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제법 한가한 방과후였다. 여름이었던 몇 달 전에 비해 밤이 빨리 찾아오는 듯, 여름이었으면 한창 쨍쨍하고 푸른빛의 하늘이 반겼던 이 시간은 현재 조금씩 쌀쌀해지면서 하늘도 조금씩 붉어져가고 있다.
한양 역시 사람이어서 그런가? 부실로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곧 어두워질 하늘을 창문을 통해 보면서 벌써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할 일이 있어서 본인 마음대로 퇴근은 못 해서 말이야.
서한양은 부부장 석에 앉은 채로, 오른손에 쥔 만년필을 굴리고, 왼손으로는 무테안경을 고쳐쓰면서 수기로 쓴 문서들을 보고 있었다.
요즘 인첨공의 검열에 대한 위험도 있고, 그림자나 제로의 해킹에도 예민해져서 전자기기로 중요한 정보를 안 다루거든. 그래서 직접 손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수기의 빈도가 제법 늘어났다.
아, 그렇다고 해서 악필이던 글씨체가 조금이라도 예뻐졌나? 그건 또 아니고... 여전히 서한양만 알아볼 수 있는 글씨체였다.
" 음? "
그리고 오늘의 면담대상이 부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바로 오지 않고,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니깐 부실이 정말 오랜만이긴 했나보다. 이해할 수 있어. 분명히 있어본 공간이지만 꽤나 낯선 느낌. 한양은 두리번거리는 새봄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새봄은 부부장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본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한양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 오랜만이에요~ "
2주 동안 쉰 사유가 레벨을 올리기 위한 수술의 부작용? 혹시 '커리큘럼'을 '수술'이라고 잘못 쓴 것일까? 서한양은 자리에 일어나서는 " 저기 소파에서 해요. "라고 말을 건넸고, 두 개의 소파가 마주보고 그 사이에 테이블이 있는 공간을 가리켰다. 이어서 서한양은 염동력으로 간단하게 따뜻한 유자차 두 컵을 타놓고서는, 테이블 위에 올려놨겠지.
레스의 특이사항. 이 레스에서는 철현은 -로 표현된 대사를 들을 수 없습니다! ""표시된 대사만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부탁드려요..." 수경은 케이스에게 말을 했고. 케이스는 눈을 깜박였고. 얼굴을 살짝 찌푸렸습니다.
-너무하셔요... 보통 이 시간대라면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할 옥상이었겠지만. 지금은 존재하고 있군요. 하얀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소녀와 우리가 아는 수경이 그 곳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 지내는 것이 그나마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시지..." -저는 고생할거라구요! "그러라고... 허락해 주신 거라고 들었어요." -씨잉... 그건 알지만... 수경은 흰 머리카락의 벽안의 소녀를 달래려는 듯 절절매고 있고. 그 애는 말을 못하는 것처럼 입만 삐죽이고 있었습니다.
-....! 그리고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가 흠칫하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수경도 인기척을 느낀 것 같네요. 하긴. 둘 다 공간감각은 상당하니까요.
오, 부부장 선배는 계시네! 잘됐다. 사실 두 분 중 어느 분이든 복귀 보고만 들어주시면 되지만, 그래도 뭐랄까~ 부장 선배랑은 성하제 때 한번 이야기해봤는데 부부장 선배랑은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보니까 - 그래도 꼭 이명으로 부르는 부원 친구들이 알려줘서 부부장 선배가 좋아하는 간식은 알지만! - 부부장 선배랑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싶기도 했으니까 말이지. 다가오는 기척을 눈치챘는지, 한양이 웃으며 먼저 알은 체를 하자, 새봄은 "안녕하세요, 선배~" 하고 마주 방긋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네!" 하는 대답과 함께) 한양이 가리킨 소파로 가서 앉았다. 염동력으로 순식간에 유자차 두 잔이 테이블 위로 날아오는 걸 보고 우와~ 하고 감탄한 것은 덤이었다.
"차, 감사합니다! 실은 저도 뭘 좀 사왔는데요~" 새봄은 자신의 짐 중, 손에 들고 있던, 전통 문양이 옅게 그려진 쇼핑백을 제 맞은편으로 슥 밀었다. "선배 한과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어제 샀어요! 한과세트인데, 정과랑 매작과랑 개성주악이에요, 히히."
