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결국 그런 걸 맞이하게 되어도 후회하지 않을까요.." 아니. 어쩌면 후회하고 말겠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정하의 말에 그렇군요.. 같은 생각을 합니다. 나는 잘 모르겠어요. 그건 다른 사람의 사정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런 것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정하 씨는 자신이 저지먼트라서? 그런 나쁜 생각들... 자신의 본질이 그렇다고 해도, 퍼스트클래스를 대하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저를... 김수경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충동이었나. 아니면 그것을 사실 원하고 있었던 걸까.. 이렇게 되어버리고 나서 다시 돌아가지 못하면 좋겠다는 진심을 담은 말들을 기억하고 있나요? 어쩌면 그것이 당신을 안도하게 하겠지만. 그러지는 못하는 일입니다...
"....." 흐느끼는 것 같은 목소리의 그녀입니다만 눈물을 흘리지는 못하는군요...
"저지먼트를 하지 말았어야 했었다고 했지요..." 그들이 너를 망쳤다는 이들의 한탄은 정하와 저지먼트가 들을 가치가 없습니다.
캡틴 언제나 노력해주는거 잘 알고 있어 쓸모없다고 느낀 적도 단 한 번도 없고(쓰담) 레스 하나에 모든 캐릭터 반응 달아주는거 쉬운 일 아닌데 그걸 매주 하고 있잖아 그것도 완벽하게... 캡틴은 늘 잘해주고 있다 자괴감 느끼지 말아(쓰담쓰담)
그리고 있지 혜성주 캡틴이 이런 말 한 거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저번에도 한 번 있었잖아, 그럼 조금은 자제하던가 개선하던가 해줬으면 해. 솔직히 혜성이 단 한 번도 공기화 된 적 없어. 탐지 했다 하면 큰 정보 하나씩 나오고 물리력도 어느정도 보장되고 캐퍼시티 다운도 무력화시키고(현재 소나키네시스 시트캐가 하나밖에 없고 음파 쓰는 캐도 혜성이밖에 없어서 오로지 혜성이만 할 수 있는 거임) 할 수 있는 거 전부 잘 하고 있는데 왜 자꾸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개인이 자기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자유지만 툭툭 던지는 말에 자꾸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면 그건 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나도 개인이벤트 진행 할 때 정확히 같은 발언에 같은 이유로 당황한 적 있었어서 솔직히 캡틴 마음에 좀 더 공감이 가기도 하고...
말투가 딱딱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나 화난거 아니다! 그냥 한번쯤은 얘기하고 싶었던 거 얘기하는 거야. 읽고 넘어가주고, 혜성주가 자꾸 본인 캐 무능하다고 하는 이유를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 더 혜성이랑 혜성주의 판단력에 자신감 가지고 진행 편하게 참여하면서 자캐 예뻐예뻐 해줘도 된다고 생각해. 매력있는 캐릭터인 거 나도 알고 금이랑 금주도 알고 우리 모두 아는걸☺️ 그러니까 너무 그런 생각 말고 흘러가보도록 합시다~
반복적인 말로 상처받는 사람이 생긴다면 내 문제일테니, 쓴말이든 조언이든 받을게. 또한 캡틴을 포함해서 해준 말 레스로 쓰진 않았지만 다 보고 있으며 앞으로는 레스 쓸 때 조심하도록 하겠다. 계속 실수를 반복하면서 조심하겠다고 하는 거 나도 좋아하지 않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줘. 염치없지만 내 말에 상처받은 개인이벤트 했던 사람들 또 지속적으로 이벤트를 진행시켜주는 캡틴에게 한번 더 사과하겠다. 미안하다. 변명 같겠지만 내가 덜 성숙한 사람이라서 마음먹는 게 쉽지 않더라. 미안하다. 앞으로는 주의깊게 레스 쓰도록 하겠다. 혹시 더 할말 있다면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먼저, 캡틴이 진짜 노력한다는 거는 나도 알아. 능력이 최면인 여로가 활약할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주니까. 유효타가 어떻게든 들어가게 해주려고 하잖아. 이거 진짜 어려운 부분이거든. 심지어 다이스도 굴리지 않는 어장에서, 전체가 활약할 수 있게 한다는 거 자체가 정말 대단한거야. 정말 존경스러워.
그리고 혜성주. 이미 몇 차례 이야기가 나왔던 문제잖아. 그러면, 조금이라도 자제하거나 혜성이도 노력했구나, 생각해주면 좋겠어. 내 갠이벤 전에도 같은 발언을 했었고 나 역시 리라주와 캡틴과 같은 이유로 당황했어. 그래서 내가 대놓고 말했었지. "뭘 원해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그거 진심으로 한 말이었어.
혜성주가 지금도 뭘 바라고 캐릭터의 활약을 없는 것처럼 말하는 건지 모르겠고 혜성주가 바라는 혜성이의 활약이 뭔지도 모르겠어. 말 그대로 혜성이 혼자 전부 다 쓸어버리는 걸 원하는건지 아니면 혜성주은 혜성이도 싫고 우리도 싫은건지. 그것도 아니면, 진짜 혜성이가 처음부터 완전히 배제 된 스토리를 원하는건지.
활약? 그거 솔직하게 말할까. 그 기준 되게 주관적이고 모호한거야. 내 기준에서 성여로의 활약이 적대 NPC 속 긁는 것처럼. 혜성주가 바라는 기준이 너무 모호하고 알 수가 없어. 바라는 게 대체 뭔지, 진짜 혜성주가 말하는 것처럼 혜성이가 아예 나설 수 없게 하는 걸 바라는 것처럼 보여. 그 의도가 아니라는 걸 아는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면 진짜 혜성이가 아무것도 못하길 바라는 건가.. 싶어져.
바라는 게 공격계인가 싶어서 몇 차례나 나나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써봐, 저렇게 써봐 방안을 말해줬는데도 그것을 여러 이유를 대가며 넘긴 것도 혜성주고 혜성이가 활약한 것들을 무능하다고 이야기한 것도 혜성주야. 본인을, 본인의 캐릭터를 조급 더 사랑해주면 안 될까? 진짜 바라보는 입장에서 불안해서 그래.
혜성주가 싫은 것도, 혜성주에게 화난 것도 아니고 그냥 물어보고 싶었어. 바라는 게 뭔지.
>>162 일단 레스는 확인했으며 조금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레스에 무슨 대답을 하든 그건 여로주가 원하는 발언은 아닐겁니다. 변명을 먼저 하자면 스스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에서 오는 답답한 마음이 이런 분란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감정으로 가볍게 레스를 남겨 스레 내 분란을 일으킨 점 다시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항상 마음 어딘가에 제 스스로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가볍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먼저 공격계를 원하느냐, 초능력을 쓰는 이상 공격계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온갖 이유를 대면서 넘겼다는 말씀은 맞는 말씀입니다. 제 표현력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제안해주신 것들 모두 가볍게 넘겼습니다. 죄송합니다.
말씀해주신 제 문제점을 말씀해주시니 제가 이제껏 좋은 사람들의 마음에 기대서 얼마나 못된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모든 문제점에 전부 아니다 라는 답변밖에 못드려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뭔지 스스로 잘 모르겠다는 게 가장 알맞습니다만 그것은 제가 스스로 찾아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명확한 답을 못 드리는 점또한 사과드립니다.
스스로도 알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명확히 안정적인 사과문 및 입장문이 아닌 두서없이 황망하기 그지 없는 사과문 및 입장문을 드리게 되어 면목없다는 점을 알아주시고 제 문제점을 말씀해주시고, 걱정하시는 마음을 깊이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캡틴이나 다른 모든 분들께 그런 걸 느끼게한 것에 일단 죄송한 마음이네요.. 의도가 있긴 했지만(자신을 낮추는 것으로 그렇지 않다.. 다들 0.1인분 그런게 아니라 모두가 1인분으로 하자. 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그게 캡틴이나 다른 분들께 불쾌한 것을 느끼게 했을 수 있다는 점은 잘 깨닫지 못했습니다..
>>193 적어도 내가 생각한 상황들은 아닌거짆아.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해. 공격계를 원한다 했으니, 공격적으로 쓰는 방법들 주변에서도 모색해줬잖아? 그거 부족한 표현력이라도 써보는 거 추천한다. 어느 쪽이든 후회라면,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나아.
눈물이 번져 더 얼얼한 볼로 선배가 손을 뻗어 왔다. 그 온기에, 두근거리면서도 안심이 되었다. 엉망진창이 된 나를 배설했는데도 평온해 보이는 미소가, 내 얼굴이 자그맣게 맺힌 정다운 눈망울이, 이런 나라도 좋다고 전해 주고 있었다. 아이다운 하이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가 빚어내는 말에도 똑같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위로이자 인정이었다. 내가 답도 없게 망가진 건 아니라는. 그렇게 긴장이 풀어지니 혜우와 리라와 토실이 얘기로 이어졌을 땐 흐느끼는 소릴 어쩌지도 못하고 눈물바람이었다.
그랬다가 정신이 확 들었다. 나라서 좋은 거? 그건 서연이 그간 품어 왔던 자괴감과 불안감을 가라앉혀 주는 묘약이자, 서연에게는 새로운 의미의 희망이었다. 서연은 흥건해진 얼굴을 허겁지겁 훔치고 고개를 들었다.
" 선배 지금 말씀 진짜죠? 저라서 좋다는 거?! "
" 그 말 기억해 주세요. 기억하고 계시다 힘들고 지치실 때, 너무너무 힘들어서 선배 스스로가 싫어지실 거 같을 때! 떠올려 주세요. 저도 같은 마음이라고. "
위태롭고 때론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고, 스스로 목표를 찾아 나아가려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힘겹게 버티는 와중에도 다른 사람의 흉한 몰골을 탓하지 않고 들어 준 사람이기에. 세상 누구보다 선배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다고.
" 다른 사람이 아니라 선배라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단 걸 떠올리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세요. "
" 저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선배한테 죄송해질 때 그럴 테니깐요. "
그리 말하며 활짝 웃는 서연이었다. 하도 울고 불고 한 탓에 눈이 붓고 코는 아예 막혀 얼굴이 엉망이지만, 마음만은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충만하고 희망찼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롤러코스터 같은 걸까? 서연이 안정되자 이번에는 철현이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으니... 거짓말처럼 평온함을 잃은 철현의 모습에 얼떨떨해진 서연이었다. 뭐가 문제지?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혼란이 더해져 가다가, 마침내 나온 선배의 말에 웃음이 터져 버렸다. 외모와 목소리가 어려져 놓으니, 새빨개진 얼굴로 우기는 모습이, 성하제 때 퍼리메이드를 달라고 막무가내이던 어린이 손님 뺨치잖아. 하지만 실성한 듯 웃어댈수록 점점 실감이 났다. 선배에게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게. 도로 뭉클해져 웃음기가 가라앉았다.
" 언제 말씀해 주셔도 저는 기쁘고 감사한데요. 지금 이 순간도 강렬한 기억 아닐까요? 저도, 선배도, 다신 못 볼지도 모르는 어린 시절 모습이잖아요. 세상에 연애하는 사람이 암만 많아도, 이렇게 어린 모습으로 마주한 사람은 드물걸요~ "
" 그리고... 이미 말씀해 주셨잖아요, 저라서 좋다고. 제가 들은 말 중에 가장 행복한 말인데, 잊어버려요? "
얘기하다 보니 이건 기회라는 결론에 다다르는 서연이었다. 지금 아니면 선배 어린이 모습을 언제 또 보겠어? 옛날 사진과 영상을 볼 기회가 생긴대도 그건 나와 상관없던 시절인걸. 서연은 폰을 들어 카메라 앱을 켰다. 벌겋게 부은 얼굴이 카메라에 비치니 또다시 웃음이 터진다.
