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당신은 모든 모니터 뒤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넷티켓을 지켜주세요. 1. 본 어장의 메인 스토리는 완료 되었습니다. 이후 진행은 참여 멤버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때까지(혹은 적당한 시기까지) IF 등의 이벤트 형식의 (비)일상 어장으로 운영 됩니다. 2. 어장 속 시간은 현실과 다르게 흘러가거나 똑같이 흘러갈 수 있습니다. 3. 우리들의 멘탈은 안녕합니다. 4. 별도의 스토리 진행은 없으나, 이벤트 성으로 열리는 건 있을 수도 있습니다. 5. 조사는 보통 개인의 행동을 기본으로 합니다. 6. 당신의 행동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7. 서로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럽게 보내도록 합시다.
그렇다. 지금 세상에서 위노아만큼 저를 믿는 이도 없다. 가족들이야 이미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르고, 제 행방도 모르니 야속하기만 할 터다. 그럼에도 답을 아는 질문을 구태여 뱉은 것은 무엇을 위해서였나? 한때의 감정에 휩쓸려 후회할 짓을 해버리는 것은 특기이자 대한의 역사였다. 그리고 역사는 되풀이된다.
위노아의 목소리에도, 대한은 외면하고 있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다. 위노아의 탓이 아닌 건 아는데, 아니, 위노아의 탓이다. 그 꿈이나 나쁜 기억 때문은 아닌데, 사실 그 탓이다. 과정은 불분명하고 감정이라는 결과만이 설명해진다.
위노아가 팔을 붙잡자, 인상을 찡그린다. 첫 순간은 안 갈 것처럼 버티더니, 다른 쪽 손으로 한번 다듬을 때가 된 머리를 헤집고서, 욕설을 뇌까리고 제발로 걸어나온다. 위노아보다 앞서는가 싶더니, 그 손을 귀찮다는 듯 떨쳐낸다.
그러고서 겨우 위노아의 얼굴을 응시하는 것이다. 적어도 제 무의식의 문제에서만큼은 죄가 없는 이의 말간 얼굴을.
"혼자 있고 싶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위노아를 위해서다. 그 와중에 제가 어떻게 대할지 몰라 그게 싫은 거다. 겨우 그 얘기를 토하고서 근처의 소파에 지친 듯 파묻힌다. 지친 안색이다. 본능적으로 제 옷의 가슴께를 뒤적이는데, 지금 입은 건 포켓 같은 건 없는 실내용 옷이다. 방에 두고 온 담배가 숨막히게 생각난다.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건, 그것을 갈망하게 될 때, 폭력적으로 머릿속을 점령당하는 일을 감수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제 발로 중독을 택한 대한은 담배연기가 부족한 거실에서, 제 머릿속을 기꺼이 내주고서 숨쉴 틈 쯤에 생각하는 것이다. 계속 딴 생각 하지 않게 만드는 거라면, 이런 방식도 나쁘진 않겠다고.
"하고싶은 말 있으면 해."
꼴사납다든가, 태도가 왜 그따위냐든가. 대한은 자학적인 태도로 말한다. 어째선지 저를 향한 욕을 들어야지만 마음에 위안이 될 것 같다. 퍽 아이러니한 일이다.
위노아가 청소 도구를 챙기는 것도 거들떠보지 않고서 그저 담배에 대한 애꿎은 생각만 한다. 사실 이 과도한 점령에는 대한이 어느 정도 그것을 원하는 바가 있었다.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할 무언가에 파묻히고 싶다. 육체적 고통이나, 강렬한 무언가에 대한 욕구 같은, 그런.
노아가 방에 손댄다는 것이 썩 달갑진 않다. 그리고 그 흔적이 떳떳하지 못한 것이라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아무 말 않고서, 이번에는 뒤로 쏠려있던 무게의 중심을 앞으로 해 턱 대신 이마를 받친다. 생각하는 사람의 조각상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 차이를 찾자면 그는 어디까지나 사유중이고 이 치는 구겨진 미간을 두고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당신의 그런 태도에 속이 끓었다. 열불이 치솟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런 거라고, 위노아는 인내하며 속을 삭였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할 거다. 위노아는 어지러워진 내부를 정리하며 머릿속으로는 할 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뭐 때문에 그런 거냐고 물으면 대답은 해주나? 차라리 묻지 말고 시시콜콜한 대화라도 이어가야 하나? 그도 아니면 화를 내야 할까? 짜증? 아니면 다른 거?
바닥에 널부러진 유리 조각에 찔릴까, 청소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길어질 수록 머릿속은 복잡하다. 어쩌면 청소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결국 청소는 끝이 나고, 대화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은 먼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유리 조각. 날카로이 깨진 조각은 어떻게 해도 붙지 않고, 붙일 수도 없다. 문득 이 조각이 당신의 불안정한 모습처럼 느껴졌다. 위노아는 고개를 휘휘 젓고는 유리 조각이 담긴 쓰레받기를 들고 나와 처리했다.
“형.”
다시 당신의 앞에 선다. 꾸겨지듯 자세를 잡은 당신의 모습이 유독 작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위노아는 테이블을 밀고 당신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고개 좀 들어 봐.”
괜찮냐던지 같은 달래는 말은 이어지지 않는다. 그냥, 제 얼굴 한 번 보라는 듯이 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