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영희는 서연도 체리맛 식품도 반겨 주었다. 진짜 체리 좋아한다니까. 그러고 보니 가구들도 체리 모양으로 장식된 것이 많다. 알고 보면 피도 헤모글로빈이 아니라 체리 과즙으로 되어 있지 않을까? 망상이지만 영희는 워낙 만화 같은 친구라 마냥 망상 같지만은 않다.
영희를 따라 들어선 부엌엔 재료와 기구가 이미 다 준비되어 있었다. 와, 엄청 본격적이잖아. 요리 영상에서 보던 것들 다 있어. 이래서 첫날에도 타르트를 그렇게 잔뜩 준비할 수 있었던 거구나. 근데 과일은 모두 체리네. 영희답다고 생각했다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케이크 만들겠다면서 가장 먼저 확인했어야 할 사실을 놓쳤다... 선배 무슨 케이크 좋아하시지??!!
급히 톡을 열었으나, 막상 보내려니 머릿속이 하얗다. 어떻게 물어야 자연스럽지??? 썼다 지웠다를 되풀이한 끝에 나온 메시지는 누가 봐도 뜬금없어 보이는 극단문이었다.
@강철현 [ 선배, 체리 좋아하세요? ]> 김서연 [ 초콜릿은요? ]> 김서연
그렇게 뻘뻘거리고 보니 영희는 특유의 쾌활한 얼굴에 더욱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케이크를 가르쳐 달랄 줄은 몰랐다고. 정곡. 나도 몰랐거든. 내가 케이크 만들고 싶어질지. 머쓱해져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찰나, 영희가 재료와 도구를 가로막기라도 하듯 양팔을 쫙 펼쳤다. 다음 순간 서연의 얼굴은 끓는 토마토스튜처럼 되고 말았다. 영희가 소동물처럼 앙증맞은 모습과는 딴판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서였다.
" 어? "
아, 어떡해;;;; 상상하니 쑥스럽고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머리를 굴리고 눈을 굴려도 답이 안 떠오른다.
거짓말이 아닌 선에서 둘러댔더니 조용하다? 뭐 문제 있나? 여러모로 머릿속이 부글거리는 서연이었다. 등줄기로 땀이 나는 게 느껴졌다. 뻘쭘한 가운데 폰을 가방에 넣어 두려는데
" 꺅!! "
간지럼을 태울 줄이야!! 펄쩍 뛰며 거리를 벌렸다. 가까워졌다간 낭패다!! 테이블 너머로 도망갔더니 영희가 추궁(???)을 시작했다. 목적과 받는 사람... 맞는 말이다. 그냥 케이크가 아니라 레터링 케이크를 만들고픈 거니. 표면에 문구를 써야잖아. 근데 대충 안다고? 진짜?? 쥐구멍을 찾고 싶어진다. 그러나 쥐구멍은 없으니 테이블을 쥐고 쪼그려 앉는 서연이었다.
부끄러...... 쥐구멍 찾기보다 서해 바다 입수가 빠르지 않을까? 하는데 영희가 초성까지 얘기해 버린다. 진짜 아나 보네! 환장한다!! 그때껏 뻣뻣하던 목이 확 트인다.
" 저 저 저, 영희야. 니가 생각한 거 맞아!! 고백용이야!! "
" 근데, 어...누군진 나중에 말하면 안 될까? "
" 내 얘기기만 하면 상관없는데 상대가 얘기하고 싶을지는 모르니까... "
선배가 상관없어하면 얘기가 아니라 자랑...아니 아니, 그건 너무 나갔고! 어쨌든!! 아직은, 못 밝히겠다.
닫힌 방문 앞에서 찡찡이가 격렬하게 찡찡거리고 있었다. 이에 리라의 손은 한결 더 급하게 움직인다. 언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며 랑을 거실의 빈백에 앉혀놓고 방에 들어온 지 30분이 흘렀지만 준비는 약 6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이거,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구나. 스케치북에 잔뜩 그려놓은 심플한 별과 달, 그리고 보다 실감나게 색칠한 여러가지 항성과 행성들을 바라보던 리라는 이윽고 종이를 한 장 더 넘겼다. 거기에는 버블건처럼 생긴 기계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다만 일반 버블건과는 좀 다르다. 쏘는 순간 별가루와 은하수가 흘러나와 공중에 둥둥 뜰 테니까. 리라는 하얀 과슈를 꺼내서 남색 배경 위에 반짝이를 더 추가한다.
- 우와아아오오오옹! 삑...
어? 조용해졌다. 갑작스러운 정적에 의아해하던 리라는 재차 그림에 집중한다. 종이 위에 손을 뻗어 별들을 하나 둘 실체화 시키고, 별가루 총을 쏴서 은하수를 공중에 띄우면 아름다운 인공 밤하늘이 형성된다. 항성, 행성, 별들을 배치하던 손은 곧 창문에 걸린 커튼을 잡는다. 촤악! 마지막으로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자, 리라의 방은 비로소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건...!
아무래도 이 고양이는 우는 것 대신 문을 열 수 있는 걸로 보이는 사람을 포섭하기로 한 모양이다. 방문 앞을 떠나자마자 랑의 근처로 걸어와 알짱거리던 찡찡이는 10분 뒤 방문이 알아서 열릴 때까지 랑의 발밑을 맴돌았을 것이다. 어쩌면 중간중간 랑의 몸에 머리를 부비려고 시도했을 수도 있고.
