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47670> [ALL/다중세계/다종족] 친애하는 나의 ■■■에게 - 기록장 :: 192

◆qrMRBpSduI

2024-05-31 23:06:25 - 2024-07-28 14:31:05

0 ◆qrMRBpSduI (OqAOSBEvdU)

2024-05-31 (불탄다..!) 23:06:25

   낡지만 낡지 않고, 새 것이지만 새 것이 아닌,
   추락자들의 행적을 기록한 기록장.



친애하는 나의 ■■■에게 어장의 종합 어장입니다.
 메인/서브 미션 발행 및 수행, 이벤트, 포인트 계산, 상점 이용 등. 다양한 곳에 쓰임이 있으며 주로 캡틴이 활동 내역을 확인해야 할 때 쓰입니다.
 단, 미션이 아닌 독백, 일상 등은 이곳이 아닌 본 어장에서 활동 후 내역을 남깁니다.
 이곳에 레스를 남길 때는 인증 코드를 필히 기입합니다.


문의&건의&기타 : https://forms.gle/o6QNGBAsDV8TVoB97
임시 어장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7046865/re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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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알레프주 ◆7k2gwEVzI2 (rewQRODtzE)

2024-06-24 (모두 수고..) 20: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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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문득 기시감을 느낀다. 고개를 처들어 하늘 바라보니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금 간 유리처럼, 푸른 하늘에 균열 생기고 있던 것이다. 이윽고 균열은 점차 세를 넓혀가더니─ 하늘이 뒤틀리고 일그러지고 구겨지기 시작했다.

"...뭐야?"

소녀가 주변 둘러본다. 이상했다. 저 기현상은 뒷전인 것마냥 행인들은 태연히 제 갈 길 가고 있었다. 균열이 보이지 않는 걸까, 아니면 여기선 흔한 현상이라 관심조차 주지 않는 걸까? 현대 인간들이 천둥번개를 두려워하지 않듯이 말이다.
"저기... 있잖아, 하늘에 저거 뭐야?" 호기심보다도 왠지 모를 걱정이 앞서서, 소녀는 제 곁 지나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붙들린 자는 영문 모르겠다는 듯한 반응으로 일관할 뿐. 그 뒤 다른 이들에게 물어보아도 똑같았다.

소녀는 곧 타당한 추측을 내놓았다. 저 균열은 추락자들에게만 보이는 현상일 것이라고. 그렇다면 그 이유는? 어쩌면 무언가의 징조 혹은 경고가 아닐까.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92 유이 - 균열에 대하여 (8XB8ndgBbs)

2024-06-24 (모두 수고..) 21:37:07

>>88
어느샌가부터 하늘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떠한 현상인가. 혹은 위험한 징조인가. 유이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만 마을 주민들은 하나 같이 평소와 같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하늘에 있는 균열은 본 적도 없다는 듯이.

"얘, 혹시 하늘에 무언가 보이니?"

"하늘이요?"

어느 날, 어린아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더니 아이는 이윽고 하늘을 쳐다 보았다. 그러고는 홍조를 띄우고 발랄하게 웃으며 "와, 토끼 모양 구름이다!"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과연 저 균열은 무엇이란 말인가.

유이는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고 스스로에게 청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이상한 것이 보였다. 하늘에 있던 균열이 일그러짐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유이는 저것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93 라클레시아 테시어 [의심] ◆IxTD87OSHU (lBMEQwA/YA)

2024-06-24 (모두 수고..) 23:43:13

>>87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지나간다, 아니 지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느끼고 있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아니 점점 바뀌었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첫날과 다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점점 없어져갔다. 간단한 심부름으로 해결되던 일들도 이젠 모르쇠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당장 어제 친절했던 사람들이 오늘은 벌레 보듯이 하는 경우도 심심찮아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어느날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 내쫓아야 해요! "
" 저들이 없다면 도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예요! "

어느날 우리는 그들에게 불청객이 되었다. 언젠간 이런 일이 일어날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난 탓에 그는 상황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아직까진 우리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우리가 나타난 시기와 비슷하게 도시에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했다. 땅이 무너지고, 중앙엔 누군가 침입했고 뒷골목의 깡패들까지 죽었다. 공교롭다면 공교롭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모르는 추락자가 그런 일을 벌였을수도 있다. 혹은 사실 저 사람들은 엄한 곳을 들쑤시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듯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 화풀이 대상. '

겪어보지 못한 혼란을 정상적으로 해결하기보단 좀 더 의탁하기 쉬운 상대에게 덮어 씌우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 도시에 나타난 낯선 사람들이 범인이다, 라고 몰아가면 좀 더 쉽게 믿을 수 있으니까. 대중이란 쉬운쪽으로 더 선동 당하곤한다. 그것은 비단 지성인이라고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이거 큰일이네. "

대부분의 추락자들은 아마 여관에서 머물고 있을 것이다. 그야 이 도시에 여관은 하나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곳의 주민들은 곧장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나는 빠르게 여관으로 향했다. 아마 눈치 빠른 이들은 이미 여관을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향했겠지만 내 생각으론 아직 한명이 남아있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 알레프! "

역시나 여관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울먹이며 앉아있는 주홍색 머리의 소녀가 보였다. 나는 인파를 뚫고 재빠르게 다가가 그들을 막아서고선 알레프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들이 뭐라고 소리치는 것이 들렸지만 나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여기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저들은 듣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 중에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 이런 소요는 순식간에 커질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여관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머물던 방에 무언가 두고선 빠르게 빠져나왔다.

" 가야해요. 이 사람들은 더 이상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요. "

손이라도 잡고 가야하나 싶었지만 저 인파를 다시 뚫고 지나가기엔 힘들어보였다. 결국 나는 알레프에게 등에 업히라고 말한 뒤에 그녀를 등에 업고선 그대로 인파를 빠져나갔다. 아직까진 우릴 쫓아와서 뭘 어쩔것 같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그들은 우리가 도망가는 것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일단 이대로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서 몸을 숨기는 것이 먼저다.

" 알레프, 일단 밤까지 기다렸다가 몰래 여관으로 다시 들어가는거에요. 마시는 아직 우리를 믿어줄테니까. "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선 나는 업고 있던 알레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선 입고 있던 외투를 걸쳐주었다. 머물던 방에 그 나무 그늘로 오라는 쪽지를 던져두었다. 윈터는 본다면 바로 알아챌테니까. 알레프를 두고 다른 사람들을 찾으러 갈수도 없었기에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94 알레프 ◆7k2gwEVzI2 (HT1eJO54Ss)

2024-06-25 (FIRE!) 14: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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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지고 그림자가 길어지는 무렵, 소녀는 여느 때처럼 여관 앞 지나는 행인들 관찰에 몰두해있었다. 그래, 그저 그뿐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몇몇 이들이 사람 구경하는 소녀더러 대놓고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곤 했다. 심지어 그런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도 소녀는 그때까진 별다른 낌새 느끼지 않았다. 문제는, 어느덧 여관 앞에 여러 사람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는 거.
소녀는 뒤늦게 불안한 기류 감지하고서 그들을 흘겨본다. 그 자들이 머무른다는 곳이 여깁니까? 자기들끼리 몇 마디 나누던 그들은 곧 험악한 기세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과 소녀의 시선이 맞부딪힌다.

저 꼬맹이다, 도시에 혼란을 가져온 불한당이.
긴말할 거 뭐 있나요, 얼른 쫓아냅시다.

"저, 저기?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사람 잘못 본 거 아냐?"

소녀가 소극적으로나마 말 건네보지만 그들은 들은 척도 않았다. 그 뒤론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모욕과, 위협이 이어졌다. 소녀는 두려웠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친절하게 대해주던 주민들이 돌변해버렸으니. 그럼에도 소녀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무릎 끌어안은 채 눈치 살피는 것밖엔.
이윽고 무리가 끝내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마저 꺼냈을 즈음─ 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클레시아! 곧 인파 헤치고 나타난 그를 올려다보며 소녀는 울먹였다.

"으, 으으..."

그 뒤로는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나질 않았다. 워낙 갑작스런 상황에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던지라. 라클레시아에게 업힌 채 거리를 빠져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인적 드문 골목길, 그제야 숨 돌린 소녀는 그의 외투를 꼭 여민 채로 우물쭈물대었다.

"응..."
"그, 저기, 나 때문에 돌아온 거지, 미안..."

그냥 놔두고 갔어도 됐는데. 도시 주민들도 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몰랐을 테고. 이곳저곳 방황하는 시선이 결국엔 하얀 엘프에게 가 닿는다.

"...찾으러 와줘서 고마워."

그럼에도 소녀는 기뻤다. 라클레시아가 자신을 기억해준 것만 같아서.

95 윈터◆dOib/Io/FI (KU2luZCx9A)

2024-06-25 (FIRE!) 19:35:16

>>88
     — Sub 5. ■■■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도시. 나이만 많지, 순진하고 어리숙한 엘프와 함께 하나뿐인 여관 포르티시아에 들어선 윈터는 낮에 보았던 주인장 마시에게 늦은 시간에 돌아다녀 좋을 것 없다는 핀잔을 들으며 미리 배정받은 객실로 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른 방에선 젖은 나무의 눅눅한 냄새가 났다. 침대는 각각 벽면에 붙어 양쪽에 두 개가 있었는데, 한쪽에선 이불을 끌어안은 주홍 머리의 어린 소녀가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인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엘프가 미리 말해주진 않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이물감에 소녀가 저와 같은 추락자임을 직감했다.
윈터는 소녀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 한편에 비치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서 빈자리에 몸을 뉘었다. 하얗고 폭신한 이불에선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나, 이곳이 도시 주민들에게 자주 이용되는 곳이 아님을 상기하게 했다.
윈터의 머리맡엔 나무로 된 미닫이창이 반쯤 열려있어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창밖의 밤하늘이 그대로 눈에 담긴다.
그런데, 하늘이 조금 이상했다. 번개가 칠 때처럼 흰빛으로 쫙 갈라지는 것도 아니고, 종잇장을 찢어내는 듯한 느낌도 있어. 이 현상은 윈터가 살던 세계에서 미지의 존재들이 보랏빛 소용돌이를 타고 넘어올 때의 것을 닮았다.
이내 그것은 빳빳한 종이가 구겨질 때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적어도 윈터에게는.
별일 아니겠지. 윈터는 불길한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눈을 감았다.