" 선배, 우리 사진 찍으면 안 돼요? 지금 모습 남겨 두자고요! "
이 참에 녹음까지 해 버릴까? 적어도 서로라서 좋다는 고백은 녹음하고 싶다고 혼자 앞서 버린 서연이었다.
/늦는다 늦는다 했지만 이 정도로 늦을 줄은 몰랐다아아아... (쥐구멍)(이미 영혼 나간 참치입니다)
"그렇게 보고. 응, 자세는 정확해." "……." "안드로이드의 머리가 보이니?" "……네." "저격이란 건 머뭇거리면 안 돼. 숨 하나의 차이로 모든 걸 결정하니." "네에." "자, 해보렴. 못 맞춰도 괜찮단다. 연습한 걸로 의미가 있는 법이지."
태오는 숨을 멈췄다. 이제 꽁지로 묶을 수 있는 머리는 등허리를 덮고 있었고, 꼬질꼬질하니 자그마한 몸집은 낭창하게 자라있었다. 열일곱의 태오는 한참을 집중하다 방아쇠를 당겼다. 안드로이드는 머리를 맞았고, 큰 스파크와 함께 부품이 모조리 날아갔다. 부들거리다 팩에서 갓 꺼낸 푸딩처럼 무너지는 모습을 가만히 스코프로 지켜보던 태오는 땅을 적시는 냉각수를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서휘는 무전으로 안드로이드의 폐기가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으며 태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잘 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돼." "……." "기실 우리에겐 저격수가 필요 없단다. 그만큼 네가 이렇게 나설 일이 없게끔 배려한 보직이다마는, 혹시 모르잖니?" "네." "그리고 하나 명심하렴."
서휘는 태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눈을 가늘게 휘었다.
"우리의 저격수는 들키면 자결이 원칙이다." "아." "다만 너는 나를 부르면 된단다. 날 부르고 잠시 기다리면 내가 모두 해결할 테니, 누군가 너를 붙들거든 절대 자결해서는 안 된다. 알겠지?" "네." "안색이 창백하구나. 괜찮니?" "……." "토해도 좋단다."
태오는 허락을 받기가 무섭게 옥상 구석으로 뛰쳐가 토했다. 서휘는 새붉은 눈을 휘며 저렇게 토하는 모습도 퍽 새롭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저도 퍽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어르신 앞에서는 번데기 주름잡기군요."
서휘는 찬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잔을 기울였다.
"선생, 차일드 에러 갈아넣어서 연구결과 내던 사람이 당최 무슨 뜻일까?" "아이에게 능력을 써달라 한 거 말입니다." "아, 난 또. 선생, 그건 나쁜 게 아니야."
서휘는 잔을 쭉 들이키곤 키득거렸다.
"내 성격으로 보면 아주 착한 일이지. 우리 애가 원체 눈치가 좋아서 알아버린 것 같지만 뭐 어때. 인간 아닌 거 폐기한 거잖아." "사실, 가끔 보면 두려울 정도입니다. 어떻게 그런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그건 선생같은 연구원이 잘 알지."
내 뇌 따서 이렇게 올려준 건 선생들이거든. 스코프에 맺힌 디스트로이어를 본 태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호란은 어쩔 줄 몰라하며 손사래를 쳤다. 유준이 호의로 따라나서겠다는 것과 상황 때문에 따라나서야 한다는 건 이야기가 상당히 다른지라. 그러나 호란이 뭐라고 사양을 하기 전에 유준이 휴게실로 안내해주겠다고 말하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하면 오늘 비용은 제가 다 내게 해주세요. 그럴 생각이었고.” 하며 짐짓 호기를 부린다. 유준이 땡깡부리지 말라고 성운에게 다짐하자, 성운은 눈가가 빨개진 얼굴로 환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 하고, 어설픈 인사가 나온 뒤에, 성운은 혜우에게로 시선을 맞추며 덧붙였다. “금방 올게에.”
성운과 그의 어머니는, 유준의 제안에 따라 유준이 안내해준 휴게실로 이동했다.
옷을 갈아입히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무슨 보트 같던 크록스 대신에 워커, 데님바지에 멜빵과 셔츠 조합이다. 외투는 어머니에게 맡겼다(서헌오에게 이 외투가 아마 친구에게서 받은 것일 것이고, 옷에 투명화 기능이 있다는 말에 유호란 여사가 가장 먼저 성운이에게서 압수했다). 일단 성운의 사이즈에 맞는 점퍼 한 벌도 챙겨오긴 했으나 아직 날씨가 따뜻하니 괜찮을 게다.
가장 먼저 혜우에게로 쪼르르 달려가는 성운을 앞세우고, 호란은 그 뒤를 따라왔다. 그리곤 유준에게 가볍게 목례해보였다.
비용 얘기에 유준은 피차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유호란 소령의 마음이 편하다면 말릴 이유도 없었다.
그 뒤 성운과 그의 어머니는 휴게실로, 유준과 나는 영락의 소장실로 향했다.
영락의 소장은 외출 얘기에 선선히 그러라는 답을 주었으나 그래도 괜찮겠냐는 물음을 하나 덧붙였다. 내 어려진 몸의 건강상태를 이미 다 알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심하면 될 겁니다." "그래요. 그럼 잘 놀고 오도록 해요."
그렇게 가벼운 대화 몇 마디를 나누고, 나오는 길에 유준의 사무실을 들렀다. 나는 여태 덮었던 담요 대신 얇은 레이스 가디건을 입고 유준은 백의 대신 가을용 자켓을 걸치고 색이 연한 선글라스도 썼다. 그리고 다시 유준에게 안겨 로비로 나오자, 먼저 나와있던 성운이 다가왔다. 뒤로 따라온 유호란 소령의 인사에 유준도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아, 저야말로 소개가 늦었습니다. 영락 연구소의 연구원 박유준입니다. 천혜우의 담당과 보호자를 맡고 있으니 혹여 문의할 일이 있으시면 제게 연락 주시면 됩니다."
깍듯한 인사를 하는 유준과 달리, 나는 안긴 채로 성운의 어머니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내게 어머니, 라는 존재는, 아버지와 다른, 그런 의미였다.
진정 나를 품고 낳은 사람이 맞나 싶던 그 차가운 시선이...
유준은 그런 나를 힐끔 보고, 나를 내려놓는 대신 아까처럼 성운을 한 품에 안아들려 했다. 성운이 품에 안긴다면 나는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어 성운의 손을 잡으려 했겠지. 유준은 유준대로, 유호란 소령- 호란 여사를 보며 말했다.
"일단 나가도록 할까요? 아까 애들이 대관람차를 같이 타자느니 했는데, 3학구에 그걸 탈 만한 작은 테마파크가 하나 있긴 합니다."
물론 4학구의 누리랜드가 제일이라며 덧붙인 유준은 한 걸음 앞서 성큼성큼 로비를 가로질렀다. 나가는 동안 어디로 갈지를 정하고, 밖에 나오면 곧장 그리로 향했을 것이었다.
디스트로이어의 등장을 그 누가 예상했을까요? 하지만 더 나아가 크리에이터가 참전하는 것을 예상한 이는 더더욱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눈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민호를 바라보며 철준은 씨익 웃었습니다.
"이봐. 아재. 감옥에 들어가있다고 듣긴 했는데 탈옥이라도 하셨나? 그럼 안되지. 응? 범죄자 놈은 감옥에 처들어가야 한다는 거 몰라? 아재가 끼일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머리가 녹슬었나보지?"
"디스트로이어. 이 아저씨는 확실히 범죄를 저질렀었어. 제 4학구를 날려버리려고 했고... 레드윙을 잡고, 힘들게 만들었지.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움직이는 거야. 내가 지은 죄에 대한 책임을 위해서. 세상이 어지럽다고 한다면..."
"그 세상이 어지러워진 이유 중 하나가 아재 때문이잖나. 아니. 그것도 아니로군. 애초에 이 인첨공이라는 세상은 일그러진 상태야. 이제와서 테러 단체 하나 나타난 것 가지고 오버 떨지 마라고."
"디스트로이어..."
"뭐 됐어. 에어버스터. 다시 말한다. 네 위크니스를 내놓아라."
"......."
은우는 그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움직일 기색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잔뜩 긴장했는지 이마엔 땀방울이 송송 맺힌 상태입니다. 그러는 동안 디스트로이어는 가만히 주변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씨익 웃었습니다.
"똑같은 얼굴이 둘. 하하하하! 진심으로 여기에 위크니스를 데리고 온거냐?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가보지? 뭐 좋아! 나에겐 아주 좋은 일이니 말이야."
"......!"
그 순간입니다. 세은이 떨고 있는 지대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그 지대가 붕 떠올랐고 하늘에 고정되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정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디스트로이어... 이 아저씨의 앞에서..."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이상한 분위기를 보이는 이가 있다면..."
그 순간이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도로 콘크리트 바닥이 그대로 붕 떠올랐고 바로 눈앞에서 세은의 위쪽 방향으로 치솟아올랐습니다. 만약 힘을 풀게 된다면 저 위의 파편은 그대로 세은의 머리 위로 떨어지게 되겠지요. 하필 세은은 붕 떠오른 지면 위에 있었기에 피할 도리도 없었습니다.
"...정말로 죽여버린다.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이전엔 대충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만, 이번엔 나도 임무 비슷하게 온 거라서 말이야. 이전처럼 적당히 해줄 순 없거든. 나도."
"...큿..."
"가만히만 있으면 죽이진 않겠다. ...퍼스트클래스가 리버티에 합류하는 일이 벌어지고 위에선 꽤나 초조한 모양인데... 난 그게 한 명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위크니스를 모두 다 잡아둘 생각이거든. 그렇다면... 리버티라는 놈들이 사라질때까지 퍼스트클래스 급은 쉽게 움직일 수 없게 될테니까...너무 손 쉽게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거든. ...너희들이 나설 자리는 없다. 꺼져. 애새끼들아."
아마 그 순간 모두들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뭔가가... 뭔가가...강하게 짓누르는 기분입니다. 기분 탓이 아닙니다. 정말로 뭔가가 짓누르는 느낌입니다. 마치 강하게 위에서 아래로 말입니다.
저 사람이 디스트로이어? 인첨공에서 세 번째로 쎄다는? 나랑 언니가 이토록이나 강렬하게 느끼는 위협. 그 이전에 본능적인 섬뜩함. 몸이 떨린다. 이 사람은 격이 다른 능력자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을까?
부원들을 살펴보려는데, 사방이 사이버 공간스러운 녹색으로 뒤덮였다. 이번엔 또 뭔데?? 울상으로 봤더니, 또 다른 퍼클이다. 크리에이터라던가? 저기 수용소에 있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탈옥했어? 그러나 다행히도 크리에이터는 우릴 도와주겠단다. 죽으란 법은 없는 걸까.
안심한 것도 잠시, 디스트로이어는 어떻게 알았는지 도로 콘크리트 바닥을 떠올려 세은이를 노렸다. 가만히 있으면 죽이지는 않는다지만, 이대로면 세은이가...! 그리고 저 사람은 인첨공의 '윗대가리들'이 원하는 대로 하고자 한다. 그런즉 그네들이 4렙 이하 살해를 감행한대도 동조할 자. 어쩌지? 어째야 하지?
