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연애 경험은 없다. 어릴 때부터 정해진 혼약자가 있기도 했고, 레이스나 학업에 열중했으면 했지 그런 쪽으로는 관심도 그다지 없었고. 없었다고 할까, 흥미는 있지만 그런 흥미는 만화나 영화 정도로도 충분히 해소되는 쪽이었으니까. 그래서 연애에 대해서는 완전 쑥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상태에서 연애를 생략하고 바로 결혼으로 건너뛰었으니까, 뭐랄까, 이런저런 실전경험도 없고 지식도 좀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요...! 그래도 알고는 있거든요!! 신혼여행 첫날밤에 뭘 하는지 정도는...!! 그래서 그,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결혼 전날, 아니 당일까지도 각오를 엄청 했는데!
—했는데, 정말 아무 일도 없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도 안 풀고 잠부터 자고 그대로 저녁을 먹고 다시 잔다는... 신혼여행 첫날밤을 전부 잠으로 소비한다는 엄청난 전개가 되어버렸다고 할까. 앗 그 물론 이건 그냥 정략결혼 같은 거니까... 그러네.. 생각해보면 식이 끝나자마자 바람 피워도 된다고 했고... 부부간의 의무..그... 그런 걸 하는 것도 별로라는 뜻일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걸지도... 여러가지로.....
"...하아..."
그런 연유로 이튿날 아침, 다소 침울해진 상태로 일어나 창 너머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것입니다. 설마 오늘도 하루종일 잠으로 보내진 않겠지.. ....맞다, 그러고보니 수영복, 아직 안 샀는데. 아무리 그래도 학교 수영복은 아니지 싶어서 챙겨오지도 않았으니까, 수영복을 안 사면 저 드넓은 바다를 그냥 멀뚱멀뚱 보기만 해야하는데. 가, 가는 김에 다른 거 쇼핑해도 좋으니까... 말이나 꺼내볼까.
"저, 저기이— 오늘은 쇼핑하러 가지 않으실래요?"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그, 수... 수영복도 그, 사야하니까..."
아직 침대를 벗어나지 않았을, 유우가씨를 돌아보며 슬쩍 말을 꺼냈다. ...저기-라고 부른건 그, 아직... 유우가씨도 당신도 여보도 입에 잘 안 붙어서.... 부끄럽다고 할까 어색하다고 할까....
우리의 신혼여행 첫날 일과. 안 씻은 와이프 껴안고 쳐자기. 밤에 룸서비스 시켜먹고 별로라고 하기. 술시켜서 마시고 또 자기. 왜 이렇게 방탕한 삶을 살았냐고 하면 그야 졸렸으니까. 게다가 오랜만에 일에서 해방돼 개운하게 자고 나니까 식욕이 엄청 돌던데. 그리고 배부르게 먹고 나니까 취하면 기분 딱 알맞게 좋을 거 같아서 술도 마신 거지. 인간의 3대욕구 중 두개 채웠다고.
마지막 하나는 어쩔까― 일단 좀 더 자고 생각할까. 우리 와이프 한숨 쉬네. 남편이 외롭게 해요? 왜 그렇게 고자극 한숨을 쉬십니까. 치근덕대고싶당. 그렇게 게으름부리고 있던 나에게 들리는 깜짝 놀랄 소리.
- 자기이―
물론 '저기' 겠지. 잘못 들은 게 뻔하다. 그야 저 쑥맥이 그런 말 하고서 가만 있을 사람은 아니지 않나. 엄청 새빨개져선 몸 비비 꼬고 있을 걸. 아무튼 그래서 용건이 뭐라고? 수영복 사자고. 아, 그랬지. 학교 수영복은 좀 아닌 거 같다고 내가... 내가 말했지. 귀찮은데... 하지만 남자가 자기 입으로 말한 거 안 지키면 찌질해뵈고. 하지만 마음이 안 동해......... 귀찮은 티를 팍팍 풍기던 나는 결국 뇌에 힘이 빠진 게 분명한 발언을 내뱉었다.