>>87
     — Sub 4. 그렇기에 그들은

그리고 아침. 윈터는 창밖에서 재잘거리는 새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서너 시간밖에 쉬지 못해서 몸이 나른하고 피곤했다. 그러다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져 이름 모를 소녀를 끌어안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여관 밖이 무척 소란스럽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듯한 소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 객실 밖으로 향하려는데, 잠들기 전에는 보지 못한 쪽지 한 장이 침대맡에 놓여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나무 아래에서 보자고.
나무라면, 그 엘프밖에 없지.
어제만 해도 이곳에 묵자고 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왜 거기서 보자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윈터는 객실에서 나와 밖으로 향했다. 로비 카운터에는 주인장이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일이 없다. 여관 밖으로 나서면, 도시의 주민들이 건물을 빙 둘러싸고 있다. 저들을 내쫓아야 한다느니, 도시가 불안정해졌다느니. 여관에서 나온 윈터도 세차게 쏟아지는 불신의 눈초리를 피할 길이 없었다.
그보다, 건물 옆쪽엔 어제 만났던 회색 머리 소년이 몇몇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에게 붙들려 있다. 저 소년도 여기서 묵고 있었구나. 어제 봤을 땐 머리가 짧았던 것 같은데.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흘리는 사이, 소년의 멱을 잡고 있던 사내가 무어라 소리치며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주먹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그들 사이로 달려나간 윈터는, 소년을 해하려던 사내의 손목을 붙들어 떼어내고서, 그를 강하게 밀치고 소년과 사내들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러는 중에도 소년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헤실헤실 세상 바보 같은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다.
능력의 부작용 탓인지 주륵 흘러내린 코피를 손등으로 슥 문대고서, 앞에 선 사내들과 이쪽을 매섭게 노려보는 주민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대충 무슨 생각으로 그러고들 있는진 알겠는데,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어? 우리도 여기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괜히 애먼 사람 괴롭히지 말라고."
...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이라면, 내가 사과할 테니까. 뭐라도 할 테니까..."

어제 있었던 일. 미하엘이 운반을 부탁했던 상자를 열어버려 붉은 조각들이 도시에 흩어지고 여기저기 공고문까지 붙었던 일. 그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윈터를 향해 주먹만 한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저■이 원흉이야. 저걸 당장..."

윈터는 돌멩이가 날아오는 것을 눈으로 보았으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윈터의 이마에서 새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꽤 큰 충격이었음에도 미동 하나 없던 윈터는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알겠다고. 꺼져줄 테니까 더 이상 건드리지 마."

그렇게 돌아서서, 뒤에 서 있던 소년의 손목을 붙들고 성큼성큼 걸어 주위를 빼곡히 둘러싼 주민들 사이를 헤집고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우다다- 들려오는 급진적인 발소리. 윈터가 느낀 것은 마주 오던 사람과 어깨를 부딪친 정도의 충격이었으나, 멍한 감각에 몸이 굳어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옆구리가 붉게 물들어갔다.

"..."
...
"..."

일순 가라앉은 분위기, 그런 윈터의 앞에 오크만큼 키가 큰 인간이 나타났다.

96 페일 ◆GrdUtUTEEM (6/j.4IRaW6)

2024-06-25 (FIRE!) 21:28:26

이 모든 고독한 순례길이 철지난 이야기처럼
바래고 흐려져 낡아버린 옛 소설같이 되어버린
그리고 그런 것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희망이라는 말이 조롱이 된 어느 시대를

어느 기사가 끝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88 〈Sub 5. ■■■〉
비틀리다 못해 깨어져버린 지평 그 너머를 얼마나 가로질러왔을까. 자신이 알던 세계의 경계선 밖으로 얼마나 떨어져내려왔을까. 그러고도 도착한, 초대받지 않은 세상에서 얼마나 더 거닐었을까. 아니, 이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일을 추락이라 부른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는 추락자는 며칠 전에야 겨우 이 땅을 밟은 참이므로.

다행히도 다른 세계로 순례를 떠나는 것은 이 기사에게 뜻밖에도 익숙한 일이었다. 일그러진 지평을 가로질러 전혀 낯선 지평으로 걸어가는 것은 더 익숙한 일이었다. 하여 기사는 계속 걸었다.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그러나 단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세계의 시대상이 기사가 살던 시대와 그리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까닭은 모르겠으나, 이 세계는 마치 극히 일부분으로 한정된 것만 같다는 사실. 명확한 모서리가, 그것도 그렇게 넓지도 않은 모서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낯익으면서도 왠지 모를 미시감이, 딱 꼬집어 말하지 못할 변곡이 흐르고 있는 것만 같은 지평선이 기사에게 무언가 불길한 흉조를 속삭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기사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고자 했다. 이 세계에도 여관은 있을 테다. 쉰다는 것에 의미가 없으며 먹는다는 것에 낙이 없는 몸이긴 하나, 적어도 여관에서는 무언가 알 수 있을 테니까. -여관에 접근할 때에는 갑옷을 벗는 것이 좋겠다. 불필요한 경계를 사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그러나 그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사의 뒤를 두려움에 가득 찬 사람들이 그림자 속에서 중얼대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따르고 있었다.

"저기 괴물이 있다!"
"저기 괴물이 있다!"
"원한에 가득찬 망령이 있다!"
"깊고 어두운 숲 속에 죽음의 기사가 있다!"



>>87 〈Sub 4. 그렇기에 그들은〉
>>95
그러나 윈터의 옆구리에 파고든 섬뜩한 감각은, 결코 치명적인 깊이에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 윈터의 옆구리와 그 칼날 사이에 거대한, 실로 거대한 손아귀가 자리하여 그 날붙이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 몸을 던진 칼끝은 아무 것도 차지 않은 맨손을 반쯤 꿰어뚫고 그 끄트머리를 윈터의 옆구리에 찔러넣고는 있었으나, 그것은 그 맨손마저도 반쯤밖에 꿰어뚫지 못하고 손아귀 안에 박힌 채로 멈추어 더 들어가지도 빠지지도 않은 채로 요지부동이었다.

공기가 스산했다. 고개를 들매 거대한 이가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행색으로만 보면 사람이 맞다. 그가 입고 있는 것은 남루한 리넨 셔츠와, 이 세계 사람들이 입고 있는 것과 별다를 바 없어보이는 트라우저, 부츠와 함께 발목을 휘감고 있는 낡은 각반. 그래, 그 복식만 보면 이 세계의 사람들 중 한 명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이- 그러나 그자를 결코 그렇게 여길 수 없게 하는 것이 세 가지 있었다.

첫째는 모든 추락자들이 공유하는 특징- 추락자를 알아보는 추락자의 예감이 그가 추락자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으며, 둘째는 도저히 평범한 인간이라 볼 수 없는, 뭇 사람의 머리 위에 그 어깨를 두고 있는 장대한 키였고, 마지막 셋째는... 뭐라 딱 꼬집어 말로 하지 못할, 그러나 굳이, 굳이 정의하자면, 그가 인간이라기에는 무언가 결여되어 있는 것 같은 이상할 정도로 음산한 결핍감이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되 사람의 냄새가 없는, 불길한 형상이 주민들과 추락자들 사이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주민들을- 윈터의 옆구리를 향해 날붙이를 찔러넣은 그 이를 냉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입을 열어 첫 마디를 떼어놓았다. 온기 없는 차갑고 낮은 울림이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무덤의 바람처럼 그들을 한 차례 쓸고 지나갔다.

"당신들은 무슨 권리로 이 사람들을 해치고자 하는가?"

얼어붙어 있던 그 자는, 그 말 한마디에 정신이 퍼뜩 들었는지 겁에 질린 얼굴로, 거의 손아귀에서 놓쳐가던 손잡이를 다시 힘세게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하려고 했다. 더 밀어넣던지, 잡아 빼던지, 아니면 잡아비틀어버리던지. 그러나 그 필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손길은 부질없이 남자의 손아귀 안에 박힌 자루 위에서 번번이 미끄러지기만 할 뿐이었고 그 날붙이는 그 냉막한 손아귀 안에서 요지부동이었다.

그때, 정체모를 불사자의 일갈이 마치 법정에서 내리치는 망치 소리처럼, 묘지에서 울리는 만종 소리처럼 쩌렁쩌렁, 사람들 사이로 울려나갔다.

"무슨 권리로 이 사람들을 해치고자 하는가!"

97 라클레시아 테시어 ◆IxTD87OSHU (ERL.LuCv8o)

2024-06-27 (거의 끝나감) 00:04:02

윈터 - 라클레시아 일상 18레스 - +3 비타

98 윈터◆dOib/Io/FI (6pHGZ/mcdA)

2024-06-27 (거의 끝나감) 00:06:53

윈터 - 알레프 일상 11레스 +2비타

99 라클레시어 테시아 ◆IxTD87OSHU (tsFV2YPdv2)

2024-06-27 (거의 끝나감) 19:06:22

situplay>1597048434>34 [짙은 악의] +2비타

100 영주 ◆iglRFg3PfY (SOG6D3Z.PE)

2024-06-28 (불탄다..!) 16:05:21

일상: 영, 아델라이데 - 26레스(+5비타)

101 알레프 ◆7k2gwEVzI2 (lzX4i2uH1.)

