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534 >>535 새봄: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수경이 처음 봤을 때 선밴 줄 착각했잖아(대공감
>>536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사양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심봄영: 뭐 뭐라구요? 내가... 내가 능력사용 금지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의사양반!!! 의사양반: 즉 환자분은 퇴원할 때까지 이거 차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새심봄영: 이건 말도안돼 으헣허헣허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은우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얼마든지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편의점 점장의 얼굴을 살짝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그녀 쪽으로 돌렸다. 지금 저 점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늘 대박 났다고 생각하면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속으로 만세를 외치고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나중에 서연에게 보너스를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한편 그녀가 다시 물건을 가지고 오자 그는 태연하게 블랙 카드를 꺼내서 일시불로 긁은 후, 다시 지갑 안에 카드를 집어넣었다. 이어 짐을 확실하게 챙긴 후에 그는 천천히 편의점 밖으로 나섰다.
딱 그 타이밍에 그녀가 투덜거리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작전 실패라니? 오늘 자신에게 14만원어치나 얻어냈는데 작전 실패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작전을 생각 중이었는데?"
이거 아니야? 그런 의미를 담은 눈빛을 보이며 그는 손에 쥐고 있는 봉지를 살며시 흔들었다. 애초에 이렇게 쏘라고 자신을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이 아니었는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딘가에서 10 만큼의 희망을 얻었다면 어딘가에선 10 만큼의 절망이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건만.
알아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람이었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이었으니.
"...어?"
눈 앞에서 일어난 일을 바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무사히 피뢰침을 제거해 테러를 막고 리버티를 쫓아낸 결과를 들고 승전의 기분으로 데 마레로 돌아왔건만 지친 몸으로 투정을 부릴 새도 없이 그 일은 일어났다.
눈 앞에서 흔들리던 새하얀 머리카락과 점점 격앙되어가는 거친 목소리와 허리춤 어딘가에서 비녀를 꺼내는 마른 손과 비녀에서 나온 날카로운 칼날과 그것이 박히는 그 자리는. 붉은 체액이 터진 그 자리의 주인은.
"ㅇ-"
당장 달려가 그 상처를 막고 출혈을 멎게 하고 싶었다. 당장 한결의 멱살을 잡아 왜 보고만 있냐며 쥐어뜯고 싶었다.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말, 마치 거품처럼 떠오르건만 내 시야는 천장과 바닥의 위아래도 구분치 못 하더니 기어이 천장 같은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암전되었다.
차가운 데 마레의 바닥에 검푸른 터럭이 파편처럼 펼쳐졌다.
...내 탈진의 이유는 일시적 혈액부족과 한동안 잊었던 지병의 환장할 콜라보였다. 요컨데 평소 약을 제때 먹고, 전투 직후 오자마자 수액부터 꽂았으면 그 자리에서 탈진할 일은 없었을 거란 의미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눈을 뜨니 익숙한 병실의 천장이 보였다. 익숙한 약 냄새와 익숙한 병원 시트의 감촉이 뼛속까지 선명했다. 기절하기 전의 상황이 방금 전처럼 느껴져 잠시 의식에 혼란이 온 사이, 상태를 보러 간호사가 들어왔다. 정신이 드냐며 뭔가 말하려는 간호사를 붙잡고 물었다.
"그, 오빠, 태오는요? 오빠는 어떻게 됐어요?"
두서없이 구는 내 행동에 간호사는 침착하기보다 당혹스러워 했다. 그 모습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고, 그것은 곧 경종이 되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잘못 되어 가고 있어!
내 팔을 잡아 맥을 재려는 간호사를 역으로 팔 틀어잡고 내 몸 일으켰다. 상체 뿐이었지만, 일으켜 간호사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희야, 희야 불러줘요. 여기 박 선생님 병원 맞죠 그쵸? 데 마레의 안희야 불러줘요 당장!"
새된 목소리와 광증에 가까운 기세에 눌린 간호사는 내가 팔을 놓자마자 주춤거리며 병실을 나갔다. 그 사이 숨을 고르고 몸을 추스르며 주변을 둘러보자 침상 옆 협탁에 고이 놓인 장옷 한 벌이 보였다.
어떻게든 손을 뻗어 그것을 낚아챌 즈음 작은 체구 특유의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오며 곧 문이 열렸다. 열린 문 너머로 들어오는 새하얗고 복슬한 그 움직임이 한없이 반가웠으나 곧 놀람과 경악으로 새까맣게 뒤덮이고 말았다.
태오가 리버티 가담 의심을 받고 있다니 그걸 심문하는 걸, 삼촌이 허락했다니!
"아... 아니지, 아니지 희야? 아니잖아, 삼촌이 그럴 사람 아니잖아. 어떻게 태오를 의심해. 어, 어떻게, 어떻게 삼촌이 그래..."
