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크루즈선의 밤은 여러 사람들과 재현된 왜곡이 드러나는 시간대입니다. 치료를 사용하고 나서 캠프 쪽에서 조금 쉬고 있던 여선은 밤의 크루즈선에서 가능하다는..것들을 조금 지켜보려 했었지요.
"원래.. 밤에 카지노가 좀 크다잖아요?" 슬쩍 카지노 쪽으로 가려 했는데. 어째서일까요... 조금 외진 곳으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조금 어둑어둑하고... 카지노와는 반대쪽인거 같은데 말이지요. 승객들이 쉬는 곳에 가까울 것 같고요...
"....." 의도해서 승객들의 숙소로 오는 것이 아니라면 이건.. 어떤 영향 때문인가... 조금 위험한 걸지도? 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에 조금 쫀 채로 누구세요?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그게 시윤이라는 점이 다행이었을까요? 시우누이라는 걸 알아차리면 반가워요라는 말은 작게 하지만 표정은 꽤 밝아지는군요
//situplay>1597046349>230 의 떠나온 자들이나 아이들의 마지막 숨바꼭질 쪽으로 생각하며 쓰긴 했는데. 다른 쪽으로 하고싶으면 다른걸로 해도 괜찮아용!
나는 울적한 승객실에서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서도 누군가 살았고, 죽었을까. 개인적으로 최근 겪은 경험들 때문에 어쩐지 씁쓸하다. 탄환을 손가락에 형성해 만지작 거리면서 고민하다가 이내 할 수 있는 한 성불이라도 시켜줄까 하고 결정해서 일어나던 참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런 곳이다. 다소는 경계해서 눈빛을 날카롭게 했으나. 이내 반가운 아는 얼굴을 만나자, 나는 표정을 느슨하게 하곤 미소를 짓는 것이다.
바닷물에 달빛이 반사되는 것 외에는 새카맣기만 한 바닷물로 인해. 육지보다 더 어둑한 느낌을 주는 것도 같습니다.
"안녕이에요 시윤 씨~" 승객실 쪽으로 쏙 들어가려 합니다. 어딘가 어둑어둑하고 저 끝까지 가는 게 애매한 곳과는 다르게 승객실은 그래도 나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 계시게 된 거에용..?" 혹시 저처럼 길을...이라고 말하려다가 우우거리는 소리와 무언가 소리가 들리자 입을 꾹 다뭅니다. 저거 유령맞지요? 라는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하지만 유령은 여선이 어떻게 하기 어려운 존재인걸요! 유령에게 몸을 만들어 줘서 어쩌구가 되면 모를까! 아닌가...? 반대로 유령일 때 퇴치..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이야기를 남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게 어디까지 남느냐.. 라는 건 시윤씨 같은 분이나~ 다른 자세히 보는 분들 찾아내지 않으면 힘든 일이긴 하죠?" 라는 말을 하고는 슬픈 일이라는 것에 그런가.. 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것도. 동의하는 것도 아닌 그 말이란...
의념이 불타는 듯한 것을 잠깐 바라보다가.. 그럴 순 있지만 억울하게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에서 돌아다니는 듯한 이들과 그들이 웅얼거리는 듯한 것을 들어보려 할까요?
"저들이 부르짖는 거가 정해져는 있긴 하려나요?" 하긴. 지금 들려오는 이의 목소리 중 가장 가까운 목소리들은 고기..고기가 든 수프.....따뜻한.... 그런 말을 부르짖고 있었습니다. 그런 따뜻한 것을 고파하는 것을 확 때려박살내는 것은 여선도 그다지.. 였을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마음 관련은..." 아마도 하이 포지션 쪽이나.. 다른 방면인걸용.. 자격증은 없다. 하지만 들어주는 건 가능하다..일까? 여선은 아파퍄! 라는 시윤의 말에 씩 웃어보입니다... 그래도 디버프를 해결했다는 건 다행이네요! 라는 건 진담.
