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한 점에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유우가를 보자 엄청 부러워졌다. 엄청 맛있겠다아... 나도 맥주우... 당당하게 요구했지만 딱 잘라서 기각당했고, 결국 콜라로 조촐하게나마 즐기고 있지만... 으으.. 탄산은 탄산이지만 역시 아쉬워. 이 기름과 육즙, 육질을 맥주 탄산으로 싹 씻어넘겨줘야 하는데....
"우우.. 유우가만 치사해. 나도오.... 우웃..."
좋겠다 맥주, 힐끔힐끔 보다가 시무룩한 상태로 고기만 계속 집어먹는데, 한 캔만이라며 유우가가 맥주를 내밀었다. 아사히 드라이...! 이거 맛있어 좋아! 단점은 엄청 작고 비싸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비싼 값을 하는 맛이지. 활짝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 받으려고 했는데 약이라도 올리듯 확 다시 빼는 유우가. 으으으, 뭐하는건데!!!
"뭐야, 줬다 뺐기?" "에, 그건... 그치만 나 마마랑 파파랑 같이 마시기도 하는데...."
이제 어른이고, 가족끼리 마신 적도 있고.(물론 파파의 맥주를 몰래 마시면 혼나긴 하지만) 파파가 알아도 딱히 문제될 건 없잖아? 이해 못하겠다는 얼굴로 유우가를 보다가, 점점 뜨끈해지고 있는 맥주를 봤다. 으, 으으... 이 이상 지체하면 차가운 맥주가 미지근한 맥주로 변해버려어....
"으읏, 알았어 알았어! 절대 얘기 안 할게!!! 그러니까 줘!!"
약속할게! 그러니까 넘겨주세요 제발!!! 부탁하고는 좀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아무튼 다급하게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우리 딸 중앙가면 어떡해. 이러다가 시꺼먼 쓰레기 남자한테 홀랑 잡아먹혀서 몸도 마음도 다 줘버리고 애까지 배선 싱글맘 될지도 몰라. 그러면 정말이지 슬플 것 같다... ...언젠가 실전성교육(그런의미가아니고요, 놈팽이가 텐션 잡는 시그널이라던가 쓰레기들의 징후라던가, 그런 걸 일러준다는 뜻.)을 날 잡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어휴, 그래."
하지만 그건 지금이어선 안 돼...! 지금은 우리 앞에 놓인 고기에 모든 예를 갖춰야 할 때다. 메이사에게 캔을 넘겨주고는, 거품이 몽실몽실 올라오는 캔과 내 캔을 짠― 부딪혔다. 기분 좋은 텅 하는 소리가 났다. 덕담도 해야지.
"자, 건강하고, 밥 잘 먹고, 달리기도 앞으로 열심히 하ㄱ... 어른이 덕담하는데 먼저 마시는 거 아냐 요것아."
아저씨같은 핀잔을 던졌다. . . . 그리고 고기 한 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와, 먹어도 먹어도 들어가네 이거. 비싼 고기는 무서워.
2번째 판을 까서 올려놓고, 팬 너머를 흘긋 보니 메이사의 캔은 이미 절반 아래. ...잠깐의 행복은 끝나고 이제 다시 콜라로 이 고기를 상대해야 한다니 불쌍하다. 내가 마치 지하노역장의 악덕 조장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
'저거 작으니까... 두 캔 정도면 기별도 안 가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고 한 캔 두 캔 리필해주다 보니, 고기를 다 먹고 정리까지 할 무렵 메이사의 옆에 아사히 드라이 3캔이 놓여 있었다. 난... 메이사에게 너무 물러져서 탈이야...!
맥주를 받고 유우가랑 캔을 짠— 부딪히고 나서 바로 쭉 들이켰다. 목을 넘어가는, 콜라보다 조금 강한 탄산. 그리고 보리와 홉의 향. 이 절묘한 균형의 맛이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식도를 깔끔하게 씻으면서 넘어간다. 고기 한 점에 벌컥벌컥 들이키던 유우가처럼, 그 작은 캔의 반을 한번에 쭉 비워버렸다.
"크아— 최고야 이거!!"
그렇게 탄성을 뱉고 있으면 유우가가 뭐라고 핀잔을 던지는데, 사실 맥주맛이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안미안~
한 캔만 줄 것처럼 굴던 유우가는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계속 슬금슬금 한 캔씩 더 건네줬고, 최종적으로 나는 세 캔을 비우게 되었다. 아니 그치만 이거 고기랑 너무 잘 어울린다니까. 고기를 먹으면 술이 들어가! 술을 먹으면 고기가 들어가! 당연한 일이지?! 마지막 캔을 들어 기울여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아아, 세 캔째도 다 마셔버렸네. 살짝 모자란 느낌에 아쉬워서 입맛을 슬쩍 다시다보면, 유우가가 부르는 말이 들린다.