2024-06-28 (불탄다..!) 16:58:21

알레프-아델라이데 일상 27레스 (+5비타)

102 ◆y2yG/Rl51w (ErS9F6OB5U)

2024-06-28 (불탄다..!) 18:18:01

>>88

어느 날, 어떠한 징조도 없이 하늘의 이상현상이 발견되었다.
그러한 징조는 확실하게 추락자와 관련이 되어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었다.이러한 현상은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내 눈에만 보였기 때문이었다. 돌아갈 수 있다는 징조인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세상으로 방랑을 할 시간이라는 것일까?
그간 했던 모든 것들이 물거품으로 녹아내리는 이 순간이었지만 그것이 내게있어 큰 타격을 주진 못했다.
이것은 단지 증명이었을뿐이며 또 다른 삶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다만 다음 세상이 어디가 될 것인지, 혹은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내게 있어서 단 하나의 불안요소였다.
과연 다른 이들도 이러한 내용을 알까? 나는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하던 것을 배낭에 넣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대비하기로 했다.

>>87

아무래도 이상현상은 원주민들에게 또한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불길한 현상들에 의해 사람들은 일어나기 시작했고
모두가 불안에 떨며 이 현상과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는 추락자들에게 그 원한의 화살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더럽고 추악한 것들! 여기서 꺼져!"

"워우... 진정들 하시죠?"

내게 위협을 하는 이들에게 총을 꺼내들어 겨눴지만 그들은 아랑곳 않고 내게 위협을 가했다.
잘못하면 몰매맞아 죽을 것 같아는 생각이 들자 이곳에는 더 이상 못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도주하는 편이 나으려나?

"얌전히 사라져줄테니 우선은 물러나시겠어요?"

평소의 능글맞은 모습과는 다르게 확실하게 위협하는 표정을 지은 나는 위협을 위해 일반인들의 발 아래에 총알을 쏘아낸 나는
총성에 사람들이 놀라 뒤로 물러난 틈을 타서 그 사이로 빠져나왔다.

"자, 위해만 가하지 않는다면 확실하게 사라져줄테니 걱정마십시요."

옛날 같았다면 하나 둘에게는 확실하게 본보기 삼아 보복을 했을텐데 나도 성질 참 많이 죽었다.
그럼 어디보자, 이제 어떻게 할까? 그간 만났던 다른 우호적인 추락자들을 만나서 의논을 해볼까?

103 ◆qrMRBpSduI (lxCLisP/KQ)

2024-06-28 (불탄다..!) 18:20:47

@미션 수행자 및 예비 수행자들에게

미션의 내용이 이어진다고 해서 한 레스에 몰아 적지 마십시오.
첫째, 추가 보상이 있는 경우 지급에 어려움이 있으며, 둘째, 이벤트 보상 지급 시 누락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올라온 미션까지만 허용으로, 이후에는 번거로워도 각각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104 ◆qrMRBpSduI (lxCLisP/KQ)

2024-06-28 (불탄다..!) 22:02:47

일상 : 다윈, 알레프 - 12레스 (+2비타)

105 식물 ◆O/XGIp8IuQ (krzHFq6uTo)

2024-06-29 (파란날) 04:11:52

situplay>1597047670>88

잎이 바람에 흔들렸다. 얼마 전 제 손으로 잎 조각을 뜯어냈던 자리는 흉진 것처럼 녹색으로 메워져 있었다. 겉보기에는 어색하거나 이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는 제 녹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았다. 오히려 이로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자연스러운 적응의 한 과정이니까. 기존의 적색은 따가운 햇살에서 잎을 지키기 위한 색이었으니 빛이 약해진 지금은 빛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광합성에 유리한 잎을 내는 것이 당연하리라.

그는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나온 새잎의 색을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빛이 다른 모양이라고. 하늘에 난 균열을 발견한 것이 그 때였다.

처음 발견할 때만 해도 균열이었던 것은 점점 크기를 키우고는, 일그러져갔다. 적어도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었다. 일단 그의 기억으로는 말이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몰랐다. 그의 서식지와 이곳은 아예 다른 세계라고 하지 않았던가. 세계라는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주, 아주 먼 곳이라는건 이해했다. 그러니 제게 익숙하지 않은 일도 이곳에선 빈번히 일어나곤 할지도 모르지. 보라, 이 도시의 두발 짐승들은 저 현상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조금 더 지난 후였다. 아무리 익숙하다 한들 아예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잠깐의 시선도 두지 않는 것은 꽤 부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종종 일그러짐을 보며 흠칫 놀라는 두발 짐승들이 보였다. 전부 저와 똑같이 하늘에서 추락한 이들이었다. 식물은 생각했다. 저 현상은 떨어진 이들에게만 보이는 모양이라고. 이건 아주 '이상한' 현상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이상하다는건 덜 지루하다는 말과 동의어였다.

106 아델주 (mEjLyWQ4Mw)

2024-06-29 (파란날) 13:56:04

>>87

흘러가는 구름 처럼 살고 싶었다. 다만 그 뿐인데. 사내는 짧게 숨을 내뱉었다.
의심과 경계가 점차 커지며 주민들 사이에서 번져간다. 그들은 내게 해줄 수 있는것이 없노라고 이야기하고, 따스한 온기는 차게 식어버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외친다.

'저들을 내쫓아야 해요.'

웅성거리는 주민들. 수없이 많은 시선. 두근거리는 심음들. 흥분. 분노. 고조. 초조. 불안. 증오.
귀가 멀 것만 같은, 기분 나쁜 소음 속에서, 사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만하십시오."

사내는 앞으로 나서며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구두 굽 또각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쳐지나간다. 군중들 사이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채, 사내는 제 심장 위로 손을 올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추락자들은 그 누구도 해하지 않았습니다."

"추락자들은 그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이 도시에 해를 끼치는 이는, 나 아델라이데의 이름을 걸고 내가 직접 처단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만하십시오."

사내의 얼굴에는 슬픔과 함께, 차가운 분노가 서려있었다.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
사내는 눈을 뜬다. 탁한 눈으로 어둠뿐인 세계를 바라본다.

"지고하신 신의 이름 아래 악인을 용서하지 않을 지어니."

"스스로 악인이 되고자 하지 마십시오."

사내는 경고했다.
그렇게, 흘러가는 구름에서는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내는 더이상 구름으로써 존재할 수 없었다.
스쳐 지나갈 뿐인 세계라고 하더라도, 작금의 행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107 라클레시아 테시어 [균열] ◆IxTD87OSHU (zZteldBEvs)

2024-06-29 (파란날) 18:00:40

>>88

어느날 하늘에 일그러짐이 생겼다. 처음엔 이곳의 기상현상인가싶어 그러려니하고 넘겼으나 그 자리엔 곧 균열이라 부를만한 것이 나타났다. 저것이 무엇인걸까. 저런 일그러짐을 이곳의 주민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마치 저번의 요정처럼. 그렇다면 이것은 추락자들의 눈에만 보이는 것일까? 무엇인가의 징조인 것일까? 만약 무언가의 징조라면 그것은-.

" 다시금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일까? "

그럴 가능성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런 징조도 없이 이 세계의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또 그렇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만약 추락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면, 요정들이 말한 그것의 강림이라면? 그것 또한 좋은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그렇게 하늘을 보며 걷다가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나는 곧바로 사과를 했고 평소였다면 호쾌한 웃음과 함께 넘어가주었을 주민의 반응은,

" 눈 똑바로 뜨고 다녀! "

못볼걸 봤다는듯이 어깨를 손으로 탁 털어내며 눈을 위아래로 훑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삽시간에 바뀐 태도. 불길한 생각이 뇌를 스친다. 무언가 바뀌고 있다. 나는 그렇게 곧장 여관을 향해 뛰어갔다.

108 식물 ◆O/XGIp8IuQ (M/V1DcxIiM)

2024-06-30 (내일 월요일) 01:45:29

situplay>1597047670>87

떨어진 이들에 대한 적대감은 본래 이곳에 살아가던 사람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져갔다. 예상하던 일이었다. 무리생활 하는 짐승들 사이에 다른 무리의 짐승이 끼어든다면 싸움이 나는 것은 당연하니까. 그들은 이미 무리를 형성하고 있었으니 떨어진 이들은 침입자로 여겨졌으리라. 식물은 일찍이 그 분쟁에서 한발 떨어져 있었다. 그가 가진 재주가 그것을 가능케했다. 자유로운 의태. 인간의 외형을 벗는다면 그는 사냥하지 않는 동족들과 감쪽같이 비슷해졌다.

그는 여관 앞 기둥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의 발걸음이 잦은 길목이라 여러 분쟁이 잘 보였다. 그는 그저 모든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저들을 내쫒자며 언쟁과 폭력이 오가는 현장은, 그래. 나름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저것도 추락자야! 사람이 저걸로 변하는걸 내가 봤어...!"

그러니까 그런 외침이 들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자리를 잡을때 주변에 두발짐승따윈 없다는걸 분명 확인했다. 아무래도 제 굴에 틀어박힌 채 고개만 내밀고 훔쳐본 모양이지. 식물이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냥하지 않는 척'을 계속했더라면 그는 그저 착각한 거짓말쟁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식물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왜냐면 그 인간이 추락자임을 증명한다며 제 줄기를 뜯어내려 했으니까. 줄기는 손상시킬수 없었다. 줄기는 새로 내는데 시간도 영양도 너무 많이 들었다.

