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situplay>1597046525>975 나 지금 캡틴 괴롭히려고 움파룸파 피리 들었다가 그대로 떨궜음 하 젠장 미치겠군 아임스핀. 돌다. 돌아버리다. 하... 진짜 태오 입 딱 다물고있다가 "내 말했지. 너는 미워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묵직하게 뱉더니 어깨 꽉 붙들고 눈 마주치면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내 발언으로, 아주 만약이지만, 그 아이가 무너지면……?" "그땐 네가 날 탓할 수도 있는데." "나는 늘 최악을 상상해요…… 그리고 그 최악에 맞춰 행동하지…… 삶이 그러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들어맞는 결론이니까." "그리고 내가 본 결과가, 그것이었고." "……."
막 이러다가 고개 푹 숙이고 욕 진짜 세게 씹어삼킬 것 같구
"하 X발." "난…… 나와 같이 갈 사람이 있어." "……." "미치겠군, 그 사람이 이런 감정이었나." "아이에게 얘기는 꺼내보도록 하지. 그게 근시일은 아닐 줄 알고 있어요."
>>56 ㅋㅋㅋㅋㅋㅋ아악 너무귀여워!!! 얼추 알긴 하지만 확실히는 모르는구나 아 너무귀엽네 그래도 팍팍 쓰다듬진 않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배를 거기는 금단의 영역인 것을 저런😏 하 하냐냥 너무귀엽다... 이것이 강아지 집사의 귀여움 고양이 안아보면 물렁해서 놀랄거 같은 이미지
>>100 지금은 응 그렇구나 조심해서 들어와요~ 하고 올때까지 현관쳐다보고 있는데 이제 나중의 어떤 가능성의 루트에서는
"꼭 가야 하는 회식이야? 누구랑 가?" "심심한데... 언니 없으니까 추운데... 언제 올 거예요? 일찍 오면 안돼? 얼마나 일찍이냐고? 으음... 8시?"(전화 건 시간: 7시 35분) "술 마실거야? 왜 나랑은 안 마시고? 나도 잘 마시는데..." "...8ㅁ8 아니 그게 맞긴 한데 나 못 마시긴 하는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구 그냥 빨리 와 줘 보고싶어!!!"
땡깡이 아니라 징징인가 이건 떼를써요 (찡찡이: 우옹. (나보다 지가 더 찡찡거리는구만.))
>>10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가끔 성운주 필터빠질때 너무웃겨 정승같이귀가<<웃겨죽다
작달만한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작품에 몰두할 수는 있었지만, 이 조그마한 손으로 무겁고 큰 안드로이드를 커스텀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안드로이드를 향해 팔을 뻗었지만 닿지 않고,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높은 의자를 끌고 와도 까치발을 들어야했으며, 질질 끌고 가다 안드로이드 하나가 박살나기까지 했다. 태오는 골머리를 앓았다. 작품 하나의 컨셉을 정하고, 기본적인 외형 골조를 대강 완성하기까지 평균 한 달. 그렇지만 이 몸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앓던 태오는 조그마한 몸을 이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조그마한 손이 달그락거리며 나사를 풀었다. 이윽고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분리한 태오는 드물게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품을 만들 때만 나타나는 표정의 변화였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을까? 유아형 안드로이드는 조잡하게 생긴 1세대 모델이었고, 눈을 고이 감고 있었다. 전선은 혈관처럼 늘어져 있었고, 기름이 흘러 바닥을 적셨다. 태오는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꼭 끌어안으며 비죽비죽 새어 나오는 웃음을 삼키고자 노력했다.
"이런 모습도 참 예쁘다……."
인간보다 너희가 더 좋은데 말이야. 태오는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고이 쓸어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웅크려 앉듯 소중히 머리를 끌어안고 한참을 그렇게 있던 태오는 달뜬 한숨과 함께 축 늘어진 몸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번 작품은 순수라고 하자. 천진난만함을 표현하는 거야, 원래는 클리셰를 깨서 어른으로 표현하려 했는데, 아이로 표현하되 정신이 어른이면 더 새롭지 않을까. 벌써부터 영감이 샘솟는다. 태오는 안드로이드를 더없이 사랑스럽단 눈으로 쳐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서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안드로이드의 몸을 한 번, 그리고 분리된 머리를 껴안은 태오를 한 번 보고 헛기침을 했다.
"오늘도 안드로이드 머리에 푹 빠졌구나." "……사람의 머리를 이렇게 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태오는 눈을 사르르 휘었다. 그리고 속내를 읽어버렸는지 안드로이드 머리에 보란듯이 입을 맞췄다.
"질투하셨구나, 질투하셨어…… 추악하여라……." "돌아오면 어디 두고 보자꾸나." "두렵지…… 아니하답니다." "그래서, 머리를 분리한 이유가 있니?" "가죽을 벗기려고요." "……." "아름다울 거야……."
가끔 레이브의 미적 감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서휘는 부디 이 생각을 태오가 읽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혜우의 눈앞에는 일반적인 어머니가 있었다. 자신이 품고 낳은 자식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듯 바라보는 눈길. 가타부타 말도 없이 사라진 아들을 4년하고도 반만에 되찾은 그녀였기에, 그녀는 항상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들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가 잡고자 하는 다른 손이 있음을 알았고, 그런 다른 손이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도 큰 행복이었기에. 하지만 혜우를 계속 안고 있는 유준의 거동을 보고 호란은 무언가 눈치챈 기색이었다.
“아니요, 박사님. 무거울 텐데 아이들은 제가 안고 갈게요.”
손을 내미는 유준에게 고개를 저어보이며 호란은 성큼 다가섰다. 아이 두 명 안아들고 가는 것 정도야 그녀에겐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그런데 그 옆으로, 성운이 토옹, 하고 가볍게 깃털 떠오르듯이 튕겨올라왔다. 헬륨 넣은 풍선마냥 부드럽게 떠오른 성운은, 혜우의 손을 꼭 잡고는 우주유영을 하듯이 공중에 붕 떠서 다가와서는 혜우의 뺨에 자기 뺨을 비볐다.
그리고 유준은 묘하게 자신의 몸이 밀려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혜우는 자신의 몸이 살며시 떠오른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성운은, 팔을 뻗어 혜우를 자신의 품에 받아안았다.
“어머나···!”
뜻밖의 상황에 놀라는 소리를 내는 호란 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운은 공중에 동동 뜬 채로 혜우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남은 한 손을 뻗는 것이었다. 유준이나 호란 둘 중의 한 명이 자신과 혜우를 잡아줄 것이라고 믿는 듯이. 유준이 그렇게 필사적이지 않다면, 호란 여사는 자신이 성운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먼저 손을 뻗을 것이다.
짧은 소동이 정리되고 나서야, 호란 여사는 유준을 보며 이야기했다.
“차를 가져왔으니 제 차로 이동해요. 누리랜드에 대해서라면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러면─” “나아, ○○파크로 갈래.”
그때 성운이 입을 열었다. 15주년 때, 혜우와 같이 탔던 대관람차를 성운은 어렴풋이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0 작은 폭발이 일어나면 그에 휘말린 이들이 뒤로 넘어진다. 연기가 가고 나면 서있는 건 꼬마 한명, 성인 여성 한명 뿐이다.
"요즘 뒤숭숭하니 나대지 말고 연구소에 짱박혀 있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나간 애들을 다시 데려와야 하는 걸."
스트레인지까지 기어 나온 제 담당 연구원을 보고서 금은 한숨을 내쉰다. 다른 연구원들은 연구소에서 침낭까지 깔고 생활하는 것인데. 가출한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뛰쳐나가서 연락도 없질 않나. 혹시 몰라 핸드폰에 깔아놓았을 GPS로 찾았더니 스트레인지에 있지 않나. 거기서 쓸데없이 누군가를 돕다가 시비가 걸려 있었으니 피곤할 노릇이다. 바닥에 쓰러진 놈들을 발로 툭툭 차며 기절했는지 살피다간, 꼴이 말이 아닌 담당 연구원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작아진 신체랴, 그래도 능력은 여전한지라. 꼬맹이라 놀리던 놈들을 상대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으니. 금은 연구원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이끈다.
"..." "..." "안녕."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 라고 하면, 싫어할까?" "마음대로 하시죠. 뭘 해도 달갑지 않으니까요." "하하. 이런, 미운 털 단단히 박힌 모양이네." "어머, 그것 참 새삼스러운 말씀을." "우리 그 일은 서로 합의하여 진행한 것이었잖니. 왜 그리 뿔이 났을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시는 바람에 제 연인이 불필요하게 고통받았으니까요." "음- 그렇지만 저지먼트의 일정이 그렇게 될 줄은 너도 몰랐잖니. 섬에 이어 두 번째였으니, 어쩔 수 없는 처사였단다." "그 사정까지 제가 이해해야 할 의무는 없죠." "이런 이런, 말에 가시가 있다면 이미 수십번은 찔렸겠는 걸." "그러고도, 잘도 살아계시네요." "보시다시피 알량히 목숨 보존하는 것이 특기라서 그렇단다." "어련하시랴." "그럼- 인사는 이쯤 하고 이 자리에 충실해보자. 그래. 앞서 어르신들과 한 면담은 미리 보고 왔단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지?" "...칫." "대답은 제대로 해주렴." "네에." "옳지. 음, 나는 태생이 레벨 5였기 때문에 각성의 실감이라는 걸 잘 모르겠단다. 그러니 네게, 레벨 5가 가져야 할 미덕을 가르쳐줄게." "뭐, 남을 배려하고 초능력자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하고, 그런거요?" "하하하. 시시한 소릴 하는구나. 그런 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지. 내가 말하려는 건 조금 더 본질적인 것이야." "다 아는 척 씨부리긴..." "천 양. 나는 여기 네 선배로서 왔단다. 내가 그 외의 태도를 취하지 않게 해주면 좋겠어." "..." "내가 어디 속했음을 기억하고, 얌전히 들으면, 좋은 걸 얻어 갈 거란다." "...네." "그래. 천 양. 너는 앞으로 지금보다 더 겸손해야 한단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오만해야 하지." "..." "네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무구히 이타적이며, 동시에 깊숙히 이기적이어야 해." "..." "그리고 기억하렴. 너는 선택해야 하지만, 하지 않아도 된단다." "...무슨 의미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하하! 모르는게 당연한 거란다. 하지만, 그래, 갓 핀 꽃은 배우지 않아도 향을 흘릴 줄 아는 법이니." "무슨 소리야 대체." "조만간 때가 올 테지. 넌 이미 궤도에 올랐고, 흐름은 시작된 지 오래란다." "뭐... 새겨둘게요." "음. 그럼 이제 '내'가 주는 조언이야." "네?" "넌 이미 조건을 다 갖췄어. 그러니 망설이지 마. 원하는 것은 주어지지 않고, 바람은 흐르게 두어선 안 돼." "...뭘 알고 있는 거에요?" "네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지. 자, 면담은 여기까지란다. 지금부터는 사적인 얘기야." "뭐요." "언젠가를 위해,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니?" "조언에 대한 대가에요?" "편한대로 생각하렴. 듣고 거절해도 되고, 지금 거절해도 돼." "일단 듣고요." "착하기도 하지. 부탁이란 건 어려운게 아니란다. 때가 되면, 네 능력을 한 번, 우리에게 베풀어 주련." "그러니까... 치료의 의미죠?" "그래." "때는 언제인데요?" "나도 모른단다. 하지만 그리 머지 않았음은 알지." "말 몇 마디에 제 능력 한 번은 너무 큰데요." "그럼 네가 원할 때, 너를 위해 일해주마. 네 아래로 뻗는 뿌리가 되어 그늘을 누벼주는 건 어떠니." "..." "마음에 안 드니?" "...처음부터 그러려고 말 꺼냈죠?" "아하, 하하! 이런, 우리 후배님, 눈치가 빠르네. 반은 맞단다. 반은 말한 그대로고." "...그래요. 알았어요. 설마하니 저를 어디 팔아넘기진 않을 테니까." "물론. 맹세한단다."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없단다." "네에.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선 배 님." "잘 가요. 귀여운 후배님."
"안배는 끝났구나.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으니." "새 하늘은 어느 날개가 덮을까." "혹은, 어느 날개도 드리우지 않을까..." "기대 되는 걸."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커리큘럼 때문에 뇌파를 측정하며 약물을 주사받으면서도 내가 맞는 게 능력 개발용 약물인지 기분 좋아지는 약인지 헷갈렸다. 애가 되더니 정줄을 놨나라는 무언의 시선을 연구원이 보낸 건 덤이다. 그러고 나왔을 때 ◯◯◯랑 마주쳤다. 뜨끔했다. 실연당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인데 내 일 알면 착잡해하진 않을까? 하지만 얘기 안 하면 그거대로 섭섭하지 않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새 ◯◯◯이 급하면 화장실을 가지 뭐하냔다. 그 소리에 긴장이 풀려 고백했다, 고백받았다 두 마디 했더니 죽어 버리라며 슬리퍼를 벗어 던졌다. 더 때리라고 슬리퍼 줍다가 ◯◯◯이 속 읽히기 싫댔던 게 떠올랐다. 사이코메트리는 물건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 놀라서 보니까 녀석이 읽었냔다. 사이코메트리를 감수하기로 했어? 고맙다고 와락 껴안고 그래도 사생활 침해는 안 하겠노라 약속하는데, 징그럽다며 헤드락한다. 그러면서도 자긴 상대가 게이라서(아웃팅은 ㄴㄴ라며 누군지는 안 밝히더라) 도리 없이 차인 거니 신경 쓸 것 없단다. 알바 가서 걔가 먹고 싶다는 건 다 계산해 줬다.
>>153 >>0 커리큘럼실 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종이들과 여기저기 흩어진 부서진 타겟형 표적, 그리고 부서져 있는 화분들을 정리하고 있는 토끼 인형을 멀거니 바라보면서 담당 연구원이 사다준 시럽이 듬뿍 뿌려져 있는 말랑하고 탱글한 푸딩을 한입 떠먹고 있던 혜성은 핸드폰 알람에 시선을 돌렸다.
