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어제는 누가 죽었답니다. 그제는 어느 연구소가 발칵 뒤집어졌고요. 오늘은 옆 랩실 연구원이 길 가다가 벽돌로 머리를 맞을 뻔 했다는데요. 세상이 이토록 흉흉합니다. 연구원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자판기 앞에서 마주친 또 다른 연구원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던 정인은 태그한 id카드를 인식하고 불이 들어온 자판기의 버튼을 눌렀다. 캔커피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굴러 떨어지면 멈출 줄 모르던 일방적 수다도 잠시나마 끊긴다. 그 틈을 놓칠새라, 허리를 숙여 음료를 꺼내든 정인은 그제서야 줄곧 뭐라고 말을 이어가던 동료 연구원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제는 누가 죽었고, 그제는 어느 연구소가 발칵 뒤집어졌으며, 오늘은 옆 랩실 연구원이 길 가다가 벽돌로 머리를 얻어맞을 뻔 했다고. 세상이 이토록 흉흉한데 나의 의견은 어떻느냐고? 무심코 실소를 흘린 그는 어쩐지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동료 연구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캔커피의 뚜껑을 땄다.
"인첨공이 언제는 흉흉하지 않았다고 그러십니까."
정말이지 멍청한 질문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했다고 한들 맑은 날만이 지속될 수는 없다. 정인은 유난히 어둑한 회색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물줄기를 응시하다가 가방을 뒤져 휴대용 우산을 꺼냈다. 습기 가득하고 서늘한 가을 공기가 뼛속을 스미자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얕은 입김이 검은 허공에 흩뿌려지고 끝에는 들릴 듯 말 듯 한 욕설이 따라붙는다. 날씨 한 번 X같네. 자동우산의 버튼을 누르면 방수포가 공작새의 꼬리털처럼 힘껏 펼쳐진다. 빌어먹을 연구소 같으니. 요즘 때에 지하 주차장 없는 건물이 말이나 되나. 검은 신발 끝에 둥글게 고인 물방울을 응시하던 그는 이윽고 우산을 쓴 뒤 연구소 중앙 현관을 나섰다. 물기 잔뜩 먹은 계단참은 몇 개 되지도 않는 주제에 얼음이라도 낀 것처럼 미끄럽다. 그래봤자 매일 다니던 길이니 미끄러질 리는 없지만.
빠앙.
미끄러질 리가 없지만. 정인은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을 뻔 한 몸을 겨우 바로잡고 정문을 바라본다. 철조망 둘러진 담벼락과 철문 너머, 우중충한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서 거의 보이지도 않는 검은색 세단이 전조등을 깜빡이며 서 있었다. 어떤 미친놈이 이 좁은 길에서 클락션을 울려대나. 아니, 그것보다 저기서 저러고 있으면 내가 못 나가는데. 우산 위로 쏟아지는 물방울의 무게까지 합해져서 조금 전보다 더 묵직한 한숨이 턱을 타고 흐른다. 정인은 홀로 빛을 발하고 있는 차의 얼굴을 가만히 노려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여기 차 세우시면 안 됩니다. 차 빼세요."
똑똑똑. 마른 손가락이 운전석의 창문을 정확히 세 번 때렸다. 그리고, 정확히 마지막 노크가 끝나기 무섭게 유리창이 내려간다.
"......" "......표정 봐라." "이런 X발." "아니, 야! 얌마! 너 왜 전화 안 받아!" "우리가 전화로 하하호호 수다나 떨 사이입니까? 예? 안 받는다고 찾아올 사이에요? 미친놈, 여기가 어디라고. 빨리 차 빼요. 보안실에 연락하기 전에." "윤정인아. 나도 너랑 얘기하기 싫거든? 근데 좀 중요한... 아, 멈춰보라고! 소장님 이야기라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너저분한 뒷좌석과 치웠는데도 지저분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조수석. 정인은 엉망진창인 바닥에 비해 비교적 멀쩡한 조수석 시트에 빳빳하게 앉아 와이퍼가 돌아가고 있는 앞 차창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옅은 담배 냄새가 기분 나쁠 정도로 익숙하다.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긴 후 재정차했지만, 차체 위로 보다 거세진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는 것에 비해 차내는 어색한 침묵만으로 채워져 있었다. 정인의 눈동자가 운전석에 앉은 시현에게로 돌아간다. 핸들에 반쯤 몸을 걸쳐 놓은 꼴이 숨 죽은 빨랫감 같다.
"3분 지났습니다." "그걸 또 세고 있네... 알았다."
끄응, 하고 몸을 일으키면 흠뻑 젖은 청회색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어깨를 적신다. 시현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마른세수를 하더니, 이내 정인을 마주보았다.
