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이 가지는 잃어버린 개념을 고찰하기 위해선, 반대로 현대 의념사회 이전에 사격을 살펴야만 한다. 총기란 처음 등장했을 때 인류에 혁명을 일으켰고, 이후엔 인류의 살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무기로써 자리 잡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간단했기 때문이다.
사격술이 깊이가 얕다고 폄하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본질적으로. 손가락을 당기는 것만으로 직선으로 탄환을 발사하는 이 무기는 인간으로 하여금 죄책감에서 벗어난 '편리함'을 주었다.
쇠가 살을 뚫는 감촉, 터지는 피에서 피어나는 동족 살해의 실감에서 느껴지는 죄책감과 무예에서 공격을 명중시키거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무기의 궤적, 품새의 모양새 등의 고민에서 벗어나 있던 것이다.
사격이란 본래 죽이고 싶은 대상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이며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깊은 의지가 담기긴 어려웠다. 편리하다는 것은 고뇌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고뇌하지 않는다는 것은 뜻이 깊지 않다는 의미이니. 총기란 결국 인류가 살상에 있어서도 편리와 효율을 추구하면서 개발된 무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 사격은 그런 편리함을 잃었다. 겨누고 쏜다 한들 쉽게 맞지 않고. 맞았다 한들 쉽게 죽지 않는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이제 차가운 납탄환의 효용성을 잃었다. 이제는 '의념'. 그러니까, 뜻을 담아야만 한다. 단순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으론, 안되는 것이다.
수 많은 몬스터 무리가 몰려오던 때에. 그저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을 까딱거렸을 뿐이라면. 역천은 발동했을까? 그럴리가 없다. 그 찰나의 순간 단 한발의 탄환을 발사하기 위해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엔 수 많은 의미가 담겼으니. 이주윤의 과거와 윤시윤의 현재가 겹쳐. 울고 울었던 회환이 겹쳐. 열등한 존재가 거대한 세상에 납득할 수 없는 반역심이 겹쳐.
그 탄환은 이루어졌던 것이다.
흑기사에게 쏘아냈던 찰나의 생명은 어땠던가?
그 한발에는 돈 지오테와 시온 바라타리아의 인생이. 그들이 세운 카하노 기사단의 이야기가. 소년 윤시윤과 '지오씨' 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시온의 생명을 불태우는 처절한 사투가. 이 모든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놓치지 않아, 담아서, 전하고자 했던 나의 의지가 결집되어.
그 탄환은 이루어졌던 것이다.
손가락을 한번 당기는 것으로, 오로지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라는 목적으로 설계된 살상기술은 작동한다. 마도처럼 다양한 응용력은 없고, 검사들이 그러하듯 무공처럼 여러가지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하다. 상대를 겨누고 쏜다. 그 간단하고 단축된 일련의 동작으로, 즉시 격발되는 고화력의 흉탄은 명중한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며 평등과 반역을 선사해줄 것이다.
그것이 사격이 가지는 본질. 내가 깨달음 때에 제시했던 답.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상대를 겨누고, 손가락을 당겨, 고화력의 흉탄을 격발한다. 그러나 사격은 편리함을 잃었다. 나는 그 간단한 일련의 동작에서 수 많은 찰나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의 처절한 뜻을 담았다. 그렇기에 그 탄환은 고뇌하며, 내가 바란 念을 담고 나아가는 것이다.
사격이 가지는 잃어버린 개념을 고찰하기 위해선, 반대로 현대 의념사회 이전에 사격을 살펴야만 한다. 총기란 처음 등장했을 때 인류에 혁명을 일으켰고, 이후엔 인류의 살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무기로써 자리 잡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간단했기 때문이다.
사격술이 깊이가 얕다고 폄하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본질적으로. 손가락을 당기는 것만으로 직선으로 탄환을 발사하는 이 무기는 인간으로 하여금 죄책감에서 벗어난 '편리함'을 주었다.
쇠가 살을 뚫는 감촉, 터지는 피에서 피어나는 동족 살해의 실감에서 느껴지는 죄책감과 무예에서 공격을 명중시키거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무기의 궤적, 품새의 모양새 등의 고민에서 벗어나 있던 것이다.
