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 감사할 것까지야 없고.. 저도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서 하는 일이라. 이거 기록 안 하면 윗선에서 엄청 혼나서요. 아, 그 윗선이 은우는 아니고요. 흠..그냥 사고만 안 치게 관리만 잘 하면 되지, 뭘 이런 걸 귀찮게 다 작성하고 보관하라고 하는지..그래서.. 평소에는 괜찮다라.. "
한양은 본인이 딱히 부원들을 사랑하거나 아껴서 하는 일은 아니라는 걸 어필하며, 만년필로 종이에 수경이 답한 답을 슥슥 적어내고 있었다. 이런 걸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툴툴대면서도, 손은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 음- 올해가 유독 그래요. 그렇다고 작년하고 재작년이 널널했다고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올해는 왜 그런지 수경양도 알고 있잖아요? 너무 힘들면 잠시 쉬는 것도 추천드려요. 그걸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으니깐. "
그리고는 문제가 없다는 수경의 말에, 작성을 하느라 고개를 살짝 숙인 한양은 조용히 눈을 위쪽으로 굴리면서 잠시 바라보지만, 곧 다시 면담기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름 고충이 있으시군요..." 저는 임원은 못하겠네요.. 라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말을 하려 합니다.
"잠깐 쉬는 것도 괜찮을까요..." "하지만.. 쉬고 싶지는 않아요..." 라고 말을 합니다. 리버티로 인해 꽤 많이 일이 생길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쉬는 것은 수경에게는 잘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지요. 그리고 훅 들어온 정말?이라는 말에
"저...정말 그래요..." 라는 말을 하려 하지만 목소리가 떨립니다. 부부장님을 살짝 어려워하는 듯한 수경이기 때문에 떨림이 오히려 빠르게 잦아들었을 수 있지만 수경이 좀 떨었다는 건 사라지지 않지요. 사실. 그녀도 보고서로 인해 한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물음을 받았을 것이기에... 사실 짐작 자체를 아예 못할 건 아니었지만요.
" 부부장 괜히 됐어~ 괜히 '부'가 들어가면 부장 없을 때나 대리로 일하면서 꿀빠는 줄 알았는데, 킥킥 리라양 어떡해~ "
한양은 능청스레 수경의 말에 대답하며 계속해서 A4용지에 무언가를 적고, 다시금 책상서랍을 열어서 종이 두 장을 꺼내서 파일철에 끼기 시작했다.
" 아직 쉬고 싶지는 않다라.. 뭐 왜 그런지는 물어보지는 않을게요. 이것까지 파고드는 건 제 취향이 아닌지라. "
이어지는 수경의 떨림이 느껴지는 대답. 한양은 수경의 대답에 표정이 굳어지며, 잠시 수경을 빤히 보고서는 다시금 표정이 밝아지며 입을 열었다.
" 역시 그렇죠? 정말 그렇다면 다행이지.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
한양은 다정한 톤의 대답과 함께 종이들을 파일철에 끼워놓고서는, 파일철과 만년필을 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수경을 지나가려고 했겠지.
" 이만 저는 다른 업무가 있어서~ 면담 수고했어요! 내일 보자고요. "
그렇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한양의 파일철에서는 종이 세 장이 수경의 옆으로 만년필과 함께 떨어졌고, 한양은 " 아, 내 정신 좀 봐."라고 말하며 수경에게 떨어진 종이들과 펜을 주워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수경은 종이를 살짝만 봐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리라와 서연이 쓴 로벨과 수경에 관한 보고서였으며, 남은 한 페이지는 면담기록이 아닌, 수경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수경양. 저도 이미 알고 있는 문제랍니다.]
[일단 지금까지 너무 고생이 많았어요. 내가 더 후배님들과 가까이 지냈어야 했는데, 너무 무관심했네요. 미안해요.]
[긴 말은 하지 않을게요. '암부' 로벨의 연구소의 위치와 알고있는 정보를 말해주세요. 어려운 일인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경양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다른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도 있어요. 이거는 단순히 수경양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 어디서 제대로 된 자신의 자아도 찾지 못한 채로 이용을 당하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겠지요.]
[수경양은 '김수경'이지, 절대 로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 틀에서 벗어나주세요. 그 녀석들도 잡히면 그저 죄를 지은 범죄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두렵다는 건 알아요. 계속해서 로벨이 수경양을 압박할 테니깐요.]
"아... 알겠습니다 부부장님..." 주워달라는 제안은 잘 받아들여 수경은 그 종이를 집어들려 하는데. 순간 보인 것들로 인해. 손을 떱니다. 꾸깃.. 구겨지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구겨졌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위치와 정보... 하지만... 수경은 그 좌표와 정보를 발설하면...
"....." 한양 부부장님께서도 알 정도며...는.. 다른 분들은 거의 다 알고 있다고 봐도 되는 게 아닐까요? 아니면 보고서를 쓴 이랑. 부부장...정도의 선만 알고 계시다면..일까요...? 으...으......하지만 로벨. 로벨님은....
"마...마마..라고 부르면 안되는데요." "마마는... 나를... 넘기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마마는 자료가 둘이 되어서 나도 사랑한다고 했는데요...그게 아니란 걸 아는데도 모르겠어요.." 도저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녀가 부르는 방식을 빌려야만 합니다. 환상이자 당신이 지배되어있기 때문에... 그녀를, 로벨의 허상과 같은 애정을 조금이나마 갖고싶었던 걸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큰 용기이긴 합니다. 무어라고 은근히 말을 하려 시도한다거나... 그들에 대해서.. 무어라 표현하려 하거나. 그렇다면 자신은... 하지만 결국에는..
무언가 끄적끄적거리려는 것 같습니다.
[텔레포트로만... 오갈 수 있어요...] [좌표....는.. ] 좌표는 쓰지 못하고 맴돕니다. 사실 밖을 본 적 없다는 점도 영향이 있겠지요. 몇가지 애매한 좌표들. 확실하지만 알기 어려운 것들.
[....허수에 가깝다고 했어요...] 그들이 말하기를.. 그렇지. 정말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고통스러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선 안되는데! 네게 그것이 용납될 것 같니? 당신이 해선 안되는 것인데. 로벨이 원격으로 조작할 순 없지만.. 압박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한양은 로벨을 '마마'라고 부르자, 한양은 자신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고 싸인을 보내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무언가를 쓰라는 동작을 취함으로, 오로지 수기로만 소통하자는 싸인을 보냈다. 그나저나 마마라.. 마마는 엄마라는 뜻인데.. 이와 동시에 '자료'가 둘이 되었다라. 혹시 또 하나의 자료는 케이스를 의미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피해자?
[그녀는 당신의 엄마가 아니에요.]
[그녀가 진짜로 뱃속에서 당신을 품고 낳았다고 해도, 그런 사람은 당신의 엄마가 될 수 없어.]
[그녀가 당신을 진정 사랑하는 엄마라면, 당신을 그렇게 대하지 않아.]
[수경양도 어렴풋이 느껴지지 않나요? 주변 친구들의 어머니들 하물며 TV나 매체에서 나오는 어머니들.. 봐서 알잖아요. 당신이 엄마라고 생각한 그녀와는 제법 다르다는 걸. 정상적인 엄마는 딸의 목에 초커를 끼우고 통제하지 않아요. 딸에게 자해를 유도하지도 않고요.]
[그녀는 절대로 당신을 사랑하는 엄마가 아니야. 그저 사람을 도구로 여기는 범죄자일 뿐이지. 이 좁은 인첨공에서도, 당신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넘치고 넘쳐요. 제발.. 눈을 밖으로 돌리셨으면 좋겠어요.]
[그래. 수경양도 세상에 대해 알기도 전에 그녀에게 그러도록 교육을 받았겠지. 그녀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그래야 오로지 그녀의 소유물이 될 수 있으니깐. 아무리 괴로워서 그녀에게 빠져나가려고 해도, 결국 돌아갈 곳은 그녀 밖에 안 보이니깐. 밖으로 나가기 많이 무서웠을 거에요, 수경양.]
[하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가져야 수경양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에요.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는 그녀의 사랑을 바라지 마세요. 세상이 그렇게나 척박했다면, 리라양이나 서연양처럼 당신을 구하려는 사람도 없었겠지. 혜우양하고 세은이 같은 아이들도 없었겠지. 리라양이나 서연양은 행동력이 꽤나 강한 아이들이라, 수경양도 당황했을 거에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느껴지지 않았나요?]
[그녀보다 훨씬 더 따뜻한 온기가요.]
한양은 그렇게 긴 글을 쓰고는 수경에게 건넸다. 이어서 수경은 로벨의 연구소가 텔레포트로만 오갈 수 있다는 정보와 좌표는 허수로 추정된다는 정보를 얻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허덕거리는 수경이 잠시 정보를 쓰는 것을 멈추게 한 뒤, 한양은 수경의 앞에 가서 두 손으로 수경의 어깨를 약하게 짚고는, 천천히 호흡을 해서 안정시키는 것을 유도하려고 했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것과도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한양 부부장님이 입에 쉿하는 제스쳐를 취하는 것을 겨우겨우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말을 두서없이 내뱉는 것을 기억하나요? 그렇게 계속해서 말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당신의 그 신체 징조를 눈치채실 수도 있잖아요?
[저를... 저를.. 데려가실 수 있어요...] 글씨가 떨리는 것 같아요. 숨이 턱 막힌다면? 어지러워지면 그건 안 돼..
[로벨님은...] [저희들을 사용해서라도... 목적을 이루실 분이시니까요...] 한양의 엄마는 그렇지 않다는 것에 펜이 맴돕니다. 하지만 로벨은 자신의 마마이면서 마마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자신이... 대체품인데.. 리라 양이나 서연 양이 자신에게 해주려 했던.. 저런 보고서를 쓸 정도라면. 자신을 위하는 것을 아는데도. 그것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자기 스스로를 싫어하게 되는 기분입니다.
[로벨 님이... 나를.. 대체품이라고 했고... 그녀를 봤기에...] [결국.. 저는 빼앗아버렸고..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단 걸...] 인정했다는 말을 쓰다가... 멈칫합니다. 그리고 한양의 어깨에 닿아 진정시키려는 손에. 떨리는 것이 조금은 잦아듭니다. 따뜻한 온기가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결국에 그것을 가져선 안되는 것을 알고 있나요?
본인을 데려갈 수 있다니.. 누가? 저지먼트가? 로벨이? 확실한 건 지금은 그녀가 언급되는 것으로도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어. 일단 계속해서 대답을 강요할 수는 없단 말이지. 글씨체에서부터 떨리는 것이 느껴지니깐 말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거는 수경양이 용기를 내야 되는 일이야. 계속해서 두다가는, 로벨에게 놀아나는 것만 지켜볼 뿐이라고.
[수경양. 혹시 초커요. 제가 소멸시켜드릴까요? 원하시면 고개를 끄덕여주세요.]
일단 수경양의 심리적인 불안을 계속 팽팽하게 유지시키는 저 초커부터 없애야 돼. 수경이 고개를 끄덕인다면, 한양은 수경의 초커의 입자를 전부 흩어지게 만들면서 초커는 천천히 소멸했겠지. 마치 이 세상에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어떤 목적?]
한양은 로벨의 목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당신이 누구의 대체품이라고 한 것이죠? 수경양이 본 '그녀'는 또 누구구요?]
[당신은 무엇을 빼앗았기에 스스로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어서 한양은 직감적으로 눈치를 챘겠다.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외로움,괴로움,공허함 등이 섞였겠지만..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감정은 '죄책감'이라는 걸. 자신이 무언가를 빼앗고, 존재가 잘못되었다는 말에서 그녀가 죄책감을 느끼며,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세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초커를 소멸시키겠다는 한양의 말에 겁을 먹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안되는데도.. 고개를 홀린 것처럼 끄덕입니다.
어쩐지 한양의 힘으로도 소멸하는데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사라지면서도 수경에게 고통을 희미하게 줬고. 그것만으로도 속이 아파올 것이고 그로 인해 피맛이 올라오는 것 같았을까요? 그리고 그들이 끊긴 신호를 눈치채게 할 수 있었을까요..
[로벨 님은... 인첨공이 병기를 만들고자 하고 그로 인해 폐기될 것이라는.. 모든 이들을... 가엾게 여기셨어요] [그래서... 허수학구와.. 괴이를 모티브 삼아... 그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이상향이자.. 법칙과 이치를 손에 쥔 곳을...만들겠다고 했던가요...] [그 프로젝트를.. 상정이라 불렀죠...] 같은 적음을 보면서도 어색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녀의 의도가 그럴지라도 그 방식과 결과는 끔찍할 것이 분명한데도.
[....] [그녀는... 저를.. 기생충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누구의 대체품이라던가. 그녀가 누구인지... 존재가 잘못되었다는 데에 대해서는 더 이상 펜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 들었던 것들이란... 그것을 말한다면... 괜찮다는 말을 보았음에도.
"차라리 연지는 그녀를 선택하셨어야 했어요..." 필담으로 하자는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무어라 웅얼거리기 시작합니다.
일단 초커를 소멸시키는데 어렵게 동의를 하는 걸로 보아, 수경양 역시 이 집단에서 나오려고 하는 의지는 있어. 본인이 부정을 해도, 무의식 중에서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겠지. 어째 초커를 소멸시키니, 조금 더 괴로워하는 걸로 보이지만.. 일단 당장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중요해.
" .... "
그러니깐 결국은.. 인첨공 안의 또 다른 사회를 만드려는 것이 로벨의 목적이라는 거네? 하지만 이 과정을 보아서는, 그녀가 만든 사회는 절대로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런데 로벨이란 작자를 어떻게 엿먹일 수 있는지 알 것 같아. 암부라고 한다면 인첨공의 더러운 일처리나 연구를 대신해서 해주는 단체지. 그것은 곧 인첨공에 대한 광기어린 충성을 뜻하는 것이고. 굳이 그것이 아니어도, 인첨공의 어두운 윗 대가리들의 뜻에 반대하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로벨의 계획은 인첨공의 높은 분들이 매우 싫어하는, 그야말로 뒷통수를 치는 계획. 이 계획이 높은 녀석들에게 도달하기라도 한다면.. 이이제이 작전이 가능하다는 거야. 그들의 입장에서는 로벨이 뒷공작을 준비하는 반란종자가 되는 것이지.
그리고 기생충이라는 발언을 보아.. 그들의 입장에서는 수경양이 실험 중에 발생한 , 예상하지 못한 부산물이라는 것인가?
" 연지요? 또 그녀는 누구구요.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줬으면 좋겠는데요. "
초커도 없앴겠다.. 필담을 끝내고서 입을 열기 시작한 한양이었다. 수경과 필담을 한 종이들을 챙기면서 말이다.
로벨 그녀는 윗대가리들... 이라는 것을 안다면 아니 너네가 버리겠다고 폐기하겠다는 거 내가 주워다 쓴다는데 왜? 같은 생각이긴 하겠죠...
"연지는... 연구소 이름이에요.." "제가.. 폐허나 다름없던 로벨 연구소의 잔재에서 살아만 있던 걸.. 회수해주셨어요... 저를.. 많이 생각해주시는데... 알려서는 안되는데... 그들은 아무 관련 없는데..." 진정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래도.... 띄엄띄엄 말을 이으려 합니다.
"로벨 연구소에서.. 지냈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그런 둥둥 뜬 기억들은 제게 주어진 그런.. 부산물이었고.. 로벨님과... 다른 분들께서 음지로 갈 때 버려진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와서.. 저를.. 찾으셨다고 하고... 저는 왜.. 벗어나지를 못하는 걸까요. 같은 .. 굉장히 축약된 말을 하려 하네요.
"하지만... 그들이 나를. 데려갈거에요... 그들이 저를.. 전부... 아냐. 내가 이동해야 하는 건데. 또 잃어버리고 말 거에요." 어쩌면 수경이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서 주목한 것이었을까요? 불안함이 당신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사과를 받았다. 그야말로 물음표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게 사과 받아도 되는 일일까? 서연의 마음씨에 웃음이 피어났다.
“이런...” “서연아...” “미친 사이코랑 싸우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을 하면...” “그게 더 소름 돋는다...”
아니, 그 미친 사이코와 싸우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을 하며 그 무지막지한 공격을 피하고 이겨야한다? 그게 가능하면 서연이가 최강이지.
아차, 말 실수 했구나! 마지막까지 날 생각해줘서라는 말이 아니라 마지막에 날 생각해줘서라고 말했어야했는데 오해를 하게 만들었네.
창피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말실수 했어. 그냥 그때처럼 다 끝나고 한번만 떠올려만 줘.”
그래, 그게 가장 적당하고 가장 고맙다. 그 이상이면 과하고 그 이하면 섭섭하다.
“그래, 약속할게. 네가 퇴근할 때마다 너를 만나러 올게.”
서연의 걱정이 귀여운 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한다.
“연애편지?!”
철현의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 피어났고 기대감이 가득 찼다.
연애편지? 정말 그 연애편지? 서연이 손수 직접 써준 연애편지? 받아도 되는 거야? 이거 정말 받아도 되는 거야? 그렇지 연애하는 사이니까 그 정도는 받아도 되겠지. 그런데 보답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나도 편지를 써야하나? 글재주는 없는데? 국어 교과서에 연애편지 쓰는 법은 안 나와 있단 말이야. 이 쓸모없는 국어 책 같으니라고. 그래 정철 선생, 아첨꾼이니 말이라도 잘하겠지? 몇 백 년 후에도 나를 이렇게 괴롭힐 정도의 문인이니 글 쓴 것 좀 빌립시다. 사미인곡이 좋겠어. 이 양반이 자신을 여성화할 정도로 권력에 야심이 있는 사람이구나 느꼈던 시조. 달달하니 그것 좀 씁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 때, 서연의 질문 세례가 시작되었다. 케이크 취향? 음식 취향? 음료취향? 몸 사이즈? 나의 호불호?
“그럼, 데이트 할 때, 밥도 먹고, 옷도 사자. 그럼 알 수 있겠지?” “만약 한 번에 알기 어려우면 또 하면 되고.” “나 2인용 영화티켓 두 장 있어.” “굳이 한번만 데이트하라는 법은 없잖아?”
오글거려서 입 꼬리가 올라간다. 서연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흠...”
1학구에서 가장 낮은 대학이 어디였지? 아니야, 그건 중요치 않아.
“너 성적은 몇 등급이지? 물어봐도 되나?” “넌 꿈이 뭐야?”
학과를 선택하고 거기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알아봐야한다. 1학구가 가능하다면 가장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괜찮다. 택시타고 버스타고 만나면 된다. 오히려 자주보지 못하니까 더 애틋할 수도 있다. 그러니 연애 거리는 중요치 않다 생각했다.
“어... 생각해보니까...” “네가 왜 입시 준비를 하는 거야?” “곧 있으면 레벨 4 되잖아? 충분히 지원금만으로 먹고 살 수 있지 않아?”
서연의 걱정 고민과는 달리 철현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거대한 악과 싸울 생각은 딱히 없다. 4레벨 이하 모두를 죽인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 애초에 멍청한 테러리스트 말을 왜 믿겠어?
“그냥 최대한 열심히 해서 최대한 네가 원하는 과, 1학구에 있는 대학에 온 다음” “같이 만나서 계속 연애하면 되겠지.”
양심 선언을 하고서 조마조마해 있다가 선배의 대답에 저항 없이 웃음이 터져 버렸다. 되게 찔리고 불안했는데, 무슨 마술처럼 가벼운 일로 만드셨어! 듣고 보니 선배 말씀마따나 내내 선배 생각 하는 게 오히려 집착 미저리 같아졌다?!
마음이 편해져선지 선배가 말한 '그때'의 감각이 생생해지는 듯했다. 뜨겁게 지탱해 주던 품, 거칠게 끓어오르던 숨결, 온몸에 또렷이 와닿던 심장 고동, 그리고 안타까움 가득인데도 안심되던 목소리까지... 가만. 그러고 보니 그때 안긴 거네?! 정식으로 교제하기도 전에??!! 으와와아;;;;;;;;; 머리가 녹는 거 같아...연애라는 건 어쩌면 이렇게 서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할 거 같은 일들의 연속일까??
