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나 랑 (*이하 나눴던 썰 기반으로 쓰여진 내용) 말랑말랑한 볼을 서로 꾹꾹 맞대며 문지르고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게 눌러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가기 마련이다. 서로의 변화를 처음 알아챈 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새 노을빛으로 물든 부실 안에서 리라는 문득 어떤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낼 때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더 걸린다.
"언니, 오늘도 언니 집 가서 잘 거예요? 음~ 거기 길... 혼자 가도 안 위험하려나아...? 물론 안전한 길 있긴 하지만 지금은 어린이니까..."
크고 검은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그러나 결국 갈 곳 모르던 시선이 정착하는 곳은 랑의 눈이다. 동글동글해진 주제에 꽤 비장한 표정을 지은 리라는 다소 진지하게 다음 말을 꺼냈다.
"그, 그러니까... 그니까! 언니만 괜찮으면 돌아올 때까지 우리 집에서 잘래여?! 우리 집! 청소도 열심히 해놨고! 따뜻하고! 그, 침대도 크고! 그리고, 어, 고양이도 있구... 아! 등하교 할 때 제가 양탄자로 태워다 줄게요!"
한껏 진지한 것 치곤 몹시 정돈되지 않은 어필이었지만. 그래도 랑이 이 제안을 수락했다면, 리라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웃었을 것이다.
[AM 06:44]
다소 불길한 숫자의 조합이 야간 모드로 빛을 한껏 줄인 디지털 탁상 시계 표면에 떠오른다. 이른 아침, 이리라의 집 주방에서는 그 숫자만큼이나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 치이이이익! "아... 안 돼, 안 돼...! 하아, 또 찢어졌어..."
그리고, 그 기운의 중심에는 머리를 뒤로 묶고 팔을 걷어붙인 채 의자를 딛고 서서 프라이팬과 씨름하고 있는 웬 쥐콩이 존재했다.
"어휴, 진짜..."
리라는 뒤집기를 시도하다가 또다시 처참한 꼴이 된 계란 프라이를 보며 절망한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써니 사이드 업 스타일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괴멸적인 요리 실력은 커다란 꿈을 비웃듯 세 개의 계란을 아래는 새까맣게 타고 위는 제대로 익지 않은 끔찍한 상태로 만들어 버렸고—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분명 하라는 대로 했는데!—, 때문에 리라는 보기 좋은 아침식사는 포기한 채 평범한 계란 프라이로 노선을 틀게 됐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으로서 정확히 2개째 말아먹었다. 리라는 조각조각 찢긴 계란 프라이를 노려보다가 일단 휘휘 뒤집어가며 어떻게든 익히는 데 성공한다. 와중에 가장자리가 또 눌어붙어 찢기는 바람에 정말 눈 뜨고 못 볼 꼴이 되긴 했지만.
"우와, 완전 모쌩겼어."
스스로의 망작에 가감없는 평가를 날린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걸 줄 순 없다. 절대로. 그렇다면... 리라의 시선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종합장에 꽂힌다.
"자, 계란 요리사야. 잘 봐아. 여기 이거처럼 만들어야 해, 아랏지?"
얼굴도 없고, 하반신도 없고, 밋밋한 상체에 달린 팔 한쌍만이 그나마 제대로 된 모양을 취하고 있는 기묘한 마네킹. 리라는 그런 마네킹을 인덕션 옆에 올리고 등에 나 있는 포트에 계란 프라이 레시피가 띄워져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연결했다.
삐걱. 목각인형이 움직이는 듯한 모션이 한 차례. 그러나 직후 인덕션을 조작하고 오일과 계란을 순서대로 집어드는 손길은 꽤나 부드러워져 있었다. 계란이 프라이팬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이내 완벽하게 구워져 나오는 것을 반짝이는 눈으로 지켜보던 리라는 마네킹이 다음 계란 프라이를 굽기 시작하는 동시에 의자에서 내려와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실에서 사과 한 알과 시저 샐러드 팩 하나, 냉동실에서 토스트 빵 봉지를 꺼낸 리라는 이윽고 식탁으로 돌아와 그것들을 모두 펼쳐놓았다. 그리고 접시와 과도를 꺼내온 후 샐러드를 접시에 나눠 담고, 사과를 썰기 시작했다.
서걱. 콱!
모르고 들으면 누구 목이라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집안을 울린다. 와중에 계란 요리사는 휴대폰의 자동 전원 관리 모드 탓에 레시피와 연결이 끊겨 동작을 멈춰버렸지만, 그걸 리라가 알아채는 건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
지글지글. 서걱. 위험할 정도로 바싹 익어가는 계란 프라이의 냄새와 사과 썰리는 소리가 주방을 메운다.
>>80 말한다고 나쁠 건 없지 않을까요..? 저도 한번 골절상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며칠 전에 외할머니께서 꿈자리가 안좋다고 하셨었거든요. 그렇지만 그냥 신기하다 혹은 요즘 운이 안좋았네 정도였지 그걸 말해준 사람에게 뭔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79 ...😱 절대로 랑이 오기전에 불꺼야겠다 타면안돼... 리라는 어 이 이거 15주년때의 아무것도 안보인다 마치 내 미래처럼<<이거 떠오르잖아!!! 근데 이번에는 딱밤 칠 기계가 없네 🫠 리라는 눈 도륵도륵 굴리다가 "......아 아냐!! 그 그게 그 아니야 미안해..." 할듯 할말이없어! 지가태웠어 머리를 박아야(?) 그리고 탄거 쇽 가져가서 치울듯
>>80 🤔 애매하네 그분은 여로주가 그런 체질? 인 거 알아? 친분의 정도랑 사건 경중에 따라 달라질지도... 가볍게 지나가듯 얘기하는 거면 괜찮으려나 여로주가 편한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받아들이는 건 듣는 사람 몫이니까
연구원의 썩어들어가는 미소에, 성운은 황급히 어깨에 올라앉아있던 토끼-리라가 성하제 때 크게 히트쳤던 그것, 성운은 아직도 이름을 못 정했다, 이름을 뭐라고 지으면 좋을까 리라에게 조언을 받아보려고 해도 도통 시간이 나야 말이지-를 연구원의 무릎 위에 얹어주었다. 토끼는 연구원을 갸웃 올려다보다가 제법 깜찍한 몸짓으로 연구원의 무릎 위에 폭 주저앉았고, 삶의 피폐함에 찌들어있던 연구원은 모처럼의 힐링에 토끼인형과 노느라 정신이 팔렸다.
>>117 이게 누구야 우리 밈미잖아 일은 여전히 많은데 뭐라도 목구멍 속에 야금야금 넣고는 있지... 전남친 미치겠다 ㅋㅋㅋㅋㅋ 요즘 잘 자니 걱정 말아... 아무래도 3시간 반 그렇게 자던 것도 이제 막 천천히 고쳐가는지라 맘놓고 푹 잠들려면 주말은 되어야 하겠다마는🫠
>>124 안녕 잘지내니 예전과 같은지(???) 그래도 뭐라도 속에 쑤셔넣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속에 부담 안가게 조금씩이라도 끼니때마다 먹는 거면 좋은 거다. 아 왜 전남친톤할 수도 있지 이사람아. 반가워서 그래(?) 주말에는 어장 올 생각 말구 푹 자고 그러기로 하자. 오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133 이게 무슨 말이야 아련한 눈으로 인스타 스와이프 슥뽕슥뽕 하다가 새 게시물 올라온 거 보고 디엠 거는 것 같잖아(?) 자잘자잘 집어먹으니까 걱정 말라구... 탕비실에서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 하고 있으니까☺️ 푹 자고 깨면 와서 복복해달라고 할 테다 전남친밈미(복복에 햅삐뱜)
>>137 사실 노래가사이긴 한데 그런 해석도 가능하겠다 그러니 그런걸로 하자. 머 탕비실 소확횡은 불법이 아냐 양심 합법인거지(이런발언) 옹야 푹 자고 깨서 나 있으면 복복해달라고 와서 치대려무나 복복에 빗질 풀서비스 해줌 (봑봑봑) 아 맞다 썰 말인데 먐미 썰로 마무리 짓고 확실히 회복되고 이런저런 썰 풀 여유가 생기면 그때 새롭게 핑퐁하자 어때
>>141 나 밴드만 듣는 짭덕새기라는 거 여기에서 까여버렸네(이러기) 맞아 양심 합법이야 쌀과자 그거랑 초코하임 어떻게 참아(?) 이래도 되는 거야? 나 풀코스에 디비져... 봑실뱀 승천해서 용용 갈기 복복할 수 있을듯 (뽁실) 앗 좋아👌 힐링하구 완벽 탱주 되면 그때 콕콕 찌를게👉 밈미도 넘 무리하지 말구 힘내자구 우리
두손으로도 채 잡히지 않는 단말기를 무릎에 얹어놓고 이리저리 매만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어린아이지만, 화면 안에 보여지는 것들은 정반대의 내용들이었으려나. 간단한 손짓과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 시시각각 변하는 화면과 그에 맞춰 작업명령이 떨어진 기기들이 움직여 배열이 바뀌는 내부 풍경은 그나마 이곳에서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해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서휘는 감자튀김을 햄버거 사이에 끼우며 눈을 들었다. "감자튀김으로도 죽일 수 있고." 덧붙이는 말이 태오의 능력으로 진위를 판단했을 때 농담은 아니다. 도톰한 감자튀김을 패티 위에 잘 끼운 서휘는 그대로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흩어지거나 뭉개지는 부분 없이 깔끔한 단면을 보이는 게 새삼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제가 영민하지 못하여, 처음 아는 사실이랍니다……."
애꿎은 제로콜라를 빨대로 휘휘 젓던 태오는 얼음이 녹기 전에 쭉 빨아 마시고는 사이드로 주문한 치즈스틱을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치즈스틱 2개, 서휘 몫의 감자튀김까지 몇 개 집어먹으면 이 몸집이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한 끼가 완성될 것이다. 아니,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가도 만족할 식사겠지. 따끈따끈한 스틱은 잇새에서 파스락 소리를 내며 쭉 늘어났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배우면 되겠구나." "……." "싫으니?"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서요."
서휘는 감자튀김을 다시 끼우려다 고개를 기울였다. 조그마한 몸집의 태오는 맞는 사이즈의 옷이 없었다. 더군다나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불안감 탓에 평소에도 허벅지 밑을 너끈히 걸치던 화려한 도포를 걸치고 피백을 허리띠 대신 삼아 둘둘 감싸고 있었다.