그 순간, 위화감이 들었다. 듣자니 저 사람은 약한 자는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식인데, '윗대가리들'이 시키는 건 순순히 한다? 그들 중에 자신보다 더 강한 자가 있는 게 아닌 한 거부할 만도 한데? 역시 위크니스 때문일까? 미처 정리되지 않는 생각이 뱅뱅 도는 가운데, 온몸이 짓눌렸다. 저 사람 중력 능력자라더니 무지막지하잖아...!!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뭘 생각해도 제로다.
에라, 모르겠다! 말이라도 붙여 보자. 디스트로이어가 상대 안 해 주면 노답이지만 이대로도 노답이다. 세은이한테 바로 해코지 못하게 쥐똥만큼이라도 상대해 주면 좋겠네!!
" 실례합니다. 말씀대로면 강자는 약자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을 텐데, 선생님은 왜 '윗대가리들'이 시키는 대로 일하고 계세요? 혹시 그 윗대가리들 중에 선생님보다도 대단한 강자가 있나요? 아니면 위크니스 때문인가요? "
" 위크니스 때문에 선생님 기준에는 '약자'인 윗대가리들의 지시에도 따르시나요? 아니면 위크니스가 있는 한 윗대가리들도 '강자'라고 보시나요? "
어쩜 저렇게 한결같을까. 리라는 손안의 포스트잇을 꾹 쥐었다. 힘준 손가락이 짧게 떨린다. 봄, 블랙 크로우와의 전면전에서 대면했던 그 힘을 리라는 기억하고 있었다. 부장의 목을 조르던 손과 비틀려 올라가던 입꼬리도.
"솔직히 계획만 보면 그다지 나쁜 계획은 아니지만... 합의도 없이? 암만 3위라고 해도 너무 독선적이신 거 아닌가요."
그러나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합을 맞춰온 세월이 있었으니. 리라는 숨을 들이킨다. 사지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중력이 거슬리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영희가 디스트로이어의 시야를 방해한 사이, 포스트잇에서 빠르게 물체 축소용 레이저건 하나를 뽑아낸 리라는 그것을 세은의 머리 위에 있는 돌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디스트로이어의 능력.. 중력인 것인가? 몸을 압박하는 프레셔가 장난이 아니야. 상대는 인첨공에서 세 번째로 강한 남자.. 약점? 파훼법? 안 보여. 능력이 단순한 만큼 공격의 수단이 다양하지는 않으나, 그 만큼 공략할 수 있누 단점 역시 없다는 거다.
디스트로이어는 거기다가 세은이를 인질로 잡아서 협박을 하고 있으니.. 쓰읍.. 하지만 퍼스트클래스도 사람이야. 힘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쓸 수 있는 힘의 양은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얼핏 보면 디스트로이어가 유리하게 보이는 상황이지만.. 무조건 그러지는 않아. 장기전으로 가면 디스트로이어 역시 연산이 끊기고, 쓰러질 것이니..
하지만 장기전으로 간다고 해서, 우리 역시 멀쩡할까? 아니.. 다른 이들 역시 상태가 말이 아닐 걸? 그렇다면.. 체력을 빨리 소모시킬 수 있는 공격을 유도해야지.. 세은이야 뭐.. 다들 알아서 잘 구하겠지?
" 아저씨. "
" 근데 이런다고 걔네들이 아저씨 진짜로 풀어줄 것 같아요? "
" 높으신 분들 거짓말에도 잘 속으시고, 고딩들 재롱에도 직접 와서 진심으로 싸우려고 하시고, 꽤나 순수하신 분이었네. "
염동력의 장점은 중력처럼 공간일대를 한 번에 누르는 편리함은 없지만.. 그 편리함이 없는 대신에 대상을 직접 지정하면 바로 그 힘이 전파,중력이나 기타 막고 있는 힘의 방해들을 패스하고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한양은 움직이지 않은 채로, 디스트로이어의 양쪽 갈비뼈를 염동력 매우 강하게 쥐어서 부러뜨리려고 했겠다. 일단 숨부터 쉬기 힘들게 만들어주지.
스코프에 목표물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맺힌다. 태오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새 목표물. 태오는 방아쇠 위에 손가락을 걸치고 집중했다. 조준경에 머리가 맺힌다. 심장이 뛴다. 지금 쏴버릴까? 아니, 인내해야 한다. 지금 당장 전력 하나가 후방에 있음을 들켜서는 안 된다. 태오는 숨을 들이마시고, 입모양을 읽었다. 너희들이 나설 자리는 없다.
"……."
태오는 꽉 짓눌리는 감각에 순간 방아쇠를 누를 위기에 놓였으나 겨우 눌린 몸에서 손가락만 움직여 가만히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무전으로 들리는 소리도, 읽을 수 있나?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을 이들이 있었을까요? 물론 은우와 크리에이터는 바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다른 이들은 일제히 움직였습니다. 먼저 움직인 것은 혜우였습니다. 아니. 그녀는 이미 그전부터 움직였습니다. 세은을 안고 같이 끌려갔으니까요. 어쨌든 그렇기에 세은은 그런 혜우를 바라보면서 두 눈을 깜빡였습니다. 조금은 안정이 되는 것일까요. 몸의 떨림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이어 성운이 역중력을 시도했습니다. 엄청난 압박을 성운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다른 이들이 조금이나마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가 역중력을 시도하자 영희가 레이저를 쏘았습니다. 그리고 그 레이저는 몸에 주어지는 압박 때문에 명중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디스트로이어의 몸을 순간 움찔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주 잠깐 생긴 빈틈. 그것을 놓칠 이들이 어딨었을까요. 이어 리라는 빠르게 축소용 레이저건을 만들었고 세은의 위에 있는 파편을 작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청윤이 그곳을 향해서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고 상대적으로 작아진 파편은 힘없이 박살나고 가루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디스트로이어의 눈빛이 잠시 그곳으로 향했으나 이어지는 것은 태진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자신이 막기 위해서 나서려는 듯, 전지하는 것에 디스트로이어는 칫. 소리를 내면서 살며시 뒤로 물러섰습니다. 마치 거리를 두려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 덕분에 조금의 틈이 더 생길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수경은 워프를 해서 세은과 혜우를 뒤쪽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습니다. 안전하게 말입니다. 세은은 그런 수경을 바라보며 고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정말로 많이 놀란 것일까요. 아직도 미세하게 몸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이어 서연이 디스트로이어에게 말을 걸자 그의 시선이 서연을 향했습니다. 그 순간, 디스트로이어의 입꼬리가 일그러졌습니다. 이어 한양이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으로 디스트로이어를 쥐려고 하자 디스트로이어는 이내 자신의 오른발을 살짝 들어올렸다가 있는 힘껏 내려 찍었습니다.
"...!"
"...!!!"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전원은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뼈가 부러지는 충격을.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고, 힘을 내기도 힘듭니다. 벌써부터 쓰러진 이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태오는 멀리 있었기에 닿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마 생각도 못한 고통을 전신으로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자이로키네시스의 정점의 힘. 단순히 억누르는 힘만으로 몸의 뼈를 박살내버리고 서있지도 못하게 하는 힘. 그 아픔을 제대로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와는 별개로 태오는 무전으로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텐데? 말귀를 정말로 못 알아먹는군. 이게 MZ니 뭐니 하는 그거냐? 핫. 미친 짓의 약자이기라도 한가보지? ...지금까지 이것저것 해내니까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애송이들아. 벌레는 몇 마리가 모여봐야 그저 벌레일 뿐이야. ...개미가 열마리 모인다고 공룡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머리가 빌 정도로 기초학력능력이 떨어지나? 응?" (귀찮은 자식들 같으니라고. 너희들이 뭘 알아.)
"너무 독선적 아니냐고? ...말하지 않았나? 약한 녀석은 불평할 자격조차 없다고 말이야.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주장할 수 없고, 아무 것도 지킬 수 없고,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어.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는 법이야. 정의는 이기고, 주절주절 지껄이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착각이라도 하는 녀석들은 집으로 꺼져서 동화책이나 읽어. 애새끼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들은 거기에 다 있잖나. 안 그래?" (그래. 강해야만 하는 법이다. 강해야만. ...강하지 않기에, 아무런 힘도 없기에 그 애도 묻혀버리고 만 거란 말이야.)
"윗대가리 놈들의 말을 따르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이야. 그럼에도 이 체제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고, 다른 시스템이 보장되지 않고 없는 이상... 그것에 따라야 하는 법이지. 핫.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 엎어버리고 대체할 것도 없는데 혼란만 만들겠다? ...누구 좋으라고? 그게 내가 따르는 이유다. 알겠나?" (그렇기에 계속 강해져왔어. 시스템을 수호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아무리 짜증나고 열받고 마음에 안드는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그걸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만 하니까. 그래야만 짓밟히지 않고 묻히지 않고... 언젠가 그 애의 이야기도 꺼내들 수 있을테니까...)
"...그대로 엎어져있어라. ...위크니스만 데려갈테니까."
"아...안돼. 디스트로...이어! 으아아악!"
은우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디스트로이어는 가차없이 그대로 은우를 걷어찼습니다. 이미 몸의 뼈가 부서졌을 은우는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에어버스터.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약자는.. 불평할 자격도, 대항할 자격도 없다. 그게 바로 이 인첨공의 현 질서다."
한편 무사한 이 중 하나인 철현은 승호를 찾아나섰지만,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철창이 많은 탓입니다. 이대로 하나하나 다 뒤지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을까요? (다이스 값 50 이하였기에 실패 처리)
스코프 너머로 전장의 참혹함이 전해진다. 피 섞인 기침과 함께 쓰러지는 성운부터 시작해 뼈가 부러져 구르는 다른 인간들의 고통 어린 표정이 잡힌다. 다만 동요해서는 안 된다. 이 장소에 자신이 있음을 들켜서도 안 됐다. 태오는 눌렸던 몸을 다시금 가눴다. 들리는 목소리는 전부 흘려버리고, 뇌리를 타고 들어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강해야만 한다며 호소하는 속내에 태오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 애라. 누굴까. 더 집중해보던 태오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리라가 준 탄환은 관통하는 고통만 느껴지는 비살상이라 했지. 다만 리라가 준 색과 달리 유달리 선득한 탄환 하나가 있었다. 태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부디 이것만은 쓰지 않길 바란다고. 그리고 다시금 집중하더니, 무전을 통해 입술을 달싹였다.
"여기는 이시미. 같이 맞기 싫으면…… 표적에게 가까이 붙지 말고… 떨어져요. 1차 목표는…… 네에, 다리랍니다……."
그리고 태오는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바로 총을 챙겨 옥상에서 빠져나가고자 했다. 상대는 퍼스트클래스,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알아챌 수도 있으니 다른 포인트로 옮겨야 한다.
"...아니에요." 혜우도 같이 데려오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머뭇거림의 대가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들 덕분이었지요?
"윽..!" 큰 중력으로 내리찍히는 듯한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경험이 일천하긴 하지만요... 이 저지먼트는 선택지를 파괴하는 걸 잘하시더라고요..." 갑자기 선택지를 몇개 없는 걸 내미시니까 당신께서 미친짓이라고 하는 짓을 하고 마는 거죠... 일반적으로 샹그릴라 사건에서 맞서는 짓이라던가.. 여름의 일이라던가요...라는 웅얼거림을 중얼거립니다. 혜우와 세은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앞으로 나서려 애썼을까요?
>>0 랑은 디스트로이어가 도착하자마자 감옥 쪽으로 향하는 철현을 따라갔다. 그 장소에 있으면 위험할 것이라는 느낌도 있긴 했지만 모두 그 장소에서 일시에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기에 일단 자신이라도 움직여야 했다.