"밖에 나오니까 좀 더 직접적으로 들리네요.." -스프.. 한모금만.... -고기.....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그렇긴 하지만 좀 더 멀리에서는 그걸 잃어버렸어.... 그걸 찾아야 해... 같은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하나에 매달려 그것 외에는 자기가 왜 그것을 찾는지도 잊어버린 것 같은 이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보급품을 가져온 다음(가져오는 건 살짝 스킵한다거나?) 여선은 어디에서 조제를 할건지 물어보려 하네요.
쓴 맛의 급습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던 시윤의 옆에서,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한 사람이 옆 테이블에 앉은 채 시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머리는 무언가를 썼던 것처럼 꾹 눌려 있었습니다. 외모 자체는 꽤 볼만한 남자였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유독 반짝이는 것 같은 저 눈이었습니다. 마치 흥미를 가득 담은 것만 같은 밝고, 맑은 눈. 거기에 더해 가려진 몸으로도 선명히 드러나는 것 같은 근육질의 몸이 눈에 들어옵니다.
" 각설탕 세 개. 향은 좀 망가지지만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게 최고지. 선택하고 말고는 소년의 역할이겠지만? "
- 168 어장 中 2022.12.19 ㅡㅡㅡㅡㅡㅡ
대운동회가 씁쓸하게 끝나고. 캡틴의 조언에 따라 유럽으로 무작정 넘어가서.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에서 수련을 받고 뭐 해야될지 고민하면서 카페나 가자고 마음 먹은 그 때. '지오씨' 란 캐릭터와의 만남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년도가 2022인게 참 인상 깊네요. 아이같이 명랑하면서도, 상냥하고 유쾌한 모습. 그리고 '이런 세상이니 실 없는 웃음이 필요하다' 라는 사상이. 그 때 어른을 자처하던 시윤이가 '아이는 아이답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아' 라고 말하던 것과 인상 깊어서. 헤어질 때 무언가 도울게 없냐고 붙잡았던 것이 이어지고 이어져, 1년을 통째로 넘어 1년반에 가깝게 지나왔습니다.
카하노 기사단의 이야기를 찾아달라는 의뢰. 그러나 제니아 기사단장님에게 찾아갔을 때. '공연의 밤' 사건에 대해서 듣게 되었죠. 그 기사단은 비참하게 멸망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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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유럽의 기사라는 존재가 생겼을 때부터 존재했던 기사 중 하나에요. 수많은 기사들이 각자의 사명을 쫓던 것처럼 그는 '희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희망을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찾는다. 는 목표로 유럽 전역을 방랑하던 기사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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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와서 살펴보면 이 대사는 정확한 내용이었네요. 그들이 '동화'를 찾는 기사단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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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란, 명예를 쫓는 이들입니다. "
시윤의 말에 대답하듯, 제니아 기사단장은 차분히 타이르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명예를 위해 숙명을 짊어지기에 그들은 버린 것도, 놓아준 것도 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희생도, 문제도. 단지 기억으로 남기기만을 바라는 이들 역시 있겠죠. 그들을 추억하되, 그들의 마지막을 바란 것이 아닌 지오 경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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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대사도....이제와선, 캡틴의 복선이었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이 때만해도. 그냥 '기사도' 라는 것은 올곧게 살아가려는 정신이니까. 그런 고집은 힘들다~ 뭐 이런건 줄 알았어요. 그러나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꿈'을 위한 맹세를 지키기 위하려던 시온이. 그 결과를 통해 무엇을 떠나서, 무엇을 놓았는지. 그가 '돈 지오테' 가 되려했던 것은, 누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였는지. 이 대면에서 사실, 어느정도는 암시가 되었던걸까요.
스토리를 진행하고 싶다는 마음도 분명히 있었지만. 이 때 이 '지오씨'란 캐릭터의 선함이 마음에 들어서. 시윤이가 그를 잘 따랐던 것처럼, 나 또한 그를 잘 따랐기 때문에. 고생 고생한 고신의 공헌도를 전부 다 투자해 흑기사를 알아내고. 흑기사에 대한 정보를 더 접근하면, 조우해서 에브나가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충격 받았던 것이 엊그제 같기도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고신의 게이트에서 도라를 떠내보내며 울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겠죠.