"음..."
"침대에서도 입어주면?"
그리고 한바탕 소란이 있었고. 결국에는 쇼핑센터에 도착했다는 말입니다. 딱히 진심은 아니었어요? 나는 수영복 코너에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하나 집어서 와이프에게 보여줬다. "이거 어때?" 하고. 원피스 수영복이긴 한데... 등도 가슴도 깊게. 아주 깊게. 그렇게 파인 호피무늬 수영복. 올드하지 않냐고? 하긴 저 젊은 얼굴에 매치 시키니까 생각한 느낌이 안 나오네.
또 뒤적거리다가 꺼내든 건 리본으로 묶어서 입는 비키니. 면적은 무난하지만 리본을 당기면 금방이라도 풀어질 거 같은 느낌이 좋다.
치, 치, 침대에서 입는 옷이 아니잖아요!!! 하고 한바탕 난리를 친 후에야 쇼핑을 하러 올 수 있었다. 으, 으으.... 대체 뭐냐고 그 발상은!!! ...그래. 어쨌든 쇼핑하러 왔으니까 됐어. 됐다구. 조금 전의 난리통은 잊기로 하고, 일단 수영복 고르는데에 집중하자. 적당히 무난한 느낌인 그런 거 없나~ 하고 둘러보다보면, 유우가씨가 수영복 하나를 들고 보여준다.
"햣! 이, 이, 이건 너무 좀 그렇잖아요?!"
너, 너, 너무 깊게 파였어!!! 거기에 호피무늬라니 너무 요란해!!! 고개를 빠르게 젓는 것과 동시에 유우가씨도 다시 수영복을 원위치 시켰다. 응. 역시 아니지 저건. 그리고 다음으로 유우가씨가 들고 온 건.. 앗, 이건 좀 귀여울지도...! 리본 귀엽네~ 면적도 이 정도면 괜찮고. 너무 깊게 파이지도 않고, 적당해. 응 이거 좋다~
"앗, 이건 마음에 들어요. 적당한 느낌이라 좋네요."
일단 후보로 넣어두자. 수영복을 받아들고 잠깐 손에 든 채로 다른 것도 뒤적여보긴 하는데... 음... 영 마음에 드는 게 없단 말이지. 왜 이렇게 깊게 파이거나 면적이 적거나 한 것들 뿐인거야. ...아니, 내가 학교 수영복에만 익숙해져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으음...
"으음... 다른 건 그닥 마음에 안 드는데.... 일단 이것만 살까요. 아, 맞다. 선크림도 사야겠고... 모자도 하나 살까요, 햇빛이 강하니까요. 유우가씨는 모자 챙겨오셨나요?"
일단 이 수영복은 계산해야겠다. 계산대로 들고가서 계산하다보니 선크림도 모자도 사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사는 김에 유우가씨도 모자가 없다면 같이 사는 것도 괜찮겠지 싶어서. 그래서 아직도 수영복을 둘러보고 있는듯한 유우가씨를 돌아보며 그렇게 물어봤다.
"사이즈 맞는지를 봐야 할 거 아냐. 수영복인데 컵이 안 맞으면 너 풍기문란으로 잡혀가."
아니, 절대로 좀 이거저거 입혀놓고 관람해볼 생각은 아니고요. 계산대로 쫄랑거리며 가는 녀석의 어깨를 잡고 탈의실로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둘러보다 보니 오, 이거 뭔가 밋밋한데 그 느낌이 좋은걸. 이것도 입혀볼까나 하고, 거의 다 입었을 탈의실의 커텐을 젖혔다. 남자는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환복하고도 남지. 그렇게 열었을 땐...
"...미안."
내가 앞에 가리고 있었으니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못 봤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남편이야 뭐 맨날 볼 사이고. 같이 욕조도 들어갈 사이인데.
