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빠도 기본적으로 세아의 선택을 존중하니까 아마 세아 앞에서는 "내 딸이 택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 하지만 속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싶어서 전전긍긍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상견례 이후에 자꾸 희인이 이야기 물어봐서, 세아가 귀찮아하거나 짜증내는 일도 있겠다 으흐흐흐흐
>>661 조금 화난 희인이와 괴롭힘당하는 불쌍한 세아 조금 화난 희인이와 괴롭힘당하는 불쌍한 세아 조금 화난 희인이와 괴롭힘당하는 불쌍한 세아
무엇으로 시작해야 좋을지 몰라 몽땅 써 버렸어. 오랜만에 손편지를 쓰려니까 펜이 잘 잡히지 않더라. 그렇지만 싫어서는 아니야.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아. 어쩌면 아직도 너에 대해 무언가 주거나, 쓰거나, 바치고 싶은 것들을 최고로 하고 싶다는 부담이 있나 봐. 다른 누군가는 다르게 부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어.
너는 가끔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어떤 확신으로 입에 담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아. 하지만 네가 하루만이라도 내가 되어 본다면 당장에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너를 생각할 때 내 기분과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비롯한 신체적인 반응들, 옥시토신이라고 하던가, 호르몬의 분비가 느껴지는 순간순간들이라고 하면 네 기준에서는 이해가 빠르려나.
널 떠올리면 행복이라는 단어를 체감하게 돼. 사실 그뿐이라고 해도 좋지만.
어떤 얘기부터 하면 좋을까. 그리고 너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싶어 할까. 옛날에 너는 옆자리 남자애와 잘 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위로와 너에 대한 찬사를 듣고싶어 했지. 지금이라면 네 마음에 족하게 해줄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해. 그러니까 해 볼게.
그 남자애랑 잘 되지 못한 게, 너에게 슬픈 일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들지 않아. 초장부터 이런 얘기 하는 걸 보면 알겠지. 나, 그때보다 조금도 성장하지 못했나 봐. 어쨌든 간에, 난 너를 이만큼 좋아하고, 널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너는 나라는 한 명의 인간에게 지극히 떠받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줄래? 그 남자애보다 내가 더 너에게 잘해줄 수 있어. 그 남자애보다 내가 더 널 예뻐해주고, 예쁘게 만들어 주고, (사랑하면 여자는 더 예뻐진다고 하잖아.), 행복하게 해 주고, 날이 갈수록 사랑받게 해줄 수 있어. 이건 확신이고, 사실이라고 생각해. 다른 것들에는 자신감 많지 않은 내가 지금만큼은 허세를 부린다고 해도 좋아.
지금 넌 행복해?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날 만나기 전보다 1g 정도라도 더 행복해졌을까. 그랬다면 좋겠는데.
옛날 생각을 난 김에 좀 해봤는데, 옛날의 나는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바보같았더라. 그 때로 돌아가도 너에게 편지를 보내고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겠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네가 날 좋아하게 만들겠다고 선언은 못 할지도 모르겠어. 다른 사람의 마음은 사실 타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 때의 나는 그렇다는 걸 몰랐지. 어쩌면 그 때 네가 좋다고 말했던 패기있는 서희인은 그 때만 볼 수 있는 한정판 서희인이었을지도 몰라. 열정은 넘치고, 세상 물정은 모르고... 그런 내가 그 때의 네 맘에 들었다니 기쁘기는 하지만,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그 때의 서희인은 네 맘에 들었지. 지금의 서희인은 네 맘에 들어? 사실 답은 알 것 같긴 한데, 네 입으로 말해주는 걸 듣고 싶어. 좋아한다고 자주 표현해 줄래? 난 그런 표현 듣는 걸 좋아해. 가끔 내키면 사랑한다고도 해 줘. 내가 미운 행동을 하면 밉다고도 얘기해 주고, 어리버리하게 행동하면 정신 차리라고도 해 줘. 네가 말하는 하나하나 깊게 듣고 신경쓸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랑 네 이야기랑은 무게가 달라. 넌 어쩌면 나를 쉽게 쥐고 흔들 수도 있고, 망가뜨리거나 더욱 빛나게 만들 수도 있을 거야.
그런 것들을 모두 감안할 수 있고 기껍다는 게 사랑이라는 걸까. 나는 네가 나에게 모든 걸 바치고 모든 순간을 함께하길 바라지 않아. 아마도 너도 마찬가지겠지. 어떤 사람들에게 사랑은 헌신이고 희생이며 모든 것이지만, 우리가 사랑한다면 그런 형태는 아닐거야.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허물어뜨리고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우리만의 사랑을 해 나가자. 언제나 사랑해.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가끔은 벅차고 어떤 날은 아파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해 줘. 나도 그렇게 할게.
너무 슬픈 날이나 견디기 힘든 때가 있으면, 너의 모든 순간에 축복을 비는 사람이 지구상에 하나쯤 있다는 걸 위로로 삼아 줘. 그게 너에게 위로가 된다면 말이지만, 나는 그러면 위로가 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우리가 만일 떨어져 있다고 해도 너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되고, 기쁨이 되고 싶은 게 내 마음이야.
마지막으로, 원래도 예뻤지만, 너 많이 예뻐졌어. 알고 있어?
앞으로도 점점 예뻐질 거야. ^^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즐기고, 나중을 기대하면서 지내자, 우리.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서희인이
(세아가 보낸 만년필로 쓴 듯하다. 지울 수가 없어서 꽤 애를 먹은 모양이다. 편지지는 작은 장미와 장식이 그려져있는 모양, 아이보리색의 배경에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적당히 수수한 느낌을 준다. ^^ 이모티콘은 묘하게 잘 못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