그래도 몽글몽글하다. 행복하다. 원래도 퇴근하는 순간은 하루 중 가장 즐거운 때였는데, 그때마다 선배랑 만난다 생각하니 세상에 퇴근만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지금처럼 환하고 따뜻한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편지 자주 써 봐야겠다. 대단한 얘길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념일에는... 잠시만! 기념일 하니, 꼭 알아 둬야만 할 날을 안 물었네!! 취향은 데이트하면서 알아보고 한 번에 알지 못한 건 다음 데이트에 알아보자는 얘기들에 신이 나 끄덕이면서도 물을 틈을 노리는 서연이었다.
" ...그래도 선배 생일은 지금 알려 주세요!! "
" 전 진짜 태어난 날은 모르지만, 생일 정할 때 2월 29일로 골랐어요!! 생일이 1년마다 돌아오는 게 그다지 달갑지도 않고, 4년에 1번만 오면 나이도 덜 먹는 기분이라서요~~ 그래 봤자 18살 고2로로 여겨지는 건 똑같지만요. "
지금 와서 나이가 지금의 1/4로 여겨졌다간 당장 선배와의 연애부터가 부적절한 일이 되고 말 테니 절대 안 될 일이다만. 거기 생각이 미쳐 혀를 살짝 낼름하며 머쓱한 표정을 띠고 만 서연이었다.
그러나 그 가벼운 머쓱함은 화제가 성적으로 옮겨 가기 무섭게 날아갔다. 당연하다. 고사 성적표의 처참한 등급들을 선배한테 알리게 된 판에 생일이 4년에 한 번 오건 10년에 한 번 오건 알 게 뭐야? 결국 양손으로 얼굴을 다 가리며 고개 숙인 서연이었다.
" 잘 나온 게 7등급요...;;; "
연애를 떠나 서해 바다 생각이 간절해진다.
" 첨엔 제 편의점을 차리는 게 목표였는데요. 지금도 그러고 싶긴 한데요... "
그 날이 오면 편의점에 붙여 놓으려고 부장 사인도 받아 뒀고, 부부장 사인도 내심 노리고 있었지.
" 요즘 들어선... 사이코메트리가 상담심리사 같은 거 하기에 좋은 능력 같아서, 그런 거 하면서 고민 있는 사람들 돕는 것도 좋아 보여서, 관심이 생겼었어요. 지금 제 성적으론 어림반푼도 없는 게 문제지. "
평균 3등급은 나와야 했으니 까마득하다. 어떤 의미로는 내 성적을 거기까지 올리는 게 그 무식하게 쎈 수박 씨 상대하는 거보다도 어려운 일일지도?
" 에??? "
얼떨떨했다. 레벨이 더 오른다는 보장만 있다면야 별도의 생계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없을 거다. 정하가 회계 일을 주선해 준 덕에 요즘은 추가 소득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처럼 레벨이 쭉쭉 올라 준다는 보장이 없다. 그게 생각처럼 되는 일이었다면 선배처럼 좌절하는 케이스도 없었겠지. 둘째로, 레벨이 오른다 하더라도 편의점이든, 다른 벌이가 포기될지 모르겠다. 편의점은 앞으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는 있겠다는 희망을 안겨 준 곳이라 포기하기 아깝고, 상담 분야는 자력으론 어쩌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거 같아 혹한다. 내 여건을 냉정히 고려하면 포기할 건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만(가령 입시에 뛰어들고 싶다면 알바는 그만두는 게 나을 거다. 그 시간이 아니면 공부할 시간이 마땅찮을 테니) 현재로선 그렇다.
" 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선생님이 1학구는 인첨대부터 해서 싹~ 다 명문대라던걸요. 장차 인첨공의 지도층이 될 인재를 특별히 양성하는 구역이라나요? "
나한텐 1학구의 대학 입학보다 1학구에서 영업하는 편의점 매입이 차라리 수월하지 않을까? 그러면 학력차라는 문제는 어쩌지 못한다는 점을 아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어 버리는 서연이었다. 철현에게 말을 꺼내기 전 불안해했던 당장의 문제들은 까맣게 묻어 둔 채로.
/디스전을 고백 전으로 봐야 할지 후로 봐야 할지 제가 못 정해서 버벅거렸던 걸 적당히 풀어 본 거였는데 철현 선배 반응이 설득력 빵빵하면서도 웃겨서 한참 웃었어요 + 역시 정철은 수험생 모두의 적이네요 선조는 미래의 수험생들을 위해서라도 귀양 보낼 시간에 사약부터 내렸어야...!!! (응???;;;;;)
낮이 가장 긴 시기. 선배 생일의 의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좌절을 겪었지만 완전히 꺾이지는 않은 선배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선배가 계속 밝게 지낼 수 있길 빌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지금 5살이냔 농담은 너무했다~
" ID카드에 만 나이는 17살이라고 찍히는데요~ "
" ......"
" ............ "
" ........................ "
창피해!! ◯◯◯가 입시해서 자기 밑을 깔아 달라 놀릴 때도, 내 성적으론 원하는 과 진학이 어렵다고 담임 선생님이 칼같이 자를 때도 이 정도로 창피하진 않았는데, 지금은 창피하다. 너무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 얼굴도 눈시울도 뜨끈하다.
" 7등급이 제일 잘한 거예요... "
수험생이어서 역시 입시에 빠삭한 걸까? 선배는 담임에게도 확인받았던 이야기도 확인 사살처럼 일러 주었다. 평균 3등급은 나와야 하고 대학원도 가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쩔 줄 모르던 중 지금부터 잘해도 된다는 말에 그만 먹먹해졌다. 난 어림도 없어 보이는데 선배는 밝다. 내가 받는 지원금이며 여러 여건을 바탕으로 본인 일처럼 고민도 해 준다. 이제까지 자기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모색해 왔던 선배답다. 저런 끈기와 향상심이 멋있다고, 안 지 얼마 안 됐을 무렵부터 생각했는데.
그에 힘입어 이래저래 궁리해 본다.
일단 현재 시간은 빠듯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커리큘럼, 커리큘럼이 끝나면 알바. 알바 중 손님이 없는 시간을 비롯한 자투리 시간에는 쿼츠에서 맡은 의뢰들의 수입과 지출 따위를 정리하고 계산한다. 등교는 8시 30분까지고 알바는 자정에 끝나는데 이 사이에 공부? 무리다.
그럼 알바를 관둔다? 3렙 지원금에 쿼츠 회계로 얻는 수입도 있으니, 생계만 따지면 알바를 계속할 이유가 없긴 하다. 그래도 계속 일한 건 내가 뿌리 내린 곳인 인첨25 목화고점에 대한 애착과 장차의 목표 때문이었지. 선배 말씀마따나 편의점은 나중에 매입할 수도 있긴 할 테고.
하지만 상담심리사라는 진로에 대한 관심은 과연 확고할까? 다시 물음표가 생겨 버린다. 그 진로에 관심이 생긴 건 성하제 때 사주 카페 흉내를 내며 사이코메트리로 손님들의 사정을 봤기 때문인데, 그 정도로 가벼운 일을 하기엔 내 편의점에 사주카페 공간을 마련하는 걸로 충분하지 않나? 보다 전문적으로, 현실에 좌절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하며 그들이 현실을 건강하게 수용하도록 도울 자질이 나한테 있나? 있다 해도 내가 그 일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 상담 센터에서의 커리큘럼에 협조하는 수준으로 만족하면 그만 아닌가?
생각하다 보니 1차적인 문제는 진로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대학에 가야 하나 공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게 최소 80%는 선배와의 관계 때문이란 거다. 맙소사!! 선배는 이렇게나 차근차근 도와주려 하시는데 창피한 노릇이다... 골치가 지끈거렸지만 어영부영 넘어갈 사안은 아니었다. 서연은 심호흡을 하고는 제 얼굴에서 손을 뗐다. 고개는 들지 못했지만.
" 성적도 노답이지만 제가 힘든 사람들을 북돋아주는 상담심리사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도 의문이라, 제 편의점을 차리는 데 집중하면서 사주 카페처럼 가벼운 부스도 두거나, 사이코메트리 커리큘럼을 상담 센터 위주로 잡는 게 낫겠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럼 입시로 골치 썩을 필요 없고, 수업 끝나면 커리큘럼 하고 커리큘럼 끝나면 알바 가는 지금의 생활 패턴도 안 바꿔도 되니까요. "
" 근데도 대학 운운했던 건...... "
아, 말이 안 나와. 서연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토실이를 품에 내려 끌어안았다. 선배가 토실이 안으면 근심 걱정 다 사라진다셨는데 나한테도 효과가 있으려나?
" 나중에 선배랑 멀어질까 봐, 그 이유 말곤 없어요. 꿈이나 커리어처럼 여엇한 동기 같은 거 없어요... "
토실이 귀만 보고 있으니 창피해도 말은 한결 잘 나온다. 아니, 토실이 덕분이 아니라 어차피 인천이니 1학구와 3학구를 오가면 된다는 선배의 말이 든든한 덕분인지도 모른다.
" 도서관에서 공부할 시간을 빼려면 알바를 그만둬야 할 거 같은데요. 지금 알바를 그만두면 그건 제가 원하는 진로를 개척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선배랑 같이 있을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일 거예요. "
그 시간 동안 나는 설레고 좋겠지만, 주객전도가 되어선 곤란할 거 같다. 걸핏하면 선배가 공부하시는 걸 번번이 방해하고 말지도 몰라.
" 이 상태로 입시를 시작할지 말지나 도서관에서 공부할지 말지를 결정해선 안 될 거 같아요. "
" 좀 더 고민해 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고 도와주고자 해 주셨는데도 이런 대답밖에 못 드려서 죄송해요... "
토실이를 안은 채 고개를 꾸벅 숙이는 서연이었다. 너무나 어정쩡한 대답이라 선배께 낯이 없었던 탓이다. 그 대신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다시 대답 드릴 때까진 내가 진짜로 원하는 진로를 제대로 고민해 봐야지!!
나는 튀르키예 풍의 하얗고 폭신한 디저트를 찾고 있어. 내가 망가트린, 내 룸메 단풍이의 목걸이를 고쳐주고 있는 성규의 추억의 디저트를 찾아주기 위해서!
...이누야샤 오프닝 풍으로 이야기를 재개하기에는 모험의 주체가 나 하나 뿐이네! 그만 두자 ㅋㅋ
어쨌든, 그 날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 해프닝은 기억해두고 싶은 지라, 이렇게 공부용 노트 뒷면에다 회고록이나마 적어두려고 한다.
성규의 추억속 디저트는 종합하자면, 새하얀 색에, 달콤하고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튀르키예식 디저트라고 했다. 튀르키예식 디저트 하면 생각나는 게 터키시 딜라이트라고 불리는 로쿰이라, 혹시 찾는 게 그거냐고 인첨톡으로 메세지를 보내 물어봤더니, 성규는 그거 물어볼 줄 알았다며, 아니라고 했다. 하긴, 그렇게 쉬웠으면 성규가 로쿰쟁이가 되었으면 되었지 날 찾아오진 않았겠지. 다급한 나머지 판단력이 흐려졌었나보다.
로쿰은 물론이고, 성규가 여태껏 찾아먹지 못했다는 건, 아무래도 생소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디저트일 가능성이 높을 거라 판단했다. 그럼 인첨공에 들어오기 전에 현지에 가서 먹어본 걸까? 그랬다면 난감할 노릇이었다. 나도 인첨튜브를 통해 알려진 레시피만 학습해서, 현지에서도 생소한 디저트에 대한 정보에는 접근하기 어려웠으니까.
그래서 웹서핑을 통해 보기에 하얗다 싶은 튀르키예 디저트 레시피란 레시피는 다 수집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규에게 그 디저트를 먹은 상황에 대해서 질문했다. 다행히도, 그 디저트는 성규네 어머님께서 만들어주셨다는 모양이었다.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보시고 만드셨던 것 같다고 덧붙인 메세지를 보자, 좀 희망이 생겼다. 만약 성규 어머님께서 한국어로 된 레시피를 보시고 만드셨다면 아마 이 한정된 네트워크 안에 있는 정보에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 뒤로, 수집한 레시피들을 하나씩 만들어 성규에게 가져다줬다. 쌀과 우유로 만든, 하얗고 꾸덕한 크림을 얹은 바클라바, 우리나라의 타락죽과 비릇한 각종 푸딩, 꿀타래와 비슷하게 생긴 피시마니에, 하다 하다 이제는 생소하지 않게 된 카이막 등.
...결과적으로 이 안에는 성규의 추억의 디저트는 없었다.
낙담하려는 찰나, 성규가 카이막을 다시 먹어보더니 말했다. 생김새는 얘랑 비슷한데, 더 달고 말캉한 식감에, 가루같은 게 뿌려져있었다고. 아이보리색이었던 것 같고, 견과류같은 고소한 맛이 났던 것 같다고. 그리고 어머니가 요리하는 걸 봤는데, 옥수수 전분가루가 나와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말에, 문득 이건 아니겠지, 하고 따로 저장해두진 않았던 레시피 하나가 떠올랐다. 우유와 생크림, 옥수수 전분을 쓴 하얀 튀르키예풍 디저트. 그 레시피는 코코넛 가루를 썼지만, 코코넛 가루 대신 아몬드 가루를 토핑으로 얹는다면 어떨까? 정답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레발 치고 싶진 않았기에 성규의 증언을 메모한 다음 헤어졌다.
>>109 영희주 반가워 반가워>< 영희 새봄이랑 키가 똑같더라!! 그러니 같이 낮은 도토리단... 하지 않겠는가?(ФωФ)
>>110 캡 캡 오랜만이야~!!>< 아참참 2주간의 공백을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해봤는데, 수술을 통한 레벨 성장 때문에 몸에 무리가 (뒤늦게!) 와서 쉬면서 세은이랑 부실 봤다고 해도 될까? 그리고 혹시 디스트로이어도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해! 지난주 일을 서면으로 확인한 새봄이가 볼일이 있을거같아서 말이야>< 새봄:(생글생글 웃으면서 주먹 뚜둑뚜둑)
>>111 서연주 서연주!! 안녕안녕~ 걱정해줘서 고마워! 지금은 많이 정리돼서 이렇게 왔지! 고마워 히히 그리고 다시 봐서 반가워!
>>195 리라주 으와와와 /@ㅁ@\ 사실은 제가 아직 못 정한 탓도 커요 서연이가 자기 앞가림하기도 급급한 소시민에서 멈출지 타인에게 자기 에너지를 나눌 여력이 있는 인간으로까지 성장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서요👀👀 (한편으로는 성하제 때 리라 공연도 좀 생각났었어요. 그때 서연이가 리라는 자기 길을 찾은 거 같다고 느꼈었고, 리라도 그 공연을 해 봤기 때문에 지금은 저지먼트의 차기 부부장직을 받아들이는 등 저지먼트에 충실해질 수 있었다고 했던 거 같아서요.) 그래도 생각 깊어 보인다고 말씀해 주시니 뿌듯해졌어요!! 감사해요오오오오 ><
>>197 영희주 본격 타캐 티미지만 새봄이는 영희의 체리 타르트를 맛보고 레시피를 익히면, 닭둘기 털로도 그 체리 타르트를 재현할 수 있는 능력자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앗~ 미술관 말고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긴 해! 호텔이나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조형물이나 유화, 안드로이드 외형 및 표정 커스텀 정도...?🤔 AI칩 이식해서 관람객이랑 소통하는 레이브 작품들은 미술관에만 있지만...:3c (이유: 이자식들 가끔 지멋대로 소통 시도해서 손님들이 말 건다고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음 현태오 닮았음(???))
야구는 대체로 불행하지만 그 대체로 < 이거에서 벗어나겠지?의 기대를 담아 보는데 대체로 불행해지는(...) 스포츠지 후후
>>203 캐릭터 앞길은 고민의 연속이지ㅋㅋㅋㅋㅋㅋ 이해한다... 스토리랑 일상 하다보면 길이 보일테니까 맘껏 고민해도 된다고 생각해 방황은 십대의 특권이다(?) 그리고 리라 공연도 생각해줬다니 이거 쫌 감동인걸😏😏 서연주가 본 게 정확해! 마음의 짐을 한 스푼 덜어내니 현재 충실해야 할 곳에 충실할 수 있게 됐다~ 같은 거지 후후 서연이나 서연주나 멋진사람들인것
현태오 닮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웃겨 역시 작품은 창조자를 닮는구나(?) 오호 그렇구만 그렇구만 답변고마운거야!! 다른 게 아니고 지금 일상에서 호텔 왔는데(성하제 상품을 써요) 로비에 레이브 작품 있었다고 하면 재밌을거 같아서🤔 상황이 맞으면 지나가듯 언급해도 되나 궁금해서 물어봤다 후후
철현주가 바라는 건 그쪽 방향? 인건가 현태오가 갱생되거나, 한결쌤이 백화되거나 하여 인첨공의 양지에서 태오가 정의든 뭐든 일단 살아가고자 하는 것?
일단 대답을 먼저 하자면 유감스럽지만 현 계획에서는 전무해...👀
일단 환경을 이긴다는 것자체가 인첨공에서 될 수 없다고 보거니와 내가 짜둔 서사상 그게 불가능하거든.
환경을 이기려면 인첨공의 리버티 사태도 있지만 데 마레의 소장 안승환과 한결의 윤리, 도의적, 그리고 세대차이에서 기인되는 갈등 서사가 풀려야 하고 태오의 갱생 과정에서는 서휘와 태오의 갈등, 서휘와 한결의 갈등, 그리고 희야와 태오의 갈등이 풀려야 하거니와 그 이전의 삶 또한 청산해야 하니까. < 역량부족 맞음
뭐 한결이가 백화하고 태오가 갱생하라면 갱생할 수는 있어. 대신 현태오라는 자아를 부서뜨리고 데 마레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준 페르소나에 영영 묶인 채 레이브라는 유일한 표출수단에 의존하며 살아가겠지. 태오가 지금껏 만들어온 안드로이드처럼 주어진 것에만 집중하고, 명령을 듣고, 한결이는 그게 교화됐구나 생각하며 끝내 태오의 속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뭔가 극단적인 상황...같긴 한데 달리 말하자면 태오라는 인물이 그만큼 본인 앞길을 잘 알고 타인을 끌고가기 싫어하는 외골수란 뜻이기도 해.
눈이랑 귀랑 목에서 불이 나오는 줄 알았다. 세상에나!? 이런 말도 하실 줄 아는 분이었어?! 당장 여드름이 몇 갠데... 곪을듯 말듯 솟은 여드름이 철현의 시선에 닿을세라 손가락을 움직여 가리는 서연이었다.
여드름처럼 가려지면 얼마나 좋을까만 입시라는 싸움터에 전혀 안 맞는 내 성적은 현실이다. 근데
눈이 확 뜨였다. 선배 이렇게까지 긍정왕이셨나...!!?? 잘 나온 게 7등급이란 말은 8~9등급도 있다는 의민데 이런 반응이시라니? 성적을 대체 얼마나 끌어올리셨기에?? 벙쪄서 눈만 꿈벅이노라니 선배가 표정을 흐리며 고개를 젓는다. 뭔가 마음에 걸리신 걸까. 생각해 보니 성적을 당장 올릴 방도는 마땅찮다거나?
등골이 쭈뼛해졌다. 선배는 서현의 능력을 활용한 일로 본인의 성적이 스스로 거둔 성취는 아니라 여기고 있었다. 아무리 과외나 학원과 다를 바 없다 말해도 아니, 집중력을 키우자고 ADHD 치료제를 먹어 버리는 극단적인 일부를 예로 든대도, 남들은 시도도 불가능한 편법을 썼다는 자괴감이 깨끗이 덜어지기는 쉽지 않을 거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가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는 법이니, 그 점을 생각해 주면 좋으련만. 어쩌면 좋을까?