...그나저나 꽤 괜찮았지... 사이즈가 안 맞는지 좀 끼는 느낌이 또. 음. 괜찮았어. 내가 혈기왕성한 모쏠OOOO 젊은이도 아니고 이런 거에 일일이 동요하진 않지만, 그런 걸 감안하고서도 꽤... 좋았다는 소리다. 손댈 생각 없었는데 조금 입이 마른다.
그렇게 또 앞에서 발을 탁탁거리며 기다리다가, "이제 열어도 돼?" 하고 커텐을 쬐끔, 손가락으로 조금 당겼다.
계산을...! 카드를 내밀려다가 그대로 어깨를 잡혀 탈의실로 끌려갔다. 그, 그, 그치마안.... 뭔가 부끄러운데에....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래. 입어보는 것도 좋지. 풍기문란으로 잡혀가는건 잘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안 맞진 않을 건데..... 그렇게 밀어넣어진 탈의실에서 일단, 일단 입어보기로 했으니 옷을 벗어야겠지... 우물쭈물하면서 갈아입고 있는데
아직, 갈아입고 있는데 커튼이 열렸다.....
"————??!?"
너, 너, 너무 놀라서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가리고, 그, 너무 놀라니까 소리도 안 나와서 무음으로 비명을 지르고.... 그... 앗 으 앗, 아으으... 어, 어, 어쩌지이...... 시집 다 갔어... 이미 결혼했긴하지만....... 너무 부끄러워. 거울에 머리를 쾅쾅 박아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더 이목이 쏠리니까아... 으으..... 결국 눈물을 머금고 그냥 마저 갈아입는 수밖에 없었다. 지, 진짜아... 너무해애.... 그냥 안 입고 사갔으면 이럴 일 없었는데에....
"......................그, 으으... 네혜....."
어쨌든 다 입고서 거울을 한 번 본다. 리본이 포인트인 귀여운 느낌의 수영복... 앗, 살짝 끼네.... 움직이는데 불편한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수영복을 입고 얼굴이 삶은 문어보다도 빨갛게 달아오른 거울 속 나를 보다가 한숨을 푹 쉬고, 열어도 돼냐는 말에 대답하며 이미 조금 당겨져 있는 커튼을 머뭇거리면서 열었다. 앗, 너무 부끄러워서 발음이 새버렸어. 부끄러워....
"그으.. 어떨까요....? 이,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좀 눌리는 부분도 있지만..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고요.."
마음같아선 몸을 뒤로 빼고 얼굴만 쏙 내밀고 싶은데, 어떨까요?하고 물어본 이상 그럴 순 없어서. 한 손으로 커튼을 꽉 쥐고서 열심히 그, 가리고 싶은 마음을 참고서 잘 보이게 등을 펴고 서야했다... 으... 으으..? 어쩌다 이렇게 됐지?
입맛을 다시며 "좋네." 라고 답한다. 메이사 마음은 저거로 이미 기운 거 같고, 난 그럼 뭐 이거저거 둘러볼까나... 하며 슥 여자수영복을 다시 체크했다. 내 거 안 사냐고? 안 사 안 사. 그냥 신발벗고 놀다가 햇볕에 옷 말리지 뭐. 안 마르면 꼬붕 거 벗겨서 입으면 된다.
'어라, 이거.'
그렇게 차락차락차락, 수영복 옷걸이를 넘기고 넘기고 넘기다 발견한 것. 탈의실 쪽을 바라보고, 수영복을 바라보고,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뭐 어때 나 돈 많다고. 까이꺼 사지 뭐. 안 맞으면 스낵바 아가씨한테나 던져주면 돼 (너무한 발언)
그렇게 자기만족용 수영복을 아내 몰래 하나 사고, 카운터에서 선글라스를 이것저것 써보며 장난치고 있었다. 아내가 나왔을 때 나는 외계인 선글라스를 쓴 채였고, 웃겨하는 거 같길래 그것도 그냥 하나 샀다.