"가을은 짧다." "그렇지만, 지금은 저지먼트인걸요." "그게 인첨공에서 무슨 상관이야? 연구원들이 학생들 뇌 따다 죽으면 나한테 기증하고, 리버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이 연구원 배때지에 칼 쑤시고 다니고, 스킬아웃들이 좋다고 안티스킬 대가리를 깨는데."
태오는 잘 씹던 치즈스틱을 차마 삼키지 못했다. 씹을수록 짠 물이 죽죽 나오던 치즈스틱이 갑자기 빳빳한 고무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애써 덜 씹은 튀김옷을 삼키자 목이 껄끄러웠다.
"바깥의 것들은 우리를 천하다고들 하지. 법과 규율을 모르는 무지하고 제멋대로인 녀석이니, 단죄해야 마땅한 것이니, 저런 것들이 존재했다니 끔찍하기 짝이 없느니……. 짐승보다 못하다며 경악하지만 너도 알잖니. 결국 여기가 천성인 사람들이 있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쪽 균형도 맞는 거란다." "……." "그리고 언제부터 네게 선택권이 있었니?"
서휘는 햄버거를 다시 한 입 베어 물었다. 퍽퍽할 정도로 과하게 익힌 패티는 여전히 뭉개질 기미 없이 잇새로 딱 잘렸다. 잠시간의 침묵 뒤로, 콜라를 한 모금 마신 서휘는 조그마한 태오가 치즈스틱을 반도 못 먹고 손에 여전히 쥐고 있음에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너를 귀애한다 하여도 명백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 있지. 네 말대로 너는 지금 저지먼트지 우리의 일원이 아니다. 선택을 하고 싶다면 거래를 요청해." "……." "얘, 네 아무리 어린아이의 모습이라도 봐주는 건 없어. 그 속내에 구렁이 한 마리 꿈틀대는 걸 내가 모를 것 같니?" "……." "그렇게 쳐다봐도 안 돼." "……." "안 된다니까." "……." "……미치겠군! 그래, 겨울까지는 실전이고 뭐고 나랑 1:1로 배우고, 외부에서 2주는 지켜라. 그거면 됐니?" "응."
한결이가 딱 사고 치면 저랬지! 하여튼 저 영악한 녀석. 속이 타들어가는 서휘의 심음心音을 들은 태오는 남몰래 조그마한 혀를 비죽 내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쏙 집어넣었다. 몸집도 작아지니 행동도 아이가 된 것 같았다. 보통의 아이. 태오는 손에 쥐고 있던 나머지 반절을 야금야금 씹어 삼켰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요?" "그 이후는 내가 뭐 나설 것 같니? 아마 네가 드디어 자유랍시고 먼저 나서서 모가지 신나게 패갑 엮듯 모으고 다닐 게 눈에 훤하다." "아닌데." "내기할래?" "……그래서, 어떻게 가르치려고요? 대동맥이니 뭐니는… 나도 잘 아는 걸요." "말 돌리는 것 봐라. 얘, 사모의 구절을 접한다면 네 어떤 정취의 후음이 좋더니?"
갑작스러운 고백에 태오는 미간을 슬며시 찌푸렸다. 어린아이의 모습인 자신에게, 하물며 식사 중에 고백 공격이라. 무드 없는 사람 같으니!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흘러 들어오는 속내에 영민하지는 않지만 남의 속내 정도는 읽을 줄 아는 머리가 돌아갔다. 제정신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서휘가 태오의 조그마한 입술을 감자튀김으로 쿡 찌르고 있었다.
"……아야." "방금 너, 실전이면 감자튀김으로 죽었을 게다. 알고는 있니?" "그렇지만 누가 암구호를 그런 걸로 써요……?" "내가. 불만 있으면 알지?" "이익."
태오는 드물게 발을 동동 구르며 서휘를 노려봤다. 아이 같은 행동에 서휘는 웃음을 터뜨렸고, 태오의 입에 감자튀김 하나를 물려주며 얄밉게 어깨를 으쓱였다. 안다. 배운다면 돌이킬 수 없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자, 하나 더 먹으렴. 그래야 키가 크지." "……내 정신은 곧 약관이랍니다." "하지만 몸은 충년도 안 되었지. 혹시 모르지? 돌아오면 키가 더 커있을지도. 비행기 지나간다. 입 벌려." "짜증 나." "그렇다고 안 먹을 건 아니지?" "……." "옳지, 잘 먹네."
태오는 볼이 미어질 때까지 감자튀김을 짓씹었다. 이 와중에 이건 또 왜이리 맛있는지, 원!
>>214 옆나라랑 다르게 우리나라는 밴드가 설 곳이 한정적이니까 아쉽지 (흠) 아 맛잘알이시네요. 맞음맞음 여름에 꽝꽝 얼렸다가 살짝 녹았을 때 먹으면 시원하고 달고 아주 끝내주는 간식거리가 되지. 부스러기가 좀..좀 그렇긴 한데. 세상에 몹시 땡기는 조건이구나. 좋다 그럼 복복 돌려주겠다. 협상 타결 땅땅. 옹야 얼른 회복되어 오거라. 할미즈 뭉쳐서 틀니 딱딱거려야지
>>242 리라의 부정적인 면은 평소에도 잘 드러나서 알고 있었지 음음 지금은 그 비율이 많이 줄은 거 같아서 다행이야 ㅋㅋㅋ 찡찡아 집사는 사람이야 밤에 자야해... 스트레스 대처법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거라던데 (대체 그걸 어케함) 해소법 확실하니 좋다 혜우우가 높게 평가(???)
문뜩, 지금 있는 저지먼트 부실을 둘러보았다. 물론 부실 답게 있을건 다 있었지만, 영희는 지금 이 부실에 있으면 더 재미날, 아니 더 좋을것 같은 것들이 몇개 생각났다.
그리고 영희는 생각이 난다면 그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타입이였다. 오, 이런.
영희가 씨익 웃었다.
"글쌔요? 지금은...여기 부실을 조금 더 꾸며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청윤 선배는 책 읽으면서 기다리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영희는 부실의 창문으로 다이방 하듯 나갔다.
곧 청윤의 눈 앞에서 어디서 가지고 온지 모르는 노래방 기계, 디스코 볼, 전자 피아노, 오색 빛깔 조명, 적당한 사이즈의 간이 침대(?!), 미니 바비큐 조리 기구, 각종 비디오 게임기들, 전자 현미경 같은 참 가지가지 하는 것들이 부실에 설치가 되기에는 몇시간이면 충분했다.
물론 저지먼트 대장 은우에게는 허락 같은건 받지 않았다.
"음! 이제 좀 부실 다워졌네!"
여로모로 화려해진 부실을 보면서 흡죽해 하는 영희. 청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단 영희는 은우에게 저먼 수플렉스 맞는것이 예약 되어 있는것 만은 정해진 운명이라 해도 무방했다.
/일단 저는 여기까지! 오늘 좀 바빠서 막레 느낌으로 했어요~ 다음 반레를 하실지 그냥 여깃 끝내실지는 청윤주 오마카세로!
>>0 뭔가 굉장히 오랜만에, 동월은 순찰을 돌고있었다. 아니 뭐 물론 순찰은 임무분담제에 의해 빠짐없이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식으로 돌아가지만... 아무튼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인거다.
" .... "
그런 와중, 이제는 진부하다면 진부하고 신선하다면 또 신선할 광경이 목격되었다. 패싸움. 뭐... 어떤 의견차가 있어 저렇게 많은 인원이 갈라져 서로의 얼굴에 주먹질을 날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일들도 저지먼트가 처리해야하는거겠지. 동월은 한숨을 내쉬고, 허리춤에 납도되어있던 칼을 발도한다.
>>357-358 ㅋㅋㅋㅋㅋㅋㅋㅋ 조만간 시간 맞으면 돌리자!!! 나도 아기체리코크 같은 영희 만나보고싶다구🤗🤗
>>359 (돈도 주고 휴일도 주면 안되나 라는 생각을 하다) ㅋㅋㅋㅋ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술래잡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만만찮음이 재밌는거지 한번 한계를 넘어보자!(?) 혜성이 도주하냐고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럴만해 뭐가 있을 곳이 아닌데 뭐가 있다 >> 탐지에 잡히는 거면 귀신은 아닐텐데 그게 더 무서움 >> 왐마야 그렇게 벽뒤에 이상한거 산다는 소문이 목화고를 돌게 되고...(?
>>360 앗 정말 워라벨 챙겨주는 꿈의 직장 ㅋㅋㅋㅋㅋㅋ아무리 생각해도 은우가 미로 날려버리는 걸로 끝맺을 것 같은 한계 술래잡기인걸 좀 빡빡하게 규칙 잡으면 해볼만 할지도 흥미 몹시. 정답이다 연금술사. 거기다가 이혜성은 무서운 건 딱 질색이지 왐마야 하고 빠르게 도주를 하는 이혜성.... 아니ㅋㅋㅋㅋㅋㅋ벽뒤에 커리큘럼실이 있더라< 이것도 이혜성이 낸 소문인데 거기까지 가면 동월이가 괴이 보냐고 다짜고짜 들이댈 것 같단말야(?)
근데 갑자기 생각난 건데. 공구리된 드럼통1개랑 시멘트 채워넣은 드럼통 1개 총 두 개 가져다놓고 탐지를 쓰면 그냥 시멘트든 드럼통 2개가 있다로 인식될지 어유 왼쪽에는 뭐가 더 들어계시는군요. 로 인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보통 초음파는 단단한 고체는 못 투과하니까..(ex. 뼈)
혜우 납치됐을 때 팔찌 찼던 청윤이는 어깨만 다치는 정도였고(그거도 무지 아팠겠지...) 안 차셨던 태진 선배는 녹다운됐던 걸 생각하면, 이승 탈출 넘버원 할 거 아닌 한 팔찌는 꼭 차야 한다!
" ...는 지금 차고 다녔다간 어따 흘릴지 모르겠어서 저도 못 찼지만요. "
6살 꼬맹이 몸이 됐더니 팔찌가 너무 커......
" 배달요?? "
광선이 드론으로 배달이 되나? 그 광선 맞은 드론부터 쪼꼬매질 거 같은데?? 아무래도 상상이 되지 않아 머릿속이 물음표로 차 버렸지만, 그 물음표들은 이내 사라졌다. 성하제 때 수면 부족을 좀 해소하셨다니 다행인데...
