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47670> [ALL/다중세계/다종족] 친애하는 나의 ■■■에게 - 기록장 :: 192

◆qrMRBpSduI

2024-05-31 23:06:25 - 2024-07-28 14:31:05

0 ◆qrMRBpSduI (OqAOSBEvdU)

2024-05-31 (불탄다..!) 23:06:25

   낡지만 낡지 않고, 새 것이지만 새 것이 아닌,
   추락자들의 행적을 기록한 기록장.



친애하는 나의 ■■■에게 어장의 종합 어장입니다.
 메인/서브 미션 발행 및 수행, 이벤트, 포인트 계산, 상점 이용 등. 다양한 곳에 쓰임이 있으며 주로 캡틴이 활동 내역을 확인해야 할 때 쓰입니다.
 단, 미션이 아닌 독백, 일상 등은 이곳이 아닌 본 어장에서 활동 후 내역을 남깁니다.
 이곳에 레스를 남길 때는 인증 코드를 필히 기입합니다.


문의&건의&기타 : https://forms.gle/o6QNGBAsDV8TVoB97
임시 어장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7046865/recent
시트 어장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7047483/recent

2 니아주 ◆ZT./3H5MM. (oJIMDc0/FI)

2024-06-02 (내일 월요일) 02:26:37

situplay>1597047671>91 니아 독백!

3 라크주 ◆IxTD87OSHU (tVio9TvinY)

2024-06-02 (내일 월요일) 10:46:06

situplay>1597047671>88 라클레시아 독백 [첫 기억]

5 니아 : 도시! 입성! 경악! (djWaydVKhQ)

2024-06-03 (모두 수고..) 19:20:40

[ 사람들이 사는 덴 저 쪽이야. ]

"...히익,"

[ ..조금만 걸어가면 금방 도착해. ]

"...이잇.."

[ .......저기. ]

"..헤익...."

[ ...야. 일일히 이상한 소리 내는 것 좀 그만 해 줄래. ]

"..흐익, ....미, 미미, 미미미안합니다..."

한참 깡총거리며 길을 앞서 나가던 토끼가 여전히 한심하다는 얼굴로 뒤를 돌아본다. 아까부터 연신 말을 할 때마다 움찔거리며 신음 비스무리한 것을 내뱉는 꼴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갑자기 말을 걸길래 뭐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천국에 왔다느니 뭐라느니,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질 않나. 볼멘소리로 툴툴거리며 다시 숲의 출구를 향해 뛰어가는 토끼의 뒤를, 숲 안쪽에서 뭐라도 쫓아오는 것처럼 종종걸음으로 따르는 붉은 머리 소녀. 어쩐지 말을 걸수록 점점 자신이 한심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어서 입을 꾹 다물지만, 찔끔 새어나오는 눈물은 틀어막을 방법이 없어서 나뭇잎 바스락대는 소리 사이로 작은 훌쩍임이 조금씩 샌다.

기억이 없다.

자기가 천국에 왔나? 하는 착각에서 겨우겨우 벗어나 상황 파악을 위해 머리를 굴려 보았더니, 이젠 머릿속에 부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떨어지기 전엔 뭘 하고 있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애초에 자신은 누구인지조차 잘 모르겠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자신의 이름이 '니아'라는 사실, 그리고 어쩐지 여기는 자기가 있던 세계가 아닌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 뿐. 넌 누구야? 이름이 뭐야? 어떻게 나랑 얘기할 수 있어? 마법사야? 쏟아지는 토끼의 질문으로 깨달은 사실들에 눈 앞이 막막해져선, 아, 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절규하며 대성통곡했던 십여분 전 상황으로 생각이 튀어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을 때.

파사삭! 작은 수풀을 헤치고 나가자, 마침내 밝은 태양빛이 눈꺼풀을 찌른다. 찡그렸다가 뜬 눈에 머지 않은 곳에 한 눈에 보기에도 제법 큰 도시가 우뚝 서 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홀린 것처럼 저리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 그림자 아래에서 온전히 벗어나 숲 밖으로 나오자, 그제서야 숲 안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이상해⋯ 묘하게 술렁이는 마음을 뒤로 하고, 몸을 돌려 수풀 근처에 앉아 이 쪽을 보는 토끼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다.

"가, 가가, ..감사해요!"

[ 다음부턴 길 잃지 마. 떨어지지도 말고. ]

퉁명스러움 섞인 다정한 말을 마지막으로, 토끼는 등을 돌려 다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잠깐 온기가 떠난 자리에 눈길을 주다가, 소녀 또한 자신의 로브를 푹 뒤집어 쓴 채 가야 할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시 입구를 찾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시 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직 도시로 들어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떠들썩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 같았다. 몇 대의 수레가 수십 개나 되는 상자를 싣고 덜컹거리며 옆을 지나쳐갔다. 콜록, 콜록, 와르르 이는 흙먼지를 기침으로 걷어내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아니, 들어가고 싶지 않은...

"...?"

입구로부터 바로 한 발짝,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았나? 발을 옮기는 찰나의 순간에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이 머릿속을 스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무언가의 착각이겠거니 생각하고선 주위를 둘러 보는데...

"......히, 히이이이..."

더 이상 이상한 느낌이 들고 말고 따위는 전혀 문제될 것 없었다. 난생 처음 보는 오만 생김새의 사람들이 가게며 가판대에서 시끌거리며 붐비고 있었으니까.

....기절할 것 같았다.

