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란 사실 두려움의 발전일 뿐일지도 모른다. 단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쳐진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앞으로 뛰도록 하는 것을 허울 좋은 용기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망쳤던 기사는 창을 쥐고 있었다. 가장 추악한 마창을 쥐고, 고통과 상처를 버틴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이 떨어질 때마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부드러운 지오에 비하면 자신의 방식은 사람을 후벼파는 것에 더더욱 익숙했다. 그래서 세계의 풍경이 모든 것이 풍화되어 사라지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했을 때 이곳이 자신의 죽음에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진짜 돈 지오테의 악명은 풍화되어 사라지고, 가짜 돈 지오테는 진짜가 될테니까. 그렇게 나는 죽을 것이다. 친구를 두고, 동료를 두고 떠나야만 했던 그 기억은 잊어버린 채로 말이다.
" 남길 것은 없고, 남은 것은 후대로 이어갈 기사 한 명. 그 대가는 카하노 기사단의 명예를 되찾는다. 썩 나쁘지 않은 결과야. "
피를 덕지덕지 붙인 것 같은 마창이 울음을 토해냈다. 약속을 어기고 죽을 셈이냐고 묻는 것처럼. 지금까지 어떻게 죽음을 유보했는지 기억하지 않냐는 소리였다. 확실히 남자는 한 자루의 창에 많은 것을 맡겨왔다. 자신의 고통과 분노,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을 묻어버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죄책감이라는 바퀴로 움직이고 있는 삐걱거리는 수레. 그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해도 달도 남지 않은 까닭에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추측할 수 없었지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지금이 밤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 적어도 밝은 해를 보면서 죽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처없이 향하던 발걸음이 멈춘다. 고개를 짓쳐들고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그 방향으로부터, 시야에 담긴 것은 모습이었다. 눈으로 남자는 그 모든 것을 새겨나가기 시작했다. 그림자로 가득할지언정. 강철로 이뤄진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채로 당당히 검을 쥔 채로 그는 지상을 내려본다. 이런 악취미가 어디 있겠는가. 진실을 알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본다면 공포의 기사가 어울릴 법한 모습이었으나 진실은 그저 마지막까지 기사임을 놓지 못한 존재일 뿐이었다.
돈키호테.
망념에 미쳐 결국 스스로 영원한 기사가 되길 택한 흑기사. 세월에 미쳐 결국 끝없는 망집의 기사가 되길 택한 돈키호테.
" 네 마지막을 들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아냐? "
큭큭거리는 실소를 흘리면서 남자는 창대를 가볍게 회전시킨다. 손 위에서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인 창이 손을 뻗고 남자의 적을 향했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몸을 당긴 채로 남자는 웃는다.
" 마지막까지 너답다. 정말,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데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
흑기사가 남자를 관측했다. 기수가 말의 머리를 돌렸다. 투레질을 하면서 발을 들어올린다. 당장이라도 돌진하려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기사는 상대를 바라본다. 흔히 기사들의 일기토 앞에 자신을 소개할 시간을 주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을 보며 남자는 웃었다. 저런 모습으로도 저 녀석은 기사이길 바란 모양이다. 돈 지오테.
- 나에겐 뛰어난 재능은 없지만. 대신 너라는 친구가 있지 않나.
- 네가 기사단의 일번창이 되고, 내가 네 산초가 될테니. 우리. 기사가 되어보자.
그날의 기억을 되짚으며 무릎을 뒤로 쭉 빼고, 썩 우스꽝스런 자세를 잡는다.
" 그래. 망집에 빠진 돈키호테를 되찾아 오는 것도. 그의 옆을 지키는 산초의 역할이지 않겠나. "
그 말과 함께 그는 시윤을 바라봤다. 기사단의 미래. 새로운 카하노 기사단이 될 아이. 그리고, 너무나 많은 짐을 맡기고 떠나게 될 아이를 바라봤다. 다시금 시야를 흑기사를 향하며, 그는 창을 붙잡는다.
" 카하노 기사단. 일번창!!! "
자, 친구여. 고향으로 돌아가자.
" 시온 바라타리아!!! 기사단장 돈 지오테에게 일기토를 청한다!!!!!!!! "
미련과 망집. 그 모든 것을 두고 가자. 스스로 죽어가게 내버려둔 너를 데리러 왔다. 그것이 친구의 역할이고, 기사의 본분이지 않겠는가.
어찌저찌 곤란하던 일 중 하나를 해결하고 나왔고 이곳을 왔다. 항구라, 바다에서 혼자 낚시를 하던 괴인을 본 이후로는 처음인가? 제대로 보는 것은 오랜만인 알렌을 살펴본다. 외모는 별로 달라진게 없지만....무언가 변했다. 원래 이런 분위기였지만 좀 달랐던거로 아는데 시간이 흐른 만큼 바뀐건가
"어쩌다보니까"
신한국에 계속 있으면 언젠가는 1세대 헌터들이 가만 안둘테니 이렇게 밖도 좀 돌아다녀야지.
그것은 폭음과 우뢰. 그 모든 것을 포함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말과 사람이 부딪히고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내면서 한 기사의 창이 허공에서 수없는 선을 그어가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도화지를 그려나가기 시작하는 그의 창이 허공을 찌르듯 한 치 먼저 뻗어나가면 흑기사의 검은 말과 함께 그 선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전에는 접신의 흔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때. 시윤의 머리는 고통으로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지식을 한순간에 받아들이는 까닭입니다.
어째서 가장 낮은 전투를 점의 전투라 하는가. 그것은 부딪히고, 닿는 것에 목적을 두기 때문입니다. 휘두르고 치는 법을 모르는 이에게 공격의 방향이 어떻고 어떻게 발을 딛고, 그런 것을 가르쳐봐야 그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닿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뒤의 세계를 선이라 하는 것은 닿는 것에서 확장하기 때문입니다. 몸을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무기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이용할 것인가. 그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금 시윤이 머물고 있는 선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앞에서 이뤄지는 전투는 명백히 두 세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전투입니다. 나의 수단을 펼치기에 앞서 상대의 선을 볼 수 있는 세계. 그로 하여금 거대한 도화지에 자신의 경로를 그려내고 그를 통해 상대방의 도화지를 오염시키거나 찢어낼 수 있도록 하는 세계. 왜 가디언 이상의 적들을 상대할 때 우리들이 이렇게 밀려날 수밖에 없었는가. 그 진리가 바로 이 대답에 있습니다.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먼저 도달한 면의 세계에, 우리들은 선으로써 쫓아가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시윤은 실소를 터트리고 맙니다. 정말 많이, 자신의 삶을 모두 통틀어서라도 가장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더 높은 세계가 아직도 남아있었단 사실과, 이 세계에 도달할 정도의 재능이 이전에도 있었더라면 하는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욕심으로 한껏 세계를 쫓기 시작합니다.
흑기사의 검이 들어올려지고, 그 검이 탁하게 물듭니다. 그리고 수 개의 바람이 거대한 풍차를 마주한 것처럼 강렬한 검풍을 마구 흩날립니다. 피가 튀어오르고, 상처가 벌어집니다. 그러나 시온은 그것을 감당한 채로 창을 바닥에 강하게 후려치곤, 순식간에 솟아오르는 창을 온 몸으로 찔러넣습니다.
우자의 일격愚者之 一激
마치 온몸을 그대로 창으로 부딪히는 듯한 공격과 함께 그 검에 선명한 의념이 맺혀갑니다. 의념 발화가, 그 형체를 가지기 시작합니다!!!
콰아아아아아앙!!!!!!
소리가 따라가기 어려울 격돌들이 들리고, 그 후의 소음들을 귀로 듣습니다.
캉, 카드드드드드득.
연붉은 감정을 담은 듯한 의념의 실체가 춤을 추며 흑기사의 갑주를 노리고 날아듭니다.
촤악!!!!!!!!
그 검에 붉은 피가, 가슴을 중심으로 깊게 터져나오고, 시온의 시야 일부가 붉게 물듭니다. 새빨간 세상 속에서도 검붉은 기사를 바라보며.
" 안테!!!!!!! "
마창은 자신의 주인을 향해, 토라진 듯한 울음을 토해냅니다. 마치 말괄량이 아가씨 같은 창은 그 부탁에 따라 남자의 고통과 우울을 삼킵니다.
빠르게 아물기 시작하는 상처를 보지도 않고, 시온은 발을 들어올려 흑기사의 말을 발로 걷어찹니다. 말이 휘청거리기 시작할 때. 그는 바라보지도 않고 그대로 창을 찔러넣습니다.
- ....!!!!!!!!!!!!!!!
말이 고통스러운 울음과 함께, 그 그림자를 터트리며 흩어집니다. 바닥을 구르는 흑기사를 향해 시온은 그대로 창을 들고 찔러넣습니다. 수 걸음을 관통한 채로 내달리던 시온은 그대로 창을 바닥에 내꽂으며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 합니다.
그 순간. 흑기사의 그림자가 모여듭니다. 그 검이 그림자를 집어삼키고, 그림자로 이루어진 검기가 시온의 팔에 선을 그어냅니다.
선은 점점, 상처를 오려내고. 마침내. 찢어버릴 때.
" 안테!!! "
시온은 다시금 소리를 지릅니다.
그 후로도 수 번, 수 번, 수십 번. 마침내...... 안테도 그 상처를 더이상 수습할 수 없을 때.
상처 투성이로 찬 몸을 겨우 움직입니다. 창은 겨우 지지대로 사용할 정도의 체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망념 역시 마지막 장을 두어장 남기고, 거칠게 다음 장을 탐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 하, 하아....... "
그는 눈앞의 친우를 바라봅니다. 수많은 그림자가 떨어져나가고, 그림자가 천천히 새어나며 보이고 있는 그 얼굴. 유약한 듯 싶으면서도 굳은 심지를 펴고 있는 듯한 그 얼굴.
" 그래... 아직 쓰러져선 안 되지 않겠냐. "
아직. 해가 떠오를 시간이 아닐텐데. 시온은 몸을 비척거리며 자신의 창을 바라봅니다.
" 부탁한다 안테. "
안테는 울음을 토해냅니다. 그것은, 단순한 울음이라기보단 진짜 사람이 우는 것처럼. 자신의 사용자가 죽는 것을 슬퍼하는 것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미 시온이 졌던 모든 고통을 안테는 사용한 까닭입니다.
" 아니... 아니지 않냐... 하나. 단 하나가 남아있어... "
시온은 창을 들어올리고.
푸욱!!!
자신의 심장을 찔러냅니다. 눈물을 토해내면서도 안테는 그 고통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내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선의 상태로 돌아가는 시온이었지만, 그의 가슴에는 더이상 느껴져야 할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단 찰나. 오직 그 찰나에만 숨쉴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미련과, 고통, 부정적인 것들의 근원일 삶 자체를 안테에 먹이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바친 까닭입니다.
" 결판을 내야지 않겠나. 흑기사!!!!!!! "
그럼에도 시온은 더 당당하게 웃습니다.
거대한 의념이 그를 향해 스며들고, 기꺼이 그는 창을 붙잡습니다.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가장 큰 세계인 삶을 휘두르기 위해.
이 크루즈선의 밤은 여러 사람들과 재현된 왜곡이 드러나는 시간대입니다. 치료를 사용하고 나서 캠프 쪽에서 조금 쉬고 있던 여선은 밤의 크루즈선에서 가능하다는..것들을 조금 지켜보려 했었지요.
"원래.. 밤에 카지노가 좀 크다잖아요?" 슬쩍 카지노 쪽으로 가려 했는데. 어째서일까요... 조금 외진 곳으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조금 어둑어둑하고... 카지노와는 반대쪽인거 같은데 말이지요. 승객들이 쉬는 곳에 가까울 것 같고요...
"....." 의도해서 승객들의 숙소로 오는 것이 아니라면 이건.. 어떤 영향 때문인가... 조금 위험한 걸지도? 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에 조금 쫀 채로 누구세요?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그게 시윤이라는 점이 다행이었을까요? 시우누이라는 걸 알아차리면 반가워요라는 말은 작게 하지만 표정은 꽤 밝아지는군요
//situplay>1597046349>230 의 떠나온 자들이나 아이들의 마지막 숨바꼭질 쪽으로 생각하며 쓰긴 했는데. 다른 쪽으로 하고싶으면 다른걸로 해도 괜찮아용!
나는 울적한 승객실에서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서도 누군가 살았고, 죽었을까. 개인적으로 최근 겪은 경험들 때문에 어쩐지 씁쓸하다. 탄환을 손가락에 형성해 만지작 거리면서 고민하다가 이내 할 수 있는 한 성불이라도 시켜줄까 하고 결정해서 일어나던 참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런 곳이다. 다소는 경계해서 눈빛을 날카롭게 했으나. 이내 반가운 아는 얼굴을 만나자, 나는 표정을 느슨하게 하곤 미소를 짓는 것이다.
바닷물에 달빛이 반사되는 것 외에는 새카맣기만 한 바닷물로 인해. 육지보다 더 어둑한 느낌을 주는 것도 같습니다.