" 잠이라는 게 몰아 잔다고 저장되는 거 아니잖아요. 그때그때 안 주무시면 도로묵이에요!! "
" 편의점은 재밌을 일 없거든요~ 진상이나 안 오면 다행이지! "
지금은 진상이 아닌 멀쩡한 손님도 일절 안 왔으면 한다만. (이런 생각 사장님이 아시면 날 해고하고 싶어하실까;; ) 사다리에서 제풀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가 부축받고 있는 애라니. 선배한테 보인 것도 낯 뜨거운데 손님이라도 왔어 봐. 케찹행이야... 일이나 후딱 해야지. 그 마음으로 움직여도 물품 위치가 간간이 헷갈렸다. 토실이가 의욕적으로 움직여 주지 않았더라면 한참 더 헤맸겠다. 난 이렇게 속 시끄러운데 선배는 야간 일 재밌다는 말씀이나 하시니, 하아... 가시기만 해 봐. 토실이한테 투덜댈 거야!!
...라고는 해도 뭐라고 투덜거려?? 선배는 그저 호의를 보였을 뿐이고, 지금 좌충우돌인 건 내가 일일이 동요하는 탓이잖아. 역시 머리 아프다. 내가 엄청 야무지진 않아도 이 정도로 엉망진창은 아니었는데. ◯◯◯ 녀석 말대로다. 한계다. 그래서 선배를 바로 못 보겠다. 별 꼴을 다 보이고 있잖아. 눈물바람을 무기 삼는 짓까지 해 버리고. 선배 가시면 토실이한테 난 왜 이럴까나 하소연해야겠다, 상품 진열 마저 하면서.
스스로를 애써 타이른 보람도 없이, 아니란 한마디에 바로 고개가 들렸다. 어려져선지 더 생생해 보이는 놀란 표정이, 작아진 채 손사래 치는 모습이 얼떨떨하다. 내가 질질 짜 버려서가 아니면 왜? 대체 왜???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팝콘처럼 부풀어 튀는데도 입이 안 떨어졌다.
그때 철현이 다시 한 번 서연의 손을 자기 이마에 얹었다. 부실에서와는 달리 차분하고 자연스레 이끄는 손길이었다. 열이 나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런 채로 돌아온 제안. 가슴이 마구 뛰었다. 이러다 터지는 거 아닌가 싶도록.
지금 능력을 쓰면 그때 선배가 왜 화났는지, 오늘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는지, 더 나아가 내가 선배한테 어떤 존재인지까지 읽히겠지. 하지만... 그게 해도 되는 짓일까? 선배에게 폐 끼칠 감정만 가득인 내 속은 숨긴 채 선배 속만 읽는 게? 그건 너무 저질이잖아... 결국 서연은 철현의 이마에서 손을 떼려 했다. 철현이 완강하게 붙잡지 않았다면 팔을 빼냈으리라.
" 사생활 침해 안 해요. 그냥 양심 선언 할게요. "
기세만큼 말이 나오진 못해 잠시 심호흡을 했다. 뒤에서 음침하게 내 맘대로 되기만 바라다 미쳐 돌지 않으려면, 깨끗이 차이는 게 상책이랬나? 그 전처럼은 절대 못 지낸다는 ◯◯◯의 경험담이 두렵지만, 이대로는 나빠지기만 하겠지. 내 너저분한 상태를 암만 감추려 해도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 저 선배 좋아하는 거 같아요. "
" 같이 있으면 편하고 즐거운데도, 거기 만족하긴커녕 선배 마음이 제 욕심대로 되길 뒤에서 음침하게 바라고, 선배가 힘든 거 싫다면서 저 도와주시느라 고생하시는 거엔 기뻐지기도 하는, 그런 정신 나간 감정이 연애 감정이라면, 네. 저 선배 좋아해요. 안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
정말로, 안 그랬다면 좋았겠다. 연애 감정이 이렇게나 음침하고 제멋대로에 컨트롤프릭스러운 감정일 줄이야. 웹툰이나 드라마에 나오던 거랑은 딴판이잖아. 저지먼트의 커플들도 다들 알콩달콩하거나 서로한테 무해하던데 난 왜 이 모양이지?
막막할 텐데도 우직하게 입시하시는 게 감탄스럽고 조금 내려놓으면 편해지지 않을까 짠하기만 했지, 그때만 해도 쓸데없이 오지랖 뻗칠 뻔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는데.
" 아마 서현씨 처음 만난 날부터 같아요. 제 흑역사 주절거린 날 "
"먹을게 땅에 떨어지면 그냥 버려. 나중에 병원비가 더 나온다." "네가 내게 한 말은...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꺼야."
" 저를 질색해도 안 이상할 입장이신데 오히려 스스럼없이 받아 주시고, 아무한테도 말 안 한다고 해 주셔서요. "
지극히 사적인 영역을 함부로 캐물어 버렸으니 입이나마 다물겠노라 인질 내주듯 뱉은 소리였는데, 그 상황에 그렇게 덤덤하고 따듯한 반응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좋은 분이라고 고마워하고 말았어야 했는데.
" 그 뒤로 제가 갈수록 이상해지더라고요. 선배랑 잘 지내는 걸로 만족하면 될걸 제 것도 아닌 거에 날강도처럼 욕심이 나서... 리라 능력이 부럽고, 혜우 능력은 더 부럽고 "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다른 사람의 능력도, 내 맘대로 안 되고 되어서도 안 되는 영역인 거 뻔히 아는데, 아무 도움도 못 되는 스스로가 초라해서, 포기해야 한다고 타이르기도 어처구니없을 만큼 내 것이 아닌 게 당연한 영역에까지 헛된 탐욕을 부렸다. 그러다 보니...
" 선배가 스스로를 편들기 어렵다셨을 땐 "
“나에게 내 편을 들라고? 엄청 어려운 부탁이네...”
" 아무리 어렵더라도 선배 편을 온전히 들 수 있는 건 선배뿐이니까, 타인이 편든다고 해 봤자 한계가 있으니까 나대면 안 되는 거 아는데도, 제가 편 해도 되냐고 여쭙고 싶었어요. 보탬 될 것도 없으면서... "
" 그 와중에 좀 전엔 토실이까지 부러웠어요. 토실이 안고 너무 행복해하시니까, 고민 싹 사라진다고 하시니까, 저는 절대 못 해 드릴 걸 토실이가 단숨에 해내니까... "
나 지금 뭐라고 지껄이고 있는 걸까. 아무 말도 이런 아무 말이 없다. 헛웃음이 나올 상황인데 눈시울은 뜨거워진다. 또 눈물바람이야? 비겁하게스리. 서연은 눈을 질끈 감고 숨을 삼켰다.
" 아는데, 다 아는데, 이런 주제에 선배한테 중요한 사람이길 바라고 있더라니까요. 다른 사람 맘은 내 맘 같지 않은 게 당연한데, 내 맘 같길 바라는 게 정신 빠진 짓인데 "
"나중에 밥이나 사줄게."
" 바라지 말아야 할 걸 바라는 주제에 뒤에서 음습하게 기대하고... "
" 선배가 안 힘들면 좋겠다면서도 오늘처럼 이렇게 번거로움 무릅써 주시는 거엔 설레 버리고... "
가슴이 답답해져 두드렸다. 그니까 한마디로 지금 난 미쳐 돌고 있다는 거지. 어딜 봐도 선배한테나 나한테나 독만 되는 감정을 어쩌질 못해서. 엉망진창으로 한계를 맞아 버렸다!
" 저도 제가 좀 멀쩡하게 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현시창이라, 그래서, 저... "
" 죄송해요. 선배 뵐 때마다 오락가락해서 오늘처럼 불편 끼칠 거 같아요! "
거기까지 끄집어내자 기운이 쭉 빠지고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서연은 엉거주춤 사다리에 걸터앉았다. 내가 불순한 감정 가진 탓에 어울리기 해로운 인간이 되어 버렸다는 요지가 제대로 전해졌을까? 모르겠다. 머리 무거워. 빈 바구니 치우고 물품 진열도 마저 해야 되는데... 몸이 자꾸만 처진다. 결국 그대로 웅크리고 말았다, 현실도피적으로.
오늘의 커리큘럼은 명상이었다. 뇌의 연산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아무 생각 말고 머릿속을 싹 비워 보라나? 말이 돼? 뭐 하나에 집중하면 모를까, 아무 생각도 말라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란 소리처럼 역효과잖아;; 항의해 봤지만 씨알도 안 먹혀서 조는지 어쩌는지 모를 시간을 보냈다. 이거 효과가 있을까?
그러고 비몽사몽으로 저지먼트 부실로 갔다가... 잘못 온 줄 알았다. 노래방 기계에 전자 피아노에 게임기에 침대에 바비큐 조리 기구에 기타 등등이 부실 문 옆에 잔뜩 쌓여 있지 뭔가? 이거 다 뭐냐고 경악했는데 영희가 부장 허락 없이 부실에 설치했다가 치우는 중이란다. 맙소사, 저걸 다 무슨 돈으로 샀대? 영희 사실은 재벌집 자제야?? 저것들 처분은 어쩔 참이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늘어만 가던 중 정하네 단체 쿼츠가 떠올랐다. 요즘 열일들 하고 있으니(그 덕에 내가 부업도 얻었고) 그들의 본거지에 저런 집기들 설치하면 나름 복지가 되지 않을까? 영희랑 정하한테 물어봐야겠다.
오늘의 일기 끗!!