"응? 왜?"
솔직히 말하자면, 세 캔으로는 취하지도 않으니까 말이지. 부르는 말에 바로 반응할 정신은 당연히 남아있다는 말씀. 아마 얼굴도 평소랑 똑같겠지? 얼굴이 빨갛게 될 때마다 느껴지는 화끈거림도 지금은 없으니까.
"뭐야 왜?" "...아, 알았어. 정리할게.... 설거지 내가 할까?"
조금 정리를 해두긴 했는데, 본격적으로 정리 좀 하지?라는 신호인가... 끙.. 귀찮은데. 그래도 유우가가 먹기 전 준비를 다 해놨었으니까 이번엔 내가 정리할 차례긴 하지. 응.
불러서 이쪽을 보게 해뒀더니, 자꾸 부엌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니, 얼굴 좀 보자는데 자꾸... 한숨 쉬고는 메이사의 양 뺨을 잡고 가까이 당겨왔다. 눈... 괜찮고. 반응속도도 괜찮고. 빨간가 안 빨간가, 좀 긴가민가한데... 집이 어두워서 그런가? 그렇게 유심히 보다보면, 은근 빨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졸린지 눈도 슬그머니 감기고.
"아니, 설거지 이야기가 아니고." "메이사 너 취한 거 아냐? 얼굴이 빨개. 역시 너무 마셨나...?"
이러고 애를 집에 어떻게 보내지!? 아까 먹고 마시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9시 10분전이고, 10시까지 집에서 한숨 재워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쪽 아버지는 그렇게... 예민한 편은 아닌 거 같은데, 프로키온 씨가 무섭다고 난. 저번에 장어구이 서비스 준 것도 그렇고 하야나미만 가면 이쪽을 수상하게 응시한단 말이야?! 나 그 사람 진짜 무서워 딸이 알콜냄새 풍기면서 집에 가면 바로 눈치챌지도 몰라...
"역시 술을 주는 게 아니었는데...!"
머리를 잔뜩 헝클이며 골머리를 앓다가, 일단 정리부터 하기로 했다. 돌아와서 기름 범벅인 설거지들과 눈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메이사와 힘을 합쳐 정리하다 보면 또 어느새 9시 반이 넘었다. 이러고 다시 보니 덜 빨갛지 않나 싶은데... 갈 때 아이스크림이나 사고 밖에서 시간 좀 때우다 들어가면 괜찮을 거 같기도 해.
"슬슬 갈까? 바래다줄게."
아이스도 먹고 찬 바람 맞으면서 걷다보면 술 깨겠지. "밖에 쌀쌀하니까 이거 입고 가." 하며 후드집업도 하나 챙겨줬다.
으먓!? 어, 어, 어 얼굴이 가깝다고!!! 갑자기 뺨을 당겨서 거리가 확 좁혀졌다. 이, 이, 이거 키스? 키스인거지!? 눈을 슬그머니 감고 각오를 다졌지만, 각오하고 있던 감촉도 접촉도 더는 없어서. 슬쩍 눈을 다시 떴을 땐 불만이 가득했다. 뭐, 뭐냐고 진짜아. 아까 대기실에서도 그러더니.... 하긴 유우가가 키스는 안 된다고 하긴 했었지만, 그치만 마음이 바뀌었을수도 있으니까 하고 기대했는데 왜 자꾸 기대만 시키고 아무것도 안 해주는 거야. 유우가는 바보야!
"....그, 그건... 얼굴이 너무 가까우니까아...." "그래서 그런 거야! 하나도 안 취했다구!!"
이러다 복어로 종족이 변하겠다 싶을 정도로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서 불만을 표시해본다. 진짜! 갑자기 말도 없이 그러면 누구나 빨갛게 될 거라고! 유우가도 그러면서!!
잠시 그런 소란이 있고서, 내 뺨에서 손을 뗀 유우가는 자기 머리를 막 긁어대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다가 정리를 시작했다. 나도 옆에서 같이 도왔고, 설거지를 비롯해 정리를 다 끝내고 나면 벌써 늦은 시간이 되어 있었다. 뭐, 레이스 출주하는 날엔 마마랑 파파도 늦게 들어오는 걸 눈감아주는 편이기도 하고, 특히 이젠 어른이니까(중요함) 괜찮다고! 하지만 유우가는 여전히 10시 전엔 보내곤 해서, 솔직히 말하자면 좀 섭섭하다. 오늘 자고 가면 안돼?🥺하고 부탁이나 해볼까~ 하고 슬쩍 돌아본 순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바래다준다는 말이.