"혹시 연구소 닫은 이후로 따로 연락 받은 거 있냐." "있겠습니까?" "아 좀... 내가 알아? 니가 알지? 그래서 물어보잖아." "정확히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연락 받은 걸 묻는 겁니까? 소장님 가시고 나서는 기자들한테나 좀 받았고. 연구소 문 닫고 나서 한 달쯤은 몇몇 선배들이 연락해주시더군요. 그 뒤엔 싹 끊겼지만요. 최근엔 엄시현 씨가 두 번. 그 외에는 없습니다." "선배들 누구?" "엄시현 씨도 다 아는 분들. 이건 왜 묻죠?" "그 사이에 소장님 이름 대면서 너 찾는 인간들은 없었어? 8년 전 말고 최근에는?"
정인은 마주본 회색 눈동자를 가만히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었다면 좋았겠네요." "없었다는 거지. 알았다. 다행이네." "끝났습니까?" "아니. 하나 더. 8년이나 지났으니 앞으로도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연락 오면 모른 척 해. 엄시화 소장. 그런 사람 모른다고." "내가 왜?" "그래야 네가 멀쩡하게 사니까."
담배 냄새 밴 차내에 습기까지 어리니 공기가 말할 수 없이 갑갑해진다. 와중에 깔린 침묵은 불편한 감각을 가중시키니, 수중도 아닌데 딱 익사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멀쩡하게 사니까. 멀쩡하게... 사니까.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가 어쩐지 친숙하게 느껴져 참을 수 없이 역겹다. 정인은 소름이 돋은 팔을 반대 손으로 박박 문지른 뒤 시현을 재차 노려본다.
"......살인자에게 이런 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만." "......" "내가 멀쩡하게 사니까? 내가, 멀쩡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까? 그러면 그러질 말았어야죠. 잘 살고 있던 사람 앞길 다 조져놓은 건 다름 아닌 당신입니다." "하..." "당신이 시화 소장님을 죽이지만 않았어도 나는, 시즈는 여태껏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을 거라고요. 어쩌면 지금 이름 드높은 몇몇 대형 연구소들과도 어깨를 견줬을지 모르겠네요. 아니, 반드시 그랬을 겁니다. 당시에 우리가 쌓아올려 나가던 성과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기억합니까?"
"아, 솜털도 안 빠진 어린애들 피 한 방울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갈아서 쌓아올린 성과?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웠냐? 너는?" "왜 당신은 아닌 것처럼 굽니까? 최대 수혜자가 당신 아니었나요?" "아닌 것처럼 구는 게 아니라 X발 나는 그랬던 적이 없어요, 정인아.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다고! 엄시화가, 누나가 연구소 문 열고 제대로 연구와 커리큘럼이라는 걸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다고!" "그래서 시화 소장님 죽이고 자리 꿰찼습니까?"
쾅! 핸들을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와 동시에 차체가 울렸다. 두 사람의 말이 멎자 세상을 채우는 건 거센 빗소리 뿐이다. 시현의 주먹이 파르르 떨리다가, 풀어진다.
"넌 대체 왜 내가 내 가족을 죽였을 거라고 생각해. 어?"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다면서요? 8년이나 지나서 기억이 흐려지셨나 본데, 당시 상황 다시 읊어드립니까?" "......됐다. 내 입만 아프지. 너 그냥 내 말만 기억해. 그런 연락 오면 씹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할 말 끝났으면 이제 저도 좀 묻겠습니다. 몇 년 간 코빼기도 안 비쳤으면서 이제 와서 자꾸 연락하고 찾아오고 참견하는 이유가 뭡니까?"
풀어진 주먹이 다시 쥐여진다. 시현은 차오르는 울화를 가까스로 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말했지, 나는 전혀 자랑스럽지 않았다고. 근데 몇 년 만에 겨우겨우 근황 안 후배 새끼가 엄시화 하던 짓 그대로 따라하면서 살고 있는데 신경이 안 쓰이겠냐?" "끈 떨어진 말단 신세라 소장님 발끝에도 못 미치고 있는데 무슨. —......근데 그건 어떻게 아는 겁니까?" "......뭐가." "내가 뭘 하고 사는지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요."
툭. 툭. 툭. 빗줄기가 규칙적으로 차창을 때린다. 정인은 상대의 말아쥔 손과, 흐트러진 매무새를 하나하나 훑다가 차 문을 열었다. 다소 멀게 느껴지던 빗소리는 고작 문 하나 열었다고 보다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우산도 채 펼치지 않고 젖은 아스팔트를 딛는 구둣발 소리가 다급했다. 어깨가 젖어들 찰나, 한발짝 늦게 우산을 펼친 정인은 천천히 몸을 틀어 다시 차 안에 앉아있는 시현을 바라보았다.