식물은 순식간에 의태를 입고 인간의 줄기를 잡아챘다. 지켜보던 인간들이 술렁였다. 추락자들이 이제 사람이 아닌 척까지 하며 숨어드느냐 하는 경악이 대부분이었다. 식물은 애초에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이제 저들 주변의 모든 사물을 의심할 작정인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나름 우스운 구경거리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사라질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녹색이 아닌 식물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붉은 빛의 식물은 눈에 띌테니.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추락자임이 까발려진 현재, 적의 가득한 여러 개체의 인간들로 둘러싸인 상황부터 벗어나야 했으니까. 식물은 천천히 인간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들은 추락자가 당황은 커녕 도리어 그들에게 다가오는것에 당혹스러워 했다. 어쩌면 공격받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것도 같았다. 물론 식물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궁지에 몰리면 먹잇감도 사냥꾼을 무는 법이니까. 인간들이 서로를 방패삼아 내세우고 저는 뒤로 숨으려 하는 아비규환은 꽤 바보같이 보였다. 수많은 인간을 전부 사냥하는 것은 식물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며 다같이 싸운다면 제게 어찌할 방도가 없을텐데도.

식물은 인파를 간단히 밀치고 걸어나갔다. 굳어있던 사람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잡아!" 하는 외침이 터져나올 때 쯤에는 이미 식물은 자리에 없었다.

109 ◆qrMRBpSduI (V.o9qLlrnI)

2024-06-30 (내일 월요일) 21:51:10

일상 : 미하엘, 아델라이데 - 18레스 (+3비타)

110 코우 ◆O0U4mgzkbI (J/Nphk1Bh6)

2024-06-30 (내일 월요일) 22:25:46

>>88

저벅저벅―
골목 사이로 발걸음이 울린다
골목이란 공간의 이면이다
생과 생이 서로 이어진 곳이 있다면 그곳에 반드시 존재하는 사각
음지
여자는 그런 곳을 누볐다
그러나 아무리 이면이라 한들 하늘을 감출 수는 없는 법

"흐음."

느껴지는 위화감에 문득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다 본다

금가고, 부서져
왜곡 되어 균열진 하늘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얼까
새로운 시작?
한 단락의 끝?
그것도 아니라면...

"비라도 오려나."

그러나 한낱 피에 취한 여자가
다가오는 폭풍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일은 없었고
금세 발걸음을 돌려 또 다른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111 아델주 (C4PY702esk)

2024-06-30 (내일 월요일) 22:27:02

일상 : 아델라이데, 라클레시아 - 16레스 (+3비타)

112 영 - 【Sub 4. 그렇기에 그들은】 (l.sW9Y1R8g)

2024-06-30 (내일 월요일) 23:27:18

>>87
>>95 >>96

균열은 나날이 덩치를 키우며 하늘을 가른다. 불길하게 일렁이는 하늘 아래, 저편의 너머를 응망하는 까만 눈동자.
시국이 날로 험악해지고 있지만 평온한 낯으로부터는 근심 한 점 엿보이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이 종종 날카롭게 변할 때도, 유난히 쌀쌀맞은 투로 축객을 당한 날에도. 그러다 결국— 눈앞까지 주먹이 닥친 지금에 이르러서도 한결같이. 옷깃 붙잡힌 채로도 태도는 혼연하기 짝이 없다. 뜻 없이 둥그렇게 뜬 눈으로 주변을 휘 훑는다. 그는 도리어 고개를 당기며 험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에 제 면을 가까이 했다. 무덤덤히 바라보던 낯이 이내 생긋 웃었다. 여전하게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였으나, 단지 이것만이 궁금할 뿐이었다.

“왜 그렇게 화가 났어?”

최근에 한 일이라고는 한가로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변이 일어날지를 관찰한 것밖에 없다. 그러다 주변이 점점 소란스러워지더니, 사람들의 무리가 기어이 건물을 에워싸고 말았다. 하나의 군집처럼 몰려든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 무엇인지는 그도 쉬이 눈치챌 수 있었다. 맹렬한 적대감. 그렇다면 대체 왜?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줄곧 대답을 기다렸으나 주민들은 별달리 답을 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제 얼굴을 겨누고 굳게 쥔 주먹에 불끈 힘이 들었다. 이쯤 되면 다음에 무슨 상황이 이어질지는 뻔했다. 곧이어 다가드는 주먹을 눈에 담자, 짧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거창한 이유는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때마침 이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자신이었기에 일을 당하는 것뿐일지도.
이유가 무엇이었든 이제 와 큰 상관은 없을 테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시 갈아치울 수 있는 몸이다. 얼굴을 맞다 눈이라도 다치게 된다면 불편해지겠지만, 얼굴 좀 뭉개는 정도로 저들의 분이 풀린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하여 닥쳐드는 폭력을 가만 기다리던 그때.

앞섶에 느껴지던 압박감이 떨어져나간다. 돌연 눈앞이 가려졌다. 앞장선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기이한 감각. 추락자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어떤 반응을 하기도 전에 새롭게 나타난 누군가가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누구에게도 저항할 생각이 없었거니와, 창황히 돌아가는 상황에 마땅히 무엇을 행해야 할지도 알 수 없어 그대로 몇 걸음을 끌려 갔다. 평생을 정적으로 살아갔던 그에게 이 세상과 사람들은 너무도 빠르기만 했다. 늘 순식간에 변해 가고, 그렇게 찰나만에 피 흘리고, 또 그렇게 스러져 가는 연약한 목숨들. 유한한 존재들. ……추락자들을 해하는 것이 기존 주민들의 원이라면 그저 두고 싶었다. 하지만 이 추락자들은 경우가 다르다. 저로 인해 휘말린 것이라면 관망할 수만은 없었다.

당장이라도 극단으로 치밀 것 같던 분위기가 덩치 큰 추락자의 일갈에 맥을 잃은 사이, 그는 그 틈을 타 앞으로 나아갔다.

”왜 화가 났는지는 아직도 말 안 해줄 거야?”

실없는 질문에 어름어름 눈치를 보던 이들 중 몇이 정신을 차렸다. 칼을 든 주민의 곁에 있던 동조자들 중 하나가 바로 그랬다.

”너희 때문이잖아! 도시는 원래 살기 좋은 곳이었어. 그런데 너희들이 오고 나서부터 전부 이상해졌다고.”
”그래서 저 사람들을 해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
”뻔뻔스러운 소리나 할 거면 우리 고향부터 돌려내. 쳐들어온 주제에…….”

결연히 외친 첫 말에 비해 문장은 점차로 흐려져 갔다. 명료하게 끊지 못하고 어물거리는 사이 그가 다시금 물었다.

”아니면 그냥 그렇게 하는 편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그래?”
”그건…….”

상해와 살해의 금지는 사람이 사람으로 있기 위한 최저선의 도덕이다. 그 선을 뒤흔드는 극단적인 행동이 정당한 명분이 아닌 ‘기분’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당하자 주민은 곧장 말을 잇지 못했다. 당황한 것인지, 혹은 단순히 무리에 섞여 방관하던 입장에서 앞으로 끌려나오게 된 상황이 부담스러웠던 걸지도 모른다. 당당하게 꺼낸 첫 마디와는 달리 그자는 대번에 집중된 이목에 기를 펴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면 지금 해 보자. 다들 모여서 여기까지 올 정도로 하고 싶었던 거잖아.”

추락자의 입에서 나올 만하지는 않은 소리를 하며 곧바로 몸을 틀었다. 그는 칼날을 막느라 꿰뚫린 추락자의 손으로부터 조심스레 칼을 빼내어—”미안, 이거 빼도 괜찮아?”— 자신이 쥐어 들었다. 위협적인 행동에 좌중에 소란이 일었으나, 그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칼끝이 향한 곳은 반대였다.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과 대화하던 주민에게 칼자루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이내.

억지로 쥐여 준 서슬이 가슴의 한가운데를 파고든다. 심장이 있을 곳을 찔렸음에도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그는 되레 기대 어린 웃음만 지으며 상대를 가만 바라볼 따름이다. 여타 사람들과 신체구조가 다르다 하기엔 속의 것을 가르는 감각이 지나칠 정도로 선명했으리라.
추락자를 몰아내어야 한다 주장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주민은 영 맥을 추지 못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의아해진 그가 붙잡은 손을 더 움직여 주려 하자— 마구 발버둥을 치더니 입을 틀어막고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는 것 아닌가. 서슴없이 칼을 휘둘러 대었던 이들과는 달리, 저 주민은 그 정도의 담은 없었던 모양이다. 아마 다른 이들도 그러하리라. 무리를 짓고 군중에게로 책임을 미루었기에 저용을 부릴 수 있게 되었을 뿐, 홀로서는 스스로 진 업과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일 테다. 그가 그 사실을 알고서 이리 나섰을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태연자약한 태도로 ”다음에도 하고 싶어지면 말해.”라며 황급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향해 살갑게 손을 흔들어 주기만 할 따름이다.