사격이란 본래 죽이고 싶은 대상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이며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깊은 의지가 담기긴 어려웠다. 편리하다는 것은 고뇌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고뇌하지 않는다는 것은 뜻이 깊지 않다는 의미이니. 총기란 결국 인류가 살상에 있어서도 편리와 효율을 추구하면서 개발된 무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 사격은 그런 편리함을 잃었다. 겨누고 쏜다 한들 쉽게 맞지 않고. 맞았다 한들 쉽게 죽지 않는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이제 차가운 납탄환의 효용성을 잃었다. 이제는 '의념'. 그러니까, 뜻을 담아야만 한다. 단순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으론, 안되는 것이다.
수 많은 몬스터 무리가 몰려오던 때에. 그저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을 까딱거렸을 뿐이라면. 역천은 발동했을까? 그럴리가 없다. 그 찰나의 순간 단 한발의 탄환을 발사하기 위해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엔 수 많은 의미가 담겼으니. 이주윤의 과거와 윤시윤의 현재가 겹쳐. 울고 울었던 회환이 겹쳐. 열등한 존재가 거대한 세상에 납득할 수 없는 반역심이 겹쳐.
그 탄환은 이루어졌던 것이다.
흑기사에게 쏘아냈던 찰나의 생명은 어땠던가?
그 한발에는 돈 지오테와 시온 바라타리아의 인생이. 그들이 세운 카하노 기사단의 이야기가. 소년 윤시윤과 '지오씨' 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시온의 생명을 불태우는 처절한 사투가. 이 모든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놓치지 않아, 담아서, 전하고자 했던 나의 의지가 결집되어.
그 탄환은 이루어졌던 것이다.
손가락을 한번 당기는 것으로, 오로지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라는 목적으로 설계된 살상기술은 작동한다. 마도처럼 다양한 응용력은 없고, 검사들이 그러하듯 무공처럼 여러가지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하다. 상대를 겨누고 쏜다. 그 간단하고 단축된 일련의 동작으로, 즉시 격발되는 고화력의 흉탄은 명중한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며 평등과 반역을 선사한다.
그것이 사격이 가지는 본질. 내가 깨달음 때에 제시했던 답.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상대를 겨누고, 손가락을 당겨, 고화력의 흉탄을 격발한다. 그러나 사격은 편리함을 잃었다. 나는 그 간단한 일련의 동작에서 수 많은 찰나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의 처절한 뜻을 담았다. 그렇기에 그 탄환은 고뇌하며, 내가 바란 念을 담고 나아가는 것이다.
직접 신체를 움직이고 기술을 연마하는 기존의 냉병기들은 그 자체가 어느정도 의념의 성장과 맞닿아 의념시대에 같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 간편한 총은 그럴 수 없었고 더 이상 편리해지지 않은 총을 연마하기 위해 의념시대 이전에는 그저 추상적인 개념이였던 상관없던 의지와 마음을 탄환에 깃들게 하여 총기의 기술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군요.(개인적 해석)(팝콘)
>>652 일단은 문맥적으로 그런 느낌? 캡틴이 전에 총기는 활보다 의념시대에선 더 약하다고 그랬잖아. 생각해보면 옛날 기준으론 웃긴 소리란 말이지. 결국 그렇단건 이 의념시대에서 무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의념 전도율이 기존에 너무 편리한 살상력을 보였던 총기에선 역으로 뜻을 담는다는 기술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게 원인이라고 추측했음.
성자 토벌 이후, 그대로 의식을 잃은 나는 예상 외로 오랜 기간을 쓰러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협회의 호출, 그리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특이한 게이트. 처리 하지 못한 일들이 그대로 손틈 사이로 빠져나가 산산히 흩어지고 있었다. 어찌저찌 미지의 탑에 입탑 하는것은 성공했지만-
" 좋지 않지. "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가오는 불안감을 억지로 털어낸다. 미래의 일과, 과거의 일 모두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듯 했다. 어머님의 진실과 특별반의 현 상황. 둘 모두가 그리 전망이 좋지는 않았기 때문일까? '지금 고민을 해봤자...' 해결되는 사항은 단 하나도 없었기에, 우선은 눈앞의 상황을 처리 하기로 마음 먹는다.
" 무력의 증명이라면, 나름대로 정석적인가 싶기도 한데 "
작게 혼잣말하며 1층의 시련을 되새긴 나는 턱수염을 매만지며 한적한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렇게까지 특이한 구석이 없어보이는,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마을에서 위화감을 느낄 때 즈음-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 오랜만입니다 알렌씨. "
바티칸에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며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이 막 입탑했다는 사실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