그런 뒤, 한양이 몸은 괜찮냐고 물어오자 새봄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였다.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말짱해요! 내일 당장 임무 있어도 괜찮을 정도예요."
사실 임무가 빡셌던 적은 지금까진 그닥 없긴 했네. 힘든 일은 고레벨 친구들 선배들이 다 했으니까, 버스 타는 입장인데 힘들리가.
"그러고보니 저 쉬는 사이엔 별 일 없었나요? 이따 보고서 읽어볼거긴 해요, 히히."
그리고 이때 새봄은 몰랐다. 보고서를 읽다 구기는 바람에 다시 배껴쓰는 일이 생기리라는 것을.
3학구에 가까운 스트레인지에 자리잡고 있는 이상, 자신이 소속한 저지먼트 부원들을 만날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예전 우연히 순찰을 하고 있는 리라와 마주쳤을 때처럼. 리버티들이 퍼트려놓은 사태는 마치 우물 속에 독을 풀어넣은 것마냥 천천히 퍼져 나가고 있다.
학생들을 피해 잠적하는 연구원들과 연구원들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원망할 대상이 필요한 건지모르겠는 적의는 스트레인지를 제법 시끄럽게 들쑤시고 있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스킬아웃들은 이때다 싶어서 날뛰는 중이었다. 안티스킬에게 인계하기 위해 일회용 공중전화를 통해 전달하고 평소처럼 스킬아웃들을 제압해 놓고 있던 혜성은 숨쉬듯 자연스럽게 3학구 스트레인지 전체를 범위로 잡아 탐지하고 있던 제 능력으로 눈 앞에서 보듯 보여지는 광경에 손에 들고 있던 야차가면의 표면을 쓸어냈다.
스킬아웃을 제압하고, 제압한 스킬아웃들이 듣도록 거리낌없이 숨기는 척도 하지 않고 자연스레 메트로폴리스와의 거래로 받은 내용을 읊은 뒤의 상황이다. 원래 해야할 일에 얹어 소문을 흘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안티스킬에 체포되어 운나쁘게 갇힌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다른 스킬아웃들의 귀에 들어갈 것이니 소문이 퍼지는 건 금방일테니까. 하지만, 장갑의 이음매에 흐릿하게 부서졌으나 다시 붙혀낸 가면의 흔적이 어른히 스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만날 거라고는 예상 못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아니 언젠가는 마주칠 일은 생길거라고 예상했더랬다. 그게 지금일 줄 몰랐을 뿐이다.
혜성은, 인지저해 프로그램 특유의 노이즈를 들으며 그 위에 야차가면을 쓴다. 그와 동시에, 제 탐지 범위에 잡힌 이곳에서는 마주치고 싶지 않던 이가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적인 의지를 보이는 상대의 모습에, 동행하고 있던 단원들또한 제 앞을 가로막듯 앞으로 나서려고 하기에 손을 들어 단원들의 행동을 막아섰다.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또한 네 행동을 저지하는 걸 보다가 가면이 잘 씌워져 있는지를 확인하려 들어올렸던 손으로 가면을 꾹 눌렀다.
"여기서 직진하다가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아이들 셋이 있습니다."
가면을 누른 혜성의 장갑을 낀 손이 지금 서있는 위치에서 조금 더 어둑한 안쪽을 가리킨다. 불쾌한 노이즈가 섞인 변조 음성으로 말을 내뱉으며 공격 의사가 없다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 연구원과 이 상황이 어리둥절한지 이쪽을 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그 앞을 제압한 스킬아웃들을 데리고 걸어갔다.
"누군가를 찾고 있다면, 그 애들일 것 같군요. 지금도 거기 있을지, 아니면 도망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진짜 옥상에 담배피는 녀석들을 왜 저지먼트에게 잡으라고 하는 거야?" "솔직히 자기 폐 자기가 썩히겠다는 데 무슨 참견이냐고?"
철현은 투덜거리며 옥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처음에 가라고 한 지 2시간이 지났으면 걔네들도 다 가버렸겠지." "그걸 또 가보라는 게 말이나 되나고..."
상황은 이랬다.
