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꺼져 있는 컴퓨터, 천으로 가려져 있는 7개의 커다란 유리관, 알아보기 어려운 여러가지 복잡한 자료들과... 'chip' 이라고 쓰여 있는 자료.
리라의 시선은 가장 먼저 유리관에 닿는다. 천을 굳이 걷어보지 않아도 저 안에 뭐가 있을지는 명백하다. 15주년 때 봤던 그 바이오로이드. 그런 것들이 들어있겠지.
"......천 걷으면 일어난다거나... 그러진 않겠지?"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장치들이라니. 물론 인첨공은 공상과학 영화보다 더한 환경을 자랑하긴 하지만... 어쨌든, 좀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미리 터뜨려 놓기라도 해야 하나? 기계는 늘 오작동을 일으키니까, 연구소 파손에서 받은 데미지가 뒤늦게 폭발을 일으켰다... 그런 시나리오라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리라는 잠시 관들을 노려보다가 'chip' 이라고 쓰인 자료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컴퓨터가 놓인 곳으로 다가가 전원을 켜고, 모니터에 불이 들어올 때까지 자료를 읽고자 서적의 페이지를 넘겼다. 알아볼 수 있을까?
...슬슬 생각, 다시 해도 되나? 조사하려면 기본적으로 생각은 해야 되잖아. 아니면 물건 싹 털어서 가져가서 조사해보던가 그럴 수밖에 없을텐데. 아, 애초에 지금 생각하고 있네! 그런 상념이 다시 시작되던 찰나, 귓전에 울린 서연의 목소리에, 새봄은 활짝 웃으며 평소같은 모습으로 명랑하게 대답했다.
"서형도요!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히히. 자, 여기 물 마셔요!" 새봄은 오늘도 빵빵한 배낭 한 켠을 뒤적이다, 텀블러를 꺼내 숨을 몰아쉬는 서연에게 건넸다. "엄청 빡셌죠~ 이제 오맨들 박사님도 없으니까 마음껏 털어봐요!"
근데 웬만한 건 서형이 다 만져보면 좋겠는데? 어디보자, 난 뭘 해볼까... 새봄은 서연이 컴퓨터를 확인하는 사이, 지도로 가까이 다가가, 수첩에 지도에 적힌 표식들을 하나씩 배껴 그린 뒤 찬찬히 살펴보며, 인첨공 전도와 비교해가며 표식과 일치하는 지역을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지도에 다른 특별한 점은 없는지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러는 동안, 서연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감사 인사와 함께 텀블러를 받으려다 새봄이가 지은 별명에 빵 터져 버린 서연이었다. 물을 마시기 전이라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노트북에 물을 뿜고 말았을지도. 오맨들씨, 수박 영감보다 훨씬 나은데?
기분 좋게 웃은 건 웃은 거고,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방 안의 집기를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재떨이, 흡연자군. 박하사탕 통, 사탕 취향은 나랑 언니랑 비슷하네. 책상, 책장, 옷걸이, 창 밖으로 보이는 네모반듯한 건물들... 뭔가 더 조사를 한다면, 책상 서랍과 책장 정도일까? 빨리 조사를 마치려면 이 방 전체에 시야가 닿는 물건(옷걸이나 창문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에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캐내는 것도 방법이겠고...
딴에는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새봄이가 컴퓨터를 확인하는 대로 지도도 봐 달란다. 인첨공의 지도인 모양인데, 뭔가 표식들이 박혀 있다? 저 표식들의 의미가 뭘까.
" 응. 여기서 캐낼 수 있는 건 다 캐내자. 난 그거 원툴이니까 ㅎㅎㅎ "
마음 같아선 이것들을 모조리 가져간 뒤에 느긋하게 조사하고도 싶다만, 그랬다간 빼박 절도죄가 될 테니 여기서 끝내야겠지.
박사의 별명이 허를 찔렀는지 저항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서연을 보고 새봄도 따라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아, 서형 웃기기 너무 재밌어. 너무 오랜만이야! 그러는 와중, 서연이 컴퓨터 뿐 아니라 방 안의 집기들까지 면밀히 살피는 모습에, 새봄은 내심 감탄했다. 서형, 주도면밀해! 사이코메트리니까 작은 소품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구나. 하긴 오맨들 박사님이 자주 만지작거리는 걸 만져보면 정보가 은근 나올지도!
"오~ 엄청 믿음직스러워요! 형이랑 같은 방 들어와서 엄청 든든해요, 히히. 저도 뭔가 수상하거나 오맨들 박사가 자주 만지작거린 것 같은 거 보이면 형한테 갖다줄게요~."