주민이 떨어뜨리고 간 칼을 주워든 그가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우연히 눈이 마주친 그 사람은 그를 똑바로 마주보게 되자 외려 눈을 피했다. 다른 사람도, 그 다음 사람도. 서로 술렁거리며 옆구리를 툭툭 쳐 대고 엉뚱한 곳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그렇게 되는 사이 추락자들은 사라져 있었고, 처음 칼을 휘둘렀던 인물은 제 손이 자유로워지자마자 도망친 지 오래다. 만연히 느껴지던 의지도 이제는 흐지부지해졌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헛기침을 하며 등을 돌렸다. 그 인물을 따라 몇몇 사람들도 짜증스러운 탄식을 흘리거나 혀를 차 대며 어디론가 떠나 버린다. 이제까지의 집요한 폭력이 단지 알량한 기분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도리어 증명하듯이.

어느샌가 홀로 남게 된 그는 가만히 하늘이나 올려다보았다.

재미가 없어진 걸까. 잘 해결되었다면 아무래도 좋지만서도.

113 ◆qrMRBpSduI (V.o9qLlrnI)

2024-06-30 (내일 월요일) 23:51:25

여기까지 이벤트 추가 비타 지급 완료. 혹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길 바람. 이상.

114 영 - 【Sub 5. ■■■】 (l.sW9Y1R8g)

2024-06-30 (내일 월요일) 23:56:28

>>88

어느날부터 하늘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으로 이곳에 온 날, 미하엘과 나누었던 문답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추락자가 추락을 할 때엔 하늘이 일그러진다고. 그렇다면 저것이 미하엘이 말해주었던 그 전조일까?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정을 끝내기엔 무언가가 석연찮았다. 요정이라 불리는 그것들이 했던 말과, 책에서 발견한 의미심장한 문장들이 아직껏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그 ■■■라는 것과 하늘의 균열이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막연한 상상일 뿐이지만, 저곳으로부터 무언가가 도래하기라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단들 무엇 하나 분명한 것 아무 데도 없고, 그가 할 수 있는 일 역시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없다. 과거 남겨진 터전에서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을 지켜보기만 했던 때와 같이, 언제까지고 닥쳐올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는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을 뿐이다.

115 ◆qrMRBpSduI (V.o9qLlrnI)

2024-06-30 (내일 월요일) 23:57:59

114번까지 지급 완료. (;)

117 ◆qrMRBpSduI (GVbLCHDxW6)

2024-07-01 (모두 수고..) 00:35:48

>>116 진행의 경우 7월 6일(토), 7일(일) 각각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시작, 그날 오후 6시 쯤 진행이 끝날 예정입니다. 진행에 따라 하루(토요일) 안에 끝날 수도 있음을 미리 고지합니다.

118 ◆qrMRBpSduI (FcQqoWOYAc)

2024-07-02 (FIRE!) 20:36:52


   보아라, 새로운 이벤트니라!

1. 7월 한달 동안 판을 갈 시 각각에게 비타 2개를 지급, 5단위의 판갈이 시 두 배 지급합니다.
2. 상점 오픈 후 열흘 간 하루에 한 번, A.A가 제시하는 숫자보다 높은 다이스 값을 낼 경우, 소소한 정보, 이벤트, n비타 이하의 아이템 한 개 중 하나를 지급합니다. A.A가 제시하는 숫자는 기록장과 본 어장에 올라옵니다. (반응 다이스는 본 어장에서 부탁드립니다.)
3. 신입의 적응을 도와줘! 신입과 일상 시 신입과 함께 일상을 돌린 사람에게 추가 비타 지급. 신입의 기준은 시트 제출 후 한 달을 기준으로 합니다.

119 아델주 (fOkEBFzYfM)

2024-07-03 (水) 02:00:16

경비병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철로 만든 군화 덜그덕 부딪히는 소리. 몇몇의 가죽 샌들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실로 불쾌한 소음이로다.
그들은 큰 소리로 글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을 추락자라고 칭하는 이들은 경비대를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라. 하하. 중앙이라.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때 전부 베어넘기고 중앙으로 들어가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냈어야 했다. 실로 우스운 생각이로다.

"파국인가, 또 다른 시작인가..."

사내는 작게 중얼거리면서 옷 매무새 가다듬는다. 실로 불쾌했다. 어찌하여 우리는 이런 사태를 직면하게 되었을까. 나는 흘러가는 구름처럼 방랑했을 뿐. 싸움을 말렸고, 그 누구 하나 죽이지 않았다. 나의 신념대로 살았으며 행동함에 있어 부끄러움 한 점 없다. 무고한 주민들에게는 손 끝 하나 대지 않았다.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만나는 추락자들마다 악인인지 물으며 신을 베는 죄악까지 저질렀다.

"그럼에도 저들은 우리를 데려가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그리 할 따름이다.

사내는 문을 열고 나와 제일 먼저 앞장섰다. 경비병들에게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었고, 천천히 경비병들을 따라 걷는다. 뚜벅거리는 발소리 귓가에 울린다.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에는 불쾌한 욕설들이 섞여있으나 경비병들이 막아서고, 누군가 돌을 던지려 하자 그 역시도 막아선다.

'무슨 일일까.'

의문스러운 세계였다. 어째서 이곳엔 여관이 하나 뿐인가. 저 바깥에는 또 다른 마을이 보이지 않는가. 어째서 중앙으로의 침입을 그리 경계하면서 우리를 중앙으로 끌고 가는가. 주군이란 또 무엇인가.

저들은 우리를 어떻게 하려 하는가.

아무 정보 없이 적진으로 들어가는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으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많은 경비병들을 모두 베어넘길 수 없는 노릇일 뿐더러, 베어넘기고 도망친다 하더라도, 어디로 도망치겠는가. 불합리하게 우리를 감금하거나 대우한다면 철창을 가르고 쇠사슬 끊어내며 빠져나오면 될 노릇이었다. 부디 힘을 빼앗는 등, 저주에 관련된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런 마족도 있었으니. 그것은 실로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었다.

중앙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나는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넓은 홀에 도착했다. 소리가 울린다. 놓여져 있는것은... 왕좌인가. 헌데, 어째서 왕좌가 텅 비어 있는가. 분명히 돌아와야 할 소리가, 쓸쓸한 왕좌의 소리만을 반사했으니. 그것이 사내의 가슴을 옥죄어온다.
텅 비어버린 왕좌. 불타버린 도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사내는 인상을 쓰며 지긋이 눈을 감는다. 도시로 들어올 때 느꼈던 미묘한 저항감은, 이것과 연관되어 있는가.

정신을 차려보니 홀인 것도 이상했을 뿐더러, 어째서... 이리도 쓸쓸한 기분이 든단 말이냐.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되는겁니까."

사내는 그리 중얼거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언제라도 검을 들 수 있도록.

120 레비아탄 ◆D8Z7Rx8uUU (mjBNdDnsKs)

2024-07-03 (水) 02:35:07

situplay>1597047670>116

그 치들 말이죠, 여관에 옹기종기 모여있다나 뭐라나요. ─어머, 맞아요. 거기 모여서 또 무슨 작당모의를 하려고! 그 여편네는 왜 놈들을 그냥 놔두는 건지, 쯧.

도시로 입성한 이후─ 그런 가십 주고받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수십 번씩이나 들었다. 스스로를 추락자라 칭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였었는데. 청년은 그 추락자라는 이름에서 기시감을 느끼었다. 그도 땅을 향해─ 이 세계를 향해 추락하였으니까.
그리하여 청년은 이 도시에 하나 뿐이라는 여관을 향해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호기심 혹은 궁금증이라기보단─ 강한 직감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그 직감은 결론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여관에 도착한 청년은 친절한 주인장에게서 대강의 설명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최근 도시에서 흉흉한 사건들이 일어났으며─ 추락자들은 그들이 그 원흉인 것마냥 군중의 질타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추락자들이 아무런 잘못 하지 않았을까─ 그건 또 모르는 일이다. 어쨌건 자신은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외부인이었으니.

그리고서 몇 날이 지났다.
아침부터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밖을 내다보니─ 가죽 갑옷이나 금속 갑옷 차려입은 경비대원들이 여관 둘러싼 것이었다. 그들은 추락자들더러 중앙으로 이동하라며 요란스레 외쳐대었다.
등쌀에 떠밀리듯 여관 밖으로 나온 청년─ 그의 앞으로 한 무리의 경비대원들이 다가왔다.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그들의 말에 청년이 질문하였다.

"그 주군이라는 건 어떤 사람이야?"

그러나─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고장난 축음기처럼 반복적으로 읊조리는 경비대원들에게선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어떤 말로 화두를 던져보아도 소용 없었다.

"─따를게."

대신 청년은 그들을 순순히 따라가기로 하였다. 별로 저항하고픈 마음도 없었다.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 하면 오해를 풀면 되는 일이고. 그것조차 불가능하다면─ 운명이 이끄는 대로 따를 수밖에.
말 마치기 무섭게 판금 갑옷 두른 두 장정이 나서선 청년의 팔을 한 쪽씩 잡아끌었다. 흉악범이라도 연행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태평한 얼굴 하고서 몸을 맡기었다. 그 초연한 태도에 몇몇 구경꾼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떻게 저리 태연할 수가 있지? ─그야 녀석들이 일을 저질렀으니까요. 청년은 그들의 담화에서 일종의 광신을 느꼈다. 자신이 믿는 사실에 의심 한 줌 품지 않는 광신을. 또한 추락자들을 향한 맹목적인 악의까지도─

청년은 경비대원들의 행렬에 둘러쌓인 채 얌전히 걸음 옮기었다. 그리고 주변 환경이 부지불식간에 바뀌었다. 말 그대로 찰나,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 왕궁의 홀처럼 보이는 곳이 정신 사나울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묘한 쓸쓸함이 느껴졌다─
홀 중앙 왕좌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청년은 그제서야 이상함을 감지했다. 주군이 기다린다 하였으면서─ 어째서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는가.