학교 옥상에서 담배를 피는 학생이 목격되었다는 제보를 받고 선생님께서 철현을 호출했다. 옥상으로 올라가서 흡연자들을 잡아오라고. 물론 우리의 철현은 가뿐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2시간 후 선생님은 왜 잡아오지 않냐고 철현을 혼냈다. 철현은 화장실에서 볼일보다가 까먹었다고 둘러대었고 선생님은 다시 한번 올라가보라고 지시했다.
"아니 그리고 내가 정상적인 저지먼트도 아니고" "고3이자 레벨 0 일반 학생인데 굳이 꼭 나를 시켜야겠냐고 젠장"
옥상 문을 뻥 차버리고 당당하게 들어갔다. 열린 문으로 옥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본 철현은 그것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소리쳤다.
"누가 감히 옥상에서 담배를 펴!!"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그냥 간다고 선언한 철현. 그러나 눈 앞에 본 두 소녀를 보고 놀랐다.
"리라랑 수경이?" "아, 아니네..."
백발을 보고 리라인가 싶었지만 눈 색이 달랐다.
"설마 너희가 담배 핀다던 애들이야?"
그럴리 없겠지만 한번 물어나본다. 만약에 맞다고 해도 안들키는 곳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겠지만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방과 후. 아르바이트 출근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새봄은 (일터에도 마찬가지로 2주라는 긴 휴가 끝에 복귀한 만큼) 평소보다 일찌감치 출근해있었다. 평일 낮인 만큼 가게는 한산했지만, 한산하면 한산한 대로 홀 청소와 같은 잡무가 산적해 있었기에, 새봄은 바삐 움직였다. 홀을 반짝반짝하게 유지해놓고, 손님이 올 때까지 농땡이나 부릴 심산이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인 보람이 있었는지, 약 30여분간 동분서주한 끝에, 새봄은 작은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주말에 복귀하지 않아서 다행이네~ 손님 몰리는 시간대에 복귀했으면, 이야. 쪽도 못쓰고 몸이 녹았을거야~
그러나,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가게 문이 열리며 울린 청아한 종소리가 새봄의 고막을 때렸다. 아아, 잠깐이지만 달콤한 평화였다. 일해야지~ 새봄은 조건반사처럼 의자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활짝 웃으며 손님을 맞았다.
"어서오세요! 블랑 엣 느와르 입니..."
그러나, 새봄의 영업 모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한산한 블랑 엣 느와르의 정적을 깬 손님은 바로, 새봄이 그토록 놀리고파 갈망하던 두 사람 중의 한사람, 바로 강철현이었기 때문이다. 영업용 스마일은 온데간데 없이, 흐뭇함과 장난기를 숨기지 못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았다.
"철형~! 웬일이에요?" 그러고는 철현에게 다가가, 한층 더 놀릴 기세가 등등해진 얼굴로 속닥거렸다. "혹시... 저의 다른 형 줄 거 사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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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 서연주 오오, 결론을 위해서 차곡차곡 테크트리를 쌓은 거구나! 엄청 탄탄하고 섬세해서 결론을 미리 정해둔 줄 1도 몰랐어>< 히히 뭘! 상담사 선생님이 진짜 현실의 좋은 상담사 선생님같아서 감탄도 하고, 나도 서연이랑 생각이 비슷해서 흥미롭게 읽었지 뭐야>< 그나저나 표현력을 따라가지 못하다니 둘 다 어엄청 달달하고 사려깊고 깨가 휘날리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서형도 언제 일상에서 만나면 꼬옥 새봄이가 절찬리에 얼레리꼴레리 해줄거라구!!><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새봄이 건네는 쇼핑백을 받아보았다. 겉표지를 보아하니, 새봄이 어디선가 한양이 한과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사왔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왜냐면 이런 걸 굳이 찾아서 먹으면서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저지먼트에서 서한양 밖에 없거든.