"에— 그치,만...."
쌀쌀하니까 입고 가라면서 챙겨주는건, 유우가의 후드집업이었다. ...자고 가고 싶...은데..... 유우가의 후드집업이라니. 이걸 입고 돌아가면 최소 3일 정도는 우리집에 둘 수 있고, 3일동안 유우가를 집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응, 고마워!"
어쩔 수 없군. 후드집업을 챙기기로 할까. 활짝 웃으면서 후드집업 소매에 팔을 꿴다. 입자마자 바로 유우가한테 폭 끌어안긴 느낌이 들어서 엄청 행복해졌다. 에헤헤, 이거 좋아. 앞으로 일주일은 우리집에 둬야지~
"있잖아~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먹자!"
어쩐지 기름진 거 먹고나면 아이스크림이 엄청 땡긴다니까. 쪼르르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고, 유우가가 나오길 기다린다. 뭐, 자고 가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둘이서 같이 밤에 걷는 것도 좋으니깐. 자고 가는 건 다음 기회에 해야지.
뭔가 불만 있는, 꿍꿍이 있는 눈이었다가 후드집업을 던져주자 눈이 변했다. 모르는 건 아닌데... 그래도 좀 그렇지, 내 옷에다가 코를 박고 꼬옥 껴안고 잠든다고 당사자가 아는 건 좀 낯간지럽잖아. 그러니까 모른 척 해주고 있었는데. 이렇게 화색이 돌 정도로 좋아하니까 반은 좋기도 하고, 반은 멋쩍기도 하고 그렇다.
근데 그거 입고 운동 갔었던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다른 거 줘야 하나? 하지만 이미 자기 옷처럼 입어버렸다. 핏은 전혀 자기 옷이 아니었지만.
"아이스크림 좋지. 뭐 먹을 거야? 난 가리가리군."
메이사의 손을 잡았다. 내 집업의 소매가 줄줄 흘러서 잡는데 방해되길래 소매를 잡아다 두번 접어줬다. 그래도 기네. 키가 얼마나 작은 거야? 자기 말로는 좀 컸다고 하던데...
"너 키가 이제 몇이더라? 컸다는데 왜 큰 거 같지가 않냐. 내가 볼 땐 평생 애기란 말이지."
메이사가 20대 후반 결혼적령기가 되어도 애기처럼 보일지도. 소매를 다 접어주고는 메이사의 손을 잡고 걸었다. 늦여름도 끝자락이라 확실히 선선하다. 습기는 아직 좀 있지만.
"에!? 그, 그렇지 않은데!? 아아 정말💕 너무 아저씨 냄새난다구💕 나한테까지 냄새 배어버릴거같아💕"
그, 그렇게 보였나? 허겁지겁 매도를 곁들여보지만 음, 이거 역효과일지도.... 그나저나 이렇게 소매 접어주는거 뭔가 두근거리잖아... ....아니, 뭔가 아빠랑 딸이란 느낌이니까 두근거림하고 거리가 멀다고 해야하나. 우웃.... 아니야 두근거리는 걸로 할래.... 소매를 다 접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다가, 유우가의 손을 꼭 쥐고서 대답했다. 아이스크림 말이지~ 뭐가 좋을... 하!?
"나도 가리가리군 먹을까나, 소다맛——하아? 애기라니! 나 이제 어른이라니까!!" "2센치나 커졌다고. 그러니까.. 143cm인가. 으으.... 유우가처럼 길쭉해지려면 위아래로 잡고 늘려야겠는데~"
흥, 애라니. 이제 다 큰 어른이거든요? 키는 조금씩 더 크고 있지만. 아무튼 그새 143이 되었으니까, 150 찍는 것도 금방인 거 아냐? 마구로 기념이 끝나고, 또 한해가 저물고 다음해가 오면 분명 더 자라있을거라니까. 유우가만큼 커지는 건...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좀 커지고는 싶지이. 유우가랑 15센치 정도만 차이나는 키가 되면 좋겠다아. 하지만 그만큼 큰 키로 지낸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잘 안되는걸.
"...좀 더 굽이 있는 신발을 신는 게 좋을라나. 운동화도 약간 그런 느낌이긴 하지만, 좀 더 높은 걸로."
