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태오의 숨이 일순 멎었다. 이미 지긋지긋하고 지루한 삶이었다. 하루를 살면 이틀의 숨이 멎었으면 했고, 이틀의 숨이 멎으면 그 이후의 여념도 없었으면 했다. 능력 또한 첨예하게 구르는 탓에 정상적인 타인과는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다른 삶이 되었고, 거듭된 심적 고통은 타인이라면 괴로워 구르고 비명 내지를 상황조차 예사스럽게 반응할 정도로 무뎌졌다. 그런 것이 당연한 삶에 타인의 강제적인 명령이 가중되었을 때,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이미 무뎌진 것에 지루함과 따분함이 거듭되어 매듭지을 수 있는 감정은 하나다.
환멸.
기어이 이 삶에서 고이 접어둔 환멸 다시금 깨어나니 자연히 증오심 자리 잡는다. 어째서 나를 가만두지 않는 것인가? 이 빌어먹을 삶, 거센 너울질에 운명 순응하고 돛 움직이지 아니하겠노라 맹세했더니 이젠 또 네 헛된 짓이라 하는 꼴을 보아라. 이대로 광양 멀리하고 차라리, 죄다…….
"아."
제압되는 광경 눈 뒤로 두고 제 몹시도 귀애하는 아이 쓰러지는 꼴 그 눈알에 잡히니 수륜 좁아지며 정신이 번쩍 든다. 환멸이요 증오심 아직 채 가시지 못했다마는 그런 것 뒷전으로 둘만치 중한 일이 뇌리를 강제로 쑤셔 박고 들어온다. 태오는 제 몸 이끌며 달렸다. 긴 머리 제멋대로 휘날리고 옷자락 추하게 날려 털썩 쓰러지는 아이 품에 붙들려 들었다. 칠규에 흐르는 피 보며 걷잡을 수 없이 몸 떨려온다. 다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함을 알았다. 어금니로 혓몸 짓씹자 비릿한 내음 울컥 밀려오고, 잦아든 떨림과 함께 섬세한 손길로 고개를 돌려주며 기도 막히지 않게끔 목 가누게 했다.
"혜, 혜우야."
119를 불러야 한다. 그렇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스트레인지다! 태오는 돌지 않는 제 대가리 굴려댔다. 제아무리 암부의 후계자라 한들 타관 타는 것 어찌할 도리 없었다. 그러나 고향에 도달한 지금, 마음 편한 것도 아니다. 아둔한 것, 119를 부르면 된다는 바깥 놈들 상식에 잠식되었구나! 스스로를 타박했다. 외려 홈통에 넣을 구실 생긴다, 그것만은 안 된다.
"혜우야."
……그렇지만 달리 도와줄 사람 없다. 한시가 급하다. 보듯 오도 가도 못하니 양자택일하지 못한 자신 같은 상것의 야루한 최후가 이리도 골수 파고들어 깊게 찌른다. 약점 잡히면 안 된다며, 그러나 살려야 한다며 고뇌하고 수천 번 갈등했으나 시간은 찰나였다. 피 다시금 울컥 뱉는 모습에 정신 다시금 번쩍 들려 한다. 지나치게 빠르게 돈 머리에 정신이 아찔하고, 능력의 여파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는지 눈앞이 핑 돈다. 태오는 점멸할 것 같은 시야를 애써 절레절레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자 했다. 개나 그 비슷한 동물이 대가리 털듯 추잡한 작태다.
"혜우야……."
차라리 주인을 부를까. 내 주인이라면 이걸 모두 보고 있을 터인데. 그렇지만 이곳에 저지먼트가 남아있다. 혼란한 마음에도 개죽음과 떼죽음만은 아니 된단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물론 제 주인이 먼저 뒤질 가능성 없잖아 있으나 그것이 작정하고 대가리 굴리면 여기에서 둘셋 정도는 길동무로 데려갈 것이요 뼈도 못 추림을 안다. 다시금 덜덜 떨리는 손과 함께 태오의 머리가 미친 듯이 돌아간다.