/situplay>1597046470>296에 착안해서 작성해 본 건데, 이 내용 괜찮을지 영희주랑 정하주께 상의는 드려봐야겠어요👀👀👀
헛소리 일발 장전 태오가 이혜성한테 나랑 일하는 거 알면 네 애인 억장 무너진다는 말 했던 거에서 파생한건데 이혜성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네가 그 애랑 무슨 사이인지 묻지 않으려 했는데 자꾸 그러면 무슨 사이인지 물어봐버린다?" 하고 날선 대꾸한 뒤 나갔을거라는 헛소리
>>508 ㅋㅋㅋㅋㅋㅋㅋㅋ맛있게 쓰세요(?) 🤔 질투라! 글쎄 일단 리라는 은근 하는 편인데(누가 랑이 멋있다고 하거나 옆에 붙거나 하면 ...^^ <<이런식으로 바라봄 당장 성하제때 랑이 글에 등장한 집사복 저지먼트 부원 모브한테도 질투했음) 티는 잘 안내지... 그러나 앞으로는 어케될지 몰루😏😏 랑이는 글쎄🤔 아직까진 본적 없는거 같지?? 리라가 맨날 와서 언니조와! 하고 붙어있기도 하고 이건오피셜의캐해가필요
>>516 아 맞아 리라 은근슬쩍 스리슬쩍 질투하는 편이었지 앞으로는 모른다고 하는 걸 보니 이거이거 기대해도 되는 각인가?(이러기) 랑이 시종일관 리라가 직진애정 보일때마다 담담한게 이게 바로 연상미인가 하고 감탄하고(?) 근데 랑이 묘한 곳에서 질투하는 것도 꽤 (쓰읍)
(팝콘) 약간 정석으로 가정을 꾸린 남자라는 느낌이야 크리에이터...그래서 이혜성이 크리에이터에게서 자기 부모님을 봤나? 얘가 왜 크리에이터를 설득하는데 진심이었는지 의문이라서 생각해봄 부모님을 겹쳐 봤던가 아니면 인첨공에서 그나마 가장 정상적이고 믿을만한 어른이라서? (고민)
>>524 (같이 취중진담에서 폭탄발언해버린 캐릭의 오너.) 근데 그게 또 귀엽단 말이지.....좋아 기대하면서 두근두근 기다릴게 찡긋 약간 내피셜인데 랑이는 질투보다 다이렉트로 툭 하니 부딪혀올 타입이라..예를 들어 걔는 누구였냐 하는 식?
어딘가에서 학생들이 아이가 되어 혼란을 빚고 있다 해도, 연구소를 향한 위협은 줄어들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유달리 가혹했던 연구소들은 이미 몇 연구원을 잃어 줄초상 분위기였고, 학생들에게 우호적인 연구소들도 결국 우리를 속인 건 똑같다며 피해를 입곤 했다. 가장 온건하고 진보적이기로 소문난 연구소인 데 마레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직까지 사망자는 없었지만 연구원들 중 몇은 심하게 폭행을 당했고, 데 마레는 현 상황에 대해 자신들은 알지 못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뒤 당분간 커리큘럼을 전면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굳게 닫힌 연구소에는 희야를 비롯한 데 마레를 졸업한 학생과 소수의 연구원, 그리고 안티스킬에서 파견된 경호원인 아스트라페만이 있었다. 항상 활기차던 데 마레가 이렇게 첨예한 분위기가 된 것은 윤 씨가 연구 기밀과 예산을 빼돌린 것이 밝혀진 이후 처음이었다.
짜악-!
그리고 그 냉철한 분위기 속에서, 우렁찬 파열음이 울렸다. 희야는 자리에 없었고, 아스트라페는 뒷짐을 지고 서있다 눈을 홉떴다. 연구원들 또한 지레 놀라며 고개를 휙 돌렸다. 소장인 승환이 숨을 씨근대고 있었고, 그 앞에는 머리 하나는 더 큰 키를 가진 한결이 고개가 정확하게 돌아간 채 자신의 뺨 위에 손을 더듬거리며 얹고 있었다.
"자네 제정신인가?" "……." "그렇게 징계를 받아놓고도 제정신이야? 역방향 커리큘럼 중지 안건까지는 내 그 아이를 직접 봤으니 이해할 수 있어.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일세. 그 이후는 건드려서는 안 됐어. 자네는 연구원이야, 우리가 보호자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그 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데, 자네가 지금 행하는 모든 것은 선을 넘었다고!" "……." "자네가 보고 있는 미래가 무엇인지 제대로 말해보게. 아이를 위한 미래야? 아니면 제 뱃속 채우기야!" "……." "우리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고, 그 선을 넘었기에 이미 한 번 사달이 났어! 그걸 알면서도 자네는 지금─"
한결은 입술을 달싹였다. 죄송합니다, 소리 없는 사과에도 승환은 얼음보다 차가운 시선으로 한결을 마주했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게. 자네가 어긴 규칙을 내가 눈 감고, 내쫓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란 말입세. 그 아이가 내게 탄원서를 넣지만 않았어도 자네는 해고였어. 나가 보게."
승환은 몸을 휙 돌려 소장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한결은 입을 다문 채 터덜터덜 연구소를 나가고자 걸음을 옮겼다. 요즘 소장님께서 부쩍 예민하시더니, 결국 사달을 냈다며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한결을 쳐다보고 제각기 속닥거리던 연구원 사이에 섞여있던 아스트라페, 태휘는 한결에게 말을 걸었다.
"……위험할 텐데, 어디 가시려고요?"
한결은 쓰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자신의 담뱃갑을 꺼내 보였다. 태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새삼 놀랍다는 눈치였다. 한결 연구원이 가끔 담배를 피우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독한 걸 피울 줄은 몰랐는데. 태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같이 피우시겠습니까?"
한결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혼자 있고 싶어요. 순하게 입술을 벙긋거리는 모습에 태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터덜터덜 걷는 뒷모습이 애처로울 지경이다. 태휘는 그런 한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소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한결은 흡연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다. 흡연자라기엔 그 빈도가 현저히 낮고, 그렇다고 비흡연자라기엔 또 애매한 위치였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그나마 흡연자라 할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골초였던 제 전 애인을 따라 나섰던 것뿐이지, 졸업 이전 헤어지고 나서는 그마저도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최근 한결의 담배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한 갑을 사도 한두 달이면 겨우 비우던 것을 이제는 2주에 한 갑을, 최근에는 나흘이면 충분했다. 연구소 뒤 낮은 담벼락 근처에서 담배를 빼문 한결은 편의점에서 산 라이터의 불을 댕겼다. 인첨공에서만 단독으로 생산하는 진한 향 담배는 머리가 아플 정도의 장미 향이 났다. 길쭉하게 연기를 내뱉을 적, 한결은 시야에 잡힐 듯 말 듯 아른거리는 조그마한 무언가에 의문을 품었다.
봄은 지났을 텐데 당최 어디에 앵화가 피었나.
시선을 내리자 조그마한 인영이 소리도 없이 한결 앞에 서 있었다. 앵화를 닮은 옅은 분홍색 머리가 일자 단발로 곱게 잘려있는 조그마한 아이의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 한결은 저도 모르게 담배를 등 뒤로 숨겼다. 아이는 한결을 물끄러미 마주하다가도, 뺨에 시선이 한참 닿아있다 대뜸 손을 쭉 뻗었다. 한결은 고개를 돌려 연기를 뱉고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무릎을 굽힌 뒤 허리를 숙였다. 한 팔로 조그마한 태오를 안아올리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담배를 든 손을 멀리하고, 자세를 편히 잡을 수 있게 잠시 기다리자 조그마한 몸이 부산히도 꿈지럭거린다. 태오가 자신의 목을 얌전히 끌어안고 기대자 한결은 담벼락 평평한 곳을 찾아 그 위에 앉혔고, 팔을 조심스럽게 풀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조그마한 몸을 훑었다.
전통적인 색채가 담긴 옷자락은 질질 끌릴 정도로 컸지만 인첨공의 기술을 모조리 동원했는지 오염된 기색 하나 없었고, 발목을 너끈히 덮어 담벼락에도 폭포처럼 길게 늘어졌다. 고이 모은 두리 소매는 조그마한 손가락에 옥수수알처럼 잘 영글듯 박힌 손톱을 드러냈고, 옷자락 너머로 슬쩍 보이는 발은 맨발이었다. 한결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이 음중에 맨발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품듯 한참 시선을 고정했다. 태오가 다리를 움직여 발을 옷자락 틈새로 가리고 나서야 시선은 다시금 위로 떠올랐지만, 그렇게 폭이 크진 않았다. 굳이 위아래로 훑을 것도 없이 태오는 단정했고, 또래보다 작았다. 옷의 품이 큰 것도 체구가 작아 보이는 것에 한몫을 했겠지만 안아올렸을 적 턱없이 가벼웠다. 옷 무게를 뺀다면 더 가벼우리라. 몇 살쯤 됐을까, 여섯? 일곱? 나이를 셈하자니 한결은 담배를 끌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손에 들린 것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려 했던 순간, 자그마한 손이 한결의 팔을 꼭 붙들었다. 동시에 한결의 손가락 사이에 있는 담배를 향해 허리를 쭉 기울여 담배를 빼물려 들자 한결은 급히 태오를 붙들듯 품에 덥석 안았다. 태오는 물끄러미 고개를 올려 한결을 마주했고, 한결은 단호하게 입을 벙긋거렸다.
- 안 돼.
태오는 그런 한결의 입술에 빤히 집중했다. 그 틈을 타 한결은 담배를 재빨리 땅에 떨구고 구둣발로 짓이겼다. 태오는 한참이고 한결을 올려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쳤을 적, 한결은 태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가늘게 휜 눈동자 밑 곱게 자리한 입술이 벙긋거렸다. 사근사근, 달싹이며 움직이는 꼴이 지저귀는 새의 부리를 닮았다는 착각을 차마 지울 수 없었다.
"이제야, 제게 집중하는군요……."
변성기가 시작되지도 못한 앳된 목소리지만 특유의 나긋한 어조,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곱씹듯이 굴리는 발음과 기운이 빠진 듯한 어조의 말미가 익숙하다. 한결은 몸을 움찔 떨었다. 이 조그마한 존재가 진짜 태오라는 것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태오는 허리를 세우려다 한결이 자신을 아직 놓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는, 얌전히 품에 파고들듯 몸을 기울이며 눈을 감았다. 이제 입술 따위는 읽지 않아도 된다.
"퇴원한 이후… 여러 일이 있었음에도 연락이 없으셔서……." - 그래서, 2학구까지 온 건가요. "데 마레는, 내게 어떠한 것도…… 알려주지 않아서요." - 여기까지 오는 걸 두려워했으면서, 고작 내 근황을 알고자……? "……그렇다고 한다면 필히 웃으시겠지요." "……."