6 유이 - 그 도시에 대하여 (Rr4BexF3.Q)

2024-06-03 (모두 수고..) 19:28:59

몸이 재생되는 느낌과 그에 더불어 치유됨에 따라 느껴지는 고통 같은 건 없었다. 질끈 감은 눈을 떠보자니 낯선 숲이 있었으며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조종하듯 '도시'로 가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도시는 도대체 어디길래, 또한 이곳은 어디길래. 따듯하고도 서늘한 느낌이 몸을 기분 좋게 감쌌으나 중요한 것은 어색하고도 낯선 느낌이었다.
봄과 가을 그 사이의 것이 물씬 느껴지는 숲에서 나오니 자신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도시'로 추정되는 것이 보였다. 저것이 자신을 끌어들이려고 한 곳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더욱 경계의 대상이 되었으나,

나는 도시로 가야 해.

그 누가 묻지도 않았으나 계속 들었던 느낌. 누군가가 조종하고 또 지배하는 듯한 이 느낌. 이질감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의심할 뿐이고 그에 대치되는 도시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것에 괴로워할 뿐이었다.
그러나 도시로 들어섰을 때는 무언가 달랐다.
미묘한 느낌. 그것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아주 잠깐 동안 저항감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착각일 수도 있을 정도로 짧디짧았던 시간. 과연 이 도시는 안전한 것인가.

자신을 부러 끌어들이려는 것도 도시에 무언가 있기 때문인 걸까.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 도시에 들어선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기억을 되돌아 보자. 자신은 '고향'의 세계에서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의 연유를 알아가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사하고 서적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세계인 이곳에, 느닷없이 숲속에 떨어진 것이다. 아프지 않았으니 떨어졌다고 볼 수 있을진 몰랐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숲에 누워 있었으니.

과연 이곳은 안전한 곳인가.

자신을 흡혈귀로 만들었던 그 세계보다는 안전했으면 좋겠다. 그런 소망을 품고 도시 안으로 발을 디뎠다.

7 유키주 ◆7k2gwEVzI2 (kaD0y8CQFs)

2024-06-03 (모두 수고..) 20:47:02

situplay>1597047671>204 독백

8 레인주◆bDB1gRzwU. (jG48gnogGM)

2024-06-03 (모두 수고..) 21:09:49

situplay>1597047671>153 잠에서 깨다

9 라클레시아 테시어 [도시] ◆IxTD87OSHU (.6gyEJsmyA)

2024-06-03 (모두 수고..) 22:40:24

문명의 발전은 지성체들이 집단을 이루면서 시작된다. 개체들이 집단을 이루어 떠돌던 삶이 어딘가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본격적인 문명이 탄생할 초석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가 있다는 것은 이 세계에도 충분한 발전을 이룬 최소한 국가라는 것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것이 도시 하나 정도의 규모더라도 중앙의 통치기구가 존재한다면 국가의 형태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국가의 정의 자체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문명의 세계에 살다온 내가 문명에게 이끌리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리라.

숲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이엘프의 아종이라곤 하나 어쨌든 엘프의 한 분파, 익숙하지 않은 숲이라고 해도 방향을 찾는 것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떨어질때 봤던 숲의 풍경에선 침엽수도 보였던것 같았다. 상당히 높은 곳에 있을때 잠깐 보였던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정작 이곳엔 침엽수는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곳은 이곳과는 날씨가 다르다는 것일까. 어쨌든 이렇게 온화한 곳에 떨어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위에 강하다곤 하지만 이런 복장으론 혹한을 견디기엔 무리가 있다.

" 꽤나 거대해보이네요. "

숲을 빠져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도시로 향하는듯한 길을 발견했다. 잘 닦여있는 도로 같은 느낌이라 이 문명의 발전 수준을 한 단계 올려서 생각하기로 했다.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고서 좀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도시의 입구가 보이는듯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듯한 이 도시는 입구부터 붐비는 모양새였다. 규모로 보아하니 교역의 중심지거나 국가의 수도 정도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렇다는 것은 정보를 얻기에도 쉽다는 말이기에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도시를 향해 나아갔다.

"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즐거움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알 수도 없을 정도였는데. "

이러니 저러니해도 나는 본래가 학자 출신이었다. 그러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나에겐 훌륭한 원동력이나 다를 바 없다. 거기에 새로운 곳에 온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정보 수집을 하는 것이니 간만에 할 것이 가득 생겼다는 생각에 힘차게 도시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 느껴진 기시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 무언가를 날 밀어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세계 사람에 대한 세계의 본능적인 거부? 그렇다기엔 숲에 떨어질땐 일부러 안전하게 착지까지 할 수 있었으니 그쪽은 아닌듯한데. '

도시를 딱 들어설때 느껴진 것이니 도시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보통 도시를 둘러싸는 것은 방어용 장치일 가능성이 높은데 물리적인 방벽 기능을 한다면 이런 기시감을 줄리 없다고 생각한 나는 한가지 추측을 해보았다.

' 스캐닝 기능이 동작하고 있는건가? '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해선 자동으로 신원을 스캔하는 장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도시를 몇번 나갔다 들어온게 아니니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지금 가진 정보로 할 수 있는 추측은 이게 전부였다. 허나 이젠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도시에 들어왔고 수많은 것들이 있고 그것들을 알아갈 수 있다. 그것만이 지금의 나, 라클레시아 테시어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 가볼까? "

무엇이 되었든 내가 살던 세계보단 흥미롭겠지. 그것 하나만으로 이 발걸음의 의미는 충분했다.

