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입만 열었다 하면 인간 말살이나 정복을 외치니 일단 다무는게 좋겠다는 판단을 한 영희는 그대로 자기 할일 하러 깄다. 거리에는 여러 동물들(코끼리 포함), 유치원생들, 조선시대나 동화나라에서 온것 같은 옷 입고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거의 전부 다 목화고겠지.
그래도 전에 애기비이이임 소동 처럼 큰 옷을 가지고 질질 거리는 사람들은 없어서 다행이다. 유치원생 옷을 구비해 둔 것이 신의 한수인가...
예고 없는 버스킹을 마치고 끌려, 아니 데려가진 곳은 직장동료라는 그들의 스튜디오였다. 말이 스튜디오지 별의 별 도구들이 들어가 있는 흡사 창고처럼 보일 수도 있는, 큰 사무실 같은 곳이었다.
유리벽으로 분리된 녹음실도 있고 심지어 한쪽 구석에는 간이침대도 있어서 여기서 작업하며 숙식을 해결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우리 작업실에 온 걸 환영해, 이쁜아! 재밌는 거 많으니까 실컷 놀아!"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 알고. 볼륨 낮춰." "알- 았- 다- 구-" "누가 소곤소곤 하랬냐. 어련해, 아주."
익숙하게 들어가서 각자의 악기들을 내려놓고 떠드는 진과 그들과 달리 머뭇머뭇 들어가 고개만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으니 진이 다가와 선글라스를 휙 벗기며 말했다.
"바깥도 아닌데 이제 이거 끝!" "으악! 아 얼굴 가려야 한다고 씌울 땐 언제고!" "이제 안 가려도 된다니까- 아, 나 저쪽에서 영상 올릴 거 작업하고 있을게- 궁금한 건 쟤네한테 물어봐!"
늘 그렇듯이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낸 진은 저 안쪽에 파티션으로 구분된 구역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런 소란이 익숙한지, 드럼남은 바로 간이침대로 가서 눕더니 그대로 잠들었다. 딸깍딸깍, 마우스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나직히 울리는 그 안에 선글라스 없이 눈을 깜빡이는 나와 새로운 막대사탕을 까서 입에 무는 베이스남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는 사탕 껍데기를 구겨 쓰레기통에 휙 던져 넣더니 멀뚱히 선 나를 보고 말했다.
"내가 애 보는 재주는 없어서. 적당히 이 안에 있는 거 가지고 놀아. 고딩 쯤 되보이는데, 위험한 거 아닌 거 구분 정도는 하지?" "음... 넹." "그래. 냉장고에 너 먹을 만한 거 있으면 먹고."
말하는게 그렇길래 그도 자러 가나 싶었는데 소파로 가서 앉아 폰을 꺼내는 걸 보고 자는 건 아닌가 보다 했다. 뭐- 만난지 몇 시간 된 사람한테 뭔가 해주길 바라진 않았다. 적당히 시끄럽게 하지만 않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 사무실 안을 돌아다니며 진짜 별의 별 것들을 다 건드려 봤다.
온갖 종류의 피젯 스피너, 어떻게 돌리는 건지 모를 루빅큐브들, 두들긴 철판 같은 악기나 엄청 큰 소리굽쇠부터 엄청 작은 소리굽쇠, 작동 원리를 알 수 없는 와이어 피아노, 키보드 크기의 칼림바, 엄청난 양의 부자재, 비즈, 큐빅, 실링, 유리병, 건조된 풀과 꽃 등등...
보다보니 대부분이 악기거나 관련된 물건들이었다. 혹시 작곡 같은 걸 하는 걸까, 동료라고도 했으니.
그 악기들을 하나하나 뚱땅거려보고 큐빅통에 손을 넣어 휘저어보기도 하고 색색의 왁스를 한 번에 녹여 부어 그 위에 실링을 이것저것 찍어보다가 목이 말라져서 앞서 그가 말했던 냉장고로 갔다.
어울리지 않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라 어울린다 해야 하나 대용량의 커다란 은색 냉장고를 열자 문에 주르륵 꽂힌 각종 술캔들과 각양각색의 눕혀진 술병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홀린 듯 냉장고문에 꽂힌 술캔 하나를 꺼내들자 머리 위에서 쓰읍, 하고 제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꼬맹이, 네가 마실 건 그 밑에 있는 거다." "...칫."
작게 혀를 차곤 얌전히 아래에 있던 이온음료 캔으로 바꿔 꺼냈다. 그걸 들고서 위를 보자, 언제 왔는지 모를 베이스남이 손수 냉장고 문을 닫아주고 소파를 고개짓 했다. 순순히 가서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니 다시 맞은편 소파로 돌아온 그가 내려놓았던 폰을 들며 말했다.
"너 아까 노래 좀 부르던데, 배운 적 있냐."
절레절레.
"뭐냐. 그럼 독학했냐."
절레절레.
"배운 것도 아니고 독학도 아닌데 그 정도라. 그냥 두긴 아까운 실력이다. 제대로 배워보지 그러냐."