그 결과는... 무전을 통해 들리는 바깥 상황은 상당히 처참한 듯 했다.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새어나오자 랑은 인상을 구겼으나, 지금 돌아간다고 해서 자신이 뭘 할 수 있을까.
"어이, 너... 그 놈 찾으러 들어온 거 맞지?"
그놈이라 함은, 학기 초에 상당히 귀찮게 굴었던 블랙 크로우의 리더일 것이다. 여기선 위크니스를 확보하는 게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니까. 이 녀석은 머리 회전이 빠른 모양이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찾는 걸 도와주마. 이런 쪽으로는 써본 적 없지만..."
랑은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승호를 찾지 못하면 바깥에서 무슨 참사가 벌어질지 모른다. 퍼스트클래스간의 사살도 반쯤 허용된 판에 만약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믿겠는가. 그렇기에 랑은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찾지 못하면 위험하다, 자신이 가는 방향에 그 녀석이 없다면 위험하다.
그렇게 랑은 인위적인 위기를 만들어내려고 애를 쓰며, 철현의 말대로 철현이 가는 방향과 반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까마귀를 찾아보자.
전신이 유리처럼 부서지는 느낌. 뼈의 마디마다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몸 안의 뼛조각이 삐걱거리며 움직이기도 힘들고, 숨을 쉬는 것조차 쓰라린 감각으로 이어져서 버겁다. 뼈 하나하나가 마치 칼날처럼 살아있는 듯이 찌릿찌릿 찔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인첨공의 3위..디스트로이어란 말인가..
방법이 안 보인다. 그저 억누르는 힘이 전부로 보이지만, 그 힘이 너무 막강하고 넓다. 리얼리티 계열만 아니지, 사실상 순식간에 부원들의 전투력을 아예 0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 저거를 어떻게 공략해?
" 크으.... "
한 쪽 무릎을 꿇어버리며 움직이지 않는 서한양. 하지만 그가 꿇은 땅에는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다. 디스트로이어의 능력은 대상을 직접 지정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설정한 공간에 있는 '모든' 물체와 생명체들을 전부 짓누르는 것. 땅 역시 포함되어 있기 마련. 여기에 한양의 염동력은 한양이 지정한 부분의 땅을 디스트로이어의 중력과 함께 눌러주니, 그 부분의 땅이 부숴지면서 한양은 지하로 들어가려고 했겠다.
" .....! "
한양은 지하를 통해서 디스트로이어의 압박에서 탈출하고, 지하를 통해서 디스트로이어의 위치로 이동을 한 뒤, 디스트로이어가 밟은 땅의 입자들을 전부 흩어지게 만들어서 소멸을 시키려고 했겠다. 이 능력의 약점.. 본인이 있는 곳은 압박을 못 해. 그야 본인도 당하고 마니깐. 그런고로 디스트로이어와 같은 위치에 있는 한양 역시 중력에 눌리는 일은 없겠지. 한양은 디스트로이어가 밟은 땅에서 구멍을 뚫 듯이 소멸시키고, 그렇게 튀어나와서 초근접전인 상황에서 디스트로이어의 턱을 오른쪽 팔꿈치로 찍으려고 했겠다.
다행히 혜우가 세은이를 보호하러 갔다. 그리고 성운이가 힘을 쓰자 몸을 짓누르던 힘도 어느 정도 가벼워졌다. 그 덕분에 부원들이 반격하며 틈을 벌었고, 수경이가 세은이를 구했다. 일단 한 고비 넘겼네.
그러나 부부장이 능력을 사용한다 싶은 순간,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다.
" 아악!!! "
서연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엎어졌다. 아무 생각도 안 든다. 금새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됐다. 정신을 놓고만 싶을 때, 디스트로이어가 귀찮다는 듯 내뱉는 말들이 들려왔다. 벌레는 모여 봐야 벌레. 그 사실을 처참하게 절감하면서도 분했다. 억울했다.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동화책이나 읽으라? 누구 약 올리나?! 동화책 읽을 수 있는 몸으로나 만들어 주든가!!!!
그러다, 윗대가리의 말을 듣는 까닭을 늘어놓는 것에 움찔했다. 무시할 줄 알았는데, 일일이 대꾸를 한다? 보기보다 성실하고 진지 빠는 성격이네?? 하다가 이어지는 얘기가 통증과 어우러지며 악에 받쳤다.
" 야 이 수박아!!!!!!!!!!!!!!!! "
" 누군 나오고 싶어서 나온 줄 알아??!! 나 당신 말대로 쪼렙이고 벌레야!!!! 그래서 편의점 알바나 하면서 살고 싶었다고!!!!! 마음에만 안 들었으면 닥치고 걍 살았어!!!!!!! 근데 그래서 당신네 윗대가리가 나 같은 인간은 죽인대잖아!!!! 렙4 이하는 여차하면 살처분한다잖아!!!!!! 벌레라고 공룡이 밟으면 어쩔 수 없구나 죽여 주십쇼 해야 돼!!!??? 안 죽으려고 나왔다고!!! 같은 부원 납치하는 거 막으려고 했다고 산 채로 뼈를 부러뜨려????!!!! 당신은 윗대가리 수박보다 더 돼먹지 못한 수박이야!!!!!!!!!!!!!!! "
악에 받친 발악. 분명히 저 공룡은 벌레가 왱왱거린다고 비웃겠지만. 그런 예감을 마지막으로 서연은 정신을 잃었다.
파편의 크기를 줄이고 세은을 빼냈을 때는 조금 안심했다. 하지만 그러기 무섭게 몸이 무너진다. 손에 쥔 포스트잇이 바닥을 구르고 무릎이 꺾여 아스팔트에 갈렸다. 그러나 그 정도 외상의 통증은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온몸이 소름끼치게 아파왔다. 이런 통증은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온다. 와중에 시선을 팔목으로 돌리면 팔찌의 구슬이 하나 꺼져 있는 게 보였다. 그렇다는 건 실제로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다는 거겠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고통이라니. 팔찌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서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리라는 이어지는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악물었다.
"힘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당신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인첨공에서 자꾸 사람이 미치고 죽어나가는 거예요. 강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해지지 않으면 무가치하다고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발바닥이 터지고 관절이 닳는지도 모르고 달리기만 하다가 미쳐버리는 거라고요."
마구 떨리지만 결코 작지 않은 목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래서 그쪽은... 힘이 있어서 뭘 이루긴 했나요? 공룡씩이나 되셨으니 원하는 대로 주장하고, 지키고, 목소리를 낼 수 있으세요? 내가 볼 땐 아닐 것 같은데."
퍼스트클래스들을 취급하는 꼴이 어떤지는 이미 훤하다.
"뭐, 지금 보면 적어도 훌륭하게 인첨공 시스템에 녹아들긴 하신 것 같네요. 참 잘됐다..."
그것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 그 자체였습니다. 쓰러진 이도 있고, 애써 이를 악물고 움직이는 이도 있었습니다. 수경은 혜우와 세은을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 나섰습니다. 마치 방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디스트로이어는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이어 태오가 저격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총알은 다리에 명중했습니다. 탕! 총알은 그대로 디스트로이어의 다리에 명중했습니다. 칫. 소리를 내며 디스트로이는 순간 움찔했습니다.
"...또 하나가 있었나. 건방진 잔재주나 부리기는..."
그 순간 그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췄습니다. 그렇기에 한양은 그 사이에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로 들어간 한양은 바로 디스트로이어의 앞에서 나타나서 턱을 공격했습니다. 분명히 명중하긴 했지만 디스트로이어는 피식 웃으면서 그대로 한양의 목덜미를 잡고 옆으로 집어던지려고 했습니다. 충격은 들어갔지만 그럼에도 버텨내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단련이 된 모양입니다.
"머리를 굴렸구나. 마틸다. 내 바로 앞에 오면 대처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나? 한낱 공부나 하고 운동 조금 했을 학생 주제에 나와 같은 레벨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그 순간 태진이 이를 악물고 디스트로이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래도 몸을 쏘아내서 공격을 했고, 그 공격은 명중했습니다. 덕분에 한양은 던져지지 않았고, 디스트로이어는 그대로 뒤로 확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을 입었을 것입니다. 이어 디스트로이어는 두 사람을 발로 걷어차려고 했지만 청윤의 총알이 디스트로이어에 계속 명중했습니다. 그 덕분에 그의 움직임은 또 잠시 멈췄습니다. 어디 그 뿐일까요? 영희는 또 다시 레이저를 얼굴 쪽으로 발사했습니다. 레이저가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며 디스트로이어는 이를 악물고 옆으로 굴렀지만, 안대가 잘려나갔습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화상으로 완전히 짓눌려서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오른쪽 눈의 모습이었습니다. 상당히 보기 흉한 모습. 그것은 단순히 불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더한 무언가. 마치...고문을 당한 것 같은 무언가의 모습입니다. 이어 디스트로이어의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지면이 강하게 흔들렸고, 수많은 콘크리트 파편이 지면채로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그대로 뭉쳤고, 마치 메테오처럼 수도없이 떨어져서 결국 아이들의 팔찌를 모두 파괴하고 말았습니다. 또 다시 강한 충격이 계속해서 이어졌을 것입니다. 죽지 않을 정도만의 충격.
리라와 서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디스트로이어는 일그러진 얼굴로 사나운 목소리를 냈습니다.
"말했을터다. 약한 자는 불평을 토해낼 자격조차 없다고 말이야. 그게 싫으면 강해지던가. 핫. 이 인첨공에서 약하다는 이유로 묻혀버리는 이들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지? 핫. 그렇기에 약한 것은 죄인 것이고, 약한 이는 말할 자격조차 없는거다! 살아남고 싶다면,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면 주장을 내세울 수 있을 정도의 자리와 힘부터 갖추는 것이 먼저다! 그게 바로 질서라는 것이고, 사회가 돌아가는 원동력이다! 억울하다고 징징댈 것 같으면 잠자코 그대로 쓰러져서 지렁이와 친구나 해!" (...그래. ...약하기에, 약하기에 그런 문제가 벌어지는거야. 강해져야 해. 누구보다도 더. 누구보다도 더!! 누구보다도 더!!! ...강하지 못했기에 나는... 나는.... 나는.... 이렇게... 이렇게...)
"그리고... 그쪽의 너. 봄에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더니 이번에도 말이 많군. 뭘 이뤄냈냐고? ...그럼 정작 너희는 뭘 해냈지? 나는 힘을, 자리를 얻어냈다. 인첨공에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자리를 얻었다. 지위도 권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는 넌 뭐가 있지?!" (....짜증나게...그 녀석이 할 법한 이야기나 꺼내고...)
그렇게 디스트로이어의 발목을 잡으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였습니다. 혜우의 몸에서.. .아마 하얀 빛이 흘렀을 것입니다. 땅에 그려지는 것은 하얀색 마법진 같은 무언가. 그리고 모두의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부서진 뼈는 순식간에 달라붙었고, 몸이 제대로 움직여졌습니다. 혀를 차면서 디스트로이어가 다시 한번 발을 땅에 찍었습니다. 또 다시 비슷한 통증이 느껴지긴 했지만 이번에는 뼈가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부서지는 그 즉시 달라붙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디스트로이어는 혀를 찼습니다.
"...뭐냐. ...왜 쓰러지지 않는거냐. 어째서!! 무슨 짓을 한거냐!"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야. 대체!!)
"...네 덕이지? 혜우야. 고마워."
이어 은우가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당연히 그의 뼈도 모두 달라붙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제대로 일어섰고 디스트로이어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디스트로이어. ...네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알겠지만...그래도 내 위크니스는 내줄 수 없어. 지금의 네 방식도 인정할 수 없어! 강하지 않으면 말할 자격이 없고, 그저 짓밟히는 것이 맞다는 너의 논리! 절대로 인정 못해!!"