"안녕이에요 시윤 씨~" 승객실 쪽으로 쏙 들어가려 합니다. 어딘가 어둑어둑하고 저 끝까지 가는 게 애매한 곳과는 다르게 승객실은 그래도 나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 계시게 된 거에용..?" 혹시 저처럼 길을...이라고 말하려다가 우우거리는 소리와 무언가 소리가 들리자 입을 꾹 다뭅니다. 저거 유령맞지요? 라는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하지만 유령은 여선이 어떻게 하기 어려운 존재인걸요! 유령에게 몸을 만들어 줘서 어쩌구가 되면 모를까! 아닌가...? 반대로 유령일 때 퇴치..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이야기를 남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게 어디까지 남느냐.. 라는 건 시윤씨 같은 분이나~ 다른 자세히 보는 분들 찾아내지 않으면 힘든 일이긴 하죠?" 라는 말을 하고는 슬픈 일이라는 것에 그런가.. 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것도. 동의하는 것도 아닌 그 말이란...
의념이 불타는 듯한 것을 잠깐 바라보다가.. 그럴 순 있지만 억울하게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에서 돌아다니는 듯한 이들과 그들이 웅얼거리는 듯한 것을 들어보려 할까요?
"저들이 부르짖는 거가 정해져는 있긴 하려나요?" 하긴. 지금 들려오는 이의 목소리 중 가장 가까운 목소리들은 고기..고기가 든 수프.....따뜻한.... 그런 말을 부르짖고 있었습니다. 그런 따뜻한 것을 고파하는 것을 확 때려박살내는 것은 여선도 그다지.. 였을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마음 관련은..." 아마도 하이 포지션 쪽이나.. 다른 방면인걸용.. 자격증은 없다. 하지만 들어주는 건 가능하다..일까? 여선은 아파퍄! 라는 시윤의 말에 씩 웃어보입니다... 그래도 디버프를 해결했다는 건 다행이네요! 라는 건 진담.
"밖에 나오니까 좀 더 직접적으로 들리네요.." -스프.. 한모금만.... -고기.....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그렇긴 하지만 좀 더 멀리에서는 그걸 잃어버렸어.... 그걸 찾아야 해... 같은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하나에 매달려 그것 외에는 자기가 왜 그것을 찾는지도 잊어버린 것 같은 이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보급품을 가져온 다음(가져오는 건 살짝 스킵한다거나?) 여선은 어디에서 조제를 할건지 물어보려 하네요.
쓴 맛의 급습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던 시윤의 옆에서,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한 사람이 옆 테이블에 앉은 채 시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머리는 무언가를 썼던 것처럼 꾹 눌려 있었습니다. 외모 자체는 꽤 볼만한 남자였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유독 반짝이는 것 같은 저 눈이었습니다. 마치 흥미를 가득 담은 것만 같은 밝고, 맑은 눈. 거기에 더해 가려진 몸으로도 선명히 드러나는 것 같은 근육질의 몸이 눈에 들어옵니다.
" 각설탕 세 개. 향은 좀 망가지지만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게 최고지. 선택하고 말고는 소년의 역할이겠지만? "
- 168 어장 中 2022.12.19 ㅡㅡㅡㅡㅡㅡ
대운동회가 씁쓸하게 끝나고. 캡틴의 조언에 따라 유럽으로 무작정 넘어가서.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에서 수련을 받고 뭐 해야될지 고민하면서 카페나 가자고 마음 먹은 그 때. '지오씨' 란 캐릭터와의 만남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년도가 2022인게 참 인상 깊네요. 아이같이 명랑하면서도, 상냥하고 유쾌한 모습. 그리고 '이런 세상이니 실 없는 웃음이 필요하다' 라는 사상이. 그 때 어른을 자처하던 시윤이가 '아이는 아이답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아' 라고 말하던 것과 인상 깊어서. 헤어질 때 무언가 도울게 없냐고 붙잡았던 것이 이어지고 이어져, 1년을 통째로 넘어 1년반에 가깝게 지나왔습니다.
카하노 기사단의 이야기를 찾아달라는 의뢰. 그러나 제니아 기사단장님에게 찾아갔을 때. '공연의 밤' 사건에 대해서 듣게 되었죠. 그 기사단은 비참하게 멸망했다고.
ㅡㅡㅡㅡ
" 그는... 유럽의 기사라는 존재가 생겼을 때부터 존재했던 기사 중 하나에요. 수많은 기사들이 각자의 사명을 쫓던 것처럼 그는 '희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희망을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찾는다. 는 목표로 유럽 전역을 방랑하던 기사였죠. "
ㅡㅡㅡㅡ
그리고 이제와서 살펴보면 이 대사는 정확한 내용이었네요. 그들이 '동화'를 찾는 기사단이라는....
ㅡㅡㅡㅡ
" 기사란, 명예를 쫓는 이들입니다. "
시윤의 말에 대답하듯, 제니아 기사단장은 차분히 타이르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명예를 위해 숙명을 짊어지기에 그들은 버린 것도, 놓아준 것도 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희생도, 문제도. 단지 기억으로 남기기만을 바라는 이들 역시 있겠죠. 그들을 추억하되, 그들의 마지막을 바란 것이 아닌 지오 경처럼. "
ㅡㅡㅡㅡㅡ
또한 이 대사도....이제와선, 캡틴의 복선이었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이 때만해도. 그냥 '기사도' 라는 것은 올곧게 살아가려는 정신이니까. 그런 고집은 힘들다~ 뭐 이런건 줄 알았어요. 그러나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꿈'을 위한 맹세를 지키기 위하려던 시온이. 그 결과를 통해 무엇을 떠나서, 무엇을 놓았는지. 그가 '돈 지오테' 가 되려했던 것은, 누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였는지. 이 대면에서 사실, 어느정도는 암시가 되었던걸까요.
스토리를 진행하고 싶다는 마음도 분명히 있었지만. 이 때 이 '지오씨'란 캐릭터의 선함이 마음에 들어서. 시윤이가 그를 잘 따랐던 것처럼, 나 또한 그를 잘 따랐기 때문에. 고생 고생한 고신의 공헌도를 전부 다 투자해 흑기사를 알아내고. 흑기사에 대한 정보를 더 접근하면, 조우해서 에브나가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충격 받았던 것이 엊그제 같기도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고신의 게이트에서 도라를 떠내보내며 울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겠죠.
그 이후 지오씨와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보상을 주고 싶어하는데 받을 여지가 없어 내심으로는 '손해 아니야!!??' 하고 서운해 했던 것도 이제와선 즐거운 추억이고. 그 받을 여지를 없게 만든 역성혁명이 '역쪽이' 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윤에겐 소중한 것이라고. NPC에게 처음으로.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주윤'과 '윤시윤'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이주윤'이 남겼던 마음과 삶을 계승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지오씨가 이 때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나는 궁금합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중2병으로 취급했으니까요. 그래도 아마 헛소리만으로 치부하진 않아줬을겁니다. 거기서 첫번째 비밀을 말해줬으니까요. 지오씨의 강함을 보건데, 당시에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고 한들 아무리 그래도 시민들에게 배신당해 몰살 당했단건 이상핮. 우리는 거기서 흑기사란 몬스터가 원인인 것을 공헌도로 알아냈지만....지오씨의 이야기로 퍼즐이 맞춰졌던겁니다. 로보스 윌른. 시체와 칼날의 노래 소속인 그 녀석이 기사단 중 누군가를 망념화 시킨 것이 흑기사라고.
ㅡㅡㅡㅡ " ...먼저, 나는 카하노 기사단의 최후를 함꼐하지 못했다. 아마 대충은 예상했겠지만. 그때 나는 기사단과 갈라져 있던 상태였지. 어느날 기사단의 이들이 시민에게 배신당했고, 카하노 기사단이 소멸했단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
확실히 이상한 부분입니다. 카하노 기사단은 그 역사를 타고 올라가면 1세대와 2세대. 그 어딘가에 걸쳐있는 기사단입니다. 시대에 따라 강함을 가늠하는 것이 옳지는 않겠지만, 카하노 기사단쯤 되는 이들이 시민들의 문제로 쓰러졌다는 것. 시윤 역시도 의심스럽던 부분입니다.
" 그래서. 그 이야기를 쫓기 시작했다. 왜 카하노 기사단은 무너졌는가. 왜 카하노 기사단이 그렇게 급작스럽게 무너졌는가. "
그는 쓴 미소를 짓습니다.
" 배신자가 있었지. 기사단원들을 속이고, 그 녀석을 망념화에 빠지게 한 존재가 있었다. 그리곤 그 녀석의 문제를 이용해.. 제 사욕을 채우기 시작한 녀석이 있었다. " ㅡㅡㅡㅡ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 또한 복선이었네요.
중간에 대사에 '그 녀석을 망념화에 빠지게 한 존재가 있었다. 그리곤 그 녀석의 문제를 이용해.. 제 사욕을 채우기 시작한 녀석이 있었다.' 라는 대사. 이제와선 이상하게 보입니다. 망념화에 빠진 대상을 명확하게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설명을 얼머부린채로 일절 설명하지 않고 '그 녀석' 이라고만 지칭하고 있어요. 앞에 두번 나오는 '그 녀석'은 이용당한 기사, 마지막에 나온 '녀석' 은 로보스 윌른입니다.
이 마저도 소름 끼치게 암시된 부분이었습니다. 왜냐면 '그 녀석'이란 진짜 돈지오테. 카하노 기사단의 기사단장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행동하고 있는 시온으로써는 '그 녀석'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일부러 생략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거죠.
윤시윤은 그 뒤로 UHN과 험악한 면담에서 살아남기도 하고, 에브나에게 위로 받기도 하고, 그 뒤에 또 신과 마주해 멘탈이 탈탈 털리기도 하고, 그 상태에서 흑기사와 만나 죽을 뻔하기도 하고, 그걸 지오씨가 구해주었지만 몰려오는 몬스터 웨이브에 전멸할뻔 하기도 하고, 영혼의 외침으로 역천을 쓰기도 하고, 너덜너덜 실려나가 기사단의 성채에서 잠깐 쉬기도 하고......
참 많이도 굴렀네요. 울고 또 울고, 마음이 꺾이고 떨면서도. 구해지고, 구하고. 실 없는 농담도 나누고. 중요한 비밀도 나누고. 결전의 직전, 지오씨는 마지막 비밀에 대해서 설명해줍니다.
그는 실은 돈키호테가 아니었습니다. 그와 함께 꿈을 공유하고 이루기로 했던, 산초였죠. 그는 희망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동화를 전하자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것에 대한 관점이 진짜 지오와 달라져, 자기의 기사도대로 행동하고자 친구를 떠났을 때. 비극은 일어났고, 꿈을 함께 나누던 동료들은 몰살 당했고. 함께 꿈을 세웠던 절친한 친구는 괴물이 되어 그 몰살의 주체가 되었음을 짐작한 그는.
과연 무슨 심정이었을까요.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와 자책을 느끼면서. 오로지 친구의 명예를 위해 스스로의 이름마저 버린채로. 진상조차 덮여 그저 '비극'으로 한참동안 잊혀진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그는. 한 순간을 위해 끊임없는 고통과 불만을 감내하며, 죽을 자리만을 찾아다니던 그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걸까요?
시윤은 솔직하게 말해서, 울면서 죽지 말라고 매달리고 싶었습니다. 이미 도라를 떠나보낸 소년에게, '지오씨' 와의 이별을 다시 준비하란건 너무 가혹했거든요. 더 살아갈 수 있지 않냐고. 죽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속으로 몇번이나 말하고 싶었습니다. 도리도, 명예도, 신념도, 다 제쳐서라도 제발 살아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러지 못했던 것은, 그가 애어른이기 때문이겠지요. 시윤은 알아버린겁니다. 그가 어떤 심정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시윤은 알고 있어버린 겁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생체활동이 이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그는 여태까지 주장해왔습니다.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는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그 태도만은 누구나가 고를 수 있다고. 그러니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신념을 부정해버리면, 그것은 그의 삶을 부정해버리는 것이 됩니다.
죽지 말라는 말이, 그의 삶을 모욕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시윤은 그저 간신히 말합니다. 그저 이 이야기를 '우울하게 끝내지 말자' 라고. 언젠가. 자신이 맡은 에브나와 같은 아이들에게. 친구의 이름을 대었던 기사의 이야기를 동화로 들려줄 때. 거기에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내가 본 당신의 이야기에는, 가치가 있었다고. 시온은 그 말을 듣고 시윤을 카하노 기사단에 입단시켜줍니다.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이어지도록. 꿈을 잇는 마지막 기사로써.
그리고 이어지는 처절한 결투.
ㅡㅡㅡㅡㅡ
이런 악취미가 어디 있겠는가. 진실을 알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본다면 공포의 기사가 어울릴 법한 모습이었으나 진실은 그저 마지막까지 기사임을 놓지 못한 존재일 뿐이었다.
돈키호테.
망념에 미쳐 결국 스스로 영원한 기사가 되길 택한 흑기사. 세월에 미쳐 결국 끝없는 망집의 기사가 되길 택한 돈키호테.
" 네 마지막을 들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아냐? "
큭큭거리는 실소를 흘리면서 남자는 창대를 가볍게 회전시킨다. 손 위에서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인 창이 손을 뻗고 남자의 적을 향했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몸을 당긴 채로 남자는 웃는다.