그 이후 지오씨와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보상을 주고 싶어하는데 받을 여지가 없어 내심으로는 '손해 아니야!!??' 하고 서운해 했던 것도 이제와선 즐거운 추억이고. 그 받을 여지를 없게 만든 역성혁명이 '역쪽이' 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윤에겐 소중한 것이라고. NPC에게 처음으로.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주윤'과 '윤시윤'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이주윤'이 남겼던 마음과 삶을 계승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지오씨가 이 때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나는 궁금합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중2병으로 취급했으니까요. 그래도 아마 헛소리만으로 치부하진 않아줬을겁니다. 거기서 첫번째 비밀을 말해줬으니까요. 지오씨의 강함을 보건데, 당시에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고 한들 아무리 그래도 시민들에게 배신당해 몰살 당했단건 이상핮. 우리는 거기서 흑기사란 몬스터가 원인인 것을 공헌도로 알아냈지만....지오씨의 이야기로 퍼즐이 맞춰졌던겁니다. 로보스 윌른. 시체와 칼날의 노래 소속인 그 녀석이 기사단 중 누군가를 망념화 시킨 것이 흑기사라고.
ㅡㅡㅡㅡ " ...먼저, 나는 카하노 기사단의 최후를 함꼐하지 못했다. 아마 대충은 예상했겠지만. 그때 나는 기사단과 갈라져 있던 상태였지. 어느날 기사단의 이들이 시민에게 배신당했고, 카하노 기사단이 소멸했단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
확실히 이상한 부분입니다. 카하노 기사단은 그 역사를 타고 올라가면 1세대와 2세대. 그 어딘가에 걸쳐있는 기사단입니다. 시대에 따라 강함을 가늠하는 것이 옳지는 않겠지만, 카하노 기사단쯤 되는 이들이 시민들의 문제로 쓰러졌다는 것. 시윤 역시도 의심스럽던 부분입니다.
" 그래서. 그 이야기를 쫓기 시작했다. 왜 카하노 기사단은 무너졌는가. 왜 카하노 기사단이 그렇게 급작스럽게 무너졌는가. "
그는 쓴 미소를 짓습니다.
" 배신자가 있었지. 기사단원들을 속이고, 그 녀석을 망념화에 빠지게 한 존재가 있었다. 그리곤 그 녀석의 문제를 이용해.. 제 사욕을 채우기 시작한 녀석이 있었다. " ㅡㅡㅡㅡ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 또한 복선이었네요.
중간에 대사에 '그 녀석을 망념화에 빠지게 한 존재가 있었다. 그리곤 그 녀석의 문제를 이용해.. 제 사욕을 채우기 시작한 녀석이 있었다.' 라는 대사. 이제와선 이상하게 보입니다. 망념화에 빠진 대상을 명확하게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설명을 얼머부린채로 일절 설명하지 않고 '그 녀석' 이라고만 지칭하고 있어요. 앞에 두번 나오는 '그 녀석'은 이용당한 기사, 마지막에 나온 '녀석' 은 로보스 윌른입니다.
이 마저도 소름 끼치게 암시된 부분이었습니다. 왜냐면 '그 녀석'이란 진짜 돈지오테. 카하노 기사단의 기사단장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행동하고 있는 시온으로써는 '그 녀석'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일부러 생략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거죠.
윤시윤은 그 뒤로 UHN과 험악한 면담에서 살아남기도 하고, 에브나에게 위로 받기도 하고, 그 뒤에 또 신과 마주해 멘탈이 탈탈 털리기도 하고, 그 상태에서 흑기사와 만나 죽을 뻔하기도 하고, 그걸 지오씨가 구해주었지만 몰려오는 몬스터 웨이브에 전멸할뻔 하기도 하고, 영혼의 외침으로 역천을 쓰기도 하고, 너덜너덜 실려나가 기사단의 성채에서 잠깐 쉬기도 하고......
참 많이도 굴렀네요. 울고 또 울고, 마음이 꺾이고 떨면서도. 구해지고, 구하고. 실 없는 농담도 나누고. 중요한 비밀도 나누고. 결전의 직전, 지오씨는 마지막 비밀에 대해서 설명해줍니다.
