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이라... 살생이라..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뒷맛이 좋지 않으니까. 헌터들의 세계에서 온갖 일이 일어나고 게이트에선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으니 살인이 일어난다고는 알고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부탁할 줄이야. 갈등이 생긴다. 악인이라면? 수락하겠다. 선인이라면? 거절하겠다. 이런 손 쉬운 이야기가 아닐 게 분명했다. .... 토고는 책상을 톡톡 두들긴다.
'누구를?'
이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그리 말하면 백퍼센트 잠재적 수락으로 여길게 분명해보였다. 토고는 숨을 팍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지금은 안된다. 곧 유럽에 닥쳐올 위협에 대비해야 할 때.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신경을 빼앗기면 안된다.
"안타깝지만, 그건 거절하겠데이. 대신..이라곤 뭣하지만, 곧 유럽 전역에 엄청난 일이 생길지도 모른데이. 중경 한가라면 당근 알고 있겠지만 크크.. 준비, 잘 해놓는 게 좋을기다."
나는 조금 듣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힘든 상황이니까. 남에게서 부탁을 맡아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을 수 있겠지. 충분히 이해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만 마주 진지하게 바라보곤 단언한다.
"다만 한가지만 오해를 정정하자면, 저는 힘을 숨긴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오만하지 않고, 요령이 좋지도 않습니다. 전멸을 각오했고, 그게 싫어서 발버둥치는 과정에서....무언가 기적이나 각성이 일어났다고 밖에는요. 실제로 저는 그 때 쓴 기술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도움을 받지 못하는건 당연하다쳐도, '남들이 죽어가는데 힘을 숨겼다' 라는 오해를 받으면. 솔직히 말해서 조금 화가 치미는 것이다. 이 쪽이 얼마나 울고, 얼마나 비참하고,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알기는 하는건가?
나는 다소 불쾌해진 기색으로 대답한다.
"신뢰하실지는 스스로의 판단입니다만, 제 기사로써의 명예를 전부 걸어도 좋습니다. 그럼, 이후 두분에게도 기원이 있기를."
"최근 기분이 묘해서 그에게 평소 표하지 않던 감사도 표하고 위로도 얻을 겸 무덤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경고가 오더군요. 당장 도망치라고"
잠시 회상한다.
"근데 자세한 사항은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벗어나라고만 말하는 UHN의 태도가 의심스러웠습니다."
물론 심증이다.
"그분은 저를 모르지만, 저는 그분을 압니다. 헌터들에게 있어선 아버지 같은 존재. 부모의 무덤에 이상이 발생했는데 돌아갈 자식은 없습니다. 저는 발생된 결계에 충분히 간섭을 할 수 있고 더럽긴 해도 비장의 수가 있어서 UHN의 경고를 무시하고 결계를 부수고 들어갔습니다."
계속 설명한다.
"거기서 만난건 시체들과 두자루의 검을 사용하며 스스로를 헨리 파웰이라고 칭하는 존재였고 검을 한번 주고 받고....여러분이 아시는대로 정보가 퍼졌습니다."
아니 그와 별개로, 속이려고 의도한 적도 없고 레벨을 공개해도 상관 없고 내 수준의 역량에서 나온 힘이 아니라고 그랬고. 오해를 할 여지가 있었다고 한들 시윤이 입장에선 전멸할 것 같아서 엉엉 울다가 자기도 잘 모르게 튀어나온 힘인데, 그걸로 '일찍 쓰지 왜 숨겼어?' 식으로 꼽을 주면 당연히 유하겐 못 받지.
수련장. 수련장. 수련...장. 머릿속에 사실 그 위치를 기억은 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와서 잠깐 헷갈렸다지만 사실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거였다.
"아마 어제까지의 저였다면 여기서 바로 수련장으로 갔을 것 같아요."
신중하게. 하나씩. 조금 천천히라도 괜찮겠지. 말을 천천히 고른다.
"제가 배로흑왕에게 저지른 행동은 분명 실례가 맞아요. 순간의 치기로 한 행동이라고 해서 그 결과가 없어지지는 않는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언제나 스승님이 제게 너그러이 대해주신 것처럼 세상이 제게 항상 너그러울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 것 같아요. 그러니 제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고 오겠습니다, 스승님. 이번엔 제 발로 UHN에 가서 제 행동에 대해, 치기어린 말로 모욕한 것에 대해, 양양성에 폐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요. 스승님."