잠시 고민했으나 서연은 조각 케이크나 한 입 먹고 말았다. (레터링 케이크는 선배가 들기 전엔 초콜릿 끝자락, 체리 한 알도 건드릴 수 없었다.) 내게 처음으로 사이코메트리를 써 보라셨던 날, 선배는 그랬었다. 스스로의 편이 되기가 어렵다고. 그간 자신을 몰아붙였던 시간이 길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도 선배는 이제껏 애써 주셨다. 그걸 실감했던 적이 이미 여러 차례다. 잠시 주춤한다고 일일이 짚으면 그게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하거나 피로감을 유발해 버릴지도 모른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조급해지지 말자. 선배는 바닥을 치더라도 언제가 됐든 스스로 올라오실 분이니까.
그래서 딸기 생크림 케이크 품평이나 속으로 해 본다. 딸기도 생크림도 상큼달달하고 부드럽긴 한데, 혜우가 납치됐을 때 새봄이가 만들어 줬던 케이크에 비하면 살짝 아쉽다. 언제 새봄이한테도 케이크 만드는 법(능력으로 말고 일반인도 할 수 있는 방법) 가르쳐 달라고 졸라 볼까?
(당사자인 새봄이는 생각지도 않을) 김칫국을 드링킹하고 있으려니 선선한 대답이 돌아왔다. 공부도 꿈도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 그러네. 다 잘 살아 보자고 하는 거지. 나중을 겁내다 지금을 놓치면 그게 무슨 소용이람? 그런데도 선배랑 멀어지는 게 겁나서 판단력이 흐려졌다. 에효~
그게 머쓱한데도, 선배는 같이 있고 싶어서 공부할까 고민한 것도 동기라고 인정해 주신다. 맙소사?? 사심으로 가득 찬 발상까지 좋게만 받아들여 주시니 정신줄 꽉 안 잡았다간 사고 치겠다!! 그랬기에 선배의 다음 제안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당장 확정할 수 없는 걸로 고민하느니 지금을 즐기자! 아니, 그 이상이었다. 대학생이 되더라도 내가 공부하고자 하면 도와주겠다 하셨으니까.
" 감사해요, 선배!! 공부 계획 생기면 꼭 말씀드릴게요~ >< "
덕분에 더 안 먹어도 당 충전은 머리끝까지 된 거 같다. 내가 만든 케이크를 한 입 가득 드시는 선배가 세상없이 편안하고 즐거워 보여서. 그래도~
" 선배 잠시만요. "
티슈로 철현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으려는 서연이었다. 그러면서도 잔뜩 들떠 재잘거린다.
" 무슨 영화가 좋을까요? 저 가상 현실 영화관은 처음인데요. 주인공이 물대포 맞는 장면 나오면 똑같이 물대포 맞는 느낌 들고 그런가요? "
영화도 영화지만 선배 옷이나 신발 골라 보는 것도 기대된다. 체격이 좋으시니 웬만한 옷은 다 잘 어울릴 거라 예상하면서도, 디자인 그 자체보다 소위 커플룩이란 것에 흥미가 솟았다. 똑같은 옷은 너무 유난스럽나? 선배는 관심이 있으실까? 망설여지지만 해 보고 싶은걸!!
생각할 거리가 한가득이었지만 가장 급선무가 무엇인지만은 명확했다. 그 수박 씨한테 뼈가 으스러졌던 일이 생각나 움츠러드는 일은 두 번 다시 없도록 하자! 그래서 상담 센터에 가자마자 센터장님께 트라우마 직면 상담을 받겠다고 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근데 반기실 줄 알았던 센터장님이 도리어 서두르지 말라신다. 트라우마 직면은 마음의 수술인 셈이라, 수술이 성공하려면 정확하게 째고 섬세하게 봉합해야 하듯이, 트라우마 직면도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나? 또 워낙 힘들기 때문에 심리적, 사회적 자원들을 확보한 뒤에 시작해야 한다고도 하셨다. 그래서 한동안은 준비 과정으로 생각해 달라시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일단은 센터에서의 사이코메트리 장비 개발 커리큘럼에나 집중했다.
그러고 상담을 받아 보려니, 그 수박 씨에 대해 낱낱이 말해 버렸다간 곤란할 거 같았다. 부부장이 기자들을 움직인 덕에 수박 씨는 리버티를 무찔러 준 영웅이 됐으니까. 그래서 개인 사정상 말할 수 없는 부분은 건너뛰어도 되냐 여쭙고 나니, 이 센터에서 개발하는 사이코메트리 장비에 대한 찝찝함이 싹텄다. 그 장비가 안티스킬의 거짓말 탐지기처럼 사람 곤란하게 만들어 버리면 어째?
하여 내담자가 속내를 읽히는 걸 원치 않으면 어쩌냐고도 질문했다. 그랬더니 센터장님이 그런 내담자는 사이코메트리 장치에 손을 안 대면 된단다. CCTV 같은 게 아니라 손대는 사람에게만 작동하는 장치라고. 그 말씀을 들으니 이 센터에서의 활동은 괜찮겠다고 안심이 됐다.
이후 에둘러나마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자, 센터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본인이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커리큘럼을 못 했을 거 같단다. 그 상황에도 맡은 일을 한 건 책임감이 있는 거고, 문제를 정면 돌파해 보기로 한 건 마음이 단단한 거란다.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동요해 버린 내가 바보 같고 창피했는데 그런 얘길 들으니, 이대로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는 믿기 어려워 지나치게 좋게만 보시는 거 아니냐 되물었더니,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 같은 상황이었다면 뭐라고 했겠냐신다. 선배였다면...... 그러네! 선배에게 얘기했던,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라는 걸 정작 나한텐 못 하고 있었네!?
불안해해도 괜찮다. 불안할 수밖에 없게 힘들었던 거다. 당장 나아지지 않는 거 같아도 그건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큰 일을 겪어서다. 그렇게 내 입장을 인정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리버티의 선전을 역이용해 내 잇새 너머 목을, 목구멍 너머 위장을 채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명목상 저지먼트가 되어서 세운 계획이 흑백선전이라고, 하물며 질이 대단히 좋지 못하며 양지의 꿈과 희망, 누군가와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계획과 차원이 다르다고.
태오는 계획을 되짚듯 생각에 잠겼다.
리버티를 뿌리부터 뒤흔들고자 했다. 정확히는 스스로의 삶을 직시하지 못하고 끝까지 발악하게끔 만들다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 무엇보다 안전할 상황이라 판단했다. 하여 끝까지 자신들이 옳다 믿게끔 몰아가야만 했다. 대중의 시선이 싸늘해져도 틀린 것 하나 없다며 깨달음을 얻지 못해야만 한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저지먼트에 동조한다며 자기들끼리 꽁꽁 뭉치고 더 극단적이게 활동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온전히 적대하며 어떤 심경의 변화도 없게끔 만드는 것이 태오가 생각한 일이었다.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그다음의 일로 해도 괜찮았으니까.
천운이었다. 첫 번째 난관이라 생각하던 것이 지나치게 수월했다. 직접 대화를 시도해 본 결과 리버티는 자신들이 옳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미 자신들이, 정확히는 몇 인물을 주축으로 삼아 그 사람들과 끝없는 불신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몇 번 흔들어보았지만 흔들리지 않음에 대단히 감사했다. 이대로 계속, 더 극단적으로, 사냥을 위해 몰아가듯 끝없이 자극해야만 한다 믿었다.
그래야만 훗날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꼬리를 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버티는 퍽 고마운 존재들이었다. 인첨공 초능력자의 전쟁 병기화와 위크니스 제도를 공개함과 동시에 연구원을 죽이는 것을 동포의 조건으로 내세웠으니 이만큼 쓰기 좋은 패가 어디 있는가. 이들은 살인을 종용하고, 동시에 인첨공에 테러를 벌여 혼란을 불렀다. 이 상황에서 태오는 리버티의 사상에 동조하기 좋을 법한 사람을 극단적으로 자극하고자 했다. 당연히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일개 저지먼트의 이름을 단 학생의 말에 휘둘리기나 할까? 적개심을 가지기 충분한데, 세상사가 그리도 쉬워 보였나?
하지만 태오에게는 준비된 것이 많았다.
사람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자신의 능력, 누군가를 정신적으로 몰아세울 수 있는 인첨공의 환경, 충분한 자금, 손아귀에 쥔 도의적으로 옳지 못한 패와 망설임 없는 마음가짐…… 그리고 운수.
동조하는 기미를 가진 인간이 냇가의 피라미와 같았다. 멀리 퍼진 줄 알았던 것들이 손으로 한 번 뜨면 그 손아귀에 우글우글 잡히는 듯하였으며 휘두를 수 있을 만큼 맹목적이었다. 귓가에 몇 번 성전과 태양, 성자와 보호, 구출을 속삭이니 이미 제물은 준비되었다며 나서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이 존재들이 연구원이 아닌 학생까지 무차별적으로 습격하고 피해를 낳을 것이다. 비사문천은 이 사건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며 명망을 쌓을 것이고, 리버티의 인첨공 전쟁 병기 계획을 역으로 흘리며 지금 이 상황이 전쟁 병기를 양성하지 않는 것 같냐는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 사람들이 쉬이 넘어가지 않겠지만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리고 이번에 한양이 선동하였던 디스트로이어와 크리에이터의 싸움과 합쳐지면. 사람은 셋만 모여도 없던 범을 만들어낸다. 리버티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은 현실이 될 것이고, 대중들의 시선을 악화시킬 것이며, 불신을 쌓을 것이다. 리버티는 그럴수록 흔들리지 않고 굳세어야 한다며 서로 뭉칠 테지.
끝내 모든 것에 대해 불신을 가지며 스스로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는 순간까지 몰아갔을 때, 손가락으로 밀기만 해도 알아서 추락하리라. 퍼스트 클래스야 애초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는 것은 리버티의 가치와 은우, 세은, 그리고 제로뿐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가치가 은우와 세은을 구해낼 수 있다면, 유니온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제로와의 연관성을 알 수 있다면, 나아가 그 바이오 로이드의 속을 갈라 헤집어볼 수 있다면. 인간 몇 정도야 손아귀에서 치워버려도 좋은 조건 아닌가.
다만 이것이 큰 갈래에 불과하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과연 혜우에게, 나아가 저지먼트에게 말할 수 있을까? 당장 이 계획만 보아도 사람이 크게 다치고 죽을 것이다. 보듯 리버티를 용서하지 않는 방향이다. 누군가는 혐오감을 가질 것이고, 반대하거나 동조하는 인물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타인 대하듯 넘어가고 그 시선 정도야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평생이고 인간의 삶을 살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은 이미 놓은 지 오래다. 어차피 얘기하게 된다면 통보에 가까울 것이니 남은 것이 대립뿐임도 안다.
"라바나." "불렀어~? 샹그릴라 줄까?" "아니, 일정 맞춰요." "어~? 그거, 주인님 명령? 아니면 도련님 부탁~? 어느 쪽으로 맞춰줄까~ 전자면 누구?"
하여 침묵하여 일을 치르고자 한다. 이들이 나의 거사에 방해됨을 생각하였기 때문이요 동고동락한 이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세운 계획이니, 내 필히 악인은 맞을 성싶다. 태오는 품에 기대듯 등을 뉘며 눈을 내리감았다.
"제사장과 대화할 자리 마련해. 경기가 있으면 더 좋고." "그건~ 라바나 전문이지~ 마침 라바나가~ 신나게 약 먹을 시간이긴 한데~" ─ 우~와 도련님 또 모략 짜. 이번엔 또 뭘 하려고?
태오는 라바나의 속내를 읽었다. 자신이 필히 악인임을, 그 악인의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것이 머리를 타고 느껴졌다. 그래, 태오는 서휘를 통해 한결을 해치고자 했다. 한결을 끝내 무너뜨려 손아귀에 쥘 것이다. 동시에 솔리스를 일으켜 세우고자 했고, 시원이 있는 일렉트로키네시스 연구소에 제사장을 접선시키고, 제사장과 협업하여 양지에 숨기길 바랐다. 시원의 성정 정도야 파악한지 오래니. 제사장을 통해 시원의 참을성을 자극하고 나서게끔 만들고자 했다. 자신과 비슷한 결의 인간이나 참을성이 부족하며 두 사람의 목표는 비슷할 테니, 필히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데 마레를 무너뜨리려 들겠지. 제사장 또한 라바나가 준 샹그릴라를 먹지 않을 인물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솔리스와 함께 무분별하게 날뛸 것이고, 그 상황에서 태오는 이미 무너진 한결을 구슬려 강제로 영웅으로 올려내고자 했다. 그렇게 한결을 데 마레의 명망을 드높인 채 부소장으로 올라서면, 태휘와 희야를 괴롭게 만든 제사장과 일렉트로키네시스 연구소를 동시에 무너뜨려 은원을 청산하면─
"도련님, 혹시~ 제사장이랑 얘기할 때 물감 필요해~?" "많이." "그러면 내가 최~대한 많이 짜볼게~ 붓은?" "붓은 됐어요."
나는, 그토록 꿈꾸던 평온한 삶을 쥘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않을 수 있는, 끝내 쇠사슬 모두 깨부수고 나를 인정할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삶을.
>>308 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위력 자체도 완전히 동일하게는 못 사용하지만..비슷하게는 사용할 수 있다...정도로 보면 될 것 같네요! 어디까지나 파장을 분석해서 그것을 구현할 수 있을 때 한정이지만요. 그러니까 소나키네시스 계열의 연구자와 함께 연구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랍니다.
일단 태오가 안희야랑 관련된 뭐가 좀 있고, 그게 형성된 페르소나와 상충하다 보니 '데 마레 사람들에게 미움 받아도 돼'를 기본으로 깔고가서 그래. 동시에 '미움 받고 싶지 않아!'도 있어서 혜우 곁을 떠나지 않아! 하우에버! 혜우도 독립해야 해! 네버더레스! 양지에 발만 걸칠 거야! 그렇지만! 혜우를 놓아주는 게 맞지 않아?! 를 계속 보이는 거구.
불안정한 자아 속에서 다른 것은 갈피를 모조리 잡았지만, 보편적인 '데 마레의 현태오' 자아가 형성되는 기간 동안 심한 애착의 대상이던 데 마레의 심해남매즈 < 가 정설이라서 갈팡질팡하는 거고, 자기가 벌이는 일이 '데 마레의 심연즈가 보기에는 옳지 못하겠구나' 생각하는 데태오 자아 탓에 내가 벌였으니 내가 지금 청산하는 수밖에 없어...를 품고있다 보면 될듯
그렇지만 혜우가 물어보면 솔직하게 말할 거야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음기남의 자기 팔 껴안고 시선 불안정하게 피하면서 입꼬리 바들바들 떨더니 찌질소심하게 "내, 내가 역겹지, 않아...? 나, 이런 생각까지, 했는데..." 대사... ...대가리 박을까?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만.. 그에게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경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래. 자기 자신은 몰라도 타인에게는 용납하지 않기는. 어떤 면에서는 정말로 자기에게만 엄격하게 굴기는.
"하지만..."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내리깝니다. 수경은 여로를 봅니다. 정말 있어도 된다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차라리 노숙이라도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지낼 곳.. 있어요.." 네. 하늘을 지붕으로 삼은 걸로요? 아니면 부실 한구석에서요?
"도우려 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알리는 건... 그녀...의 정체의 추측만은요..." 말하지 않으면 안될까요...? 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끔찍함을 직시하게 만드는 일이잖아요. 자꾸 계속... 제가 폐를 끼치는 것 같으니까요... 라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수경은 그런 말들을 들었기 때문에. 품은 서류를 쥐려 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아니게 되는 거잖아요? 나쁘네요.
어릴 때 완~전 책벌레라 글자 떼는 순간부터 계속 책만 읽었음 밥을 잘 안 먹어서 화영 맘고생 많이 시킴(feat. 배불러요...), 그나마 뻥튀기 잘 먹었음 이불속에 꼭 숨어있는 걸 좋아해서 가끔 없어졌어! 싶으면 주변 이불이나 빨래더미 뒤적거렸을 때 거기에 폭 들어가서 책읽다 잠든 거임 엄마랑 아빠 손잡고 동물원 주변 벚꽃길 걸어다니는 거 좋아했고 자기도 벚꽃이랑 똑같은 머리였으면 좋겠다! 하고 어린시절 상상하던 때가 있었음 < 그리고 그게 실제로 이루어짐
데 마레에서도 책 읽음 희야랑 사이 좋았는데 싸울 때도 많았음, 희야가 엄마 얘기 하면서 엄마 그리워하는 거 이때부터 알고 있었음 혜우한테 책 많이 읽어주고 자장가도 자주 불러줬음 제사장이 희야만 돌볼 때 알아서 척척 함
>>366 >>365 크리아재가 내려놓은 책 보면 이혜성 꼼짝없이 3년정도는 사법고시 준비하는 고시생 될거 같은데....(흐린눈) 그게 무슨 소리니 라바나 언냐. 이혜성이 순간적으로 짜식은 눈으로 보고 태오보고 야 도와줘 하고 눈짓했을 것. 미인ㅋㅋㅋㅋㅋ밈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혜성 수치사 3초전
>>368 캡틴이 비꼰다! 자와자와! 근데 그렇게 들으니까 또 맞말같워 납득시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MZ 이혜성(?)
>>369 대가리 꽃밭(좋은의미)의 여자애. 잘웃고 수줍음도 많은데 또 이상하게 어른스럽던 그런? 대신 말은 좀 빨리 배워서 부모님이랑 오빠한테 왜? 빌런이었을 듯.
구경해보고 싶다는 랑의 말에 신이 나서 방수 가방을 꺼내 욕실로 들어간 리라를 쳐다보던 랑은, 리라가 나올 때까지 뭘 할까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수영장에 들어가야 하니까 미리 갈아입을까. 지익, 하고 래시가드의 지퍼를 올렸을 때 욕실의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리라. 랑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리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잘 어울리네, 예뻐."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예쁘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그냥 한번 보고 느껴진 게 잘 어울린다, 예쁘다였으니까. 자신을 올려다보던 리라가 한 바퀴 몸을 돌리는 것을 따라 흔들리는 머리카락, 랑은 리라의 슬리퍼를 보다가 시선을 올려 리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37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째서!!! 아마 그런거 꽤있을거야 울어야하는데 웃거나 하는... 후후 은우랑 세은이는 초등학교때...(갑자기 또 친척들에 대한 분노가 차오름) 그래도 들어와서는 행복한 나날 많았다니 다행이야... 은우 외삼촌은 정말 좋은 보호자구나...🫠
>>373 책벌레인거 너무귀여워... 마레 홈페이지 사진첩에도 있었지 책읽는태오🤤 하 너무너무귀엽다 폭 파묻히는거 좋아하는 뱜미 근데 벚꽃이랑 결국 같은 머리색 됐다는 게 너무 너무임 (대충복잡한감정) 하 근데 옛날에도 밥 잘 안먹었구나 입짧은아기야...🥺 그래도기여워요... 희야랑은 현실형제 혜우랑은 유니콘남매였구나(?)
>>386 도로에 버려진 게 진짜(개큰분노) 근데 도저히 좋은 일이 없었잖아... 😇 너무슬픈
>>381 딱 한가지 은우 외삼촌이 실수를 한 것이 있다면 역시 인첨공에 데리고 왔다는 사실이겠죠. 하지만 은우와 세은이는 차라리 인첨공에 들어온 것이 그때 그 시절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둘 다 원망을 하고 있진 않아요! 오직 외삼촌만이 괜히 데리고 왔다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요!
책상 위로 불순하게 던져지는 usb에, 커리큘럼을 마친 뒤 수치를 작성하고 있던 여성 연구원의 눈썹이 휙 위로 치켜올라갔다. 명백한 불쾌감을 드러내는 행동에도, 던진 usb에 적어둔 이름이 보이도록 돌려낸 혜성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이어진다.
"부탁이 있어요. 이걸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는데 당신이 이걸 어떤식의 파동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분석해줬으면 좋겠어요." "...부탁하는 태도가 그게 맞니?" "처음 왔을 때 했던 당신 태도에 비하면 지금 제가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고 있다는 걸 알면서 태도 운운하는 건가요?"
멈춰있던 여성 연구원의 손이 움찔 흔들렸다. 혜성의 웃음이 흘리듯 짧게 새어나왔다.
"그래서 이게 정확히 뭔데?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내가 해줘야할 이유가.." "본래 담당하고 있던 담당자분에게는 허가를 받았어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 해주면 됩니다. 지금 와서 절차라던가, 그런걸 따지러드는 것도 웃기지 않아요?"