어거지로 링겔 뜯어가며 데 마레로 찾아간 나를 맞이한 건 제대로 만나주지도 않는 현실이었다. 기껏 들은 말이라곤, 나조차 태오에게 속은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 뿐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삼촌이 그렇게 말 할 수 있어요? 데 마레 문턱 나서자마자 칼 같이 돌아선게 누군데! 여지껏, 나조차 찾아주지 않았던 사람이 누군데! 아무 것도 모르잖아 뭘 뭘 안다고 이제와 우리를 이렇게 대해! 이럴 거면 왜 다시 맞아줬어 왜! 끝끝내 이럴거면 다시 내쳤어야지 왜!!!"
데 마레의 복도 한 켠을 악에 받친 외침이 가득 메웠다. 그 외침은 곧 씨근대는 숨소리로 바뀌고, 털푸덕 주저앉는 소리로 이어졌다. 침만 겨우 삼킨 목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아리고 회복이 덜 된 몸은 부축이 없으면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몸의 떨림은 명백히 분노였으며 머릿속을 채운 건 원망과 서글픔이었다.
결국, 결국 데 마레도 인첨공의 일부였느냐고 결국 다른 곳과 다를 바 없었냐고 차마 꺼내지 못 한 말이 가슴 속을 휘돌며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
뛰쳐나갔던 병실에 재차 들어앉혀져선 내 상태가 어떻느니 하는 말을 들은 거 같은데 사실 어떤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명과 먹먹함이 귓속과 고막을 가득 채워서 소리가 전부 하나의 울림으로만 인식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재차 꽂으려는 링겔을 앙칼지게 쳐내고 뭐라 하는 걸 무시하고 등 돌려 누워버렸다. 뒤에서 혀 차는 소리인가 한숨 소리인가 아무튼 뭐가 들렸지만 전부 무시했다.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웅크리면, 결국 인기척들은 병실을 나가버렸다.
혼자여도 귀울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들리지 않는 이명이 섞이는 것보단 나았다.
"......"
하지만 추웠다.
병실은 분명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을 텐데 내 몸은 지독하게도 추웠다. 세상에서 동떨어졌을 때의 그 한기가 발목에서부터 기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곳 없는 공허함이 더 컸다. 심장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빈 듯한, 그...
"......"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애꿎은 입술만 꾹꾹 깨물며 괴롭히다가 비틀비틀 침상에서 내려섰다. 뛰쳐나갔을 때와 달리 다리를 끌다시피 하여 느릿느릿 병실을 나섰다.
또 나온 나를 보고 지나가던 의료진이 흠칫했지만 메마른 목소리로 태오의 병실을 묻자 누구 하나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힘에 겨워 떨면서도 고집스레 대답을 요구하는 모습에 보다 못한 듯, 누군가 알려주었다. 그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지나가자 뒤에서 무어라 수근대는 말들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벽에 붙은 지지대에 기대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
너무나 긴 하루 끝에 너무나 많은 일이 오간 끝에 돌고 돌아 다다른 병실의 문을 두드릴 생각도 않고 열어제꼈다. 무신경한 행동이었고 안에 태오 혼자만 있는게 아님도 바로 알았다. 그러나 태오를 본 것 만으로도 여태 눌러오던 것이 터져 넘쳐흘러 그만 흐윽, 하고 울음부터 터뜨렸다.
시끄럽다며 다시 내 병실로 되돌려 보내질 지도 모르지만 손이라도 좋으니 잡아주길 바라며 비틀비틀 다가갔다.
손만이라도 잡아주면, 그러면 아픈 거만 낫게 해주고 갈 테니까, 지금은 그 이상 욕심 안 부릴 테니까...
사장님만 대박 쳤네. 부장 앞이라 대놓고 말은 안 하신 거 같지만 저지먼트의 다음 출동을 기다리실 게 뻔하다. 사실 나도 잔고가 후달려서 못했을 보답을 부장 손 빌려서 하게 됐으니 따지고 보면 손해는 아닌데......................자꾸 패배감이 든단 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기분대로 투덜거린 소리에 부장이 어리둥절해지신 모양이다. 무슨 작전이었냐고, 다른 목적이 있었냐고 물으신다. 아이고, 모르겠다. 기왕 망한 거 그냥 털어놔 버리자.
" 그게요... 세은이가 접때 되게 걱정했었어요. 부장이 2학구로 간다고만 하시고 연락이 안 된다고. 세은이가 그케 당황한 거 첨 봤어요. "
" 그땐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2학구로 갔는데 나중에 알았어요. 부장 되게 위험하셨던 거. "
" 그러실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은 들었어요. 리버티가 안티스킬 몰살시킨답시고 생쇼를 벌였다고. 그 수정이랑 벼락이면 그럴 수 있었다고. 누구라도 막지 않았으면 수많은 사람이 흔적도 없이 죽었을 거라고... "
사이코메트리로 읽었던 연구소 하나가 통째로 삭제된 순간이 떠올라 새삼 몸서리가 쳐지는 서연이었다.