"....얘는 날 남자라고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농담인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근데 갑자기 왠 고백멘트? 양손으로 쥐기에는 조금 버거워서 무릎 위에 올려두고 액정을 두드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혜성은 둘둘 말아올린 소맷단으로 얼굴을 문질러 닦았다. 그 행동에 토끼 인형과 함께 커리큘럼실을 정리하던 담당 연구원은 기함을 토하며 달려와 물티슈를 이용해 혜성의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버린 옷이 몇개인줄 아냐. 자취하는 녀석이 피를 그냥 벅벅 닦아버리면 어쩌라는 거냐 둥 다다다 쏘아지는 잔소리에 불만스러운 듯 눈가를 찌푸리고 있던 혜성은 핸드폰 액정을 두드렸다.
선배가 더 좋은 기억으로 덧씌워 주겠다고 말해 준 날이 다가올수록 뭘 해도 사고가 그쪽으로 쏠리는 서연이었다. 나도 선배가 기뻐할 만한 거 준비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아 인첨스타를 뒤져봤다. 반지? 너무 급발진이잖아;; 프리저브드 꽃다발...은 예쁘지만 보관하기 애매하지 않을까? 개성주악은 또 뭔데? 고백선물 검색하는데 이게 왜 나와??;;;(맛있긴 하겠네) 한참 헤맨 끝에 레터링 케이크를 주문받는다는 게시물에 눈이 멎었다. 베이킹 잘하는 부원한테 도움받으면 직접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팬케이크 하나 못 굽는 주제에 어마어마한 야심을 품고 만 서연이었다. 부장께 이런 일을 부탁드리기는 죄송하고, 새봄이는 요즘 바쁘고, 영희한테 부탁해 볼까?
@김영희 [ 영희야 영희야 ]> 김서연 [ 혹시 케이크 만들기 가르쳐 줄 수 있어? ]> 김서연 [ 맛난 거 쏠게! 체리맛으로!! ]> 김서연
톡을 보내고도 좀 아쉽다. 케이크는 먹으면 끝이니까. 남는 선물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목화고로 와서나 바깥 세상의 학교를 다닐 때나 연애하다 헤어졌다며 커플템 처분으로 골머리 앓는 애들을 더러 봤으니) 제격이긴 한데, 그래도, 뭔가, 아쉬워. 간직할 수 있되 여차했을 때 처분하기 안 아까운 거면... 편지? 이번엔 잘 쓸 수 있을까? 했으나 작아져라 빔의 답례 겸 리라에게 편지 쓸 때가 떠올라 굳고 마는 서연이었다. 이 손으론 글씨 예쁘게 못 쓰는데... 에이, 몰라~ 어린이 모습으로 할 수 있는 거 해 보는 것도 추억이지! 일단 써 보고, 너무 엉망이면 원래 몸 된 뒤에 새로 쓰자!!
그렇게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첫 문장을 쓰다 고치느라 편지지만 여러 장 버리고 말았다. 뒤늦게 폰 메모앱으로 내용을 미리 작성하고서야 편지지에 옮겨 적을 수 있게 된 서연이었다.
수경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아침에_일어나자마자_하는_일 최근은 입원 이후에(*어느 쪽 입원이든) 안정을 위해서 테스트 상브르에서 자는 경우도 꽤 있어서 깨어나면 샤워부터 할것 같은 느낌 있어요... 그걸 일어난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점은 넘어가더라도.
죽은_자캐에게_돌아가자고_했을_때_자캐의_반응 로벨 연구소 인원들이랑 언니누나같이 잘 생활하고 있는데 돌아가자고 하는 그런거면 제가 어디를 가나요? 같은 반응일 거 같긴 한데.. 그럴 확률보다 무너진 폐허의 건물 사이 한 켠에 기댄 당신이 먼지가 묻고 눈물을 글썽일 것 같이 영영 헤매이는 듯한 상황이 더 설득력있다. 그렇지만 돌아가자고 해도 돌아가자는 것을 거절할 것 같은데. 이런 곳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무너져버려서?
이럴 때에는... 조금 다른 방식도 나쁘지 않을지도.
마법에_걸려_세상의_많은_사람들이_자캐를_좋아해주는데_자캐가_소중히_여기는_사람들만이_자캐를_싫어하게_된다면 이게어떤 그... 음.. (중략)이라서무섭긴한데... 아무튼 그렇게 되면 마지막 그게... 선? 그런게 와장창나서 시들시들해지다가...(이하생략)
당신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의_그리움은 당신은 그와 그녀를 상당히 그리워했습니다. 당신의 기억과 실감 속 다른 그리워하는 이들은 이제는 텔레포트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먼 곳에 위치해 있거나 이미 만나서 그것을 해소하였지만, 그들은 넓은 의미에서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으나 닿지 못하니까요. 이미 그들은 그 존재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그 존재에게 더 큰 것을 품고, 해하고 싶어지고 맙니다.
자캐의_웃음은_진짜_가짜 대부분은 진짜에 가까워요. 하지만 가끔 자기암시적인 것으로 버텨야 할 때엔 가짜겠지요.
자캐가_호감을_가지는_사람의_유형은 아... 당신은 의외로 안티스킬이나 저지먼트활동하는 이들에게 호감을 가질 확률이 높나... 그리고 그 존재를 싫어하는 이들..? 약간 집착적인 면이나 고통받아서 좀 망가진 성향을 받아들여주는 이들에게 호감 가지기는 하겠죠.
>>204 >>208 수경주 진단 두 번째 세 번째 질문 내용이... 상상만 해도 찌통인 것들인데요;;;; 수경이가 시련을 많이 겪고 있는 캐라 질문도 저런 게 나오나 싶고, 어휴;;;; 앗! 듣고 보니 그거도 그러네요. 애벌설거지 하자고 텔포 쓰느니 그냥 식세기를 사는 게 낫겠어요... 타서 눌어붙은 거 떼어내는 건 효과 좋겠네요 ><
>>209 >>211 영희주 안녕하세요오오오오 >< 잠은 좀 주무셨나요? 오늘 진행...(동공지진) 그러네요 지표면을 들어다 메테오로 던져 버리는 미친 포스;;;;;
[김영희]: 후후후, 잘 물어봤노라, 서연이여~ [김영희]: 이 케이크 마스터 영희님이 다 가르쳐주겠으니~ [김영희]: 이 주소로 오라~(영희네 집)
[ 땡큐 땡큐!! 🙇 ]> 김서연 [ 지금 갈게!! >< ]> 김서연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서는 가방을 텅텅 비워다가 서연은 자기가 알바하는 점포부터 들렀다. 체리맛 콜라, 사탕, 젤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따위를 사다 가기 위함이었다. 사장님이 너 어디 피난 가냐고 황당해했다만, 사람은 모름지기 신세를 지면 갚아야 하는 법! 아이스크림은 체리X루보단 체리X빌레가 더 맛있나? 긴가민가하다가 결국 베스X라X스에도 들렀다.
그렇게 한 짐 잔뜩 지고 짜리몽땅한 다리 대신 대중교통에 의지해 가며 영희가 찍어 준 주소로 향했더니, 와. 생각보다 큰 주택이다. 집 주변을 에워싼 벚나무의 잎은 감색으로 곱게 물들었다. 멋진 집이네. 일전에 부실에 갖다 뒀던 각종 설비도 그렇고, 영희 진짜 재벌집 자제쯤 되나? 아니면 이거도 영희 주변은 만화가 되는 영희 특유의 능력(???) 영향일까? 알수록 신기한 친구라고 감탄하며 벨을 눌렀다.
영희는 서연도 체리맛 식품도 반겨 주었다. 진짜 체리 좋아한다니까. 그러고 보니 가구들도 체리 모양으로 장식된 것이 많다. 알고 보면 피도 헤모글로빈이 아니라 체리 과즙으로 되어 있지 않을까? 망상이지만 영희는 워낙 만화 같은 친구라 마냥 망상 같지만은 않다.
영희를 따라 들어선 부엌엔 재료와 기구가 이미 다 준비되어 있었다. 와, 엄청 본격적이잖아. 요리 영상에서 보던 것들 다 있어. 이래서 첫날에도 타르트를 그렇게 잔뜩 준비할 수 있었던 거구나. 근데 과일은 모두 체리네. 영희답다고 생각했다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케이크 만들겠다면서 가장 먼저 확인했어야 할 사실을 놓쳤다... 선배 무슨 케이크 좋아하시지??!!
급히 톡을 열었으나, 막상 보내려니 머릿속이 하얗다. 어떻게 물어야 자연스럽지??? 썼다 지웠다를 되풀이한 끝에 나온 메시지는 누가 봐도 뜬금없어 보이는 극단문이었다.
@강철현 [ 선배, 체리 좋아하세요? ]> 김서연 [ 초콜릿은요? ]> 김서연
그렇게 뻘뻘거리고 보니 영희는 특유의 쾌활한 얼굴에 더욱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케이크를 가르쳐 달랄 줄은 몰랐다고. 정곡. 나도 몰랐거든. 내가 케이크 만들고 싶어질지. 머쓱해져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찰나, 영희가 재료와 도구를 가로막기라도 하듯 양팔을 쫙 펼쳤다. 다음 순간 서연의 얼굴은 끓는 토마토스튜처럼 되고 말았다. 영희가 소동물처럼 앙증맞은 모습과는 딴판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서였다.
" 어? "
아, 어떡해;;;; 상상하니 쑥스럽고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머리를 굴리고 눈을 굴려도 답이 안 떠오른다.
거짓말이 아닌 선에서 둘러댔더니 조용하다? 뭐 문제 있나? 여러모로 머릿속이 부글거리는 서연이었다. 등줄기로 땀이 나는 게 느껴졌다. 뻘쭘한 가운데 폰을 가방에 넣어 두려는데
" 꺅!! "
간지럼을 태울 줄이야!! 펄쩍 뛰며 거리를 벌렸다. 가까워졌다간 낭패다!! 테이블 너머로 도망갔더니 영희가 추궁(???)을 시작했다. 목적과 받는 사람... 맞는 말이다. 그냥 케이크가 아니라 레터링 케이크를 만들고픈 거니. 표면에 문구를 써야잖아. 근데 대충 안다고? 진짜?? 쥐구멍을 찾고 싶어진다. 그러나 쥐구멍은 없으니 테이블을 쥐고 쪼그려 앉는 서연이었다.
부끄러...... 쥐구멍 찾기보다 서해 바다 입수가 빠르지 않을까? 하는데 영희가 초성까지 얘기해 버린다. 진짜 아나 보네! 환장한다!! 그때껏 뻣뻣하던 목이 확 트인다.
" 저 저 저, 영희야. 니가 생각한 거 맞아!! 고백용이야!! "
" 근데, 어...누군진 나중에 말하면 안 될까? "
" 내 얘기기만 하면 상관없는데 상대가 얘기하고 싶을지는 모르니까... "
선배가 상관없어하면 얘기가 아니라 자랑...아니 아니, 그건 너무 나갔고! 어쨌든!! 아직은, 못 밝히겠다.
닫힌 방문 앞에서 찡찡이가 격렬하게 찡찡거리고 있었다. 이에 리라의 손은 한결 더 급하게 움직인다. 언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며 랑을 거실의 빈백에 앉혀놓고 방에 들어온 지 30분이 흘렀지만 준비는 약 6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이거,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구나. 스케치북에 잔뜩 그려놓은 심플한 별과 달, 그리고 보다 실감나게 색칠한 여러가지 항성과 행성들을 바라보던 리라는 이윽고 종이를 한 장 더 넘겼다. 거기에는 버블건처럼 생긴 기계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다만 일반 버블건과는 좀 다르다. 쏘는 순간 별가루와 은하수가 흘러나와 공중에 둥둥 뜰 테니까. 리라는 하얀 과슈를 꺼내서 남색 배경 위에 반짝이를 더 추가한다.
- 우와아아오오오옹! 삑...
어? 조용해졌다. 갑작스러운 정적에 의아해하던 리라는 재차 그림에 집중한다. 종이 위에 손을 뻗어 별들을 하나 둘 실체화 시키고, 별가루 총을 쏴서 은하수를 공중에 띄우면 아름다운 인공 밤하늘이 형성된다. 항성, 행성, 별들을 배치하던 손은 곧 창문에 걸린 커튼을 잡는다. 촤악! 마지막으로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자, 리라의 방은 비로소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건...!
아무래도 이 고양이는 우는 것 대신 문을 열 수 있는 걸로 보이는 사람을 포섭하기로 한 모양이다. 방문 앞을 떠나자마자 랑의 근처로 걸어와 알짱거리던 찡찡이는 10분 뒤 방문이 알아서 열릴 때까지 랑의 발밑을 맴돌았을 것이다. 어쩌면 중간중간 랑의 몸에 머리를 부비려고 시도했을 수도 있고.
그런 것 치곤 정말로 문이 열렸을 때 득달같이 방 안으로 뛰어들어가지도 않았으니, 참 속 모를 고양이구나 싶다.
"언니! 이제 들어와도 돼요!"
뭘 했는지 조금 매무새가 흐트러져 있는, 그러나 눈만은 반짝거리는 리라가 랑에게 다가간다.
"쨘! 서프라이즈!"
만약 리라의 손을 잡고 방 안에 들어갔다면 랑은 이불과 담요로 얼기설기 세운 텐트와 실내 곳곳에 떠 있는 조그마한 별, 달, 항성과 행성들을 감싸는 은하수의 흐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텐트 겉에 달린 LED 스트링 라이트는 아늑하고 은은한 빛을 발한다.
"어때요? 좀 급조한 티는 나도 나쁘진 않죠?"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리라는 곧 근처에 떠 있던 둥근 항성 하나를 잡아다 내렸다. 하얗다 못해 약간 푸른빛을 내는 밝은 항성이 어두운 방 안을 밝힌다.