눈을 가늘게 뜨며, 혜성은 상당히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 막고 말했다. 졸지에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한 여성 연구원은 혜성을 노려봤으나, 이미 혜성은 커리큘럼실을 나서는 중이었다. 아- 하며, 문틈 사이로 하늘빛이 끼어있는 새파란 눈동자가 연구원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슬몃 웃어보였다.
"그거 왠만하면 이어폰 꽂고 분석하세요. 그냥 들었다가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일어나는 일은 당신 잘못이에요. 충고했어요?"
>>338 >>345 >>348 리라한테 자백제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정보를 얻어내기라 캡틴이 가능하다면 시도해볼만도 하지 근데 근데... 혜우가 그런 행동을 할 이유?를 못 느끼는게 사실상 제일 큰 문제임 진윤태씨가 정보를 안 준다고 해서 딱히 분하거나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보를 미리 알아 뭔가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래서 내가 거기에 조력할 이유가 있나? 싶고 진윤태씨를 캐서 나오는 건 캐퍼시티 관련+차후 그림자의 예정과 나머지 그림자들의 능력? 정도일거 같으니까 혜우 스스로가 납득하지 못 하고 그로 인해서 내가 개연성을 끌어내지 못 할 서사는 진행하기 좀 글치
예쁘다는 말을 들으니 어깨가 하늘을 뚫을 듯 솟는 기분이다. 한 바퀴 돌아보인 직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은 따스하다. 리라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랑의 두 눈을 마주 보다가, 이내 맞잡은 손에 이끌려 수영장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수면에 가까워질수록 수영장과 가까운 곳에 뚫려 있는 유리창 밖으로 인첨공의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보면 그저 높은 수준의 기술발전을 이룬 멋진 도시로만 보이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아니 마음 속 한구석에 미묘한 느낌이 꿈틀댄다.
"음~ 몇 번은 와 봤어요. 데뷔한 다음에.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었던 그룹이라서 짧은 시간에 많이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하느라 호텔 묵을 일이 좀 있었죠. 그런데 이 정도로 좋은 호텔은 처음이네요~"
어릴 때도 다양한 숙박시설에 묵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기억은 흐릿했다. 하지만 그 흐릿한 것까지 합쳐봐도 방 안에 수영장이 있는 객실은 처음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좀 특이한 것도 같다. 보통 고등학교 축제에서 이렇게 엄청난 수준의 상품을 주기도 하나?
"언니는 처음이에요? 전에 간 리조트 제외하고. 하긴, 랑이 언니도 수련회나 수학여행 같은 건 안 갔었다고 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나랑 온 게 처음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철없게도 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하나하나 의미부여 하면 안 되는데, 주책맞게! 그런 속마음이 들킬새라 물가로 성큼성큼 걸어가면 파란 물결이 찰랑이는 게 보인다. 리라는 몸을 낮추고 물가에 앉아 다리를 물 속에 담가 가볍게 물장구를 친다. 파란 물결이 찰랑찰랑...
"......언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잠깐 그대로 조용히 물을 바라보던 리라의 시선이 재차 랑에게 향했다.
>>432 혜우는 애초에 태오를 스트레인지에서 빼올 생각이 음슴 거기가 편해? 그럼 거기 잇서 근데 나랑 절연할거 아니면 양지에도 반은 걸쳐있으셔요 오라버니^^ (메스를 꺼내며)(?) 그니까 후자의 의미지 응 어 그럼 질문을 일케 해야 하나 얘기가 잘 풀리기 위한 조건이 있나? 있다면 뭐가 있나?
나 혜우우가 진짜 무서운게 이러면서 저~번에 한결이한테 선생님? 하던 그 네카 표정으로 쳐다볼 것 같음 현태오 쫄아버린다 그 덩치에 ㅋㅋ 쫄보쉑
봅세다 메스는 거 내려놓구요 잘못햇서요 잘 풀리기 위한 조건...??
사실상 조건이란 것이 애매하긴 한데 혜우가...
이야기를 듣고나서 원망할 거면 확실하게 원망하고 명확하게 감정을 표출해주면 돼 언제든지, 그 누구든지 태오가 바라는 건 솔직함이니까. 인간한테 질린 독심술사잖아. 혜우를 안 믿는 건 아닌데 그 감정 자체까지는 숨기지 않아줬으면 하고 그게 심해즈면 자아의 갈피를 확 잡아주는 거니까
@영희주 >>197 새봄: 오, 영희 동지~! 수제 체리 타르트라니 너무 좋지~>< 그럼 차는 내가 탈게! >>200 202 그거 재밌겠다! ㅋㅋㅋㅋㅋ 둘이서 온 세계의 체리 요리 레시피를 섭렵하는 거야! 심지어 지금은 아직 없는 체리김치까지!(???)
>>198 리라주 오랜만이라구 은퇴했어도슈퍼아이돌리라주!>< 그리고 내가 왔지롱~ 아참, 쉬는 동안 리라주하고 하고 싶은 거 생각해봤는데 말이지, 그 왜 우리 전에 정인쌤에 대한 인상이 달라서 사이 애매리카노 해지는 리라와 새봄이 썰 풀었잖아, 그거 정사로 만들면 어떨까? 대강 새봄이 담당 연구원님이 급하게 휴가를 냈는데, 임시로 담당을 맡아줄 연구원도 없어서, 새봄이네 연구소에서 다른 연구소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외부 연구원을 구하는데, 새봄이가 정인쌤이 좋다고 해서(일전에 리라를 혼내다가 초능력자들한테 둘러싸이고도 의연하고 품위있게 대처하는 모습에 그만 동경하게 되어버린 거지!) 소장님이 그럼 니가 직접 부탁드려보라고 해서 정인쌤한테 부탁을 하러 간 거지! (정인쌤 수락 여부는 리라주 마음대로><) ...어때?;> (설붕이 있거나 곤란한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편히 얘기해줘! 갑작스럽게 꺼낸 이야기기도 하니깐><)
@서연주 >>19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방법이!!(생각지도 못했던 새봄주) 성규: 아, 그건 말이죠. 사정이 있는데 다음 화에 나와요(아무렇지 않게 메타발언) >>203 좋게 봤구말구! 둘이 꽁냥거리는 게 내 취향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로맨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충족되어 있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간간히 관전하면서 엄청 흐뭇하더라구! 서로 정서적으로 힘이 되어주고 격려하고 감싸주고 그러는게 아주그냥!!>< 새봄: 그런 의미에서 케이크는 축하의 의미로 제가 쏠거예요!(에헴) 케이크 만드는 것도 가르쳐줄게요! o.<
>>215 우리캡 답변 고마워 고마워>< 역시 아직 못보는구나! 아군이 아니라면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려나? 새봄이가 보고서를 통해서 지난번 스토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접하고나서 엄청 벼르고 있거든>< 새봄: 달콤하게 만들어줄게~>< 호호호호호호...(보고서 꾸기는 바람에 다시 복사하며...)
>>494 그건 이제 리라가 어떤 설정을 하고 만들었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리라주와 잘 협의를 보시는 것으로!
>>495 어서 오세요! 새봄주! 디스트로이어는 아직 퇴장한 것이 아니고 리타이어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차후에 또 스토리에 나오긴 할 거예요. 그게 바로 당장은 아니고 조금 뒤가 되긴 하겠지만요. 의외로 다시 빠르게 재등장할지도 모르고... 그때 또 적대를 할지, 아니면 조금은 우호적으로 나올지는 전개에 따라서 다를 것 같네요. 벼르고 있다니...ㅋㅋㅋㅋㅋ 세, 세은이 때문인가요?
맞아 뺨도 좋고 머리채도 좋아 굿럭이라구 혜우우 흐흐흐 태오가 레밍아웃할 때 얼굴 잔뜩 붉히고 울상으로 "그러니까, 나는…… 뭔가,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남들이 좋아해주니까, 그래서, 여기를, 온전히… 떠나고 싶지 않아서……. 혀, 형님도 허락해주셨고. 그러니까……." 하다가 "그게…… 그러니까……." 고개 돌리는 찌질소심모먼트 보이고 나서 "레이브라고, 알아…?" 하면서 결국 울망...하는 거...
>>495 쌔보미 다시어서와!!(복복복복) 사이 애매리카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난 너무좋지!! 임시담당이라~~ 정인이 어차피 담당 학생 리라밖에 없고 하니 임시라면 해줄 것 같기도 하고? 뭣보다 새봄이 능력이 독특하다보니 한번쯤 가까이서 보고싶을 거 같긴 해! 근데 담당...... 새봄이... 괜찮겠니? 물론 윤정인이 새봄이한테까지 인성질 100퍼센트로 부리진 않을 거 같긴 한데(다른 연구소 소속이니까) 😇 아기딸케야 어쩌다가 이런놈을 동경하게 되었니 일단 나는 좋다! 대신 새봄이가 이쪽 연구소로 와라<<할 거 같은데 그 점 괜찮으려나?
- 섭취한 후 일정 시간동안 뇌에서 떠오르는 내용을 음성으로 내뱉지 않을 수 없음(또는 그런 충동을 유발, 단 혀 깨물거나 하는 건 막을 수 없음) -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게 됨,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내는 사고 흐름 자체를 방해 - 감정적인 부분을 극대화시킴(이성적 사고로 말을 가리면서 하는 걸 방지)
"뭐... 세상 모두 만족하고 살지는 못하니까. 그러고 싶어서 다들 발버둥치는거고. 그러니까 최소한 그 발버둥이라도 해봐야지."
그 일환으로 이러고 있는것도 있고. 예를 들어 식욕을 만족하고 싶으면 밥을 먹는거고, 그 밥을 먹으려고 돈을 버는거고... 사람들은 그렇게들 사는거니까.
"게임은 뭐, 몇판 더 해도 될거고. 페이스페인팅은 해본 적은 없고. 뷔페는 내가 좋아죽는거긴 한데 아직 배는 안고프고... 근데 1박2일 글램핑..."
수경이 하고파 하는 것을 몇가지 들으니 나름 이제 감이 온다. 그런데, 개중에 뭔가 이질적인게 하나 있다. 얘 생각보다 훨씬 대담... 아니. 아니지. 아니야. 설마 뭐 그런게 있겠어. 이 어장은 15세 이용가라고. 그러한 시츄에이션은 작중에서 묘사되어서는 안된다 이 말이야. 그럴 일도 없지만.
"그...렇지. 이렇게 높은 곳에 두 발로 서서 내려다보고 있으면 그것도 뭔가 감흥이 다르지 않아?"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은 채로 걸어가 수경의 옆에 선다. 긴 머리가 흩날리는 모습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누군가, 한명 정도는 그녀에게 반할만한 사람이 있겠지. 도시를 내려다본다. 누군가는 이 도시의 정점으로써, 이것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 목숨을 버리더라도 한번쯤은 그런 자리에 올라가보고 싶었다. 수단과 방식을 막론하고. 지금은... 글쎄. 가끔 이렇게 한번씩 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목숨을 부지할 이유가 생각보다 많이 생긴 거 같아서.
"마음에 들어?"
분명 나를 불러낸 것이지만, 수경 본인이 마음에 드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말하는 뉘앙스나 분위기를 보면... 이런게 그렇게 잦은 경험은 아닐거 같다고 생각했으니.
처음인가, 하는 궁금증이 진실로 밝혀지면 주책맞다고 자제하던 게 무색할 정도로 마음이 두근거린다. 아니. 굳이 따지면 이건 상상이 진실인 걸 알아챈 것뿐만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기실 그 뒤에 붙은 말이 강렬한 게 8할 이상이었으니. 누구랑 같이 온 게 처음이고 그게 좋아하는 사람인 것도 처음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고 두근거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쩐지 귀 끝이 조금 뜨끈해지는 것 같다. 해서 리라는 괜히 머리를 흔들어 아마도, 아니 분명히 빨개지고 있을 귀를 가려보고자 했다.
"......히. 좋네요. 언니의 처음이 나라서."
아. 결국 입 밖으로 뱉었다. 이젠 볼까지 뜨거워지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눈앞에 시원한 물이 있다는 거겠지. 그래서 빠뜨리고자 했는데(몸에 열이 오르고 있는 건 본인이면서 왜 랑을 빠뜨리려고 하는가— 는 묻지 말자. 깊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아차.
"꺄악! 아! 조용히 빠뜨릴걸! 살려주세요~ 사람 빠진다~"
그렇다. 원래 이런 건 물어보고 하는 게 아닌데, 공연히 놀라게 만들까 봐 물어본 게 자충수가 되었다! 장난스럽게 외치며 덥썩 붙잡힌 어깨를 빼내려 파닥거리던 리라는 문득 손을 뻗어 랑의 팔을 꼭 붙잡았다. 빠지지 않기 위한 행동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꼭, 조금은 간절하게.
하지만 그 상태로 마주보게 된 표정에는 어딘가 불길한(?) 미소가 서려있었을 것이다.
"이렇게라면!"
리라의 몸이 수면으로 기울어진다. 그리고 랑 또한, 제때 뿌리치지 못했다면 그대로 같이 물 속에 풍덩 빠져버렸을 것이다. 첨벙! 수면이 요동치는 소리가 고요한 객실 안을 메운다.
"콜록, 푸하! 하하! 아하하하!"
머잖아 물 위로 고개를 쏙 뺀 리라는 흐르는 물 때문에 잘 뜨이지도 않는 눈을 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랑이 함께 빠졌거나, 또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랑이 있는 방향을 향해 손으로 물을 살짝 뿌렸을 것이다.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다.
>>506 리라주 아싸!!! 거기다 정인쌤 새봄이 능력도 관심 가져줬구나! 감동이야...(대충 울망임티) 고럼고럼, 나도 새봄이도 정인쌤을 엄청 좋아하는걸! 그리고 새봄이는 자기가 잘못하거나 해서 혼나도 태도는 잘못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사과하고 다시 한번 해보는 걸로 터는 애니까 걱정 말라구><
새봄: 제가 정인 쌤을 동경하게 된 이유는요, 오너도 말했지만 그건 바야흐로 성하제 축제 기간이었죠...(중략) ...물론 누군가를 죽이면 초능력자라도 빨간 줄이 그이지만, 누군가 죽은 사실을 없던 걸로 할 수 있는 입지를 가진 사람도 이 저지먼트에 있는 만큼 아주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품위와 의연함을 잃지 않던 그 위풍당당하면서도 어른답고 강직한 그 모습에! 저는 사랑에 빠져버린 거예요~(황홀의 얀데레 포즈)(를 해도 얀데레는 아닙니다)(아마도)
고마워!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는데 선선히 받아주다니 ㅠㅠㅠ 리라네 연구소로 와서 훈련받으라는 의미일까? 그런거라면 새봄이도, 담당 연구원도, 소장님도 OK일 것 같아! (소장님이 정인 쌤한테 우리 사고뭉치 잘 가르쳐주십사 부탁하고, 새봄이한테 (정인쌤이) 어렵게 시간 내 주셨으니 너무 까불지 말라고 타일러둘지도 ㅋㅋㅋ) 리라 연구소에서 훈련받으면 리라랑도 오다가다 마주치게 될 것 같은데, 이담에 돌리면 그거 일상소재로 어때?0v0
>>510 태진주 태진주! 오랜만이야~~>< 환영 고맙다구! ......그나저나 진통제라니 어디 아픈 거니 ㅠㅠㅠㅠ 건강 잘 챙기라굿!
>>523 서연주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도 생각지도 못했다!!(라는 건 아니라는 게 자동으로 들통나겠네 ㅋㅋㅋㅋㅋ) 자세한 내막은 내일 풀테니 많관부!0.< 헐 서툴어서 삐걱삐걱이었다니! 전혀 몰랐지 뭐야>< 구경꾼인 나는 물론이고 철현철현주가 만족해하고 있다면 잘 하고 있다는 걸테니 자신감을 가지라구!>< 고럼고럼 전해줘야지 ㅋㅋㅋㅋㅋ 그리고 언젠가 둘 모두랑 일상을 돌리게 된다면 새봄이로 절찬리에 얼레리 꼴레리 해야지~(못됨) 새봄: 히히 그럼 감사히 얻어먹고 답례 겸 해서 비법 알려주는 걸로 해요! 서형 시간만 많으면 딸기 생크림은 물론이고 만들기 쉬운 디저트 이것저것 알려줄게요 ><
>>553 아무래도 리얼리티 매니퓰레이션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원이고, 인첨공 내에 같은 대분류 능력자의 수가 많지 않다보니 나름 파악하고 있었을 거 같아서ㅋㅋㅋㅋㅋ 후후 그리고 쌔봄이... 너무귀여워... 8ㅁ8 후후 마침 또 때가 좋은 거 같기도 하고🤔 슬슬 정인이 쪽 설정도 풀릴 시기라서 말이지 기대가 되어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귀엽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인: (동공지진) 그, 제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몰아치는 칭찬에 갑자기 자기객관화 됨)
응 그게 맞아! 리라네 연구소로 오는것이다~ 후후 모두 오케이라면 수월하겠네 아주조아용😏😏 나중에 연구소에서 마주치는 거 일상으로 하는 것도 좋아! 이렇게 일상소재도 적립하고 베리굿이네🤗 잘부탁한다구~~
좋아해주는 새봄주를 위해 최근 정인이 나왔던 훈련을 슬쩍 올려둔다😏 요즘은 이런 무드다! 정도만 참고해주는거야!
>>558 혜성주 그럼그럼! 아주 건강하다구>< 그나저나 >>402에서 혜성이도 말투가 엄청 곱진 않아서 서로 싫어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유감 없었구나! 0.0 저 여성 연구원 님은 어쩌다 혜성이가 불편해졌는지 궁금하네! 혜성이 완전 해탈언니인데(꾸준
>>560 우리캡 새봄: 자 그럼 얌전히 시럽으로 된 새 옷을 입고 뛰어보시지 팔짝!(오호호호호 하는 마녀웃음(이쯤되면 저지먼트가 아니라 스킬아웃같기
근데 진짜로 새봄이가 디스트로이어 옷 달콤하게 만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ㅇㅂㅇ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566 리라주 오호오호 전공자로서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이었구나! 새봄이 능력 잘 받아서 좋은걸>< 히히 오호 정인쌤도 뭔가 비밀이 있나보구나! 지금의 왕엄격 정인쌤을 있게한 사람이 소장님인가보네! 어떤 설정이 풀릴지 궁금하다>< 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운가? 난 쓰면서 이거 괜찮나 싶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봄: 히히, 물론 제가 본 건 그날의 정인쌤 뿐이고, 제가 모르는 다른 면모들도 많으시겠지만, 그 날의 멋진 모습도 엄연히 정인쌤의 일부니까요! 그나저나, 당황하시는 모습도 꽤 신선하ㅅ...앍 (새봄이네)소장: (새봄이 꽁) 소장님이 선생님께 까불지 말라고 했니 안했니. 새봄: 죄삼다...
좋아좋아!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구>< 오 이 독백들!! 눈팅하면서 읽어봤어~>< 리라는 정인쌤에 대한 감정이 좀 해소가 됐으려나? 여담으로 새봄이는 이제까지의 쌤을 긍정하는 입장이라 정인쌤이 어떻게 생각할 지도 궁금해지는걸 ㅋㅋㅋ
>>567 태진주 에구구 그랬구나... 몸 조리 잘하라구! 지금은 좀 호전됐다니 다행이야(뽞뽞!!
>>0 [...세상에...] "왜여? 먼가 문제라두 생겼슴까?" [응... 아주 많이...]
훈련실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요절복통 개조타임. 그녀는 이전에 망가졌던 훈련용 더미들을 한데 그러모아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며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도구가 필요한 세밀한 작업조차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면 맨손으로 처리해버리는 성질도 성질이지만... 여학생이 내비치는 근본적인 고민은 그게 아니었다.