내가 마주해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도망칠 수는 없잖은가.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저를 믿고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스승님."
#스승님께 간곡히 청합니다.
여담으로 한결이 캐릭터성과 말투를 확립하는게 너무 오래 걸렸는데, 이 대화 이전의 한결이가 스승님께 하던 말투의 어미를 전부 ~해요 체로 말했던 것으로 살짝 개변 요청 드리는 건... 따로 도기코인 소모하면 되겠습니까 캡틴...?
"다만 한가지만 오해를 정정하자면, 저는 힘을 숨긴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오만하지 않고, 요령이 좋지도 않습니다. 전멸을 각오했고, 그게 싫어서 발버둥치는 과정에서....무언가 기적이나 각성이 일어났다고 밖에는요. 실제로 저는 그 때 쓴 기술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그는 예상이라도 한 듯, 뒤에 감춰뒀던 서류가방을 슬쩍 토고에게 건네줍니다. 토고 역시. 그것을 모르는 척 받아들어 확인해봅니다!
▶ AAC : 드림워커 ◀ 의념 각성자는 꽤 많이 정신적인 위험에 노출되곤 합니다. 그것이 직접적인 피해에 의한 것이든, 아니라면 개인의 문제에 의한 것이든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이 약품은 옳은 형태로 사용되는 약물은 아닙니다. 어두운 세계에서 통용되는 나쁜 약에 속하는 물건이죠. 하루 벌어먹고 살기 위해서나, 실험을 위해 사용될 법한 약물들을 섞어 만들어낸 어나더 에이리어 칵테일이 바로 이 약의 명칭입니다. 먹으면 꿈을 걷는 느낌이 난다고 해서 드림 워커라고 불리기도 하죠. 고통스러운 현실이라면 차라리 눈을 돌려 꿈속을 헤매는 것도 나쁘지 않을겁니다. 자, 삼켜봅시다! 당신을 꿈속 환상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 소모 아이템 ▶ 현실 대신 꿈을 걷다. - 사용 시 정신력을 큰 폭으로 회복하나, 공격 받을 시 데미지가 15% 증가하는 디버프가 걸립니다. ▶ 중독 위험 - 아이템을 사용하고 6턴 이내에 다시 사용할 시 다이스를 굴려 부정 특성 '약물 중독' 을 부여합니다. ◆ 제한 : 레벨 35 이상.
"말씀대로여요. 우리는 태생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여요. 인간은 한없이 어리석고 약한 존재이며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미지의 개념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이에 의미를 부여하여 이를 연화하려 하여요. 어린 왕께서는 그 미지를 은혜로 바꾸사, 끝이며 시작인 종(終)을 그저 모든 것이 끝나는 의미 없는 종말이 아닌 인도로 삼으시어 산 자들에게 공포가 아닌 삶의 길을 부여하고자 하셨사옵니다." 신을 소유하려 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화두를 꺼낸다.
"소녀는 주인이 아니와요. 모든 필멸자들의 삶을 아우르는 광대한 개념의 주인되는 자를 어찌 한낱 전령에 불과할 소녀가 소유할 수 있겠사옵니까. 바티칸에 자리하신 위대한 성인과 교황께서 성전을 지키는 자는 맞으나 그를 소유하는 주인은 아니듯이 말이옵니다."
말을 이어가기 위해 잠시 침묵하다 다시 입을 연다.
"부끄럽게도 소녀는 이제서야 왕께 인정받아 입을 열 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선택받았으나 그 뜻을 모르고 말씀을 들었으나 무녀된 자로서 미욱하여 어찌할 줄 모르고 오랜 시간을 헤멘 까닭이옵니다. 경의 말씀대로 소녀는 어린 제사장이기에 아이가 부모의 인정을 갈구하듯 이를 헤아리기보다 어여쁨 받고자 하는 데 급급하였사옵니다."
가만히 눈을 감다가 뜬 얼굴에 옅은 미소가 흐려지고 표정이 없어진다.
"전령이 아닌 전사. 전사로서 신의 안위를, 그 뜻을 해하는 자를 처단하는데 치중하였사옵니다. 그 중에 먼 길을 돌아 신께서는 그대로 기다리고 계심을 알아 다시 전령으로서의 길로 들어섰사오니 소녀가 지난 날의 우둔함에 어찌 할 말이 있겠사옵니까."
#다시 나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하지만 인간은, 아이는 성장합니다. 그러기에 신께서 저희를 인도시며 지켜보시는 것이어요." //내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몰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