한숨에 가깝지만 웃음임을 안다. 태오는 그 안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배신감, 상처, 자신을 가지고 논다는 의심, 그리고 그 끝에 꽁꽁 숨겨둔 죄책감과 안심까지. 그런 일을 벌였으면서 자신을 보러 왔다는 것에 대해 뻔뻔하다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그 도와달란 신호를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탓해야 할지. 양가적인 감정에 한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찌 되었든 조그마한 몸집을 이끌고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대한 착잡함이 느껴졌다. 한결은 손을 애써 들어 태오의 머리 위에 올렸다. 누군가를 쓰다듬는 것이 익숙해 보였다. 잠시 고민을 이어가던 한결은 애써 입술을 벙긋거리며 태오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 ……그때 그 상담이요. "예." - 당시에, 발을 붙이고 실존함을 느낀다는 행위가 불편하지 않다 했었지요. 그건 진실이었나요……? "……."
태오는 눈을 느릿하게 뜨며 품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눈망울에 깊게 새겨진 균열은 작고 어린 몸집 때문인지 순진무구한 것 같기도 하다는 착각을 심어주기 충분했으나, 계속 마주치면 삼켜질 것 같았다. 한결은 애써 눈을 마주치며 동그란 머리를 쓸어주었다.
"아뇨, 단 한 번도…… 편하다 생각한 적 없습니다. 행복이란 것도." - 어째서 저를 속였죠? "선생님도…… 저를 속이지 않으셨습니까. 서휘 형님과 함께, 둘이서 같이……. 저를 속이고 농락하였지 않나요."
태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음울한 어조로 중얼거리자 한결의 손이 우뚝 멈췄다. 가늘게 떨리는 손을 모를 리가 없었다. 어지러운 속내도 뇌리로 스며들듯 박혔다.
"당신도 나를 속였으면서…… 왜 나는 안 되는 건가요." - 속여서, 미안해요. 하지만 커리큘럼에는, 학생에게는 진심이었어요. 저는, 저는 학생을 위해서……. "나도 진심이었어요. 남의 행복에 열등감을 느꼈단 것도…… 행복하고 싶었단 것도…. 남들은 모두 당연하게 쥐는데 어째서 나는 안 되는 건지 알 수 없었어요……. 어째서 개같이 빌어봐도 누구도 나를 나로 봐주지 않고 모두 나를 그런 사람으로, 아니, 짐승으로 규정지을까 하였어요…. 하여 내가 행복하고자 하는 방향을 추구했을 뿐인데, 나도 내 목표에 진심이었는데……." 태오는 순식간에 감정이 사그라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이 다 망쳤어요…." 속닥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한결의 옷깃을 쥔 조그마한 손길에 힘이 들어갔다. 한결의 셔츠에 작은 주름이 졌다. 옷차림 때문인지 승천하지 못한 이시미가 인간에게 원통하다 저주하는 것 같았다. "당신이 혜우가 사라진 그날 나를 붙잡지만 않았어도, 내가 내 처지를 깨닫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내 주제를 일깨웠으면서……." - ……. "선생님, 저는 지쳤어요……. 내가 살아남을 방법이 하나뿐인데 그걸 인정하고 행하라 종용하고 있어요……. 내가 그 허물을 벗으면 어떻게 될지 알면서 모두가 나를 어떻게든 사지로 밀어 넣고자 합니다……. 왜 나를 살렸나요? 왜. 박 교수 그 인간도, 간호사들도, 내가 억울했느니 뭐니 제멋대로 속삭이는지요, 아니오…… 아니에요. 당치도 않는 소리예요. 억울하지 않아요, 내가 탐낼 수 없는 것에 무엇이 억울합니까. 끔찍하게 증오스럽고 역겨울 뿐이지. 인간이란 것들은 어째서 내가 쥘 수 없는걸 쥐어놓고 끝없이 추구할까요, 저는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네, 원망스럽고, 두려워요……." 조그마한 몸을 한결의 큼직한 품에 맡긴 태오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조그마한 손이 새빨갛게 상흔이 남은 뺨을 스치듯 더듬었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억센 손이 후려쳐 살갗이 쓸리고 그 겉이 까진 흔적이 역력했다.
"실은 알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 커리큘럼을 다시 재개하려 하셨다는 걸……. 정당한 일을 했는데, 어째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요……?" - 저를, 시험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고작 수습 연구원이라서 그런 겁니까……?" - 저를……. "사냥당할 겁니다."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에 한결은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굴로 돌아갈 저를…… 데 마레가, 가만히 두겠습니까…? 제게 다시 목줄을 채우고, 약으로 길들일 겁니다. 그건 싫어요, 두렵습니다……." - 나를……. "윤찬혁은 실패했으나, 당신은 할 수 있잖아요." - 학생, 제발. "나를 지킬 수 있잖아요…. 형님과 함께, 유이한 제 편이시잖아요……. 나를 믿어주잖아요."
시선을 내려 태오의 눈을 마주한 한결의 눈이 한없이 어둡다. 지킬 수 있다. 그래, 지킬 수 있지, 인첨공에 사건에서, 언제고 무너뜨릴 준비를 하는 저지먼트에게서, 그 틈을 파고드는 간악한 존재에게서, 부소장의 자리에 앉는다면, 그 권한을 쥐어 명분을 가진다면……. 태오의 눈망울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결은 백의가 더러워지든 말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믿어요.'
그리고 태오의 작은 발등에 제 이마를 기댔다. 믿어요, 당신의 말을 믿어요……. 홀린 듯 한결은 입술을 벙긋거렸다. 숙인 고개 너머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전지전능한 존재라 굳게 믿으며 짧게 기도를 올리고 절절한 눈으로 땅에 시선을 박았다. 그런 한결을 바라보며 머리 위에 손을 얹은 태오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네에, 저를 믿어주세요. 신앙해 주시고 숭앙해 주세요…." 그리고 고개를 들어 다른 손을 올렸다. 조그마한 손가락이 입가에 닿고, 이내 조용히 하라는 듯 눈을 휘었다.
금주 없으니 하는 헛소리인데 주접+쓴맛이다 이혜성이 금이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잘 안할것 같단말이야? 금이가 좋아해요 하면 응 나도 하고 답할 것 같은데 그러다가 금이가 언니한테 좋아한다는 말 한번 듣기가 왜이리 힘든가요 하는 거지 그 말 듣자마자 이혜성은 눈물을 흘리는데[더보기]
기억이 하나쯤이 있다는 건 이상한 건 아니지만 수경은 기억들이 드문드문. 둥둥 뜬 것 같다는 점이 그렇겠지요.
"음..." "....그녀와 닮았다고도 하더라고요." "적어도 그 색이 닮았다고 하고 싶은 게 영향을 미쳤을지도요." "....저는 좀 더 영향을 받기 쉬운 것도 있고요." 순간 멈칫합니다. 어린 몸이 당신을 감상적으로 만들어서 무어라고 말하게 된느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기억이나 인생 자체가 전부 거짓된 거라면 어떨 것 같아요?" 가벼운 질문인 것처럼 쓰고 있는 베일같은 것을 좀 더 푹 눌러쓰면서 물어보려 하는 수경입니다.
"이런 게 울렁거리는 건 아니지만..요?" 텔레포트 커리큘럼에는 그런 종류도 있을 게 분명하므로(공간의 이동에 따른 울렁거림을 견디거나 익숙해지는 것 등등)
일순간 철현의 눈이 커지며 몸과 표정이 굳었다. 잠시 후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새봄에게 보인 추태를 서연에게 또 보일 수는 없었다. 서연이 자신을 그렇게 볼 이가 아니라는 것을 철현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약한 이를 걱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친한 부원을 걱정해주는 것이다. 철현이 레벨 5였어도, 퍼스트 클래스였어도 똑같이 걱정했겠지...
“그래, 반드시 차고 다닐게!”
아무것도 아닌 듯 해맑게 웃고 싶지만 입 꼬리가 굳어 힘겹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드론! 리라의 능력으로 커다란 드론을 그리는 거야! 그리고 축소광선총과 3회 발사분의 카트리지를 파는 거지.”
그렇다면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그것을 구매하고 드론으로 축소광선총을 보내면 그 사람의 옷 3벌이 작아지는 것과 똑같다.
“걱정하지 마,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으니까."
수능까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이젠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도서관의 새벽반 인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철현 역시 그들의 페이스에 따라가기 위해 잠을 더 잘 수 없었다. 이들은 모두 라이벌이었으니까.
"진상이 온다면...점장님께 전화해서 맡겨야지."
저지먼트의 주요 순찰 코스인 이곳에서 진상을 피운다면 그 진상 고객은 아마 자신이 옳다고 굳게 믿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그냥 책임권자에게 맡기는 것. 어렵거나 혼자 판단하기 불가능한 일이 있다면 그냥 책임이 있는 자, 선임에게 맡기면 더 이상 내 책임이 아니게 된다. 무엇보다 그런 걸 책임지라고 돈을 더 받는 사람들이니까.
이후 서연의 손이 철현의 이마에 닿자 철현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가슴이 미칠 듯이 뛰었다.
진정해라 내 가슴아. 그냥 이마에서 손을 떼버릴까? 아니야, 조금만, 조금만 더 이러고 싶어. 하지만 서연이 싫어하지 않을까? 싫어한다면 팔에 힘을 주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서둘러 그녀의 손을 놔주고 사과해야지. 그러니 조금만,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지금 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철현은 자신의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6살의 어린 소녀지만 실체는 자신이 아는 그 서연이다. 똑같은 말투, 똑같은 생각, 똑같은 행동을 한다. 그러니...
서연이 자신의 이마에서 손을 떼려고 하자 철현은 손에서 힘을 푼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잠시나마 서연과 접촉한 것을 좋아한 자신이 너무나 수치스럽고 창피했다. 후배를 이런 눈으로 바라본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어?"
양심선언이라는 서연의 말에 철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방금 전 있었던 행동에 항의를 하려는 걸까?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하겠다고 말하는 걸까? 어떤 말이 나오든 철현은 감내해야했다.
“어?”
철현은 잠시나마 귀를 의심했다. 심장은 폭발적으로 뛰기 시작했고 얼굴은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변해버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만 삼켰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저 멍하니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이라도 시키는 것처럼 가슴에 손만 얹을 뿐이었다. 이제 좀 알 것 같았다.
왜 서연을 그냥 둘 수가 없었던 지. 왜 서연을 도와주고 싶었고 잘 보이고 싶었는지 왜 서연과 함께 있는 시간이 그토록 즐거웠는지.
“정말로?”