"─아무도 없는데."

그는 드물게 난색을 표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121 니아주 ◆ZT./3H5MM. (Ex7JecrORo)

2024-07-04 (거의 끝나감) 01:54:58

니아 & 라클레시아 일상
19레스 (+3비타)

122 니아주 ◆ZT./3H5MM. (Ex7JecrORo)

2024-07-04 (거의 끝나감) 02:41:21

situplay>1597049186>239 독백!

123 ◆em.c6J8Uno (RcucVFYeFc)

2024-07-04 (거의 끝나감) 18:52:16

>>116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가게를 위해 준비했던 것들을 챙겨담으며 도망갈 준비를 하던 나는 갑작스러운 경비대의 방문에 놀랐다.

"거부권은 없습니까?"

기계처럼 계속해서 주군 이야기를 하는 그들을 보니 편리하게 쓰던 안드로이드들이 떠올랐다.
그정도까진 아닌 것 같지만 이들은 맹목적으로 나를 자신들의 주인에게 데려가려했다.
지금은 부드럽게 대하는 태도였지만 만약 거부한다면 어찌될 줄 몰랐다.
뭐가 됐든 지금 반항은 무의미해보였다. 하려면 언제든지 테이저건이나 실탄을 써서 제압 및 살해 등 뭐든 가능했겠지만
그랬다간 이 세상, 아니 두번 째 삶을 사는 것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했다.
또한 다른 추락자들이 협동해서 날 죽이러 올 수도 있었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갑시다, 가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경비대들은 자신들을 따라오란 듯이 나를 이끌고 여관 밖으로 향했다.
얌전히 그들을 따라가니 경비대의 위압감 때문인지 다른 이들은 내게 적대적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날아올법한 돌멩이조차 날아오지 않는 것을 본 나는 얌전히 그들을 따라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여관이 있던 골목을 지나 큰 대로변으로 나가는 것 같았다.

"에구구, 경비원 나으리!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을 나가면..."

야, 부담스러운데? 어떻게 좀 돌아서 가면 안되겠니?
하지만 경비원들은 거부권 따위는 없단 듯이 내 등을 밀어버렸다.
균형을 잃고 앞으로 밀린 순간 나는 믿기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분명 사람들이 있어야할 대로변이었어야 했는데 내가 밟고 있는 곳은 왠 공간이었다.
처음 이 세상에 왔을 때와 비슷했지만 다른 광경, 마치 양자이동을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허허, 진짜 미지의 세상 맞구만."

조심히 앞으로 걸어가니 내 눈앞에는 텅 빈 왕좌가 싸늘한 느낌을 주면서 내 눈 앞에 보였다.
주인 없는 자리였지만 단순한 자리로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주인을 대신해 위압감으로 이 공간을 채우는 느낌이었다.

"뭐가 됐든 범의 입 안에 들어온 것은 확실하군."

주변에는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듯 했다.
나는 혹시나 모를 이 자리의 주인을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124 후지마 메구무 (bij0S8DmX.)

2024-07-05 (불탄다..!) 00:28:55

>>116

"씨... 갑자기 와 이라노? 새끼들 멀 잘못 주워묵었나..."

기억도 나지 않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비롯한 추락자들에 대한 대우가 박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은 쌀쌀맞은 눈빛이었다. 이거야 뭐,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메구무는 본래 살갑지 않은 성격이었으니까. 그리고 며칠 뒤부터 폭력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돌을 던져대는가 하면, 꺼져버리라는 욕설과 함께 물이 끼얹어지기도 했다. 불필요한 살생은 꺼리는 메구무였기에 이것도 그냥 무시했다. 그러나...

돌을 맞았다. 문제는 돌을 맞은 사람이 메구무가 아닌 아이리였던 것이다. 분노로 눈에 뵈는게 없어진 메구무는 돌을 던진 이와 그의 일행들을 두들겨 팼다. 죽은 사람은 없었다. 칼은 쓰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많은 이들의 경악을 불러오기엔 충분했다. 메구무는 빠르게 도망쳤다.

그리고 숨을 돌리고 있던 그때, 경비대원들이 메구무를 향해 다가왔다. 이미 녹초가 된 메구무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 결국 깜빵행인가. 여기 시민들을 두들겨 팼으니 형량이 가볍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아이리는 영영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 하는 건가? 용광로에 넣어 녹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경비대원의 입에선 뜻밖의 말이 나왔다.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깜빵이 아니라? 더 이상 덤빌 힘도, 도망칠 힘도 없던 메구무는 속으로 되뇌었다. 끄응... 메구무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칼자루에 손을 뻗었다.

"만나길 바란다고? 내가 싫다믄 우얄..."

그러나 메구무는 처참히 패배해 경비대원들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들이었다. 실로 비참했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 하던 메구무는 어느 순간 자신의 눈 앞에 텅 빈 왕좌가 놓여진 것을 보고는 그 싸늘함과 정적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125 후지마 메구무 (bij0S8DmX.)

2024-07-05 (불탄다..!) 21:54:41

메구무-코우 일상 29레스 +5비타

126 ◆qrMRBpSduI (XBehngbplU)

2024-07-05 (불탄다..!) 22:46:50

>>116 메인 미션의 기간을 7월 6일(토) 오후 1시까지로 연장함을 고지함.

127 니아 : 토끼몰이 (Y1..JAmvAQ)

2024-07-05 (불탄다..!) 23:44:33

>>116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주문에 걸린 것처럼 머릿속을 맴도는 말은 그 뿐이다. 울퉁불퉁한 숲길을 내달리고 구르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정신이 아찔해져도, 그 문장 하나만은 머릿속에서 도통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가 귓가에서 끊임없이 중얼거리기라도 하는 것 같아.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를라치면 뒤에서 철그럭거리는 소리가 몇이고 겹쳐 들려와 그럴 수도 없다. 마음같아선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거냐고 소리라도 빽 지르고 싶지만 두려움에 목은 꽉 막혀 나오지 않고, 쌕쌕거리는 숨 사이에 섞인 작은 흐느낌으로만 한탄할 수 밖에.

커다란 나무 둥치, 무성하게 자란 수풀, 나무, 또 수풀. 그리고 또 나무, 머지 않아 보이는 빛. 안쪽으로 들어갈라치면 귀신같이 각반 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돌리게 한다. 앗차 하는 사이에 숲을 빠져나와 언덕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 차라리 도시로 들어가서 복잡한 골목에 잘 숨으면 나을까? 스스로도 가망 없게 느껴지는 생각을 한 가닥 희망처럼 붙잡고 인파를 헤치고 골곰 그림자 틈으로 스며들어 보려고 해 보았지만.



질질질. 일부러 발을 끌며 걷는다. 누가 보아도 가기 싫은 티가 팍팍 나는 걸음이다. 좋지 않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대로 중앙까지 끌려가서 목이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닌지, 아니면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심한 꼴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무서운 상상에 혼자 훌쩍댔다가, 그래도 괜찮을 거라며 애써 다독였다가. 나뭇잎 흙먼지 투성이에 눈이며 코 끝은 벌게져서 한심한 꼴로 중앙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 지나면.

.....
..

........?

부자연스럽게 이어 붙인 것처럼 기억이 이어진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커다란 문도, 복도도 아닌 화려한 왕좌 앞이다. 그러나 그 위에 앉아 있어야 할 우리의 주군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고. 가라앉은 공기가 무겁기만 하다. 초조하게 마른 침만 삼켰다.

128 윈터◆dOib/Io/FI (/6lkSUwyfM)

2024-07-06 (파란날) 01:11:37

라클레시아, 윈터 일상
16레스 (+3비타)

129 알레프 ◆7k2gwEVzI2 (ZORpbWInKY)

2024-07-06 (파란날) 01:31:00

situplay>1597047670>116

도시 주민들이 추락자들을 적대하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 후로도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여관 주인과 손님들 간에 다툼도 잦게 벌어졌다. 그녀가 그런 일방적인 비난을 들을 이유는 없음에도. 소녀는 그런 마시가 걱정되었지만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지금 상황은 마치 시한폭탄 같았으며... 잘못 건드리면 터질까 두려웠으니까.
그동안 소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죽이기만 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거리 구경도, 다른 추락자들과 담소 나누는 것도, 전부 그만두었다. 침울한 심정으로 방구석에 박혀있기를 반복했다. 이곳에 추락하기 전의 삶과 같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여느 때와 같은 날이 밝았지만 소녀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문득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주어 외치는 소리. 자칭 추락자들은 경비대를 따라 중앙으로... 소녀가 몸을 움찔댄다. 그리고 조용히 귀 기울였다.
경비대가 드디어 행동에 나선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쉬이 알 수 없었다. 추락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인가, 혹은 벌하기 위함인가?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소녀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문을 조용히 밀어젖힌다. 뒤이어 소녀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비대원들이 여관 안에까지 들어와있었기 때문에. 도대체 언제 들어온 거야? 소녀는 황급히 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보다 소녀를 발견한 경비대원의 행동이 빨랐다. 억센 손아귀가 문짝을 붙들어맨다.

-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지극히 무감정하고 정적인 목소리로, 경비대원이 읊조린다. 소녀는 한참동안이나 문고리 잡고 낑낑대다 겨우 몇 마디 외칠 수 있었다. "그, 그 주군이라는 작자가 우리한테 무슨 짓 할 줄 알고?!" 그러나 경비대원은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다.

-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방금 전과 같은 목소리, 어조, 말투로 그가 다시 한 번 되뇌인다. 마치 세뇌라도 당했거나, 누군가의 조종이라도 받는 것 같았다. 소녀는 겁에 질린 낯으로도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여기서 저항하면 형량이 더 높아질지도 몰라. 차라리 순순히 따라가서 선처를 비는 게...