[...선생님도 내 말에 좀 거들어줬음 하거든...] "뭐 어떻니~ 재활용은 좋은 거고, 더구나 점례에게 있어선 새로운 것을 탐구하게 해주는게 능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되는게 좋지 않겠니?" [이정도면 슬슬 더미를 공급해주는 연구소도 궁금할 지경이거든...] "...아는거 아니었슴까?"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대여~"
자칫 심각해질 수도 있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건 역시 그녀의 특징이자 버릇일까,
[하아... 인간사 결국 돌고 돈다더니...] "사람 사는거 다 거기서 거김다~" "그걸 말하기엔 나이를 좀 더 먹고 사회 경험도 해야 할거 같은데~?" [점례는 이미 겪을거 다 겪지 않았나 싶거든...] "에이~ 슬마 그러겠슴까~ 세상엔 보고 느껴야 할 지식들이 얼마나 많은데여! 아, 그치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슴다.
선 아녜스 아동 청소년 복지 센터의 지하. 여러 겹의 보안용 철문과 두 겹의 사무실 출입문. 그 안에서 시현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리라는 그런 시현을 바라보다가 노란 표지의 일기장과 류빈이 찍혀 있는 사진 등등을 시현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네 말대로라면, 선경 선생님 딸은 사건 당일에 커리큘럼실에서 사망한 거고... 안티스킬이고 학교 놈들이고 그걸 묻기 위해서 도주 및 실종 처리한 다음에 쫑낸거라는 거지." "네." "X발 골 때리네. 뭐 일단 알았고, 당분간 이건 센터 사람 중에는 너랑 나만 아는 걸로 하자. 그나저나 이 공책은 또 꼴이 왜 이 모양이야..."
시현의 손이 더덕더덕 붙은 일기의 페이지를 넘긴다.
"풀로 붙인 것 같은데." "그쵸." "너 뭐, 풀 떼는 약 이런 건 못 만드냐?" "어? ...그러게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해 봐. 읽어보게."
가방 안에서 스케치북을 끄집어낸 리라는 이윽고 선을 그어나간다. 작은 약병 모양의, 투명한 색깔의 물약. 용도는 종이 사이사이에 붙은 풀의 접착력을 떨어뜨리는 것. 이윽고 실체화 된 물약은 손바닥에 간단히 올라올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리라. 그는 시현의 손에 들린 일기장에 물약을 부었다. 종이에 스며든 물약이 잠깐 반짝이나 싶더니, 이내 여러 장 붙어 딱딱하게 굳은 종이가 비단처럼 사르륵 떨어진다.
"됐다."
낱낱이 떨어지는 노트 페이지가 눈 앞에 하나씩 펼쳐졌다. 처음은 일상적인 내용이다. 급식이 어쩌고 토끼가 저쩌고 하는 평범한 학교생활의 내용. 다만, 뒤로 갈수록...
"......커리큘럼 하면서 힘들었나 봐요." "어, 맞아. 경 선생님도 그 얘기 하셨었어. 애가 언젠가부터 부쩍 힘들어 했다고. 그렇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심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그러나 <선배의 졸업식> 이라는 타이틀의 일기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역변한다. 리라와 시현의 눈이 종이 위를 굴렀다. 꾸준히, 비슷한 기간을 두고 정리되어온 1학년 때의 일기와 달리 드문드문 작성된 글들. 뒤로 갈수록 엉망이 되어가는 글씨체. 눈물 자국과 핏자국으로 추정되는 것들. 고통스러움을 호소하는 듯 일그러진 글자들.
"......" "시현 쌤?"
그리고 어떤 대목을 읽던 중, 줄을 훑어내리던 시현의 손가락이 멈춘다. 리라의 눈동자가 의아함을 품고 시현에게로 돌아갔다.
"시현 선생님?" "......어, 어." "왜 그러세요? 뭐 때문에." "아냐."
턱. 노트가 덮었다.
"이리라야, 이거 한 하루 이틀 정도만 빌려도 되겠냐?" "어? 그거야 어려울 것 없지만..." "그럼 내일 모레쯤 줄 테니까 오늘은 이만 가라."
뭔가를 더 물으려고 했지만 상대의 표정을 보면 차마 입을 뗄 수 없다. 때문에, 리라는 결국 노트를 시현의 사무실에 둔 채로 귀가하게 되었다.
1. 「요리는 감으로? 아니면 철저한 계량으로?」 : "요리를…… 하는 편은 아닌지라. 갈아마시면 되는 일 아닌지." "계량을, 하겠군요……. 익숙해지면 감으로 하겠지만, 지금은 계량이겠어요……."
2. 「귀하게 여기던 것을 타인이 멋모르고 버려버렸다면?」 : "소유함이 어찌 영원을 상징하겠는지요……. 시간이 되어 나의 손을 떠났구나 생각할 따름이랍니다." "다만…… 그 칩이라면, 어떻게든 찾아내려 하겠지요……."
3.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지?」 : "……아하." "받을 대가가…… 무엇인지를 먼저 들어볼까요."
&
서휘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길을 걷다가 가게의 호객꾼에게 불린다면 반응은?」 : "글쎄, 흥미가 있으면 들어가고- 아니면 말고. 인간은 누구나 그렇잖니? 붙잡으면 조금 곤란하지만 말이야."
2. 「자신의 수명을 댓가로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면 선택은?」 : "퍽 우스운 얘기를 하는구나. 수명을 대가 삼아 누군가를 구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를 모르는데." "누군가가 내 아는 사람이더니? 그렇다면 구할 필요는 없을 게다. 내 수명을 바친들 이미 주변에서 득달같이 달려들어 구하려 들 텐데. 죽고나서도 되살릴 수 있다면 바치도록 하마. 음, 아니지. 타인 또한 동일한 조건을 받니? 그 사람을 들들 볶아서 희생하게 만들면 되겠어."
3. 「별로 선호하지 않는 취미 활동을 집요하게 권유받는다면?」 : "어디까지 하나 지켜보는 편이란다. 그러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거든." "나 참! 나는 친절하게 듣기만 하는데 왜 알아서 벌벌 떨고 기어나가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 194cm의 세로동공이 노려보는 거 1도 고려 안하고 있음
#당캐질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1079210 "조금 더 유하게 말하는 편이 좋지 않아?" 태오: "이마저도 이곳의 예의로는 턱없이 부족하군요, 실로 경망스러웠으니 내 이 부분에 대하여 머리를 숙이도록 하겠어요……." "배움이 부족한 나머지…… 높이고 공경해야 하는 전쟁 병기의 처지를 잊었군요. 나의 부족함을 용서하길 바라요." < 직설적으로 까는거 맞음
"너의 가장 큰 꿈이 뭐야?" 태오: "나의 꿈이라…….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이 있긴 하지요……." "다만…… 언사에 담으면 흩어지는 것이 희망이자 운수니 굳이 담지는 아니하겠어요."
"왜 그애를 죽였어! 그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태오: "내가 안 그랬어요. 나는, 난……." "……인간이 다 그렇지." "그래요…… 내가 죽였답니다. 언제는 인첨공에서 잘못이 있어 죽던가요."
&
"너의 가장 큰 꿈이 뭐야?" 서휘: "오! 나의 꿈, 아름다운 얘기로구나. 내게는 꿈이 있단다. 그래, 아주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이. 아니, 내 이전부터, 우리가 품은 꿈이." "그렇지만 비밀이란다, 우리의 꿈은 입밖으로 내뱉으면 의미가 흐려지기 마련이거든. 잠자코 지켜보면 알게 될 게야."
"어떤 목소리의 사랑한다는 말이 취향?" 서휘: "그게 말이지, 나한테 매달─" (이후 모든 발언이 검열되었다.) "─면 좋겠구나……. 필히 아름다울 테지!"
"지나가는데 일부러 발을 거는 사람이 있다면?" 서휘: "얘, 학생. 내가 네 나이 때 스트레인지로 와서 그런 일이 있었단다. 처음 보는 녀석이 스트레인지에 무작정 들어서니 발을 툭 걸어보길래 말이야." "내 그것의 발목을 잘라 들고 다녔단다." "감히, 이 내가 스트레인지에 친히 발을 들여줬건만 무시를 당하면 안 될 일이지. 안 그러니? 주변 녀석들에겐 공포를 심어줘야 인상이 좋게 보이는 법이야."
>>582 우리캡 오 뭔가 인상은 굉장히 화가 많고 다 뿌수고 그러는 친구였는데 안 그럴 때도 있구나! 0o0 심지어 대화까지 시도하네!! (경악) 눈 뒤집힌 새봄이라면 네놈을 달콤하게 만들고 싶어 환장한 인간 정도로 알아두라며 되든 안되든 능력 써볼거같지만서도ㅋㅋㅋㅋㅋ
어두운 사무실 안을 유일하게 밝히는 스탠드 라이트의 불빛이 얼굴에 반사된다. 텀블러에 담긴 더운 물을 마신 시현은 이윽고 문제의 노란색 노트를 조심스럽게 다시 펼쳤다.
X월 0일 월요일. 날씨 흐림
제목: 새학기
학교 가기 싫다. 그래도 토끼들을 생각하면 조금 기운이 난다. 얼른 수업이 끝나고, 커리큘럼도 끝나서 토끼장에 가고 싶다. 선배들이 다 졸업해서 사육부 인원이 적어지긴 했지만 폐부만은 안 되니까... 열심히 해야지. 어제 하양이가 당근을 잘 먹던데, 오늘도 가져갈까? 월 일 금요일. 날씨
제목: 머리가 아파서 미칠 것 같다
새롭게 뭘 했다는데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처방받은 수면제는 좀 강한 것 같다. 졸려...(졸면서 쓴 것처럼 글자가 길게 늘어져 있음) 0월 X일 요일. 날씨 맑음
제목:
엄마랑 싸웠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모든 게 화가 나고 마음에 안 들고, 짜증을 참기도 어렵고... 와중에 머리는 너무너무 아파 아프다 사람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뇌에 벌레가 기어다닌다. X월 X일 요일. 날씨 비
제목: 담당 연구원
머리가 아프다는데 왜 사람 말을 듣지 않는걸까 항의했더니 역으로 나무라길래 참지못하고 대들었다 머리가 아프다 언제까지 이런 걸 해야 하지 능력 사용만 갈고닦는 애들도 있던데 왜 나는 언제까지? 언제까 지 아프다 봉합은 제대로 됐는데 계속 피가 나는 것 같고 머릿속이 말라붙어서 뇌가 뼈에 생으로 부딪히는 것 같고 다 가짜 느낌이라고 했지만 진통제도 안 먹힌다고 해서 새로 받았다 이건 좀 듣는 것 같다
"......"
노트를 쥐고 있던 손이 떨어지고, 책상에 앉아 있던 몸이 일으켜진다. 사무실 벽을 전부 메운 책장을 향해 걸어간 시현의 손이 어두운 와인색 파일을 끄집어냈다.
"하고 계시다면 다행이에요." 저는 이제야 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라는 속삭임을 중얼거리며 그것에... 선배를 포함한 저지먼트는 영향을 많이 끼쳐버리고 말았어요... 라고 덧붙입니다.
"어떤 소설에서 그런 문장을 봤었으니까요." 원하지 않는 천국 대신. 현실로 내던져졌지만 기뻤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들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엇갈리고서야 들여보내져서 데리고 나갔다던가.
"그녀가... 어렸던 모습의 제게 말했죠.." "나는 네 모습을 끔찍하게 여기지만 지금의 모습은 나름 용납할 수 있으니 가르쳐 줄 거란다.." 네가 되는 거야... 였던가요. 라는 말을 하는 표정은 저 멀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만 같습니다. 난간을 붙잡았지만 금방이라도 휙 뛰어내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였지만. 뛰어내려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광경은 아름답네요.." 아직 달은 뜨지 않았고. 그런 말은 조금 부끄럽잖아요. 차라리. 당신 거에요... 가 낫지요. 선배를 바라보면서 살짝 손을 뻗어서 머리카락을 매만져주려고 시도해보려 합니다.
situplay>1597046710>160 보자마자 나의 크크큭맨 자아가 사라졌는데 어케 생각하세요 메스로 이놈이라니 슬퍼 하지만 혜우니까 달게 받을게 자 나를 갈라주렴(저기요)
아이고 캐해 넘 잘했다 제3의 선택지 맞음... 그런데 그게 시원이 도발과 한결쌤 자극을 둘다 해버리는 환장 포인트 아닐까🤔
오 와 흠~~~ 어케 이리 맛있죠 ㄹㅇ 한결이 성격 여기다 다 담아둠... 진짜 공주님 되고 암것도 못할 때 한결이가 헤어지자 하고 자기는 쓸모없어. 하고 헤어지는데 나중에 한결이가 다 해주던 그 공백을 느껴버림 좋겠음 사실은 지금도 좀 비슷하게 한결이가 해주던 공백 때문에 한결이 찾는거니까 < 우우~ 쓰레기~
아기무너요? 알아서 하것지(벅벅)(?
정확하다 본인 흥미만 챙김vs납감까지 생각했어
아 안돼 앙금이들 죽여야만(?2트)
원래 사람이 그 초기화된다 해서 다시 쌓이지는 않을 리가 없어요 그렇지만 상대가 한결이잖아? 청산의 방식에 따라 달라짐
아 ㅋㅋ 그쵸? 태오도 태오임 어떻게 숭배하도록 냅두지 맛있다 헤헤
태오는 잠시 한결이 보다가 "...그러지요." 할 거야~ 집 가자고 하면서 꼬시면 태오가 고개 끄덕이는데(사유: 첼로랑 혜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 한결이는 애써 속내 꾹 누르고 .oO(그렇구나, 저런 목소리로 불러주기도 하는구나. 듣기 좋겠지. 무엇을 부를까. 내게는 '허락해주실까') 이런 생각 하겠지요 네 네에 흐흐흐
아????? 어케 알았음 나 딱 그거 생각하고 있었는데 ㄹㅇ
어 어 어 ㅈㅁ 태오가 마레까지는 갠이벤 때를 상기해서 그렇다 싶은데 순환 보고 동공지진 옴
자캐에게_최근의_내_옷차림을_입혀보자 이거 개웃긴데 비교적 최근에 수경주 드레스체험카페 누구랑 갔어서 안데르한테 이게 나와서 쪼갰어요. 아 최근이라고 했지만 언제까지가 최근인지는 말 안하셨잖아요. 드레스 잔뜩 입고 그랬는데 입혀놓으면 웃기겠다 생각부터... 근데 예쁠 것 같아서 빡치네요.
바람으로_우산이_뒤집어진다면_자캐는 바람으로 우산이 뒤집어질 정도면 안데르는 팔락팔락팔락 우산에 지배당해서 이리저리 흔들흔들 끌려다니다가 에어로키네시스 잘못 걸려서 메리포핀스 비슷하게 휙 날라갈것 같아요. 아 이 바람이 왜 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메리 포핀스가 아니에요오오..
앙금이들 척살?해야만 근데 앙금이들이라니까 그것도 좋겠다 촉감인형 일부러 터뜨리는 그 손맛(?)
음~~ 청산의 방식이 중요하다 메모메모 근데 혜우가 있으면 결국 도돌이표 될 것도 같은 흐음 어떻게 해야 인상을 바꿀 수 있지... 나름 아군인뎅
라고 하자마자 면전에서 친분 비틱 오져버리고 태오 끄덕임 한번에 혜우 꺄악 오빠 완전 좋아 (와락) 시전해버리고 가는길에 손도 꼭 잡고 가야지 헤헤헤 부럽지 한결쌤 근데 나가는 길에 혜우가 "이거 드릴려구 왔었는데-" 하면서 비타오백 제로 한박스 주고 가면 어케 반응할라나
오 나 나 방금 번쩍한게 태오가 한결쌤한테 진짜 다 허락해줘도 자장가만은 허락안해줬음 좋겠다 한결쌤 절대로 자기 입으로 자장가 불러달라 말은 안 하는데 속내로 가끔 비추거나 시선으로 티가 날거 같어 태오 그거 다 알면서 절대 안 불러줬음 좋겠다 히 히히 히히히히 히히히 아 침 (쓰윽)
후 회로가 잘 맞아떨어졌을 때의 쾌감이란 정말 끝내주는군요 오늘밤 벼락이 내 정수리에 꽂힐 것만 같은 기분 순환 보고 동공지진 오는 태오 반응에 벼락 2스택 적립
혹시 순환 보고 뭔가 묻거나 하려나? 그 자리에서 묻는게 없다면 간만에 데마레st한 시간을 보냈다-로 마무리하믄 될거 같으! (근데 이제 그 시절보다 개구지고 잔망스러운 혜우냥이였다)
태오는 카페에서 나와 골목으로 들어서고는 걸음을 우뚝 멈췄다. 가을바람은 선선하고, 카페에서 배어 온 커피 내음은 향긋했으며, 골목으로 들어서기 전 지나친 빵집의 내음은 포근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상적이고 평온한 순간, 태오는 걷잡을 수 없는 부정적인 충동을 느꼈다. 이따금 이유도 없이 감정이 울컥 치솟아 소리치고 싶은 날이 있었고, 누군가를 부르며 그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이 딱 그러한 순간이었다. 태오는 타인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 으레 말하던 예민한 성격 탓으로 상황을 돌리고 속을 가라앉히고자 했다.
한때 태오는 이런 상황이 오면 해소할 수 있던 날이 있었다. 7평 남짓한 방에 뜬 모든 홀로그램 스크린을 끄고 웅크려 목이 다 쉴 때까지 울었고, 속이 빌 때까지 울면 응어리진 것은 풀리지 못했지만 당장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마무리할 정도의 마음은 생겼다. 하지만 자신이 울어서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태오는 울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 한참이고 서서 스스로의 속내를 다스리고, 어떻게든 호흡을 갈무리해 애써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을 끄집어 냈다.
목숨을 건 도박을 하여 바깥으로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따금 이런 일이 벌어져 얌전히 있을 때면 바깥사람들은 태오의 행동을 지켜보다 제멋대로 예민한 사람이라 평했다. 조금이라도 멈칫하면 그렇게 과민해서 어디 세상을 살겠냐 했고, 누군가는 엘리트가 그렇게 힘들면 열등생은 얼마나 힘들겠냐며 타박하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네 성과와 협조를 보아 울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지 않겠느냐 모진 말을 쏟았다. 무뎌진 속내로도 버거울 정도로 첨예한 감정을 예민함으로 받아들이며 한참을 자책한 이후 좀 잠잠해졌나 싶었건만, 이번에도 다시 이렇게 되어버리니 그런 자신에게 짜증이 울컥 솟고 갈피를 알 수 없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같이 솟아올랐다.
짜증이 난다. 대체 왜 짜증이 나는지도 알 수 없고, 그렇다고 이런 것에 짜증을 느끼는 자신이 한심하다. 오늘 협상을 시도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주제에 이렇게 걸어 다니다 자책이나 하는 꼴이 역겹기까지 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더라? 태오는 자신의 계획을 되짚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벽에 툭 기대버렸다. 욕을 하고 싶었다. 어디부터 꼬였는지 모르겠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주변은 전부 그놈의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대체 정상적인 삶이 뭐지? 언제까지 나는 이해하길 시도해야 하지? 왜 그때 도박을 해서 지금 이렇게까지 내 인생을 꼬아버렸지? 형님 말씀처럼 그때 꼬리를 자르게끔 퇴부서를 놓고 올걸. 괜히 이해를 해보겠답시고…….
눈시울이 드물게 시큰하여 태오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제사장과의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다. 제사장의 경계심 탓이 아니라, 아스트라페의 활동 반경이 갑작스럽게 목표 연구소까지 늘어난 탓이었다. 세상이 나를 돕지 않는다는 사실을 왜 까먹었을까? 차라리 이런 거창한 계획 말고 죽을 계획이나 잘 세울 걸 그랬다. 현실을 깨닫지 말고 차라리 끝까지 이상을 밀고 가면서, 형님 앞에서 내 목 잘라 죽는 복수를 꿈꿀 걸 그랬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내가 이렇게 멍청하지만 않았으면…….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달리 갈 곳이 없었다. 어두운 골목에 한 겹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발치에 보이는 낯익은 구두와 끝없는 침묵에 태오는 자신 앞에 선 사람이 누군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한결이었다. 태오는 이 등장이 달갑지 않았고, 입술을 벌리려다 꽉 깨물었다. 단어가 도통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 있고 싶습니다,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저를 내버려두십시오. 오늘은 누구의 얼굴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세상이 나를 퍽 미워하는 듯하니 다 포기할까 싶습니다…….