" 마지막까지 너답다. 정말,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데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
흑기사가 남자를 관측했다. 기수가 말의 머리를 돌렸다. 투레질을 하면서 발을 들어올린다. 당장이라도 돌진하려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기사는 상대를 바라본다. 흔히 기사들의 일기토 앞에 자신을 소개할 시간을 주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을 보며 남자는 웃었다. 저런 모습으로도 저 녀석은 기사이길 바란 모양이다. 돈 지오테. ㅡㅡㅡㅡ
아....이 문단을 보고, 그야말로 '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죠. 생각해보면 흑기사는 망념화한 괴물 치곤, 뭐라고 해야할까. 기사로써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었어요. 행동 방식도 기사들과의 일기토를 계속 치루는 것이었고. 말에 올라타 검은 갑옷을 착용한 기사란건, 흉측한 괴물의 외형과는 거리가 멀죠. '기사가 망념화 해서 괴물이 되었으니 흑기사.' 로만 생각했던건데, 아니었던겁니다. '기사가 망념화를 해가면서도 기사를 포기하지 않았으니 흑기사' 였던거였어요.
우리가 여태 해왔던 선의 전투를 뛰어넘는 면의 전투. 필살의 일격이 교차되고, 모아둔 고통을 모두 토해내고. 심장을 찔러내어 번 찰나의 순간. 삶을 불태우면서도 내지른 창은 이상을 관철했습니다.
시온 바라타리아는 패배했습니다. 사망했어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친구를 지키지 못했고. 친구를 죽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비틀린 왜곡된 세계가 본래의 모습을 토해내게 만들고. '흑기사'를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지금의 나에게. 수 많은 것을 건네주어, 이야기를 연결 했습니다.
밝게 떠오른 태양은 보지 못했을지언정. 어두컴컴한 어둠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여명과 함께 친구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는 못 죽는 기사였습니다. 죽고 싶을만큼 비통한 심정속에서 후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이 남긴 것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제대로된 장소에서 죽기 위해서. 아주 오랜 기간 외롭고 괴로운 발걸음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죽었습니다. 행복하기만한 동화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 그가 생각한건. 실패에 대한 절망과 후회가 아닌. 부탁한다는 한마디였죠.
그러니까. 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썩 나쁘진 않은 이야기' 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겁니다.
여태까지 고생 많았어요, 시온씨. 당신과 만나 함께해서 나는 즐거웠습니다. 부디 편하게 쉬세요.
"그래요?" 그렇다고 생각하시나보네요~ 씩 웃는 여선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비슷한 표정. 부드러운 표정의 시윤을 바라보다가..
"...글쎄요." 별로 다를 건 없긴 할지도.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다른 이들은 결국 다른 생각으로 다르거나 비슷한 결과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사람은 다른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스프를 마시고 그들의 망집이 해소되었을 때. 그들이 기억해낼 수 있다면 그들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요? 그들이 떠돌 이유가 없다면 더 이상 미련이 없도록.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입에서는 완결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전해져왔을 때. 나는 숨마저 참고 있던 것을 멈추고, 드디어 입을 벌려 짧게 얼빠진 한숨을 토해냈다. 마치 그렇게 벌려진 입에서부터 그의 마지막 말을 받아 삼키려는 것처럼.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그러자 한번 열린 입에선 비명인지, 울음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가 몇번이고 튀어나왔다. 가스가 뭉게뭉게 차있어 시큰거리는 가슴속에, 작은 불씨가 들어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심장이 아플 정도로 요동치고. 전신의 혈액이 뜨거울 정도로 달아오르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린다. 그 폭발이 목구멍으로 역류해 올라와, 마치 증기 기관처럼. 나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눈에선 수도관이 망가진 것처럼 눈물이 흘렀다.
슬펐다. 화났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그런 단순한 표현으론 설명하기 힘든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러니 울지 않으려고 했다. 웃으려고 했다. 마음대로 되지는 않네.
"기사단장 돈 지오테에!!!!!"
상대는 약해졌다. 갑옷은 깨졌고. 말은 잃어버렸다. 천천히 안개가 되어 흩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승부가 쉬울 이유로는 조금도 되지 않는다. 절대적인 격차가, 다소는 할만하게 바뀌었을 뿐.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 윤 재클린 시윤이....!!!!"
원래라면 슬슬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애초에 나는 저격수다. 아군의 원호를 받으며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때 빛을 발휘하지, 일기토엔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 지금도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전제가 하나 추가되었을 뿐.
나는 기사다. 주어진 시련이 스스로에게 벅차고 맞지 않아도. 내가 믿고 중요시하는 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
"일기토를 신청한다!!!!"
그러니까. 천재일우의 첫수. 내게 주어진 선공권. 보법으로 거리를 벌리는 것이 아마도 정석. 역성혁명을 통해 선제 일타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내 선택은..... 의념기. 찰나의 생명.
손바닥 위로 찰나를 상징하는 수 많은 얇은 실들이 나선으로 휘감겨 탄환이 생성되는 이미지. 겹겹히 쌓인 순간들을 모아, 폭발 시키는 단 한발의 탄환.
....이 기술을 쓰려는건, 어느 의미론 고집에 가깝다. 시온씨가 방금 내게 보여줬던 수 많은 찰나를. 지금 이 순간을. 섬광처럼 빛나는 생명을. 지금 여기에 담아두지 않으면, 어딘가 흩어져버릴 것만 같아서.
평평한 땅에 발을 딛으니 선상위에서 쏟아지는 화살 세례가 시야의 구석에서 보여왔다. 관찰자 호드 콜레오의 효과로 360도를 볼 수 있기에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어어? 싸우게?"
시야의 한 켠에서 몸을 돌린 채 교단에게 명령을 내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조금 당황한 듯 말하다가 상황을 관찰해본다. 빈민가를 향해 쏟아지는 화살비를 검격으로 부수고 흩트리며 격추하는 모습이 보인다.
'흠, 저짝은 알아서 잘 되는 것 같지만... 망념이 꽤 차올랐을긴데'
이윽고 들려오는 소리에 토고는 역시나 하고 조용히 읊는다. 답은 정해져있다. "튀자." 이대로 싸워봐야 죽도 밥도 안된다. 전열이 없는 후열들이 나선다고 한들 얼마나 나설 수 있겠는가? 그리고 배의 선장은 명백한 보스급이다. 상대? 한다면 할 수 있지만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런 개죽음은 싫다. 어차피 목적 자체는 달성했다. 보이는 인원은 대피했고 보물도 감정하기 전이지만 얻을 건 얻었다.
한 번의 거대한 참격이 하늘을 휩쓸고 화살비가 후두두 목표물에 닿지 못해 떨어지는 것을 본다. 지척에서 다가오는 알렌을 보고는 단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춘다.
"통신으로 전하면 되어요. 그보다는 토고씨의 말대로 지금 피하는게 먼저에요." 사람들이 많이 대피했음을 통신기로 전해듣고 알렌에게 같이 가자며 손짓한다.
"가디언이 아닌 헌터니까요." 헌터란 무엇인가. 사람들을 지키는 것을 제 일 순위로 두지 않기에 가디언보다 더 절박함과 숭고함이 부족하여 더 떨어져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절박함을 담아 손을 뻗는다면 오히려 그렇기에 무언가를 지키는 임무에서 벗어나 당장의 수호의 무게를 지지 않고서 더 높은 곳을 추구할 수 있다. 목적을 사냥하여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아오... 답답아.. 답답아.. 토고는 알렌을 보며 가슴을 퍽퍽 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본인이 하고 싶다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해야지. 토고는 경고까지 해줬다. 망념이 차올라서 제대로 된 전투도 불가능할 그에게 튀자고 말까지 해줬으며 자기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고 조언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그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토고는 그를 무시하고 도망치는 것에 집중한다.
"아이고야... 그래도 내는 소득 좀 있는데 니는 어떤데?"
안전한 거리까지 와서야 토고는 숨을 돌리며 린을 보며 말했다. 잡동사니를 꺼낸다. 이 중에 쓸만한 건.... 감정사가 아니라도 알 수 있겠네. 거의 없다.
어장 꿈을 꿨어요... 폐가에 나타나는 귀신 성불이 목적인 게이트인데 누가 '성불이나 퇴마나 어차피 유령이 사라지는건 같지 않나요?' 라고 말하고 복숭아나무 땔깜을 가득 가져온 다음 소금을 촵촵 뿌리고 뽜이야~를 해버리는 꿈이였어요.. situplay>1597046349>905 를 저도 모르게 매우 감명깊게 봤었나 봐요...
- 아이들의 마지막 숨바꼭질 : 언데드가 되어 하루를 반복하는 아이들의 끝나지 않는 숨바꼭질을 마치게 해줘야만 함. 이 아이들의 숨바꼭질을 통해 사기를 흡수하는 해골 마도사가 보스. - 분쟁과 안온 : 아직 해양에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던 시절. 귀향파와 실향파의 분쟁과 그들의 삶의 이유, 돌아가거나 떠나야할 이유를 다루는 내용. 한 편을 들어서 그들을 설득해 분쟁을 중지시켜야만 함 - 돌아가던지 추락하던지 : 침몰하기 시작하는 배. 수없이 몰려드는 해양 몬스터. 빈민들부터 시작하여 수없이 다가들기 시작하는 위협을 해치고 이들을 구명보트까지 인도해야만 함. - 슬픈 마도로스의 노래 : 배 어디선가 선원들의 노래가 들려온다...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입에서는 완결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전해져왔을 때. 나는 숨마저 참고 있던 것을 멈추고, 드디어 입을 벌려 짧게 얼빠진 한숨을 토해냈다. 마치 그렇게 벌려진 입에서부터 그의 마지막 말을 받아 삼키려는 것처럼.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그러자 한번 열린 입에선 비명인지, 울음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가 몇번이고 튀어나왔다. 가스가 뭉게뭉게 차있어 시큰거리는 가슴속에, 작은 불씨가 들어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심장이 아플 정도로 요동치고. 전신의 혈액이 뜨거울 정도로 달아오르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린다. 그 폭발이 목구멍으로 역류해 올라와, 마치 증기 기관처럼. 나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눈에선 수도관이 망가진 것처럼 눈물이 흘렀다.
슬펐다. 화났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그런 단순한 표현으론 설명하기 힘든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러니 울지 않으려고 했다. 웃으려고 했다.
그렇다곤 해도, 모든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네. 나는 그러니까, 손등으로 거칠게 눈가를 쓸어 뿌옇게 물든 시야를 맑게 한다. 언어가 되지 못하고 끓어오르던 소리를, 나의 의지로 변환하여. 나는 눈 앞의 상대를 명확히 쳐다보고, 기세좋게 목청 껏 소리친다.
"기사단장 돈 지오테에!!!!!"
상대는 약해졌다. 갑옷은 깨졌고. 말은 잃어버렸다. 천천히 안개가 되어 흩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승부가 쉬울 이유로는 조금도 되지 않는다. 절대적인 격차가, 다소는 할만하게 바뀌었을 뿐.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 윤 재클린 시윤이....!!!!"
원래라면 슬슬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애초에 나는 저격수다. 아군의 원호를 받으며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때 빛을 발휘하지, 일기토엔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 지금도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전제가 하나 추가되었을 뿐.
나는 기사다. 주어진 시련이 스스로에게 벅차고 맞지 않아도. 내가 믿고 중요시하는 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
"일기토를 신청한다!!!!"
그러니까. 천재일우의 첫수. 내게 주어진 선공권. 보법으로 거리를 벌리는 것이 아마도 정석. 역성혁명을 통해 선제 일타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내 선택은..... 의념기. 찰나의 생명.
손바닥 위로 찰나를 상징하는 수 많은 얇은 실들이 나선으로 휘감겨 탄환이 생성되는 이미지. 겹겹히 쌓인 순간들을 모아, 폭발 시키는 단 한발의 탄환.
....이 기술을 쓰려는건, 어느 의미론 고집에 가깝다. 시온씨가 방금 내게 보여줬던 수 많은 찰나를. 지금 이 순간을. 섬광처럼 빛나는 생명을. 지금 여기에 담아두지 않으면, 어딘가 흩어져버릴 것만 같아서.
"헌터와 가디언에게 우리의 가치. 특별반의 가치가 증명되면 길드를 창설하여.. 천자와 사자왕을 영입한다." "그리하여 은하수를 만든다. 어떤데?"
말도 안되는 소리! 진짜로 말도 안되는 소리에 가깝다. 하지만? 이걸 이룬다면? 최강의 길드이자 최강의 헌터들이 모이는 드림팀이 만들어지는 것.
"물론, 이건 먼 미래의 이야기겠지. 당장에 만족할만한 이야기가 아닐거고..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 부터 어떻게 꺼야 할지 더 궁금할긴데..."
토고는 턱을 슬쩍 매만진다. 잠시 딴 곳을 보는 척 하며 상대를 관찰한다. 이야기를 듣는다. 라는 것은 흥미를 보인다. 라는 것. 흥미를 더욱 유도하기 위해선 상대방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우리를 탐탁치 않게 보는 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는 역시 타인의 불행. 우리의 불행이 곧 저들의 행복이 된다면? 그 불행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우리에게 의념기를 보상으로 의뢰까지 내걸 정도 가디언측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알고 있데이." "실제로 내 마카오에서 정보원과 접선했을 때 듣기로는... 이 모든 일의 배후엔 시체와 칼날의 노래 교단이 있고, 내 예상이 맞다면... 이제 곧 펑~ 하고 터질 때가 됐다." "그 사건을.. 우리 '특별반'이 해결한다면?"
토고는 피식 웃는다.
"어마어마한 성과이지 않겠나? 아, 물론 비단 UGN측에게만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이 말은 하기 싫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성과." "즉, UHN에서 만족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한... 썩은 가지를 쳐낼 기회이기도 하다. 그것도 손 하나 안 더럽히고 말이다."