"인정 못한다면 어쩔 참이냐? 에어버스터. 힘이 없는 자가 주절거려봐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너나 나나 퍼스트클래스의 자리에 올랐기에 알아주는 것이고 저 이들도 따르는 것이다. 네가 그저 평범한 능력자였다면 저들이 지금 너와 함께 할 거라고 생각하나? 아니. 애초에 네 존재조차 몰랐겠지. 네가 레벨1, 레벨0였다면 말이야. 네가 레벨5고, 퍼스트클래스이기에 저런 이들이 네 주변에 있는거고, 지금 이렇게 함께 있는거다! 그것조차도 모를 정도로 머리가 둔탱이라면... 다시 공부나 하지 그러냐. 초등학교부터 말이야."
"......."
"하기사 그 정도니까..위크니스를 이런 곳에 데리고 온 거겠지. ...핫. 너의 위크니스는 그저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지켜줘야만 하는 공주님. 그런 이를 이곳에 데리고 오다니. ...역시 네 녀석은 그저 애새끼일 뿐이다. 냉정한 판단도, 질서도, 뭐가 옳은지도 모르는 멍청한 애새끼에 불과해."
"........"
그 모습을 세은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모두들 더는 아프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면...맞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랑과 철현은 어떻게든 찾고자 하는 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철창 안에 있는 이는 블랙 크로우의 리더였던 승호였습니다. 안에서 누워있던 그는 일어나서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뭐냐. 너희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니. 그보다 여긴 어떻게 들어온거야? 너네 뭐야. 새로운 교도관이야?"
통증이 사라지고 뼈가 붙는다. 찢어진 근육이 다시 재생되고 피부가 복원된다. 그것도, 말도 안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처음에는 그냥 치료에 회복력을 증진시키는 정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이젠 구원자가 다 되셨군. 그간 열심히 실습용 카데바 역할을 해 준 덕인가, 하는 생각을 일단 삼키며 바닥을 짚는다.
땅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켜서 대지 위에 선다. 아마 저쪽도 적잖이 놀랐겠지. 손을 털고서, 양 주먹을 들어 올린다. 몸을 돌려 좌반신을 살짝 앞으로 내밀고, 두어 번 제자리에서 스텝을 밟는다.
"2라운드... 준비는 되셨겠지?"
뛰어들어 주먹을 휘두르고, 접근한 채로 다시 빠른 잽을 연달아 날리며 전진한다. 능력을 쓸 겨를이 없도록 최대한 압박을 해야 한다.
"강자니 어쩌니 주절주절 말할 틈 있으면, 어디 쓰러트려 보라고! 천하의 디스트로이어께서 이렇게 혀가 기셨어?!"
몇 번의 앞선 압박. 그리고 상대가 틈을 보였다, 싶으면...
인핸스드 스트렝스를 휘감은 발을 앞으로 강하게 내딛는다. 그 반동을 몸에 싣고 자세를 낮춘 채 허리를 돌리며 무게를 싣는다. 자주 사용하는 오른쪽 주먹이 아닌, 왼손에 시뻘건 기운이 짙게 감긴다. 그리고 그 팔을 위로 살짝 감아 휘두르며 디스트로이어의 오른쪽 옆구리를 노린다.
활시위를 당긴 채 하얀 소년이 중얼거렸다. 들릴지 들리지 않을 지는 모른다. 하얀 소년에게는 아무렴 상관 없는 이야기인 탓이다. 타인의 이야기는 일반적으론 알 수 없다. 소년은 '일반적이지 않은' 부류의 인간이나, 그의 기억을 더듬고자 하는 마음은 적어도 지금은 없었다. 상황이 시급한 탓이며, 딱히 관심이 없는 탓이었다. 그야, 그저 부족한 개 많아서 무언가를 잃었다. 딱 그 정도일 것이 자명했기에.
그러므로 소년은 일단 차분히 자신의 일을 행한다. 활 끝을 말단부 대략, 발목 즘에 맞추며, 이것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사격 기술 몇 가지에 대한 인식을, 디스트로이어의 머릿속에서 살짝 고쳐 쓰고자 한다. 하얀 종이학이 비행하며 그의 머리를 관통하러 간다.
<저것은 맞아도 괜찮다>
하고ㅡ 화살 몇 발, 누군가의 빛줄기, 그런 것들.
"...딱히, 네 일에... 관심은 없어 그저..."
하얀 소년은 그 목소리 마저 색이 없다. 그저 희게,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듯 무감정하다.
죽도록 아팠는데. 안 아프다? 어떻게 된 거지? 나 꿈 꿨나?? 어리버리한 채로 일어났으나 윗대가리보다 더 나쁜 수박이 깽판 치는 상황은 그대로다.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돌아보다가 혜우에게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새하얀 빛에 눈이 멎었다. 저거 뭐야? 와... 혜우 완전 성녀 같다!!! 그러나 감탄도 잠시.
" ! "
뼈가 산산조각난 거 같은 통증이 다시 엄습했다가 사라졌다?? 얼떨떨해 제 몸을 내려다보니 혜우에게서 나오는 빛이 내게도 닿아 있다. 와 이거 뭐야? 엄청나다. 근데 이렇게나 힘 쓰면...
" 혜우야, 너 괜찮아??? "
아니, 아니다. 이런 거나 묻고 있을 때가 아니지. 혜우가 이렇게까지 힘을 쓰는데, 뭐라도 해야...!! 근데 내가 뭘 할 수 있지? 더 나쁜 수박을 쏘아본 순간, 그의 오른쪽 눈이 훤히 드러난 게 보였다. 안대가... 떨어졌다? 그래. 그거라도 해 보자!! 서연은 허겁지겁 안대를 찾아 달렸다. 어딨어 어딨어 어딨어??? 저 수박 근처? 순간 본능적인 공포감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다음 순간 이 악물고 뛰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혜우가 있으니까, 도와줄 테니까, 뭐라도 해 보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거뿐이라고!!
그런 끝에 마침내 끊어진 검은색 안대를 발견했다. 그걸 주워서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했다. 최대한 빨리, 정확하게! 저 수박의 약점이든 저 수박이 미쳐 날뛰는 이유든 뭐라도 알려 줘! 나머지 부원들이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게!!
디스트로이어가 한양의 목덜미를 잡았다. 하지만 한양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디스트로이어가 뻗은 손목을 붙잡고, 디스트로이어어가 한양을 던지려는 방향으로 몸을 당겨서 오히려 중심을 잃게 한 뒤에 두 다리로 디스트로이어의 팔을 감싸서 팔꿈치관절을 꺾으려고 했겠다. 플라잉 암바라고 불리는 기술이기도 했다.
" 이번에 모의고사 9등급 나왔는데- 그리고 아저씨처럼 피지컬만 좋은 사람들 잡는 게 제 전문이라고요- "
태진이 디스트로이어와 부딪힘으로, 이 둘의 근접전은 흐지부지가 되었지만 말이야.
" 크윽... "
또 다시 밀려들어오는 고통.. 한양은 태진에게 말했다.
" 저 아저씨, 피지컬은 무식하게 좋은데 기술이 없어. 봤지? 저 거리에서 시전할 수 있는 위협적인 기술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무식하게 힘으로 잡아서 던지려고 하잖아. 말만 저렇게 세게 해서 그렇지, 거리만 좁히면 비빌 수 있어. "
한양은 혜우의 치유 덕에 몸이 말끔하게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희복속도와 몸 안을 구석구석 회복시키는 정밀성.. 혜우 역시 그 경지를 넘은 것인가.
서한양은 이 틈을 놓지치 않고, 디스트로이어가 움직이지 못하게 염동력으로 몸을 단단히 묶어두려고 했겠다.
" 은우-! 저 아저씨 말에 기죽지 말고, 얼렁 한방 먹여-! 다시 찍어누르기 전에 말이야!!!! 우리가 원래 상대의 말에 휘둘리게 되어 있나?! 일단 갈기고 생각은 나중에 해!!!! 강함만이 진정한 자격을 주는 것은 아니야. 인간성과 이해심, 그리고 상호 존중이 진정한 힘입니다. 디스트로이어 당신의 말은 인간성을 배제하고, 오직 힘만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그런 태도는 진정한 성장과 발전을 막을 뿐이죠. "
" 배제된 인간성을 가진 병기.. 그것이 윗대가리들이 원하는 그림이고, 디스트로이어 당신은 사정이야 뭐 어쨋든, 안타깝게도 그들의 큰 그림에 휘둘려서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고 있군요. 당신이야 말로 병기에 적합한 인재야. 반면 우리 은우는 아니야. 인간성이 배제된 '병기'가 아니라고!!! 은우와 우리는 '인간'일 뿐이라고!!!!!! "
맞았다. 태오는 본능적으로 알아채고는 총을 어깨에 맸다. 조금이라도 늦게 움직였다간 저 사람은 눈치챌 것이다. 어쩌면 저 사람을 지원하기 위한 사람들이 매복하고 있을 수도 있다. 태오는 자리를 피하며 눈을 반개했다. 이렇게 움직이는 건 지나치게 오랜만인데. 조만간 근육통과 각종 스트레스로 앓아눕겠거니 생각한 태오는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심호흡을 하고 달렸다.
매끈한 움직임과 함께 도움닫기로 옥상을 넘어 다른 건물로 이동하며 바로 자리를 찾아 자세를 잡았다. 장전하는 자세도 그렇고, 속도도 그렇고. 살짝 낡고 지치긴 했으나 제법 숙달된 모습이었다. 동시에 스코프로 본 광경에 헛숨을 뱉더니, 무전으로 속삭였다.
"말은 저렇게 해도…… 리라 후배의 말에 동요하고 있어요……. 강함에 대한 집착이 커요…… 아마 누군가를 잃은 듯한데……."
팔찌는 진작에 민호에게 줘버렸고. 능력은, 디스트로이어가 유발하는 과중력을 여러 사람 몫을 떠받치고 있다가 한순간에 여러 사람의 몫을 자신에게 인가받아버린 통에,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데만도 연산한계점에 도달해 지금 당장이라도 뇌가 익어버릴 것 같다. 그런 자그만 몸에,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콘크리트 매질.
혜우와 세은의 앞을 막고 선 성운의 몸이, 콘크리트가 한 번 처박힐 때마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져간다.
피가 튄다. 뼛조각이 튄다. 차마 글로 옮기지도 못할 참혹한 몰골로, 성운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성운의 감았던 눈이 천천히 뜨였다.
여전히 피투성이였고, 여전히 만신창이였지만, 그럼에도, 일어설 수 있었다.
“그래. 뭐가 옳은지는 몰라. 우리 모두 뭐가 옳은지 몰라. 우리는 아직 어리고, 옳은 게 무엇인지 찾아가야 할 길이 멀어. 어쩌면 도착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적어도 뭐가 틀린지는 알아······!”
“사람을 도구나 소모춤, 자원 취급하며 함부로 착취하고 죽이고 다른 이들의 삶이 어찌되든 생각이 어찌되든 자기 좋을 대로만 쥐어짜고 억압하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자신의 힘에 책임을 지지 않고, 자기 스스로의 생각을 포기하고 그런 이들에게 찬동해서 억압의 도구가 되는 것에 만족하고 질서를 유지한다는 핑계로 안주하며 무엇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 편하게 외면해버리는 것······!”
덜커덕 덜커덕 하고, 성운을 구타하던 콘크리트 파편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건축물 잔해들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엇이 옳은 일인지 고민하고 찾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희는 약하니 그럴 권리 따위 없다며 편리한 포기를 억지로 주입시키고 미래를 빼앗아가는 것······!”