─ 괜찮아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괜찮을 거예요. "윽."
머리를 울리듯 뚫고 들어오는 한결의 속내에 태오는 움찔 떨었다. 어째서 나를 혼자 두지 않는 겁니까. 단어와 문장 대신 목구멍 너머로 울컥 북받치는 소리가 흘러 올라왔다. 태오는 참고자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마음과 다르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뜨끈하던 눈시울에서 후드득 눈물이 떨어졌다. 굵은 눈물방울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되었고, 태오는 꾸역꾸역 눈물을 삼켜보고자 얼굴을 손으로 덮어 가렸다. 숨을 참고 애써 몸을 들썩이지만 목이 졸린 듯하던 울음소리는 갈수록 서러워졌고, 기어이 목은 인간의 언어를 잃고 울음만을 울렸다.
"으윽, 흑…… 으으윽……."
한결이 머뭇거리다 태오에게 손을 뻗어 어깨를 토닥이자, 태오는 몸을 크게 떨었다. 설움이 북받치고 둑이 무너지듯 태오는 하염없이 울었다. 한결이 품에 안아 다독이자 아이처럼 서럽게 목 놓아 울고, 높은 소리로 흐으으- 하고 감정을 갈무리하다 놓치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꾸역꾸역 눈물을 목구멍 속으로 삼켜내고 폭발하던 감정이 갈무리할 수 있을 만큼 줄어들었을 때, 태오는 입술을 앙다물며 눈물을 재빨리 삼켰다. 지쳐버린 몸이 한결의 품에 허물없이 무너졌다. 다리는 이미 힘을 잃어버린지 오래라 자칫하면 주저앉을 것 같았고, 후들후들 떨리는 손은 눈물도 닦지 못했다. 지나치게 큰 감정 소모를 몸뚱이는 버티지 못했고, 태오는 씨근거리며 숨을 갈무리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태오는 애써 팔을 움직여 자신을 끌어안은 한결의 팔을 붙잡아 다리의 균형을 다시 잡으려 했고, 한결은 그런 태오를 보다 먼저 움직였다.
"죄송, 죄송합니다. 추태를 보였습니다, 추태를…… 아!"
한결은 아무런 말 없이 품 속에 갇혀있던 태오의 허리를 한 팔로 붙들더니, 다른 팔로 허벅지 뒤편을 그러안아 올렸다. 순식간에 한결에게 역으로 업힌듯한 자세로 달랑 안겨버린 태오는 몸을 움찔 떨며 당황스러운 듯 한결의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서, 선생님." 태오가 놀란 듯 말을 더듬자 한결은 입술을 달싹였다.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지만 심음은 존재했다.
─ 지쳤을 텐데 집에서 쉬다 가요. "그래도, 되는 건지." ─ 지금은 학생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코코아는 좋아하나요? "……네. 그보다, 무, 무겁지… 않습니까." ─ 아뇨, 전혀 무겁지 않아요. 저는 체력도 좋으니 부디 걱정 말아요. "……." ─ ……괜찮나요, 학생? "그, 그게. 그러니까……."
태오는 한결의 어깨에 고개를 푹 파묻었다.
"이, 이런 자세는, 부끄러워서……." ─ …….
한결은 골목 깊은 곳으로 들어가며 더 대답하지 않았다. 태오는 대답 대신 다른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저희 데 마레는 콜드 프리즈를 통해 기후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품에 얌전히 안겨있었기에 태오는 정면을 쳐다보며 걷는 한결의 입술이 달싹였음을 알 수 없었다.
인상 바꾸는 방법이야 뭐 시간과 사건이 약이지 한결이는 서휘보다 더 무서울 정도로 태오에게 집착하니까. 이걸 머라 해야 하지
서휘는 이제 태오랑 시간을 오래 보냈고 서로를 이해하다 보니 어느 정도 놓아주는 법을 알거든. 그래야 더 자신을 사랑해줄 테니까. 그렇게 놓아주다 잡다 느슨하게 풀어주다 다시 숨통을 조일 듯하면서 놓아주다가... 증오심을 만들어 나를 더 보게 만들다가 녹게 만들고 삼키려다 때를 기다리고. 서서히 옭아매고 삼키는 뱀 느낌으로.
그런데 한결이는 태오를 초여름에 보았고 현재 가을이잖아. 그리고 스위치가 켜지면 놓아주기 보다는 거미처럼 어느 순간 덫에 걸리듯 만드는 편이야. 이리 오라고, 여기는 안전하다고. 그렇게 안심시키면 어느새 실에 휘감겨 고치 안인거지.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고.
아마 서휘가 한결이가 태오랑 같이 있는 거 보면 "허!" 할걸? "배은망덕하다, 한결아. 형이 다 양보해줘도 사람은 양보 못하는데." 이러면서 한결이가 태오 품에 안고 심연의 눈으로 쳐다보는 거 맞받아치듯 쳐다볼 텐데 이제 '내가 분명 저렇게 안 키우려고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를 이유로 소름은 서휘쪽에서 먼저 돋는거지.
그런고로... 인상은 조만간에 내가 한결이 대가리를 깰 예정이니 바뀔 것이여(?) 지금도 좀 바뀜
태오는 그냥 동생... 하는데 한결이 속내 타들어가지요 나가는 길에 비타오백 제로 주면 .oO(얄밉긴 하지만 착한 학생이구나. 남매는 저쪽인데 시달리는 오빠는 나인 건가.)하고 합리?화? 하?면서 좀 풀림(한결: 히히 비타오백...)
이무슨맛도리썰이지요??? 시선으로 흘긋 보면 아직은 안 된다는 듯 눈웃음만 치는 현태오 한결이 무릎베개 해준다 쳐도 절대 불러주진 않고 머리만 쓸어줄 녀석 음~ 테이스티.
묻기 보다는 "...잘 보니까, 코뿔소를 닮았네요." 하고 신기한 듯(본인 작품이다.) 쳐다보기만 할 것 같아... 그리고 현태오는 잔망스러움에 사망했다고 칩시다 담날에 소파에서 뜬눈으로 밤 새운 채 발견됨(?)
제법 오래 전인 것도 같고,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은 것도 같고, 바로 어제 같기도 하고.
이 사람 때문인 거 같고, 저 아이 때문인 듯 하고, 사실 누구래도 상관 없을 거 같고.
실제로, 시기와 계기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거였다. 그야 그런 거 시시콜콜 따져본들- 처음부터 그러했음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니까.
"...산책이나 갈까?"
희미하게 내리는 바깥의 빛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있다가 주섬주섬 일어나 외출할 준비를 했다.
딱 맞는 일자 청바지, 엷은 하늘색 차이나카라 셔츠, 단추는 목 끝까지 채우고 그 위에 카키색 야상자켓을 덧입고 챙 짧고 큼직한 빵모자에 트레이드마크 같은 긴 머리를 말아넣었다. 현관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굽 낮은 검은 워커를 골라 신고 현관 옆 거울에 모습을 한 번 비춰보았다.
음, 완벽해.
그러다 문득, 곁시야로 거실이 보여 슬쩍 돌아보았다. 저 멀리 트릭아트 같은 그림 한 점이 바로 눈에 들었다.
'코뿔소를 닮아보인다'고 했던 그 그림.
빤히 보다가 다시 뒤로 휙 돌았다. 철컥, 끼이익, 탕! 그 뒤로 타닥타닥 복도 걸어가는 소리만 울렸다.
...바깥은 어느새 만연한 가을의 공기가 물씬 느껴졌다. 이 빌라가 시가지와는 동떨어진 곳에 있어서 그런가 매연이나 사람 사는 분위기와는 멀어서 더 그런 것도 있긴 했다.
조용히 열린 문을 통! 튀듯 밖으로 나와 잠시 두리번거렸다. 어디로 갈까, 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고민하지 않고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고양이의 산책에 목적지란 없는 법이었다.
...3학구에서 스트레인지로 들어가는 입구는 아는 사람만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었다. 그야, 버려진 구역들을 떠돌다보면 자연스레 한층 더 깊은 어둠에 발을 딛기 마련이었다.
어쩌면 나만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무튼 그 중에 한 '입구'를 골라 들어가볼까 했다. 골목 어귀로 보이는 곳에 조금 가까워졌을 쯤, 뭔가 거친 소리가 들린 듯 싶었다. 주먹다짐을 하는 건지- 누가 벽치기라도 하고 있는 건지-
...뭘까?
조심히 그늘진 그 안으로 눈만 살짝 내밀어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인 누군가의 실루엣에 모자챙 아래 두 눈 크게 떴다가 곧 원래대로 돌아와 깜빡거렸다. 그렇게 잠시 있다가-
"먀옹."
하고, 지나가던 고양이인 양, 소리를 내보았다. 정말 지나가던 고양이인 양, 빤히 쳐다보면서.
서연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티슈가, 서연의 손이 얼굴에 가까워진다. 분명 이전에 그녀의 손이 얼굴에 닿았었고 내 손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그러나 아무리 닿아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 꼬리가 올라간다. 설탕을 너무 많이 먹은 건가? 행복하다. 기분 좋다. 이 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나도 한 번도 안 가봤어. 그냥 너랑 처음 가보고 싶었어.” “아마 정말로 물방울이 튀지 않을까?”
애초에 서연과의 데이트가 아니었다면 서현과 보러가거나 남자친구랑 보러가라며 던져줬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 놀리냐고 혼나겠지. 그냥 감사하다며 받을 것 같기도 하고...
공부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영화 따윌 볼 시간은 없었다. 서연과의 데이트가 아니었다면 고등학교 3년 동안 영화 한편 보지 못했겠지.
“옷은 뭐가 좋을까?
이럴 때를 대비해서 저축한 돈이 있었지.
“좋아하는 디자인이 있어?”
커플룩이라던가...커플룩이라던가...커플룩이라던가...
초코 케이크를 잘라 서연에게도 건네준다.
“이거 진짜 맛있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과 완전 달콤한 체리, 부드러운 버터크림이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것이니 더 맛있었다.
>>0 리버티와 관련된 소란이 있던 후, 연구소에서 도망친 많은 아이들로 인한 사건사고가 계속해서 늘고 있었다. 금이 소속된 연구소의 모든 이들이 그런 아이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을 때, 도망친 아이들의 행적이 추적 되었으니 다들 스트레인지로 숨어 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이 안티스킬에 잡히거나, 스트레인지의 스킬아웃들에 다치기 전에 사태를 진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으나, 도망친 장소가 하필 스트레인지인 탓에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첨공에서 가장 어두운 지역, 폭력과 혼란의 천국이자 여러 스킬아웃들의 법외 자치권인 스트레인 지었으니까. 그러니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었을 때, 자신들이 아이들을 설득해 오겠다며 나서는 오지랖만 넓은 바보 같은 자신의 담당 연구원을 아무도 말리지 못했기에. 금은 담당 연구원의 호위로 하여금 들리기 싫던 스트레인지로 오게 된 것이었다.
"더는 위험하니 돌아가지요." "조금만 더 둘러보면 안 될까?" "아까도 그 말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금은 그녀를 무시하고, 기습이랍시고 쓰레기통에서 튀어나온 이를 발화 에너지를 모아 작은 폭발을 일으켜 제압한다. 가는 곳마다 시비가 있었으니 귀찮은 것들이 하나둘씩 계속 꼬이고 있었다.
"수가 많아요. 더 이상은 엄호 없이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죄다 어중이떠중이들이라 자신에게 큰 위험은 되지 않는다. 다만 귀찮은 짐덩이-담당 연구원-을 안고 싸우는 것은 위험하다. 아쉬워하는 연구원의 백의를 잡고 이끌며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금은 반대편 어둠에서 흐릿한 조명 밑으로 나온 이들을 마주하자 걸음을 멈춘다. 쓰고 있는 야차 가면이 특징인, 하얀 옷의 귀신같은 이들. 기절한 채 그들의 어깨에 들려있거나, 묶여 끌려다니는 이들은 다른 스킬아웃으로 보이는 것일까. 잠깐 동안 숨 막히는 대치 상황에서 먼저 나서려던 금은, 담당 연구원이 갑자기 팔을 뻗어 자신의 앞을 막아서자 당황하며 멈춰 선다.
"이번엔 싸울 필요 없어. 금아."
당황스러워하며 자신을 벽으로 모는 연구원을 따라 벽으로 붙으면, 백의를 입은 회색 머리의 담당 연구원은 싸울 의도가 없다는 듯 양손을 들어 올려 보인다. 이 바보 같은 연구원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들이 언제든지 공격해올 수 있었으니 대비하며, 자신들의 앞을 지나치는 이들을 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본다. 그들이 비로소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긴장을 풀었으니, 담당 연구원에게 미쳤냐고 따져 물을 적에. 자신들의 앞을 지나친 이들이 스트레인지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비사문천이라는 단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자신이 스트레인지를 떠난 동안 무슨 일들이 있던 것인지, 의문을 가진 채 그 특이한 가면을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떠올리게 되는 것이었다.
머리를 흔들어 보는 리라를 내려다보면서 옅게 미소를 띄우던 랑은, 단단히 붙잡았던 리라가 장난스럽게 외치며 자신을 팔을 꼭 붙잡자 뭘 하려는 걸까 생각했다. 놓아 달라는 제스쳐? 아니면 빠뜨리지 말아 달라는 느낌? 그러나 다음 순간, 리라의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는가 싶더니 랑과 리라는 함께 물에 빠졌다. 놓아버릴 수도 있긴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상대를 먼저 빠뜨려 버리는 식으로 장난은 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한 명이 수영장에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니까. 결국 두 사람 다 수영장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니 이런 결과는 예정되어 있었을지도. 아무튼 풍덩 하고 물에 빠진 두 사람, 랑은 물 위로 머리를 꺼내며 흐르는 물을 닦아내듯 손으로 얼굴부터 쓸어 올렸다. 평소에는 커튼처럼 늘어뜨린 앞머리로 가려둔 오른 얼굴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콜록, 후우..."
숨을 내쉬는 소리와 리라의 웃음소리가 섞인다. 혹시 기분이 별론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즈음, 숨소리 끝이 다른 소리로 변해 이어지기 시작했다.
"...하하! 한 방 먹었네."
푸흐흐, 하고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는 랑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얼굴이 젖어 눈을 잘 뜨지도 못하면서 자신 쪽으로 물을 뿌리는 리라를 보며, 랑은 웃음기 어린 표정으로 물을 살짝 뿌린 뒤 리라를 다시 한 번 붙잡아 보려고 했다.
표정은 밝으신데. 애들처럼 열 나면서도 모르시는 거 아냐? 철현의 이마로 황급히 손을 옮기는 서연이었다. 뜨겁진 않은 게 제 손도 더워서인지 괜찮아서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두근거리는 맥이 손끝에 닿았다.
덩달아 열에 들뜨는 거 같다. 선배도 이런 열이었을까. 그러면서도 선배가 처음으로 사이코메트리를 쓰라셨던 때가, (읽히기 싫단 얘길 들은 탓에 누구에게든 유지하려던 거리를) 그렇게 치고 들어오신 걸 나중에 곱씹으며 어쩔 줄 몰랐던 때가 떠올랐다. 타인에게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는 게 절대 쉬운 게 아닌데. 그땐 미처 몰랐지만 충동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충동적이었다면 그 뒤에 또 읽어 보라고는 안 하셨겠지.
" ...저, 선배. "
" 이런 말씀 지금 드리긴 뜬금없지만, 감사해요. 사이코메트리로 읽히는 건 싫고 불편할 만한데도, 읽어도 된다고 먼저 말씀해 주셔서요. 속내를 터놓아도 되는 상대라고 믿어 주신 거잖아요! "
" 믿어 주신 보람이 있게 저 잘하고 싶어요. 선배가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내키실 때 편히 말씀하실 수 있도록요. "
안다. 좋은 일 기쁜 일은 몰라도 나쁜 일 슬픈 일은 선뜻 꺼내기 어려우실 거다. 날 걱정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하실 만큼 내가 마음 상할까 걱정되고 또 내가 마음 상하면 미안해하실 테니. 그래도 얘기해 주시면 좋겠다. 그 정도의 의지는 되는 상대이고 싶으니
" 피 튀기는 영화는 피해야겠어요;;;; "
피를 뒤집어쓰는 느낌이 들지도 몰라. 그런 건 최근 머저리 수박네랑 그 수박 씨의 깽판으로도 지긋지긋하다. 그럼 로맨스? 그런 건 가상현실 영화관에서 보기엔 심심한가? 액션 영화는? 저지먼트 출동이 무서운 거만 빼면 웬만한 슈퍼 히어로물 뺨치겠고...요즘 무슨 영화가 인기지? 인첨공의 박스오피스 순위를 확인해 보는 서연이었다.
" 제일 인기인 건 .dice 1 7. = 1 쪽이네요. 이거 볼까요? "
1. 로맨스/멜로 2. 코미디 3. SF/판타지 4. 어드벤처 5. 공포/스릴러 6. 미스터리 7. 드라마
흥행하는 영화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별점만으로 고르기 불안하면 상영관 가서 사람들의 찐소감을 확인하고 정해도 된다. 정말정말 별로면 선배 얼굴이라도 구경한다거나?
엉뚱한 발상까지 나아가다 화제가 옷으로 넘어가자 지레 찔끔했다. 커플룩 생각해 버린 거 들키진 않았겠지?! 공연히 긴장되어 토실이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서연이었다.
" 사실 잘 모르겠어요. 있는 옷 중에 맞는 걸 입곤 했거든요~ "
보육원에선 말할 것도 없고 인첨공에 온 뒤에도 룸메나 ◯◯◯가 안 입는다는 옷을 얻어 입곤 했다. 당연히 패션 감각은 망했어요 수준. 그런 주제에 무려 커플룩이란 걸 골라 버렸다간... 음, 역시 곤란하겠다. 하는데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근데 이건, 다른 의미로 말하기 곤란한데?!
" ...... "
서해 바다에 가고 싶어질 거라는 우려와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맞붙었지만, 갈등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몰라~ 영 별로면 웃어넘겨 달라고 하지, 뭐!!
" 혹시요, 선배. 잠옷은 어때요? 같은 디자인으로요. 자기 전에 서로... "
" 서로...를 생각할 겸? "
와와와와;;;;; 말해 버렸다! 나 뻔뻔해!! 외출복과는 달리 똑같은 디자인이어도 남들 눈에 튀어 보일 걱정은 없다만 이건 이거대로 잉스러운데??!! 선배 놀라시면 어쩌지??
당황스러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선배가 케이크를 좋아해 주신 거까진 만세였는데 마저 잘라 주신 조각 케이크를 보자 띵했다. 레터링 케이크는, 조각 내면 문구도 잘리는구나...;;; 언젠가 한창 나돌던 모 캐릭터 케이크 짤과 비슷한 결과. (그 캐릭터 머리를 쪼개먹고 퍼먹는 비주얼이라 호러였는데) 그걸 떠올렸어야 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상태로 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앞으로 레터링 케이크는 안 만들래...
" 선배, 이거 잘렸지만 문구가 핵심이었어요! 진짜예요!! 먹으려면 당연히 잘라야 하는데 제가 거기까진 생각 못 한 거예요오오... "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양지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발 붙일 수 없다. 태오는 그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살아가며 쌓아온 과오가 있고, 할 줄 아는 것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며, 세상의 순리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따금 인정할 수 없어 발버둥을 쳐도 운명은 태오를 정해진 기로 위에 올려놓고자 했고,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타인들과 달리 태오는 순응할 만큼 나약했다. 양지에 발 붙이지 않고 선에 걸치고자 다짐했던 날, 태오는 떠나야 한다 생각했다. 무엇보다 호오가 불명확하며 꺼림칙한 자에게 일침을 듣기 전까지는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옳다 판단했다. 다만 혜우를 생각하라는 한 문장이 태오의 속내를 뒤집었고, 약조와 더불어 데 마레에서 학습한 죄책감은 가시를 세워 있지도 않은 양심을 찔러댔다.