"다른 것도 다른 거지만 이건 더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리우스라는 별을 그린 건데, 이 별은 천랑성天狼星 이라고도 불린대요. 하늘의 늑대 별. 랑이 언니랑 이름이 같아서 그런지 제일 공들이게 되더라고요."
지구에서 보이는 천체 중 가장 밝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알파성. 겨울의 대삼각형을 이루는 항성 중 하나. 그런 수식어들이 어쩐지 눈앞의 사람을 연상케 해서, 그리는 손길에 무심코 더 정성을 담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은 모조 항성은 유독 더 아름답고 정교하게 빛나는 듯 하다.
이내 살짝 웃어보인 리라는 항성을 쥔 채 텐트 안으로 걸어들어가 랑에게 손짓한다. 그늘 드리워 약간 어두웠던 텐트 안이 조그마한 시리우스 A로 인해 단숨에 밝아졌다. 그 빛에 드러나는 건 잔뜩 쌓여 푹신해 보이는 이불과 쿠션. 서연이 줬던 계피맛과 박하맛, 딸기맛 사탕을 잔뜩 담은 플라스틱 볼. 큼직한 탄산 캔 음료 두 개. 그리고— 은색 표면의 랩탑이었다.
"언니도 들어와요! 오늘 밤에는 여기서 영화 보고 놀자! 언니 무슨 영화 좋아해요?"
랩탑을 펼치며 웃어보인 리라는 제 옆자리를 두드린다. 우리만의 우주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잠들어 꿈나라에 갈 때까지 완벽히 아름다울 것이다.
서휘는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한 번 작품활동에 몰두하면 작업실에 콕 틀어박혀 나오는 일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거나 환기, 청소 같은 것은 알아서 하기에 그나마 바깥 공기를 마시긴 한다마는 그 모든 것을 서휘가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물며 이따금, 극단적일 정도로 작품에 홀린 경우에는-가령 그 빌어먹을 신데렐라라든지.- 방에 콕 박혀 그마저도 하지 않았으니 서휘는 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태오야."
똑똑, 문을 두드려도 대답은 없었다. 고양아, 똑똑. 아가? 똑똑. 문을 여럿 두드렸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자 서휘는 문앞에서 팔짱을 꼈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니, 지쳐 잠들었나? 아니면 또 이어폰을 끼고 작업중인가? 서휘는 고민의 끝에 문고리를 잡았다.
"음, 들어가마."
밥을 먹지 않았을 확률이 크니 뭐라도 먹이고 작업을 시키든 해야겠다. 서휘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문을 열었고, 크게 기함했다. 조그마한 몸집을 가진 태오는 유아형 안드로이드 앞에 무릎을 꿇듯 무너진 채 비구를 조그마한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었다. 조그마한 손가락 사이로 방울져 떨어지는 붉은 액체에 걸음을 성큼 내디딘 서휘는 바닥에 늘어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에너지 드링크, 그리고 먹고 치우지 않은 두통약 포장지를 지나쳐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태오를 품에 덥석 안아 비구를 가린 손을 치웠다.
"내가 미쳐." "……."
코에서 흐르는 피가 멎을 기미가 없자 서휘는 초점 없는 눈을 마주하다 코를 꽉 쥐며 고개를 강제로 숙이게 했고, 한숨을 쉬었다.
"네 몸이 지금 일곱 정도 된 듯한데 열아홉에 먹던 대로 먹는다고 버텨줄 것 같더니?" "……히히." "이게 웃겨?" "에헤, 에헤헤, 히히히히……."
서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슬쩍 눈을 굴려 작품에 시선을 고정했고, 마른 침을 삼켰다. 유아형 안드로이드는 고운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에 미세한 선이 있었다. 툭 건드리자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가졌던 안드로이드가 자신의 얼굴을 쥐더니, 그대로 얼굴을 쥐어뜯듯 좌우로 열어젖혔다. 태오가 만든 인조 안면 근육을, 그리고 그마저도 기계를 하나하나 연결했는지 벌어지는 연출과 함께 실제 뼈와 같이 개조한 내골격을 드러냈다. 사랑스러운 모습과 달리 끔찍한 모습이었다.
원래는 막 붙들면서 간지럼으로 정보를 내놓게 할 셈이였는데, 서연은 마치 다람쥐 마냥 요리조리 피해서 얼른 테이블 밑으로 피신했다.
영희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야~ 서연이, 진짜 빠른데? 어렸을적 한번도 못잡아 본 뒷산 보스 다람쥐 같았어!"
사랑을 하면 신채능력도 올라가는건가? 인체의 신비(?)에 세삼 놀라면서 오늘도 하나 알아가는 영희 였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황급하게 고백용라고 말하는 서연이를 보면서, 영희는 미소지었다. 마지막 까지 철현 선배(반응 보면 100%다.)을 마음씨를 보고, 어차피 재미도 다 봤겠다, 영희는 심술을 그만 부리기로 했다.
더 놀리다 "단톡방에 이 경사를 모두에게 알려야지!" 같은 소리를 하면서 올리는 시늉이도 하면 서연이에게 살해 당할수 있으니까 말이다.
뭐, 맛난 디테일은 나중에 날 잡아서 들으면 되겠지. 영희는 능숙하게 서연을 테이블 밑에서 끄집어 내면서 생각했다.
"당연히! 비밀은 지켜줄께~"
"이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복이 터졌네~ 서연이 같은 귀엽고 맘씨 좋은 애인이 생긴다니 말이야~"
"서연이가 아까울 정도인데? "
영희 나름대로 뭘해도 부끄러워 하고 자존감이 낮은 서연을 격려하는 말들이였다. 그래. 서연이는 사랑 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
"뭐, 장난은 이제 그만하고...이제 시작할까? 케이크 만들기."
오늘은 좀 기합 팍 넣고 해야겠다고 영희는 다짐했다.
"그 전에 손씻고 오자~ 여기 앞치마도 입고!"
물론 요리의 기본인 위생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녀들베이킹중------------------ ※ 원래 영희주의 진짜 슈바르츠발트 키르쉬토르테 레시피를 적으려 했으나, 시간 관계상 스킵하겠습니다~ (필링에 체리 뿐만이 아닌 산딸기, 딸기들이 들어가는 것, 그냥 생크림이 아니라는 것만 다르지만) -----------소녀들베이킹중------------------
여차저차해서 서연이표 슈바르츠발트 키르쉬토르테,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이야~ 이 케이크, 케이크 처음 만들다던 서연양이 만든것 같지가 않는데? 재빵에 재능이 있어? 아니면 사랑의 힘이라들지~"
원래 재빵이란 요리 중에서도 꼭꼭 게량이 매우 중요해서 초심자가 따라하기는 좀 어려웠을텐데, 서연이는 아주 짤떡 같이 따라와주었다. 그래서 이런 멋진 결과물이 나올수 있엇던 것이다.
모양이 좀 삐뚫어 지거나, 크림이 좀 많이 들어갔거나, 필링만들 때 설탕을 좀 많이 넣거나 그랬어도, 이 케이크에는 애정이 듬뿍 들어가 있었다는건 한눈에 볼수 있었다.
상단은 휘핑크림과 체리로 장식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서연이가 원하는건 레터링 케이크. 위에 아무 장식도 되어있지 않은 케이크에, 영희는 서연이에게 버터크림 짤 주머니를 건냈다.
이벤트는 끼어들 틈 있으면 끼어드는 걸로 생각은 해볼게 틈 못찾고 고장난 안드로이드처럼 굴 것 같기는 한데
커리큘럼 부작용에 대한 건 오너의 재량껏 가능한가? 리버티 사태가 있음에도 연구원들 사이에서 학대에 가까운 커리큘럼은 여전히 성행하는가. 가령 잠시 휴가나 윗선에 불려가느냐고 자리를 비운 담당자를 대신해 온 대리 연구원이 자리 비운 연구원이 남겨둔 인계표를 무시하고 자기 판단대로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사례 있는가.
다급하면 없던 힘도 나오나? 어찌어찌 피신(???)에 성공했다. 영희가 진심으로 잡고자 했다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그렇긴 해도 이 이상 추궁하면 노답인데. 쪼그린 채 쩔쩔매는데 영희가 테이블에서 나올 수 있도록 잡아 주었다. 비밀도 지켜 준단다.
" 고마..!! "
말을 맺기도 전에 도로 열이 확 올랐다. 눈치 챘으면서 부러 저러니 더 민망한데, 어쨌거나 모른 척해 주는 거니 말리지도 못한다. 손부채질론 모자라 추리닝 옷깃을 흔들다가 이어지는 칭찬에 영희를 보았다. 놀림조지만 거기 담긴 건 무엇보다 확실한 격려였다. 서연은 의욕에 찬 영희를 물끄러미 보았다. 작지만 강하고 언제나 쾌활한 친구. 그런 친구가 고맙게도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있다.
" 고마워!! "
그렇다고 감동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목적이 명확하니까. 영희 말대로 위생도 챙겨야지. 잘 돼야 할 텐데, 이런 준비를 하며 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차분히 하려는 서연이었다.
이후 영희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고 시범 보여 주는 걸 따라해 가며 만든 케이크는, 입을 꿰맸다가 풀어 줘도 판매용 케이크처럼 반듯깔끔하다고 할 순 없지만, 케이크라 주장하기엔 충분한 모양새였다. 시트도, 크림도, 체리도, 초콜릿도 만들면서 맛을 확인했으니 괜찮겠지! 뿌듯하고 마음 놓이면서도 신기하다. 내가 이걸 만들었다고?? 물론 8할이 영희 덕이지만.
" 고마워~ 영희야! 니 덕분이야!! >< "
그래도 방심은 일렀다. 이제부터 할 일이 가장 중요하니까. 영희가 여러 번 연습시켜 줬으니 떨지 말고... 그렇게 다독이면서도 알게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며 서연은 버터크림 짤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연습은 했어도 익숙지 않은 베이킹에 긴장도 한 터라 더러 글씨가 비뚤어지기도 했지만 어찌어찌 써낸 문구는
>>344 오너의 재량껏 가능한데 막 시한부가 되거나 하는 것은 없으니까 그 점만 지켜주신다면...(굽신굽신) 여전히 하는 이는 하고 있어요. 그래서 네가 뭐 어쩔건데? 강해지기 싫어? 계수 올리기 싫어? 이런 느낌으로 말이에요. 그리고 그런 케이스는 생각보다 매우 많아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서로 연구원들끼리 싸우기도 하고요. 물론 잘 지키는 이들도 많답니다.
>>328 영희주 앗 앗 ㅎㅎㅎ 전 케이크가 2개는 만들어졌을 줄 알았어요~ 영희가 시범 보여 주면서 만든 케이크 하나, 서연이가 어설프게나마 만든 케이크 하나 그렇게요. (배터지게 먹을 수 있겠다!! ) >>346을 막레로 받아 주셔도 좋고 내키시면 더 이어주셔도 좋아요~ 영희에게 하드캐리 잘 받았습니다(그랜절)
마침내 승부가 시작되었습니다. 강함을 추구하고 집착하는 파괴자 디스트로이어. 그리고 그것을 부정하고 모두가 함께 맞서는 저지먼트. 누가 승자가 될진 알 수 없었으나, 치열한 전투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서연의 말에 디스트로이어의 고개가 살며시 돌아갔습니다. 이어 그는 앞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했습니다.
"...핫. 계속 그쪽으로 찌를 생각인 모양이지? ...애초에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갔기에 그들도 나에게 이런 기회라도 주는 거 아니겠나? ...그래. 강하기에 기회라도 얻는거야. ...약자는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지. 안 그러나? ...그 애가..그랬던 것처럼..."
아주 순간이지만 디스트로이어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잠깐 생긴 그 틈. 그걸 이용해서 이경이 파고들었습니다. 퍼스트클래스 용 캐퍼시티 다운의 기억이 디스트로이어의 머릿속에서 재생이 되었습니다. 순간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빈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리라가 그 사이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게 맞다고 한들 어쩌라는거냐. 안 꺼져?!"
이어 디스트로이어는 리라의 멱살을 잡기 위해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그녀에게로 시선이 쏠렸기에 그는 앞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어 청윤과 영희가 합동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그걸 뒤늦게 확인한 디스트로이어는 바로 앞에 파편을 몇 겹이나 띄워서 그것을 막아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레이저는 그것을 뚫고 나아갔습니다. 점점 파편이 뒤로 밀려나갔고, 이내 레이저가 마지막까지 뚫진 못했지만 파편을 그대로 날렸고, 디스트로이어의 배에 명중했습니다.
"큭!"
한편 수경의 말을 듣고서 세은은 가만히 수경을 바라봤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디스트로이어는 천천히 일어선 후에 수경의 말에 대답했습니다.
"핫. 그 말을 지금도 고통받는 약자들에게 그대로 할 수 있긴 한가? ...여기서 철학놀이를 할 생각이라면 도서관에나 가라. 네놈과 철학놀이를 할 생각 따윈 없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동월이 뒤에서 등장했습니다. 동월은 이어 쇠구슬을 날렸습니다. 그것은 이내 성운의 능력과 더불어서 엄청나게 빠르게 날아갔고, 디스트로이어는 반사적으로 팔로 구슬을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구슬은 날카로웠고, 그의 팔은 약하게 베였습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그는 몸을 옆으로 날렸습니다. 하지만 검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고, 그의 얼굴이 다시 한번 약하게 긁혔습니다. 피가 약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까요? 이어 성운이 연달아 과중력을 디스트로이어의 머리에 보냈습니다. 자신의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디스트로이어는 크게 기합을 외쳤습니다. 이내 과중력이 아주 가볍게 역과중력으로 사라졌습니다.
"건방 떨지 마라. ...나에게 그따위 중력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앙?!"