성운은 손을 뻗었다.
“이것 하나만 말해둘게. 당신은 틀렸어, 강철준. 은우 선배가 0레벨이었다고 해도 나는 저지먼트에 들어와서 은우 선배를 따랐을 거야. 여기가 인첨공이 아니고 우리가 이따위 것들과 상관이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고 해도 나는 은우 선배가 있는 선도부나 학생회에 들어와서 은우 선배를 따랐을 거야. 내가 살아있는지 어떤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싶으니까. 그리고 그 누구라도, 은우 선배라도, 세은이라도, 여기 있는 다른 부원들 모두라도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그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권리니까! 그러니, 당신은 틀렸어, 강철준!”
디스트로이어를 향해, 겨우 4레벨에 불과한 나약한 위력의 콘크리트 파편들이, 강철준이라는 사람 한 명을 노리고 날아들기 시작했다.
"뉴스도 안 보고 사시나 봐요. 올해 목화고 저지먼트가 막은 사건만 몇 개인데. 그중에는 당신네 '공주님'이 필두였던 조직도 있었죠, 아마?"
통증이 조금씩 가신다. 하얀 진이 펼쳐지자 몸이 점차 원상태로 돌아온다. 리라는 고개를 돌려 혜우를 바라보았다. 저지먼트 안에서 이런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고통으로 뻣뻣해져 있던 안면 근육이 부드러워진다. 리라는 혜우가 있는 곳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곤 바닥을 구르던 포스트잇을 다시 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하고자 하는 걸 할 수 있는 자리를 얻으셨으면 뭐 하나요. 소중한 사람을 빌미로 윗대가리한테 목줄이나 잡혔으면서. 그쪽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맞긴 한가요? 그래봤자 결국 주어진 틀 안에서 누리는 권리일텐데. 조금만 잘못 처신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얄팍한 권리."
리라는 등에 멘 가방을 열어 스케치북을 꺼내든다.
"힘이 없는 자가 주절거려봐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거 혹시 본인 얘긴가요? 맞다면 안타깝지만, 아쉽게도 저지먼트는 그런 조직이 아니라서요. 요즘 애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열려있는 세대라 이야기 나눌 때 그런 편협한 잣대를 갖다대지 않는답니다." "...흠, 아니지. 혹시 본인이 레벨 5가 되기 전에는 친구고 뭐고 일체 없었어서 공감을 못 하시는 건가요? 그 좁은 인간관계에는 애도를 표할게요."
스케치북에 마구 그어지는 새까만 곡선들. 리라는 그것 사이사이에 손가락이 긴 손을 그려낸 후 실체화 시킨다. 손만 달린 액체 괴물 같은 것은 신속하게 기어가 디스트로이어의 양 발을 붙잡으려고 시도한다.
"저에게는 뭐가 있냐고요? 보셨다시피, 친구들이 있죠. 둘도 없이 소중한 이 사람들이요! 전 이 사람들 때문에 여기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당신은 시스템을 대체할 수단도 없으면서 혼란을 일으키는 게 잘못됐다고 했죠. 그 의견엔 일부 동의해요. 하지만 그 시스템이 썩어있다는 걸 가장 잘 아는 게 당신들이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따르기만 하는 행동이 방관과 다를 게 뭔가요?"
음, 죄송합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끌려갔는데, 일이 생겼다고 한마디 하면 될걸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잊어버렸네요... 다 끝나고 인터넷 접속하고서야 생각이 나버렸습니다. 기다리셨을 캡틴과 다른 참가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남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마도 서연이 읽은 것은 모두에게 그대로 공유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듣고서 모두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은우는 이를 악물고 세은은 눈을 감았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모두가 회복되었기에 이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태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디스트로이어의 오른쪽 옆구리를 강타했습니다. 혀 차는 소리와 함께 디스트로이어가 파편을 들어올려서 가드를 시도했지만, 그럼에도 주먹을 그 파편을 뚫어버리고 디스트로이어에게 명중했습니다. 이어 디스트로이어가 그대로 싸악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영희의 검붉은 레이저가 디스트로이어에게 날아왔습니다. 그것에 명중했고 디스트로이어의 입고 있는 옷이 불탔습니다. 그 속에 보이는 것은 일종의 방어용 슈트. 만약 이것이 없었으면 관통되었겠지만, 그래도 이것 덕분에 데미지만 입고, 관통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어쨌건 디스트로이어를 뒤로 넘어뜨리는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틈에 이경은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저것은 맞아도 된다는 기억. 그렇기에 디스트로이어는 피하지 않고 화살에 명중했습니다. 파워드 슈트에 금이 살짝 갔습니다. 그리고 그 틈에 청윤이 가까운 거리에서 공기탄을 쏘았습니다. 금은 점점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내 구멍이 하나 생겼습니다. 한양은 그 사이에 파고들었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디스트로이어를 묶어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리라 역시 자신의 능력으로 액체 괴물을 생성해서 디스트로이어의 발을 붙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알았어!"
이어 은우는 자신의 손에 공기를 압축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크리에이터는 그 파괴력을 자신의 능력으로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이어 은우는 앞으로 뛰어든 후에 디스트로이어의 앞에서 제로거리로 그것을 폭발시켰습니다. 파워드 슈트가 박살나면서 파편이 여기저기로 튀었습니다. 칫. 소리와 함께 디스트로이어가 그대로 뒤로 밀려났고 넘어졌습니다. 그나마 뒤에 남아있던 일부 파워드 슈트는 태오의 사격으로 인해 박살이 났습니다. 그리고 성운의 능력이 발동했고 그대로 콘크리트 파편으로 디스트로이어의 위에 계속해서 떨어졌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그 공격을 맞으면서 디스트로이어는 비틀거렸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능력을 써서 머리에 명중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했습니다.
"...빌어먹...을..."
"디스트로이어. 그만둬. 이 아저씨도 무조건 옳은 말을 할 순 없지만... 자네가 강한 것에 왜 그리 집착하는지 알겠지만, 자네의 방식대로는 결국..자네 같은 피해자만 더 양산할 뿐이지 않나. ...결국... 이 아저씨는 그것에 동조할 순 없어. 약하기에 짓밟히고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하고 강하기에.. 말을 할 수 있다면 이 아이들은 뭐라고 생각하지? 이 아저씨는..."
"닥쳐..."
"디스트로이어!! 확실히 시스템은 중요해. 사회가 무너지면 더더욱 많은 이들이 다칠거야. 그리고... 약한 자들의 말이 많이 무시당하는 것도 사실이야. 강해야만 말을 들어주는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그런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당신도 알잖아! 애초에... 당신도 분한거잖아! 그렇기에.. 지금 현실이 분하기에..."
"닥쳐!!!"
다시 한번 모두에게 강한 충격이 가해졌습니다. 물론 혜우의 능력이 있기에 뼈가 부러지진 않았지만 혹시라도 남아있을 팔찌가 모두 부서질 정도는 되었습니다. 저 지경이 되어도 아직 디스트로이어는 쓰러질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가다듬고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런 설교 놀이를 할 거면 유치원이나 가라. ...나는... 나는... 강해지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강해지기 위해서 많은 것을 참고 여기까지 왔단 말이다! 그리고 인첨공 제 3위가 되었다! 이제와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이제와서!!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 녀석은... 그 녀석은 왜 그렇게 되어야만 했던 거냐! 왜 차일드 에러였던 나와 승호는 그렇게 무시당해야만 했던거냐! 왜 내 눈은 이렇게 되어야만 했던거냐!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이제 와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고 아는 척 떠들지 마라!! 위선자 놈들이!!"
"....당신은 누구보다도 불쌍한 사람이야..."
혜우의 말을 듣고 뭔가를 조용히 생각했던 세은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괜찮다는 듯이 혜우를 지나쳐 앞으로 나가서 디스트로이어를 바라봤습니다. 그러자 디스트로이어는 피식 웃었습니다.
"뭐라고? ...지켜줘야만 하는 공주님이 주제도 모르게..."
"...그래. 지켜줘야만 해. 나는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였어.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봄부터... 아니, 그때 그 시절부터... 정확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그 뒤부터 늘 보호받았던 공주님이야.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여기에 와서도 무시당하지 않도록... 손가락질 당하지 않도록... 더 나아가서... 죽지 않도록... 항상 보호만 받았던 공주님이야."
"핫. 주제를 잘 아는군. 그렇다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 없어. 당신보다 여기에 있는 이들이 다 약하지만... 조용히 입 다물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는 싸울 수 없어. 약하니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내 능력은 그저 변신만 할 뿐이니까. 그저 이 모습으로 오빠 모습으로 변해서 에어버스터인척 하면서... 그저 그렇게 피해다녔을 뿐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어!"
"그건 약한 자의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자기는 정당하다고 떠드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 강하기에 떠들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저지먼트 멤버들도... 거의 대부분이 레벨0였어. 지금도 레벨0인 선배가 있어! 하지만...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어! 능력은 포기했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움직였어! 그래서 많은 일을 해왔어! 그리고... 샹그릴라도, 4학구 소멸 작전도 막을 수 있었어! 그건 강하기에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야!! 다들...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했기에..가능했어! 내가 할 수 없는 이는 다른 이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다른 이가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한다!! ...우리 저지먼트의 모토야! 모두가 함께 했기에.. 누구 하나가 강한 것이 아니라.. 약해도, 강해도 서로 의지하고 함께 했기에..가능했던거야! 그걸 봤기에 나는 리버티에 들어가지 않았고...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을 택한거야! 지금.. 약한 이들이 당신을 몰아붙인 것처럼! 그러니까...나도..."
이어 세은은 품에서 은우의 피가 담긴 작은 병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걸 꿀꺽 마셨습니다. 이어 은우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쫄 거라고 생각하나?"
"........"
"네 능력은..."
".......오빠의 식은... 연구하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서 어느 정도는 알아. 그 연산을... 그대로 복사할 순 없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쓴다면..."
그 순간이었습니다. 아주 작은 볼이었지만, 세은의 손에 작은 구체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던졌습니다. 그것은 아주 작은 폭발을 일으켰지만... 큰 충격을 주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의 뺨을 살짝 긁어서 잔상처를 내기엔 충분했습니다.
"이 정도는...가능해. ...능력을 카피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계속 본.. 나를 지켜준 오빠의 식이기에... 지금의 나는 쓸 수 있어. ...지금의 나라면..."
"....세은아... 너..."
은우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일까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은을 위해서 숨겼던 정보. 그녀는 이미...
"...이제 괜찮아. 지켜줘서 고마워. 하지만... 약해도... 나는 짓밟혀야 하는 것은 동의 못해. 그러니까... 모두가 함께 하는 것처럼 이제는 나도... 조금이나마...도와줄게. ...하지만 죽는 것은 조금 무서우니까... 조금은 지켜줘. 아직은...괜찮을까..."
이어 세은은 가만히 뒤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습니다.
"...좋다.. 저지먼트.. 이렇게까지 나를 부정하겠다면... 어디 한번 그 실력을 보여봐라. ... 더 이상 봐주는 일은 없다. ...나는.. 나는... 절대로 질 수 없다. 나는 강해야만 한다. 누구보다도!! 누구보다도!! 누구보다도!!! 너희들의 말을 관철하고 싶다면, 어디 한번 나를 이겨서 너희들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봐라!! 저지먼트!!!"
한편 철창 안에 있던 승호는 두 눈을 깜빡였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먼저 날 죽인다니? 팔 다리를 부숴버린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어서 그는 두 눈을 깜빡였습니다.