"이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마십시오. 나한테도, 내 성과에도 신경 꺼요. 당신이 이쪽 연구소 일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 담당 학생'은 '내가 쌓아올린 성과'라는 겁니다. 여기에 당신이 손댈 수 있는 곳은 없어요."
발끝이 젖어든다.
"알았으면 꺼져요. 위선자면 위선자답게 구석에서 숨죽이고 살라고요. 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갈 겁니다. 소장님을 위해서라도."
차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검은 머리를 틀어올린 인영이 저 멀리 사라진다. 시현은 그런 정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잘게 욕설을 씹어뱉곤 자리를 떴다.
—다음 뉴스입니다. 지난 밤 11시 30분 경, 3학구 목화고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승용차와 화물 트럭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3학구 안티스킬 본부에 따르면 트럭 운전자는 발견 당시 의식이 없었고, 체내에서 마약성 진통제 성분이 다량 검출되었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호흡 곤란으로 사망했다고 밝혀졌습니다. 한편 승용차 운전자는...
"연구원님, 그거 아세요? 지난 밤에 학교 앞에서 사고 났대요." "네. 뉴스 봤습니다. 설계도는 다 그렸습니까?" "아, 여기요."
각종 건축 관련 서적과 아직은 조금 서투른 도면, 그리고 연산식이 적힌 종이. 리라는 도면과 연산식이 적힌 종이를 정인에게 내밀고는 확인이 끝날 때까지 책상 위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고했습니다. 정리하고 귀가하세요." "네... 아, 연구원님. 잠깐만요."
정인의 고개가 리라를 향해 돌아간다. 순간적으로 목구멍이 막히는 듯한 감각마저 들었지만, 리라는 마른침을 삼킨 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간다.
"저희 다음주 커리큘럼부터 다시 전기자극 커리큘럼이 있더라고요." "그래서요." "......그거 빼면 안 될까요? 아니, 말하기 전에 제 얘기부터 들어주세요! 빼자고 하는 근거가 있어요!"
가방을 뒤적여 a4파일 하나를 꺼낸 리라는 그 안에 놓인 출력물을 정인의 눈 앞에 펼쳐놓았다. 그리고 부러 상대의 얼굴을 마주보지 않은 채로 재빨리 말을 잇는다.
"이게 전기자극 커리큘럼 추가 전 속도, 이게 추가 후 속도잖아요. 몇 주 차가 됐는데도 속도에는 변함이 없어요. 연구원님이 측정하고 뽑아주신 거니까 이미 알고 계시죠?" "......" "부작용 문제도 커요. 이거 하면 어지럼증으로 며칠 날리잖아요. 그래서 그 다음 커리큘럼이나 일상생활에 지장 주는 경우가 많았고요. 게다가 최근에 과연산 한 뒤로 더 심해졌고... 저지먼트 일로 4학구 갔을 때, 연산 후유증으로 두통이랑 피눈물이랑—" "그래서, 하기 싫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더 안 깎일 계수를 이 루틴으로 겨우겨우 깎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아니," "이리라 학생은 이 이상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겁니까? 요즘 갈수록..." "아뇨! 하고 싶죠! 근데 이건 별로예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 같다고요." "그건 학생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연구원이 판단하는 겁니다." "왜 아니에요? 받는 건 저인데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은 거예요? 불편하다고요. 이유 없이 이러는 것도 아니잖아요."
정인의 눈동자가 리라가 내민 출력물들로 향한다. 아주 완만하게 하향선을 그리고 있는 계수, 반대로 완만하게 올라가고 있는 순위. 상위 2-3퍼센트의 엘리트. 당장 연초의 레벨을 생각해보면 실로 괄목할 만한 성과다.
- 연구원은 능력자에게 있어서 완벽한 브레이크가 되어야 해. 허락 없이 허튼 짓을 하지 못하게, 온전히 복종시켜서 이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해. 그게 인천첨단공업단지에 발 붙인 연구원의 의무야.
- 내가 말했지, 나는 전혀 자랑스럽지 않았다고. 근데 몇 년 만에 겨우겨우 근황 안 후배 새끼가 엄시화 하던 짓 그대로 따라하면서 살고 있는데 신경이 안 쓰이겠냐?
"......" "하기 싫어요." "알았습니다." "어?"
내가 뭘 잘못 들었나? 리라의 얼굴에 물음표가 크게 찍힌다. 정인은 그런 리라를 바라보다가 먼저 몸을 돌렸다.
"일이주 정도는 빼고 가 보죠. 대신 부진하다는 판단이 들면 다시 도입할 겁니다. 이제 귀가하세요." "네, 네! 안녕히 계세요!"
제 목소리를 뒤로 하고 닫힌 문을 바라보던 리라는 가방을 정리한다. 잘됐어. 일이주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쩜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