내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을까? 레벨 3이자 레벨 4를 목전 앞에 두고 있는 그녀에게 항상 남을 먼저 위하고 자신의 잘못을 찾는 그녀에게 저지먼트에서 꼭 필요한 존재인 그녀에게. 만년 레벨 0이자 계수 상승조차 없는 내가. 저지먼트 일은 떠맡기기 바쁘고 자신의 일만 우선하는 내가 저지먼트에서 없어도 될 내가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는 걸까?
“...”
서연의 힘겨운 고백에 철현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두근대는 가슴과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 바빴다.
정말이야? 정말로 날 좋아한다고? 대체 왜? 난 아무것도 아닌데? 누가 날 좋아하겠어? 고아인데다가 동생에게 빌붙어 사는 밥벌레 자식을. 항상 공부한답시고 남에게 민폐를 끼쳐, 스트레스를 푼다면서 남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다녀. 운 좋게 악당을 몇 번 쓰러뜨렸지만 동료들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어. 게다가 내가 한 일이잖아.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야. 은우든 한양이든 혜성이든 태오든 태진이든 후배 중에 누구든, 나 하나 쯤 없어도 다른 부원들이 해낼 수 있는 일 밖에 없어. 그런 나를? 만약 연애한다면 어쩌지? 내가 서연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선생님은 대학가서 연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공부만 하라고 했는데? 그런데 친구들은 다 하잖아? 우리 학교 전교 10등도 연애한다던데 그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다들 하는 거잖아 그런데 왜 나는 하면 안 되는 거지? 눈 딱 감고 해볼까? 아니야. 그건 이기적인 거야. 내게 고백한 서연이에게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지? 동생에게 용돈 받아서 쓰는 내가? 나도 알바를 해야 하나? 안 되는 데...그럼 진짜 성적 떨어지는 데. 역시 거절해야하나?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만약 거절 한다면 나는 이 일을 후회하고 말거야. 연애해서 공부에 방해가 되나 거절해서 방해가 되나 공부 못하는 건 똑같아. 그러니 해도 되지 않을까? 잠깐 난 또 왜 내 생각만 하고 있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과연 나랑 연애해서 서연이가 행복할까? 서연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지? 동생에게 용돈 받아서 쓰는 내가? 용돈이라도 쪼개서 모아야하나? 동생에게 용돈 좀 올려 달라 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야 동생도 가족에게 돈을 부치느라 여유롭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돈을 더 달라고 하겠어? 오빠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 아. 한심한 강철현 바보 같은 자식. 역시 거절해야하나? 아니야 싫어. 싫다고 난 쟤를 좋아한다고 그런데 고작 이런 바보 같은 이유 때문에 거절해야한다고? 헛소리 하지 마. 내가 조금만 더 똑똑했다면 내가 조금만 더 레벨이 높았다면 내가 조금만 더 능력 있었다면 이런 걱정은 안 했을 텐데. 내 동기들이 부럽다. 레벨이 높아서 얼마든 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그 녀석들이 지금처럼 미치듯 부러운 적이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워.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속이 매스꺼워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빨리 대답을 해줘야하는 데. 뭐라고 답해야하지? 고백을 받아도 되는 걸까? 거절해야하는 걸까?
수많은 생각이 순식간의 철현의 머릿속을 일제히 헤집어 놓았다. 마치 꼬인 실타래처럼 머리가 복잡했다. 철현은 침을 삼키며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했다.
“...”
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온갖 고전 소설에서 읽었던 문구들이 조합되면서 그럴싸한 대답이 만들어졌지만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허균도, 김만중도, 이상도, 박지원도, 일연도, 김부식도, 김소월도, 정철도, 백석도, 허난설헌도, 작가 미상의 수많은 사람들도,
교과서의 스승들은 자신들의 수려한 문장들과 그 속에 담긴 아름다운 의도를 내게 알려주었지만 이 멍청한 제자는 지금 이 순간, 적절한 대답하나 뱉지 못하고 있었다.
“서연아...”
힘겹게 이름을 불러보았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불러도 그녀가 내게 꽃이 되었어도 그 꽃을 품는 것은 결국 내가 할 일이었다.
그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서연의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를 듣고 깨달았다.
나는 지금 7살의 몸으로 6살 아이에게 그것도 편의점에서 고백하고 있다. 이건 정말로 멋없는 상황이다.
이 어이 없는 상황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거리며 웃고 말았다. 좋아. 이래야 나지. 이제 내가 이제 할 수 있는 말을 찾았다.
“12년만 기다려줘. 그때까지 네 맘이 변치 않는다면.” “그땐, 내가 먼저 네게 고백할게.”
>>선생님은 대학가서 연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공부만 하라고 했는데? 그런데 친구들은 다 하잖아?<< >>선생님은 대학가서 연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공부만 하라고 했는데? 그런데 친구들은 다 하잖아?<< >>선생님은 대학가서 연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공부만 하라고 했는데? 그런데 친구들은 다 하잖아?<<
하얗게 불태웠어... 로맨스 소설을 읽어봤는 데... 연애소설이라고 밀리의 서재에 치니까 19금이 절반이었고... 간신히 장르별 검색을 누르니까... 소설의 빌드업이 길고 기승전결 아름다운데... 두편보니 집에 와버렸고... 결국 소설의 간질거리는 분위기라도 가져올까 했는 데... 열등감이 폭발해버린 지금 철현으로선...(눈물)
처음엔 거절하지만 나중에 역으로 서연이에 대한 마음을 자각하고 다시 구애하는 스토리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도... 정말로 거절한 직후 철현이의 후회가 시작되고 멘탈 붕괴되고 우울증 빠지게 될 것 같아서 포기... 후회물 피폐물을 안 좋아해서...
처음엔 거절하고 개인스토리에서 다시 고백할까 생각했지만... 철현의 고백에 다른 캐릭터를 말려들게 하는 꼴이니 포기...
선 아녜스 센터의 앞뜰은 오늘따라 더 왁자지껄했다. 날개 달린 작은 배를 그려낸 리라가 아이들을 태운 채 마당을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을 바람에 하얀 돛이 부드러이 나부낀다. 적정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지만 제대로 떠 있는 조그마한 놀이기구는 아이들의 즐거움을 자극했다. 그 뒤로도 해적 모자랑 망원경도 그려주세요, 하늘 나는 물고기도 그려주세요... 이런저런 요청을 받아 이것저것 실체화 시키고 나면 어느새 상담 시간이 코앞이다.
"아! 시간 됐다. 언니 상담 받고 올게! 마당 밖으로 나가지 말고 놀아야 해, 알았지?" "네~"
머리 위에 얹혀 있던 해적 모자를 다른 아이의 머리에 얹어준 리라는 그 길로 배를 내려와 센터 안으로 걸음했다. 종종종. 기존보다 짧은 다리는 지각 없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 ...는, ... - 저도 이해... ...지만... - 저는... ...이 됩...
그 바쁜 걸음은 살짝 열린 사무실 문 앞에서 멈췄다. 내부에서 들려오는 2인의 목소리. 리라의 눈이 깜빡깜빡 여닫힌다. 누구?
- ...합니다. - 아뇨. 시현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일이 아닙니다. 그냥, 저는 조금 두려울 뿐이에요. 또 같은 일이 반복될까봐. - ...이해합니다. - 물론 옛날과 지금은 규제의 정도도 다르고, 두 아이의 상황과 경우 또한 다르지만 만약이라는 게 존재하니까요. 더군다나 그 방송을 생각하면 더더욱... - 경 선생님, 그 녀석이 그걸 알고 있었을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솔직히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요. 전 당시에도 수석 연구원이었지만 그 녀석은 고작해야 갓 졸업한 인턴에 불과했으니까요. - 하지만 전 소장과 가까운 관계였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 그건, 아니, 그렇다곤 해도—...
뚝. 문득 말소리가 끊기고 문 쪽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달칵.
"......언제 왔냐. 선생님, 이리라 학생 도착했습니다." "아, 리라 왔나요?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어서 들어와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리라는 상담 잘 하고. ...와. 근데 완전 꼬맹이가 됐네? 너 문은 열 수 있냐?" "지금 얼굴 보자마자 뭐지? 쌤! 시현 쌤이 학생 괴롭혀요!" "뭐지는 반말이고 인마~ 아무튼 난 간다~"
왜 저래 진짜! 아까 들은 진중한 목소리가 환청이라도 된 듯 시현은 평소처럼 장난 섞인 시비를 걸며 돌아선다. 그런 뒷모습을 살짝 흘긴 리라는 곧 종종종 걸어가 의자에 앉는다. 시야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대체로 평소와 같은 풍경이다. 따스한 햇살 들이치는 창문, 부드러운 색깔의 벽지, 어쩐지 색이 바뀐 머그컵과 커피 향, 컴퓨터 모니터와 각양각색 피규어, 처음 보는 액자.
상담이 끝난 후, 어쩐지 리라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경은 그런 리라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검고 긴 머리는 그의 내담자가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걸까? 하긴 지난주도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니 그럴 만도 하다. 경은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다.
"리라,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음... 네, 그게요." "응?" "저게 뭐예요?" "어?"
그러나 대화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제서야 경은 액자를 서랍에 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이거." "평소에 못 보던 거라 궁금해서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경은 그 짧은 정적 사이 마주보고 앉은 아이의 검은 눈동자에 몇 개의 생각과 감정이 오가고 있는지 읽을 수 있었다. 호기심, 잘못된 질문을 한 것인지에 대한 불안이 고스란히 보이는 눈동자, 상대의 눈치를 살피는 제스처, 후회.
경은 액자의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곧 집어들었다.
"......선생님 가족사진." "...아, 그렇구나!"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에요. 평소에는 서랍 안에 두는데 오늘은 꺼내놓고 다시 넣는 걸 잊어버렸네. 이게 궁금했어요?" "네, 아니 음... 조금?"
톡. 말이 끝나자 액자가 반대로 돌아간다. 그제서야 리라는 액자 안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보다 젊은 선경의 모습, 그리고.
"어? 우리 학교 교복." "맞아요. 이 친구는 선생님 딸인데, 목화고등학교를 다녔었답니다. 리라보다 한참 선배죠." "그렇구나... 선생님이랑 닮았어요." "그렇죠?"
리라의 눈동자가 사진을 벗어나 선경에게 향한다. 궁금한 점은 많았지만 함부로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저 가볼게요!" "응? 가려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어요?" "음~ 네, 일단은. 다음주에 또 보니까 생각나면 그때 이야기할게요." "그렇구나. 그래요.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리라. 조심해서 들어가고." "네, 다음주에 봬요!"