" 섣불리 결정하셨을 리 없다는 건 알아요. 죽을지도 모른다 각오하고 가셨던 거잖아요. 인첨공에서 다섯 번째로 강하신데도 그런 위험을 우려하셨다면 당연히 저희가 출동했다 위험해질 가능성까지 고려하셨을 거고요. "
" 근데 부장은 저지먼트 부장이기도 하시잖아요. 부장이 위험해지면 저희 저지먼트도 큰일이잖아요... 그러니 저흰 부장을 찾지 않을 수가 없었다구요;;;;; 저처럼 데면데면한 후배도 그랬는데 저보다 오래 있었던 1~2학년은, 아니 3학년 저지먼트는 어땠겠어요? 그렇게 예고 없이 가는 출동이 더 위험한 거 같아요오오오 ㅠㅠㅠㅠㅠ "
진짜로 이승 탈출 넘버원 찍는 줄 알았다. 자칫했으면 뭐에 죽는지도 모르고 수정에 증폭된 벼락 맞고 삭제됐을지도 모르잖아;;;;;;;;;;
" 그니까 다음엔 단톡으로든 통신으로든 알려라도 주세요... 무슨 일인지 파악하고 준비해서 갈 수 있게요. 또 이번처럼 혼자 가셔서 세은이한테 연락 받게 하실 거면 그때마다 부실을 간식으로 꽉꽉 채워 놓으시라고 들들 볶을 거예요!!! "
말하다 보니 흥분해서 목소리도 말투도 격해졌다. 전투 능력이라곤 1도 없고 2학구에서 한 일도 딱히 없는 후배가 펼치는 본격 꼰대질이다. 에효...
" 그 말씀 드리려고 편의점 가자고 했어요. 근데 금전 협박은 안 통할 거 같으니 바꿀게요. 담에 혼자 가시면 후배의 꼰대질 시즌...... "
시즌 몇이라고 해야 하지?? 혼란스러워진 서연이었다. 접때 정식 부원으로 인정받을 때도 부장께 꼰대질스럽게 말해 버리지 않았나, 나??;;;;
서연의 말에 은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시의 일은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세은이에게 등짝 스매싱을 자진모리 장단으로 1시간 동안 두들겨 맞은 것까지도. 울먹이는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등짝을 두들겨패는 그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동료들이 목숨을 걸고 2학구까지 왔던 것도.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그녀의 말을 잠자코 들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사정은 설명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었어. 그땐. 너무 시간이 촉박했으니까."
필시 모습을 보인 것은 누가 봐도 함정이었고, 안티스킬이 모두 그곳으로 몰려간다고 하니, 대량 살상이 예상되는 만큼, 누군가에게 상황을 말하고 갈 수 있을 시간적 여유가 그에겐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가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리고 우리 애들이 절대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럼에도 난 오지 않길 바랬어. ...설사 내가 거기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뭐, 사실 너희들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만, 그래도... 역시 오지 않길 바랬어. 난."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현장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그야말로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아니던가. 그런 판국에 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런 판국에 저지먼트 부원들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면 그들은 반드시 오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그녀의 말대로 철저하게 준비를 하면서까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후배의 꼰대질이라. 그거... 생각보다 많이 들어서 별 위협은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야. 봄에는 내가 입원한 곳에 대놓고 들어와서 나에게 따진 후배도 있었고... 사실 지금도 이런저런 말을 하려는 이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말이야."
어디 이 애뿐이겠는가. 다른 부원들 중에서도 이런저런 말을 하려는 이는 필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런 것들도 다 받아줄 수 밖에 없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노력은 해보겠지만... 너무 위험한 현장에 데리고 가는 것은 역시 저항감이 있어. ...너희는 내 부하가 아니니 말이야."
그렇기에 사적으로 동원할 순 없어. 이것은 확고한 은우의 생각이고 신념이었다. 그래도 나름 노력은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조용히 바라봤다.
>>578 진짜 약은 무리여도 붕붕드링크 같은 건 즉석제조 가능할거 같기두 하구 ㅋㅋ 아 내가 이 말을 꺼낸게, 앞으로 전투가 길어지거나 하면 아무래도 HP포션 같은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음 그러니 새봄이 능력으로 즉석에서 회복음료 같은 걸 만들어주면 전투에 시너지가 생기진 않을까 했지 응
식음을 전폐하고 퇴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 교수는 태오가 어째서 저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는지 알아챘는지, 어떻게 해야 저 속에 불신이 크게 들어찬 아이를 달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속이 곪을대로 곪았다. 아닌 듯하면서도 사람을 쉽게 믿지 않고 끊임없이 경계했다. 자기 자신까지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고 어떻게든 이 모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이 가엾다 못해 기구할 지경이다. 다만 개인의 사정은 깊게 알 것이 아니다. 박 교수에게 중요한 것은 내면이 아니라 육신의 사정이다.