힘이 빠져버린 채로, 한 손을 꽉 쥔 시윤의 손에선 시윤 스스로 만들어낸 초월의 힘이 스며듭니다. 수많은 찰나를 견디는 것으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만들어낸 시윤의 의념기
찰나의 생명
수많은 찰나가 뭉쳐 시윤의 길을 빛내기 시작합니다.
철컥..
느린 움직임으로, 흑기사가 검을 쳐들고, 검을 휘두릅니다. 자비 없이 시윤의 몸에 선명한 검흔이 새겨집니다.
아직이지 않습니까? 당신이 바라는 결과까지 남은 시간. 견딜 수 있겠습니까?
>>372 스승님은 별다른 말 없이 한결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쉽니다.
" 이런 부분까지.. 날 닮으면 어쩌잔 얘기니. "
그녀는 말 대신 한결의 볼을 사정없이 늘려봅니다. 말랑말랑하지 않은 볼이 알 수 없는 애정의 힘에 의해 늘어나는 기분이군요!!!
" 그가 그래도 너를 긍정적으로 본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었다면 순순한 경고로 지나지 않았을테니 말야. "
경고...? 지금 숨 막히고 침이 줄줄 흐르는 게 겨우 경고라고요? 그런 한결의 생각관 달리 설하는 한결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 쉽게 굽히지 않는 것은 무인에게 훌륭한 자세란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과 타인을 무시하기 위해 말을 굴리는 건 달라. "
그녀는 한결을 훈계하기보다, 한결의 잘못을 말하고 있습니다.
" 네가 한 실례는 크게는 나에게 위협을 준 것이고, 더 크게는 양양성에 있을 가게들이나 기업,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었던 행동이란다. 만약 배로흑왕이 내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더라면 양양성의 게이트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쓰게 되었을거고, 그 결과로 나는 양양성의 많은 이권을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르거든. "
그때야 한결은 자신의 말 한마디가 무슨 무게를 지니는지 이해하고 맙니다. 그 짧은,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 비아냥 한 마디만으로 '위의 사람'들에게는 명분이 되고 무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설하가 왜 그런 한결을 제지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 언젠가 네가 성주가 되었을 때. 오늘과 같은 경험은 네 방패가 되줄 거란다. 그러니 부디 싫어하지 않으면 좋겠구나. "
타이르기를 마친 듯. 그녀는 한결의 볼을 간지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배는 고프지 않니? "
>>373 가장 불편한 것은 침묵일 것입니다. 차라리 무언가 말을 하고, 반응을 했다면 그의 행동을 예측해보기라도 할 수 있을텐데. 그는 말 대신 침묵으로 토고의 말을 듣습니다.
" 천자와 사자왕을 영입한다. "
곧, 그는 입을 열기 시작합니다.
" 그 부분부터 어불성설이군요. "
박수를 짝 치면서. 그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어갑니다.
" 좋습니다. 가디언들의 목표. UGN이 원하는 것은 대충 알 것 같군요. 썩 그들에게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만. 저희들에게도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
그는 토고의 말에 골치가 아픈 듯, 눈두덩이를 누르며 말합니다.
" 요근래 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다윈주의자 사태부터 시작해서 마도일본 해양에 게이트가 폭증한 것도. 예언자가 자신의 죽음을 에언한 것 등등. 왜 가디언들이 저희가 야금야금 뺏기 시작한 이권을 놔두었는지 알 듯 싶습니다. "
하, 하고. 그는 작은 탄식을 뱉어냅니다. 그 감정에는 분명한 짜증과 감탄이 섞여 있었습니다.
" 표면적으로 UHN은 UGN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국제 가디언 법령 따위로 헌터의 권한을 UGN이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죠. "
곧 그는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헌터 하나하나의 전력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이후 헌터들의 세대교체가 시작되고, 뛰어난 수준의 각성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헌터의 질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
토고가 따라가기 어려울 법한 내용들. 어지러운 내용들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그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UHN은 그 결과 폐기되었던 몇 가지 프로젝트들을 들고옵니다. 특별반은 그 중 하나였죠. 우리가 바란 것은 하나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발전을 따라가기에 우리에게는 상징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상징으로 투왕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그는 UHN의 상징일 투왕을 깎아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대화를 덤덤히 이어갑니다. 솔직히... 따라가기도 버겁고, 정신적으로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신 계통 특성을 보유하지 않은 토고의 정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 말이 길게 돌아가고 있지만, 결국 UHN이 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상징'. 각성자들을 통합하고 새로운 헌터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상징을 필요로 한다는 말입니다. "
그는 한숨을 쉬면서. 얘기합니다.
" 그리고 우리는 이걸 UGN 모르게 진행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쪽 이야기를 들으니 알겠군요. "
어쩌면 폭탄같을 이야기를.
" UGN. 방관중인 겁니다. 아래쪽 가디언들은 모를 법한. 윗쪽의 영향이 있는 건 분명하군요. "
마치. 한 번 해보라는 것처럼. 이미 '기적의 세대'라는 결과를 낸 UGN은 혹시 헌터들 사이에서도? 라는 것을 지켜보려는 듯 방관하고 있었단 겁니다.
제지하려면 제지할 수 있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따위를 쓰면서 말입니다.
" .... 후. "
곧, 도즈는 머리를 흔들고 토고를 바라봅니다.
" ... 좋습니다. 좋은 정보를 가져다 준 것은 확실하군요. UHN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
아이고야.. 도박수 실패해부렸구먼, 두 사람을 영입한다라는 초대형 도박수. 그것의 근본부터 부정당했다. 다만, 분위기를 환기 시키듯이 박수를 짝 치는 모습을 토고는 빤히 바라봤다. 차갑게 얼어붙어가는 표정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이윽고 시작되는 말.
UGN에게도 UHN에게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다윈주의자 사태, 마도 일본, 예언자가 자신의 죽음을.. 뭐?
잠깐, 잠깐... 걷잡을 수 없는 정보가 순식간에 밀려 들어오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름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건... 정보에 떠밀리는 기분이다. 말을 길게 하고 있지만 결국 상징. 상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UHN에게는. 그리고 그걸 UGN 모르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UGN은 다 알면서 방관했다고?
"...하."
토고는 도즈의 말이 끝난 뒤에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따라잡질 못하겠다. UGN은 해볼거면 해보든가 ㅋ 하고 구경하고 있고 UHN은 UGN모르겠지? ㅎㅎ 하고 프로젝트를 몇가지 진행하고 있고...
"내쪽은 뭔 소린지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나는 알겠네... 감사 인사는 잘 받아두고... 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나? 내를 부른 이유. 고거에 대해서.. 아직 못 들은 것 같은데."
강산은 음울한 지배자의 홀을 잠시 바라보다가 인벤토리에 넣었다. 강산의 입장에 놓인 다른 마도사들이라면 진작 탐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끔은 그런 불안감이 있었다. 이 무기가 때로는 강산 자신마저 현혹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 무기의 이점을 살리고자 한다는 핑계로, 이것이 강산을 진정으로 좋아했던 음악을 외면하고 당장 눈앞의 승리에만 매달리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것이었다.
의식떡매라고 또 특별히 음악계 마도에 특화된 무기는 아니었지만, 강산에게는 음을한 지배자의 홀 수리와 새로운 악기 카테고리 무기의 제작을 동시에 진행할 만큼의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돈이 있는데 굳이 그 녀석때문에 새로운 악기 아이템을 구하는 걸 미루고 싶지도 않고!
마지막까지 빈정대는 꼴을 보아하니 내가 걱정할 부분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결국 우리 앞가림이나 잘 해야지. UGN은 해보셈. 하고 방관중이고 UHN은 이제 그걸 깨달은 상태고, 우리들은 상징성이 되길 원한다. 길드. 그것으로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상징성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업적을 이뤄내야겠지. 하이고, 인생... 날로 먹고 싶은데 왜 죄다 갈치만 주냐. 먹기 제일 힘든 생선을.
"아이고, UHN이 우리에게 준게 얼마나 많은데, 뭘 이런 걸 다 주고 그런답니까? 그래도 괜히 팅기면 또 머쓱하니까 잘 받겠지만 크흠."
"입 싹 닦기는,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고 머슴처럼 일 해야지. 어쨌든, 상징성이 될만한 일을 해야 한다. 라고 우리도 갈피를 잡았으니 된거제."
세상은 단지 새하얀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증폭된 의념이, 단 한 발의 탄환이, 검과 부딪히고...
그런 상투적인 말은 집어치웁시다.
먹물은 마침내 모두 빠져버립니다. 단 한 발의 탄환은 검게 물든 도화지를 백색으로 물들입니다.
그리고 결국. 백색의 장악이 끝난 후. 시윤은 눈을 꿈뻑입니다.
여전히 그림자를 휘날리며 검을 붙잡은 흑기사의 모습과, 바닥으로 추락한 시윤의 탄환. 결국, 레벨의 격차를 메꿀 수는 없었던 걸까. 하고. 꽤나 후련한 마음으로 천천히 팔의 힘을 빼내갑니다.
...... 그 떄. 흑기사는 자신의 검을 들어올립니다.
그 검이 향한 목적지가 자신의 목이라는 것만 아니었다면 시윤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겁니다.
...... 기사단은.
색색. 공기가 새어가는 중에도 흑기사는 속삭입니다.
그대로부터, 이어진다.
모든 것은 마치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천천히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흑기사의 갑옷, 투구, 검마저. 모든 것은 천천히 분해되어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것은 검은 그림자를 흘리며 죽어가는 흑기사 뿐이었습니다.
그의 몸이 시온의 시체 위로 쓰러지다가. 먼지가 되어 그 위에 흩어집니다.
...... 시윤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윤시윤의 레벨이 45로 증가합니다.
태그 념念을 획득합니다. 념念 - 특정 행동에 대응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본인의 의지를 무기와 공명시켜, 불가능에 가까울 행동을 일시적을 발현시킵니다. 특정 깨달음을 통해 념의 힘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기사도 명예가 100 증가합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한 세대가 바뀌기 전까지,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흑기사가 단지 한 사람의 손에 토벌되었다는 것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승될 것입니다!
이명 ▶ 백색의 기사 ◀ 를 획득합니다!
▶ 백색의 기사 ◀ 오랜 기간동안 흑기사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오랜 시간동안 유럽을 떠돌며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위대한 혈투를 통해 위대한 거악 중 하나인 흑기사를 마침내 토벌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수많은 기사들은 당신의 그런 업적을 칭송하고, 감히 당신을 그렇게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흑기사를 부순, 섬광과도 같은 일격. 그 일격을 따서. 백색의 기사라고 말입니다. ▶ 이명 ▶ 명성이 50 증가합니다. ▶ 기사와의 만남에서 호감도 보정. ▶ 유럽 지역에서 명성 보정
>>473 저어는 라멘은 회사 근처 집하고.. 홍대에 있는곳 정도? 막입이라 그런지 다 맛있게 느껴지더라구요 ㅋㅋㅋ 근데 면 따로 국물 따로 줘서 찍먹하는건 못먹겠어요.. 찍먹이 아닌 진짜 국물이 필요해...
토고네쪽 스토리에서 좀 놀란게, 그냥 정보를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정신력에 영향이 갈 수도 있는 거였군요.. 뭔가 신적인 존재라거나, 막 감당 못할 존재들? 그런게 있어야 정신력! 내려간다! 힝잉구! 같은게 될 줄 알았어요. 그리고 당당하게 대화하는 토고도 굉장해요.. 라비라면 호달달달달 떨고만 있었겠지(?)
시윤이쪽은 말해 무엇! 하이라이트를 팡팡 터트리는걸 보는 느낌! 마지막이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 라는게 보였어요. 멋있워!!!
"옛날 옛날 힘들고 괴롭던 시대 동화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려던 두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돈 지오테와. 시온 바라타리아."
"그 들은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재미있는 동화를 퍼뜨리고 다니고, 사람을 구하며....카하노 기사단을 만들었습니다. 카하노 기사단은 처음에는 작은 인원이서 고생했으나, 그 뜻을 함께하는 사람, 구해짐에 의지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점점 모여. 규모가 커지고 많은 사람들이 따르게 되었습니다."
"시온은 지오에게, 본래 자신들의 꿈을 위해서 떠나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그러나 지오는 자신을 보고 온 사람들을 버릴 수가 없었어요. 둘은 꿈을 향한 시선이 달랐고 그로 인해 다투게 되었습니다. 결국 시온은, 지오와 카하노 기사단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이후 '공연의 밤'이라고 불리는 비극적인 날에. 사악한 마녀가 지오에게 속삭여, 그를 괴물로 만들었고. 지오는 무시무시한 불사의 흑기사가 되어. 자신이 세운 기사단을, 멸망 시키게 됩니다."
"시온은 후회했습니다. 자신이 친구를 떠났기에, 함께 했던 기사단도. 꿈을 같이 이루고자 약속했던 친구도. 잃어버렸다고. 그래서 시온은 지오가 괴물로써 기억되지 않도록, 지오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들을 돕고. 자신의 기사단의 흔적을 찾아. 아주 오랫동안....길고, 길게, 헤메었지요."
"그러던 시온은 시윤이라는 소년을 만나. 무시무시한 흑기사에 대해 듣게 되고. 그가 지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온은 고민하면서도....계속해서 자신을 도와준 소년에게 모든 비밀을 말해주었고. 소년은 시온과 함께 끝까지 가고 싶어했습니다. 시온은 소년을 기사단에 들이기로 했고, 둘은 그렇게 흑기사와 마주 했습니다."