그런 것 치곤 정말로 문이 열렸을 때 득달같이 방 안으로 뛰어들어가지도 않았으니, 참 속 모를 고양이구나 싶다.
"언니! 이제 들어와도 돼요!"
뭘 했는지 조금 매무새가 흐트러져 있는, 그러나 눈만은 반짝거리는 리라가 랑에게 다가간다.
"쨘! 서프라이즈!"
만약 리라의 손을 잡고 방 안에 들어갔다면 랑은 이불과 담요로 얼기설기 세운 텐트와 실내 곳곳에 떠 있는 조그마한 별, 달, 항성과 행성들을 감싸는 은하수의 흐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텐트 겉에 달린 LED 스트링 라이트는 아늑하고 은은한 빛을 발한다.
"어때요? 좀 급조한 티는 나도 나쁘진 않죠?"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리라는 곧 근처에 떠 있던 둥근 항성 하나를 잡아다 내렸다. 하얗다 못해 약간 푸른빛을 내는 밝은 항성이 어두운 방 안을 밝힌다.
"다른 것도 다른 거지만 이건 더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리우스라는 별을 그린 건데, 이 별은 천랑성天狼星 이라고도 불린대요. 하늘의 늑대 별. 랑이 언니랑 이름이 같아서 그런지 제일 공들이게 되더라고요."
지구에서 보이는 천체 중 가장 밝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알파성. 겨울의 대삼각형을 이루는 항성 중 하나. 그런 수식어들이 어쩐지 눈앞의 사람을 연상케 해서, 그리는 손길에 무심코 더 정성을 담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은 모조 항성은 유독 더 아름답고 정교하게 빛나는 듯 하다.
이내 살짝 웃어보인 리라는 항성을 쥔 채 텐트 안으로 걸어들어가 랑에게 손짓한다. 그늘 드리워 약간 어두웠던 텐트 안이 조그마한 시리우스 A로 인해 단숨에 밝아졌다. 그 빛에 드러나는 건 잔뜩 쌓여 푹신해 보이는 이불과 쿠션. 서연이 줬던 계피맛과 박하맛, 딸기맛 사탕을 잔뜩 담은 플라스틱 볼. 큼직한 탄산 캔 음료 두 개. 그리고— 은색 표면의 랩탑이었다.
"언니도 들어와요! 오늘 밤에는 여기서 영화 보고 놀자! 언니 무슨 영화 좋아해요?"
랩탑을 펼치며 웃어보인 리라는 제 옆자리를 두드린다. 우리만의 우주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잠들어 꿈나라에 갈 때까지 완벽히 아름다울 것이다.
서휘는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한 번 작품활동에 몰두하면 작업실에 콕 틀어박혀 나오는 일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거나 환기, 청소 같은 것은 알아서 하기에 그나마 바깥 공기를 마시긴 한다마는 그 모든 것을 서휘가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물며 이따금, 극단적일 정도로 작품에 홀린 경우에는-가령 그 빌어먹을 신데렐라라든지.- 방에 콕 박혀 그마저도 하지 않았으니 서휘는 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태오야."
똑똑, 문을 두드려도 대답은 없었다. 고양아, 똑똑. 아가? 똑똑. 문을 여럿 두드렸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자 서휘는 문앞에서 팔짱을 꼈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니, 지쳐 잠들었나? 아니면 또 이어폰을 끼고 작업중인가? 서휘는 고민의 끝에 문고리를 잡았다.
"음, 들어가마."
밥을 먹지 않았을 확률이 크니 뭐라도 먹이고 작업을 시키든 해야겠다. 서휘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문을 열었고, 크게 기함했다. 조그마한 몸집을 가진 태오는 유아형 안드로이드 앞에 무릎을 꿇듯 무너진 채 비구를 조그마한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었다. 조그마한 손가락 사이로 방울져 떨어지는 붉은 액체에 걸음을 성큼 내디딘 서휘는 바닥에 늘어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에너지 드링크, 그리고 먹고 치우지 않은 두통약 포장지를 지나쳐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태오를 품에 덥석 안아 비구를 가린 손을 치웠다.
"내가 미쳐." "……."
코에서 흐르는 피가 멎을 기미가 없자 서휘는 초점 없는 눈을 마주하다 코를 꽉 쥐며 고개를 강제로 숙이게 했고, 한숨을 쉬었다.
"네 몸이 지금 일곱 정도 된 듯한데 열아홉에 먹던 대로 먹는다고 버텨줄 것 같더니?" "……히히." "이게 웃겨?" "에헤, 에헤헤, 히히히히……."
서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슬쩍 눈을 굴려 작품에 시선을 고정했고, 마른 침을 삼켰다. 유아형 안드로이드는 고운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에 미세한 선이 있었다. 툭 건드리자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가졌던 안드로이드가 자신의 얼굴을 쥐더니, 그대로 얼굴을 쥐어뜯듯 좌우로 열어젖혔다. 태오가 만든 인조 안면 근육을, 그리고 그마저도 기계를 하나하나 연결했는지 벌어지는 연출과 함께 실제 뼈와 같이 개조한 내골격을 드러냈다. 사랑스러운 모습과 달리 끔찍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