그리고는 챙넓은 모자라던가, 저녁 때 추울 테니까 같이 입으라고 여름풍의 하늘거리는 셔츠도 하나 사주고. 선크림 안바른다니까 기절을 하려고 하길래 따라가서 사자는 대로 하나 사고. 선글라스도 둘이 세트로 보이는 거로 하나 샀다. 커플같아 보인다고 하니까 또 새삼 부끄러워하더라. 그러고 쇼핑센터를 나오면 금방 오후가 됐다. 바다로 가면서 조금 고민하다가 밑밥을 깔았다.
유우가씨도 좋다고 하니까, 역시 딱인가봐. 좋아. 이걸로 사자. 다시 커튼을 치고 갈아입고 나오면, 어째선지 외계인 선글라스를 쓴 유우가씨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풉 웃어버렸다. 아니이, 상상도 못한 모습이니까 어쩔 수 없었어. 수영복을 계산한 다음엔 모자, 저녁에 걸칠 셔츠에 선크림, 선글라스도 세트로 하나. 어쩐지 커플같네.. 커플 맞지, 결혼도 했는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유우가씨가 커플같다고 말을 해서, 얼굴이 또 엄청 빨갛게 됐다. 서, 서, 설마 내 마음의 소리가 다 들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무슨 만화도 아니고....
"조금 그런 일도 있긴 했지만, 재밌었네요~"
역시 쇼핑은 좋구나~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네! ...조금 부끄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건 잊을거야. 응. 잊을거라고. 잊어! 혼자 속으로 왁왁거리며 부끄러운 기억을 지우려고 애쓰다보면, 옆에서 오늘 돈 많이 썼다는 말이 들렸다. .......그....건 그렇죠....? 유우가씨가 든 쇼핑백은 전부 내가 산 물건들이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으윽....
"아, 아하하... 그, 그러게요... 조금 많이 사버렸나...." "네? 부탁이요?"
.......뭔가, 불길해... 하지만 오늘 진짜로 쇼핑 많이했고, 돈도 꽤 많이 썼고. 그런 주제에 '하? 거절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부탁이... 뭔지 물어보는 정도는 괜찮으려나...?
"어, 어떤.. 어떤 부탁인데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최선을 다할게요!"
그래. 무리한 부탁을 받았다가 뒤늦게 으엥 못하겠어요....하는 것보다 미리 물어보는게 낫지! 두 손을 가슴께로 올려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해보자. 쓴 만큼은 갚아야 하는 법이니까!
좋아, 수락했다. 이 아가씨 자기 앞날을 스스로 꼬는 재주가 있어. 옥장판이라던가 항아리라던가 사버리지 않게 조심해야겠는데. 어쨌든 이쪽한테는 좋은 일이다.
"뭐어~ 거창한 건 아니고~"
쇼핑백 안에서 꺼내는 건... 그래, 면적이 터무니 없이 작은 비키니. 와이프 사이즈라면 진짜 간당간당하겠지.
"이거 입어줘. 바다에서도 숙소에서도 괜찮으니까."
바깥사람들에게 보일 바엔 숙소에서 입는 게 당연하겠지. 아까 살결도 보였고 그쪽이 훨씬 덜 부끄러울 거다. 답은 정해져 있는 선택지인 거지. 새빨개진 와이프의 얼굴을 감상하는 시간을 잠깐 가진다. 허둥지둥하는데 너무 더듬어서 뭔 말인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역시 그건 너무 외설적이라던가 풍기문란아니냐던가 대체 언제 산 거라던가 그런 말이겠지. 그리고 나에겐 일축시킬 필살의 한마디가 있다.
"최선을 다해준다며?"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하하. 어린 와이프란 건 정말이지 좋은 문명이구나. 진짜 재밌네 이거.
"걱정마, 그런 거 입었다고 손대고 하는 저질은 아니니까. 그냥 입어주면 이쪽에서 알아서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할게."