10 ◆qrMRBpSduI (6q914BvTAA)

2024-06-04 (FIRE!) 18:57:22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nDKsx2lPsEm-eqmA4ilZ713ol-0gW6uFOMFteEFPDZw/edit?usp=sharing

추락자의 비트를 기입할 수 있는 시트.


주의 사항

1. 일상은 10번의 핑퐁을 기준으로 비타 2개를 지급한다. 그 후 5번을 기점으로 비타의 갯수가 한 개 씩 늘어난다. (예: 27 핑퐁 시 5개의 비타 지급)
2. 독백은 공백포함 1천자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1천자 미만은 1개, 1천자 이상 2천자 미만은 2개 식.
3. 미션 작성 시 주어지는 비타는 매 미션마다 다르다. 미션 보상을 확인할 것.
4. 소지 비타 계산은 각자가 하되, 이벤트로 지급되는 포인트는 캡틴이 한다.
5. 비타 지급 방식을 악용할 경우 강경 대처를 할 예정이니 주의 바람.

소지 비타 : 일상, 독백 등 활동을 하여 레스주가 직접 기입하는 부분
추가 비타 : 이벤트 등으로 인해 캡틴이 지급해주는 비타(캡틴만 작성)
총 소지 비타 : 소지 비타와 추가 비타를 합친 것. 건드리지 않아도 자동 설정 됨.


>>1의 미션 보상은 비타 2개. 일정 수의 수행 시 추가 보상 있음.

11 유이주 (iAA0fzUbIs)

2024-06-05 (水) 19:12:18

situplay>1597047671>271 유이 독백

12 윈터주 (LiqERxdH/I)

2024-06-07 (불탄다..!) 18:47:17

situplay>1597047671>355 윈터 독백 [H.A.L.O.]

13 영주 (jF2HVq6n9k)

2024-06-08 (파란날) 00:26:46

situplay>1597047671>418 영 독백

14 로시주 ◆HVpBoiQMU. (cRjeiUBy/A)

2024-06-08 (파란날) 00:53:15

situplay>1597047671>441

15 레인주◆bDB1gRzwU. (TUVEzpsLUs)

2024-06-08 (파란날) 02:34:46

 풀을 밟았다─ 나무에 올랐다─ 시냇물을 넘어서─ 구정물을 밟았고─ 비명을 지르다─

 마침내 목표로 삼았던 좌표에 도착했다.

 너무 길었다. 너무 길었어. 위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길을 다 알기가 어려워서─ 또 더러운 길은 무작정 피하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예상을 한참 더 초과해버렸다.

 ”… 그래도 덕분에 많이 더러워지지는 않았지.”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말. 그 썩은 물에 발이 빠진 시점에서 나의 판정패였다. 우우… 지금도 발가락 사이사이가 찝찝해. 지워지지 않는 불쾌감에 나도 모르게 발을 오므라 뜨리고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다. 아니─ 됐다 됐어─ 연연하지 말자. 이미 지난 일이야. 통신선만 확보되면 더는 이런 오지에서 고생할 필요도 없어. 공방으로 돌아가서 선생님께 오버홀을 부탁해야지. 여기서 묻은 더러움을 싹─ 다 지워달라고 하자.

 결벽적인 상상으로 정신이 들뜬다. 들뜨려는데─ 현실이 갑자기 찬물을 끼얹어 왔다. 뭐야 저게… 오지 사람들은 전부 다 저런 거적때기를 입고 다니는 거야?

 그러고 보니 전에 들은 적 있다. 어떤 보호 지구에서는 사람들이 문명의 이기를 일체 삼가고 자연 속에서 채집과 사냥만으로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다지. 거기 사는 사람들은 의체를 비롯해 Hi의 조력은 물론─ 마더로부터 제공되는 모든 인권 보장 혜택을 거절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던데. 혹시─ 저 사람들이?

 요즘 시대에 반기술주의라니─ 참 삐딱한 녀석들이다 비웃었는데. 막상 만나려니까 두려움이 앞선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Hi를 혐오한다고 들었다. 실수로라도 Hi가 지구 내부로 들어오면 철저하게 때려 부수고 고철로 만든다던데. 으…… 소름이 끼친다.

 정말 저들과 접촉해도 되는 걸까? 조금 더 지켜보는 게 낫지 않을까?

 망설임이 판단에 군살을 붙인다.

 여기는 못 본 걸로 하고 다른 곳이나 더 찾아보는 게 어때. 사람들이 여기만 모여 살라는 법도 없잖아. 나는 저런 원시인들 말고 문명화된 세련된 시민들과 만나고 싶어.

 내가 만들지 않은 생명의 소리가 인공두뇌를 딱따구리처럼 괴롭혔다.

 아니─ 아니 될 말씀이다. 남은 동력이 많지도 않은데 그럴 여유가 어딨어. 무작정 걷다 힘 빠져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누가 견인해 주기라도 한대?

 거기다. 내가 직접 Hi라는 걸 밝히지 않으면 저 원시인들이 내가 Hi인지 어떻게 알겠어. 자신의 성능에 자부심을 가지자. 여차하면 도망치면 되지.

 ”… 좋아.”

 원시인들이 닦아놓은 길 위로 나를 올려놓는다. 괴담 같은 소문 때문에 여전히 머리가 복잡하지만 묘한 이끌림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걸 운명이라고 부르는 걸까. 흥분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포장도로 위로 작지만 큰 한 걸음을 뗀다.

 ”… 뭐야 이 애송이는? 어디서 온 거냐? 혼자서 온 거냐?”

