 있는지도 모르는 금은 이사한 이후 풀지 않고 벽 한쪽에 몰아 두고서 다시는 열어보지 않았던 이삿짐들을 어떻게 하지 못한 채,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목덜미만 매만지고 있었다.
"아,"
초인종이 울리면 금은 채 어딘가로 숨기지 못한 박스들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현관으로 바삐 걸음 옮겼다. 문이 열리면 작은 종소리가 울리고, 늘 당신의 시선을 붙잡고 하던 그 눈웃음을 지은 후배가 당신을 맞는다. 평소에는 땋았던 머리카락은 그저 머리끈으로 하나로 묶어 두었을까. 올리브그린 색의 와이드 팬츠와, 오버사이즈의 스웨트 셔츠는 평소와는 다르게 풀어진, 지극하기 개인적인 모습일 것이었다.
"정리가 안 되어서 어수선하지만요."
그 웃음에는 미묘한 어색함이 섞여 있는 듯해 보일까. 금은 문을 넓게 열어주며 당신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당신이 안으로 들어선다면 내부는 암막 커튼이 쳐져 있어 동굴처럼 어두웠을 것이었다. 그에 금이 커튼을 거두며 빛이 쏟아져 오면 내부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을까. 방은 넓었으나,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모르는 짐들이 벽 한쪽에 쌓여있었을 것이고. 그 외로는 정말 생활에 필요한 가구들만 놓여 있었으니. 미니멀리즘이란 단어가 떠오를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저 물 흐리는 미꾸라지 한 마리 되고자 했을 뿐이었던 것이 겨우 진창 쓸려가는 유수에 산사태 불러올 수도 있었던 것을 내 무지한 머리로는 유추하기 힘들었다.
하물며 지금은 온전치도 못 한 머리였기에, 그 유추의 끄트머리 잡는 것 조차 불가했다.
그렇게 무지가 불러온 원망은 고스란히 애먼 사람에게 향했다. 어중간한 위치에 끼여 이 자리 어느 누구 못지 않게 골머리 썩을 이에게.
어쩌면 아무래도 좋으니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 원망하고 탓하고 싶었던 걸 지도 모르지만.
태휘와 희야의 비밀스런 눈짓 뒤로 내게 돌아온 것은 대외적인 사실로 감춰진 진실의 편린이었다.
그래, 어쩐지, 정말로 한결이 실종되었다면 무턱대로 태오부터 고발하진 않았을 것인데.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상황은 너무나...
검푸른 눈이 새까매지도록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이제 나올 태오의 대답이 모든 정황 속 어긋남을 맞출 조각이 될 것 같았다.
그 이름 하나로서.
"류시원..."
류시원, 바즈라의 부소장.
학교 별관에 누수 공사가 있었다는 얘기는 학교에서 공지로 들은 기억이 있었다. 별관에서 커리큘럼을 받는 학생들에게 하는 공지로써.
평범한 보수 공사겠거니 하고 별 생각 없이 넘겼던 날에 그런 일이 있었다니. 그것도 그 날로 끝이 아닌, 몇 번이고 있었다니,
첫 만남 때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몇 번이고 개 같은 권유를 종용했다는 얘기는 분이 치밀다 못 해, 되려 정수리까지 차게 식었다.
누구, 누구 마음대로, 태오를 끌어들이려 해. 그저 있는 그대로 살고 싶었던 사람에게 무슨 엿 같은 소리를.
속이 새까맣고 차디 차게 식으며 눈 앞도 검게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투둑, 눈물 떨어지는 소리에 시야가 탁 트였다.
원망이고 분노고 다 내던진 채로 누구든 잡아 막을 틈조차 주지 않으며 차마 내지 못 할 소리 삼키는 태오 곁에 파고들려 했다.
"이, 바보 멍청아! 오빠가 왜 미안해. 오빠가 무슨 잘못 했는데. 힘든 것도 오빠고 아픈 것도 오빠잖아. 이상한데서 착해 빠져가지고. 어? 참기는 또 왜 참아. 하여간 덩치만 커가지고-"
다급히 곁에 다가간 것 치고 매몰찬 소리였을 지도 모르나 지난 날 손수 입혀주었던 장옷, 그 늘어진 소매로 한 팔은 어깨를 두르고 한 팔은 푹 숙인 머리 덮어 감싸고자 하는 몸짓은 세상 무엇보다 다정하였을까.
미처 다 감싸지 못 한 어깨, 도닥도닥 두드려주며 울음 없는 눈물, 조용히 떨어뜨리며 뒤이어 하는 말은 또 그러했으니.
"괜찮아. 내가 미안해. 알리고 싶지 않은 거 말하게 해서, 내가 알아버려서 미안해. 이렇게 말하게 하는 상황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
한겨울 설산에 내던진 양 파르르 떨면서도 행여나 내 울음이 그의 울음 부추길까, 똑같이 꾹 눌러 삼키며 태오를 붙든 채, 태휘를 직시했겠지. 희미하게 핏발 선 눈은 깜빡임도 없었다.