계획을 이야기해야만 했다. 언젠가 대화가 필요함도 알았다. 줄곧 자신이 회피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지만 기회가 달리 없었노라 생각했다. 암부에게 납치당하던 날도, 디스트로이어와의 전투도. 그동안 태오가 본 혜우는 자신이 사라져도 홀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던 마음 탓이었다. 어째서인지 병실에서 그리 울며 가지 말라 매달렸지만, 정작 자신이 없어도 될 만큼 훌쩍 커버렸단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억, 어억, 끅……." "아니지, 아니야……. 그래서는 안 됐지요. 네가 나를 습격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을 습격해야죠. 선지자가 마레에 있다니까요…. 어째서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마레에, 선지자가, 있다고……." "나, 나는 그냥 네가 엘리트래서, 선지자가 뭐야, 마, 마레는 뭐고?" "영 못 써먹겠네……."
그 아이가 훌쩍 커버린 만큼 자신도 달라졌다. 태오는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인적 드문, 스트레인지로 향하는 골목에서는 큰 소란과 고통 어린 신음이 이어졌다. 길쭉한 손가락이 상대의 뒷머리를 쥔 채 벽에 몇 번이고 처박기를 반복했고, 딱딱하고 거친 벽에 살갗이 뜯기고 찔린 상대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앞니도 하나 빠져있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상대가 눈을 뒤집으며 기절하자 태오는 그제야 손을 놓았다. 벽에 얼굴을 죽 그어대며 늘어진 상대의 머리를 발로 툭 걷어차고, 골목 깊은 곳에서 땋은 머리의 여성이 슬쩍 걸어 들어왔다.
"도~련~님~ 이거 데려가~? 아니면 여기서 처리해?" "빛무리들 모인 곳에 던져둬요." "전할 말은 없어?" "배교자라 전해요. 그 이후엔…… 알아서 할 테니." "물감 짜둬?" "됐어요……." "그러면 알아서 처리하라 할게~ 아~ 맞~다~" "응?" "윤찬혁 그 사람이 얼굴 좀 보자고 했어~ 그럼~ 진짜 간다~"
여성은 차가운 외모와 달리 경박하고 쾌활하게 재잘거리며 기절한 남성을 질질 끌고갔다. 피와 먼지에 뒤섞인 혼탁한 붉은 선이 그여지다 발치의 흙먼지에 덮이고, 인영이 사라질 적에야 태오는 벽에 기대며 주저앉을 수 있었다. 익숙한 야옹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돌리던 것은 홀로 남았을 즈음이었다.
"……아."
퍽 거친 싸움이었던 건지, 아니면 일방적인 습격이었던 건지. 울긋불긋하게 멍이 진 뺨도 그렇고, 터진 입안에서 고인 피를 참지 못하고 거칠게 먼 곳에 뱉으며 손등으로 아무렇게나 입을 훔치는 것도 평소의 얌전한 모습과는 퍽 달랐다.
"……여긴… 위험해요."
태오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 영락없는 미소요 당신에게 속삭이던 말은 스트레인지에서 방황하던 때 이끌고 나가며 얘기하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제 개인 생각이지만 노트북은 중고거래보다는 그냥 신품을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중고 노트북...잘 오면 좋지만, 가끔 뭐가 안 좋은지 제대로 안 쓰는 이들도 많다보니..(흐릿) 물론 미개봉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낫긴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잘 알아보기에요!
앗, 혹시 이건 좀 별로였나? 길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먹먹한 귓가에 들려오자 약간의 걱정이 솟았다. 그러나 그것도 이어지는 웃음소리를 들으면 금세 사라진다.
"어때요? 엄청 시원하죠?"
일부러 더 뻔뻔한 태도로 대꾸해보인 리라는 이윽고 해초 마냥 늘어진 머리카락을 넘겨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른 지 좀 되어서 도로 길어지기 시작한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물방울이 흘러내려 뻑뻑해진 눈을 문질러서 시야를 틔우면 비로소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 아래 랑의 웃는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에 순간적으로 방어 태세를 늦추면 곧장 반격이 들어오고 만다! 그럼 별 수 있나. 겨우 해초 꼴을 면했던 머리 위에 또 한번 물이 뿌려졌고, 덕분에 붙잡기 위해 뻗어오는 상대의 팔을 막을 틈은 확보되지 못한다. 리라는 랑이 붙잡는 대로 붙잡히며 소리 내 웃는다.
"꺅! 안 돼! 또 빠뜨리려고 그러지! 타임, 타임!"
조금 전엔 본인이 빠뜨려 놓은 주제에 자기는 무고하다는 듯 엄살을 피우던 리라는, 곧 물기 묻어 축축해진 팔을 뻗어서 랑을 마주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상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젖은 머리카락과 온전히 드러난 얼굴 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기분이 묘해지는 거 같다.
"히히. 아, 이러고 있으니까 은우 선배님 섬에서 물에 빠졌을 때 생각나네요. 그때 랑이 언니 없었으면 완전 큰일 날 뻔 했지~"
붙잡은 손이 이윽고 랑의 어깨를 조심스레 감싼다.
"근데 그거 알아요? 죽다 살아나서 정신 없던 와중에도 딱 언니밖에 안 보였던 거? 그래서 와, 내가 정말 미쳤나 보다. 했었는데..."
잠시 뜸을 들이던 리라는 물을 가르고 랑에게 몸을 조금 더 가까이 붙였다. 그리고 그대로 랑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려고 했을 것이다.
"네가 해 본 제일 미스터리한 경험은?" 태오: "……아, 그게." "한결, 선생님… 말이지요. 연구원이신데다, 늘 품이 큰 백의로 몸을 가리고 계셨으니, 힘이 세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요." "그런데, 사람 하나 정도는, 거뜬히, 그러니까." (태오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자신의 팔을 꾹 껴안은 채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그게……."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리며 애써 미소 짓더니, 빙글 도는 눈과 삐질거리는 식은땀, 발그레 달아오른 뺨 뒤로 태오는 결국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렇게 번쩍 안겨버린게 쪽팔린데, 시, 신기하기도 하고……. 쳐, 쳐다보지 말아요, 몰라요, 이 멍청아…."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못했다면?" 태오: "응?" (태오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눈을 휘었다. 기운 없으니 영 개운하지 못한 미소지만, 이리 미소 짓는 것도 드물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봐요. 기회를…… 보고있는 거겠죠." "아니할 리가 없지요."
"사랑해. 너뿐이야." 태오: "……실로, 나만 그 심중에 담아주시는 것이겠지요." (태오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익숙하지 아니하군요…… 하던대로 하세요." "하던대로 하라니까, 가, 가까이 오지 마요, 안 빨개졌어요! 귀엽다니, 미, 미쳤어요?! 드디어 커리큘럼의 부작용이-" "흐아악"
물이 시원하다는 느낌, 그리고 뭔지 모르게 시원한 기분까지. 그동안 랑은 기습(?)적으로 물을 뿌리고 리라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타임! 이라며 엄살을 피우는 리라를 보며 웃는다. 마주본 리라의 얼굴도 웃고 있었으니까. 그러는 와중 마주 뻗어온 손이 자신을 붙잡고 시선이 겹쳐지자. 랑은 리라가 자신의 얼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조금 궁금해진다. 입 밖으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랬던 때도 있었지, 음."
그런 일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무사히 구했으니까 여기에 있는 거고. 조심스러운 손길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는가 싶더니, 리라가 몸을 가까이 붙여 왔다. 그리고는 입술에 느껴지는 물기 너머의 체온, 랑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곤, 도망치려는 듯 움직이는 리라를 다시 붙잡으려고 하곤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기분 좋네, 그런 말."
그리고 랑은 위에서 아래로, 리라의 머리를 받친 채 입술과 입술을 포개보려고 했다. 살짝, 같은 느낌이 아니라. 조금 길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리고 랑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을 것이다.
고작 2주만인데, 왜 이렇게 오랜만인 것 같을까? 종례가 끝나자마자 짐을 챙겨 부실로 향하며, 새봄은 실없는 의문을 떠올렸다. 그러나 몇발짝만에, 그는 아~ 하는 탄성을 나지막이 내었다가 입을 다물었다. 저지먼트 입부한 지 1년도 채 안됐는데, 2주면 꽤 오래 쉬긴 했지. 능력이 오른 건 좋은데, 부작용이 올 거면 빨리 올 것이지, 왜 성하제까지 지나고 나서 온 거람? 뭐, 아무래도 좋... 진 않을 것 같다. 지금 부실로 가는 게 복귀 보고를 하러 가는 건데, 대강 내가 알고 있는 영역까지는 외워둬야지. 그래봤자 성하제 이전에 받은 레벨을 올리기 위한 수술의 부작용이 하필이면 성하제 끝나고 왔더라~ 정도지만. 뭐, 그 정도는 휴계사유서에 적혀있었을 테니 부장 선배나 부부장 선배도 아시지 않을까?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끝에 도착한 부실은, 방과후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제법 한산했다. 흠, 부장 선배나 부부장 선배는 계시려나? 새봄은 부실 안을 두리번거리다, 현재는 비어있는 부장인 은우의 책상을 확인하고는, 부부장인 한양의 책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요즘은 상담 센터 커리큘럼을 갈 때마다 트라우마 직면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사이코메트리 장비 개발이 웬만큼 궤도에 오른 덕에 시간 여유가 생겨서 다행이지. 내가 움츠러드는 게 모자라서가 아니라 큰일을 겪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다행히도 그 큰일이 지나갔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 주는 과정의 반복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일종의 휴식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다 보니 방심했을까? 오늘은 불쑥 퍼클과 위크니스를 화제 삼고 말았다. 그 수박 씨가 저 죽을 짓인지도 안 헤아리고 4학구를 날리려 들었던 게 너무 끔찍해서. 그야말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핵폭탄 같은 존재에게서 폭탄을 제거했다간 4렙 이하 살처분 계획을 폐기시키더라도 새로운 지옥문이 열리지 않을지 무서워서. (그 수박 씨가 그랬다고는 안 하고 머저리 수박네 방송 보셨냐는 식으로 얘길 꺼내긴 했다.) 그랬더니 센터장님이 당신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냐시더라. 듣고는 싶은데 느낌이 쎄해서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 주시라 했다.
이후 사이코메트리와 메모앱으로 대화했는데(일전에 부부장한테 징징거렸을 때처럼) 센터장님 말씀이 충격이었다. 퍼클과 위크니스의 폭발을 결정할 수 있는 자가 이 도시를 파괴할 마음을 먹으면 무슨 수로 막냔다, 그 자들에겐 폭탄이 안 심어졌다며. 퍼클도 사람이고 폭탄 심은 쪽도 사람이니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존재이기는 마찬가지인데, 퍼클만 유독 경계하는 건 이상하지 않냐며.
첨엔 섭섭하고 억울했다. 그 수박 씨가 무슨 짓을 했는지 센터장님이 몰라서 그렇다고 항변하고도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4학구를 날리려던 그 순간에도 그 수박 씨와 위크니스에게 심어진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폭탄을 터뜨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그 난리를 몰랐을까? 그럴 리 없다. 그렇다는 건, 그네들은 알고도 방관했다는 의미다. 4학구 사람들이 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그래서 센터장님 말씀을 계속 들었다. 듣지 않고는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러자 센터장님은 화제를 바꾸겠다더니 원자력 발전소 얘기를 꺼내셨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로 그 인근은 수십 년이 지나고도 초토화된 채라고. 원전 사고의 결과가 그토록 참혹하고, 그런 사고는 원전의 안전 담당자가 실수하거나 변덕을 부리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원전의 안전 담당자 및 담당자가 아끼는 사람에게 폭탄을 심어야만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고. 대신 안전 담당자는 안전 관리 및 위기 상황 시 대처 방안에 대한 매뉴얼을 익히고, 원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을 거라고. 그처럼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동시에 사고의 위험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여러모로 놀라워서, 그런 방법이 안 통하면 무슨 일이 터질지 무섭지 않으시냐 물었다. 그러자 센터장님은 무섭단다. 위험을 원천봉쇄하고 안전을 확보하려는 마음이 틀렸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단다. 본인이 지나친 이상론이라는 얘기도 들을 만하단다. 그러면서도 당신은 공포와 불신보다는 신뢰와 사랑이 인첨공의 많은 부분을 개선해 주리라 믿고 싶단다. 센터장님, 이상주의자야!!!
하지만 귀담아 들을 만한 부분도 명확하다. 일단, 퍼클과 위크니스에게 심어진 폭탄은 대량 학살의 위험을 억제하지 못한다!!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 뭐가 좋을까? 그 수박 씨한테 위크니스도 죽고 당신도 죽는다고 상기시켰던 게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다면... 과도한 능력 사용 시 예상 결과를 (이경이의 기억 조작과 비슷한 원리로) 각인시키는 장치를 부착하면 어느 정도 유효할 수 있다. 그걸로 저지가 안 된다면, (선배가 녹음했다는 캐퍼시티 다운을 일전에 정하가 미친 수박에게만 들리게 써먹어 준 거처럼) 착용자에게만 캐퍼시티 다운이 들리는 장치를 부착할 수 없을까? 별별 게 다 개발되는 인첨공이니 그런 장치들도 개발할 수 있을 법한데. 그러면서 능력 사용과 관련된 안전 교육도 실시한다면, 그게 지금의 폭탄보다는 안전할 거 같다. 당장은 내 공상일 뿐이지만.
서연주도 어서오구!>< 근데 우와 서연이네 상담센터장님... 되게 통찰력 있으시다! 이상주의자이시긴 한데 새봄주한테도 새로운 시각이었어...!! 그리고 그 와중에 서연이도...!><bb 센터장님 말씀을 다 동의하진 못해도 귀담아 들을 부분을 잘 선택하고 거기다 실효성이 없는 폭탄의 대응책도 생각하고...! 서형 똘똘해><
-아무도 없는 옥상. 케이스가 입삐죽하고 수경은 달래려 합니다. -부실. 같이하는 업무 -철현과 함께하는 순찰업무 -학교 뒤쪽의 고양이냥냥 -목화고 창고정리에 동원된 저지먼트(?) -리버티 테러는 아니지만 리버티테러같은 걸 막겠다니 전 그런건 못해요! 저지먼트엔 더 못있겠어요! 하고 나가버린 모브 때문에 부실이 엉망진창이 되었어요!
제법 한가한 방과후였다. 여름이었던 몇 달 전에 비해 밤이 빨리 찾아오는 듯, 여름이었으면 한창 쨍쨍하고 푸른빛의 하늘이 반겼던 이 시간은 현재 조금씩 쌀쌀해지면서 하늘도 조금씩 붉어져가고 있다.
한양 역시 사람이어서 그런가? 부실로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곧 어두워질 하늘을 창문을 통해 보면서 벌써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할 일이 있어서 본인 마음대로 퇴근은 못 해서 말이야.
서한양은 부부장 석에 앉은 채로, 오른손에 쥔 만년필을 굴리고, 왼손으로는 무테안경을 고쳐쓰면서 수기로 쓴 문서들을 보고 있었다.
요즘 인첨공의 검열에 대한 위험도 있고, 그림자나 제로의 해킹에도 예민해져서 전자기기로 중요한 정보를 안 다루거든. 그래서 직접 손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수기의 빈도가 제법 늘어났다.
아, 그렇다고 해서 악필이던 글씨체가 조금이라도 예뻐졌나? 그건 또 아니고... 여전히 서한양만 알아볼 수 있는 글씨체였다.
" 음? "
그리고 오늘의 면담대상이 부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바로 오지 않고,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니깐 부실이 정말 오랜만이긴 했나보다. 이해할 수 있어. 분명히 있어본 공간이지만 꽤나 낯선 느낌. 한양은 두리번거리는 새봄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새봄은 부부장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본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한양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 오랜만이에요~ "
2주 동안 쉰 사유가 레벨을 올리기 위한 수술의 부작용? 혹시 '커리큘럼'을 '수술'이라고 잘못 쓴 것일까? 서한양은 자리에 일어나서는 " 저기 소파에서 해요. "라고 말을 건넸고, 두 개의 소파가 마주보고 그 사이에 테이블이 있는 공간을 가리켰다. 이어서 서한양은 염동력으로 간단하게 따뜻한 유자차 두 컵을 타놓고서는, 테이블 위에 올려놨겠지.
레스의 특이사항. 이 레스에서는 철현은 -로 표현된 대사를 들을 수 없습니다! ""표시된 대사만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부탁드려요..." 수경은 케이스에게 말을 했고. 케이스는 눈을 깜박였고. 얼굴을 살짝 찌푸렸습니다.
-너무하셔요... 보통 이 시간대라면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할 옥상이었겠지만. 지금은 존재하고 있군요. 하얀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소녀와 우리가 아는 수경이 그 곳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 지내는 것이 그나마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시지..." -저는 고생할거라구요! "그러라고... 허락해 주신 거라고 들었어요." -씨잉... 그건 알지만... 수경은 흰 머리카락의 벽안의 소녀를 달래려는 듯 절절매고 있고. 그 애는 말을 못하는 것처럼 입만 삐죽이고 있었습니다.
-....! 그리고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가 흠칫하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수경도 인기척을 느낀 것 같네요. 하긴. 둘 다 공간감각은 상당하니까요.
오, 부부장 선배는 계시네! 잘됐다. 사실 두 분 중 어느 분이든 복귀 보고만 들어주시면 되지만, 그래도 뭐랄까~ 부장 선배랑은 성하제 때 한번 이야기해봤는데 부부장 선배랑은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보니까 - 그래도 꼭 이명으로 부르는 부원 친구들이 알려줘서 부부장 선배가 좋아하는 간식은 알지만! - 부부장 선배랑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싶기도 했으니까 말이지. 다가오는 기척을 눈치챘는지, 한양이 웃으며 먼저 알은 체를 하자, 새봄은 "안녕하세요, 선배~" 하고 마주 방긋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네!" 하는 대답과 함께) 한양이 가리킨 소파로 가서 앉았다. 염동력으로 순식간에 유자차 두 잔이 테이블 위로 날아오는 걸 보고 우와~ 하고 감탄한 것은 덤이었다.
"차, 감사합니다! 실은 저도 뭘 좀 사왔는데요~" 새봄은 자신의 짐 중, 손에 들고 있던, 전통 문양이 옅게 그려진 쇼핑백을 제 맞은편으로 슥 밀었다. "선배 한과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어제 샀어요! 한과세트인데, 정과랑 매작과랑 개성주악이에요, 히히."
그런 뒤, 한양이 몸은 괜찮냐고 물어오자 새봄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였다.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말짱해요! 내일 당장 임무 있어도 괜찮을 정도예요."
사실 임무가 빡셌던 적은 지금까진 그닥 없긴 했네. 힘든 일은 고레벨 친구들 선배들이 다 했으니까, 버스 타는 입장인데 힘들리가.
"그러고보니 저 쉬는 사이엔 별 일 없었나요? 이따 보고서 읽어볼거긴 해요, 히히."
그리고 이때 새봄은 몰랐다. 보고서를 읽다 구기는 바람에 다시 배껴쓰는 일이 생기리라는 것을.
3학구에 가까운 스트레인지에 자리잡고 있는 이상, 자신이 소속한 저지먼트 부원들을 만날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예전 우연히 순찰을 하고 있는 리라와 마주쳤을 때처럼. 리버티들이 퍼트려놓은 사태는 마치 우물 속에 독을 풀어넣은 것마냥 천천히 퍼져 나가고 있다.
학생들을 피해 잠적하는 연구원들과 연구원들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원망할 대상이 필요한 건지모르겠는 적의는 스트레인지를 제법 시끄럽게 들쑤시고 있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스킬아웃들은 이때다 싶어서 날뛰는 중이었다. 안티스킬에게 인계하기 위해 일회용 공중전화를 통해 전달하고 평소처럼 스킬아웃들을 제압해 놓고 있던 혜성은 숨쉬듯 자연스럽게 3학구 스트레인지 전체를 범위로 잡아 탐지하고 있던 제 능력으로 눈 앞에서 보듯 보여지는 광경에 손에 들고 있던 야차가면의 표면을 쓸어냈다.