 ”숲에서 왔어. 혼자서 왔지. 당신은?”

 ”켁── 보면 모르겠냐, 위병이다. 이 더럽게 큰 문을 지키고 있지.”

 ”… 그렇구나, 당신, 부모님은 있어?”

 ”뭐? 무슨 뜻이냐?”

 ”부모님이 계시냐구.”

 ”…… 진짜 무슨 뜻이냐고.”

 호기심에 질문 한 번 해본 건데 왜 저렇게 난처한 표정을 지어?

 원시인들의 생각은 도통 모르겠다. 침략을 불허하는 높은 성벽 아래─ 생각지도 못한 낯선 아저씨와 시간을 낭비하게 되자 좋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하아─ 됐다 됐어, 아무튼 꼬맹아, 너 옷이 그게 뭐냐? 신발은 어쨌어? 오다가 노상강도라도 만난 거냐?”

 ”?”

 ”아니… 네 꼬락서니가 그게 뭐냐고, 그 옷이라 부르기도 창피한 천 조각은 또 뭐고. 보아하니 다른 건 아무것도 안 입었지? 춥지도 않아? 여기 주위 날씨는 온화하다고는 절대 못하는데… 괜찮은 거 맞냐?”

 무슨 소리야? 저 원시인이 주제도 모르고 내 차림새를 지적한 거야?

 발끈 화가 나서 목청을 높이려는데 문득 내 행색이 생각났다.

 아… 그렇구나─ 내가 저 원시인들을 비웃을 처지가 아니었구나. 정기 점검 때문에 벗기기 쉽고─ 입히기 쉬운─ 얇은 가운 한 벌 달랑 입혀놨으니 뭐 당연한 반응이었다.

 ”…… 문제없어.”

 ”…… 있는 거 같은데?”

 어색한 침묵이었다. 수─ 치─ 심─ 이 차오른다.

 ”… 지나가도 돼?”

 ”… 뭐 그러시던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이 하나 더 늘어났다.

 나는 소리 없이 비명 지르며 관문을 통과했다.

 ”……… 뭐야? ……… 뭐였어?”

 ???

 ………동기화 오류였나?

16 윈터 - 도시, 입성 (qNbzG1bO32)

2024-06-08 (파란날) 14:21:40

빠르게 가까워오는 땅을 뜬 눈으로 바라보며 전신으로 느끼는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하다. 꿈속이라 아프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심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이지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긴장과 공포에 낙하산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추락했던 이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다.
이미 충돌하고도 남았을 찰나의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일말의 충격도 고통도 없이 세상은 그저 고요했다. 은연중에 잠에서 깨어날 것을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설핏 떠오르는 마지막 기억. 쨍하게 내리쏘는 불빛과 몸속에 흘러들던 기분 나쁜 액체. 밖에서 내가 깨어나지 못하도록 어떤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겠지. 하기야, 깨어나면 혼자서 뭘 어쩔 건데.

이대로 영영 꿈속을 헤매게 되는 것인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눈꺼풀에 감각이 살아있어, 꾹 감았던 눈을 떴다. 상하반전된 시야에 한가득 들어오는 것은 푸릇푸릇한 풀밭. 지상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이격 되어있음을 인지하자 별안간 시야가 가라앉았다. 고작 주먹 하나 정도의 높이였지만 머리부터 그대로 곤두박질을 치니 여간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으윽..."

이상했다. 꿈속이라 아플 리가 없는데 엄청 아프다. 땅에 코를 처박고 있으니 부드러운 흙냄새와 물젖어 약간 비릿한 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애벌레처럼 몸을 웅크렸다 반대로 뒤집어 하늘을 올려보았다. 언제 보았는지 모를 새파란 하늘, 느리게 유영하는 하얀 뭉게구름,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쪼개져 비쳐드는 다사로운 햇살. 잠자코 있으면 새 지저귀는 소리까지 새겨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에서 살게 해주는 것이 폐기 처분의 대가라면 나쁘지 않은 조건일지 모른다고. 높으신 분들이 일말의 자비를 베푼 것이 아닐까 하고. 솔직히, 돌아가기 싫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처절한 싸움, 회색 하늘과 동식물 하나 없이 메마른 땅덩이. 마물 죽이는 것도 사람 죽어가는 것도 더는 싫다. 그냥 이대로 있고 싶다.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알지만, 선임도 이곳에 와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쯤 가만히 드러누워 생각을 정리했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영영 가만히 누워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양 팔이 억압된 채 뒤뚱거리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넓게 둘러보았다. 저 멀리, 사방을 둘러싼 숲 너머로 높다란 성벽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그곳으로 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벽을 정면에 두고 길 없는 숲을 무작정 걸었다. 해가 등 뒤에서부터 조금씩 넘어오고 있으니 동에서 서로 향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보다 이 답답한 구속을 먼저 풀어내고 싶었다. 꿈속이라 그런지 몸 상태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러나 꿈속이라 그런지 마력을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 땅에서 마력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튼튼한 몸뚱어리만 남은 빈 껍데기가 된 기분이었다.

"이이익...!"

꿈속이니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양 팔에 힘을 주고 주고 또 주었다. 꿈인데도 숨이 차오르고 정수리가 지끈거렸다. 그렇게 십 분 정도 혼자 끙끙거리고 있었을까. 오기가 들어 온몸을 비틀어대고 있었는데.