" 내가 이런 거 좋아한다는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으려나. "
말로는 부담스럽다는 듯이 거부할 것 같았지만, 곧 " 사와도 예쁜 것만 사왔네~ 잘 먹을게요. 하나 꺼내서 먹을까요? " 라며 정과가 담긴 박스를 꺼내었다. 처음에는 살짝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말할 것 같았지만, 결국은 좋아하면서 받는 걸 보니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몸이 괜찮다는 새봄의 말에 싱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 그래요? 새봄양이 그렇게 괜찮다고 하니깐.. 어디 있지.. 아, 여기 있다. 제가 일을 줄게요. 최근에 들어온 정보로.. 3학구 외곽에서 스킬아웃들이 대량의 마약을 거래할 거라고 하거든요? 전부 진압하고, 약까지 확보하는 임무에요. 상대해야 하는 숫자는 대략 50명. "
서한양은 하늘색 파일철 안에 담긴 파일의 내용들을 진지하게 읽어나갔다. 하지만 곧 파일철을 덮으며, 작게 소리내어 웃기 시작한다.
" 장난이예요. 이런 임무는 안티스킬이 해야지. 설마 당장 복귀한 사람에게 바로 일을 시킬까봐요? 새봄양은 들어온지 얼마 안 되어서 쉬었으니깐.. 다시금 적응하는 기간을 가져보자고요. 어떻게 생각해요? "
새봄이 동의만 한다면, 당장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 다시 적응하는 기간을 가져보자고 얘기해보는 서한양. 한양은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유자차를 천천히, 한 모금 마시다가 새봄이 쉬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말에 컵을 다시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 간단하게 얘기할게요. 4학구에서 디스트로이어와 싸웠어요. 완전히 진압한 건 아니고.. 디스트로이어가 도주를 하면서 끝났어요. "
"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최근 뉴스를 보면 저지먼트와 디스트로이어가 동맹을 맺었다는 기사들이 많을 거에요. 그거는 아직 다 거짓이니깐 믿지 마세요. 디스트로이어와 크리에이터 그리고 저지먼트가 합심해서, 4학구에서 리버티와 싸웠다는 기사도 있는데.. 그것 역시 거짓이고, 사실상 '저지먼트,크리에이터 vs 디스트로이어'였어요. "
평소 자주 웃는 편은 아닌 사람이 즐겁게 웃는 걸 보고 있으면 좋은 의미의 충격이 머리를 때린다. 대부분의 경우 덮어 내려서 흉터가 있는 방향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이나 무뚝뚝한 표정, 그런 일상적인 것들이 반전된 풍경은 신선하고 새롭다. 물론 랑이라면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전부 좋지만.
"엇."
그래서일까,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잔뜩 해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언제부터 랑을 바라보며 설레고 있었는지까지 고해 바친 직후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이러면 수영장 물 세례로 열을 식힌 보람이 없는데! 해서 잠시 도망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그렇게 열심히 도망치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윽고 또다시 부쩍 가까워진 거리에서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한밤처럼 검고 깊다. 언젠가 말했듯, 여전히 오닉스를 닮은 것 같은 눈동자. 긴 속눈썹. 다소 어두운 피부와 흉터가 남은 오른쪽 얼굴. 물에 젖었지만 아직 완벽히 씻겨나가지 않아서 얕게 감도는 체향— 랑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그의 심장을 터질 듯 뛰게 만든다.
"하아."
조금 더 길게 맞닿은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리라는 밭은 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랑은 마주본 얼굴이 잔뜩 뜨거웠던 호흡만큼이나 따끈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나도 기분 좋아."
들릴 말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흘러간 후, 연한 라벤더색 눈동자가 랑의 미소 띈 얼굴에 고정된다.
"랑이 언니, 혹시 유죄인간이라는 말 알아요?"
아. 왜 아이돌 팬들이 그렇게 온 세상 단어를 다 끌어모아서 주접을 떠는지 알겠다. 물론 랑을 향한 리라의 사랑은 팬심이 아니라 연심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적어도 팬들의 심정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다. 설레게 만드는 게 죄라면, 랑이 언니는... 언니는...!!
퐁당.
수영하자는 말에 몸에 힘이 풀린 해파리마냥 스르르 흘러내리던 리라는 이윽고 고개만 쏙 뺀 채 가로로 긴 수영장 물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장담한 대로 나름 그럴듯한 수영 실력이다.
"......그러고 보니 언니는 수영 언제 배웠어요? 언니도 엄청 잘 하잖아요. 밤바다에서도 잘 했고... 전 활동할 때 뮤직비디오 찍으면서 배웠는데. 그게 15살 쯤인가? 생각보단 얼마 안 됐죠?"