말문이 막혔다. 내 오른쪽 눈이 다 아파지는 기분이었다. 아프고, 서럽고, 분하고,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가장 컸겠구나. 내가 생으로 뼈가 으스러질 때의 감각과 그리 다르지 않았겠구나. 그래서 그때 내가 욕하는 것도 우습게 들렸겠구나. 자기는 그런 비참한 처지에 이르고서도 강해짐으로써 극복했다고 생각해서, 나 같은 사람에게 동질감보다는 한심함을 더 느끼겠구나.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오히려 업신여기기도 하는 경우처럼.
서연은 일어서 전투 현장을 바라보았다. 태진 선배도, 영희도, 이경이도, 청윤이도, 부부장도, 리라도, 부장도, 이 공간을 구축한 크리에이터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디스트로이어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디스트로이어. 그래도 역시 다굴 앞엔 장사 없는지(물론 혜우가 끊임없이 회복시켜 주지 않았다면 디스트로이어는 다굴 앞에 장사 맞다만...;;;) 디스트로이어가 울분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듣다가 '차일드 에러'라는 말에 멈칫했다. 고아라는 이유만으로 실험 대상으로 전락한? 나 역시 운이 조금만 나빴어도 전락할 수 있었던 그...?
한숨이 나왔다. 실험 대상이었음에도 퍼클까지 된 입지전적인 인물한테 나 따위의 말은 먹힐 리가 없다. 그래도 지껄이자. 사이코메트리 원툴인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불대는 거뿐이니까.
" 이봐요, 수박 씨!! "
" 당신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요. 의지가지 없는 것도 서러운데 실험 대상으로 고생고생 개고생하고, 도와달라는 거 마다한 것도 모자라 한쪽 눈을 날리는 수박 오브 수박이 연구원이었는데도, 그거 다 씹어먹고 퍼클까지 되셨으니까요. "
" 저 같은 쪼렙 벌레가 지껄이는 말은 우스울 수밖에 없겠어요, 인정해요. "
" 근데요, 그렇게 강해져서 달라진 게 뭐예요? 지금도 수박 씨랑 수박 씨의 위크니스, 그 승호라는 분은 윗대가리가 버튼 하나 누르면 폭사당하는 신세잖아요. 목숨줄 잡혀 있으니 윗대가리가 수박 씨를 도구 취급해도 꼼짝 못할 거잖아요. 지금도 승호 씨가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실 거고요. 그렇게 사는 게 수박 씨가 원하는 '아무도 무시 못하는' 삶인가요? 퍼클 중에서도 손 꼽히는 강자이신 지금이랑 그 수박 오브 수박한테 눈 잃었을 때랑 달라진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
본의 아니게 알게된 것들이 있다. 소년은 그 기억을 담담히 바라보고, 이해하고, 판단했다. 새삼 이 도시의 불행은 연구 윤리를 저버린 이들에 의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납득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곳에 용납과 같은 의미는 아니었다. 흰 소년은 색이 없는 눈을 가만히 뜬 채로 상대를 보았다.
"...어느 정도 알겠지만, 딱히 긍정할 수는 없으려나.."
슬그머니 고개를 기울인 그의 주변에는 그만이 볼 수 있는 하얀 종이학이 날아다녔다.
"네가.."
하아.. 옅은 숨을 뱉었다. 이 도시는 안타깝게도 약육강식이라, 약한 자들은 먹히기 마련이다. 레벨이라는 알기 쉬운 격차는 그 힘의 논리를 종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세상이라 삐뚤어지고 고통받는 이들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흰 소년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은 긴 보라색 머리.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태생이, 글러먹은 장소다.
"...네가 약자였기에, 강자에게 짓밟혔다는 건 알겠지만..."
허나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악하지만 누군가는 선하다. 소년은 마침 그런 사람들을 알고 있다. 자신의 눈 앞에도 있다. '그' 역시, 장난스럽지만 악한 자는 아니다.
"그게.... 약자를 무시해도 된다는 근거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래."
눈으로 바라본 그의 기억을 더듬는다.
"....너는 두 번째 너를 만들고 싶은 걸까..."
같은 방식은 효과가 적을 테니, 싫어할만한 방식으로. 본래 사냥개를 억압하기 위한 목줄 같은 거였으니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어쩌겠는가. 약자는 뭐든 써야하는 법이다. 일전에 있던 퍼스트 클래스 용 캐퍼시티 다운을, 그의 머릿속에 지속적으로 재생시킨다. 큰 효능을 보긴 힘들 것이지만 의미는 있을 것이다.
'말은 저렇게 해도…… 리라 후배의 말에 동요하고 있어요……. 강함에 대한 집착이 커요…… 아마 누군가를 잃은 듯한데…….'
무전으로 들려오는 태오의 말에 리라는 의아해한다. 누군가를 잃었다고? 그리고 내 말에 동요한다고? 어째서? 그러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서연이 알아낸 사실이 저지먼트 전원에게 전달되었으니까.
묻힌 것. 그 녀석.
그리고 무엇보다, 이름. 철준?
"철준... 이라고? 당신 이름이?"
스케치북을 쥔 채 멍하니 디스트로이어에게 공격이 쏟아지는 걸 보고만 있던 리라는 급히 뒤로 물러선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이름을 안다. 그리고 만약 그게 동명이인이라면, 사육부 학생명부에 쓰인 그 이름과 같은 인물이라면. 일기장의 그 '철준 선배'가 저 사람이라면.
@서한양 그러던 중, 한양에게 요청이 들어왔다. 리라는 멍하던 정신을 겨우겨우 붙잡아 와서 스케치북에 선을 그어나간다. 손목에 채우는 일회용 워프 장치. 도착지는... 어?
"......잠시만요."
4학구의 언론사라면 아는 곳이 있다. 박호수의 일이 끝나고 난 뒤에도 언론사를 다닐 일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으니까. 머릿속에 남아있던 주소는 종이 위에 간단히 출력되고, 곧 리라는 워프 장치를 실체화 시킨다. 그리고 그것을 한양에게 건넸다.
동시에 몸에 다시금 충격이 가해지고, 팔찌의 색깔이 모두 사라졌다. 무용지물이 된 팔찌를 바라보던 리라는 깊이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세은의 말이 전부 흐르고, 디스트로이어가 전면전을 선포할 때까지.
리라는 빗자루를 꺼내더니, 철준에게 빠르게 가까워지려고 한다. 그리고 만약 이 시도가 성공했다면 이렇게 속삭였을 것이다.
"9년 전 목화고등학교, 3학년 3반 강철준. 여름방학 첫 주 토끼 사육장 관리 파트너. 혹시 이거, 당신인가요?"
서연이 읽어낸 것이 공유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타인은 알기가 어렵거나 없습니다. 수경은.. 그렇지요. 감정은 미미하게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세은..양..." 보호받기만 했었지만. 이제는 나서겠다는 세은을 보면서 눈을 내리깝니다. 복잡한 감정이지만. 부정적이다..는 건 아니네요.
"유치원에서나 할 법한 생각이긴 하지만..." "강해야만 한다는 생각도... 제법 유치한 생각이긴 하지요." 그런... 그대로를 유지하시려는 것을 진정 원하시던 거였던가요? 어느 순간 이정도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은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목줄들로 포기된 것이나 다름없는 걸 합리화하신 게 아니고요? 같은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지요.
어느정도 승산이 있다. 은우의 컴프레스 볼이 직격하면서 파워드슈트가 완전히 박살났어. 그나저나..디스트로이어..확실히 힘에 집착하는 계기가 있었어.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피부로 느끼게 해줘야지. '강함'만이 모든 걸 해결하지는 않는다고.
" 디스트로이어? 왜 당신이 그렇게 강함에 집착하는지 얼추 이해가 가네요.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입을 너무 심하게 털었죠? 이건 우리가 잘못했네. 확실히, 굳이 당신이 아니었어도 그렇게 강함에 집착할만 해. 하지만 이건 알아뒀으면 좋겠어요. 오직 강함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말로 해서는 이해 못하겠죠. 지금까지 힘으로 누르고, 힘으로 당해왔으니깐. "
" 그래서 이번에 겪게 해줄게요. 힘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럼 이만- "
한양은 리라가 건네준 워프장지를 꾹- 눌러서 4학구의 언론사에 가려고 했겠다. 전에 크리에이터를 영웅화 시키려고 왔던 곳이기에, 한양을 기억하는 기자들도 있을 터. 한양은 기자들에게 자극적인 주제를 던지며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려고 했겠다.
" 4학구가 소란스러우신 것은 다들 아시지요? 사실 수용소에 '리버티'가 습격을 해서 수용소의 범죄자들을 전부 바깥으로 풀어버리기 위해 일어난 일입니다. "
" 4학구의 안티스킬은 리버티를 진압하는 중, 전멸했습니다. 그렇기에 저지먼트가 나섰고, 예상보다 화력이 강한 리버티에게 고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
" 4학구의 안티스킬의 리더, 크리에이터가 저지먼트와의 공식적인 협조의사를 밝히며 같이 싸워주었고, 헌터의 대장 '디스트로이어' 역시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저지먼트와의 협조의사를 밝히고 같이 싸워주었습니다. "
현장은 '저지먼트,크리에이터 vs 디스트로이어'지만 한양은 이를 꼬아서 '저지먼트,크리에이터,디스트로이어 vs 리버티' 로 바꿔서 말하면서 퇴각한 리버티를 가상의 적으로 만들어서 디스트로이어를 인첨공을 지키는 영웅으로 만드려고 했겠다.
" 현재 대부분 진압이 된 상태이고.. 혹시나 현장에서 촬영을 하거든, 크리에이터가 형성한 녹색지대의 바깥에서 거리를 두고 촬영해주시고 노트북으로 기사를 쓰시면 될 겁니다. "
" 그리고 현장에 가신다면, 멀리서나마 디스트로이어에게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해주세요. 이 작전에 가장 공헌한 자가 디스트로이어고, 진압 중에 오른쪽 눈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
한양이 기자들을 현장으로 가게 유도하는 이유는 디스트로이어가 날뛸 수 있는 환경을 파괴시키기 위해서다. 이 환경은 대표이사가 '리버티를 진압하는데 일어나는 살인은 알아서 덮어주겠다'라는 말이 효력이 되어서 나온 환경이다. 그렇기에 매스컴을 이용해서 이 환경을 철저하게 부신다.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뉴스들- 디스트로이어가 대놓고 싸우는 것이 속보로 나오기에 대표이사가 덮을 수 있는 스케일의 한계를 뚫어버린다. 그렇기에 디스트로이어는 기자들을 해하기는 커녕, 더는 날뛸 수가 없는 환경이 되는 것이지. 그리고 기자들은 이런 위험한 상황에도 달려들거든. 이것이 그들의 생명줄이고, 리버티와 크리에이터,에어버스터,디스트로이어가 엉킨 토픽은 진실의 여부를 떠나서 엄청난 노다지가 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대중들의 영웅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디스트로이어.. 윗대가리분들.. 과연 이번부터는 디스트로이어를 휘두를 수 있을까요?
추가로 디스트로이어가 저지먼트와의 동맹을 받아들였다는 말.. 당연히 구라지. 하지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대중들이 아는 것이 거짓이어도, 이는 곧 진실이 되는 법이니깐.
마침내 승부가 시작되었습니다. 강함을 추구하고 집착하는 파괴자 디스트로이어. 그리고 그것을 부정하고 모두가 함께 맞서는 저지먼트. 누가 승자가 될진 알 수 없었으나, 치열한 전투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서연의 말에 디스트로이어의 고개가 살며시 돌아갔습니다. 이어 그는 앞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했습니다.