리라는 의자에서 내려와 사무실의 문을 닫고 나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 "..." "늦네." "또 늦는구나." "..." "..." "...여어! 야호- 나 왔어-!" "넌 임마 불러놓고 지가흐엌" "오늘도 귀엽구나 유유! 아휴 귀염둥이! 아, 홍이도 오랜만?" "그래. 진아. 오랜만인데, 일단 걔 먼저 놔주렴. 숨막혀 죽겠다." "아, 앗! 유유 미안! 너무 반가워서 그만!" "켁... 사람을 죽일 뻔 해놓고 미안이면 다냐?!" "아하하하! 자자 시간 아깝다 들어가자!" "야 너 그렇게 빠지면 봐줄 줄 알어!" "아니 그치만 예약을 흐애악!" "하하."
"음- 여기 이거랑 이거랑 이것도 하나 주시고, 야, 넌 뭐 마실래?" "1차니까 사케!" "이게 사람이냐 술통이냐. 넌." "같은 걸로 통일하자. 2차도 갈 거잖니." "어어. 여기 다이긴죠 한 병까지요." "얼음물도 세 잔, 술이랑 같이 주세요!" "너 목소리 좀 죽이라고. 여기가 노상이냐?" "소리 큰게 자랑이라 그렇다 왜!" "아오." "...진아." "어?" "스스로 차분해지지 않으면 그렇게 만들어버릴 거란다?" "ㄴ,넵." "옳지." "...하여간 내 말은 말도 아니지. 쳇." "그치만 유유는 후배고 홍이는 선배인 걸?" "그래 나이 많아서 좋겠다. 철없는 아줌마야." "나 아직 스물ㄴ! ...스물넷 밖에 안 됐거든. 후배자식아." "어쩌라고. 내가 더 어려." "아으 이 후배놈을 진짜." "얘들아. 둘 다 나잇값 못 하고 있으니 그쯤 하자." "...느엥." "알았다고."
"진아. 천천히 먹자. 그러다 혓바닥 다 데인다?" "하지만 타코야끼는 뜨끈할 때 먹흐야핰" "뭔 말 하자마자. 가지가지한다." "흐, 뜨거. 그치만 이렇게 먹어야 맛있다구." "그래- 너나 그렇게 드세요." "유유는 냥이혀라 뜨거운 거 못 먹는데용-" "조심해서 먹는거지 그런 거 아니라고." "하하. 그래.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그런데 진아." "웅?" "요전에 연구소에 있었지? 너도 돌아간 거니?" "웅. 그야 당연하지. 준쌤 성질 견딜 사람이 나 말고 누가 있다구." "여전하구나." "음- 히히. 그렇지 뭐. 원래 먼저 반한 사람이 지는 거 랬어." "어? 뭐야. 너 아직도 그 인간 좋아하냐?" "당연한 거 아냐? 여자의 순정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 너?" "아니, 난 진작 넘어뜨렸을 줄 알았지. 와. 진또라이가 참을 줄도 아네." "흐흥- 원래 완벽한 함락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잠깐, 너 방금 뭐랬냐? 진또라이?" "뭐. 잘못 들었겠지. 야 이거 오코노미야끼 맛있다." "그래? 내놔." "나도 좀 주련." "거 알아서 덜어먹든가." "삭막하긴."
"...우움, 그러고보니까, 둘은 아무 소식도 없어?" "무슨 소식." "자식 소식?" "컥, 쿨럭!" "아- 유유 더러워-" "깜짝 놀래키니까 그렇지, 콜록!" "진아, 말은 늘 가려서 하라고 누누히 말하잖니. 이걸로 닦아." "난 그냥 궁금한 거 물었을 뿐이다 모. 그래서 그래서 둘은 소식 없어?" "나는 딱히 없단다. 우리 애들끼리 잘 놀고 있고, 막내가 귀여우니 딱히 생각이 없지." "아으. 나도 별 거 없어. 직장 동료가 좀 신경 쓰인다 정도?" "뭐? 직장? 유유 취직했어?" "취직이라고 해야 하나. 비슷해." "아무튼 어딘가에 소속됐다는 소리네? 그래서 동료가 어떻게 신경 쓰이는데? 어떤 사람? 남자? 여자? 나이는? 몸매는? 이뻐?!" "진아." "합." "뭐- 몰라. 그냥 자꾸 치근대고 건드려서 반응하게 만들고 싶다 정도?" "에이 그게 뭐야. 초딩이냐?" "진짜 그런 기분인데 어쩌라고. 그리고 직장동료라고 했잖냐. 선은 지켜야지." "직장 동료가 뭐 어때서. 좋으면 좋은거지. 유유는 바보야-" "5년째 짝사랑 중인 바보보단 낫다." "윽. 나빴어." "아하하."
"슬슬 다음 가지." "웅냐! 어디로 갈까?" "근처에 바가 있어. 거기로 가자." "야호! 위스키!" "진아." "넴." "저게 사람이야 개야." "멍멍?"
"온더락!" "파우스트." "마가리타." "에- 둘 다 칵테일이야? 김샌다-" "네 간과 우리 간을 동일시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냐." "취향 차이란다. 여기, 치즈 플래터도." "히히, 홍이 땡큐." "별 말씀을." "...여기, 손님이 별로 없네. 피크시간인데." "요즘 뒤숭숭하잖니. 늦으면 안 다닐 만 해." "덕분에 조용히 느긋하게 마시고 좋지-" "어딜가나 제일 시끄러운 건 너야. 진또." "한 번만 더 그렇게 부르면 혓바닥을, 아." "왜 말을 하다 마냐?" "나 요전에 재밌는 라디오 들었다?" "라디오?" "어어, 어, 뭐였더라. 스카프의 설전?" "아, 파란 스카프와 빨간 스카프 말하는 거니?" "어어어어 그거. 홍이도 들었어?" "그럼, 최근 관심사 중에 하나거든." "뭐야, 왜 둘만 아는 얘기 하냐?" "그럼 너도 라디오 방송 꼬박꼬박 듣든가?" "설명을 하면 되잖아." "설명이래도 뭐, 그냥 라디오 방송이야. 정규 방송은 아닌 거고. 요즘 시끌시끌한 주변 얘기들 싹 주워다가 풀어주던데?" "그런게 그게 말 끊은 거랑 무슨 상관인데." "아, 어, 그니까." "갈비뼈, 말하는 거지?" "어, 응." "뼈? 뼈가 뭐 어때서." "음- 갈비뼈랑 독수리, 라고만 할게. 알아서 상상하렴." "...으, 뭔지 알겠다. 됐다 그거면." "됐어? 아무튼 그거 생각나서 흠칫했어. 깜짝 놀랐었거든, 그거 봤을 때..." "...진아. 너 또?" "...데헷?" "왜 내 주변 여자들은 죄다 사고 못 쳐서 안달이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란다."
"나 화장실." "다녀오렴." "쟨 취하지도 않나. 벌써 몇 잔 째냐고." "...그거 들었니." "뭐." "뱀이 동면에서 깨었단다." "...그 뱀이?" "음. 그런데 하나가 아닌 모양이야."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사실임을 늘 깨닫고 있어야 하지." "그게 진짜면, 앞으로 귀찮아지겠네." "너도 조심하렴." "나는 왜?" "은야의 소문 역시 얽혔단다." "농담이지?" "직접 확인하면 되겠지." "..." "후! 뭐야, 나 빼고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우리 출중한 막내 후배 얘기." "어? 아! 우리 이쁜이 얘기 하고 있었구나? 맞다 맞어. 그거 들었지? 우리 이쁜 후배님 성장한 거?" "그럼, 들었고말고. 조만간 면담이 잡혀있단다. 선배로서 해줄 말도 있으니." "언제야? 그 날 끝나고 다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래. 그 날 봐서." "야호! 근데 유유는 표정이 왜 그래? 배 아파?" "...어, 화장실 간다." "응응 다녀와-" "..." "여기, 같은 걸로 한 잔 더 주세요-" "진이는 정말 술을 잘 마시는구나." "그러게 말야- 망할 부모가 간 하나는 끝내주게 튼튼한 걸로 줬으니까 말이지. 이히히-" "그래도 적당히 마시렴." "괜찮아 괜찮아- 여차하면 이쁜이한테 새 걸로 하나 뽑아달라 하지 뭐?" "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나도 염두에 둘까." "우리 이쁜이 착해서 그런 거 다 들어줄 거라구-" "그래, 그 아이라면 필시 그러겠지." "맞지 맞지- 아, 응쟁이 왔다." "누가 응쟁이냐." "너지 누구야? 히히히. 야아, 아까 그 신경 쓰인다는 동료 얘기나 더 해봐. 걔랑 뭐 어디까지 나갔어? 손은 잡았어?" "알아서 뭐하게? 네 연애나 잘 하시지? 고백도 못 하는게 남 연애에 기웃대기나 하고." "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진아." "합." "너도 진이 너무 긁지 말고." "먼저 긁은 건 쟤야. 여기, 온더락으로." "구치만 들이대도 거들떠도 안 보는데 어쩌라구." "매일 그렇게 철딱서니 없게 굴면, 나라도 여자로 보기 힘들단다. 좀 차분해지면 어떻겠니?" "아 아 나도 그러고 싶지이- 근데 얼굴만 보면 부끄러워서 그렇게 되는 걸 어떡해-" "하! 아주 그냥 순정만화 주인공 났네 났어. 이걸 싹 찍어서 보여줘야 하는데." "너 그랬다간 아주 너 죽고 나 죽자 하는 거야." "뭐, 뭐 어쩌라고. 오늘 한 판 해? 어?" "하하. 여기, 파우스트 한 잔 더." "너 연구소 다닐 때 맨날 땡땡이 치는 거 누가 커버쳐줬는데..." "그러는 너는 쌤 뭐하는지 쫓아다니다가 걸린 거 내 핑계로 빠져나갔으면서..." "음, 둘 다 귀엽긴."
>>698 어르신은 듣자마자 "일 잘하네. 귀여운 녀석들." 하면서 낄낄 웃음서 다음 방송은 언제 하려나~ 이런 싹싹한 정보통이 좀 있어야지. 하면서 리디오 전용 안드로이드 하나 구비해둘 것 같고 제의하면 라바나 아님 태휘(너희 머리통 깨러 나왔다 짜식들아)가 나올 것 같음
당장 제사장은 부소장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받아 희야를 제단으로 데려가 키웠고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했으면서도, 예산안과 연구 기밀도 손에 쥐었지.