그는 실은 돈키호테가 아니었습니다. 그와 함께 꿈을 공유하고 이루기로 했던, 산초였죠. 그는 희망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동화를 전하자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것에 대한 관점이 진짜 지오와 달라져, 자기의 기사도대로 행동하고자 친구를 떠났을 때. 비극은 일어났고, 꿈을 함께 나누던 동료들은 몰살 당했고. 함께 꿈을 세웠던 절친한 친구는 괴물이 되어 그 몰살의 주체가 되었음을 짐작한 그는.
과연 무슨 심정이었을까요.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와 자책을 느끼면서. 오로지 친구의 명예를 위해 스스로의 이름마저 버린채로. 진상조차 덮여 그저 '비극'으로 한참동안 잊혀진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그는. 한 순간을 위해 끊임없는 고통과 불만을 감내하며, 죽을 자리만을 찾아다니던 그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걸까요?
시윤은 솔직하게 말해서, 울면서 죽지 말라고 매달리고 싶었습니다. 이미 도라를 떠나보낸 소년에게, '지오씨' 와의 이별을 다시 준비하란건 너무 가혹했거든요. 더 살아갈 수 있지 않냐고. 죽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속으로 몇번이나 말하고 싶었습니다. 도리도, 명예도, 신념도, 다 제쳐서라도 제발 살아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러지 못했던 것은, 그가 애어른이기 때문이겠지요. 시윤은 알아버린겁니다. 그가 어떤 심정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시윤은 알고 있어버린 겁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생체활동이 이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그는 여태까지 주장해왔습니다.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는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그 태도만은 누구나가 고를 수 있다고. 그러니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신념을 부정해버리면, 그것은 그의 삶을 부정해버리는 것이 됩니다.
죽지 말라는 말이, 그의 삶을 모욕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시윤은 그저 간신히 말합니다. 그저 이 이야기를 '우울하게 끝내지 말자' 라고. 언젠가. 자신이 맡은 에브나와 같은 아이들에게. 친구의 이름을 대었던 기사의 이야기를 동화로 들려줄 때. 거기에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내가 본 당신의 이야기에는, 가치가 있었다고. 시온은 그 말을 듣고 시윤을 카하노 기사단에 입단시켜줍니다.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이어지도록. 꿈을 잇는 마지막 기사로써.
그리고 이어지는 처절한 결투.
ㅡㅡㅡㅡㅡ
이런 악취미가 어디 있겠는가. 진실을 알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본다면 공포의 기사가 어울릴 법한 모습이었으나 진실은 그저 마지막까지 기사임을 놓지 못한 존재일 뿐이었다.
돈키호테.
망념에 미쳐 결국 스스로 영원한 기사가 되길 택한 흑기사. 세월에 미쳐 결국 끝없는 망집의 기사가 되길 택한 돈키호테.
" 네 마지막을 들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아냐? "
큭큭거리는 실소를 흘리면서 남자는 창대를 가볍게 회전시킨다. 손 위에서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인 창이 손을 뻗고 남자의 적을 향했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몸을 당긴 채로 남자는 웃는다.
" 마지막까지 너답다. 정말,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데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
흑기사가 남자를 관측했다. 기수가 말의 머리를 돌렸다. 투레질을 하면서 발을 들어올린다. 당장이라도 돌진하려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기사는 상대를 바라본다. 흔히 기사들의 일기토 앞에 자신을 소개할 시간을 주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을 보며 남자는 웃었다. 저런 모습으로도 저 녀석은 기사이길 바란 모양이다. 돈 지오테. ㅡㅡㅡㅡ
아....이 문단을 보고, 그야말로 '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죠. 생각해보면 흑기사는 망념화한 괴물 치곤, 뭐라고 해야할까. 기사로써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었어요. 행동 방식도 기사들과의 일기토를 계속 치루는 것이었고. 말에 올라타 검은 갑옷을 착용한 기사란건, 흉측한 괴물의 외형과는 거리가 멀죠. '기사가 망념화 해서 괴물이 되었으니 흑기사.' 로만 생각했던건데, 아니었던겁니다. '기사가 망념화를 해가면서도 기사를 포기하지 않았으니 흑기사' 였던거였어요.