"...핫. 계속 그쪽으로 찌를 생각인 모양이지? ...애초에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갔기에 그들도 나에게 이런 기회라도 주는 거 아니겠나? ...그래. 강하기에 기회라도 얻는거야. ...약자는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지. 안 그러나? ...그 애가..그랬던 것처럼..."
아주 순간이지만 디스트로이어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잠깐 생긴 그 틈. 그걸 이용해서 이경이 파고들었습니다. 퍼스트클래스 용 캐퍼시티 다운의 기억이 디스트로이어의 머릿속에서 재생이 되었습니다. 순간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빈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리라가 그 사이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게 맞다고 한들 어쩌라는거냐. 안 꺼져?!"
이어 디스트로이어는 리라의 멱살을 잡기 위해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그녀에게로 시선이 쏠렸기에 그는 앞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어 청윤과 영희가 합동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그걸 뒤늦게 확인한 디스트로이어는 바로 앞에 파편을 몇 겹이나 띄워서 그것을 막아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레이저는 그것을 뚫고 나아갔습니다. 점점 파편이 뒤로 밀려나갔고, 이내 레이저가 마지막까지 뚫진 못했지만 파편을 그대로 날렸고, 디스트로이어의 배에 명중했습니다.
"큭!"
한편 수경의 말을 듣고서 세은은 가만히 수경을 바라봤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디스트로이어는 천천히 일어선 후에 수경의 말에 대답했습니다.
"핫. 그 말을 지금도 고통받는 약자들에게 그대로 할 수 있긴 한가? ...여기서 철학놀이를 할 생각이라면 도서관에나 가라. 네놈과 철학놀이를 할 생각 따윈 없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동월이 뒤에서 등장했습니다. 동월은 이어 쇠구슬을 날렸습니다. 그것은 이내 성운의 능력과 더불어서 엄청나게 빠르게 날아갔고, 디스트로이어는 반사적으로 팔로 구슬을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구슬은 날카로웠고, 그의 팔은 약하게 베였습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그는 몸을 옆으로 날렸습니다. 하지만 검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고, 그의 얼굴이 다시 한번 약하게 긁혔습니다. 피가 약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까요? 이어 성운이 연달아 과중력을 디스트로이어의 머리에 보냈습니다. 자신의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디스트로이어는 크게 기합을 외쳤습니다. 이내 과중력이 아주 가볍게 역과중력으로 사라졌습니다.
"건방 떨지 마라. ...나에게 그따위 중력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앙?!"
그와는 별개로 혜우의 능력은 계속해서 발동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모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중력에게서 모두를 지킬 수 있도록. 하지만 혜우도 사람. 조금씩 어지러움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 크리에이터가 허공에서 키보드를 치는 행동을 멈췄습니다.
"좋아. 이 아저씨. 지금 이 자리에는 계속해서 주어지는 중력은 코드로 없앨 수 있었어. 조금은 나아졌을거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가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꾸 자신들을 억누르던 중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그걸 느꼈는지 디스트로이어는 작게 칫 소리를 냈습니다.
한편 한양은 그 사이에 언론사로 워프했습니다. 오. 이건 특종이야!! 한양의 말에 관심을 보이던 기자들은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아무래도 취재를 하려는 모양이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이번에도 아무래도 성공적으로 넘어가려는 모양입니다. 물론 거리가 멀었으니, 디스트로이어와 저지먼트가 싸우는 모습까지는 조금 찍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 신문 기사에 특종으로는 나오겠죠.
한편 철현은 랑을 대피시키고... 랑 역시 위험한 기운을 아주 강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거기에 있으면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어쨌든 랑이 멀어지자 캐퍼시티 다운을 재생했습니다. 크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곳은 승호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살려줘!! 이게 뭐야!! 대체 뭐냐고!! 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승호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잡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으아아악!!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결국 그는 철현이 의도한대로 털썩 쓰러져 기절했습니다. 아마 천천히 끌려나가지 않았을까요?
한편, 디스트로이어는 가만히 저지먼트 멤버를 바라봤습니다. 그러더니 팔을 앞으로 뻗었고 있는 힘껏 반원을 그리면서 흔들었습니다.
"...보여주마. 이것이.. 강함이라는 것이다. 이 힘이 있기에 나는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발언권이 생긴 것이다!!"
그 순간 대지가 흔들렸습니다. 이내 대지가 갈라지며 불규칙적으로 솟아올랐다가 내려갔다를 반복했습니다. 저지먼트 멤버들은 아마 균형조차도 잡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어 이곳저곳의 지면이 아주 깊게 깊게 뽑혀나왔습니다. 그 수는 총 50개. 그 덩어리는 일제히 떠올랐고, 곧 하나가 되어 뭉쳤습니다.
그리고 디스트로이어가 다시 손을 움직이자 지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움직임을 봉하려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커다란 덩어리는 더더욱 안으로 뭉치기 시작했고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무차별적으로 메테오처럼 파편들이 무수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하나하나에 실려있는 중력 에너지는 상당히 강했고, 먼저 파편이 떨어진 지면은 작은 폭발이 일어나며,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습니다. 말 그대로 운석입니다. 봄의 그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 저것에 맞으면... 중상은 각오해야 할 것 같군요. 병원 전치 8주는 되지 않을까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요.
평소같으면 이리저리 손을 휘적이며 흥겨운 콧노래와 함께 연구소의 시설점검을 하거나 직접 공구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뚱땅거리고 있었을 그녀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 그저 모니터 앞에 우두커니 서있으며 가끔씩 손가락만 까딱거릴 뿐 표정은 제법 진지한 상태가 되어있었다. 아얘 없는 경우는 아니지만, 자주 보는 일도 드문 편이었기에 옆에서 같이 작업중이었던 여학생이 슬쩍 말을 걸어왔으려나,
[꽤 진지해보이거든?] "그야 진지할 수밖에 없지여." [...무슨 고민을 하기에?] "삶과 가치관,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었슴다." [...꽤 철학적이네... 물론, 네가 그런 생각을 안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거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니까여. 이 도시는..." [...누가 보면 여기 온지 얼마 안된 사람인줄 알거 같거든.] "그래두 유치원생쯤 되면 알거 다 아는 나이지 않슴까?" [...무슨 말을 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간성에 대해서 고민할거라곤 생각하지 않거든...] "그릉가여... 역시 그런 생각을 한건 즈뿐인검까..." [가끔은 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거든.] "좋은 의미임까, 나쁜 의미임까?" [글쎄? 둘 다일지도?]
여학생은 어깨를 으쓱이며 살짝 그녀쪽으로 고개를 돌려 웃어보였고 그녀 역시 피식 흘러나오는 웃음과 함께 멀리서 갑자기 밀려난 격벽으로 인해 미처 피하지 못한 더미가 쓰러지는걸 지켜보았다.
[...일단 그런 이야기들을 고작 다섯살짜리 외모를 하고서 말한다는건 좀 깰지도 모르겠거든.] "...유라는 아무리 어린 아이여도 그 안에 우주가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걸 깨달아야 함다." [별로~ 골치 아프거든 그런거~]
선배는 확신하고 있다. 내가 나인 한 앞으로도 쭉 같은 마음일 거라고. 장담하건대 복권 1등에 연속으로 당첨된대도 지금만큼 짜릿하고 황홀하진 않을 거다. 환희에 차면 시력도 바뀌는 걸까? 출근할 때만 해도 주는 크고 높아져서 일하기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만 들게 하던 시설이며 물품들이 지금은 하나하나 생생하고 선연한 색채를 띠고 세상을 더 곱게 만들어 주는 것만 같다.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선배를 만난 것만으로 인첨공에 들어온 건 김서연 인생 최고의 선택일 테니까.
" 저도요. 선배는 선배니까요! "
말하고서 흠칫했다. 이제껏 할 말 못 할 말 다 쏟아부을 땐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쑥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 탓이다. 으와와, 나 필터링 없이 너무 막 나간 거 아냐? 새빨개진 얼굴을 뒤늦게 가리고 마는, 그러면서도 손가락을 슬쩍 벌려 철현의 얼굴을 살피고 마는 서연이었다. 소리 없이 웃는 모습은 쪼꼬매지기 전에도 한 번은 뵀던 것도 같은데, 어린이 모습으로 웃으시는 건 또 색다르다. 어느새 민망함은 잊히고 함박웃음이 머금어졌다.
정말 하나하나에 새삼 설레 버린다. 일주일 뒤엔 뭘 하시려는 걸까? 무효란 말을 대번에 물리시면서도 벼르시니 궁금하다. 뭐가 됐든 나도 기뻐하실 만한 걸 준비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잘 궁리해 봐야겠다. 일단 지금은 선배 사진부터 잔뜩 찍어야지~ 지금 선배 무지 귀여우시니까! 그 다음엔 영상도...
사진 찍자고 나란히 서니 또 가슴이 뛴다. 에이, 집중해야지. 집중. 그래서 폰을 응시하려니 이번엔 엉망이 된 제 꼴이 우습다. 미치겠네. 몸 둘 데도 눈 둘 데도 모르고 있는데, 더없이 해맑고 쾌활한 철현의 고백은 서연의 평정심을 쏙 빼놓고 말았다. 이날 서연이 철현의 사진과 영상을 얼마나 촬영할 수 있었을지는 토실이나 알지 않을까?
사진 .dice 1 20. = 4 영상 .dice 1 5. = 5
/ 심각한 상황 끝나자마자 올리려니 엄청 뻘쭘👀👀👀;;;; 달달함이 화산을 뚫을 거 같은 레스가 앞에 달렸어서 이걸로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막레로 받아 주시면 될 거 같아요!! 글고 이번 일상에서 철현 선배가 확 밝아져서 안심되고 뿌듯해요!! 감사해요 철현주 ><
설표 “천혜우 너 또 은근슬쩍 팬케이크로 저녁 퉁치려 그러지. 안돼. 저녁도 먹어.” 칠라 “한번쯤은 괜찮지 않아? 수플레 팬케이크, 은근 탄단지 다 있고.” 설표 “한 번이 아닌 거 너도 알잖아.” (엄근진) 칠라 “아아─ 역시 무리구나. 혜우야, 이건 네 업보라 내가 커버 못 쳐주겠어. 대신에 오늘 저녁, 오믈렛은 어때? 맛있게 해줄게─”
“역린이 된다··· 마치 지금은 역린이 아니라는 것처럼, 지금이라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하네요···”
“당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사실은 나도 참 마음아프게 생각해요. 하지만 당신이 읽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무론하고, 당신이 바라봐야만 하는 게 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아요. 결국 어느 순간에는, 당신이 혜우를 마주해야 할 순간이 있는 거에요.”
“혜우의 한쪽 팔은 내가 쥐고 있을 테지만, 그래서 그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길을 걷겠지만··· 언제까지고 혜우의 나머지 한 팔은 당신이 간 곳을 향해 뻗어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잖아요. 그러니, 내려가지 않을 거라고 단정짓지 말아요. 나는 그 아이가 당신을 위해서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봤어.”
“거기가 당신의 고향이라 한다면 부정하지도, 막지도 않겠어요. 내가 무슨 자격으로 당신에게 감히 그럴까요. 그러니 나를 설득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설득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혜우에요.”
“힘들다면, 내가 손을 잡고 같이 가줄게요.”
“귀향길이니··· 홀가분하게 돌아가셔야지 않겠나요.”
“감히, 감히 말하지만, 내가, 감히 당신도 나와 혜우가 가는 길에 함께 해줬으면 했어요.”
“이제 와서지만, 부디··· 선배에게 그렇게 무례한 생각을 품고 있었음을, 용서해주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