그와는 별개로 혜우의 능력은 계속해서 발동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모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중력에게서 모두를 지킬 수 있도록. 하지만 혜우도 사람. 조금씩 어지러움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 크리에이터가 허공에서 키보드를 치는 행동을 멈췄습니다.
"좋아. 이 아저씨. 지금 이 자리에는 계속해서 주어지는 중력은 코드로 없앨 수 있었어. 조금은 나아졌을거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가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꾸 자신들을 억누르던 중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그걸 느꼈는지 디스트로이어는 작게 칫 소리를 냈습니다.
한편 한양은 그 사이에 언론사로 워프했습니다. 오. 이건 특종이야!! 한양의 말에 관심을 보이던 기자들은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아무래도 취재를 하려는 모양이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이번에도 아무래도 성공적으로 넘어가려는 모양입니다. 물론 거리가 멀었으니, 디스트로이어와 저지먼트가 싸우는 모습까지는 조금 찍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 신문 기사에 특종으로는 나오겠죠.
한편 철현은 랑을 대피시키고... 랑 역시 위험한 기운을 아주 강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거기에 있으면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어쨌든 랑이 멀어지자 캐퍼시티 다운을 재생했습니다. 크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곳은 승호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살려줘!! 이게 뭐야!! 대체 뭐냐고!! 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승호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잡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으아아악!!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결국 그는 철현이 의도한대로 털썩 쓰러져 기절했습니다. 아마 천천히 끌려나가지 않았을까요?
한편, 디스트로이어는 가만히 저지먼트 멤버를 바라봤습니다. 그러더니 팔을 앞으로 뻗었고 있는 힘껏 반원을 그리면서 흔들었습니다.
"...보여주마. 이것이.. 강함이라는 것이다. 이 힘이 있기에 나는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발언권이 생긴 것이다!!"
그 순간 대지가 흔들렸습니다. 이내 대지가 갈라지며 불규칙적으로 솟아올랐다가 내려갔다를 반복했습니다. 저지먼트 멤버들은 아마 균형조차도 잡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어 이곳저곳의 지면이 아주 깊게 깊게 뽑혀나왔습니다. 그 수는 총 50개. 그 덩어리는 일제히 떠올랐고, 곧 하나가 되어 뭉쳤습니다.
그리고 디스트로이어가 다시 손을 움직이자 지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움직임을 봉하려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커다란 덩어리는 더더욱 안으로 뭉치기 시작했고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무차별적으로 메테오처럼 파편들이 무수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하나하나에 실려있는 중력 에너지는 상당히 강했고, 먼저 파편이 떨어진 지면은 작은 폭발이 일어나며,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습니다. 말 그대로 운석입니다. 봄의 그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 저것에 맞으면... 중상은 각오해야 할 것 같군요. 병원 전치 8주는 되지 않을까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요.
과중력이 거두어졌다. 성운은 크리에이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후에, 흔들리는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 정도로 당신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 리가. 당신에겐 모기 무는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나도 가볍게 잽을 뿌린 정도에 불과하다고. 약간의 틈··· 그거면 충분해.”
그래, 방금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 하나 가볍게 기절시키는 잽에 불과하다. 진짜 사력을 다해야 할 부분은, 지금부터다. 성운은 운석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운석 폭격처럼 쏟아지는 돌덩이들에 편향 중력을 부여해 마치 모세의 기적을 재현하는 것처럼 양옆으로- 가급적 휘말려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을 만한 곳으로 밀쳐내려고 했다.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은 무리다. 그러면 하다못해, 우리 쪽을 피해가게끔 궤도를 비튼다. 억지로 들어올리는 것보다 그 편이 더 효율적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성운에게 연산한계에 도달할 정도의 과연산이 걸릴 것은 자명했지만, 성운은 자신의 한계 내에서 능력을 최대로 전개해 운석들을 양옆으로 밀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면서 이 악문 소리로 성운은 인이어를 통해 나직이 말했다.
대지가 흔들리고 커다란 덩어리가 운석처럼 떨어져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며 혜성은 중얼거렸을 것이다. 이길 수 있을리 없다. 냉정히 굴러가는 머리가 명료한 결론을 내놓았다. 운석이 떨어지며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크고 작은 소리들을 향해 귀 기울이던 혜성은 생각을 멈추고 집중하기 위해 박수를 치는 제스처를 해보였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의 파동들을 전부 압축하여 디스토리어의 능력으로 지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는 운석들을 전부 타켓으로 삼아, 파동을 최대로 끌어올린 초음파 커터들을 날릴 셈이었다. 박수를 치기 전 입안에 진통제를 던져넣는 걸 잊지 않았다.
"근데 그럼 뭐해. 당신보다 약한 학생들을 향해 화풀이하는 게 얼마나 꼴사나운지 알아야하는데."
" 어어.. 지금 리버티는 다 진압했는데.. 지금 저지먼트와 디스트로이어는 지휘권을 두고 서열싸움을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퍼스트클래스들끼리의 싸움인지라 스케일이 좀 크네요. 하지만 크리에이터의 녹색지대 안에서 벌어지는 서열싸움이니깐 안심하셔도 됩니다. "
한양은 기자들과 함께 거리가 좀 있는 녹색지대 밖에서 이들의 싸움을 보기 시작하고, 디스트로이어가 본격적으로 힘을 쓴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단순히 파편들을 올리고 내치는 것...잠시만.. 그런데 왜 '중력'인데 저런 컨트롤이 가능한 거지? 분명 중력이 적용된 위치는 그 물체도 같이..
" 젠장... "
그래.. 내가 착각했어. 디스트로이어의 이치에서 벗어난 효과.. 바로 중력 에너지를 '좌표'가 아닌, '물체'에도 적용시킬 수 있었던 거야..!!!
한양은 기자들에게 녹색지대 안으로 들어오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아저씨!!!! 방금 언론사에 저희와 아저씨가 동맹을 맺었다고 말하고 왔어요!!! 지금 아저씨 사진 다 찍히고 실시간으로 기사 졸라게 올라가고 있어!!!!! 아저씨가 리버티를 확실히 못 움직이게 한다면서요!!! 그래서 우리가 편 먹은 걸 대중에게도 알렸어요!!! 그래야 리버티도 쫄아서 못 움직이지! 저 잘했죠?!?!?!?! "
녹색지대 밖의 기자들의 귀에도 들릴 수 있을 만큼 크게 말했겠다.
" 근데 서열싸움을 해도 스케일이 너무 큰 거 아닌가요!!!!??? 지금 기자들이 아저씨 사진 다 찍으면서 기사들도 실시간 갱신 중인데!! 못 믿으면 지금 휴대폰 켜보던가!!!!! 아저씨 지금 존X 인첨공 셀럽이야!!!! 내일 아침에는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아저씨 뜨겠어요!!! 성공했네!!! 디스트로이어!!!!!! "
한양은 그러면서도 떨어진 파편들을 염동력으로 조종해서 디스트로이에게 강렬하게 돌진..돌진을 시키는데.. 디스트로이어에게 일정거리 이상으로 접근하자, 그 파편들의 컨트롤을 풀어버린다. 그렇다. 이 파편으로 공격하려는 건 디스트로이어의 신경과 시선을 끌기 위한 페이크.
진짜 공격은 파편에 신경이 몰린 틈을 타서 반응하지도 못하게 디스트로이어의 뒷통수를 염동력으로 강하게 충격을 주어서 공격을 하려고 했겠다. 시전자를 공략하면, 저 파편들에 담긴 중력 에너지가 풀리거나, 어느정도 약해지겠지.
디스트로이어는 서연에게 슬쩍 눈길을 두는가 싶더니 이내 앞을 보며 대꾸했다. 무시하는 말투인데도 내용은 하나하나 참 성실한 반박이다. 일일이 진지하게 대응하는 타입이란 생각이 굳어지는 동시에 묘한 비감이 들었다. 자신에게 족쇄를 채운 원수 같은 자들에게 도구로 쓰이는 것을 '기회'라고 여기다니.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뒤집고도 남을 힘을 지닌 강자인데도. 이 도시는 정말 미쳐 돌아가고 있구나. 서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그러게요.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죽도록 애쓰신 보람이 있게, 시키는 대로 할 기회 말고 시키는 대로 안 해도 되는 기회를 얻으셨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
서연이 그렇게 하나마나인 한탄을 하는 사이 디스트로이어가 주춤했다. 이경이가 뭔가 한 거 같다. 뒤이어 리라가 9년 전의 일을 물으며 다가가자 디스트로이어는 당황한 티를 감추지 못했다. 그때 청윤이의 공기탄과 영희의 레이저가 합쳐진 듯한 공격이 디스트로이어에게 적중했다. 그런 타격을 받고도 디스트로이어는 수경이에게도 따박따박 대꾸했다.
정말 진지하다! 아니면 아직 여유가 있는 걸까? 어느 쪽이건 여유 부리게 두지 않겠다는 듯 동월이가 쇳덩이를 날렸다. 날카로워지긴 했어도 속도는 평범한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중력에 당겨진 것처럼 급격히 빨라졌다. 성운이 힘이다! 그렇게 동월이는 디스트로이어에게 자상을 입혔고, 성운이도 추가타를 넣는 것 같았다. 그러나 눈눈이이 중력에는 중력일까. 디스트로이어가 기합을 지르자 성운이의 힘은 상쇄된 거 같다. 그틈에, 피라도 뒤집어쓴 거처럼 붉은 기운을 두른 태진 선배가 하늘로 솟구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디스트로이어가 있는 곳을 내리찍었다. 이 미친 중력을 힘으로 뚫고 올라가서는, 그 중력으로 낙하하는 힘을 배가했다?! 천둥같은 소음과 함께 무너지는 바닥. 승산이 보이는 듯했다.
한편 혜우는 혜우대로 성스러워 보이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하얀 빛을 뿜어내는데, 능력을 저렇게 쉼 없이 사용해도 괜찮을까? 혜우는 누가 돌보지? 그때 끊임없이 몸을 내리누르던 힘이 사라졌다. 크리에이터가 손 써 준 거 같다. 내가 정식 부원으로 인정받기 전엔 우리 저지먼트랑 대립했다는 말도 들은 거 같은데, 이렇게 도와주시네. 이제 혜우도 한숨 돌리려나?
그렇게 안심하기 무섭게 땅이 마구잡이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고 만 서연이었다. 급한 김에 균열된 도로의 단면을 붙들긴 했지만, 그 이상 움직이긴 힘들었다. 서연이 끙끙대는 사이 부서진 땅덩어리 수십개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하나로 뭉쳐졌다. 맙소사! 저건 또 뭐람?! 인첨공에 운석 충돌이라도 할 작정인가??!! 숨이 턱 막혀 오는데, 뭉쳐진 것이 조각조각 파편 나더니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 하나하나가 폭탄이라도 되는지 떨어진 자리마다 폭발한다. 수박!! 저러면 엄폐물 밑으로 피해도 무소용 아냐? 미치겠네. 망연한 가운데 수용소 쪽으로 눈이 돌아간다. 저긴 괜찮겠지? 아무리 그래도 저기다 메테오를 떨어뜨리진 않겠지?
일말의 위안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 피할 방도는 마땅찮다. 서연은 양팔로 머리를 가린 채 폭탄(???)을 가로막을 만한 엄폐물이 있는 데로 골라 바삐 움직였다. 그러던 중 영희가 레이저를 속사포처럼 쏘는 게 눈에 띄었다. 영희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단 저리로 가 있자. 피해야 정보를 캐든 입을 털든 하지. 저 수박 씨 미쳐 날뛰는 거로 봐선 이젠 닥치고 화력 싸움이 된 거 같다만!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나, 쓰이는 곳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금은 눈을 크게 떠내고선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돌덩어리들을 바라본다. 인간의 상식과 범위를 벗어나는 힘을 우리가 막아 낼 수 있을까. 저것에 맞는다는 생각에 공포심을 이겨내며 금은 이를 악문다. 떨어지는 파편들의 경로로 하여금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최대한 돌덩어리들을 작은 덩어리로 줄여나가려 시도한다.
강하다. 강해졌다. 그렇게 발언권을 얻었다. 허나 그렇기에 더욱 위험한 목줄이 채워졌다. 자유는 먼 말이다. 날카로운 이빨의 늑대처럼 하늘을 나는 영리한 까마귀같이 굴지만 그는 결국, 목줄 묶인 사냥개다. 그러니... 결국에는 누구에게 목줄이 묶여 있느냐에 대한 자랑밖에 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종이학들이 날개짓 없이 허공을 가른다. 그 안에 적힌 이야기는 소년이 다소 공을 들여 만든 것. 망각이란 단어는 사전 속의 것이 되어버린 소년에게 있어 일전에 만난, 상대의 위크니스의 외모와 목소리, 태도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지금 이 곳에 없는 인물들을 꺼내는 것 역시, 쉬운 일이었다. 그 둘을 조합하여 저 위험한 공격에 직격되기 전, 범위에 휩쓸릴 만한 위치에 '위크니스가 저지먼트에게 부축되어 온' 기억을 만들어 덧씌우는 것 역시, 가능한 일이다.
날카로운 목소리. 그리고 또다시 언급된 '그 애'. 그쯤에서 리라는 확신할 수 있었다. 표정에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때문에 멱살을 잡히는 걸 피할 수 없었으나, 이어지는 공격들에 풀려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알긴 알았지만 인첨공 진짜 좁네. 어떻게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4학구로 출동한 탓에 리라의 가방에는 미처 빼놓지 못한 그 일기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걸 지금 꺼내보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나는 아직 그 일기장 주인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데.