"흑기사의 검과 시온의 창이 뻗어나갈 때 마다. 벼락이 치고 우뢰가 일었습니다. 흑기사가 검을 높게 들면 검은 폭풍이 날카롭게 피어나고, 시온이 창에 땅을 꽂으면 섬광이 뻗어나갔습니다. 숨도 쉬기 어려울 둘의 싸움을, 시윤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 시온은 자신의 심장을 대가로 바쳐 창을 뻗었습니다. 그 창이 찌른 것은 흑기사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두컴컴하고 무서운 세상을 꿰뚫어, 세상을 되돌리고 친구를 되찾고자 뻗은 창이었습니다."
"시온의 창은 완전히는 닿지 못했습니다. 그는, 패배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만."
"뻗어낸 창은 조금도 무의미하지 않았으니. 그걸 지켜보던 소년에게, 분명히 닿았습니다. 영혼을 꿰뚫어, 거기서부터 시온의 의지가 소년에게 흘러 넘쳐. 소년은 차오르는 눈물과 고함소리와 함께 흑기사와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은 아주 강하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시온이 분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밀리고. 구르고. 그러나 그러면서도, 이 모든 순간을 담아낸 단 한발의 탄환을 위해. 견뎠습니다."
"시간이 되었을 때, 소년의 탄환이 크게 진동 했습니다. 그 탄환이 전달하려는 것은 단순한 살의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여태 소년이 겪어온 이야기와 순간들. 만남과 작별의 이야기. 성장과 후회의 이야기.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 카하노 기사단이라는 이야기를 시작한 돈 지오테에게 보내는. 카하노 기사단 마지막 기사의 메세지."
근데 캡틴, 솔직히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거 옛날 토고랑 진지한 일상할 때 토고가 자신을 '오발탄' 이라고 소개할 때 시윤은 자기는 늘 방향만은 명확했지만, 제대로 닿지 못한 신세이기에 '불발탄' 이라는게 어울릴 것이다. 이렇게 대화한거 어느정도 염두해둔거지?
언젠가 장문의 후기로 시윤의 테마는 '실패했지만 거기에는 의미가 있었다' 라고 길게 설명했던적 있는데. 이 흑기사전이야말로 정확히 그 테마를 관통하도록 의도한거지? 시온의 이상관철이 흑기사의 생명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세계를 꿰뚫고 시윤에게 기회를 주었고 시윤의 찰나의 생명이 흑기사의 생명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가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고 묘사했던 기사도를 자극했던 것처럼.
>>501 식사를 할때 뭔가 특식을 먹었거나 한 경우 버프가 붙는 경우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다 버프가 이정도로 크진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버프로 하루에 신체랑 신속이 둘다 20씩이나 오른 경우는 여태껏 없었어요. 즉 그만큼 성주님이 엄청나게 먹이셨다는 게 되는 겁니다....!!
애초부터 나 같은 저격수는 개인전에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나, '나' 는 더욱 그렇다. 내 전투법의 대부분은 과거 어렴풋한 기억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철저하게 '괴물' 을 잡는데 특화 되어 있다.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괴물들을 기습적으로, 혼란시키고 쏴죽이는게 나의 전법이다. 그러니까, 요령 좋게 히트 앤 런을 구사하는 대인전 같은 것을 상정했을까보냐. 하하.
-번외- 대련 中 ㅡㅡㅡㅡ
원래라면 슬슬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애초에 나는 저격수다. 아군의 원호를 받으며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때 빛을 발휘하지, 일기토엔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 지금도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전제가 하나 추가되었을 뿐.
나는 기사다. 주어진 시련이 스스로에게 벅차고 맞지 않아도. 내가 믿고 중요시하는 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
ㅡㅡㅡ
나름대로 의도해서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했던 부분인데 캡틴이 캐치 해줬을진 궁금한 포인트. 늘 시윤은 자신이 괴물 살해 특화 저격수니까 1:1에선 조건이 불리하다고 투덜거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걸 인정하면서도 스스로의 '기사도'를 위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ㅡㅡㅡ
내 선택은..... 의념기. 찰나의 생명.
손바닥 위로 찰나를 상징하는 수 많은 얇은 실들이 나선으로 휘감겨 탄환이 생성되는 이미지. 겹겹히 쌓인 순간들을 모아, 폭발 시키는 단 한발의 탄환.
....이 기술을 쓰려는건, 어느 의미론 고집에 가깝다. 시온씨가 방금 내게 보여줬던 수 많은 찰나를. 지금 이 순간을. 섬광처럼 빛나는 생명을. 지금 여기에 담아두지 않으면, 어딘가 흩어져버릴 것만 같아서.
나는, 손바닥을 움켜쥐어 붙잡으려는 것이다.
ㅡㅡㅡ
첫수는 이미 레스로 올려뒀지만, 의념기 찰나의 생명. 악저 레이드 때와는 다릅니다. '성능을 보고 싶어서' '한번 써보고는 싶어서' 같은 사유는 아니었고. 전략적으로 정말 옳은 판단이었는지도 사실 별로 확신은 없었어요. 더 정확히는, 애초에 전투에서 늘 거리를 벌려라 라는게 묘사되었으니까. 물러나는게 정석이라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첫 사용이라서 여태 시윤이 간간히 설명이나 독백으로만 묘사되었을 뿐이지만. 시윤의 의념기 '찰나의 생명'은 나름 제가 의미를 깊게 부여한 기술로. 평소엔 편의상 '쓰기 어려운 극딜 뽕맛기' 처럼 부릅니다만. 그 의도는 계속 설명했듯. '찰나' 라는 짧은 순간들을 모으고 모아 폭발시킨다는. 덧없고 미약한 것의 가치를 설파하는 기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시윤은 시온과 흑기사의 필사적인 싸움을 지켜봤습니다. 시온이 자신에게 다음을 맡기는 것은, 죽어가던 때의 찰나에 불과했죠. 시윤 입장에선 그 한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던 겁니다. 설사 첫 일격에 중상에 빠지더라도. 전략적으로 옳은 판단이 아니더라도. 그 순간을 자신이 이어받았노라고, 자신의 주먹안에 단단히 붙잡고 있다고. 그렇게 믿기 위해선. 시윤은 '찰나의 생명'을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ㅡㅡㅡㅡ
긴급 회피는 첫 공격에 한한 대미지 감소입니다.
면의 전투.
아마도 지금, 시윤과 흑기사라는 도화지를 본다면 그것은 딱 하나뿐인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시윤의 도화지는 검은 먹물들로 한참 새까맣게 변하면서도 아주 작은 점 하나가 겨우 시윤의 도화지에 백색이란 것을 남겨두고 있을 것입니다.
시윤은 손에서 느껴지는 작은 박동을 느끼며 흑기사의 검을 몸을 살짝 비틀어 조금 덜 베이는 정도로 마치며 총을 더듬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전투에 꼴깍이 상태가 꽤나 메롱인 것 같지만...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세 턴! 그러나, 시윤의 체력은 한 번 정도 공격을 허용한다면 패배할겁니다! ㅡㅡㅡㅡ
ㅋㅋ 그러나 얼마 안가서 이 시점에서 저는 이미 아비규환. 솔직히 여기서 비명을 내질렀습니다. 기술을 사용하고 첫 공격이 아니었구나!!! 얌전히 내달리다 길로 회피하거나, 땅의 파도로 막아냈어야 했을까!? 그 이전에 겁나 세!!! 여기서 호되게 놀라서 각도 안재고 냅다 방어기를 쓰고 맙니다.
ㅡㅡㅡㅡ
나는 그대로 장갑을 박수를 짝 치곤, 땅바닥을 짚었다. 에브나를 지키기 위해서, 벚꽃난성에서 내가 '근거리'에 대항할 수 있도록 만든 이 장갑...
....부탁하마!
#요술 : 땅의 파도를 통해 흑기사를 자신과 시온의 시체에서 먼 반향으로 필사적으로 밀어냅니다!
ㅡㅡㅡㅡ
지금 생각해보면 꽤 재밌는 이야기죠. 결자의 장갑은 한창 이벤트가 활발할 때 거의 전재산을 박박 긁어모은 시윤이가 보유한 최강의 아이템인데. 정작 그 요소들은 사실 완전히 잘 어울린다고 보긴 애매합니다. 유리 물몸 극딜러를 추구하고, 접근하면 도주 일택. 후열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는게 저격수의 미덕. 이렇게 주장하던 사람이, 왠 방어형 능력에 특화된 장갑을 가졌으니까요.
그 이유는 꽤 명쾌한데, 같이 다니는 에브나가 힐도 있고 전위직도 재능이 출중하니까. 시윤과 에브나가 둘이서만 다닌다면 조합상으론 에브나가 앞에서 막고, 시윤이 뒤에서 딜링을 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었어요.
근데 도저히 견디질 못하겠더라고요 ㅇㅇ...보호자 행세를 하는 남자애가 여자애를 앞에 내세우고 뒤에서 극딜이나 박는다? 효율이고 나발이고.....너무 추하잖아요....견딜 수가 없어요....그래서 아예 저격을 때려치더라도(시윤은 사실 저격을 안하는 저격수로 유명하다). 전위로써, 혹은 스스로가 앞에 나가서 싸울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사실 이건 저와 시윤의 성향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재밌는 부분 한가지는.
ㅡㅡㅡㅡ
"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근거리와 원거리 모두를 망라하고 싶다는 건. 네 개인의 욕심 아냐? "
"저는 원거리 특화입니다. 근거리에도 뛰어나지고 싶다는 욕심을 부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입니다."
이상적으로야 당연히 둘 다 강하면 좋겠지만, 그런건 말마따나 과욕이다.
"그렇지만, 까다로운 보직인 저격수에게 상대는 필히 접근을 시도 할테고, 지금의 저는 그럴 때 원거리로 다시 전환할 수단이 부족합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대는 바보가 아니다. 일방적인 원거리 사격을 두고봐주진 않을 것이다. 필사적으로 상대가 접근하게 되어, 그것을 성공하게 되었을 때, 나는 현재 거기서 벗어나 다시 저격전으로 들어갈 기술이 부족한 것이다.
"그럴 때 그저 동료를 부르는게 아니라, 제 나름대로 다시금 거리를 벌리는 기술을 가지고 싶습니다. 이것도 현재 선생의 시선에서 과욕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또한 좋은 가르침으로 받들겠습니다."
일단 '원거리도 근거리도 잘하고 싶다' 는 오해에 가깝단걸 열심히 설명한다. 나는 그저 '근거리가 되었을 때 일방적으로 무력화'가 싫은 것이다.
-2- 원거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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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적 넘버링을 보면 아시다시피, 저건 시윤이 이 어장에 오고 나서 거의 처음 있었던 일입니다. 여기서 권총을 받은 것이 후에 역천의 발사대가 되어줬고. 여기서 '적을 따돌릴 이동기가 필요해' 라고 생각했던 것이 후에 하이젠피우스 3가지 비전 중에서 이동기(나무와 풀의 전령)를 고르는 이유가 되었고. 여기서 '근접전을 한다기 보단 붙었을 때 거리를 벌릴 필요가 있어' 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자의 장갑에 요술 : 땅의 파도가 들어간 계기입니다. 정말....긴 시간 동안 선택했던 것들이. 그래서 쌓아올려 얻어낸 것들이. 이 흑기사전에서 빛을 발휘했어요.
ㅡㅡㅡㅡㅡ
요술 : 땅의 파도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써야만 합니다. 순식간에 땅이 밀려나기 시작하고, 숨을 돌릴 틈이 생긴다는 것은.
스하아아아....
흑기사의 그림자가 다시금 스며들 시간을 준다는 것과 같을 겁니다. 곧 모여든 그림자로부터 말의 인영이 빚어지고, 흑기사는 그 위에 올라탄 채 시윤을 내려봅니다.
검이 치켜들리고, 그는 천천히 검을 앞으로 향하게 내밀며 말의 옆구리를 발로 차냅니다.
지축을 흔들며 말의 돌진이 시윤에게 다가옵니다.
"......!!"
그림자에서 다시 말을 불러올 수도 있는거였냐....!! 순간 인상을 찡그리지만, 이내 고개를 턴다. 봐라. 봐라. 봐라. 봐라....!!!
방금전 멍청한 실수를 해가면서 까지, 아낀 이유를!!!
"승마를 할 줄은 몰랐지만....!! 거리를 벌리면, '돌진' 해올거라고는....생각했어....!!"
그것은 전신의 힘을 실어 뻗어오는 '직선'의 공격...! 그러니까 이 보법이라면, 옆으로 빗겨나가는 '직선의 보법'이라면, 피할 수 있을거야...!
아니!! 피해야만 해!! 한번 지나쳐 회피할 수 있다면, 회전해야 하는 틈이....생길거다....!!