그래도 유우가만큼 커지려면 신발이 아니라 계단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면 금새 편의점에 도착한다. 시골 편의점답게 이런 시간엔 엄청 조용하고, 손님도 별로 없네. 조금 건성인 알바의 인사를 받으며 안쪽에 있는 냉장고로 걸어간다. 음음~ 가리가리군~
내가 무릎 문제로 작아진 게 3센치인데. 뭔가 웃음이 나올 거 같지만 이러다가 터지면 돌이킬 수 없을 거 같아서 볼을 깨물고 꾹 참았다.
"뭐? 굽~? 그러다가 발목나간다. 발이 편안한 게 최고야."
난 여자 신발을 잘 모르니까, 굽이 있는 신발이라고 하니 힐이라던가 통굽샌들 같은 걸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런 건 어쩐지 어른 여자의 특권 같은 거라, 메이사에게 어울릴까 머릿속으로 매치시켜보면... 영 아닌 거 같다. 메이사 30대쯤 되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래.
에어컨을 틀어서 서늘한 편의점 안에 들어간다. 뭐가 있나 하고 둘러보다 보면 갑자기 내 눈을 잡아 끄는 게 있었으니.
"억."
죽은 눈으로 폰을 토독거리며 인사하는 토네이도 대쉬였다. 내가 할 말을 잃고 바라보자 토네이도도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더니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 뭐야. 알바하는 학생 처음 봐? "...그 ... 건 아니고." - 내가 불법적인 알바라도 할 줄 알았나 보지?
식은땀이 흘렀다. 사실 완전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주니어 때는 평범하게 꾸미는 타입이었다가 시니어 들어서 한껏 불량해졌다고 들었다. 그러면 다들 '그거 할지도 모르겠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선생된 도리로 입에 올리지는 않는 거지. 하지만 언젠가 보호자 신분으로 불려갈지도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만 살짝 해놓는 거다.
근데 건전했다! 다행이구만 어이! ...하지만 대상경주 한 날에도 알바를 빼지 못하고 그것도 야간에 하고 있다니, 뭔가 좀 사정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녀석, 메이사만큼이나 다루기 까다로운 여자애라 땀만 뻘뻘 흘리며 멍청하게 대치하고 있던 때.
뭐 먹을 건지 하도 대답이 없던 나를 메이사가 보러왔고, 둘이 마주쳤다. 상상도 못한 일에 나는 뇌세포 한톨까지 얼어붙어선,
왜 불러도 답이 없어? 가리가리군 소다맛인지 포도맛인지 콜라맛인지 빨리 고르라니까! 통통 소리가 날 것처럼 가볍게 뛰어서 유우가 쪽으로 향하니, 카운터에 있는 알바를 보고 있었다. 하?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하고 카운터 쪽을 보면, 거기엔....
- 이, 인사해. 토네이도 대쉬가 여기 있네... ".......하?"
아니 딱히 말 안해도 알거든? 하고 말할 생각도 못하고 나도 유우가처럼 얼어붙어 버렸다. 저, 저녀석이 여기 왜.. 아니 알바하고 있는 건 물구나무 서서 봐도 알겠지만... 왜? 오늘은 대상경주였고, 저 녀석은 날 제치고 1착까지 했는데... 그런 날에도 여기서 알바하는거야? 으음.....
"......빨리 사서 가자."
...뭐, 사정이 있겠지. 그리고 그 사정에 깊게 발을 들이기엔— 내가 뭐하러? 라는 느낌이고. 알 게 뭐람. 그리고 저 녀석 아까 대기실에서 나한테 트로피 가지고 티배깅까지 했다고. 곱게 보일 리가 없잖아. 마음 같아선 3만엔어치를 계산대로 가져가서 전부 10엔 동전으로 던지는 걸로 계산하고 싶을 지경이다. 물론 그만한 양의 동전은 없으니까 절대 무리고, 있어도 하진 않았겠지만.
"그래서, 소다맛이랑 포도맛이랑 콜라맛 중에서 어떤 걸로 할래?"
그래서, 토네이도 대쉬 쪽은 신경도 안 쓰고 유우가를 보면서 다시 물어봤다. 그래서 어떤 맛으로 하는 건데? 대답하지 않으면 멋대로 소다맛 두 개 골라와버린다고?