때맞지 않게 헛웃음이 나온다. 뒤로 물러난 그는 포스트잇을 꺼내들어 네모난 방패를 그린다. 무엇보다 단단하고, 커다란 방패. 적어도 몇 명은 그 뒤에 숨을 수 있는 방패를 그려낸 리라는 그것으로 부원들을 쏟아지는 파편의 비에서 최대한 보호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봐요, 강철준 씨. 발언권을 얻었다고 하셨죠. 그런데 어째서 그 커리큘럼실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벽 뒤에 묻혀버렸고, 지금까지도 묻혀있나요? 누구도 그곳의 존재를 몰라요. 안다 해도 그냥 허황된 괴담 정도로만 취급하고 있죠. 그런데 왜 당신은, 당시에는 못 했다고 쳐도 지금은 발언권을 얻었다고 말하면서 그 일에 대해서는 알리려고 하지 않나요?"
잔해속에서 눈을 뜬다. 간신히 몸을 짓누르던 중력이 줄어들어. 숨을 쉴 수 있게됐다. 흐릿한 눈으로 멀리서 들리는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본다. 초점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콰앙 하고 패이는 운석에, 땅이 흔들려 괜히 엎드려있던 배가 들썩인다.
신물이 올라온다. 몸에 아프지 않은곳이 없다. 도망치고싶다. 등 뒤에 희미하게 이어진 흰색실은 본인이 죽더라도 절대 죽게 놔두지는 않겠다는듯 붙잡고있다. 고통이 덜어진다. 순간의 고통은 죽지 않아도 잔여통이 빠르게 사라진다.
"진짜... 개 X같은 동아리..."
정신이 들었고, 잔여통도 사라졌다면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여야한다. 이젠 슬슬 쉬고 싶지만, 그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혀를 꽉 깨문다. 저 망할 궤변론자에게 쓸 신경은 없다. 단 하나라도 더 많은 운석이 우리에게 향하지 않도록. 뇌를 깨운다. 생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운석 내부에서 물을 응집과 팽창을 반복시켜 더 많은 틈을 만드려한다.
무전으로 방패의 요청이 들려왔다. 리라는 등을 돌려 방패를 몸으로 지탱한 후 포스트잇에 같은 형태의 방패를 그린 후, 실체화 시켜 혜우가 있는 방향으로 던졌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했던 방패는 혜우의 몸 앞에 떨어지는 순간 몇 사람 정도의 방어는 충분히 해낼 정도로 큼지막해졌을 테니, 엄호에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약한 이들 앞에서 강해야만 하는 건 유치한 거라는 걸... 말할 수 있냐..라는 걸 말하는 디스트로이어를 쳐다봅니다.
"그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나쁜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긴 하죠..." "다만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신 것 같네요." "....." 그녀는 깨진지면의 흩어지고 갈라진 잔해와 흙같은 것들을 손에 쥐고 디스트로이어 앞으로 이동해서 확 뿌리고 뒤쪽으로 이동하려고 시도합니다.
혜우의 말을 들으며 크리에이터는 가만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앞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삭제는 코드를 분석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 아저씨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면 당장은 힘들어. 하지만... 조금은..."
헤우의 능력으로 치료가 된 크리에이터는 천천히 눈을 감았습니다. 이어 크리에이터의 몸에서 녹색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공간이 전체적으로 반짝였습니다. 하늘 위에서 운석처럼 떨어지는 파편들의 속도가 조금 전보다 확실히 느려졌습니다. 그렇기에 아마 다른 이들의 공격이 조금은 더 수월해졌을 것입니다. 혹은 방어를 하는 것이라던가 말이지요. 덕분에 성운은 파편을 양 옆으로 천천히 밀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파편들이 아주 잠시나마 허공에서 움직임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압력이 들어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머리가 아파오지 않았나요?
이어 영희의 레이저가 하늘을 향해 발사되었습니다. 아직은 위력이 상당히 약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구멍을 내거나 금을 내는 것 정도는 가능했습니다. 그 단단함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그 구멍 속으로 정하의 물분자가 들어갔고 그 안에서 응집과 팽창을 반복했습니다. 금이 조금씩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혜성은 뒤이어 자신의 초음파를 주변으로 퍼뜨렸습니다. 이내 여기저기서 초음파가 틈 사이로 들어가 폭발적으로 진동하기 시작했고, 단단함이 약해진 파편들이 쪼개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금은 그 쪼개진 파편을 폭발을 일으켜서 파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규모는 너무 좁지 않았을까요?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이 청윤이 이내 수증기 폭발을 일으켰고, 그 덕에 청윤과 금이의 폭발력은 서로 추가적인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대부분의 파편들이 그 덕에 아주 완전히 파괴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떨어지는 파편들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라의 방패가 모두를 보호했습니다. 물론 방패는 강하게 흔들렸고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적어도 직격타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그 사이에 영희의 근처로 피한 서연은 근처에 떨어져있는 안티스킬이 사용하는 방패와 대 능력자용 테이저건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걸 사용해보겠나요?
한편 이경은 그 사이에 디스트로이어에게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그 기억 때문인 것일까요?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디스트로이어는 움찔하면서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틈이 또 생길 수 있었습니다. 수경은 잔해와 흙을 앞까지 워프한 후에 뿌렸습니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막히자 디스트로이어는 칫 소리를 내면서 눈을 닦아내려고 했습니다.
흙을 닦아내자 바로 눈앞에는 파편이 자신 쪽으로 향해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시야가 가려져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던 디스트로이어는 바로 방어자세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페이크. 염동력으로 강한 데미지가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은우 역시 그 사이에 빠르게 질주했고, 제로 거리에서 자신의 구체를 터트렸습니다. 강한 폭발소리와 함께, 디스트로이어의 몸이 뒤로 밀려나갔고, 디스트로이어의 입에서 피가 살짝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디스트로이어는 씨익 웃었습니다.
"...핫. 그래. 부정할 정도의 잔재주 정도는 부릴 줄 아는 모양이지?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곱게 자라고 공부만 한 애새끼들아!"
"..언론사 따위 알게 뭐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그 따위 잔재주에는 흥미없으니까 집어쳐. 꼴사납다고? 핫. 이게 화풀이라고 생각하나? ...애초에 시작을 한 것은 너희들이다. ...약한 주제에 주절주절 떠들지 마."
"그리고.. 그 일은 내 앞에서 꺼내지 마라. ...뭘 안다고 지껄이는거냐. 뭘!!"
분명히 타격은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는 조금도 다리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땅을 크게 뒤흔들었습니다. 이어 폭발적으로 자신이 탄 지면을 그대로 떼어내서 띄웠습니다. 그리고 단번에 폭발적으로 자신의 몸을 앞으로 날렸습니다. 그리고 청윤(다이스 값)의 앞에 착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녀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랑은 청윤의 몸이 축 늘어지는 불길한 기운을 아주 강하게,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릴 정도로 아주 강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일단 너부터다."
그리고 디스트로이어는 오른발로 땅을 내리찍었습니다. 그를 중심으로 수많은 파편들이 원형처럼 무수히 떠올랐습니다. 파편 뿐일까요? 지각 조각도 보입니다. 이내 그것들은 사방팔방으로 총알처럼 무수히 발사되었습니다. 특정 방향으로 중력을 가한 것일까요? 그 하나하나가 마치 몸을 관통하는 총알 같은 파괴력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피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다른 파편들이 떠올라서 마치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는 듯, 계속해서 발사되고 있었습니다.
"...너에게 원한은 없다. 하지만... 약자는 전장에 있는 것이 죄악이다. ...알아둬라. 애송아."
한편 철현은 승호를 깨우는데 성공했습니다. 승호는 두 눈을 부시시 뜨고 주변을 바라봤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철현을 바라보면서 으르렁거렸습니다.
크리에이터가 공간에 무슨 조작을 가했는지 운석의 속도가 느려졌다. 이어 다들 능력을 전개한 덕에 운석 폭탄은 모면한 것 같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는 암만 공격당해도 끄덕도 안 한다. 저 맷집이 사람이야, 좀비야? 경악할 새도 없이 디스트로이어는 자기가 선 자리를 띄워서 청윤이를 낚아 채 버렸다. 이런 수박?! 무슨 짓을 하려고!!!
그때, 근처에서 테이저건이 눈에 띄었다. 저거, 안티스킬 커리큘럼 갔을 때 본 거 같다. 안티스킬이 쓰는 거면 위력은 확실하겠지? 급히 그 총을 주워 든 뒤, 영희에게 요청했다.
@김영희 " 영희야. 나 이거 쏴 볼 건데 니 포톤 레이저랑 합치면 위력이랑 사거리가 증폭될까? "
잘될지는 모른다만, 해 보자. 머뭇거려 봤자 아무것도 못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걸 지른다!
>>546 머리가 아플 정도로 능력을 써대는 건··· 성운에게 너무도 익숙한 일이다. 알터의 커리큘럼이 그랬으니까. 정확히는 능력 이상의 능력을 다루는 것. 그러다가 탈진해서 의식이 끊겨 쓰러지는 것. 그 일련의 흐름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물론 커리큘럼과 전투는 다르다. 완급의 조절이 중요하지. 그런데······ 전투라는 게 사람 완급을 고려해가면서 몰아치지는 않더라는 말이다.
탈진지경에 빠진 혜우를 살펴볼 틈도 없이 이어지는 상황. 움직임에 대처도 못한 채로 청윤이 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디스트로이어에서부터 온사방을 향해 날아가는 총알과도 같은 파편.
성운은 손을 뻗어 디스트로이어의 주변에 중력 특이점을 만들었다. 블랙홀이라고 하기에는커녕 크리에이터 체포작전 당시 에너지 코어에 사용했던 특이점 수준에도 닿을까 말까한 수준이지만, 그것들이 최대한 디스트로이어에게서부터 뿜어져나오는 파편을 걷어내기를, 그래서 아군의 공격이 더 유효하게 적중하기를 바라며 성운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능력을 전개했다.
내 옆에서 바로 언니를 인질로 잡는 디스트로이어. 눈이 돌아간다. 쾅 하는 충격파에 잠시 밀려났지만 중요치 않다. 방금 전에 영희로부터 건네받은 아드레날린이 뒤늦게 몸에 도는지 순간적인 아픔 또한 줄어든다.
"누구한테...손을 대는거냐!!!!"
오른발을 느긋하게 들어올렸다가 내리찍는 그 순간에, 수많은 파편이 주변으로 발사된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모두 피할 순 없다.
하지만, 몸을 띄워서 내던진다. 방패가 없어도 팔이 패여도. 총알과도 같은 파편이 최대한 몸을 스치지 않도록 몸을 최대한 높게 띄워서 몸에 파편을 직격으로 맞지 않게끔 최대한의 흐름을 만들고 공중에서 수증기를 터트려 추진력을 얻어 디스트로이어의 짓이겨진 눈구멍으로 손을 뻗는다. 푸욱. 찌르려는 마음을 가지고.
"지금 디스트로이어가 인첨공의 높은 양반들이랑 손을 잡았어." "아니, 정확히는 너와 함께 살아남고 싶어서 그 놈들 앞에 기었다는 표현이 맞겠지."
철현은 말을 멈추고 승호를 노려보았다.
"찌질하게 네 동료들을 버리고 도망친 걸 생각하면 몇대는 더 때리고 싶은데..." "높은 양반들을 조져버리려면 네 형의 힘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지."
캐퍼시티 다운을 또 다시 틀었다가 바로 꺼버린다. 잠시나마 고통을 주기 위한 도구인 것 같았다.
"네 몸으로 직접 체감했으니 알거야" "우리가 디스트로이어와 싸워 주는 것은 높은 양반들을 쓰러뜨리는 데 그의 힘이 필요해서지 디스트로이어가 대단해서가 아니야." "당장 레벨 0인 나조차 레벨 4인 너를 제압했으니까. 에어버스터와 레벨 4가 대다수인 저지먼트가 디스트로이어를 제압하는 건 손쉬운 일이지." "하지만 힘으로 제압해서는 그를 우리 편으로 들이지 못해. 기절시키고 세뇌해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철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해서는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없어. 그저 힘으로 얻어낸 가짜 평화일 뿐이지." "그러니 네 힘이 필요하다."
위크니스는 퍼스트클래스와 생명이 연결된 존재다. 그렇기에 퍼스트클래스는 위크니스를 끔찍히 아낀다. 과연 이것이 맞는 말일까?
절반만 맞는 말이다.
퍼스트클래스가 위크니스를 끔찍히 아끼기에 위크니스는 강제로 퍼스트클래스와 생명이 연결되었다. 즉, 이 멍청이의 말을 디스트로이어가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선택해라. 높은 양반들에게 기어서 감옥에서 평생 썩을 것인지" "우리와 손을 잡고 너희 형과 함께 개자식들을 끌어내릴지."
"지금 보이는 모습이 꼴 사납다는 겁니다. 디스트로이어. 어른이라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인지해야죠. 정말로 우리가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아닐텐데."
폭발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어나서 기침이 나올 것 같았지만 혜성은 계속 입을 놀렸다. 분명,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하는 말이 얼마나 모순인건지. 먼저 이런 일을 만들어낸 건 누구인지. 원망의 대상이 되는 건 상관 없으나, 납득할 수 없는 원망을 듣는 건 사양이야.
약기운이 돌때까지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혜성의 표정이 바뀐 건 디스트로이어의 행동 때문이었다.
"진짜, 전부 다 * 같네."
뿌득, 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혜성은 땅을 향해 음파를 흘려넣었다. 소리의 진동은 중력보다 덜 하겠지만 디스트로이어가 디디고 선 땅에 유사한 지진을 일으킬 정도는 될지 모른다. 미약하게 땅으로 흘러들어간 소리의 진폭을 크고, 넓게, 강하게 조정한다.