"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너네들이 다 부수려고 하는 심정 이해한다고. 근데 그러면 안 된다고. 다 부순다고 쳐봐, 그럼 그 이후에 여기서 살던 아이들은 어떻게 될 건지는 알고 그러는 거야? 어떤 피해를 당할지도 모르고? 너네들의 그 분풀이가 또 무고한 학생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고려는 하고 행동하는 거야? 너네들이 걔네 다 책임질 수 있어? 걔네들도 우리처럼 속아서 온 아이들인데? 설마 걔네들까지도 인첨공의 체제를 지지하는 속족들이라고 보는 건 아니겠지? "
" 민우야. 왜 너네들에게 동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 체제의 수호자로 보는 거야? 우리도 인첨공 싫다고. 그래서 예전과는 다른 인첨공으로 바꾸겠다는 거잖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안 받아들이지. 근데 너네처럼은 안 해. 너네는 단지, 자유라는 명분으로 인첨공을 다 깨부수는 거지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명분으로 인첨공을 예전과는 다른 더 행복하고 깨끗한 곳으로 만드려는 거야. 배경을 고려해도 누가 더 옳은 건지는 잘 알지? 아, 옳고그름을 따질 판단이 되었다면 리버티는 안 했겠지. 너네 지금 완전히 돌아 있으니깐. "
" 너네는 아무리 얘기해도 설득 안 돼. 어차피 우리랑 싸울 녀석들이야. 어차피 서로 먹히지도 않는 불행팔이와 신념팔이는 그만하고, 이해득실에 대해 말해볼까? "
서한양은 자리에 앉고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 인첨공의 이사가 겨울 내로 리버티에 동조한 퍼스트클래스를 죽이지 않으면 모두들 폐기시킨다고 했지? 그 대상이 누굴까? 너 애인 신아라잖아. "
"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될 것. 왜 겨울일까? 간단해. 제로의 모든 연구가 끝나는 기간을 넉넉 잡아서 겨울까지 잡은 거야. 어차피 잡아도 모두 폐기되고, 제로로 대체될 운명이라고. 그럼 여기서 문제.. 제로의 연구에는 뭐가 필요할까요? 바로 퍼스트클래스들의 전투데이터야. 내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신아라는 아직 추출이 안 됐거든? "
" 그렇다면 신아라의 데이터가 뽑히는 순간 기한은 겨울에서 훨씬 당겨질 가능성이 높지. 그렇게 되면 너가 그토록 싫어하는 윗대가리들의 바람대로 이루어지는 거잖아? 퍼스트클래스들을 대체할 '진짜 병기'들을 만들었으니깐. 현재의 핵심은 '신아라의 데이터가 뽑히면 안 된다.' 이거야. "
" 너, 우리랑 싸우기 싫지? 우리들도 지금은 너네랑 싸우기 껄끄러워. 괜히 싸우다가 그림자가 어부지리로 데이터를 뽑아가서 윗놈들이 추진한 계획인 더 가속될 확률이 높거든. 우리끼리 싸워서 지친 틈에, 그때 웨이버를 콱. "
" 이제 어떤 녀석들을 우선적으로 없애야 되는지 그림이 그려지냐? 그림자부터 없애야 돼. 그 녀석들의 계획부터 막고나서 인첨공을 부수고 말고를 운운하지 그래? 괜히 우리랑 싸우려고 하지 말고. "
" 그렇기에 말하지. 저지먼트 부장의 대리로, 리버티 측에게 일시적인 정전협전을 제안한다. 너네들이 세은이의 영입을 포기하고, 일시적으로 테러활동을 중단한다면 우리는 너네에 대한 대항활동을 멈춤은 물론 그림자를 잡는데 협조할게. 우리들끼리 맞짱은 그림자부터 잡고서 뜨자고, 응? "
놀랍군. 태오는 짤막히 생각했다. 놀랍다. 저렇게까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아니라, 저렇게까지 편협한 것들이 리버티에 모여 앞으로 쭉 저지먼트를 방해하고 뜻을 밀고 나갈 것이라는 암담한 현실이 놀랍다. 지식인이 가장 먼저 목매달아 죽는다는 말이 이 뜻이로구나! 태오는 노이즈 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거, 분명 내가 아무런 말을 안 하면 '봐, 너도 할 말이 없잖아.'를 꺼낼 것이고, 말을 하면 '너는 관심 없다며.'를 끝까지 밀고 나가겠지.
"없애서 뭘 할 건가요……. 당장 너희 단원 통제 하나 하지 못하는 주제에…… 바깥에 그 많은 사람들을 풀어 뭘 하게요. 국가 전복? 용산이라도 엎을 생각은 아니길 바라죠……."
태오는 이곳이 부실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담배가 피우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앞날이 없다. 저것들에겐 한치의 앞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것도, 당장의 파괴 외엔 존재하지 않는다. 들어먹을 의지도 없어 보인다. 하여 태오는 이들을 가여이 여기고자 손목을 두드려 이어셋을 켰다. 연구소로 향한 학생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그래서 민우 학생……. 너를, 나아가 리버티의 모든 위크니스를 가여이 여겨주기라도 할까요?"