찌지지직—

무언가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귀에 들리는 것은 구속복이 찢어지는 소리 하나만이 아니었다. 다른 괴상한 소리가 머릿속에 함께 울려댔단 말이다. 결국 자유로워진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땅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찌이이이— 하는 소리는 한동안 계속해서 머릿속에 울려댔다. 마치 두개골에 트라이앵글을 박아 넣고 연달아 때려대는 듯한 괴로운 감각이었다.

한동안 몸을 웅크리고 어깨를 덜덜 떨었다. 입마개가 침으로 범벅이다. 소음이 겨우 잦아들고, 목덜미를 더듬거려 입마개를 풀었다.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제야 좀 숨 쉬는 것 같았다.
방금 있었던 일을 되짚으면,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얼추 알 것 같았다. 본래 사용하던 마력은 일절 사용할 수 없으며, 일시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이런 식이라는 것.

"하... 이게 뭔 꼴이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푸념해 봐야 무슨 소용이람. 방금의 힘을 쓰면 발목에 채인 족쇄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머리가 깨어질 듯한 이명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어서 포기했다.
그렇게, 왼쪽 발목의 족쇄와 쇠사슬로 이어진 커다란 쇠공을 질질 끌며 성벽을 향해 나아갔다.




숲을 빠져나오면 일종의 교역로처럼 보이는 멀끔한 도로가 나타난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시선을 죽 옮겨놓으면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성문 같은 것이 보인다. 그곳으로 낯선 복식의 사람들이 복작하게 왕래하고 있다.
흰 구속복의 양 소매는 너덜너덜하게 찢겨 늘어져 있고, 맨발에다, 한쪽 발목엔 족쇄까지 차고 있는 처량한 모습이었지만, 내 꿈인데 뭐 어떠냐 싶어 별생각 없이 주위를 지나는 짐마차를 뒤따라 도시로 향했다.

위병으로 보이는 이들이 관문을 지키고 있었으나, 이쪽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듯했다. 태연히 관문 너머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덜컥.

심장이 붕 떠오르는 섬뜩한 느낌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것은 첫 모형탑 훈련에서, 몸에 묶은 줄 하나에만 의지한 채 안전장치 하나 없는 땅바닥으로 몸을 내던졌을 때의 감각을 닮았다.
주저앉듯 몸을 잔뜩 웅크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엔 묘한 안도감과 해방감이 어깨를 감싸와, 찔끔 새어난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고서 도시 안쪽으로 어색한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꿈 속인데도, 무척이나 술이 고팠다.
미적지근한 위스키라도 좋으니까.

17 라크주 ◆IxTD87OSHU (gBYC0ZHgLI)

2024-06-09 (내일 월요일) 14:34:10

situplay>1597047671>514 라클레시아 독백 [망각, 그것은 필시 축복이리라.]

18 마냐주 ◆7k2gwEVzI2 (PK6GqiKNsk)

2024-06-09 (내일 월요일) 20:40:38

situplay>1597047671>675 독백 (+2비타)

19 ◆qrMRBpSduI (CP7DT242ZU)

2024-06-09 (내일 월요일) 23:39:05

여기까지 이벤트 추가 비타 지급 완료. 혹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길 바람. 이상.

20 알레프주 ◆7k2gwEVzI2 (//mm/cryiw)

2024-06-10 (모두 수고..) 17:46:34

situplay>1597047671>979 독백 (+2비타)

21 ◆qrMRBpSduI (CvJkxVXzFA)

2024-06-10 (모두 수고..) 19:07:26



판을 갈았는가, ■■■. 그대들 개개인에게 생명을 내리노라.

▶판갈이로 인해 수고한 추락자들에게 비타 1개가 지급 됩니다. 대상 : 라클레시아 테시어, 니아, GhosTRain - 9930, 페이 윌터, 아가사 왓슨, 영, 유이, 윈터, 로시테아, 후지마 메구무, 알레프.


22 로시테아 (mZojxzUC/k)

2024-06-11 (FIRE!) 20:59:29

최소 수십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하늘에서 추락하였고, 마법이나 신성력의 도움도 없었는데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게 살아 남았다

이것은 아무리 튼튼한 제 육신이더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사건이며, 그리고 애당초 어째서 하늘에서 추락하였는가. 그것에 대해서 그는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망할 마법사 자식아!!! 나를 놀려 먹는게 그렇게 즐겁더냐!?"

바로 자신의 동료중 한 명인 대마법사가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 물론 그녀 본인은 굳이 그런 장난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였기에 분명, 또다른 동료이자 어린 정령과 맞먹는 장난꾸러기인 엘프 궁수의 의견이 잔뜩 들어가있었다— 라고 확신을 내렸던 그였으나

"...어이, 이제 장난은 그만치고 나오라고? 지금 나오면 머리 한 번 쥐어박는 걸로 용서해줄 테니까! ...이래도 안 나와? 그럼 그냥 용서해줄게! 나 이거 진짜 재미 없다? 농담 아니야!!!"

