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란 본래 화기(火器)라 불렸다. 이는 화약의 힘으로 작동하는 무기군이란 의미이며. 냉병기와 반대 되는 온병기라 불리기도 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고, 다른 무기와 총기를 구분하는 근원적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먼저 생각해보라. 궁술과 사격술은 기본적으로 흡사한 점이 많다. 원거리에서 발사체를 투사하는 공격이란 점이며. 이는 내가 궁사 카즈토시에게서 화살의 요령에서 휘어지는 탄환을 획득했음과.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에서 본래 궁술로 사용하는 것이 정설이었을 '내갈리는 나뭇가지'를 익힐 기회가 있었음을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사격술과 궁술을 정확하게 똑같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의념사회가 오기 전엔 본래 궁술은 살상에 있어선 화기에 뒤처진 무기 취급이었다. 이를 가르는 것이 바로 화약이다. 대부분의 무기군은 움직임에 있어 인간의 힘을 필요로 한다.
검을 휘두르기 위해선 팔이 휘둘러져야 할 것이고, 활을 쏘기 위해선 줄을 당겨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총기는 방아쇠를 한번 당기는 것으로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약의 폭발로 인해 나아가는 것이니. 큰 힘을 요구하지 않고 간단한 동작으로 평등한 파괴력을 주는 살상 기술은 그 힘의 근원을 인간이 아닌 화약의 화력에 두었기에 성립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시대'에서는 더 이상 화약도, 실체를 가진 탄환도 주요하게 쓰지 않는다. 보편적으론 의념탄을 쓴다. 이는 대운동회 이후 스로이머 윈트씨와의 문답에서 이미 내가 깨달았던 부분이다.
다만 그 때는 그저 의념탄이 편리하기 때문에. 탄환의 관리라던가에 신경쓸 필요 없고, 또한 게이트의 존재들에게 좀 더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런 논리여서는 궁술사들이 거너들과 같이 실체가 담긴 화살에 념을 실어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의념시가 보편적으로 발전해야 논리에 맞다. 어째서 화기만이 변화하였나?
그것은 위에서 서술한대로, 대부분의 무기군은 움직임에 있어 인간의 힘을 필요로 한다는 그 자체 때문이다. 의념을 깨어남으로써 인간의 한계는 단순한 화약의 폭발을 크게 초월했고, 마찬가지로 대적해야 할 상대에게 요구 되는 위력 또한 크게 달라졌다. 그런 시점에서 총기는 평등했던 것이다. 아무리 강하게 방아쇠를 당긴다 한들, 화약의 폭발은 위력이 증가하지 않으며, 따라서 나아가는 탄환의 위력 또한 바뀌지 않는다.
또한 손가락을 당기어 일으키는 현상은 본질적으로는 화약의 폭발일 뿐, 탄환이 발사되는 것은 그 폭발로 발생되는 부차적인 결과에 가깝기 때문에. 활을 당겨 놓을 때 화살에 의념을 싣는 행위에 비해서 방아쇠를 당길 때 탄환에 의념을 싣는 행위는 당연히 난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거너들은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자신의 의념을 탄으로 형성시킨 발사체를 발사한다는 개념의. 의념탄을 주류로 발전시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단순히 편의적으로 발전했다고 감탄할만한 것이 아니다. 화기(火器)라는 개념에서 화(火)를 잃어버렸으니까.
자신을 보고 반가워 완연히 얼굴을 피고 웃는 그를 보고서 기분이 좋은지 린은 살짝 입꼬리를 올려 살며시 미소 짓는다. 전에 해변에서 만났을때만 하더라도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아보여 실은 복잡한 심경이었던 입장에서 오래간만에 순수하게 괜찮은 상태인 알렌을 마주하는 건 좋은 일이었다. 절대로 좋아하는 그 사람이 슬픈게 싫어 같은 낯 뜨겁고 진부한 이유가 아니라 주로 그녀가 돌발상황에 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에서였다.
"그런 일이." 알렌의 말에 정말 알 수 없는 곳이라 읊으며 시련을 끝마친 것을 축하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꽤 잘 돌보시네요." 의외라는 듯 알렌을 바라보다 손을 꼼지락이며 다시 빛을 따라 눈을 둥글리는 어린 아이를 바라본다. 더 자세히 와서 본 어린아이는, 린은 순간 본능적으로 치솟아 오르는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미소지은 얼굴에 힘을 주어야 했다. 그 순간 그녀는 예지에 가깝게 자신에게 주어진 의뢰가 무엇일지 알 수 있었다.
[언데드를 찾아 없애라] 죽었되 그 순리를 거스른 자를 제거하라 알렌이 아이를 더 놀아주기 위해 등을 돌린 순간 린은 제빨리 고개를 돌려 표정을 갈무리 했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아마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단검을 들어 환각의 힘과 숙련된 기술로 고통없는 죽음을 선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앞이었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다시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아가, 이렇게 험한 곳까지 어쩌다 오게 된 거니?" 의념을 미세하게 운용하여 최대한 따스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느껴지도록 한다. 살짝 자세를 수그려 아이와 눈을 맞추고 물어본다. //3
의미는 없다. 생각은 필요 없다. 살아있는 생명은 죽으면 그날로 끝.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저 휘둘러 베어라. 이미 내면의 인간은 죽었기에 그저 명을 행하는 도구일지니. 목표를 죽여라
돌볼 일이 많았거든요. 아, 부드러운 음성에 린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눈을 깜박인다. 그랬었나요. 적당히 대꾸하면서 앞에 둔 아이의 존재와 분명 그녀를 생각하는 것이 분명한 알렌의 반응에 자꾸만 미묘해지려는 기분을 침착하게 하려 애쓴다. 그저 이번의 암살대상이 어린아이의 형체를 한 시체일 뿐이고, 그녀는 그의 첫사랑이기 이전에 스승이자 부모와 같은 존재이니 그가 추억하고 애틋해 하는 것은 당연했다.
"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은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다는 말을 하려다 자각하고 멈춘다. 계속 귓가에 맴도는 그 날, 전 길드원의 몰살을 확인했던 날의 맹세도 흐리게 하려고 노력하며 아이와 눈을 마주한다. 상황을 모르고 아이를 걱정하며 시설에 맞길까 의논하는 그를 바라보다 만다. '그녀'의 경우에도 린은 비슷한 위치였다.
알릴 수 없었고 지금은 알리지 못한다. 운명이란 참으로 얄궂은 법이었다. 죽음의 신녀는 붉은 눈을 살짝 내리고 그저 미소를 지었다.
[놀라지 말고 들어줘요.] [이 아이는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언데드입니다.] 알렌에게 보낸 문자가 도착하고 린은 웃으며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구나. 밖에는 반짝이는 빛무리가 더 많을테니, 우리와 함께 여기서 나가지 않으련." [제 시련의 내용은 이 아이를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고민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다 살며시 고개를 알렌의 쪽으로 돌려 입술에 가만히 한 손가락을 얹는다. 놀라지 말아달라는 뜻에서 조용히 해달라는 동작을 한다.
[그 전에 밖을 보여줄 생각이에요. 만일 나갈 수 없다면 환각을 씌우면 될 것이에요.]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