말을... 돌리려는 건가? 둥실둥실 떠가면서 건네는 목소리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열감이 어려있었다.
그때의 당신은 어떠했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면 크림치즈처럼 새하얗던 피부가 납을 섞은 듯 더 파랗게 질려선 위태로우니, 깡마른 몸도 뭔가 먹긴 하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비틀비틀 주변을 신경 쓰지도 않고 걸었다 보니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손대려 하는 것도 모르고. 안드로이드의 시야에 당신이 잡혔을 적 일을 내팽개치고 나갔던 것을 알기나 할까. 길게 땋은 머리와 함께 후드를 눌러쓰고 나가선, 스트레인지 골목 바깥까지 이끌며 속삭였던 걸 기억해 줄까.
"……그러니까 고양이겠지요. 제멋대로니까…."
이번에는 고양이 놀이를 하고 싶은 걸까, 어릴 적엔 희야와 당신, 그리고 자신이 모여 동물에 대해 알아보자며 머리를 맞대고 동물 놀이를 하였으니 희야는 꼭 자신을 아주 멋진 공룡이라며 소개했고, 자신은 책 먹는 여우를 하겠다며 책을 들고 자리를 빠져나가려다 희야에게 붙잡혔던 것 같다. 과거는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지금 당장 고양이에 이입한 당신이라면, 과거는 잊고 현재의 놀이에 몰입하면 될 테니.
"……."
태오는 지친 듯, 자리에 앉은 상태로 당신을 힘없이 올려다보았다. 긴 머리카락이 피와 흙먼지가 낭자한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퍼져있고, 얼굴도 엉망이다. 푸른 자국을 남기고, 자국의 테두리처럼 발갛게 물든 멍 자국과 함께 터진 입술까지. 경위가 퍽 우스운 상처였다. 자신이 엘리트라는 것을 알아챈 머저리 왈패가 겁도 없이 습격을 해왔기 때문이다. 솔리스의 꼬리 자르기로 써먹어볼까 했더니 눈치도 없고 기개만 있던 녀석인지라 적당히 라바나에게 솔리스 녀석들 제물로 바치라 던져줬으니 상처의 값은 했다마는, 실상 셈해보자면 제값은 아니다. 아직 턱없이 모자라지. 입안 어딘가 찢어진 모양인지 다시금 고인 피를 뱉고자 고개를 슥 돌린 태오는 피를 익숙하다는 듯 멀리 툭 뱉어내고는, 쪼그려 앉은 당신의 눈을 마주했다.
"…아하하!"
당신의 야옹 소리에 뱉어낸 웃음이 영 개운치 못하다. 호탕함은 턱없이 모자라고, 감정도 희미하다. 하지만 태오 치고는 퍽 격한 감정에 가까웠던지라, 태오는 밭은 기침을 몇 번 하더니, 호흡 끝에 다시금 흐- 하고 웃음을 흘렸다. 고양이는 역시 말을 듣지 않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 이후로도 그렇겠지.
"고양아. 내 곁은 아주 안전하단다……. 나는…… 커다란 뱀이거든."
태오는 나지막이 얘기하며 눈을 부드럽게 휘었다. 숨을 갈무리하듯 씨근거리던 모습 뒤로 입술까지 희미하게 오를 적, 태오는 그나마 피 없으며 흙먼지 적은 제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제법 상냥한 손길이었다.
'카페 블랑 엣 느와르' 능력의 부작용으로 2주간 저지먼트 일을 쉬었던 새봄이 현재 일한다는 카페다. 처음엔 메이드카페라는 것을 보고 당황하며 대체 왜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일까 의문점이 들었다. 그러나 카페의 이름을 보고, 카페 리뷰를 보고 있으니, 뭐랄까.. 정말로 전근대시대 메이드가 진짜로 카페일을 하는 듯한 카페다.
제법 유명한 곳인지 리뷰도 많았으나 집 학교 도서관이라는 단순한 사이클을 돌고 있는 철현에게 이곳을 찾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휴대폰 지도를 찾아보며 간신히 이곳을 찾아냈다.
실제로 보니 리뷰처럼 본격적인 메이드 복장을 하고 사람들을 접대하는 곳인 것 같았다.
블랑 엣 느와르, 카페 백흑이라는 뜻인가?
"너 보러왔다."