아무리 제 동료들을 불러봐도 돌아 오는 대답은 없었으니, 그제야 그는 또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마법에 의한 공간 이동은 아닐거다. 싸가지가 조금 없어도 나름 대마법사 딱지 달고있는 그녀가 결계로 막아둔 저택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그 어떤 마법사가 나를 눈치 챌 사이도 없이 공간이동 시키겠어? 이미 진작에 뼛조각 하나 하나 확실하게 정화시킨, 나와 동료가 토벌한 마경의 마왕 중 하나였던 리치왕이 기어코 여신의 심판장에서 빠져나와 우리에게 복수를 위해 찾아왔다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공간 이동 마법은 아닐거라 확정짓자, 그의 생각은 더더욱 복잡해진다

'그럼 혹시 환술? 이렇게 감각까지 완벽하게 재현하는 환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알고있지만, 망할 몽마왕이라면 불가능은 아니겠지. 아니, 하지만 그놈은 마경 사이에 쳐둔 신성 결계 때문에 나오지도 못하고 애당초 이런 환영을 보여주지 않을 텐데? 이상하다는 것을 뻔히 눈치 챌 수 있는 환영 따위를 그 사람의 생명력이나 빨아먹는 모기 같은 몽마 주제에 자존감 하나는 더럽게 높은 녀석이 사용할리가.'

그러니 이것은 환각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관절 이 상황은 무어란 말인가?

.....

"아, 몰라!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이런 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안 어울려! 이런 건 마법사나 용사 녀석이 하던 일이라고!"

이내 자신은 원래 생각 같은거 안 하는 타입이라며 일단 주변을 둘러보기로 결정한 그였다

'일단 하늘에서 봤듯이 이곳은 숲속이군. 하지만 그렇게 깊지도 않고 사람의 흔적도 있는 것이 방향만 잘 찾으면 마을이나 도시가 나오겠어.'

이윽고 능숙하게 주변을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

"가기 전에...그래, 이 바위가 그나마 튼튼해 보이는군."

그리고 자신의 능력으로 튼튼해 보이는 바위와 같은 제질의 창을 만들어내는 그였으나...

"으왁!? 히, 힘이...?"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난 탈력감이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뭐, 뭐냐 이거. 설마 능력 때문에...? 아니 설마, 지금 까지 그런적 없었는데!"

그리고 다시 한 번 창을 만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체력이 떨어졌다

"젠장, 이 능력을 여태까지 쓰면서 이런 패널티 따위는 경험해 본적도 없는데 갑자기 뭐냐고!"

그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으며, 평생을 같이 지내왔던 능력에 살아 생전 처음 겪어보는 패널티가 생긴 것에 점점 더 당황하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하...이게 도대체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뭐라도 해봐야겠군."

오늘따라 유달리 무겁게 느껴지는 두 자루의 창을 들고 사람의 흔적이 보이는 곳을 향해 간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는 도시와 그 도시를 지키는 성벽을 발견했다

'꽤나 커다란 도시로군. 그리고...젠장할, 한 번도 본적 없는 방식의 성벽이잖아!'

이름 높은 모험가로서 위대한 귀족의 저택이나 제국의 황성, 시골 영지의 성벽과 마경 바로 앞에서 인류를 수호하는 성벽을 봐왔고, 심지어는 마경의 마왕성에도 몇 번이고 들어가고, 직접 부서봤던 그였지만 당장 제 앞에 있던 성벽은 그가 전혀 모르는 방식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게 분명하였다

"점점 머리가 아파지는데...여기는 도대체 어디인거야? 주점이나 무대에서 음유시인들이 노래하는 시에서나 나오던 또다른 대륙에라도 와버린거냐 나는?"

그는 다시 한 번 골머리를 앓고 성벽으로 들어간다

'으윽...!? 뭐냐 이 감각은. 마치 마경에 처음 들어갔을 때 느꼈던 본능 단위의 거부감이...! ...? 뭐야. 바로 사라졌잖아? 착각, 이었나? 일단은 주의할 필요는 있겠군.'

도시에 들어서자 곧바로 이상한 감각을 느끼며 주의를 한층 더 기울인다

그리고 자신이 살던 곳과 비슷한듯 다른—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는 그였다

23 니아주 ◆ZT./3H5MM. (ye0db4nWvM)

2024-06-11 (FIRE!) 21:30:42

situplay>1597047967>260 독백!

24 후지마 메구무 (Ce33MQWxm2)

2024-06-11 (FIRE!) 22:00:53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메구무는 순간 아차, 하며 자신이 짊어진 짐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대태도를 꺼내어 어디 망가진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는 검집에서 검을 꺼냈다. 검날엔 메구무 또래의,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성의 얼굴이 비춰졌다. 다만 눈을 감고 있었기에 메구무는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검날 속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호타루, 호타루! 니 괘안나?"

그 목소리에 검날 속 남성 '호타루'는 눈을 떴다.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 자신을 부른 메구무와 그 주변 풍경을 훑어보던 호타루는 메구무에게 물었다.

「...먼일이고? 근데 여긴 어디고? 숲 아이가? 언제 여까지 왔노?」

메구무는 호타루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호타루 역시 상황파악이 덜 된(사실 덜 된 수준도 아니고 아예 안 된 수준이지만) 것을 알고는 잠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뒤 그간 있던 일을 호타루에게 모두 말했다.

「그니까, 하늘에서 널쪘는데 어디 다친 곳도 읎고 디지지도 않았다는 거제? 사실 우리 싹 다 디진거 아이가? 여는 머 극락이고.」
"내가 그 생각 안 해본 줄 아나? 내도 했다. 글고 우리가 극락을 어뜨케 가노. 허구헌 날 하는 기 칼질인데."
「문디자슥. 내는 거서 빼라. 내는 극락왕생할기다.」
"확 그냥 뿐질러부까... 암튼... 우리는 어데던 가야한다."

