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은 한 객실을 점거하고 있었습니다... 피가 사방팔방에 튀어 있는 가운데에서 앉아있기는 했지만. 그 피의 주인은 이 객실을 점거했던 몬스터의 피....라고 보이는 것 같군요? 일상 하나쯤은 충분히 쓸법한 혈투가 있었지만 자힐좀비를 어케이겨요..로 이겼습니다!
"...." 본질에 관한 것을 듣고 나서 며칠동안 기분이 저조한 것 같았기에 객실을 하나 정라해서 거점에 가깝게 삼으려던 것이었지요.
"여기가 의무실하고도 가깝고.. 괜찮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뒤, 여선은 객실 문을 빼꼼 열고는 주위를 둘러보려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객실 안의 저 피들을 처리를 안하면 피냄새가 난다고요? 몬스터에 쫓기거나. 그냥 걸어가거나 하던 시윤을 발견할줄은 몰랐지만요. 전자라면 에 하면서 시윤이랑 같이 객실 안으로 쏙 들어오도록 해줬을지도 모릅니다. 후자라면 아마. 에. 하며 피가 잔뜩 묻은 이런것들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겁니다.
"못 볼 사람은 아니지만 되게... 빠르게 다시 마주한 기분이라서요?" 그것도 그렇고 꼴이 엉망이잖아용! 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메스로 얍얍... 이지만요!" 그 외에 몬스터를 일부 구속하거나 신속을 낮추는 것과 어페어런트 데스와. 몇가지 스테이터스강화 등등을 사용하긴 했지만 어쨌든 공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하나뿐이지만..
"제안은 감사하지만요..." 이미 쫓아낸 거라서요! 라는 말을 하다가. 그럼 객실 청소라도 도와주실래용? 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아무래도 전투가 격한 편이었어서 상대 몬스터의 출혈디버프를 일으키는 식으로 했었다.. 라는 말을 들으면 안의 상태가 대략 짐작이 갈지도 모릅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비슷한 감상을 느꼈는지 강산 또한 한 단어를 흘리며 술 한 잔을 바다에 뿌려본다. 바다를 떠돌고 있을 혼령들의 수를 생각하면 한 잔으로는 부족할까, 아니면 괜히 타국의 바다에서 생뚱맞게 중세 한국의 풍습을 재현했다가 해양 오염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관두는 게 좋을까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쯤이었다.
해류를 따라 떡 혹은 빵 조각...으로 보이는 것이 둥둥 떠내려가다 가라앉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한 자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산은 음식물이 흘러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그제서야 자신처럼 난간에 선 또 다른 사람을 알아차린다.
"화법이라니욧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럼 그건 시윤을 놀리기 위해서 대충 말한 것이었던가? 그건 또 아닐 것이다
"에.. 그렇게 피투성이인 상태의 스릴러 영화같은 거가 이 배 안에서 없을 것 같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으니까요." 그런 거에 휘말리고 싶진 않았구나. 아직 정상적인 인지범위에 있군요 그리고 스트레스라도 쌓였냐는 물음에는 젖은 옷을 내려다보다가..
"음.. 평소에는 보조를 해서 그런 거고요.." 혼자서 처리해야 할 때에는 조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는걸요? 라는 말을 합니다. 하긴. 강산이나 다른 이들을 보조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라면 피가 튀기는 것은 치료의 영역이라면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서 메스를 휘두르는 것은(*그리고 메스는 누가 봐도 날이 짧다) 자가치료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었을지도?
어느 세력인진 모르겠지만 이 게이트가 혼자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보니 다른 사람들 일정에 맞추느라 별로 쉬지도 못하고 바로 온 건가.... 강산이 안쓰러워하는 눈빛으로 시윤을 보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한다, 시윤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망념을 낮춰두고 싶은 거라면 혼자 가만히 쉬게 두는 것보단 같이 대화하는 편이 좋겠지. 강산은 그렇게 판단하고 계속 말을 건다.
"부활자 쪽이야? 아니면...요즘 게이트에 휘말렸다가 돌아온 사람이 많던데 시윤 씨도 그래?"