"아가, 내 녹우綠雨가 어찌 처우凄雨가 되었어, 어째서……."
인간의 삶은 무상하지만 너는 안 된다. 아직 봄이 채 오지 아니하였는데 너는 어찌하여 짧은 봄조차 보지 못하고 가려는 게냐. 설국 도래한 머리카락 쓸어주며 조금 더 편하게 숨 쉬도록 고개를 마저 꺾는다. 태오는 고개를 들어 어디에서 비가 내리는지 알고자 했다. 그리고 지각하여 손가락 까딱이니, 긴급 연락처로 지정된 번호로 연락과 GPS 정보가 전송된다. 119에 자연히 연결되었으니 남은 것 기다림뿐이다.
"……."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무릎 꿇은 채, 호흡 원활하도록 돌린 고개 제 손바닥 위에 뉘여주듯 안고 있었다. 지긋지긋하다. 지루하다. 몹시도 환멸스럽다……. 장고의 끝, 매듭을 짓는다. 될 대로 되어라. 그 많은 계산 일순 끝나버린다. 바깥이고 안이고 당최 그것이 무엇이냐? 이 좁디좁은 그림자 속에서 나를 적으로 돌리고 홈통에 넣고자 하는 것들은 죄 가둬 염매하리라. 넓은 바깥에서 활개치는 네놈들이 예징 가져왔으니 나는 결과를 가져와 속신의 주체 되어주마.
너희가 그토록 바라는 짓, 내가 해주도록 하마. 내 왜 이걸 진즉 생각하지 못하였는지. 태오는 생명활동의 영위를 눈에 담는다. 호흡마다 가슴팍이 일정하게 오르내린다. 불안정하게 헐떡이던 이전과 다름에 안도하지만 아직 마음 온전히 놓을 수 없다. 뺨 가볍게 쓸어주며 고개 푹 숙인다. 네 이름 석자 불러보려다 혀에 곱씹기로 한다. 대신 네게 두 글자 툭 던져본다.
"우화."
나의 우화憂火이자 藕花이며, 끝내 우화雨華인 아이야. 태오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암만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속내에 부디 텅 비어버린 것만 아니어라 빌며 병실을 나섰다.
일상에 복귀할 최소한의 몸 상태가 갖추어지기까지 딱 일주일이 걸렸다. 오랜만에 출석한 학교에는 그의 바뀐 눈동자 색을 보고 여러가지 감정을 내비치는 또다른 눈동자들이 있었고, 처방약 증량에 따른 부작용으로 꾸벅꾸벅 조는 뒷모습에 수군수군 꽂히는 뒷말들이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그를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저지먼트 고문 선생님에게 결석 사유서 및 처방전을 제출하고, 저지먼트 부실과 댄스부실에 가서 안부인사를 나누면 미뤄왔던 학교에서의 일은 대략적으로 마무리 된다.
- 이번 정류소는 파도청소년스포츠센터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인천패밀리앤유스아파트입니다.
삐이익. 버스 하차벨 소리가 요란하다. 하교 시간이라 그런지 콩나물시루처럼 꽉꽉 들어찬 버스가 어째 낯설었다.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ID카드를 태그한 리라는 약간 높은 버스 계단에서 뛰어내리듯 내려앉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길 건너 센터로 향하는 짧은 횡단보도 앞에 섰다.
"응?"
선 아녜스 아동 청소년 복지 센터는 과거 파도청소년스포츠센터가 있던 자리를 허물고 새롭게 들어앉은 신식 건물이다. 정류장 이름은 아직 바뀌지 않았지만, 기실 요즘처럼 모두가 초 단위로 갱신되는 인터넷 지도를 갖고 다니는 시대에 고작 그런 게 문제가 되기나 할까. 더군다나 기술격차 20년을 자랑하는 인첨공이라면, 이런 걸 가지고 장소를 헷갈릴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할 거다. 그래야 할 텐데. 리라의 시선이 횡단보도 너머에 줄지어 선 신원미상의 무리들과 높이 치솟아 있는 하늘색 장벽에 꽂혔다. 주다미의 부탁을 받아 그렸던 보안벽이다. 저게 왜 올라와 있지. 앞의 저 사람들은 또 누구고?