절레절레.
"너 고개 흔드는 것 밖에 못 하냐?"
절레절레.
"허."
그는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시원한 음료수만 쭉쭉 마셨다. 이후에 대화는 더 없었다.
나는 나대로 실컷 놀고, 당분도 섭취하니 노곤해져서 집에 가자고 할 때까지 잠깐 누워있을까- 했는데 참 타이밍 좋게 튀어나온 진이 소파로 오는 바람에 잠이고 휴식이고 끝나버렸다.
베이스남에게 잠깐 태클이 걸린 틈을 타 자는 척을 하려고 했지만 딱 눈 감으려던 순간에 걸려버려서 옆에 들러붙어 붕방대는 진에게 시달려야 했다.
"이쁜아! 저거 영상 하나만 올리기 섭한데, 우리 노래 한 곡만 더 부르자! 아니 두 곡, 아니 세 곡!" "아 왜 자꾸 늘어나요? 싫어요. 귀찮아요." "아잉- 이쁜아아아- 따악 한 번만 이 번마안-" "으에에엑... 싫어엇...!"
얼마간 하지 않겠다는 나와 딱 한 번만 해달라는 진의 실랑이가 오갔으나 결국 내가 져버리는 수순이었다. 너무 혹할 만한 대가를 제안해 왔으니까...
"...그럼 딱 세 곡 만이에요? 딱이다?" "모찌롱! 꺄악 우리 이쁜이 최고!" "히이이익-"
그러니까 얼굴이 찌부될 정도로 끌어안는 건 좀 삼가해 줬으면...!
"그런데요." "응?" "진 씨는 왜 맨날 나를 이쁜이라고 불러요?" "음-" "이름 알려줬잖아요." "으음-" "왜 그러는데요?" "음! 있지! 나 이름이랑 얼굴을 매치 못 하거든! 이름을 기억하면 얼굴을 까먹고, 이름을 까먹으면 얼굴을 기억해!" "그게 뭐에요." "히히, 뭐 그런게 있단다-" "뭐야아, 재미없어."
태오는 이따금, 몹시도 불쾌한 망상을 꿀 때가 있었다. 이것을 꿈이라고 통칭하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다운 단어고, 악몽이라기엔 거창한 일상이었으니 망상이라 함이 옳았다. 눈을 감으면 수십, 나아가 수백의 입과 눈이 허공에서 제멋대로 흘기고 떠들며 자신에게 잣대를 내밀었고, 그렇다고 눈을 뜨면 세월이 흘러 하루만큼 늙어간다. 이것만큼 끔찍한 망상이 세상 어디에 또 존재한단 말인가? 차라리 혼몽하기라도 했다면 그 사이 애매하게 불쾌한 선에 걸쳐 살기라도 했을 테다.
하지만 언제 세상이 그런 걸 허락이라도 했나? 혼몽은커녕 눈 뜨자니 금방이라도 사신과 눈 마주치듯 바깥 세상 살벌하고 눈을 감자니 이번 숨이 마지막임을 직감한 시한부처럼 여한이 몹시도 남는다. 태오는 갈팡질팡 오갈 곳 없이 몽중의 옅은 능선을 굴곡지게 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 빌어먹을 망상, 염병할 삶 같으니라고. 태오는 이불 속에서 눈을 뜨며 생각했다. 또 나는 하루 늙었다!
아니지, 하루 또 연명하였다!
대체 이 지긋지긋한 명운의 바퀴는 언제쯤 구르길 멈출 심산인지. 오늘도 잠들지도, 깨지도 못하는 삶에 놓인 태오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껴안고 곤히 잠에 든 품 속에 파고들었다. 그나마 지금은 망상이 아닌 삶을 살아보라는 듯 포근한 감각이 영 석연치 않다. 태오는 잠이 쉬이 오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으며 고개를 더 파묻었다. 옅은 향수 냄새, 그리고 앎싸한 비누 내음과 깔끔한 섬유 유연제의 냄새. 태오는 온전히 눈 감고 무의식으로 떨어지기 전 생각했다.
당신 없이는 이마저도 악몽이다. 나는 이 감각이 몹시도 싫다. 당신도 그냥 남들처럼 나를 툭 밀어놓고 방관하며 눈 감을지 말지로 내기하면 될 것을 굳이 날 길들이고자 하는 심보가 못돼처먹었다. 심상의 소리에 귀 기울여 좋은 꿈 곤히도 꾸는 걸 알아내니 두 배로 당신이 악독한 사람임은 알겠다.
그렇다고 길들여질까 보냐. 나는 날 길들이고자 이리도 손 뻗고 온기 내어주는 당신을 언젠가 찔러 죽여버리든 할 테다.
태오는 한참을 홀로 생각하다 다시금 잠에 빠져들었다. 우글거리며 제각기 평론할 주둥이와 손아귀 없는, 그나마 가시를 덜 세울 수 있는 고요한 무저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