크읏. 놀리는 걸 아는지 크읏거리기만 할 뿐. 되돌려주지는 않는군요. 또 돌아오면 너무해욧! 이라고 할수도 있으니까!
"미치광이 고위 각성자 빌런이면 전 죽는데여...아 죽지는 않겠당.. 아까도 몬스터 칼날 관통은 좀..그러긴 했지만요~" 자힐좀비가!!! 어쩐지 옷도 좀 많이 너절거리더라니. 그걸 조금 깨닫기는 했는지 눈동자가 조금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그..그렇죠.. 그런 거죠~" "서포터의 고충이라기보다는.. 대항할 수단이 제게.. 많이 없었다. 에 가깝긴 하죠?" 자힐하다가 당하고 싶진 않았다고요? 라는 말로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망념화.. 같은 말도 가능하니까요. 일단 그건 넘어가고 치우려면 빨래도 해야하고요~ 묻은 피도 다 닦아야 하고요~ 라는 말을 한 다음. 조금 어물거립니다.
"....어 그 관련이에용?" 저번의 그 죽을지도 모른다라던가. 만약에.. 같은 것과 관련이었던 걸까요? 라는 생각을 하며 여선은 시윤을 빤히 바라봅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죠.. 말해주지 않는 이상...이라곤 해도 나중에 백색의 기사나. 명성을 보면 알 수도 있을까..?
"아? 대항이요?" "아뇨. 다 닦아도 제가 이 꼴이면 핏가루를 뿜뿜할테니까 샤워를 해야 하는데 침실에 계실래요 아니면 그.. 창고 같은데나. 의료실에 가셔서 과산화수소수랑 세제같은 걸 가지고 오실래요...?" 여벌옷은 다행히도 있어서 그건 설마.. 안 구해오시겠죵? 이라는 말을 하는 여선입니다. 어물거린 건 그쪽이었나 봅니다. 물론 대항할 수단은 있으면 좋긴 하죠. 혼자만 떨어질 수는 없다...같은 건 맞긴 합니다.
내 머리가 유감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진짜 주변에서 그렇게 불리고 있다. 이런걸 우쭐대는 성격은 아니지만, 어쩐지 자랑스럽게 소개하지 않는건 그거대로. 날 이렇게 불러주는 사람, 그리고 불릴 수 있게 만들어준 그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일단은 친한 사람에게 먼저 위트있게(강조) 소개해보기로 했다.
"아. 정식으로 소개할 땐. 대한제국 미리내 고등학고 특별반에 소속중인,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 백색의 기사 윤 재클린 시윤입니다. 라고 해야겠지."
길기도 길다.
"뭐 이런걸로 허세나 거짓말을 부려서 무얼 하겠어."
그렇다기보다, 허세를 부리기 위해 스스로의 이명을 백색의 기사라고 칭하면. 그건 뭐라고 해야할까. 여러모로 다소 불쌍한 사람 같다.
"엑."
그 말을 남기고 씻으러 들어가는 그녀를 보고, 말릴 틈새도 없고 이전에 한 말 때문에 나가기도 애매해진 나는 당황한채로 자리에 앉아 그럭저럭 긴 시간 동안 물 소리를 들었다.
아니 아니, 내보내는게 낫지 않아...? 일단은 또래 남자애일텐데, 침실에 냅두고 바로 옆에서 씻어도 되는건가...? 신경을 그다지 안쓰는건가...? 아니지. 신경을 써서 '나가' 라는 의미를 담아 권유한걸 내가 눈치 못채고 거절한건가....? 그럼 나 지금 좀 뻔뻔하지 않아...? 애늙은이 정신 때문에 사춘기 청소년의 고뇌를 하지는 않았다만, 유교 사상에 충실한 고지식한 마인드로써는 스스로가 뭔가 죄를 저지른 것 같은 묘한 기분에 머리를 싸메게 된다.
"..........."
그런 생각을 한참 빙빙 하다보니, 말끔해진 상태로 여선이 방 밖에 나왔다. 고민할 시간에 그냥 잠깐 나가있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