- 가식과 위선으로 뭉친 센터는 해체하라! - 숨겨 놓은 인재들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라! - 미래가 있는 아이들의 성장 기회를 차단하는 게 어딜 봐서 복지인가!
의문을 늦지 않게 씻어주려는 듯 무리 중 몇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에 따라 리라의 표정은 빠르게 굳어간다. 저런 사람들이 종종 나타난다는 이야기는 센터의 선생님들을 통해 몇 번 들은 적 있다. 대부분 관계자가 직접 나오는 게 아니라 돈으로 고용된 시위대라는 말 또한. 하지만 이렇게 센터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실제로 맞닥뜨리는 건 처음이다. 게다가, 대부분 말로만 이것저것 외치고 돌아가곤 한다는 선경의 말과 달리 저들의 손에는 제법 위협적으로 보이는 각종 도구들이 들려있었다. 각목, 쇠파이프. 그리고 화염병... 화염병?
"잠깐, 안...!"
상황 판단을 마치는 즉시 몸이 먼저 움직였지만 아쉽게도 저쪽이 더 빨랐다. 불 붙은 병이 하늘색 벽을 향해 던져진다. 규모가 큰 만큼 불이 옮겨붙으면 위험하다. 주머니에서 포스트잇을 꺼낸 리라는 제압용 클레이건과 클레이탄을 각각 실체화시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들이 쓰일 일은 없었다. 벽에 닿은 화염병이 팅! 소리를 내며 던져진 그대로 튕겨나가 바닥을 굴렀기 때문이다. 이에 잠시 멈칫한 리라는 하늘색 벽을 쳐다보았다가, 재차 클레이건을 들었다.
"......저지먼트입니다. 손에 든 거 다 버리세요."
팡! 하는 소리와 함께 클레이탄이 시위대를 덮친다. 화염병의 심지에 붙어있던 불꽃은 어느새 꺼져 있었다.
제압 직후 도착한 안티스킬에 연행되어 가는 시위대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동안 센터의 벽이 내려간다.
"다미 선생님." "리라! 어떻게 이런 타이밍에 왔어. 몸은 이제 좀 괜찮아?" "그럭저럭이요. 아까 그 사람들 뭐예요?" "아~ 뭐, 가끔 있는 이벤트지. 그보다 다친 덴 없어?" "멀쩡해요. 근데 선생님, 혹시 벽에다가 뭐 추가로 하셨어요?" "아니? 왜?" "......불이 안 붙어서요." "그래? 흠, 신기하네. 빗맞은 거 아니고?" "맞고 튕겨져 나가던데..." "어? 정말? 신기하네. 으음~ 모르겠다. 운이 좋았나?"
운이 좋았다, 로 일축할 수 있는 일일까. 멀어져가는 경찰차에 꽂혀 있던 시선이 다시 다미에게로 돌아왔다.
"다른 센터 사람들은 괜찮아요?" "애들이 좀 놀라긴 했는데 대체로 괜찮아. 방어벽이 있어서 안에 들어오지도 못했고. 아무튼, 리라는 상담 온 거지? 들어가 있을래? 난 안티스킬 본부로 가봐야 해." "네. 그럼 이따 봬요."
스쳐가는 상대의 귓불에서 커다란 은빛 링 귀걸이가 반짝인다. 리라는 멀어져가는 다미를 응시하다가 천천히 발을 돌려 센터 안으로 향했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는 제 임무를 다하지 못한 화염병 조각만이 홀로 남아 조금 전의 소동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