"...이 상황을 유도할 동기와 그 동기 가진 사람, 충분히 지목된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안 소장님이 갑자기 변했다고 했었죠? 어떤 능력에 당했을 가능성 또한 충분해졌겠어요. 지금이라도 그 당시 데 마레 주변, 흡연하러 가시는 곳 그 근방 일대부터 조사해보면 뭐라도 나오겠네요. 소속과 이름이 명확하게 나왔으니 명분 또한 차고 넘치겠죠. 부디, 꼭, 지금과 [똑같은 수준]의 조사로 하여금, 이 사단의 정확한 내막을 밝혀주시길 바라요."
조금 뒤, 한 번 깜빡이자, 살짝 누그러진 눈빛이 되어 그 옆에 있을 희야에게 향했다. 서러움과 미안함 담긴 시선에, 작지만 선명히- 희야에게만 보이도록, 미안해, 라는 입모양을 취했다.
말과 행동을 마친 후에도 태오의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희게 빛바랜 머리카락 뒤로 쉼 없이 흐르는 눈물 감추며 어서 이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태오는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굳어가는 당신의 표정을 보고, 태휘의 말에 느릿하게 맞장구를 쳤다. 운이 좋다. 대체 무슨 뜻인가? 태휘는 그 말의 해답을 알려주듯 말을 이었다.
"학생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리고 인천 밖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몰라도 지금 표정을 보니…… 겪어온 것이 모든 학생이 겪는 당연한 것이 아닐 겁니다. 상위에 해당할 정도로 대단히 좋은 사람들이 걸린 것이라면 모를까."
어째서냐 묻는다면 한마디 덧붙였으리라. "그야 여기는 인첨공이니까요."라고. 태오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신의 질문에 흐릿한 눈을 아예 피해버렸다. 사랑한다 믿은 이유, 사랑하지 않는다 믿은 이유……. 자백제는 퍽 독한 녀석이다. 입 하나 벙긋하지 않을 것 같은 선배가 입 벌리게 만들고, 당신만 기억하지 않던가.
"보았으니까."
평생이고 말이다.
"나는 의도치 않아도…… 상대의 속과 진위를 모두 꿰뚫을 수 있으니까. 캐퍼시티 다운이 울리는 상황을 제외하면 어떤 순간에도 능력을 해제할 수 없으니까…… 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스스로 부정했어도 속내에서 나를 사랑한다 진심으로 생각하며 대했고, 나는 의심했어도 결국 받아주었는데."
그 눈, 새까만 눈. 후벼파고 싶을 정도로 시꺼멓고 다시 생각하기만 해도 몸이 떨려오던 익숙한 표정이─
"연구원이라는 치가 떨리는 존재라도 믿었는데. 곁도, 품도 내어줬는데……. 돌아오지 않잖아. 단 한 번도 돌아봐주지 않잖아, 받아 주었어야지, 나의 가치를 알아주었어야지, 그렇게 세상 고통을 다 끌어안은 표정을 짓지 말았어야지…… 나를 이해한다면서, 오로지 나만 이해할 거라면서. 결국엔 그 사람도 똑같은 연구원이었을 뿐이잖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발언이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란 사람이라면 외려 네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야 한다며 다그칠 발언이기도 하다. 다만 리라와의 진술에서 '바깥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스트레인지에서 기억할 수단이 이것밖에 없어 당연하게 믿고 자랐다'는 것을 미루어 본다면, 정방향으로 걷는 법을 배운 사람들의 나라에 겨우 섞인 사람이 실은 정방향에 큰 상처를 받아 거꾸로 걷는 법으로만 자란 사람이었다면…….
그딴게 알 게 무언가? 당신의 삶이 아니거니와 자기가 잘 살았어야지.
당신의 질문은 모두 끝났고, 아주 다행스럽게도…… 태오가 피해자를 전혀 해치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물론 그 내막이 좀 등신같긴 하다마는. 그것만 있을까? 추잡한 인첨공의 진실도 알아냈고, 저 위에서 빨리 실적 채우고자 누명 씌우는 존재 있음도 알아냈다. 리버티가 아니고, 외려 그들과 싸웠다는 결정적인 증거 또한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남았는가? 욕이라도 한 사발 할 것인가, 혹은 위로? 아니면 멸시? 응원?
껍데기! 옳은 비유다. 껍질 안에 무언가 쑤셔박긴 했지만 뭐가 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곪았다는 것이 문제지만. 저 껍질을 확 깨버리면 무엇이 나올까. 적어도 긍정적인 것이 나올 확률은 적을 것이다. 당신의 기감이 쿡, 찔려온다. 음험한 악의가 저 존재의 삶이 위험함을 알려준다. 정확히는, 타인에 의해 응어리지고 평생 쌓인 한을 다른 곳에 풀지 못하고 스스로의 꼬리를 물어 삼킬 상이다.
"선수? 내가 그 멍청한 전쟁 병기들을 동급으로 둔 것 같더니? 사상은 그럭저럭 들어맞지만 대가리도 욕심도 턱없이 모자란 탓에 뜻을 함께하기 싫은 별 꼴같잖은 것들이 자제할 줄도 모르고 기어오르며 제 잘난 줄 아는 것이 마음에 안 들면 모를까. 인첨공이 준 능력과 기술력으로 자신들이 인첨공을 망가뜨리겠다 하는데, 그게 전쟁 병기 테스트인 걸 누가 몰라."