나무에 기대어 호타루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메구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숲을 찬찬히 살폈다. 어쨌든 주변엔 사람이 살 것이다. 그것이 수십 명 규모의 아주 작은 마을이라고 할지라도. 숲이 있는 곳 근처엔 벌목꾼과 사냥꾼, 나무꾼이 살테니깐. 그리고 얼만큼 걸었을까. 시냇물을 건너고, 수풀을 헤쳐나가던 메구무와 호타루는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큰 성벽을 마주했다.

"니 이런 거 본 적 있나?"
「있겠나? 생각을 해봐라.」
"맞나."
「그치만... 여서 머라도 건질 수 있지 않겠나?」

호타루의 말에 메구무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성벽 안으로 들어갈 결심을 마치고 도시에 들어섰다. 그러나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본능적인 수준의 거부감이 느껴져 메구무는 눈쌀을 찌푸렸다. 그러나 아주 짧은 순간의 감각이었기에 그는 자신이 착각한 것인지 의심했다.

"...뭐꼬...?"

그리고 자신이 살던 곳과는 전혀 다른 풍경에, 짧은 감상평을 남긴 메구무였다.

25 니아주 ◆ZT./3H5MM. (0TsLaOWAns)

2024-06-14 (불탄다..!) 02:49:15

situplay>1597047967>890 독백!

26 ◆qrMRBpSduI (Kz6dftTMoY)

2024-06-14 (불탄다..!) 13:55:54



고생하였다, ■■■. 그대들 개개인에게 생명을 내리노라.

▶판갈이로 인해 수고한 추락자들에게 비타 1개가 지급 됩니다. 대상 : 라클레시아 테시어, 니아, GhosTRain - 9930, 페이 윌터, 아가사 왓슨, 영, 유이, 윈터, 로시테아, 후지마 메구무, 알레프.


27 ◆qrMRBpSduI (Kz6dftTMoY)

2024-06-14 (불탄다..!) 15:21:34

일상 : 미하엘, 윈터 24레스 (+4 비타)

28 윈터주◆dOib/Io/FI (mhEwLvxBnQ)

2024-06-14 (불탄다..!) 15:33:27

일상 : 윈터, 라클레시아 14레스 (+2 비타)

29 라크주 ◆IxTD87OSHU (UfYoyMzKPc)

2024-06-14 (불탄다..!) 17:45:49

일상 : 라클레시아, 알레프 28레스(+5 비타)

31 영주 (2/9cluVdb.)

2024-06-14 (불탄다..!) 21:59:19

일상: 영, 미하엘 34레스(+6비타)

35 ◆qrMRBpSduI (Kz6dftTMoY)

2024-06-14 (불탄다..!) 23:24:53

>>33 서브 미션에서 상자 열기는(선택할 사람이 있다면) 19일 이전에는 행동 불가함을 추가하며 단 한 사람만 수행 가능함을 미리 고지합니다.

36 알레프주 ◆7k2gwEVzI2 (qz0OWkAp8U)

2024-06-16 (내일 월요일) 14:45:25

알레프-메구무 일상 25레스 (+5비타)

37 알레프주 ◆7k2gwEVzI2 (qz0OWkAp8U)

2024-06-16 (내일 월요일) 15:20:22

─여차저차 해서 추락 간신히 마친 소녀. 불시착한 장소는 울창한 숲 펼쳐진 곳이다. 여기도 나무, 저기도 나무, 온통 나무... 눈 씻고 주변 둘러보아도 소녀가 지내던 방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환경이었다. 애초에 어떤 도시의 일부라거나, 하는 곳도 아닌 것 같았다.

"여기, 어디...?"

어떻게 된 건지 상황 채 파악하기도 전에─ 소녀의 얼굴이 점점 울상 되어간다. 내, 내 스마트폰이랑, 컴퓨터랑, 플스랑, 스위치는...? 다 없어진 거야? 안락한 보금자리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소녀는 절망한다. 간신히 일으켰던 몸 다시 털썩 주저앉힌 채. "...흐아앙."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 흘러서, 결국 소리내어 울고 만다. 소매로 눈가 문지르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소녀는 길 잃은 아이마냥 하염없이 울다가,

"꺅!"

돌연 소리를 꽥 질렀다. 조그만 새가 포르르 날아와 제 무릎 위에 앉았기 때문이다...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 새는 다시금 날아가버린다.
온통 생소한 것 투성이라 덜컥 겁부터 났다. 화면 너머로 경험한 건 많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건 처음이라. 그럼에도 소녀는 눈가 닦고서 의연하게 일어나려 노력한다. 게임에서도 주인공이 이렇게 앉아만 있으면 스토리 진행이 안 되잖아. 어디든지 가봐야 한다. 설령 이곳이, 자신의 안식처가 아니더라도.

얼마나 걸었을까, 시야에 인위적인 건축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마을? 인간들이 사는 곳일까? 그치만 사람, 너무 많으면 무서운데... 그럼에도 소녀는 한 발짝 내딛어보기로 했다.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도 없다. 다시 얼마간 걷고 조금은 머뭇거리며 마을─도시에 진입하려는 순간.

"...히끅."

처음 맞닥뜨리는 이질감에 당황한 소녀, 딸꾹질 한 번 한다. 자신을 거부하듯 밀어내는 것이 아주 잠깐이나마 느껴졌으니까. 일종의 저항감. 기이하게도 제가 하계에 봉인당했던 때와 비슷한 감각이다... 별로 유쾌하진 않은 회상.

아무래도 괜찮을 거야. 소녀는 떨리는 발걸음으로도 조금씩 도시를 향해 걸어들어갔다.