"...알았어. 가면 되잖아..."

소녀는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힘싸움하던 것도 멈춘다. 경비대원이 소녀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은 채 끌고 가기 시작한다.

...

여관을 나온 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금세 풍경이 바뀌었다. 게임 속에나 나올 법한 화려한 궁정, 그에 대비되게 텅 빈 왕좌.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일말의 쓸쓸함마저 느껴졌다.
소녀는 눈동자 데굴 굴려 주변 경비대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주군이 기다리고 있다더니 왜 아무도 없는 거지? 언뜻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도 같았다.

130 라클레시아 테시어 [조우] ◆IxTD87OSHU (jbLAVC53f2)

2024-07-06 (파란날) 01:47:33

>>116

situplay>1597049186>551

" 윈터는 몰라도 제 손은 금방 못쓰게 될거에요. "

아무래도 삽을 구하러 가는게 맞는 길이었나 싶다. 그래도 윈터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안에서 용납이 되질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손을 쓰자니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몇번 안남았기에 상처라도 나면 치료하는데에도 꽤 애를 먹을 것이었다. 그러다 톡 쏘듯이 들려오는 윈터의 말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웃으며 말했다.

" 앗 짝사랑이라 그런건가요~ 아쉽네요. 근데 전 여전히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

사실 짝사랑인거 애저녁부터 알고 있었다. 이렇게 어프로치하는 것도 본인이 싫어한다면 당연히 안할 생각이기도 하고. 근데 적극적으로 듣기 싫다는 말은 없으니 그냥 하는것 뿐이다. 지금도 이렇게 같이 있으니 드문드문 떠오르던 옛날의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그녀와 함께 다니고 싶은 이유가 충분했다.

" 아니 진짜 못만든다니까ㅇ ... "

자기 체력으로는 진짜 안될것 같아서 그렇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숙이라는 말과 함께 윈터가 나를 끌어안고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화살이 박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난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젠 정말로 무기까지 들고서 우리를 사냥하려하는 것인가 싶었다. 그리고 윈터와 함께 구덩이 바깥으로 시선을 향하니 평소 보던 위병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장 수준-그러니까 기사 정도-의 무리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

주군이라 함은 이 도시를 통치하는 우두머리를 말하는 것이겠지. 허나 지금까지 중앙은 모종의 장치로 출입이 불가능했을터. 그랬기에 중앙에 침입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나로써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 꽁꽁 숨어있던 사람이 갑자기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서 우리를 데려오라고 했다? 당위성은 충분히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이렇게 몰리게된 나로써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전해주시겠어요? 그렇게까지 얘기하는 것을 보면 지금 이 소요사태의 원인들도 그 주군이라는 양반 같은데 우릴 이렇게까지 몰아놓고서 만나고 싶다고하면 퍽이나 좋다고 찾아가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

나는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보며 말하고서는 그들 사이로 지나가려했다. 하지만 지나가려는 시도는 그들의 장병기에 의해 막히고 내 팔은 거칠게 잡혀 다시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정말 해보자는건가? 그래도 약간의 미소를 짓고 있던 내 얼굴은 점점 굳어가다가 결국 험악해진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 우릴 보자고 하는 목적이 뭐지? "

어느새 존대도 그만둔채 그들에게 외쳤지만 그들은 그저 주군이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마치 자유 의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아마 이런 능력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주민들도 약간의 세뇌로 추락자들을 적대하게 된게 아닐까. 그리고 이들을 부리는 것은 그 주군이라는 사람일테니 ...

" 목적도 말 안해주고 따라가라는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

나는 금방이라도 공격할 수 있게 주먹을 쥐었다. 공격 마법이라곤 쓸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고분고분 끌려간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어깨를 잡아서 뒤로 끄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윈터였다. 윈터는 애초에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건지 나에게 고개를 저어보이고선 얌전히 따라가야한다고 말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싸우면 윈터까지도 휘말릴 수 있으니 ... 결국 나는 쥐었던 주먹을 풀고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

그렇게 나는 그들에게 내 신변을 맡겼다.


도시로 들어섰을때 주민들은 여전히 우리들을 적대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물건을 던지려고 하거나 우리를 직접적으로 잡기 위해서 손을 뻗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은 오히려 우리를 데려가고 있는 경비대들에게 저지 되었다. 마치 우리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안전하게 막혀있던 중앙으로 향하는 길목을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어느 경계를 기점으로 풍경이 바뀌는 것이었다.

" 이건 대체 ... "

나는 말도 안되는 광경에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중앙으로 향하는 길목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끝부분에 왕좌가 언뜻 보이는 홀이 있었을뿐. 그곳으로 들어가는 정문도, 앞을 지키는 위병도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왕좌가 있는 홀에 가까이 갔을때 나는 깨달았다. 그곳은 엄청나게 화려하지만 상당히 쓸쓸한 곳이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이들의 '여왕'과 마주할 수 있었다.

131 윈터◆dOib/Io/FI (/6lkSUwyfM)

2024-07-06 (파란날) 11:45:53

>>116
>>130

처음 날아온 화살은, 우리는 언제든 너희를 해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부러 비껴쏘지 않고 곧장 살을 쏘아온 것은 마땅히 피할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온몸을 철판으로 두른 병사들이 우직한 걸음으로 느리게 가까워온다. 나뭇잎 새 부서진 정오의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여, 그들은 구시대적인 냉병기로 무장했을 뿐인데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두당 한 발씩이면 되는데. 그렇게나 만지기 싫었던 소총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윈터는 한숨을 내쉬며 엘프를 따라 구덩이에서 빠져나온다. 지금까지 저에게 보여왔던 유순한 모습과 달리 당장이라도 저 상판을 쥐어지를 것처럼 적의를 드러내는 그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세력의 손 아래 개인이 반항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어깨를 잡아세우고 눈을 맞추며 이거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얘들이 뭔 잘못이겠냐."
...
"내 몸에 손대지 마. 어련히 따라갈 테니까."

당돌한 엘프를 만류하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몸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던 윈터는, 저를 구속하려 다가오는 병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평소의 맹한 표정으로 동그랗게 뜬 눈동자엔 당장 네 목을 비틀어 버릴 수 있다는 살기가 그득 담겨있어.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으나, 이상의 소란 없이 두 사람은 얌전히 그들을 따라 도시 중앙으로 향했다.

132 영 - 【1-1. 끝내 생각하고 고민하고 걱정하라】 (hJh0XNG5d6)

2024-07-06 (파란날) 12:59:00

>>116

주민들의 적대와 반목, 갑작스레 벌어지기 시작한 이상 현상들. 이변은 갖가지 전조의 끝에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육중한 발걸음과 냉엄한 음성의 형태로써.

”주군?”

목을 베이고 힐난을 듣고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게 되어도, 무엇을 당해도 위기감이란 것을 느낄 줄 모르는 인물이었으니─ 더군다나 신적 존재마저도 보통의 사람 정도로 여기는 그가 일대의 군주라 하여 특별히 생각할 리 없다.

“그게 누군데?”

별다른 반항 없이 순순히 따르면서도 들어 오는 궁금증들을 족족 물어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정해지기라도 한 듯 똑같은 말 뿐.
대답해 주기 싫은 걸까. 어쩌면 대답해 줄 수 없는 걸지도 모르지. 한편에서는 저와 같이 ‘주군’의 부름을 받은 추락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도주하는가 하면 그 자리에서 심히 격렬한 저항을 택하는 인물마저 있었다. 저마다가 보이는 반응들을 뒤로하고 그는 경비병들의 인도를 따라 걸어나갔다.

중앙에 관한 정보들은 그동안 철저하게 접근이 금지당해 있었다. 그동안의 의문점들이 이리 해소되는 상황에 기뻐해야 할까? 기대감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으리란 직감 또한 막연하게 들었다.

굳게 가로막혔던 길이 열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공간이 접붙은 것처럼 변하는 모습보다도, 공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심상에 이끌린다. 외롭고 허전한 적막. 쓸쓸한 애상만이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 문득 도서관에서 보았던 의문스러운 구절이 떠올랐다. 이 자리가 여왕의 자리일까?

“여왕은 어디에 있어?”

133 ◆qrMRBpSduI (iyXERocZt.)

2024-07-08 (모두 수고..) 23:17:03


     — CHAPTER 1. 추락할 수 없는 도시
      1-2. 부디 격정하라. 격정하고 또 격정하라.

 나는 걱정했다. 고민하고 걱정하고 생각했다. 왕좌가 있는 홀로 끌려가듯 다가가 만난 여왕이라는 자는 곰이었고, 추락자인 것 같았다. 그렇기에 고민하고 걱정했으며 생각한 것이다.

 곰이 말한 것처럼 자신이 여왕이고, 그 도시를, 세계를 통치하는 자였다면 우리들 추락자 또한 그 곰처럼 세계를 하나씩 맡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 그렇다면 우리가 맡을 세계는 우리가 원래 있었던 곳인가 하는 걱정. 세계의 크기는 우리가 아는 것만큼 정해지는 것인가 하는 고민.

 그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가 맞다면, 우리는 왜 이런 곳에 있는 것인가.

 기이하게도 우리가 홀에서 일그러짐에 빨려 들어가 존재한 곳은 어느 상점이었다. 그래, 그곳은 상점이 맞았다. 사방에 널려 있는 가판대에 놓인 물건들과 그것을 구매하는 자들. 감히 말하건대, 그들을 사람이라고 칭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기이한 모습을 한 그들을 사람이라고 칭할 수 있다면 다행인 이야기지만, 아니라면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 있는 것이란 말인가?