리버티를 두고 저리 표하는 저지먼트 당최 어딨단 말인가!
"목줄 달렸으면 닥치고 순응할 것이지, 전쟁 병기니 뭐니 자유니 지껄이는 꼴 퍽이나 같잖아서…… 마음에 안 들었던 게야. 그래, 보고 싶어. 데 마레 박살나는 꼴. 그런 것쯤이야 당연히 보고 싶지. 다만 내가 선수치는 게 아니라, 넓은 아량 베풀어주는…… 그래, 호의란다. 그 아둔한 것들에게 이상론은 작작 그려대고 마주할 현실을 경계하라 이를 방법이 뭐 있겠니, 인첨공 돌아가는 꼴 보면서도 아직 희망이 있다 생각하는데."
눈을 마주했을 적, 태오의 동공이 가늘어졌다. 실로 뱀과 같은 몰골과 함께 팔에 이식된 암록빛 비늘이 일어났다. 징그럽기 짝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위험한 방법으로 다가올 사건들을 경고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아니한가.
"나를 그런 곳에 던져놓고 편지 하나 없다 레벨 4가 인접하니 그제야 태오야, 태오야, 하면서 찾아대는데. 늙은 여우가 보내버린 곳에서 내가 어떤 수모를 겪었는데……. 돌아온 내가 저지먼트에 있어도 퍽 위험한 것 취급하고, 저 짭새는 나를 다른 사건에 엮어먹으려 안달이 난 데다, 대화가 안 되는데 내가 할 방법이 달리 무엇 있어. 저지먼트식 공문? 지랄하네. 저 새끼도 저지먼트인데 데 마레 편을 들며 들어처먹질 않는데 그딴 것 가능할 리가."
기다리는 사람. 태오의 한 서린 눈이 일순 두려움에 젖는다. 심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발언하는 것 자체로 버림받을까 두려운 눈치다. 이윽고 다시금 당신에게서 경종 울렸으리라.
"있어……. 응, 있어. 그 사람. 백한결 그 개자식. 손발목이 잘린다 하더라도 내게 기어서라도 왔어야지, 그럴 정도로 열렬하게 나를 숭앙하던 것이 이젠 버르장머리도 없어져선 감히 날 혼자 두어 이 사달을 내."
이대로면 부원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은우가 언급하지 않았을 무언가가 밝혀지고 말 것이다.
"너는 다른 사람이 오는 걸 기다리길 바란 듯한데 유감스러워……. 약조했거든, 나와 함께 했던 모든 형제자매가 이곳에 발 들이지 않기로. 그야, 여기 원장은 성하제 이후에 으깨지고 심장 멈춘 몸도 강제로 붙이고 되살려줬으니까 은혜도 갚을 겸 내 얌전히 여기 있어줄 심산이거든……."
태휘의 손이 움찔 떨린다. 그러고 보니 성하제 직후 태오가 계단에서 굴러 사고를 당했다지? 그게 몸 으깨지고 심장 멈출 정도는 아니겠다마는. 이제 당신에게 남은 질문은 단 하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은우마저 숨기는 성하제 이후의 진실? 혹은 2학구 연구원을 향한 무조건적인 증오심의 근간? 혹은 그 외의 것? 사적인 질문? 포기?
요즘 학교에선 계속 퍼자고 있다. 책상에 엎어져서는 잠꼬대를 안 하니 망정이지... 오늘은 그러기도 짜증나서 수업 째고 기숙사로 돌아와 버렸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토실이나 안고 누웠다. 토실이에게 기억된 선배와의 좋은 일들을 사이코메트리로 읽다 마저 잔 거 같다.
그러고 일어났더니 커리큘럼 시간. 기운은 돌아왔는데 가기가 싫었다. 하지만 알바는... 안 갈 수가 없다. 안 갔다간 짤릴 테니. 억지로 준비를 마친 김에 기숙사에서 우리 점포로 가는 경로를 다시 한번 사이코메트리로 짚어 봤다. 이번엔 아예 날짜별로. 최근은, 그니까 선배가 구출된 이후는 별 문제 없이 확인이 된다. 문제는 그날. 그날만은 어딜 되짚어도 나오는 게 없다.
새삼 속이 뒤집히는 가운데 한 가지 의문이 스쳤다. 그날만 이렇게 막힌 걸까? 그 이전은?? 확인해 보자 역시 안 읽힌다. 그날을 기점으로 일대가 아예 뒤바뀌어 버린 것처럼. 그러고 보니 그 싸이코는 내게 끔찍한 장면을 직관시키려고도 할 만큼 내 능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추적당할 여지를 차단했었나. 오싹하면서도 착잡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한정적이었구나. 앞으로는 괜찮을까? 알 수 없는 미래, 어쩌지도 못할 나중 일 걱정해 봤자 좋을 게 없는 걸 아는데도 불안만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