스킬아웃을 제압하고, 제압한 스킬아웃들이 듣도록 거리낌없이 숨기는 척도 하지 않고 자연스레 메트로폴리스와의 거래로 받은 내용을 읊은 뒤의 상황이다. 원래 해야할 일에 얹어 소문을 흘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안티스킬에 체포되어 운나쁘게 갇힌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다른 스킬아웃들의 귀에 들어갈 것이니 소문이 퍼지는 건 금방일테니까. 하지만, 장갑의 이음매에 흐릿하게 부서졌으나 다시 붙혀낸 가면의 흔적이 어른히 스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만날 거라고는 예상 못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아니 언젠가는 마주칠 일은 생길거라고 예상했더랬다. 그게 지금일 줄 몰랐을 뿐이다.
혜성은, 인지저해 프로그램 특유의 노이즈를 들으며 그 위에 야차가면을 쓴다. 그와 동시에, 제 탐지 범위에 잡힌 이곳에서는 마주치고 싶지 않던 이가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적인 의지를 보이는 상대의 모습에, 동행하고 있던 단원들또한 제 앞을 가로막듯 앞으로 나서려고 하기에 손을 들어 단원들의 행동을 막아섰다.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또한 네 행동을 저지하는 걸 보다가 가면이 잘 씌워져 있는지를 확인하려 들어올렸던 손으로 가면을 꾹 눌렀다.
"여기서 직진하다가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아이들 셋이 있습니다."
가면을 누른 혜성의 장갑을 낀 손이 지금 서있는 위치에서 조금 더 어둑한 안쪽을 가리킨다. 불쾌한 노이즈가 섞인 변조 음성으로 말을 내뱉으며 공격 의사가 없다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 연구원과 이 상황이 어리둥절한지 이쪽을 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그 앞을 제압한 스킬아웃들을 데리고 걸어갔다.
"누군가를 찾고 있다면, 그 애들일 것 같군요. 지금도 거기 있을지, 아니면 도망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진짜 옥상에 담배피는 녀석들을 왜 저지먼트에게 잡으라고 하는 거야?" "솔직히 자기 폐 자기가 썩히겠다는 데 무슨 참견이냐고?"
철현은 투덜거리며 옥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처음에 가라고 한 지 2시간이 지났으면 걔네들도 다 가버렸겠지." "그걸 또 가보라는 게 말이나 되나고..."
상황은 이랬다.
학교 옥상에서 담배를 피는 학생이 목격되었다는 제보를 받고 선생님께서 철현을 호출했다. 옥상으로 올라가서 흡연자들을 잡아오라고. 물론 우리의 철현은 가뿐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2시간 후 선생님은 왜 잡아오지 않냐고 철현을 혼냈다. 철현은 화장실에서 볼일보다가 까먹었다고 둘러대었고 선생님은 다시 한번 올라가보라고 지시했다.
"아니 그리고 내가 정상적인 저지먼트도 아니고" "고3이자 레벨 0 일반 학생인데 굳이 꼭 나를 시켜야겠냐고 젠장"
옥상 문을 뻥 차버리고 당당하게 들어갔다. 열린 문으로 옥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본 철현은 그것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소리쳤다.
"누가 감히 옥상에서 담배를 펴!!"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그냥 간다고 선언한 철현. 그러나 눈 앞에 본 두 소녀를 보고 놀랐다.
"리라랑 수경이?" "아, 아니네..."
백발을 보고 리라인가 싶었지만 눈 색이 달랐다.
"설마 너희가 담배 핀다던 애들이야?"
그럴리 없겠지만 한번 물어나본다. 만약에 맞다고 해도 안들키는 곳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겠지만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방과 후. 아르바이트 출근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새봄은 (일터에도 마찬가지로 2주라는 긴 휴가 끝에 복귀한 만큼) 평소보다 일찌감치 출근해있었다. 평일 낮인 만큼 가게는 한산했지만, 한산하면 한산한 대로 홀 청소와 같은 잡무가 산적해 있었기에, 새봄은 바삐 움직였다. 홀을 반짝반짝하게 유지해놓고, 손님이 올 때까지 농땡이나 부릴 심산이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인 보람이 있었는지, 약 30여분간 동분서주한 끝에, 새봄은 작은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주말에 복귀하지 않아서 다행이네~ 손님 몰리는 시간대에 복귀했으면, 이야. 쪽도 못쓰고 몸이 녹았을거야~
그러나,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가게 문이 열리며 울린 청아한 종소리가 새봄의 고막을 때렸다. 아아, 잠깐이지만 달콤한 평화였다. 일해야지~ 새봄은 조건반사처럼 의자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활짝 웃으며 손님을 맞았다.
"어서오세요! 블랑 엣 느와르 입니..."
그러나, 새봄의 영업 모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한산한 블랑 엣 느와르의 정적을 깬 손님은 바로, 새봄이 그토록 놀리고파 갈망하던 두 사람 중의 한사람, 바로 강철현이었기 때문이다. 영업용 스마일은 온데간데 없이, 흐뭇함과 장난기를 숨기지 못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았다.
"철형~! 웬일이에요?" 그러고는 철현에게 다가가, 한층 더 놀릴 기세가 등등해진 얼굴로 속닥거렸다. "혹시... 저의 다른 형 줄 거 사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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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 서연주 오오, 결론을 위해서 차곡차곡 테크트리를 쌓은 거구나! 엄청 탄탄하고 섬세해서 결론을 미리 정해둔 줄 1도 몰랐어>< 히히 뭘! 상담사 선생님이 진짜 현실의 좋은 상담사 선생님같아서 감탄도 하고, 나도 서연이랑 생각이 비슷해서 흥미롭게 읽었지 뭐야>< 그나저나 표현력을 따라가지 못하다니 둘 다 어엄청 달달하고 사려깊고 깨가 휘날리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서형도 언제 일상에서 만나면 꼬옥 새봄이가 절찬리에 얼레리꼴레리 해줄거라구!!><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새봄이 건네는 쇼핑백을 받아보았다. 겉표지를 보아하니, 새봄이 어디선가 한양이 한과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사왔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왜냐면 이런 걸 굳이 찾아서 먹으면서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저지먼트에서 서한양 밖에 없거든.
" 내가 이런 거 좋아한다는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으려나. "
말로는 부담스럽다는 듯이 거부할 것 같았지만, 곧 " 사와도 예쁜 것만 사왔네~ 잘 먹을게요. 하나 꺼내서 먹을까요? " 라며 정과가 담긴 박스를 꺼내었다. 처음에는 살짝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말할 것 같았지만, 결국은 좋아하면서 받는 걸 보니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몸이 괜찮다는 새봄의 말에 싱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 그래요? 새봄양이 그렇게 괜찮다고 하니깐.. 어디 있지.. 아, 여기 있다. 제가 일을 줄게요. 최근에 들어온 정보로.. 3학구 외곽에서 스킬아웃들이 대량의 마약을 거래할 거라고 하거든요? 전부 진압하고, 약까지 확보하는 임무에요. 상대해야 하는 숫자는 대략 50명. "
서한양은 하늘색 파일철 안에 담긴 파일의 내용들을 진지하게 읽어나갔다. 하지만 곧 파일철을 덮으며, 작게 소리내어 웃기 시작한다.
" 장난이예요. 이런 임무는 안티스킬이 해야지. 설마 당장 복귀한 사람에게 바로 일을 시킬까봐요? 새봄양은 들어온지 얼마 안 되어서 쉬었으니깐.. 다시금 적응하는 기간을 가져보자고요. 어떻게 생각해요? "
새봄이 동의만 한다면, 당장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 다시 적응하는 기간을 가져보자고 얘기해보는 서한양. 한양은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유자차를 천천히, 한 모금 마시다가 새봄이 쉬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말에 컵을 다시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 간단하게 얘기할게요. 4학구에서 디스트로이어와 싸웠어요. 완전히 진압한 건 아니고.. 디스트로이어가 도주를 하면서 끝났어요. "
"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최근 뉴스를 보면 저지먼트와 디스트로이어가 동맹을 맺었다는 기사들이 많을 거에요. 그거는 아직 다 거짓이니깐 믿지 마세요. 디스트로이어와 크리에이터 그리고 저지먼트가 합심해서, 4학구에서 리버티와 싸웠다는 기사도 있는데.. 그것 역시 거짓이고, 사실상 '저지먼트,크리에이터 vs 디스트로이어'였어요. "
평소 자주 웃는 편은 아닌 사람이 즐겁게 웃는 걸 보고 있으면 좋은 의미의 충격이 머리를 때린다. 대부분의 경우 덮어 내려서 흉터가 있는 방향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이나 무뚝뚝한 표정, 그런 일상적인 것들이 반전된 풍경은 신선하고 새롭다. 물론 랑이라면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전부 좋지만.
"엇."
그래서일까,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잔뜩 해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언제부터 랑을 바라보며 설레고 있었는지까지 고해 바친 직후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이러면 수영장 물 세례로 열을 식힌 보람이 없는데! 해서 잠시 도망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그렇게 열심히 도망치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윽고 또다시 부쩍 가까워진 거리에서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한밤처럼 검고 깊다. 언젠가 말했듯, 여전히 오닉스를 닮은 것 같은 눈동자. 긴 속눈썹. 다소 어두운 피부와 흉터가 남은 오른쪽 얼굴. 물에 젖었지만 아직 완벽히 씻겨나가지 않아서 얕게 감도는 체향— 랑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그의 심장을 터질 듯 뛰게 만든다.
"하아."
조금 더 길게 맞닿은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리라는 밭은 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랑은 마주본 얼굴이 잔뜩 뜨거웠던 호흡만큼이나 따끈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나도 기분 좋아."
들릴 말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흘러간 후, 연한 라벤더색 눈동자가 랑의 미소 띈 얼굴에 고정된다.
"랑이 언니, 혹시 유죄인간이라는 말 알아요?"
아. 왜 아이돌 팬들이 그렇게 온 세상 단어를 다 끌어모아서 주접을 떠는지 알겠다. 물론 랑을 향한 리라의 사랑은 팬심이 아니라 연심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적어도 팬들의 심정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다. 설레게 만드는 게 죄라면, 랑이 언니는... 언니는...!!
퐁당.
수영하자는 말에 몸에 힘이 풀린 해파리마냥 스르르 흘러내리던 리라는 이윽고 고개만 쏙 뺀 채 가로로 긴 수영장 물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장담한 대로 나름 그럴듯한 수영 실력이다.
"......그러고 보니 언니는 수영 언제 배웠어요? 언니도 엄청 잘 하잖아요. 밤바다에서도 잘 했고... 전 활동할 때 뮤직비디오 찍으면서 배웠는데. 그게 15살 쯤인가? 생각보단 얼마 안 됐죠?"
말을... 돌리려는 건가? 둥실둥실 떠가면서 건네는 목소리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열감이 어려있었다.
그때의 당신은 어떠했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면 크림치즈처럼 새하얗던 피부가 납을 섞은 듯 더 파랗게 질려선 위태로우니, 깡마른 몸도 뭔가 먹긴 하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비틀비틀 주변을 신경 쓰지도 않고 걸었다 보니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손대려 하는 것도 모르고. 안드로이드의 시야에 당신이 잡혔을 적 일을 내팽개치고 나갔던 것을 알기나 할까. 길게 땋은 머리와 함께 후드를 눌러쓰고 나가선, 스트레인지 골목 바깥까지 이끌며 속삭였던 걸 기억해 줄까.
"……그러니까 고양이겠지요. 제멋대로니까…."
이번에는 고양이 놀이를 하고 싶은 걸까, 어릴 적엔 희야와 당신, 그리고 자신이 모여 동물에 대해 알아보자며 머리를 맞대고 동물 놀이를 하였으니 희야는 꼭 자신을 아주 멋진 공룡이라며 소개했고, 자신은 책 먹는 여우를 하겠다며 책을 들고 자리를 빠져나가려다 희야에게 붙잡혔던 것 같다. 과거는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지금 당장 고양이에 이입한 당신이라면, 과거는 잊고 현재의 놀이에 몰입하면 될 테니.
"……."
태오는 지친 듯, 자리에 앉은 상태로 당신을 힘없이 올려다보았다. 긴 머리카락이 피와 흙먼지가 낭자한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퍼져있고, 얼굴도 엉망이다. 푸른 자국을 남기고, 자국의 테두리처럼 발갛게 물든 멍 자국과 함께 터진 입술까지. 경위가 퍽 우스운 상처였다. 자신이 엘리트라는 것을 알아챈 머저리 왈패가 겁도 없이 습격을 해왔기 때문이다. 솔리스의 꼬리 자르기로 써먹어볼까 했더니 눈치도 없고 기개만 있던 녀석인지라 적당히 라바나에게 솔리스 녀석들 제물로 바치라 던져줬으니 상처의 값은 했다마는, 실상 셈해보자면 제값은 아니다. 아직 턱없이 모자라지. 입안 어딘가 찢어진 모양인지 다시금 고인 피를 뱉고자 고개를 슥 돌린 태오는 피를 익숙하다는 듯 멀리 툭 뱉어내고는, 쪼그려 앉은 당신의 눈을 마주했다.
"…아하하!"
당신의 야옹 소리에 뱉어낸 웃음이 영 개운치 못하다. 호탕함은 턱없이 모자라고, 감정도 희미하다. 하지만 태오 치고는 퍽 격한 감정에 가까웠던지라, 태오는 밭은 기침을 몇 번 하더니, 호흡 끝에 다시금 흐- 하고 웃음을 흘렸다. 고양이는 역시 말을 듣지 않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 이후로도 그렇겠지.
"고양아. 내 곁은 아주 안전하단다……. 나는…… 커다란 뱀이거든."
태오는 나지막이 얘기하며 눈을 부드럽게 휘었다. 숨을 갈무리하듯 씨근거리던 모습 뒤로 입술까지 희미하게 오를 적, 태오는 그나마 피 없으며 흙먼지 적은 제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제법 상냥한 손길이었다.
'카페 블랑 엣 느와르' 능력의 부작용으로 2주간 저지먼트 일을 쉬었던 새봄이 현재 일한다는 카페다. 처음엔 메이드카페라는 것을 보고 당황하며 대체 왜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일까 의문점이 들었다. 그러나 카페의 이름을 보고, 카페 리뷰를 보고 있으니, 뭐랄까.. 정말로 전근대시대 메이드가 진짜로 카페일을 하는 듯한 카페다.
제법 유명한 곳인지 리뷰도 많았으나 집 학교 도서관이라는 단순한 사이클을 돌고 있는 철현에게 이곳을 찾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휴대폰 지도를 찾아보며 간신히 이곳을 찾아냈다.
실제로 보니 리뷰처럼 본격적인 메이드 복장을 하고 사람들을 접대하는 곳인 것 같았다.
블랑 엣 느와르, 카페 백흑이라는 뜻인가?
"너 보러왔다."
철현 역시 미소를 띄며 자리에 앉았다.
자신에게 다가온 새봄이 속닥거리며 다른 형 줄 거 사러왔냐고 묻자 철현은 눈이 커지며 깜빡거리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
대체 얘가 그걸 무슨 수로 안거지???
"네가 그걸 대체..."
말 끝을 흐렸다.
모르는 게 이상하지. 모두의 앞에서 공개 고백을 했는데 둘이 사귀는 건 디스트로이어도 알겠다!
-무서워요? 무섭죠? -저는 당신을 지금 없애버릴수도 있어요? "케이스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요.." 수경은 케이스를 보면서 눈을 피합니다. 철현 선배랑 저랑 같이 또 부실로 가면 괜찮겠지만.. 케이스를 놔두고 갔다가 다른 이들에게라도 해도 '사소한 장난' 같은 걸 한다면 그건 곤란하니까요.
-샹그릴라.. 그거 없어지려면 싹 갈아엎어야 할걸요? -제조 시도하고 있기도 하고요~ 장난스럽게 말하며 소녀는 철현을 보면서 키득키득거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편하게라고 해도 선배님한테는 예의를 차려야 하잖아요 케이스..." -헤에? 아. 저 소녀의 이름 혹은 이명이 케이스인가봅니다. 수경의 말에 선배라고 다 예의를 차려야 하냐는 듯한 얼굴로 케이스가 수경을 바라봅니다. 아 오지덕박사같은 꼰대한테도 일단은 예의바르게 굴려고는 할 거에요?
"선배는 어쩌다가 올라오신 건가요?" 수경은 철현에게 물어보려 합니다. 담배라는 것을 들었던 걸 기억해보면, 그것과 관련되었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으잉,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아, 하긴 왕래가 거의 없었는데 취향을 꿰고 있으면 좀 거시기할 수도 있겠다. 새봄은 멋쩍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다른 선배한테 살짝 물어봤어요. 네! 좋아요~"
뭐, 그래도 싫지는 않아보이셔서 다행이다. 매작과가 특히 맛있으니 혼자 드시라 할까 하다 그만뒀다. 이 가게 꽤 유명하니까 선배도 아시겠지~. 근데, 잠시만요? 뭐요? 스킬아웃이요? 마약이요? 50명이요? ...아니다, 하나씩 옷을 달콤하게 만들면 어떻게 될 거 같은데? 그래도 내 암산력은 한정되어 있으니 경제적으로 분배하자면 아랫옷만 달콤하게 만들면 되겠다. 새봄의 표정이 진지해짐과 동시에 분홍색 눈동자가 위험하게 반짝일 찰나, 한양이 웃으며 장난이라 덧붙이자, 새봄은 장난스레 에이~ 하고 투덜거렸다.
"방금 약쟁이 쉰 명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멋진 방법이 떠올랐는데! 그래도 선배 말씀대로 며칠은 적응기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류 정리랑 화단에 물 주는 거 같은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하면서요. 그래도 전투가 어려운 상태는 아니니 필요하시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그렇게 대답하려니, 한양이 앞선 질문 - 쉬는 사이에 별 일 없었냐는 - 에 대답하자, 새봄 역시 유자차를 한모금 넘기며 잠자코 들었다. 디스트로이어라, 예전 보고서에서 본 것도 같은데. 도망쳤다면 당분간은 나타나지 않으려나? 그런데, 싸웠는데 왜 엉뚱하게 동맹을 맺었다는 기사가 나온데? 가짜뉴스라도 근거가 있어야 할 거 아냐. ...헐, 잠깐만. 그 배드 파더가 우리 편에서 싸웠다고? 무슨 바람이 불었대? 새봄은 잠시 머릿속에 흘러넘치는 질문을 교양있는 형태로 다듬기 위해 유자차를 한모금 더 마시다 입을 열었다.
"그랬구나... 디스트로이어도 퍼클이니까 다들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그런데 싸운 사이에 동맹을 맺었다는 기사는 왜 난 걸까요? 그 상황은 아직 잘 모르긴 하지만 퍼클과의 전투면 규모가 컸을 거고, 누가 봐도 쟤네 싸운다지 쟤네 친하다! 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배드 파... 음흠, 크리에이터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우리편이 됐는지 혹시 아세요?"
"어우, 어우~ 이 형 멘트 좀 보게? 그런 말은 아껴놨다가 서형 편의점 가서 해요! 딱 임팩트있게!"
이 형이 연애 시작하더니 아주 그냥 핑크를 흩뿌리고 다니네! 새봄은 장난스럽게 진저리 치듯 손을 팔랑팔랑 거리다 말고, "나 메뉴판 가져올게요~!" 라는 말과 함께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카운터 안쪽으로 사라졌다가 금새 쟁반에 메뉴판과 생수 한 잔을 받쳐 들고 나타나, 쟁반에 든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고는 철현의 앞에 마주 앉아 모 메카물의 주인공의 아버지마냥 두 손에 턱을 괴고, (그 아버지와는 대조적인) 잔뜩 신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싱글거렸다.
"그야~ 풍문으로 들었죠! 엄~청나게 치열한 전투 중에 엄~청나게 로맨틱한 고백이 있었다고! 후후~ 그래서,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어떤 점에 반했어요? 다 말해줘요~!"
발까지 가볍게 동동 구르며 조르던 새봄은, 이내 씩 웃으며 메뉴판을 펼쳐 철현의 눈 앞에 보였다.
"대신 형 먹고 싶은 거 뭐든 골라요~! 내가 계산할게요, 히히. 메뉴에 없는 것도 말만 해요! 뚝딱 만들어줄게요~ 우리 철형이 사랑을 한다는데 축하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