영양실조는 현대인에게서 찾기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태오는 충분한 영양을 스스로에게 공급하지 않았다. 심박수도 낮았고, 혈압도 낮다. 수술 과정에서 쇼크가 일어날까 몇 번이고 가슴을 졸였다. 체내를 깊숙하게 찌르고 헤집은 비수의 날에서 알 수 없는 성분이 검출됐다. 추적한 결과 스트레인지에서 최근 즉발성 진통제랍시고 무차별적으로 남용하는 독극물이었다. 치사량은 아니었지만 수술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 하물며 원체 약한 몸이었으니, 차라리 시체에게 메스 대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으리라. 박 교수는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무진 고민했다. 스스로를 몇 번이고 해칠 정도로 몰려있는 환자를 포기해야 하는가의 윤리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대체 어떻게 환자가 스트레인지의 독극물을 손에 넣었는지, 죽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를 정도로 몸이 약해져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니, 후자는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았다. 개복했을 때 위장에 새겨진 그것이 다시금 아른거리는 것 같다. 박 교수는 안경을 벗고 눈을 몇 번이고 비볐다. 투신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 선명했다. 생각은 깊었고, 꼬리를 물던 것은 어느덧 오후에 병문안을 왔던 선생과 태오의 관계로까지 이어졌다. 사람을 내심 경계하고 움직이는 것도 싫어하던 태오가 몸을 움직이기 버거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생의 어깨에 매달려선 숨을 색색 뱉어대고 있었으니, 제 고통따위 잊을 정도로 중한 상대인가.
분명 선생은 병실을 나설 적 관계에 대해 '이전에 골목에서 구출한 이후 연이 닿아 이따금 연락을 하며 지낸다, 학생이 창작에 흥미를 지녀 가끔 가르침을 주고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 보인 행동은 문하생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등골에 끼쳤던 오한과 가까이 다가갔다간 물려 죽을 것 같던 위험한 분위기도. 눈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착각이라 믿어서도 안 됐다. 박 교수는 결국 엉망진창인 생각을 '그래도 학생이 혐의를 벗고 더 불신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퉁치고는 자판기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대략 600원 남짓의 쵸코-라떼가 몹시도 마시고 싶었다. 짐승에게 인간의 언어를 암만 가르친들 단어가 문장이 될 일 없다. 아예 후음 내지 않아도 제각기 소통하는 수단 있다. 기저에 깔린 감정은 감촉과 행동으로 보이면 되는 일이고, 문장은 서로 미끄럽게 삼켜내면 될 일이다. 어차피 한쪽이 듣기 때문이다.
태오는 여러 방향의 사랑을 속살거리고 갈구했다. 구차하다 못해 추잡하다. 뺨을 후려칠까 싶으면 가느다란 손목이 한 손에도 가볍게 붙들린 채 긴 검지가 뻗어나가 손바닥을 짓누르고, 죽여달라 빌며 피어싱 틈새 벌어지는 고통에 손가락 곱아들 적이면 현중 도래한 머리칼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두 짐승이 병실 문이 열리자 나란히 시선을 굴렸다. 새붉은 시선이 먼저 닿았고, 입술 느릿하게 지분대다 떨어지던 비색 시선이 그 뒤를 잇는다. 쥐라도 잡아먹은 듯 입가가 새붉다. 목에 매달린 채 느슨하게 몸 기울인 태오는 색색대는 숨 갈무리하며 반개한 흰 속눈썹 치켜올려 혜우를 마주했다. 눈물 흘리는 것을 가만 보던 태오는 다가오는 모습에 서휘가 몸을 부축해 상반신 온전이 일으켜 세워준 후 비켜서자 팔을 뻗어 한 번 품에 안고자 했다.
"치료해주지 않아도 돼……. 오빠는 괜찮아."
쉬어터진 목소리로 속살거리고 등을 다독이는 손길이 정겹다. 방금 전 짐승의 언어로 속살거리던 것과 정 반대의 모습이요 태오는 나지막이 덧붙였다.
"……착한 아이는 자러 갈 시간이야…. 다 괜찮아."
사랑이란 구차한 감정 받는 법도, 주는 법도 모르는 주제에 흉내낼 줄 아는구나. 익숙한 심중의 소리가 울려도 태오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우리 둘 다 모르지 않느냔 의문도 갖지 않기로 했다. 피비린내 나는 입술을 다시금 달싹이던 태오는 눈을 내리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