 나는 어서오십쇼, 고객님! 하고 소리치며 우리를 맞이하는 이곳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추락자들 눈에는 각각 다른 모습으로 비치는 듯 싶었다.

 “오랜만에 수많은 추락자 분들이 오셨군요.”

 그는 우리가 추락자인 것을 알고 있는 듯했는데, 그 말은 한편으론 자신은 추락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도 그를 보았을 때, 추락자 특유의 동질감은 느껴지지 않았고.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장사꾼답게 질문의 답에는 요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곳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고 말하자, 그가 내 가슴팍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없기는 왜 없습니까? 거기 있잖습니까? 비타 말입니다.”

 그 순간 나를 비롯한 추락자들이 가지고 있던 비타가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낄낄거리며 웃더니 질문 한 번 당 비타 한 개를 제공하면 줄 수 있는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가지고 있던 비타 한 개로 이곳에 관한 정보를 구매했고, 그는 이곳이 경계선에 놓인 상점이라고 말하며 자신은 이곳의 주인, A.A라고 답했다.

 A.A는 이곳에선 비타만 제공하면 어떤 것이든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이 수상한 상점의 주인을 믿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A.A의 경계선의 상점에 추락했습니다. A.A는 자신에게 비타 한 개를 제공하며 질문하면 그에 따른 답변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러면서 답할 수 없는 질문에는 비타를 받지 않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보면 공평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A.A는 1인당 3개까지의 질문을 받으며 때에 따라 정보 대신 다른 것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보상 : 비타 지급 없음. 대신 질문에 따른 정보 제공(질문 당 비타 1개 소모).


0. 24년 7월 8일부터 24년 7월 21일까지 수행 가능(이주일 간)
1. 추락자들은 A.A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질문의 종류에 제한은 없으며, 물건 구매에 관한 요청도 가능합니다. 물론 그에 따른 비타는 소모 됩니다.
2. 상점의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면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에는 상점에서 구매하고 있는 그림자 같은 이들이 보입니다.
3. 추락자와 함께 일그러짐 안으로 끌려 들어온 거으로 예상되는 곰의 행방에 관하여 물을 수 있습니다. 이는 3회 이상 질문할 경우(3명의 추락자 질문이 있어야 함) 서브 미션으로 새로이 발행 됨을 미리 고지합니다.
4. 한 번의 메인 미션 수행으로 3번의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질문에 관한 답변을 들은 뒤 새롭게 미션 수행을 하는 것으로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5. 추락자여, 지칠 필요 없이 영원하라.


추가 정보

 이곳은 우리가 추락할 세계가 아닙니다. 굳이 따지면 세계도 아닌, 그저 거쳐가는 장소로 보면 됩니다.

 미션 수행 기간이 2주인 이유 : 상점 물품 제공이 미뤄졌기 때문.

 수행 도중 새로운 메인 미션이나 서브 미션이 발행될 수 있음을 미리 고지힙니다.

 그 외 궁금 사항은 캡틴에게 문의 바랍니다.

134 알레프 ◆7k2gwEVzI2 (4O8rLAqgYc)

2024-07-09 (FIRE!) 23:04:03

알레프-라클레시아 일상 13레스 (+2비타)

135 알레프 ◆7k2gwEVzI2 (AUqJykAULs)

2024-07-11 (거의 끝나감) 22:22:03

소녀를 비롯한 추락자들이 추락한 곳은... 어느 잡화점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다만 평범한 상점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상점 주인의 모습부터가 기묘했고, 또 그가 추락자를 언급했기 때문에.
하여튼 오랜 시간동안 이것저것 구경하던 소녀는 다시 상점 주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저기, 있잖아. 뭐 좀 물어봐도 돼?"

그리고 언젠가 주워놓고 있었던 물건, 비타를 건네며 말을 꺼냈다.

"여기서 엄~청 큰 곰탱이 못 봤어? 우리랑 같이 떨어졌을 텐데."

아마 다른 추락자들도 똑똑히 보았을 거다, 그 자칭 여왕이라는 곰이 같이 끌려들어온 것을. 그러나 사방을 둘러봐도 곰은 어디에도 없었으니.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싶긴 하지만...

136 ◆qrMRBpSduI (.QXXsStuc.)

2024-07-11 (거의 끝나감) 22:26:06

>>135 알레프
A.A가 알레프의 말에 흠 하고 숨을 내뱉습니다.

“엄청 큰, 곰 뭐시기요? 잘 모르겠는뎁쇼. 어쩌면 다른 곳으로 간 건 아닐까요? 흐으으음. 저는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아, 고객님, 비타는 감사합니다! 어이쿠, 저쪽 고객님이 절 부르시네!”

A.A는 순식간에 알레프에게서 비타 1개를 받아들고는 슈샤샥 다른 곳으로 가버립니다. (1/3)

137 ◆qrMRBpSduI (MrRiRA3goI)

2024-07-14 (내일 월요일) 09:56:18

일상 : 미하엘, 라클레시아 18레스 (+3비타)

138 ◆qrMRBpSduI (jHU4k9qs0g)

2024-07-15 (모두 수고..) 00:01:47


     — Sub 6. 한결 같은 시간

“거기, 고객님! 제발 좀 도와주십쇼!”

 어디선가 들려오는 A.A의 목소리에 추락자가 돌아보려는 순간, 무언가가 허벅지에 부딪쳐 나뒹굽니다. 자세히 보니 이건 이빨이 달린 책입니다. 그리모어라고 불리는 책으로, 책은 추락자의 뒤에 숨어 이빨을 드러낸 채 개처럼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무슨 연유인가 하니, A.A가 책을 관리하다가 책 표지에 흠집을 냈다는 모양이군요. 이 그리모어, 매우 화가 난 것 같습니다. A.A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도움만 주면 이득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다며 추락자에게 그리모어를 달래줄 것을 부탁합니다.

 추락자, 어떻게 할까요? 그리모어를 달래는 방법, 추락자는 아나요?



보상 : 비타 2개, 정보.


0. 24년 7월 15일부터 24년 7월 21일까지 수행 가능(일주일 간)
1. 공백포함 500자 이상, 1회 수행 제한, 그리모어를 달래는 방식이 확실히 드러나야 함, 그 외 제한 없음.
2. 그리모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용물(종이)을 흩뿌리거나 물어버리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3. 추락자들끼리 연합하여 그리모어를 붙잡아도 괜찮습니다.
4. 미션의 큰 틀을 망가뜨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든 자유입니다.
5. 미션 작성 시 해당 레스의 번호를 앵커해야 합니다.
6. 추락자는 어떤 것도 볼 수 없다.

139 ◆qrMRBpSduI (jHU4k9qs0g)

2024-07-15 (모두 수고..) 00:03:07


     — Sub 7. 지옥 같은 시간

그리모어 대소동이 짧게 지나간 뒤, 추락자들은 서로 모여 알게 된 정보를 주고 받기로 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아무런 정보도 얘기하지 않을 수 있지만, 또 누군가는 다를 수가 있겠죠.

 그래요, 우리는 정보가 중요한 사이들 아니겠어요? 추락자들, 정보를 모아 보도록 해요.



보상 : 비타 1개, 모인 정보.


0. 24년 7월 15일부터 24년 7월 21일까지 수행 가능(일주일 간)
1. 글자수 제한 없음, 1회 수행 제한, Sub 6. 한결 같은 시간 수행 후 작성 가능, 그 외 제한 없음.
2. 자유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정보만 툭 쓰고 가셔도 오케이입니다.
3. 미션 작성 시 해당 레스의 번호를 앵커해야 합니다.
4. 추락자는 무력하지 않다.

140 유이 - 그리모어에 대하여 (/R6OB3oukI)

2024-07-15 (모두 수고..) 14:52:29

>>138

"하! A.A, 이 아가는 A.A의 아가 아닙니까? 소중히 다뤄야 하지요."

유이는 팔짱을 끼고 A.A를 장난스레 노려보며 질타를 날렸다.

"아가, 그리모어라고요? 참 어여쁘게도 생겼네요."

그리모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A.A에게 말하던 말투와는 달리, 다정하게 어르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유이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좋아요, 사랑스러운 아이라면 달래는 것 또한 환영이지요. 제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곧이어 그리모어에게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갔다. 아무리 제 취향 스트라이크존에 들었다 해도 흉포해 보이니,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가."

조용하고도 나긋한 목소리로 그리모어를 아가라 지칭하며 다가갔다.

"쉬, 너무 난폭하게 굴면 아가가 다칠지도 몰라요. 물론 다른 이들까지도요."

마치 자기 전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보호자의 음성과도 같았다.

"다치는 모습을 아가는 좋아하나요? 적어도 좋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혹여나 아가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 다칠지도 모르겠고요. 그런 것은 원하지 않겠죠? 그러니 긴장을 풀고, 잠시 가만히 있기 놀이라도 같이 해 볼까요?"

141 ◆qrMRBpSduI (jHU4k9qs0g)

2024-07-15 (모두 수고..) 16:05:34

>>140 유이
아기를 어르듯 달래는 목소리에 그리모어도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 것 같습니다. 그리모어는 슬금슬금 유이의 앞에 다가오더니 퉤! 종이 한 장을 뱉고 그릉그릉 고양이처럼 가르릉 소리를 냅니다. 그 모습을 보던 A.A가 감탄하며 종이는 유이에게 가져도 좋다고 말합니다. 종이에 적힌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벨리스크의 활성화를 중단하라.]

무슨 의미인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유이는 이 문장이 왠지 중요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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