철현 역시 미소를 띄며 자리에 앉았다.
자신에게 다가온 새봄이 속닥거리며 다른 형 줄 거 사러왔냐고 묻자 철현은 눈이 커지며 깜빡거리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
대체 얘가 그걸 무슨 수로 안거지???
"네가 그걸 대체..."
말 끝을 흐렸다.
모르는 게 이상하지. 모두의 앞에서 공개 고백을 했는데 둘이 사귀는 건 디스트로이어도 알겠다!
-무서워요? 무섭죠? -저는 당신을 지금 없애버릴수도 있어요? "케이스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요.." 수경은 케이스를 보면서 눈을 피합니다. 철현 선배랑 저랑 같이 또 부실로 가면 괜찮겠지만.. 케이스를 놔두고 갔다가 다른 이들에게라도 해도 '사소한 장난' 같은 걸 한다면 그건 곤란하니까요.
-샹그릴라.. 그거 없어지려면 싹 갈아엎어야 할걸요? -제조 시도하고 있기도 하고요~ 장난스럽게 말하며 소녀는 철현을 보면서 키득키득거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편하게라고 해도 선배님한테는 예의를 차려야 하잖아요 케이스..." -헤에? 아. 저 소녀의 이름 혹은 이명이 케이스인가봅니다. 수경의 말에 선배라고 다 예의를 차려야 하냐는 듯한 얼굴로 케이스가 수경을 바라봅니다. 아 오지덕박사같은 꼰대한테도 일단은 예의바르게 굴려고는 할 거에요?
"선배는 어쩌다가 올라오신 건가요?" 수경은 철현에게 물어보려 합니다. 담배라는 것을 들었던 걸 기억해보면, 그것과 관련되었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으잉,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아, 하긴 왕래가 거의 없었는데 취향을 꿰고 있으면 좀 거시기할 수도 있겠다. 새봄은 멋쩍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다른 선배한테 살짝 물어봤어요. 네! 좋아요~"
뭐, 그래도 싫지는 않아보이셔서 다행이다. 매작과가 특히 맛있으니 혼자 드시라 할까 하다 그만뒀다. 이 가게 꽤 유명하니까 선배도 아시겠지~. 근데, 잠시만요? 뭐요? 스킬아웃이요? 마약이요? 50명이요? ...아니다, 하나씩 옷을 달콤하게 만들면 어떻게 될 거 같은데? 그래도 내 암산력은 한정되어 있으니 경제적으로 분배하자면 아랫옷만 달콤하게 만들면 되겠다. 새봄의 표정이 진지해짐과 동시에 분홍색 눈동자가 위험하게 반짝일 찰나, 한양이 웃으며 장난이라 덧붙이자, 새봄은 장난스레 에이~ 하고 투덜거렸다.
"방금 약쟁이 쉰 명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멋진 방법이 떠올랐는데! 그래도 선배 말씀대로 며칠은 적응기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류 정리랑 화단에 물 주는 거 같은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하면서요. 그래도 전투가 어려운 상태는 아니니 필요하시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그렇게 대답하려니, 한양이 앞선 질문 - 쉬는 사이에 별 일 없었냐는 - 에 대답하자, 새봄 역시 유자차를 한모금 넘기며 잠자코 들었다. 디스트로이어라, 예전 보고서에서 본 것도 같은데. 도망쳤다면 당분간은 나타나지 않으려나? 그런데, 싸웠는데 왜 엉뚱하게 동맹을 맺었다는 기사가 나온데? 가짜뉴스라도 근거가 있어야 할 거 아냐. ...헐, 잠깐만. 그 배드 파더가 우리 편에서 싸웠다고? 무슨 바람이 불었대? 새봄은 잠시 머릿속에 흘러넘치는 질문을 교양있는 형태로 다듬기 위해 유자차를 한모금 더 마시다 입을 열었다.
"그랬구나... 디스트로이어도 퍼클이니까 다들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그런데 싸운 사이에 동맹을 맺었다는 기사는 왜 난 걸까요? 그 상황은 아직 잘 모르긴 하지만 퍼클과의 전투면 규모가 컸을 거고, 누가 봐도 쟤네 싸운다지 쟤네 친하다! 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배드 파... 음흠, 크리에이터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우리편이 됐는지 혹시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