#신속 40을 강화하며, 내달리다, 흘러내림을 통해 직선을 향해 흑기사의 대각선 방향으로 지나치듯 회피를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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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가장 낮은 전투를 점의 전투라 하는가. 그것은 부딪히고, 닿는 것에 목적을 두기 때문입니다. 휘두르고 치는 법을 모르는 이에게 공격의 방향이 어떻고 어떻게 발을 딛고, 그런 것을 가르쳐봐야 그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닿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뒤의 세계를 선이라 하는 것은 닿는 것에서 확장하기 때문입니다. 몸을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무기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이용할 것인가. 그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금 시윤이 머물고 있는 선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앞에서 이뤄지는 전투는 명백히 두 세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전투입니다. 나의 수단을 펼치기에 앞서 상대의 선을 볼 수 있는 세계. 그로 하여금 거대한 도화지에 자신의 경로를 그려내고 그를 통해 상대방의 도화지를 오염시키거나 찢어낼 수 있도록 하는 세계. 왜 가디언 이상의 적들을 상대할 때 우리들이 이렇게 밀려날 수밖에 없었는가. 그 진리가 바로 이 대답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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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은 최근 전투의 요령에 있어서 '면'의 전투를 부각했습니다. 이 흑기사전에서도 특히나 많이 나왔는데요. 특히 '면'의 개념을 더 구체화해서, 종이에 흑과 백을 칠하는 싸움이었죠. 제가 이해한바론 그것은 '수읽기' 입니다. 제가 진행하는 룰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있어서 그 쪽으로 이해가 빨랐는데요. '선'의 개념이란 것은 '자신의 효율적인 정석'을 의미합니다. 어떤 타이밍에 무슨 기술을 써야 하는가. 가장 '올바른 행위'가 무엇인가.
이것 조차 깨닫지 못하면 그저 그 때 그 때 막무가내로 행동하게 됩니다. 이것이 '점'. 자신에 대한 파악이 어느정도 완료되면, 스스로가 가진 패를 나름대로 가장 유효한 형태로 익숙하게 꺼내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선'. 그럼 그 다음엔. 상대의 '선'. 그러니까, 상대의 정석수를 예측해서 그것을 빗겨쳐내는 '수읽기'야말로 '면'의 형태입니다.
'선'과 '면'이 싸우면 당연히 후자가 이길 수 밖에 없습니다. 딱딱 정석의 패턴만 두는 상대에게 그에 걸맞는 카운터가 족족 날아올테니까요. '면'과 '면'이 싸우게 되면, 비로소 지오와 시온의 싸움으로 캡틴이 묘사하려고 노력했던 것 처럼. 서로가 서로의 수를 읽고, 자신의 정석을 찌를 기회를 보면서도, 상대의 수를 틀어내려는 견제가 섞이게 됩니다. 그렇게 마치 서로의 제압력을 겨루듯 복잡한 수읽기가 교차하는 것이죠.
제가 '면' 의 전투의 일각을 할 수 있었다면, 개인적으론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플랜은 이랬습니다.
(미스였지만) 긴급회피를 통해 대미지를 받아내면서 다음턴 신속의 디메리트를 받는다 └ 신속 50% 저하 디메리트를 받았기에 상대는 접근해서 강타를 날리려고 할 것이다. 이를 요술 : 땅의 파도로 넘겨 받아낸다. └ 거리가 벌어지면 상대는 접근기를 쓸텐데. 이미 시온과의 대화나 시범을 통해. 나는 그의 기술이 강력하고 빠르지만, 방향을 틀기 쉽지 않은 마창기술이란걸 안다. └ 이쪽의 이동기도 회피 능력이 있는 '직선' 이다. 그러니까, 어설프게 뒤로 물러나면 방향을 휠각을 주어 등을 찔릴 뿐이다. 그러나 각오를 다지고 대각으로 빗겨나가면, 기세를 줄이지 않고 180도 회전은 어렵다.
였던 것이죠. 물론 예상외의 부분 투성이었습니다(긴급회피를 잘못 썼다던가. 물러나면 말에 올라탈 수 있다던가. 어쩌면 초인이라 돌진을 실은 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던가... ) 그러나 제가 2턴에 명백한 이동, 회피기가 있음에도 내달리다 길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흑기사로 하여금 거리를 좁힐 때 차징을 유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의도한건 아니지만). 시윤은 첫턴에 의념기를 차징하느라 일방적으로 쳐맞고, 그 이후에도 어설픈 회피로 전투불능 직전까지 갔었죠. 내가 흑기사라면, '돌진을 회피할만한 기술은 없다' 라고 읽었을거고. 가장 확실한 기술로 마무리를 치러 올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그 때 아껴뒀던 회피기를 내밀어 파훼한다. 그런 계획이었어요.
실제로, 여기선 잘 피했습니다.
사실 남은 1턴을 어떻게 버틸지도 고민 많이 했는데.
만약 흑기사가 검을 들어 풍차같은 검풍을 내보내는 필살기를 쓰면, 재클린의 미들네임 효과가 폭풍의신으로 비롯된 '광풍' 인챈트인 것을 비롯해 의념발화를 더한 같은 풍압으로 밀어내보려 했을거고(잘 되었을 것 같진 않지만). 그 외에 HP가 회복할 필요가 있다면....솔직하게 말해서.
▶ 바보다(총) - 공격 시 미미한 확률로 공격을 발사하는 대신 체력을 회복한다. 회복되는 체력은 공격력의 영향을 받는다.
꼴깍이와 염치없는 교감을 시도하면서 제발 제발 하고 빌며 바보다(총)을 노려, 망념을 쏟아부은 강타를 내보내되 그걸로 회복해서 일타를 받아낸다던가. 또 다른 플랜중 하나는, 시온의 시체 옆에 있을 안테에게 나를 주인으로 인정할 순 없겠지만 주인의 길게 품은 뜻을 위해 딱 한번만 힘을 빌려달라고 빌며 자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시온이 안테 스택으로 시윤을 치유한 경험이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캡틴이 시온의 마지막을 묘사할 때. 안테가 흉악한 마창 치곤, 주인을 위해 울고 슬퍼하는 묘사를 여러번 넣었기 때문이죠.....
다만 너무 많은 찰나가 쌓여있는, 긴 이야기의 승부였기 때문에. 찰나의 탄환은 여기서 완성됩니다. (사실 캡틴의 자비이긴 합니다만, 저렇게 설명하는게 더 멋있잖아요.)
"구명정의 위치를 알아요!" 의외로 여선이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지리를 좀 익혔을 테니까요... 한결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시 말하려 합니다.
"구명정이 있으니까 타면 됩니다! 현재 크루즈선은 육지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구명정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어요!" 너무 혼란스러워하면 가지도 못하는 것을 알기에 풍분히 나서서 그렇게 휘어잡으려 시도한 뒤. 구명정으로 가려 합니다.
하지만 그게 쉬웠다면 이게 퀘스트가 아니죠. 구명정으로 가는 길에 해양생물 몬스터가 퍼덕거리거나. 뒤에서 시시각각 밀려오는 물과 그로 인한 기우뚱거림...
징그러운 새우+문어몬스터가 다리를 까닥까닥거리며 길목을 막고 있습니다. 알아서 도주하겠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최후는 좋지 못했겠죠.. 여선은 메스를 들고 그것들의 다리를 좀 잘라내긴 했지만. 탁 튀어나올 수 있어서 긴장합니다. 저걸 잘라내지 못하면 당연히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니까요.
요즘 날씨가 한껏 더워지고 있습니다. 영웅서가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몇년이 지났고, 또 하나의 시나리오를 끝내가고 있던 차에 반가운 연락이 왔습니다. 답변하자면, 저는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그 시절엔 유실시대와 관련된 모든 것이 미웠습니다. 스토리의 유사성, 설정의 유사성 등. 그것들에게서 벗어나고자 더 열심히 설정을 풀고 비교를 시키며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래서 더 건강한 영웅서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히려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가 그 이야기에 어떤 상처가 있어 제게 그런 말을 전해주셨는지. 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그만큼 진솔히 남겨주신 미안해란 말이 제게 더 많은 위로가 되네요.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좋은 엔딩을 위해 달려볼게요.
문어, 오징어, 꼴뚜기, 말미잘... 별의 별 수생생물들의 모습을 한 잡 몬스터들을 이끌다시피 하며 위풍당당하게 배를 덮치는 짭비 딕은 이미 선미를 박살내며 천천히 배를 수장시키고 있었다.
"일단 실례...!"
우왕좌왕하며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승객들을 양 팔에 끼다시피 하며 달려가다가, 여러 개의 다리들을 꿈틀거리며 구명정까지 달려갈 길을 막고 있는 몬스터들을 그대로 의념 두른 발차기로 후려패버리며 길을 열었다. 죽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이런 쩌리 몬스터들은 멀리 날려버리는 건 쉬웠으니까. 다만 그 대가로 휘청- 하고 몸의 균형이 날아간 탓에 낮게 욕설을 읊조리며 팔에 끼고 달리던 승객들을 앞으로 던져 드리고 바닥을 구른다.
여선은 한 객실을 점거하고 있었습니다... 피가 사방팔방에 튀어 있는 가운데에서 앉아있기는 했지만. 그 피의 주인은 이 객실을 점거했던 몬스터의 피....라고 보이는 것 같군요? 일상 하나쯤은 충분히 쓸법한 혈투가 있었지만 자힐좀비를 어케이겨요..로 이겼습니다!
"...." 본질에 관한 것을 듣고 나서 며칠동안 기분이 저조한 것 같았기에 객실을 하나 정라해서 거점에 가깝게 삼으려던 것이었지요.
"여기가 의무실하고도 가깝고.. 괜찮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뒤, 여선은 객실 문을 빼꼼 열고는 주위를 둘러보려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객실 안의 저 피들을 처리를 안하면 피냄새가 난다고요? 몬스터에 쫓기거나. 그냥 걸어가거나 하던 시윤을 발견할줄은 몰랐지만요. 전자라면 에 하면서 시윤이랑 같이 객실 안으로 쏙 들어오도록 해줬을지도 모릅니다. 후자라면 아마. 에. 하며 피가 잔뜩 묻은 이런것들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겁니다.
"못 볼 사람은 아니지만 되게... 빠르게 다시 마주한 기분이라서요?" 그것도 그렇고 꼴이 엉망이잖아용! 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메스로 얍얍... 이지만요!" 그 외에 몬스터를 일부 구속하거나 신속을 낮추는 것과 어페어런트 데스와. 몇가지 스테이터스강화 등등을 사용하긴 했지만 어쨌든 공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하나뿐이지만..
"제안은 감사하지만요..." 이미 쫓아낸 거라서요! 라는 말을 하다가. 그럼 객실 청소라도 도와주실래용? 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아무래도 전투가 격한 편이었어서 상대 몬스터의 출혈디버프를 일으키는 식으로 했었다.. 라는 말을 들으면 안의 상태가 대략 짐작이 갈지도 모릅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비슷한 감상을 느꼈는지 강산 또한 한 단어를 흘리며 술 한 잔을 바다에 뿌려본다. 바다를 떠돌고 있을 혼령들의 수를 생각하면 한 잔으로는 부족할까, 아니면 괜히 타국의 바다에서 생뚱맞게 중세 한국의 풍습을 재현했다가 해양 오염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관두는 게 좋을까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쯤이었다.
해류를 따라 떡 혹은 빵 조각...으로 보이는 것이 둥둥 떠내려가다 가라앉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한 자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산은 음식물이 흘러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그제서야 자신처럼 난간에 선 또 다른 사람을 알아차린다.
"화법이라니욧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럼 그건 시윤을 놀리기 위해서 대충 말한 것이었던가? 그건 또 아닐 것이다
"에.. 그렇게 피투성이인 상태의 스릴러 영화같은 거가 이 배 안에서 없을 것 같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으니까요." 그런 거에 휘말리고 싶진 않았구나. 아직 정상적인 인지범위에 있군요 그리고 스트레스라도 쌓였냐는 물음에는 젖은 옷을 내려다보다가..
"음.. 평소에는 보조를 해서 그런 거고요.." 혼자서 처리해야 할 때에는 조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는걸요? 라는 말을 합니다. 하긴. 강산이나 다른 이들을 보조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라면 피가 튀기는 것은 치료의 영역이라면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서 메스를 휘두르는 것은(*그리고 메스는 누가 봐도 날이 짧다) 자가치료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었을지도?
어느 세력인진 모르겠지만 이 게이트가 혼자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보니 다른 사람들 일정에 맞추느라 별로 쉬지도 못하고 바로 온 건가.... 강산이 안쓰러워하는 눈빛으로 시윤을 보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한다, 시윤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망념을 낮춰두고 싶은 거라면 혼자 가만히 쉬게 두는 것보단 같이 대화하는 편이 좋겠지. 강산은 그렇게 판단하고 계속 말을 건다.
"부활자 쪽이야? 아니면...요즘 게이트에 휘말렸다가 돌아온 사람이 많던데 시윤 씨도 그래?"
크읏. 놀리는 걸 아는지 크읏거리기만 할 뿐. 되돌려주지는 않는군요. 또 돌아오면 너무해욧! 이라고 할수도 있으니까!
"미치광이 고위 각성자 빌런이면 전 죽는데여...아 죽지는 않겠당.. 아까도 몬스터 칼날 관통은 좀..그러긴 했지만요~" 자힐좀비가!!! 어쩐지 옷도 좀 많이 너절거리더라니. 그걸 조금 깨닫기는 했는지 눈동자가 조금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그..그렇죠.. 그런 거죠~" "서포터의 고충이라기보다는.. 대항할 수단이 제게.. 많이 없었다. 에 가깝긴 하죠?" 자힐하다가 당하고 싶진 않았다고요? 라는 말로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망념화.. 같은 말도 가능하니까요. 일단 그건 넘어가고 치우려면 빨래도 해야하고요~ 묻은 피도 다 닦아야 하고요~ 라는 말을 한 다음. 조금 어물거립니다.