" 우와.. 이 아저씨가 아직 매스컴의 맛을 못 봐서 그런가? 그냥 잔재주 정도로 알고 있네. 한 번 당해봐야 다시는 이런 얘기 안 나오지. 지금은 그냥 귀찮은 것들이 몰려온 것 같죠? 한 시간, 아니.. 10분 만 지나봐. 높은 분한테 '야, 이 새X야!! 얼른 철수해!!'라는 전화부터 올 건데요. "
" 그리고요. 지금 이 자리는 '전투'지, '전쟁'은 아니에요. 당장 아저씨가 이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는 확실히 질 텐데요. 역시 빡대가리는 전쟁통에 있는 건 죄악이라니깐. 대갈빡이 기름칠한 맷돌짝마냥 잘 돌아가는 양반인 줄 알았는데, 꽤나 순진한 양반이었네. 어떻게 그 짬을 먹고도 대표이사의 의도 하나도 제대로 못 알아채지? "
" 디스트로이어, 아니 X발 철준씨. 내 얘기 잘 들어보세요. 대표이사가 이런다고 당신들 풀어줄 것 같아? 아니? 이대로 가다가는 은우 포함해서 당신들 어차피 다 뒤져. 대표이사 그 막대기도 제대로 안 설 것 같은 양반이 겨울까지 성과 안 내면 대가리 다 따버린다고 했다며? 성과 내도 어차피 대가리 따여서 당신 동생이랑 손 잡고 무지개다리 건너는 건 똑같다니깐? "
" 여기서 왜 하필 기한이 겨울인지는 의심 안 해봤어요? 그야 그림자에서 퍼스트클래스들 대체할 '제로 시리즈' 연구가 아직 안 끝났거든. 근데 왜 안 끝났냐? 제로 시리즈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 뭐야. 퍼스트클래스들의 전투 데이터야. 근데 지금 데이터 누구누구 따였어? 은우,레드윙,크리에이터 그리고 같이 협력하는 유니온도 같이 따였을 거고. 에라이 X발 X도 많이 따였네. 뭐 좌우지간에 당신 아직 안 따인 걸로 알거든? 웨이버도 그렇고. 당신 둘이 따이는 순간에 겨울 전에도 당신들을 대체할 '병기'가 완성된다고. "
" 그럼 남은 퍼스트클래스들은? 다 뻥이요~야. 다 뒈지는 거라고. 알겠어요? 당신도 윗대가리 통제에 따르는 거 꽤나 X같아 보이는데, 이런다고 나아지는 거 없어요. 인첨공이라는 배를 타는 건 아니라고. 우리 배가 아니어도 좋아. 근데 X발 인첨공은 아니라니깐? 내가 지금 아저씨 볼 때 얼마나 답답한지 알아? 데이터가 따일까봐 걱정해서 조심스레 행동해야 되는데, X발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리냐고. 오히려 녀석들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걸 늦춰야, 그 망할 기한이 겨울인지 뭔지도 더 연장되거나 흐지부지 된다고. 아니, 전쟁한다는 사람이 그렇게 전장정보를 수집하지도 못해서 어떻게 헌터를 한다는 거요? "
수경은 다른 이들이 디스트로이어를 공격하거나 하는 식의 행동을 할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려 합니다.
"..." 힘이란 참 애석합니다. 강하기로 따지면 다른 것들보다 더 강할 텐데도... 결국 그들을 남기는 것은....
"옛날 이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긴 했군요." 수경은 파편이 쏘아지는 것들 사이로 다른 이들이 틈을 만들어준다면 이동해서 청윤에게 손을 대 청윤만 뒤쪽으로 빼내려 시도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남았으니. 여력이 된다면 디스트로이어에게 몸통박치기처럼 들이박으려 한 다음 공중에 날려버리려고 시도합니다.
때맞춰 받은 방패 덕분에 메테오 폭격에도 큰 피해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주변을 보니 다들 큰 부상은 없는 것 같고, 그렇다면...
털석
"케흑!"
찌그러지고 금이 간 방패 뒤에 주저앉아 피 한 줌을 토해냈다. 각성 이전에 맞았던 여파와 무리한 능력의 운용의 리바운드가 몰려왔다. 눈 앞이 흐릿해지며 정신이 아찔해, 자연히 능력의 전개도 멈춰졌다. 그 모습을 보이면 전황에 사기가 떨어질까 봐 방패 뒤로 최대한 숨었다.
"허억, 허억..."
덜덜 떨리는 손으로 힙색에 챙겨온 진정제 등등을 꺼냈다. 액상인데 용케 안 깨진 앰플을 뜯어 입 안에 털어넣고 휴식을 취했다.
이경은 성공적으로 디스트로이어의 시야를 막는데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디스트로이어는 그곳에서 움직일 수 없었고, 덕분에 모든 이들의 공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은 조금도 놓지 않았습니다. 이어 성운은 파편을 걷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모든 파편이 다 걷어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접근은 할 수 있게, 그리고 공격은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일부 파편을 디스트로이어의 팔에 날리긴 했지만, 디스트로이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약간 움찔하긴 했지만 그 뿐입니다.
한편 혜성은 자신의 초음파를 이용해서 지진을 일으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땅이 약하게 흔들렸고 자연히 디스트로이어는 그대로 다리에 힘을 줬습니다. 그렇기에 다리를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고정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서연과 영희의 레이저 쇼크 블래스트가 오른쪽 다리에 작렬했습니다. 그 순간, 그의 오른쪽 다리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큭!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오른쪽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어 땅에 툭 떨어지는 것은 파워드 슈트 파츠였습니다. 상반신만이 아니라 하반신도 장착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금은 이어서 자신의 폭발로 오른쪽 다리에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아직 붙어있는 파워드 슈트 파츠가 마저 툭 떨어졌습니다. 오른쪽 다리의 파츠가 부러졌으니 다리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졌습니다. 뒤이어 한양이 염동력으로 디스트로이어의 오른발을 그대로 잡아서 홱 돌렸습니다. 그대로 엎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디스트로이어는 조금도 청윤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정하가 자신의 몸을 날렸습니다. 그리고 짓눌러진 디스트로이어의 눈를 찌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디스트로이어가 괴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아마 정하를 있는 힘껏 뿌리치려고 했습니다.
"감히...감히...어디에 손을 대려는거냐!!"
오른쪽 발의 파워드 슈트 파츠가 부러졌고, 그 때문에 한양의 능력으로 뒤집어진만큼 디스트로이어는 바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청윤을 조금도 놓지 않았고, 오히려 청윤의 멱살을 더욱 꽈악 잡았습니다. 이어 자신의 팔에 공기탄을 쏘는 청윤의 목소리에 대답했습니다. 이미 디스트로이어의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서운가? ...죽는 것이?" "...네가 쓰러지더라도 동료가 있어? ...핫.." "......정말로 약한 녀석들이 정신승리로 할 법한 대사로군. 응?"
이어 디스트로이어는 그대로 무릎을 꿇은채로 일단 청윤부터 끝장을 내려는지, 그대로 주먹을 쥐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땅에서 파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형태는 마치 손에 끼는 너클 같은 느낌입니다. 그대로 주먹을 휘두르면 아마도 저 단단해보이는 너클이 그대로 주먹과 함께 청윤의 명치에 제대로 가격 되겠지요.
하지만 그 순간이었습니다. 랑이 그 사이에 빠르게 뛰어들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있었기에 랑은 디스트로이어의 다리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습니다. 리라가 오브젝트를 생성했습니다. 그걸 수경에게 워프시키는 것을 부탁했고, 수경은 이내 그것을 워프시켜서 살며시 디스트로이어의 몸을 띄울 수 있었고, 그 사시에 자신이 워프해서 더더욱 높게 디스트로이어를 워프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빈틈을 파고 들어 들어온 그 행동들에 디스트로이어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았고, 그대로 수경은 청윤을 데리고 워프할 수 있었습니다.
"좋았어!"
이어 은우는 그 상태에서 단번에 바람을 일으켜서 타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을 세은 역시 함께 타고 올라갔습니다. 갑작스럽게 뛰어든 세은의 모습에 은우는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남매는 각각의 손에 구체를 생성했고, 그대로 공중으로 터트렸습니다. 자세상 당연히 디스트로이어는 바닥에 누운 것 같은 자세가 되어 공중으로 붕... 더 높게 떠올랐습니다.
"괜찮니? 얘야? 이 아저씨가 도와줄게."
크리에이터는 가만히 혜우를 바라봤고, 이내 허공에서 키보드를 치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러자 혜우의 발밑에서 하얀색 빛이 솟아올랐습니다. 천천히 그녀의 체력이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공간에서 버프를 준 모양입니다.
한편 승호는 철현의 말을 가만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크게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철현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습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너희들과 손을 잡으면 그 높으신 꼰대들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 작자들을 끌어내리는 것은 불가능해. ...너희들과 손을 잡는다고 해도 말이야. 그러니까 형님은 더더욱 강해지려는거야. 왠줄 알아?"
"그들에겐 최강의 창이자 방패인 '플레어'가 있단 말이지."
"너희들과 손을 잡는다고 해서 플레어를 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지?"
"그것부터 제시해보실까?"
"약한 자는 불평조차 할 수 없어. 그러니까... 형님은 강해지려는거야. ...그 플레어조차 꺾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더더욱 말이야. 너희들과 손을 잡으면 형님이 강해지기라도 하나? 그게 불가능하면 애초에 그 말은 성립조차 안돼."
한편... 디스트로이어는 그대로 바닥에 누운 그 자세로 계속해서 하늘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내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엎어졌다고?' '...그 계집도 아닌데 내가 이렇게 엎어졌다고?' '고작 저런 벌레들 따위에게?' '......강하지도 않고 약한 저놈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돼..." "나는 디스트로이어... 누구보다도 강하고, 강해져야만 하는 이다!!"
"너희들 따위에게... 너희들 따위에게 쓰러질 것 같으냐!!!"
그 순간입니다. 저지먼트 멤버들은 하늘에서 검붉은 빛기둥이 터져서 퍼지는 것이 눈에 보였을 것입니다. 그 빛은 지금껏 한번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강렬했습니다. 너무나 날카롭고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것 같은 빛이었습니다.
그 순간 지면이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면에 크레이터가 불규칙적으로 연속적으로 생성되었습니다. 마치 땅이 그대로 지구 중심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검붉은 번개가 하늘에서 몰아쳤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와 크리에이터는 강하게 움찔했습니다.
"다들 조심해!! 온다! 디스트로이어의 최강의 기술이야!"
콘크리트 파편이 하나 붕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주변의 건물 파편들이 무수히 많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유일하게 딱 하나. 수용소 건물을 제외하고, 안티스킬 본부마저 붕떠올랐고 도로가 뜯겨나가고, 대지의 지각 부분이 뜯겨져나갔습니다. 그것은 모두 그 콘크리트 파편을 중심으로 크게 크게 뭉쳤습니다.
이어 주변이 검은 그림자로 덮였습니다. 하늘의 태양과 구름마저 가려졌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은 그야말로 4학구를 전부 집어삼킬 정도로 아주 거대한 운석같은 철로 만들어진 구체였습니다.
"...죽어라..." "...죽어라..." "전부 죽어버려!! 애송이들아!!" "나는 디스트로이어!! 흔적도 없이 모든 것을 멸하는 자다!!"
그 목소리와 함께 구체가 낙하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을까요? 점점 더 그 구체가 커져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크리에이터는 조용히 침을 삼켰습니다.
"...이대로는 모두 다 멸하게 되겠구나. 이 아저씨... 조금 무리를 해보마."
이어 크리에이터는 허공에서 키보드를 쳤습니다. 그리고 그 일대에 하얀색 원이 그려졌습니다. 이어 크리에이터가 말했습니다.
"모두의 공격력을... 100배 이상... 키워보마..." "하지만 단 한번밖에는 기회가 없어. ...이 아저씨의 힘으로도 그게 한계야." "...하하. 아저씨가.. 이 정도밖에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쿨럭!"
이어 크리에이터는 피를 토하는 기침을 하면서 순간 휘청였습니다. 아무래도 상당히 무리가 되는 모양입니다.
/디스트로이어의 궁극기 - 디스트로이 월드 크래셔.
파편을 핵으로 삼아 주변의 많은 것들을 띄워내서 하나의 거대한 구체로 만들어버리고 일대를 그대로 멸하게 만든다.
하아... 숨을 뱉은 소년이 색채 없이 말했다.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아, 비교적 자연스러운 음색을 제외하면 마치 기계가 말한 것과 같은 목소리. 100배가 강해지든 말든 소년의 전투는 활이 최선. 두 개의 화살을 시위에 걸어둔 채 소년은 하늘을 보았다.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면서.. 가장 싫어하는 건 그대로 두고 있잖아."
허나 들리지 않겠지. 아주 멀고, 벽이 있으니. 하얀 소년은 숨을 내뱉은 뒤 활을 내렸다. 저 질량 덩어리에 화살이 꽂힌다 해서 크게 변할 일은 없어 뵈고. 백색의 소년은 결국,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편집한다. 떠오른 생각은 곧바로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하여 소년은... 저 공격에 휩쓸린 '위크니스'가 어떤 최후를 맞이할 지는 아주 간단히 완성하여
한 파편을 중심으로 4학구의 모든 것이 뭉치기 시작한다. 그것은..하늘을 완전히 덮어버리고도 남을 엄청난 규모의 운석. 이것이 충돌하면.. 죽는다.. 전부 다 죽는다.
" 기자분들!!! 전부 피하세요-!!! 현재 조사를 해본 결과. 디스트로이어는 리버티의 정신계열 능력자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까 리버티를 진압하다가, 체력을 많이 써버려서.. 그 틈에 당해버린 겁니다!! 어서 피하세요!!!! "
하..젠장.. 이를 어쩌나... 저 운석의 입자들을 흩어지게 해서 소멸시키는 방법을 쓴다고 한들.. 중력이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에 입자들을 움직이는 것은 너무 힘들어. 된다고 해도 내 출력량을 끝까지 올려서 일부만 소멸시킬 수 있을 거야.
"모두의 공격력을... 100배 이상... 키워보마..." "하지만 단 한번밖에는 기회가 없어. ...이 아저씨의 힘으로도 그게 한계야." "...하하. 아저씨가.. 이 정도밖에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쿨럭!"
