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중 웹박수 문의 시, 오너(—주) 기입 필수. 오너 이름 미기입 시 외부 문의로 알고 무응답으로 대처합니다. (외부인 개입 안 받습니다.) *자신의 캐릭터가 영구 상해 및 사망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간 불화가 오너 간의 분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편파 주의. *‘전야’ 챕터부터 시작합니다. *1회 성장 후 대립(감사대 VS 악귀). *패배 진영은 몰살 엔딩입니다.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D%99%A9%EB%9F%89%EC%9D%BC%EC%B7%A8%EB%AA%BD *시트어장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7046968/recent *선관 및 임시어장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7046875 *황량몽상점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5Y1oyNuo-nzGt33MNgcVT78eNyT-pTiBIkGwF_NAsA/edit *황량일취몽 코인시트 :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aHPH2oXx_yBYyxXNqjVFMPFlz2hAMWK1MKNKsWM3fU4/edit *웹박수 : https://gforms.app/p/aKb3u0l *전판 주소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7047211/recent
귀청을 울리는 뇌성과 함께 별안간 눈앞이 새하얘졌던 것은 하늘에 내려친 낙뢰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주먹 때문이었을까. 뺨이 얼얼한 것을 보아하니 후자임이 분명했다. 느닷없는 폭력에, 일어선 랑샤를 올려보는 진경의 얼굴은 화가 나 보이지도 억울해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아있던 그녀 못지않게 섧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아래쪽 반달눈이 조금 누그러져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선배도 성격이 참 꼬였네. 위로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어느샌가 누님이라는 호칭은 쏙 들어가, 그녀를 선배라 딱딱하게 부르고 있었다.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난 진경은 자세도 제대로 잡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오늘은 별로 싸울 기분이 아닌데."
진경은 위에서 아래로 날아드는 그녀의 주먹을 피할 생각 않고, 왼팔을 들어 공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묵직한 피격감에 팔이 저려왔다.
"그래도... 이런 것으로 선배의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면, 제대로 상대해 줄게."
공격을 받아낸 팔로 그녀를 밀어내고, 한걸음 물러나 봉을 가로로 휘두르는 중에도 어디를 노려야 마음이 덜 불편할지를 속으로 재는 진경이었다.
스윙 .dice 50 150. = 101 다음 턴, 랑샤의 회피 다이스 결괏값 +20 / 진경이 받는 대미지 +10
악의 없이 뱉는 말들이 죄 독설이라했다. 그곳에 정말 악의란 한 점 없었을까? 사심 만무하다 단언할 수 있을까? 지금 이 꼴을 보고도 그리 말할 수 있어, 위 랑샤? 눈앞 상대의 팔과 맞붙은 주먹 끝자락에 힘이 빠졌다. 무표정한 낯이 그늘 밑에서 침체되어가고 있었다. 출신은 미아 빈도수 세계에서 으뜸인 몽중 구피아에, 지금은 또 실습이나 현장 지원 나간다했다하면 최전선을 맡는 선경 고교 재학생. 랑샤의 삶은 방황과 상실이 미로처럼 길을 터 얼기설기 뒤집어져있었다. 투정도 못 부리는 게 랑샤 정도면 구피아 출신 중에선 평범한 축에 속했고, 선경 고교야 늘 그랬듯 사건 사고가 많으니 그것 또한 그 세계 안에선 평범하다는 카테고리 속이었다.
생과 사의 경계가 모호하고, 죽음의 무게에 셈이 가능해지며, 망자가 희롱당하는 세계에선, 그게 평범했다. 첫 흉수 사냥을 나갔을 적과 입학 후 첫 사상자를 목격했을 때의 충격과 당장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의 지닐 충격을 비교하면 새삼 처참해진다. 우와⋯⋯ 진짜 싫다⋯⋯. 랑샤의 생각이 거기까지 가닿았을 시점엔 스스로가 못내 싫어졌다. 따라서 그런 행동을 했으리라. 진경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주는 것. 자책이라도 하고 싶었나. 복부를 맞고 그대로 뒤로 넘어진 채 대자로 드러누웠다. 일종의 항복 선언. 하늘은 여전히 짐승처럼 울고 있었다. 풍경을 가만 지켜보며 숨을 고르다 입을 연다.
"사실 랑샤도 그닥 싸울 기분 아녔어. 잡초 군이 이겼단 소리야. 뛸 듯이 기뻐해도 좋아. 근데 마지막처럼 마음 약하게 먹으면 실전에서 잡초 군 죽어."
장난기 싹 뺀 낯짝으로 말해봤자 하나도 웃기지 않았지만, 애초에 그런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비가 후두둑 한 방울씩 늘어나기 시작하고, 벼락이 쳤다. 자연한 수순으로 바람과 번개를 다루는 유명인사, 천성이 떠올랐음이다.
"근데 의지 하난 쓸만해. 꼭 천성 같아. 오초사 토벌 당시 가장 강하기로 유명한 건 아녔어도, 가장 끈질기기로 유명했거든. 침성 리 슈란 알지, 그 사람 스승이라서 그런가? 셋이 닮았어, 좀."
외적으로는 전원 닮았다 일컬음은 결단코 불가했지만, 의지, 독기, 끈기, 끈질김, 불멸⋯⋯. 그러한 단어들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들에게 있었다. 해서, 랑샤는 말할 대상을 진경으로 골랐다.
이번 선경 고교에서 개최되는 빅 이벤트, 깃발 뺏기.
"⋯⋯랑샤는 몽중 구피아 소속이야. 구피아들은 대체로 감이 좋아. 험준한 길을 찾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발달한 거거든. 이번엔 감이 좋지 않아."
서두를 떼는 얼굴은 무감해도, 새카만 눈빛 하나는 예리하게 날이 벼려져있었다. 간혹 이럴 때가 있었다. 아주 불길한 예지 비슷한 감각. 구피아 출신들이 길잡이 역을 자주하는 이유가 있다(특히 트랩 쫙 깔린 루트를 갈 때 이들의 출신은 크나큰 메리트가 되기도 한다). 감이 틀렸으면 좋겠지만⋯⋯.
"잡초 군, 지금 이겼잖아. 서글픈 패자를 위한 부탁 하나 쯤은 들어줄 수 있지?"
눈을 감고 스쳐 지나간 인연들을 생각했다. 이윽고 눈을 뜬다. 여전히 영문 모를 새카맣고 동그란 눈. 역시 그래도 악의는 없다. 비로소 확신.
"이번 깃발 뺏기에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천화라는 애 좀 지켜줘. 내 소꿉친구야. 새우 백 개 사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