"....어 그 관련이에용?" 저번의 그 죽을지도 모른다라던가. 만약에.. 같은 것과 관련이었던 걸까요? 라는 생각을 하며 여선은 시윤을 빤히 바라봅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죠.. 말해주지 않는 이상...이라곤 해도 나중에 백색의 기사나. 명성을 보면 알 수도 있을까..?
"아? 대항이요?" "아뇨. 다 닦아도 제가 이 꼴이면 핏가루를 뿜뿜할테니까 샤워를 해야 하는데 침실에 계실래요 아니면 그.. 창고 같은데나. 의료실에 가셔서 과산화수소수랑 세제같은 걸 가지고 오실래요...?" 여벌옷은 다행히도 있어서 그건 설마.. 안 구해오시겠죵? 이라는 말을 하는 여선입니다. 어물거린 건 그쪽이었나 봅니다. 물론 대항할 수단은 있으면 좋긴 하죠. 혼자만 떨어질 수는 없다...같은 건 맞긴 합니다.
내 머리가 유감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진짜 주변에서 그렇게 불리고 있다. 이런걸 우쭐대는 성격은 아니지만, 어쩐지 자랑스럽게 소개하지 않는건 그거대로. 날 이렇게 불러주는 사람, 그리고 불릴 수 있게 만들어준 그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일단은 친한 사람에게 먼저 위트있게(강조) 소개해보기로 했다.
"아. 정식으로 소개할 땐. 대한제국 미리내 고등학고 특별반에 소속중인,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 백색의 기사 윤 재클린 시윤입니다. 라고 해야겠지."
길기도 길다.
"뭐 이런걸로 허세나 거짓말을 부려서 무얼 하겠어."
그렇다기보다, 허세를 부리기 위해 스스로의 이명을 백색의 기사라고 칭하면. 그건 뭐라고 해야할까. 여러모로 다소 불쌍한 사람 같다.
"엑."
그 말을 남기고 씻으러 들어가는 그녀를 보고, 말릴 틈새도 없고 이전에 한 말 때문에 나가기도 애매해진 나는 당황한채로 자리에 앉아 그럭저럭 긴 시간 동안 물 소리를 들었다.
아니 아니, 내보내는게 낫지 않아...? 일단은 또래 남자애일텐데, 침실에 냅두고 바로 옆에서 씻어도 되는건가...? 신경을 그다지 안쓰는건가...? 아니지. 신경을 써서 '나가' 라는 의미를 담아 권유한걸 내가 눈치 못채고 거절한건가....? 그럼 나 지금 좀 뻔뻔하지 않아...? 애늙은이 정신 때문에 사춘기 청소년의 고뇌를 하지는 않았다만, 유교 사상에 충실한 고지식한 마인드로써는 스스로가 뭔가 죄를 저지른 것 같은 묘한 기분에 머리를 싸메게 된다.
"..........."
그런 생각을 한참 빙빙 하다보니, 말끔해진 상태로 여선이 방 밖에 나왔다. 고민할 시간에 그냥 잠깐 나가있을걸.
"엄청 길네요오..." 나는 그런 긴 칭호는 모르겠는데 말이지요! 라는 생각을 한 여선입니다. 허세나 그런 걸 부리지 않는다는 말에 큭큭 웃는 여선. 그리고는 쏙 들어가서 빨랫감은 찬물에 따로 담고 따뜻한 물로 씻어내야죠.
그렇다. 시윤에게 어.. 같이 있으면 좀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나가서 잠깐 구해온다거나 하는 걸로 하는 게 어때요? 를 거절했으니 뭐 상관어보겠거니~ 하고 들어간 거죠.
"그렇죵? 머리카락을 땋으면 3분의 1은 짧아진다는데. 저는 좀 느슨하게 땋아서 덜 짧아지기는 해도요.."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이라도 땋으면 생각보다 짧아진다고 하던가. 그런 만큼 꽤 긴 머리카락을 지닌 여선입니다. 샤워하는 시간보다 머리카락 말리는 시간이 더 길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청소할 준비를 하려 하네요. 박박 닦아야 할지도 모르니까..
강산은 시윤의 말이 끝나고 5초 뒤까지, 어안이 벙벙하여 눈만 끔벅이고 있었다. 그는 진지하게 스스로를 음유시인이라 정의한 적이 없었다. 여태껏 한 번도.
"좋다! 그거 재밌겠는데!"
그럼에도 이어진 대답은 흔쾌했다. 강산은 흥미와 열의로 빛나는 눈빛으로 시윤에게 씩 웃어보이며 말한다.
"벗이여, 한 때 네가 말했었지. 무언가를 잃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면 연주하라고."
아이같은 수락의 답이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과 표정은 마냥 가볍지만도 않았다.
"예전이라면 나는 가야금을 탈 줄만 알 뿐, 제대로 작사와 작곡을 해본 적도 없고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한다며 거절했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음악계 마도를 공부하고 또 직접 써보니 알겠더라고. 꼭 가사가 있어야지만 뭔가를 전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강산은 바로 가야금을 꺼내든 채로 배 상갑판에 양반다리로 앉아서는, 분주한 손놀림으로 나노머신 화면을 띄우고 노트와 펜도 꺼낸다.
"물론 가사를 붙이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면 좀 더 많은 걸 전할 수 있겠지만...일단 곡과 이야기가 있다면, 언젠가는 거기에 노랫말을 더해줄 사람이나, 그 곡조를 타고 춤춰줄 사람이 또 나타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렇지 않더라도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걸로 최대한 표현해봐야지."
배에 타기 전에 챙겨온 음료수와, 여기 곁들일만한 약간의 간식도 꺼내져 나온다. 시윤이 자신이 카하노 기사단의 마지막 기사라 하였을 때, 강산은 시윤이 예전에 그의 질문에 답했던 일을 떠올렸고...거의 동시에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 또한 누군가의 상실을 안고 있는 이야기임을 눈치챈 것이다.
"그러니까...그것이 너의 바람이라면 들려다오. 카하노 기사단의 이야기를."
웃음기가 서서히 거두어져 차분함에 가까워진 진지한 표정으로, 강산은 상실을 품은 기사에게 손짓해 자리를 권하며 청한다. 어쩌면 그가 원했던 것, 하고 싶은 것 또한 시윤이 말했던 카하노 기사단의 그러한 신념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희망의 증인이 되어 이를 전한다는 점에서.
//10번째. 아...ㅋㅋㅋㅋ이러시면 기술 더 안 늘리려고 했는데 가창 루트 진짜로 밟아야 하려나요?😂 간만에 우필을 쓸 곳이 생겼네요.
"펭...귄?" 멀쩡한 상태였다면 귀여운 펭귄이었을 텐데 몬스터 펭귄은 싫어욧! 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공할 때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장인이 아니라서 그건 모르겠는데요.. 라는 말을 합니다.
"알겠어요!" 펭귄날개치기!!! 펭귄이 케엑!! 하는 소리를 내며 날개를 부웅 휘두르려 합니다. 그것이 일종의 지휘적인 것이기도 한 것인지. 질서를 나름 갖춘 몬스터들이 여러 울음소리를 내며 철컥철컥 나아갑니다. 피난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스스로 맞서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걸까요?
"황제펭귄모습이라서 더 몬스터같아요.." 아델리라면 이해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고는 한결이 맞서는 사이 황제펭귄이 지휘에 가까운 파동을 내뱉은 것에 영향받은 몬스터들을 막아서려 합니다. 신체와 건강과 신속이 많이 쓰이겠군요!
"한결 씨!" 황제펭귄의 몸을 떨리게 만들어서(바디 트레멀) 한결의 반격이 데미지가 더 들어가도록 하려 시도합니다!
"지금 저 펭귄이 지휘하기에 몬스터가 일사불란하지만 흩어지고 말 거니까요!" 이탈하면 그걸로... 라고 말끝을 흐리려 합니다. 그들 또한 혼자 남는다면 지금 이 숫자로도 상대하기 힘든데. 혼자라면?을 상상하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물이 차오르는 소리와 부서지는 소리가 시시각각 다가오지만. 이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구명정을 향해 갈 수 없어요...
황제펭귄이 쿠웨에엑!! 같은 기묘한 소리를 내며 스스로의 몸을 총알처럼 발사할수도 있을지도요?
- '침몰 위에서 춤을 추다' : 배에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해양 몬스터들이 갑자기 쳐들어온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 분쟁과 안온 : 아직 해양에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던 시절. 귀향파와 실향파의 분쟁과 그들의 삶의 이유, 돌아가거나 떠나야할 이유를 다루는 내용. 한 편을 들어서 그들을 설득해 분쟁을 중지시켜야만 함
"충격.. 거대한 거 다 몬스터같다고 해...러버덕도 몬스터인건가봐여..." "다..당연히 농담인거 아시죠...!!" 같은 말을 하려 한 다음.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적어도 지휘를 통해 레이드당하고싶진 않거든요!" 잡몹들이 묘하게 방진같은 것을 짜서 레이드를 하는 것 같다는 감상을 받으며 일반적으로는 메스로 후벼파고 던지면 그걸로 끝인 잡몬스터들이 양학을 못하게 서로서로 받아주는 것을 하다보니 제법 심력을 쏟게 됩니다. 그나마 피난민들도 똘똘 뭉쳐서 들 수 있는 걸로 몬스터를 때리고 있어서 시산이 분산되어서 다행이죠
"우와. 먹히긴 했네요!" 이 기세를 몰아서 여선은 펭귄이 주춤한 틈에. 메스를 휘둘러 상처를 내려 시도합니다. 출혈을 유도하려는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물러나는 것을 살짝 미루고 펭귄에게 약점간파를 쓰려 합니다... 어우 약점간파 너 랭크가 그런데 어찌저찌 쓰고는 있구나?
"가사라.....가능하다면, 가사도 부탁해.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곡 자체도 귀하지만....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이야기의 전달'을 위해서니까. 가사가 없다면 아무래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긴 어렵겠지.
나는 강산에게 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옛날, 힘들고 괴롭던 시대. 동화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려던 두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상당히 길었다. 그러나 어쩐지 내 입에선 멈추지 않고 술술 흘러 나왔다. 마치 노래처럼.
".....잘 됐네. 잘됐어."
그렇게 기나긴, 동화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마무리 하며. 나는 숨을 한번 고른다.
"이게....흑기사 이야기의 진상이야. 나는 돈키호테를 이길 수 없었어. 내 모든것을 쏟아붓고, 그 너머의 전력을 다해도. 흑기사를 힘으로 꺾기에는 부족했어. 스스로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담담한 사실이야."
나는 난관에 기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러니까 내가 이긴 것은, 돈 지오테가 기사였기 때문이고. 시온 바라타리아가 기사였기 때문이고. 내가, 기사였기 때문이야. 삶의 결과를 선택할 순 없어도, 어떤 삶을 살지 그 방향만은 고를 수 있어. 기사란 그런 사람들이야."
이제는 알 것 같다. 기사도란, 정의라던가. 선이라던가. 약자를 지킨다던가. 성실하게 산다던가.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르다. 살아가는 길에 타협하지 않겠다. 자신의 길을 고르고 지켰음을, 명예롭게 여기고 그것을 소중히 한다. 주변에선 바보같거나 미련해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렇게 살도록 결정했기에.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다. 기사도란 아마, 그런 것일테다.
강산은 가만히 앉아 시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중간에 "오호, 그래서?", "아, 저런...." 등등 추임새를 넣으면서. 시윤이 허락한다면, 혹시 놓치거나 잊어버리지 않도록 나노머신의 기능을 사용해 녹음해두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게...잘 되었네."
이야기가 끝날 때 쯤 이어지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듣는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정하고 힘껏 따른다. 이를 굽히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명예를 지킨다. 그것이 의념 시대의 새로운 기사도라면... 비록 손에 든 것이 냉병기가 아니고, 다루던 전투술도 동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일 법 해도.
"잘 어울리잖아, 기사님."
시윤이야말로 이 시대의 기사에 어울리는 사람일터다.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해준다.
"음...사실 작사는 커녕 진지하게 곡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것 자체가 이번이 아주 처음이야. 이 정도 분량의 이야기를 다 담으려면 한 곡에 다 담긴 어렵고 앨범을 하나 만들어야 할 수도 있겠는데...네가 기대한 것보다 이 이야기를 전부 노래에 담고, 그게 사람들의 귀에 퍼질 때까지 더 오래 걸릴수도 있을거야.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는 '정말 나한테 맡겨도 괜찮겠어?'라고 물어보는 게 맞겠다마는..."
강산은 고개를 조금 숙이며 현실적인 우려와 걱정을 입에 담는다. 자신의 능력이 시윤이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걱정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면, 도전해보고 싶군. 나 혼자서 다 담아내기 힘들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탁해보지."
시윤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애초에 해보지 않은 일을 두려워하며 영영 땅에서 양 발을 떼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강산은 굳이 특별반에 들어오지도, 미리내고 입시를 준비하지도, 아니, 애초에 그 날 집을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익숙한 세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낯선 세계에도 뛰어드는 것. 그것이 우리 헌터의 일이 아니겠어? 특히나 우리 특별반은 더더욱."
어쩌면 지금도 특별반의 누군가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시윤에게 다시 웃어보인다.