38 알레프주 ◆7k2gwEVzI2 (qz0OWkAp8U)

2024-06-16 (내일 월요일) 19:29:41

situplay>1597047670>32

라클레시아의 안내로 묵기 시작한 (물론 소녀는 잠을 잘 필요가 없지만) 여관의 주인, 마시는 무척이나 친근한 사람이었다. 특히 자기 집 알바생의 친구 일행이라며 잘 챙겨주기도 했고. 라클레시아는 역시 친구가 많아.
여관 생활은 소녀에게도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방에 컴퓨터나 게임기가 없는 건 좀 슬프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 있었으니까!

"...응?"

여느 때처럼 식당에서 스튜를 흡입하던 소녀, 마시의 말에 숟가락을 멈춘다. 듣자하니 그녀는 부탁할 게 있는 모양이었다. 헌데 중앙을 지키는 경비원이라면... 소녀는 괜히 그쪽으로 향했다가 고압적인 경비들에게 위협(?)당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일을 계기로 경비병은 사실 무서운 사람들이었구나, 하는 걸 깨닫기도 했고. 게임에선 무릎에 화살이나 맞고 다니는 NPC였는데...

"어... 아, 알았어. 내가 할게!"

그렇지만 마시의 심부름을 차마 거절하진 못한다.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매몰차게 내칠 수도 없었으니까. 스튜를 전부 들이킨 소녀는 마시가 준 바구니 든 채 여관을 나선다.
그리고... 인파에 휩쓸려 길을 잃을 뻔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다행히 바구니 속의 내용물은 무사했다), 아무튼 여러 고행을 겪은 끝에 소녀는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래놓고서도 쭈뼛거리며 근처를 서성이던 소녀를 향해, 한 경비병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힉!"

소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또, 또 혼나는 거야? 지금은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경비병은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마시 씨가 보내서 왔는감?" 소녀를 향해 말을 건네었다. 머리 감싼 채 두 눈 질끈 감은 소녀, 의외의 반응에 조심스레 눈 뜬다.

"...아? 어, 어. 응. 마시가 보내서..."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소녀가 만난 경비병은 상상과 달리 무척이나 친절했다. 부탁받은 음식과 인사를 주고받은 후 소녀는 빈 바구니 든 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려 여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다녀왔어, 마시~!"

소녀는 재빨리 마시에게로 달려가, 있었던 일을 재잘거리며 보고했다. 왠지 모르게 한 단계 성장한 듯한 느낌 들어 기분이 좋았다. 방구석 히키코모리, 레벨 업이다!

39 라클레시아 테시어 [요정] ◆IxTD87OSHU (kd0i.95SB2)

2024-06-16 (내일 월요일) 20:32:19

>>34

갑작스럽게 나타난 푸른빛을 띄는 어떤 것. 이렇게 작은 것들이 말을 하면 통상 요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들이 이 세계에선 어떤 식으로 불리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요정이라고 칭하겠다. 갑자기 나타난 요정들은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고선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엔 붉은 빛으로 변했었는데 결국 요정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하나였던것 같다.

「경배하라, 찬양하라! ■■■의 방문이다!」

하지만 누가 방문하는지는 마치 그 부분만 소리가 막힌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허나 고해, 수사, 죽음이라는 수사가 붙는 존재라는 것은 적어도 이득이 되는 존재는 아닌듯 싶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이런 말을 들었음에도 이곳의 주민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그들의 눈 앞에도 요정들이 날아다녔기에 분명 앞이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귀찮다는 기색조차 없었다.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 실례합니다만, 혹시 눈 앞을 날아다니는 파란 것들을 방금 보셨나요? "
" 아무것도 없었는데, 형씨 대낮부터 술이라도 마신게야? "

인상이 호쾌한 아저씨는 이 시간부터 그러면 못써~ 하면서 내 등을 한대 툭 치고 지나갔다. 아마 요정이라고 생각되는 그것들을 아예 보지 못한듯 싶었다. 그렇다면 내 눈에만 보였다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나에게도 목소리와 모습은 들렸을지언정 특정 단어까진 들리지 않았다. 어떤 조건이 있고 그것을 만족해야만 요정들을 인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과 나와 다른 점은 역시,

" 추락의 유무인가. "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말고 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동일한 현상이 보였을지? 그건 윈터나 알레프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을듯 싶다. 하지만 그 전에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딘가 알려진게 있을지 궁금했다. 물론 추락자라는게 그렇게 흔하진 않은 것 같지만 내가 이 도시에 있다는 것은 이전에 다른 추락자들도 비슷하게 오지 않았을까하는 합리적인 추론까진 가능하게 해준다.

" 도서관에 가볼까. "

정보는 보통 기록으로 남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구전으로 전한 것이라고해도 언젠간 기록으로 남기게 되니까. 그리고 그런 기록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은 도서관이다. 물론 도서관은 그 정보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원하는 것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러니 책들을 대충 훑어보았을때도 그 내용 자체를 기억하는 것은 쉬우니 단편적인 정보를 모아서 하나의 완전한 것으로 만드는 일도 쉽다. 그렇기에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 책을 좀 열람하고 싶은데요. "
" 대여는 따로 서류를 작성하셔야하고 책은 내부에서 자유롭게 꺼내 읽으시면 됩니다. "

사서의 안내를 받은 나는 장대한 서고에 작게 감탄하며 책을 하나씩 꺼내 읽어보기로 했다. 물론 소설 같은 것들은 제외하고 이 일대의 역사를 써놓은 책이나 신문 같은 것들을 스크랩 해놓은 자료들을 중심으로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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