우리가 여태 해왔던 선의 전투를 뛰어넘는 면의 전투. 필살의 일격이 교차되고, 모아둔 고통을 모두 토해내고. 심장을 찔러내어 번 찰나의 순간. 삶을 불태우면서도 내지른 창은 이상을 관철했습니다.
시온 바라타리아는 패배했습니다. 사망했어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친구를 지키지 못했고. 친구를 죽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비틀린 왜곡된 세계가 본래의 모습을 토해내게 만들고. '흑기사'를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지금의 나에게. 수 많은 것을 건네주어, 이야기를 연결 했습니다.
밝게 떠오른 태양은 보지 못했을지언정. 어두컴컴한 어둠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여명과 함께 친구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는 못 죽는 기사였습니다. 죽고 싶을만큼 비통한 심정속에서 후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이 남긴 것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제대로된 장소에서 죽기 위해서. 아주 오랜 기간 외롭고 괴로운 발걸음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죽었습니다. 행복하기만한 동화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 그가 생각한건. 실패에 대한 절망과 후회가 아닌. 부탁한다는 한마디였죠.
그러니까. 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썩 나쁘진 않은 이야기' 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겁니다.
여태까지 고생 많았어요, 시온씨. 당신과 만나 함께해서 나는 즐거웠습니다. 부디 편하게 쉬세요.
"그래요?" 그렇다고 생각하시나보네요~ 씩 웃는 여선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비슷한 표정. 부드러운 표정의 시윤을 바라보다가..
"...글쎄요." 별로 다를 건 없긴 할지도.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다른 이들은 결국 다른 생각으로 다르거나 비슷한 결과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사람은 다른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스프를 마시고 그들의 망집이 해소되었을 때. 그들이 기억해낼 수 있다면 그들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요? 그들이 떠돌 이유가 없다면 더 이상 미련이 없도록.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입에서는 완결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전해져왔을 때. 나는 숨마저 참고 있던 것을 멈추고, 드디어 입을 벌려 짧게 얼빠진 한숨을 토해냈다. 마치 그렇게 벌려진 입에서부터 그의 마지막 말을 받아 삼키려는 것처럼.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그러자 한번 열린 입에선 비명인지, 울음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가 몇번이고 튀어나왔다. 가스가 뭉게뭉게 차있어 시큰거리는 가슴속에, 작은 불씨가 들어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심장이 아플 정도로 요동치고. 전신의 혈액이 뜨거울 정도로 달아오르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린다. 그 폭발이 목구멍으로 역류해 올라와, 마치 증기 기관처럼. 나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눈에선 수도관이 망가진 것처럼 눈물이 흘렀다.
슬펐다. 화났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그런 단순한 표현으론 설명하기 힘든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러니 울지 않으려고 했다. 웃으려고 했다. 마음대로 되지는 않네.
"기사단장 돈 지오테에!!!!!"
상대는 약해졌다. 갑옷은 깨졌고. 말은 잃어버렸다. 천천히 안개가 되어 흩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승부가 쉬울 이유로는 조금도 되지 않는다. 절대적인 격차가, 다소는 할만하게 바뀌었을 뿐.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 윤 재클린 시윤이....!!!!"
원래라면 슬슬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애초에 나는 저격수다. 아군의 원호를 받으며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때 빛을 발휘하지, 일기토엔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 지금도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전제가 하나 추가되었을 뿐.
나는 기사다. 주어진 시련이 스스로에게 벅차고 맞지 않아도. 내가 믿고 중요시하는 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
"일기토를 신청한다!!!!"
그러니까. 천재일우의 첫수. 내게 주어진 선공권. 보법으로 거리를 벌리는 것이 아마도 정석. 역성혁명을 통해 선제 일타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내 선택은..... 의념기. 찰나의 생명.
손바닥 위로 찰나를 상징하는 수 많은 얇은 실들이 나선으로 휘감겨 탄환이 생성되는 이미지. 겹겹히 쌓인 순간들을 모아, 폭발 시키는 단 한발의 탄환.
....이 기술을 쓰려는건, 어느 의미론 고집에 가깝다. 시온씨가 방금 내게 보여줬던 수 많은 찰나를. 지금 이 순간을. 섬광처럼 빛나는 생명을. 지금 여기에 담아두지 않으면, 어딘가 흩어져버릴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