' 아니야. 할 수 있어. '
" 감사합니다, 아저씨. "
" 현재 중력은 저 파편에 집중된 상태!!! 디스트로이어는 무방비한 상태입니다! 저는 저 파편의 입자들을 움직여서 소멸시킬 테니, 여러분들은 디스트로이어를 공략해서 연산을 멈춰주세요!!! "
서한양은 다가오는 운석의 입자들을 움직여서 흩어지게 함으로써 서서히 소멸을 시키려고 시도했겠다. 현재 레벨 5의 화력에서 100배 이상 늘어난 힘.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못해도, 위력을 대폭 줄이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야. 더 강해진 힘과 더 빨라진 속도... 집중하자.. 디스트로이어의 연산이 개입한 물체에 내 연산이 개입해서 녀석의 연산 역시 방해시켜야 돼..!!!!
"그런데 난 나보다 강자인 너에게 불평을 하고 있고 이렇게 너를 가지고 놀고 있지." "그게 어떻게 가능한걸까?"
철현은 승호를 내려다보며 캐퍼시티 다운을 종료했다.
"너보다 강해서?" "너보다 똑똑해서?"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의 목소리가 커지며 으르렁거리게 되었다.
"헛소리 집어치워!" "하고자하는 의지가 있으니까 하게 된거야"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승호를 손가락질 한다.
"넌 뭘했지?" "결국 무릎을 꿇고 개처럼 기어가고 있잖아?" "더더욱 강해진다고?" "그 플레어라는 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무서워서 벌벌 떠는 너와 디스트로이어가?" "싸워 이긴다고 해도 그들이 네가 원하는 것을 줄까?" "최강의 플레어도 녀석들의 애완견인데 너희들이 아무리 강해져 봤자 애완견이야."
철현은 자신과 승호를 묶고 있던 천을 풀어버렸다.
"우리와 손을 잡으면 이길 수 있냐고?" "장담할 수 있는 건 하나야." "우리와 손을 잡는다면 후회 없이 죽을 수 있게 해주지." "주인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삶아지는 애완견이 아니라 야생 까마귀로."
캐퍼시티 다운을 휴대폰에서 삭제했다.
"이제 난 널 가지고 놀지 못해." "이제 넌 날 죽일 수 있어." "선택해. 날 죽이고 애완견으로 살든 우리와 함께 까마귀로 싸우든 선택은 네 몫이야."
랑은 가만히 자신의 능력을 세웠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위기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머리가 빠르게 돌아갑니다. 랑의 눈에 보이는 것은 중심에 있는 핵입니다. 그 파편을 어떻게든 제거할 수 있다면, 저 구체는 아마 소멸해서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그곳까지 뚫기 위해서는 꽤나 단단한 파편들을 박살내야만 합니다.
불안하리 마치 검붉은 빛기둥 들. 건물의 파편이 끌려 올라가고, 뭉치는 것에 금은 창백해진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것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다가올 것은 파멸일 뿐이다. 떨어지며 가까워지는 구체에 공포심까지 느끼던 금은 제 뺨을 때리고선 정신을 차렸다. 포기하지 못하고, 도망치지 못한다면 막아 낼 수밖에 없다. 금은 구체를 올려다보고서 할 수 있을 만큼의 발화 에너지를 모아 터트리려 시도했다.
눈 가늘게 뜨고 혜성은 디스트로이어를 바라봤다. 플레어가 있다는 말이 신경쓰이기는 하나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퍼스트 클래스가 괴물은 맞나보네."
아니면 은우가 퍼스트 클래스치고는 얌전한 성격에 속하던가. 디스트로이어의 필살기로 추정되는 거대한 구체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리던 혜성은 크리에이터의 기침소리에 가늘게 뜬 눈을 흘끗 움직였다. 생각해보자. 저걸 막아낸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크리에이터를 상대했을 때 마주했던 그 핵과는 질량 자체가 차원이 다른데. 숨을 얕게 내쉬다가 혜성은 짧게 헛웃음을 짓는다.
"말 안통하는 사람이랑 대화하는 건 피곤하다니까."
거대한 구체에 연결되어 있는 철들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에 집중했다. 크리에이터와 전투에서 마주했던 핵을 압박했던 것처럼 철들을 거대한 소리굽쇠로 생각하고 울리는 소리의 진폭을 조정하여 음파의 진동들이 서로 부딪혀 공명시키는 연산을 시작했다.
살았다! 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영희 덕에 디스트로이어의 오른발을 맞혔고, 혜성 선배, 금이, 부부장도 디스트로이어를 일점사했다. 그래도 디스트로이어는 찰거머리처럼 청윤이만 노렸지만, 정하와 나랑 언니와 리라와 수경이가 합심해 디스트로이어를 공중에 띄운 덕에 청윤이는 풀려났다. 이어 부장과 세은이도 공격에 가세했다.
그렇게 안심하는데 디스트로이어는 가만히 있는가 싶더니 고래고래 악을 썼다. 그러자 지표면이 무슨 귤껍질 벗겨지듯 더덕더덕 벗겨지기 시작하더니 하늘을 다 덮는 거대한 덩어리가 생겨난다. 뭐야? 저걸 이 아래로 던질 거야? 그럼 우리만 죽는 게 아니라, 저 수용소에 있다는 디스트로이어의 위크니스도 죽는데? 지기 싫다고 자폭이라도 하겠단 거야? 저 수박 바본가??!! 살아야 강해질 거 아냐!!!
홀린 듯 테이저건을 영희에게 던지고는 딸려 올라가는 거대한 콘크리트 파편에 매달렸다.
@김영희 " 영희야! 이 총! 아까처럼 레이저랑 합체해서 저 운석덩어리에 쏠 수 있으면 쏴 줘!!! "
오래 매달리기 따위 1도 못하던 저질 체력이지만, 생존 본능으로 어찌어찌 버텼다. 그렇게 디스트로이어가 있는 높이까지 이르러서는 젖먹던 힘을 다해 악을 썼다.
" 이봐요!!! 수박 씨!!! 저기 수용소 안 보여요??!! 저기 승호 씨 있잖아요!!! 당신 위크니스!!!! 지금 그 운석덩어리 날리면 승호 씨도 죽고 수박 씨도 죽어요!!!! 고딩들 조지려고 자폭할 거예요??!! 강해지려면 일단 살아야 하잖아요!!!! "
모든 질량은 물질이 존재하기에 또한 존재한다. 만유 인력은 질량이 존재하기에 또한 존재한다.
자이로키네시스도 그 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인력과 척력이 존재하기에, 만유 인력이 존재하기에, 질량이 존재하고 물질이 존재하기에, 자이로키네시스의 연산은 그 효과를 발휘하여 현실을 뒤틀고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인력과 척력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크리에이터가 전송해준 코드가 성운의 목에 닿는 순간, 성운은 그 너머를 보았다. mg번째 손이 가리키는, 가리킬 수 없는 방향을 보았다.
물체를 끌어들이는 인력. 물체를 밀쳐내는 척력.
그리고 그 두 힘이 충돌하는 순간 만들어지는, 「물질 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질량」
그것이 움직이며 발생하는, 방어 불가능한 에너지.
성운은 손을 내밀고 깊이 호흡했다. ─내가, 닿고 싶은 미래가 있어.
한 손에는 강력한 인력을 갖추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특이점을. 한 손에는 강력한 척력을 갖추고 모든 것을 밀어내는 특이점을. 그리고 성운은 두 손을 마주대었다.
성운의 그래비셔널 포스의 한 가지 특기할 점이라 한다면, 다른 여타 초능력과는 달리 이렇다 할 특이한 발광 현상이나 발채 현상-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아우라라는 단어로 일컬어지는 시각적인 현상이 거의 없이 그 변칙이 현실에 구현된다는 점이다. 기껏해봐야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 출력을 최대로 높였을 때 가끔 발생하는 경미한 중력 렌즈 효과로 인해 풍경이 왜곡되어 보이는 때가 있다는 점 정도일까.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성운의 손에는, 그의 눈과 같은─
자색의,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그 색채를 가리킬 단어 중 가장 가까운 것이 자색일 뿐, 결코 자색이라는 단어 한 마디만으로는 묘사할 수 없는, 형용 불가능한 색채의 덩어리가 쥐어져 있었다.
코로 피가 한 줄기 주륵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성운은 있는 힘껏 투포환 선수처럼 팔을 뒤로 젖혔다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말도 안되는 위협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정도의 머리나 능력은 없다. 언제나 그래왔기도 하다만... 내가 할 수 있는건 상당히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선택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100배라..."
양 손에 주먹을 말아쥔다. 거대한 운석을 올려다 보았다. 저딴걸 대체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의문이 우리 모두의 머리 속을 채우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겠지. 100배, 라는 말을 곱씹는다. 단 한번의 일격. 그러나 100배의 힘을 가져도 디스트로이어에게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것이다.
자세를 낮춘다. 오늘 좀 자주 뛰는군.
"사나이란 말이지... 가끔은 지가 계란이더라도, 바위에 전력으로 때려박아야 할 때가 있는 법이거든."
있는 힘을 다해서. 절실함을 실어서. 뇌와 근육이 전부 파괴되어도 좋다는 기세로 극한까지 힘을 끌어올린다. 붉은 기운이 몸을 뒤덮는다. 눈이 아릴 정도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몸이 살짝씩 경련하는게 느껴졌다. 찝찔한 맛이 윗입술을 타고 느껴지는게, 코피가 나고 있는 듯 하다. 그저 손을 들어서 그걸 소매로 한번 훔쳐내고는 입을 다문다.
모든 힘을 일점에 집중해야 한다. 파편의 내부 구조가 알려졌으니, 가능한 핵에 가깝게 노린다.
다시 한번 심호흡. 모든게 멈춰버린 것 같은 허심의 일순에서 각오를 다진다. 그리고 단 한순간, 혈관이 터질 것 같은 기세로 기합을 일갈하며 저 거대한 파편으로 몸을 날린다. 아니, 그 속도와 반동으로 인해 산산히 박살나는 바닥의 아스팔트를 보면...
스스로를 포탄 삼아 쏘아버린다는 말에 가까웠다. 목표물에 명중한 포탄이 어떻게 되어버리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렇게 했다.
>>866 주술회전의 등장인물 고죠 사토루의 궁극기입니다. 인력과 척력을 겹쳐 허수질량을 만들어 발사하는 기술이에요. https://namu.wiki/w/%EA%B3%A0%EC%A3%A0%20%EC%82%AC%ED%86%A0%EB%A3%A8/%EB%8A%A5%EB%A0%A5#s-3.1 자세한 설명은 꺼라위키...
다만 매우 강한 인력과 척력을 충돌시켜 허수질량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이 모카고에도 적용되는지는.. 판정이 나와봐야 알아요. 👀👀👀
한 파편을 중심으로 4학구의 모든 것이 뭉치기 시작한다. 그것은..하늘을 완전히 덮어버리고도 남을 엄청난 규모의 운석. 이것이 충돌하면.. 죽는다.. 전부 다 죽는다.
" 기자분들!!! 전부 피하세요-!!! 현재 조사를 해본 결과. 디스트로이어는 리버티의 정신계열 능력자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까 리버티를 진압하다가, 체력을 많이 써버려서.. 그 틈에 당해버린 겁니다!! 어서 피하세요!!!! "
하..젠장.. 이를 어쩌나... 저 운석의 입자들을 흩어지게 해서 소멸시키는 방법을 쓴다고 한들.. 중력이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에 입자들을 움직이는 것은 너무 힘들어. 된다고 해도 내 출력량을 끝까지 올려서 일부만 소멸시킬 수 있을 거야.
"모두의 공격력을... 100배 이상... 키워보마..." "하지만 단 한번밖에는 기회가 없어. ...이 아저씨의 힘으로도 그게 한계야." "...하하. 아저씨가.. 이 정도밖에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쿨럭!"
그리고 랑과 혜성의 분석으로 알아낸 파편의 약점. 저 파편 안에는 핵이 있고, 그 핵을 박살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핵을 뚫기 위해서 구조들을 파악하고 잔해를 파괴해야 된다. 그리고 지금, 가장 약한 부위와 핵의 위치를 알아낸 상태.
' 아니야. 할 수 있어. '
" 감사합니다, 아저씨. "
" 현재 중력은 저 파편에 집중된 상태!!! 디스트로이어는 무방비한 상태입니다! 저는 저 파편의 입자들을 움직여서 소멸시킬 테니, 여러분들은 디스트로이어를 공략해서 연산을 멈춰주세요!!! "
현재 레벨 5의 화력에서 100배 이상 늘어난 힘.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못해도, 위력을 대폭 줄이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야. 더 강해진 힘과 더 빨라진 속도... 집중하자.. 디스트로이어의 연산이 개입한 물체에 내 연산이 개입해서 녀석의 연산 역시 방해시켜야 돼..!!! 저 파편에 전부 능력을 감싸서 소멸시키려는 건 위력이 분산될 뿐더러, 힘만 낭비될 뿐이야. 머리 정중앙으로 나아가는 일직선길... 그 곳에 모든 힘을 집중시켜서 위력을 극대화시킨다..!
서한양은 다가오는 운석의 머리 정중앙으로 나아가는 일직선길로 구멍을 뚫듯이, 입자들을 흩어지게 해서 소멸시키려고 했겠다. 마치 날카로운 송곳으로 뚫으려는 것처럼, 그 길을 이용해서 연산이 핵까지 닿게하여, 핵의 입자들을 흩어지게 하여서 소멸시키려고 했겠다.
말 그대로 모든 걸 파괴해버릴 것 같은 끔찍한 힘이 공중에 모인다. 리라는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랑과 혜성이 파악해낸 정보가 귀에 들어오면 움직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저걸 막아내지 못하면 다 죽는다. 정말로, 여름에 그 고생을 해서 막아냈던 4학구의 소멸이, 또다시 눈앞에 도래할 것이다.