그리고 유우가씨가 내민 것은 수영복이었다. 어, 이거 아까 내가 산 거 아닌데...? 내가 입었던 것보다 면적이 더 적고, 진짜 아슬아슬하고, 이게.. 수영복으로서의 기능이 있나 싶은........
"—햣?! 아? 으아?! 이, 이, 이게 뭣...?!" "아, 아,으아?! 자, 자, 잠깐만요 이, 이 이런 건 무리에요 긋 넛 너 너무! 읏!?" "ㄱ, 그러니까아 그건 너무 외, 외, 외설졋! 햣, 아니 외설적이고오!!! 무리!! 무리라구요!!! 그 그보다 대체 언뎨, 언제 산 거에요?! 아까 제가 산 건 다른 거잖아요?!"
너무 당황해서 혀를 자꾸 깨물어가면서 따져보는데, 그걸 전부 한마디로 일축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괜히 내뱉은 내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돌려주는 걸로... 네.. 완전 참패해버렸습니다.
"......그, 그거언...... 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이라고 했는데에...." "...넷?! 사, 사진?! 사진이라니 그건 진짜 무리!안돼요!!무리라고요!!!! 진짜 그건 싫어요!!!"
하? 사, 사, 사진이라고?! 사진을 왜 찍는데요?! 그냥 입는 것도 부끄럽고 입은 걸 보이기만 해도 죽고 싶을 것 같은데 이건!? 근데 사진까지!?!??! 사진도 남긴다고?!?!?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아니 무리무리무리 진짜로 무리이이!!!!
"다, 다, 다른 거, 다른 걸 하게 해주세요오..... 진짜로 무리니까아...."
필사적으로 애원하긴 하는데, 솔직히 먹힐 것 같단 생각은 안 든다. ....이것이.. 절망이라는 감정...... 그렇게 난리를 치는 사이에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아, 안돼.. 이대로 방에 들어가면 끝장이야..... 그냥 저항도 못하고 입고 감상도 당하고 사진도 찍혀버린다고오....
....그건 다 돼는데 왜 손은 안 대겠다고 하는 거지...? 생각해보면 신혼여행이니까, 부부니까... 물론 계약상으로 그런?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부의 의무는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가 아니라 지금 이 생각을 하면 그냥 완전 변태같잖아!!!! 그만해 그만!!! 다급하게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푹 숙였다. 으으..... 진짜아....
하하하. 역시 무리였나. 드릴처럼 고개를 저어대는 아내...뭔가 더 밀어붙이면 하게 해줄 거 같은데, 그랬다가 결혼한 지 한달만에 "그쪽에서 너랑 있는 게 무섭댄다. 뭘 했길래 그러냐? 숙려기간 가지고 절차 밟아서 이혼하자. 그리고 그쪽 딸은 네 동생이랑 결혼시키면 되겠지." 하는 결과가... 이런 ㅅㅂ 생각하는 거만으로 각혈할 거 같네. 그렇게는 절대 못 두지.
...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재앙의 주둥아리가 가만있질 못하네요. 입으로만 좀 놀리다가 이 수영복은 서랍장 어디다 넣어놔야겠다.
"음~ 그러면 이거만 아니면 뭐든 좋다, 그런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
이야~ 더 위험한 뜻이 돼버렸네~ 저 바보같은 아가씨는 그걸 알랑가 몰라. 일단 좀 소프트한 거로 선정은 해주겠지만.
"그럼― 원래 수영복 입고 베로츄라던가."
키스 정도는 뭐 어때~ 해도 안 닳아 안 닳아. 오히려 잘 배워놓는 게 중요하다고.
"아까 셔츠만 입고서 숙소에서 생활한다던가."
으햐~ 상상만해도 이거 즐거운데. 얼굴이 펴는 게 느껴진다.
"나―중에 학교 수영복 입은 여보를 사진 찍게 해줘."
셋 중 아내가 고를 거로 생각되는 건 역시 학교 수영복이겠지. 나중에로 미룰 수 있는 건 강력하다고. 학교 수영복도 강력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