오, 말도 안 되는 소리.
"명분은 이미 그쪽에서 먼저 세웠죠. 아린이 죽여버리겠다 겁박하면서 개소리 듣지 않는다 하니 전화로 왜 우릴 안 봐주냐며 너희가 뭘 아냐고 다 때려 부술거라 선포하며 찡찡대던 것들이. 할 말은 다 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 어련하시려고, 내 할 말을 굳이 안 해도 주변에서 다 알아듣는데, 그쪽이 유달리 눈치가 없는 듯하여 하나하나 해석해줄 뿐이지요."
태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으며 제 손톱에 시선을 두었다. 정갈한 검은색 네일을 가만히 보는 모습이 평온했다.
"어찌, 그나마 남은 사람마저 적으로 돌려서 스스로 고립하는 주제에 뭘 더 이야기 해줄까요. 너희가 괴로웠느니 애기하는 건 괜찮지만, 남까지 같은 존재로 떠미는 것에 어찌 동조를 해줄까요. 그리 이야기 하여 벽 치는 주제에…… 이것 보라고, 결국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너희도 그렇지 않느냐 하고, 등 돌린 이유를 본인에게서 찾지 않고, 놀랍군요, 그 입장이 되지 않으니 이해하지 못하노라 스스로 벽 쳐놓고 남에게는 왜 우리를 봐주지 않느냐며 소리지르는 꼴이 보기 좋아요. 이제 남은 건 하나겠군요. 꼼짝 마, 남은 아이들이 죽으면 퍼스트클래스도 죽어. 너희는 그런 걸 바라는 거지? 그럴 줄 알았어, 너희도 똑같아. 뭐 그런 쪽……."
"세은이를 노리던 디스트로이어도 그렇고, 위크니스가 눈 돌아가 어린아이를 죽여버리겠다 소리 치는 것이 되어버린 레드윙도 그렇고, 그 이외 동조하는 모든 것들도 그렇고. 따지고 보면 죄다 은우 앞길에 방해되는 애들이잖아요. 그렇지요? 왜, 너무하셔서 죽이고라도 싶어지나. 그래서 세은이 무력으로 뺏어가고 싶고…… 웨이버를 목화고에 부르고…… 적당히 다른 리버티가 이 대화 듣게끔 회신 열어놓고. 그렇지요?"
태오는 눈을 휘었으나 보이지 않았다.
"멀쩡히 잘 살고 있던 바깥 출신 녀석들에게…… 어른들도 버거울만치 중한 일을 죄다 맡겨놓고는 이젠 알아서 해결하라며 제멋대로 날뛰고는 그 짐을 짊어진 우리가 왜 짊어졌느냐, 이해하지 못하지 않느냐, 그 모든 것이 잘못이라 하는데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란 말이 너무하기라도 하시나. 양심도 없군. 스트레인지의 스킬아웃 녀석들도 이렇게 양심 털어먹진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쪽은 목숨으로 갚기라도 했지."
너희는 목숨으로 갚지도 못하고 되려 협박하지 아니하던가?
"너희가 그 입장이 되지 않아서야, 퍽 우스워. 너희도 다르지 않아, 너희도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서 몰라……. 왜 안 됐다고 단언을 하지? 내 굳이 돌려 말하지 않고 너희 편협한 세상에서 산 나머지 스스로 보는 세상이 모든 것이라 믿는 태도에 질려서 학을 뗀 나머지 입 닫고 있는 거라고 명확히 얘기를 해줘야 알아듣나요? 인간이란 본디 저렇게 생각하는 족속들만 모여있노라 그 표본을 만드는 부류에게 미래를 맡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실로 역하고 번잡스럽기 짝이 없으며 이런 것들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의 생각이 아둔하여 앞날이 어둡다고 얘기를 해야 알아듣는다면 그리 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금 말해두는데, 우리 앞에서 명분 얘기하지 말아요."
알 걸 다 아는 새끼가 꼭 저렇게 명분 얘기를 하지. 태오는 여전히 속내 읽으려 들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멈췄다.
웃음이 잦아들고서야 물을 넘길 수 있었다. 한모금 넘기자 갈증이 도리어 심해지는 게 목이 많이 말랐나 보다. 그런데도 자각을 못 했던 건 오맨들씨의 능력에 당할까 봐 내내 긴장했던 탓일까. 그렇게 긴장했던 게 무색하게 하마터면 당할 뻔했으니 수박스러운 일이다. 선배는 괜찮았을지... 걱정됐지만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조사에 집중해야 한다. 은우 선배가 오맨들씨 데려갈 때까지 별 이상 없어 보였으니까. 큰일은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