100배의 힘이라. 리라는 스케치북을 뒷장부터 넘긴다. 이런저런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종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의 눈에 드래곤 그림이 눈에 담긴다.
"이 짓을 또 할 줄은 몰랐는데."
모르겠다.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어. 리라의 손이 종이를 쓸자, 이윽고 거대한 드래곤이 그의 종이로부터 실체화 된다. 그것은 구체를 향해, 혜성이 찾아낸 최적 루트로 접근하는 동시에 어느 게임의 분홍색 괴물처럼 숨을 들이마시며 틈으로 인해 결합이 약해진 파편들을 삼켜버리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가능한 많이.
그리고, 그대로 구체에 돌진해 파편들 사이의 코어를 노린다. 어떻게든 부숴버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그리고, 드래곤이 날아가는 사이 리라는 여러 개의 넓적한 사각형 오브젝트를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많이 그려서 공중에 산발적으로 펼쳐놓는다. 땅에 파편이 떨어져 민간인이나 저지먼트가 다치지 않도록. 최선의 방어가 가능하도록.
태오는 제법 먼 발치에서 동료의 사투를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지금 상황을 보면 괴롭더라도 사적인 감정에 휘말려 포인트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라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으나, 그당시라면 모를까 지금의 자신에게 그런 사적인 감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목숨을 바치듯 디스트로이어에게 제각기 공격을 퍼붓고 결연한 표정을 짓는 저지먼트가 스크린 속 드라마의 장면처럼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거리감 때문인지 당장 누군가 죽어도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까운 지인 보다는 타인. 스스로 느끼기에 이곳에 섞이지 못하는 삶을 살아온 자신에게 걸맞은 딱 그 정도 거리의 사람들이고, 딱 그 정도의 있느니만도 못한 유대감 탓이었다.
어차피 저렇게 목숨 바쳐 싸워봤자 별자리에 오른 뒤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누구도 다를 일 없다. 달라서도 안 된다. 죽은 육신이 돌아가는 곳은 모조리 같고 인생은 짧으니 지금 저 발악과 도래할 종말도 순리대로 흐르는 지당한 일에 불과하지 않은가.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텐데. 어차피 4학구는 그림자가 한 번 없애려 들었던 곳인데, 두 번 없앤다 하여 나쁠 일이 있나? 눈 한 번 감고 저것 자폭하게 두어 죽게 내버려 두면 되는데. 그러면 손 더럽힐 일도, 지금처럼 발악할 일도 없지 않은가. 저것이 알아서 죽겠다는데, 왜 선택을 방해하는 걸까. 어째서 스코프 너머의 저 인간들은 이 상황을 막아세우고자 사력을 다 하는 건가?
알 도리가 없다. 명과 운을 거스르는 것 자체가 태오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먼 일이다.
태오는 눈을 반개하며 머리를 굴리고, 계산했다. 역시 나는 너희의 결심과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으니, 섞일 수 없는 듯하다. 정의감은 잘 모르겠고, 생존에 대해서도 딱히 관심 없다. 저지먼트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과거, 끼워 맞출 구색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그 사이에 섞이고자 했다가 그마저도 실패해 좌절하였다면, 지금은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제 끼워 맞추지 않기로 했다. 좌절하지도 않기로 했다. 태오는 다리를 옥상 난간 위에 턱 올렸다. 제대로 된 사격 자세를 취하며 스코프로 디스트로이어를 정확히 노렸다.
"여기는 이시미."
어차피 너희들의 삶에 섞이고 끼워 맞추지 않아도, 나는 나만의 명분이 있다. 설국이 도래하기 전의 음중, 내가 온전히 변하기에 충분한 시간. 무전 너머로 누군가의 심중의 소리를 듣고, 선득한 탄환을 장전하며 스코프에 맺힌 존재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나눠보고자 했다.
>>901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당신을 산산조각내었어야 할, 당신을 완성시켰어야 할 지면은, 어느 시점에선가 멈춰서서 당신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모든 이에게 언젠가 찾아올 궁극의 패배마저도 결국 빗겨간 축복이 되어버린 당신의 몰골을 마치 조롱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서연의 말에 디스트로이어는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지만, 바로 말을 꺼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그리고 서연에게 화를 내듯 크게 이야기했습니다. 마침 저 아래에서 여로의 위크니스 관련 발언이 들려오는 것과 같은 타이밍이었습니다. 동시에 이경의 기억이 디스트로이어에게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그게 너희들과 무슨 상관이지? 남 일을 걱정해줄 여유가 있는거냐." "....나는... 나는... 절대로 질 수 없단 말이다!! 그 누구에게도!! 너희들 따위에게는 특히나 더!!" "...강해지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살아왔고, 누구보다 강해지기 위해서 온갖 일을 해왔고... 더더욱 강해지기 위해서 열심히...열심히 온갖 궂은 일을 해오고 이 썩을 시스템을 지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살아왔다. 더욱 강해져야만 하니까!! 뭐가 되었건 더욱 강해져야만 하니까!! 그런데...네놈은!! 네놈들은!!"
"나는....나는...."
-선배.... -선배.... -선배....
-형.... -형.... -형....
"나는!!!!!!!!"
반박을 하지 못하고 그저 큰 소리만 외치는 것이 마치 입이 턱 막혀버린 이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한편 수경은 정하를 디스트로이어의 바로 위로 워프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정하는 디스트로이어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디스트로이어 역시 정하의 목을 강하게 붙잡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목을 붙잡는 가운데... 정하의 능력이 발동합니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 역시 지지 않고 정하의 목을 꽉 쪼이기 시작했습니다.
"감히 어디서.. 어디서 잔재주를!! 이 겁대가리도 없는 애새끼가. 학생이면 학생답게 학교에 처박혀있으란 말이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의 의식 역시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낙하하는 구체가 아주 잠시 멈춰섰습니다. 모든 것은 그 틈에 시작되었습니다. 랑과 혜성의 활약으로 이미 약점과 내부 구조는 확인이 되었습니다. 혜우는 다시 한번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었고, 더더욱 정신을 집중해서 모두의 힘을 조금 더 강화시켰습니다.
그 사이에 태오는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디스트로이어의 다리에 제대로 명중했고 또 다시 피가 튀었습니다. 영희는 레이저를 이용해서 다리를 공격하는 듯 하다 눈을 노렸습니다. 그 모습에 디스트로이어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굴렸습니다. 그 때문에 완전히 집중력이 깨졌고 더 이상 파편이 커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아마 그 단단함도 조금은 약해졌을 것입니다.
한양은 혜성이 찾아낸 루트 쪽으로 입자를 소멸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파편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은우가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오른손을 들어올렸습니다. 바람을 타고 위로 오른 후에 그는 자신 주변에 있는 수많은 공기를 압축했고 손에 구체로 생성했습니다. 이어 그는 그것을 강하게 터트렸고, 단번에 파편의 일부분을 파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보다 더한 공격을 하면 다른 이들이 휘말릴 수 있기에 더 센 공격을 하진 못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한양과 함께 입구 부분을 완전히 뚫어내는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청윤이 뒤이어 디스트로이어와 구체를 향해서 공기탄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디스트로이어 쪽은 반항하지 못하고 몸에 계속해서 명중했습니다. 점점 의식이 더더욱 무너지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정하를 어떻게든 뿌리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일어나진 못했습니다. 어쨌든 파편이 점점 더 부서지며 더더욱 그 속을 내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수경 역시 파편을 하나하나 워프하면서 그 길을 더욱 넓혀나갔습니다. 그 속의 파편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어 리라가 만들어낸 드래곤이 부서지는 파편들을 흡입했고, 땅에 추락하는 파편들을 다시 공중으로 띄워냈습니다. 속의 파편들이 서서히 무너지며, 운석처럼 떨어지는 파편들은 그 어떤 조각도 땅에 추락하지 않았습니다. 금은 발화 에너지를 모아서 여기저기를 폭발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속의 파편들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그래도 그만큼 부수는데 성공했기에 그 내부는 상당히 약화된 상태였습니다.
이어 태진이 그리고 동월이 있는 힘껏 뛰어올랐습니다. 한 명은 주먹으로, 한 명는 칼로 내부를 공격했습니다. 하나하나 베여나가고, 주먹으로 박살이 나가고... 두 사람 다 꽤나 큰 압박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침내 코어가 드러났고, 이내 두 사람의 일격이 코어를 박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순간, 주변의 파편들이 모두 천천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크기는 역시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입니다. 성운에 손에서 생성되는 자색의 덩어리는 그대로 모든 것을 흡수하듯 모든 것을 파괴하며 나아갔습니다. 이내 남아있는 파편의 대부분을 소멸시키는데 성공했고 남아있는 파편들은 이내 리라가 설치한 장치로 인해서 다시 공중으로 붕 떠올랐습니다. 혜성의 소리굽쇠 효과로 하나하나 다시 박살이 나기 시작했고 이내 남아있는 것은 가루 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아직 남아있는 파편은 랑이 채찍으로 막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승호는 아무런 말 없이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형의...저 기술이..어떻게...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우리와 손을 잡으면 이길 수 있냐고?] [장담할 수 있는 건 하나야.] [우리와 손을 잡는다면 후회 없이 죽을 수 있게 해주지.] [주인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삶아지는 애완견이 아니라 야생 까마귀로.]
그 말이 유난히 그의 귓가에 울렸습니다. 그 순간, 그는 무슨 말을 했을까요?
파편이 무너집니다. 디스트로이어가 떨어지며 이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말도 안된다는 눈빛. 그것만을 그저 조용히 보일 뿐이었습니다. 이어 그는 이를 빠득 악물었습니다.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네놈들은 뭐인거냐. 어떻게.. 어떻게 그걸 막아내고 그렇게 서 있을 수 있는거냐..."
"네 녀석들 따위... 전부 약해빠진 벌레들이나 다를바 없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와 대등하게 있을 수 있는거냐..." "어째서냐..." "대체 어째서냐....'
"계속 말하고 있잖아요. 디스트로이어."
이어 세은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미 몇 번이고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저 당신이 듣지 않는 것 뿐이잖아요." "우리들은 약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당신보다 약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것 때문에 지금 이런 결과가 있을 수 있는 거예요."
그 말에 디스트로이어는 입술을 꽉 깨물었습니다. 이내 그의 입술에서 진한 혈향이 풍겼을지도 모릅니다. 자신도 모르게 뒤로 두 걸음. 그렇게 물러서며 그는 이를 빠드득 갈았습니다.
"그럼 너희들은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이냐." "너희들은 대체 뭘 할 생각인거냐."
"너희들의 논리로 대체 뭘 할 수 있는거냐! 인첨공의 시스템의 논리를 부정하면서!! 약한 자는 뭐라고 말할 권리조차 없는 것이 당연한 이 인첨공에서 너희들은 대체 뭘 원하는거냐! 대체 왜 그렇게까지 부정하려는거냐!"
주변에서 지켜보는 방관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했다. 그러니 여기서부터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혜성은 산산히 부서져서 떨어지는 파편들을 보며 코와 입을 손으로 덮어 가렸다. 크리에이터의 능력으로 강화되었지만 저 정도의 구체의 약점을 찾는데 집중한 연산의 후유증에 이제는 익숙해진 피의 역류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 진짜 빡세네. 그나마 크리에이터의 강화가 있었기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제로 때처럼 피를 줄줄 흘릴 뻔했어. 아드레날린 분비로 잊고 있던 두통이 지끈지끈 뇌를 흔들었다. 숨을 몰아쉬면서 겨우 고개를 푹 숙이고 시야를 덮은 색채들을 가라앉히는 중이었다.
"글쎄요. 뭘 할 수는 없고, 뭘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냥 납득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니까, 납득할 수 있는 정답을 스스로 찾아볼 생각이라서요." "지금까지 나온 답들은 도통 오답으로 보여서."
그리고 아직 공중에 체류하고 있던 다른 이들에게 손을 뻗었다. 동월, 태진이 형, 그리고 서연··· 철준까지. 상냥한 강도의 역중력이 그들을 떠받쳤고, 그들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사뿐히 그들이 땅으로 착지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그리고 성운은 입을 열었다.
“강하기를 원했어요? 그게 당신이 내린 강함에 대한 대답이에요? 웃기지 마······”
“강함에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육체의 강함이나, 사회적 강함, 재정적 강함, 정신적 강함, 구조적 강함······ 일으킬 수 있는 변칙의 강함.”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히 말해둘게요. 강철준 씨.”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그런 강함이 아니야.”
“당신의 그 강함으로, 당신은 당신이 원하던 당신의 낙원에 도달하지 못했잖아요······?”
“심장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하나를 떠안은 채로 언제라도 토사구팽당할 처지에 놓여서 다른 이들을 자기 좋을 대로 이랬다 저랬다 재단하는 이들의 사냥개 노릇을 하는 게, 수많은 당신을 당신 손으로 만들어내는 게, 당신이 도달하고 싶었던 낙원은 아니었을 거잖아요···?”
“달라요. 다른 강함이에요.”
“죽을 걸 알면서도. 자신이 한없이 미약하고 나약하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 없음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굴종」 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소리치고 갈구하며 관철하는 것. 그게 내가 가진 강함이고, 당신에게 필요한 강함이야.”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과 맞서는 거고, 당신이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동생을 그 의지에 반해 멋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을 내버려두지 못하는 거고, 지금까지 우리가 만나온 수많은 범죄자들을 멀쩡히 체포해서 잡아넣으며··· 모두를 위한 낙원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꿈을 꾸고, 각오하고, 소망하고, 계속 걸어오는 것을 택해왔던 거에요.”
“내가 아직까지 레벨 0이었다고 하더라도··· 내 선택은 바뀌지 않았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성운은 뒤로 돌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성운은 자신이 처음부터 달려가고 싶었던 곳으로 달렸다. 혜우가 있는 쪽으로. 혜우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성운은 혜우를 부둥켜안으며 말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