메이사는 현명하게도 토네이도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택했다. 아니, 그게 맞지. 괜히 사석에서 싸움나서 일이 복잡해지는 것보단 훨씬 낫다. 애초에 메이사부터도 호감도가 일정 이상 내려가면 오히려 열도 안 내고 싸늘해지는 타입이고. 그나저나 토네이도 녀석, 거의 그런 취급이구만...
"그럼 내가 계산하고 있을게. 갖고 와주라." "가리가리군 두개 계산해줘."
- 흐음~ 네~ 가리가리군 두개요. 150엔 받았습니다~ 10엔 드리겠습니다~
건성건성으로 계산하는 토네이도. 그러다가 지나가듯이 하는 이야기.
- 좋은 시간 보냈나보네? "응?" - 아니~ 그냥~ 둘이 그 소문이 사실이구나 생각했을 뿐이야.
먹이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평판을 신경쓰는 나의 역린을 쿡 찔러오는 토네이도 때문에 나는 어그로가 끌려버렸다. 내 가슴팍을 검지로 누르...밀어서 몸을 틀게 만들었다. 그대로 돌려서 가판대를 쳐다보면 거기 놓인 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도 대놓고 입에 올려주지 않아서 다행이네!
...마음이 엄청 불편해지는데, 상대가 그 토네이도 대쉬여서 이게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분간이 안 간다. 토네이도라면 거짓말을 하고도 남을 녀석이지만, 우리가 오늘만 해도 대기실에서 한 짓이 있지 않나.
메이사는 그야말로 내 역린이었다. 키스도 한 적 있고, 늘 그런 미묘한 기류가 오며가며하는데 애써 모른 척 마음속에 묻어만 두고, 그런데 혼인 신고서까지 써 놓은 사이. 어쩌면 내 평판을 망칠 유일무이한 요소. 토네이도 대쉬의 가늘게 뜬 눈이 마음을 전부 파헤치는 기분이었다.
- 저거 사러 온 거 아니야? "아 니 거 든!"
"있지, 뭔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지만 나랑 메이사는 전―혀 아무 사이 아니니까...!!" - 어머.
- 들었어, 메이사? - 아무 사이 아니래~ - 어떡해, 불쌍해서. - 역시 이것도 내가 넘겨받을까? 아, 농담~
그래, 난 토네이도 대쉬와 상성이 안 좋다. 보기좋게 이용당해서, 이젠 내 쪽을 보지도 않는 토네이도의 시선을 좇아 뒤돌았다. 거기엔.
애써서 무시하려고 했다. 사실 성질같아선 동전뿌리기로 엿먹이거나 가리가리군으로 저 얼굴을 두들겨패거나 정강이를 걷어차서 다시는 달리지 못하게 만들거나 뭐 그렇게 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렇지만, 유우가 앞이기도 하고, 그렇게 했다간 더 귀찮게 굴 것도 뻔하고. 저런 녀석은 먹이를 덜 줘야 내가 편해. 잠깐만 참는거야... 그냥... 그래.. 저건 귀찮게 날아다니는 날파리다... 손으로 때려잡는 것보단 그냥 먹이가 될만한 걸 치워버리는게 박멸하기 편한 부류. 그래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무시했다. 소다맛 가리가리군을 집어서 계산대로 가져가면서도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거의 마인드 컨트롤 수준으로 (속으로)중얼거리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어차피 계산대 앞이 아니더라도, 냉장고 앞에서 미적거렸어도 이런 좁은 시골 편의점 안에서는 들리기 마련이었겠지만. 그래도 그냥 좀 더 미적거리다 올 걸. 왜 이런 최악의 타이밍에, 그런 말을.
"......"
잠시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손에 쥐고 있던 가리가리군 두 개를 토네이도 대쉬의 대가리를 향해 던졌다. 맞든 피하든 크게 신경은 안 쓰고. 그리고 그냥,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나서자마자 그대로 뛰어서 집으로 향했다. 히또미미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속도로, 마침 밤이라 길도 텅 비어있겠다. 마음껏 달려도 되겠지.
그렇게 달려서 집에 도착했을 땐, 아까 유우가가 접어준 소매도 어느새 풀려서 손을 덮고 있었다.
히히... 막레입니다...🫠 이번 일상 약간 긴장이 잡혔다가 풀렸다가 다시 잡히는 밀당이 장난 아니었네요 멧쨔 재밌었던wwwwww 그리고 멧쨔랑 혐관애증관계 짠 기분이라??? 엄청 짜릿했습니다... 싫어하면 투명인간 취급하는 멧쨔에게 진심 적극경멸을 받아보고 싶어... 으... 으그극... 하지만 둘이 화해도 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