잘 어울린다. 그래,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흔히들 생각하는 기사와 나의 이미지가 괴리감이 크다고 생각할 뿐.
긴 이야기가 끝난 뒤에. 나는 강산이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각오를 얘기하는 것을 조용히 들었다.
"괜찮아. 나도 이것저것 시도할테니까. 애초에 쉬운 얘기가 아니란건 알고 있었어. 다만.....일단 내 생각을 말하자면. 당장에 너무 완벽하려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너무 공들이지 말고 즉흥적으로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지금이라면 내 명성에 더해서 이야기에 생명력이 남아있는 시간이니까. 소문을 널리 퍼뜨리는 노래는, 생각보다...불후의 명곡이 아니라, 어쩐지 단순해도 중독성 있는 그런 노래니까. 애초에 시온은 아이들에게 조금은 편한 웃음을. 사소한 재미를 주고 싶어한 사람이었거든."
버터를 밟고 넘어지는 심보 고약한 아저씨라던가, 바람이 불어서 옷이 날아가는 것을 붙잡으러 뛰는 아낙같이. 그가 들었던 예시를 들려주며 나도 조금은 실 없이 웃는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마음이 내켰다면, 해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대단하지 못할 수도 있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늘 완벽한 결과를 가져오지만은 않지."
"실은....시온이 지오의 이름을 대며 행동했던 것도. 카하노 기사단 비극의 날에 대해서도. 밝히고 싶지만. 그래버리면 '돈 지오테'를 희망의 이름으로 남기고 싶어 노력해온 것을 짓밟는 것 같아서....고민 돼."
나는 팔에 턱을 괸다. 그러니 그 부분은 지금처럼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전하되, 노래로 퍼뜨리진 않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다만 마지막은 조금 다른 것 같아."
일단 고민을 뒤로하고, 그의 노래 평가로 돌아온다.
"내가 일방적으로 쓰러뜨린 것 같지만, 사실은 흑기사가 검을 놓은 것은 자의고. 그는 기사로써 쓰러지길 선택했어. 마지막에 소멸했던건 흑기사가 아니라 한 때 희망을 전하려던 기사의 최후야. 이 부분을 빼 놓으면 안되지. 그리고 그걸 생각하면, 앞부분에 흑기사를 소개하는 부분도 부족해. 그가 망념화가 되었음에도 '흑기사' 였던건, 그런 상황에서도 기사로써의 자신을 놓지는 못했단걸 암시하거든."
....나는 어느정도 포인트를 짚으면서 얘기한다.
"지금 버전이 나쁜건 아니지만, 너무 나의 활약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 내가 남길 바라는 것은 오히려....지오와 시온의 이야기야. 그들이 세운 카하노 기사단의 이야기가 먼 시간을 돌아 완결되었음을. 여기에 희망이 있었음을 전달하고 싶어."
강산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시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방금 시윤이 말한 것들을 메모장 앱을 열어 기록해두기도 한다. 이건 그의 이야기인 만큼 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니까.
"그렇군. 손봐야 할 부분이 많겠어...잘 생각해봐야겠네. 말한 대로 더 다듬어보고 오지."
역시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강산은 생각했다. 부족하면 또 연습하고, 다시 시도하면 되지.
"해가 지고 있군."
바다가 노을 색으로 물들어가고, 노을의 반대편은 푸르스름히 어두워져간다.
"시윤 씨는 어느 쪽이랑 협력 중이지? UGN? UHN? 어느 쪽이든 다음에 또 보자고. 기왕이면 나중에 에브나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강산은 주섬주섬 뒷정리를 하며 시윤에게 말한다.
"숙부님이 당신이 제자로 받기엔 곤란하지만 필요하다면 다른 스승을 알아봐주실 수 있다고 하셨어. 근데 그 전에 정말 에브나가 적성이나 흥미가 있는지, 또 마도에도 수많은 분파와 스타일이 있는데 그 중 어느 쪽이 잘 맞고 어느 쪽이 가장 안 질릴지...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예전에 어른들이 이거저거 막 시켰는데 뭘 해도 금방 질려서 좀 헤맸거든."
저렇게 진지하게 고민해준다면, 아마 결과물도 충분히 좋으리라.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쪽이 부탁하는 입장이고, 솔직히 노래에 대해서 조예가 깊은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에. 강산을 솔직하게 믿는 쪽이 나으리라.
"그러게나 말이야. 슬슬 일어서볼까."
오래 쉬었다. 나는 난관에서 기대던 몸을 잠깐 뗀다.
"일단은 두 쪽 다 아닐까. UHN이랑은 최근 얘기를 나눴고, UGN은 특별임무나 이번일로 도움을 좀 주고 있으니까."
두 조직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진, 생각해보면 꽤 궁금하군...
"그렇다면 혹시 다른 괜찮은 분을 소개해줄 수 있을까? 꼭 마도가 아니어도 돼. 명가가 아니어도 좋아. 내가 네게 소개를 부탁한건 무언가의 이득을 취하고 싶었던게 아니라, 아이를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해서였어."
명가출신의 명예, 돈. 혹은 무언가의 전투기법에 구애되진 않는다. 그런건 에브나가 원하는대로 알아서 하겠지. 전위직은 다칠까봐 좀 우려되긴 한다마는....내가 강산에게 소개 받고 싶었던건, 덕망있는 선생님에 가깝다. 에브나의 호기심과 가능성을, 부드러운 형태로 도와주며 성숙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응? 그렇게 치자면 나도 최근에 특수의뢰 끝내고 UHN에 접촉해보는 중이긴 한데...아니아니, 그거 말고. 여기 올 때 어떻게 왔고 누구 배에서 묵고 있냐고. 나는 저어기 길드 연합 함선."
난간 너머의 한 쪽, UHN 캠프가 있는 함선을 가리키며 말한다.
"...시윤 씨가 특별한 이득을 원하지 않더라도, 맡아주는 쪽에서 이득을 취하려고 할 수 있겠지. 아마 그래서 숙부님도 곤란하다고 하신 것 같다. 에브나를 데려가면 다른 가문원 분들이나 그 주변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게 될 테니까. 이미 큰 인지도와 명성을 가진 가문인만큼 주변에 잡것이 꼬일 수도 있고(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덧붙였다)."
강산은 에브나의 스승 찾기 건에 대한 시윤의 생각을 듣고 본인도 마땅히 제안할 인물이 더 떠오르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갸웃 기울인다.
"아무튼 그런 거구나...나는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다마는. 우리 삼촌께 여쭤본다면 아무래도 숙부님 지인분들이니까 다 마도사들일테고. 마도 아니어도 괜찮다면 교관진들 중에 괜찮겠다 싶은 분에게도 물어보면 어때?"
농담처럼 말꼬리를 잡아 내뱉은 여선의 말에 전투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헛웃음이 터지고야 만다. 덕분에 긴장감은 조금 풀린 셈이니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할 것이다.
"레이드는 언제나 시도하는 쪽이어야지, 저희가 당하는 쪽이면 기분 더럽지 말입니다."
확실히 지휘하는 듯한 개체가 있으니 잡몹들의 움직임이 일사분란하다. 이전처럼 자신들 멋대로 튀어나온다면 튀는 놈을 확실히 응징하면 되었겠지만 게와 새우, 해산물들 주제에 오와 열을 맞춰 압박하고 있으니 가소로운 수준에서 생각보다 까다로운 수준으로 평가를 상향 조정해야겠다.
폭륜을 유지한다면 공중에 조금 더 떠 있을 수 있겠지만, 바닥이 지금 안정적인 쪽이 아니니 한 턴만에 끊고 내려와 다시 숨을 고른다.
>>864 >>868-869 오...뭘 찾으시나 했더니 이런 걸 하셨군요!! 깔끔하게 잘 정리하셨네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런 건 일단 큰 틀을 잘 잡아주면 훨씬 수정이나 보완이 편해지지요!👍 지금은 모바일이라 어차피 상세한 수정은 곤란하므로 나중에 PC로 왔을 때 다시 자세히 볼거지만...지금 죽 봤을 때 대강은 얼추 맞는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메리쌤은 저때 카티야가 모조인 걸 보자마자 이미 눈치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냉담한 반응과 함께 적극적인 개입을 꺼린 것이라고 하네요.
"아니 부리가 없으면 날개치기를 해야하는거 아닌가?!" 그러나 부리가 없어진 것에 당혹한 듯이 더듬더듬 부리를 만지다가 쾌애애액! 하고 소리를 지르려 하는 펭귄입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부리가 멀쩡할 때보다 많이 작아졌어요! 그걸로 인해 잡몹들이 좀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메스!" 그런 와중에 여선이 몰래 다가가서 메스로 베어서 출혈을 일으키고 빠지려 하는군요...ㅇ
아...40개까진 아니던가...? 아무튼 게임 시스템도 조금 달라졌어요. 이제 정착까지 얼마 남았는지 진행도 게이지 보여줘요. 밥 못먹으면 능력치 잃어요(이건 더 전부터 있던거지만...). 한번 깨놓으면 다음 몇 판에 걸쳐서 혹은 영구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생겼어요. 언더월드 확장팩 정식 발매됐어요. 근데 전 못 해봤어요.
>>958 평소에는 글쎄요... 예전에 위키 편집하면 특수진도코인 얻을 수 있는 이벤트 할 땐 그렇긴 햇는데...아마 그거랑 헷갈리신 거 아닐까요. 지금 위키이벤트는 다 끝나서 위키 편집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일 자체가 드뭅니다. 그렇지만 이번 건은 꽤 많이 기여하셨다고 생각하니 캡틴한테 말씀해보세용...!!
배 위에서 파티가 연일 벌어지는 것은 여기가 게이트인 탓일 겁니다. 실제로는 파티는커녕 파티룸에도 사람들이 우글우글~ 이었을 거잖아요? 그리고 이 파티가 몬스터들의 파티라 사람들을 발견하면 찢으려 할 수도 있고요... 여선은 모 파티룸에 들어가는 것을 시도했다가 까였습니다. 이 파티룸이 유물이 꽤 나온다는데..
"파티룸 들어가기 빡세네용..!" 파티룸에서 잘하면 gp나 식량 조금으로 유물을 슉슉 파밍할 수도 있지만 파티룸 입장하는 것부터 이렇게 힘들다니!
파트너 동반에. 간단하더라도 드레스코드에. 겉보기에 무기는 안된다니! 무슨 인형을 들고 들어가야 하기라도 하나? 그나마 메스 정도야 구급함에 낳어 들고갈 수 있지만... 그렇게 그 파티룸 주변을 배회하던 여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파티룸에 들어갈 사람 구한다면 꽤 구할 수도 있으려나! 하면서 구해본다고 올리기 전에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것에 돌아보려 합니다. 그리고는...
"아. I'm 낫 한가에요." 농담이라는 듯 말한 다음에 바로 한가하다기보다는... 파티룸에 들어갈까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라는 말을 합니다..
"드레스코드 때문에 한번 퇴짜맞았다니까요...." 하긴 여선의 평소복장은 흰티에 청바지 같은 캐주얼 종류니까... 하지만 천운이 적당한 드레스같은걸 찾아줬다(?) 약간. 몬스터 드랍템이었는지. 아니면 파티룸 입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그런 신데렐라식 게이트 속 법칙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 어쨌든 옷도 구했다고요
"으악. 저는 정직하게 군다구요?" "그래도 가만히 있기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어찌저찌 하니까 얻을 수 있는거죠~" 움직임으로써, 운도 굴러가는 것이겠지. 하지만 여선은.. 그다지 움직이는 걸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전투 퀘스트요..?" "음...음~ 꽤 깨긴 했던 것 같아요~" 침몰 위에서 춤을 추다..라던가. 같은 걸 손으로 꼽아봅니다. 노랫소리가 들려온다는 퀘스트는 아직 들어본 적 없어서 보류고요~ 같은 말을 합니다. 좀 복잡한 거 같은 분쟁과 안온은 정보가 더 필요할 것 같다나...
"그러게요..." 들어오면 화사한 조명과 식료품들이 조리되어서 늘어진 테이블. 그림자 없는 이들의 수다같은 게 보이지만. 이쪽은 식사를 하면 곤란할지도 모릅니다... 그야 저 식료품이 안전한 거라는 보장이 없기도 하고요? 그림자 없는 거면 다행이지. 진짜 몬스터처럼 생겨서는 구세대의 유물을 달고 자랑하는 모습은.. 좀.. 위화감이 너무 센데요?
"돈이나 유물... 별로 없어요..." 너 gp는 좀 있지 않나..? 여선은 별로 없다는 것이 유물에 중점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시윤이 관심을 가지는 듯한 쪽으로 가려면 저 접근한 이들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해야겠지요. 물론 마스터도 이 공간도 다 쓸어버리고 유물파밍도 가능은 할거같은데 이길수있냐가 문제잖아요.
"아쉽게도 유물은 별로 가지지 못했지만.. 이런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식견이 높아지는 기분이네요..." "역시 마스터께서 신경쓰신 파티인 게 분명하다니까요." "마스터께는 관심 감사하다고 전해주시겠나요?" 그들을 정중하게 거절하고는 항해사들에게 물어보자는 시윤의 말에 그것도 좋겠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대놓고 막 접근하면 경계할 수 있으니까요. 간단한 교환품이나. 몰래 듣는 식이 어때요?" 만일 접근한다면 최근에 애들이 뛰어다닌다는 불만이 슬쩍 흘러나오는 타이밍이었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