물론 그 이후 승환이 절대 열어주지 않지만, 부소장이면 말이 다름. 어떠한 안건에 대한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고, 열람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현 상황 윤씨 덕분에 부소장은 절대적인 권한에서 밀려나고 있지만 그걸 역이용해서 뭔가 음습한 걸 꾸며도 밀려날 확률이 크고.
제 2의 솔리스 사태, 혹은 비슷한 거라면 얻을 수 있는 거 있어. 솔리스가 가장 바라고 바라던...
태양.😏
그리고 태오에게 있어서는 예술적 욕망 충족.😏
>>701 나리 연락처 있잖아 < 이거가 엔딩 이후 사라지니 나리를 통해 연락하시오...가 아니라 나리한테
태오가 나한테 그랬다니까요 님 뭐 알지!
하고 톡보내면 나리 태오한테 감자튀김 먹이다가 [ㅇㅇ 아는뎅? 걔는 꼭 말을 꼬아서 하더라...] 하고 다 불어준단 뜻이얌😚
>>0 "응애." [응애.] "웅엥웅." [초키포키.] "호헤~" [...재미 없거든.] "유라는 낭만이란게 읎네여... 요즘 말하는 건어물녀임다." [참치눈깔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우와, 다섯살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슴다." [그 다섯살이 건어물녀라고 하는건 문제 없고? 게다가 몸만 줄어들었으니 무효거든.] "칫, 재미읎서여..."
작아진 몸에 따라 들고 있는 진압봉이나 방패도 작은데다 가벼워졌으니, 아무리 봐도 장난감같은 것을 들고서 조금 스케일이 줄어들은 더미에게 열심히 휘두르는 모습은 꽤나 볼거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여학생을 제외한 연구원들이 그녀의 어린시절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와서 그런 비주얼을 보자니 감회가 새로웠을까?
"...먼가 평소보다 시선이 더 느껴지는데여..." [글쎄? 기분탓이라고 생각하거든~] "에반데..."
물론 그녀는 눈치는 봐도 시선에 주눅들지는 않는 타입이기에 훈련하는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테다.
>>0 연산식을 정리하면서 생각한다. 더이상 초능력은 과학으로 규정되지 않는 '초능력'이 아니다. 이론과 연산식으로 정리되는 하나의 학문에 가깝다. 문제는, 리라언니가 만드는 인형들은 퍼스널 리얼리티가 없다는것. 자아가 없는 인형에게 초능력을 바랄 순 없다.
하지만, 이상기체방정식부터 시작되는 유체의 확산과 증발로 인한 에너지량을 물리적으로 연산한 양과, 내가 능력 연산할 때 쓰는 동일조건의 식을 동시에 '초능력을 쓰는'설정의 인형에게, 동시에 때려박는다면? 만약 그 두 식을 비교해서 역산, 퍼스널 리얼리티를 뽑아낼 수 있다면 만약 그 '인형'은, 초능력을 쓸 수 있을까?
아슬아슬한 선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만약 된다면, 전력에 큰 도움이 되겠지.
과학적으로 무리라고 보기에도...이미 우리는 선례를 봐버렸으니까. 일단, 두 조건의 식은 정리해냈어. 이제 이걸 리라언니에게 보여주고 아이디어를 실험...하는걸 설득해야겠지. 그부분은...나중에 생각할까
>>774 오 질문 감사해요(?) 1. 연구소장이 폭주해서 살인을 저질러 스트레인지로 들어와 율럭키에 들어간건데 자기 자리는 아직 여기 뿐이라 생각하고 있어서요! 애초에 나가면 바로 호수나 크리에이터 옆방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고요(?) 2. 엮이긴 할거에요! 하지만.. 메인인듯 메인아닌 메인같은 적이랄까요?
연애 감정? 딱 잘라 말 못 하겠는데. 같이 있으면 편하고 즐겁고 아프거나 슬픈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상대에게 특별하길 바라니까 상대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의미 부여하고?
잠깐, 잠깐!! 그거 잘못된 거 아냐?
왜? 이기적인 거 같냐?
어. 남이 내 맘대로 되길 바라는 거잖아. 뒤에서, 음침하게ㅡ
당연히 음침하지~ 그러기 싫으면 당당히 고백하면 돼! 깨끗이 차이면 희망고문? 하고 싶어도 못해.
근데 그럼 아예 서먹해지잖아...
그럴 수밖에 없지. 그 전처럼은 절대 못 지내. 누가 속내 뻔한 인간을 옆에 편하게 두겠냐? 싫어? 무서워? 그럼 희망고문 계속하면 돼. 근데 그럼 있잖냐~ 한계가 올 수밖에 없어. 모른 척 취하고 싶어도 사실은 불안하니까. 자기 자신만은 속이려도 속여지질 않으니까.
너 설마...?
그래! 차였다!! 그래서 읽히기 싫댔어!! 필터링해서 말하니까 이 정도지, 쪽팔리는 게 얼마나 많다구... 흑역사야, 흑역사!!!
흑역사, 정확히 그렇다. 그야말로 아무말 대잔치였으니. 차근차근 걸러 말할 궁리는커녕, 머리에서 거쳐야 할 최소한의 필터링도 못 거치고 쏟아부었다. 이게 감정 배설은 아닌지, 선배가 난처하진 않을지 같은 건 고려할 생각조차 못한 채. 말이 좋아 양심 선언이지, 제 흉함을 인증하며 마음속 짐을 떠넘기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으로써 내가 이 모양인 거 알리긴 했노라 정신 승리하고 싶었는지도.
기운이 1도 없다. 후회는 없는 거 같은데(후회된대도 이미 엎지른 물이고) 가슴이 답답해. 나도 흑역사 적립했으니 같이 울자면 녀석이 받아줄까, 욕할까? 안돼 안돼. 딴 생각해야지. 이러고 있을수록 더 처진다. 일도 하다 말았는데. 일단 점포 문부터 열자, 물류 바구니 비운 거라도 내놓게.
억지로 일어서는데, 선배 안색이 아주 새빨갛다. 화난 얼굴은 아닌데. 늦게까지 일해서 열 나나??!!
" 선배?? "
괜찮으시냐고 물으려던 게, 선배의 물음에 묻혔다.
" 예???;;;; "
진심이냐니, 정말이냐니;;; 어지간히 충격이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는 선배가 안쓰러운 한편 허탈했다. 나야말로 구라면 좋겠다. 선배한테 폐가 되도록 미쳐 도는 게 내 정신머리라니, 인정하기 싫어! 하지만... 여기서 부정해 버리면 도로 원점이잖아. 나 스스로를 속이며 선배 마음이 내 맘대로 좌우되길 바라는 음침함. 그런 마음 끌고 가 봤자 선배도 나도 갉아먹을 뿐이다. 하여 입맛이 쓰고 목이 따가워도 고개를 힘주어 끄덕이는 서연이었다.
" ...네. "
그게 충격이었을까? 선배가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가슴이 저렸다. 내 멘탈이 이 모양 이 꼴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다른 친한 사람들 대하듯 선배를 담백하게 대할 수 있었더라면, 좀 전 같은 아무말 대잔치 안 해도 됐을 텐데. 하다가 토실이를 돌아보았다. 내가 이 난리를 쳤어도, 아직, 토실이로 마음이 나아지실 수 있을까? 슬며시 토실이를 들어 올렸다가 제 이름을 부르는 철현의 목소리(정확히는 선배의 어린 시절 목소리였을 소리)에 서연은 흠칫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나 그 직후 철현의 폭소가 터지자 혼란하다 못해 머리가 텅 비고 말았다. 이 순간 토실이를 안은 서연의 얼굴은 영락없이 넋 나간 6살배기일 거다. 사고 능력이 한 가닥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철현이 웃음을 되찾은 게 다행이라는 정도의 생각은 할 수 있었겠다만.
그런 상태라 철현이 웃으며 하는 얘기도 얼른 알아듣질 못하는 서연이었다. 12년? 선배가 장래 희망 달성까지 목표로 삼은 기간일까? 지금으로선 멀게만 느껴지는데... 잠시만, 내 맘이 안 변한다면? 이 미쳐 도는 정신머리로 12년을?? 안돼 안돼!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니까 언젠간 제정신이 될 거라고 존버할 테지만 12년은 길어도 너무 길다!! 그 정도로 정병되면 정신과 가야지!!!
상상만으로도 오싹해 몸서리치는데, 선배의 다음 말에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찼다. 잘못 들었나? 고... 뭐?
" ...저, 선배. 제가 제대로 들은 건지 모르겠는데요, 혹시 고백...이라고 하셨어요?? "
좀 전까지의 그 앞뒤 안 맞고 제멋대로에 음침하기까지 한 속 얘길 듣고서? 잘못 들었겠지. 그게 말이 돼?? 하도 정신이 나가서 인제 환청까지 들리나??!! 바닥 밑에 지하 있다고 스스로를 타박하면서도 가슴이 도로 요동치고 만 서연이었다.
이것저것 따라하고 있는데 사탕이 너무 달아서 이게 아니라 랑이 먹는 계피향 사탕은 취향이 아니라 좀 더 대중적인 픽을 고른다(딸기맛, 요거트맛 등) + 로 커다란 롤리팝도 좋아함 선글라스는 원래 안경을 써야하는건데 랑 따라한다고 도수 넣은 선글라스를 쓰는 중, 근데 머리에 얹고 다니는 걸 보고 머리에 얹고 다님
한결을 보내주었을 적, 태오는 담벼락에서 내려와 연구소를 빠져나가려 했다. 이대로 빠져나가 스트레인지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막상 태휘는 태오의 앞을 가로막으며 떨떠름하게 말을 걸었다.
"무엇이 궁금하실까요."
태오는 고개를 들었다. 그래, 이 눈. 머리카락 때문에 혹시나 했더니 그때 유서에 피가 묻었어도 웃기만 하던 학생이구나. 누군가의 포사라고 불리운다 추측중인, 희야의 피 섞이지 않은 형제. 태휘는 시선을 맞추듯 자리에 쪼그려 앉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너, 한결 선생한테 뭐라고 한 거냐." "뭐라고 했냐니, 의중을…… 모르겠군요……." "무슨 말을 했길래 무릎까지 꿇고 절절 기어댔냐는 거야. 그 전에 유서도 그렿고, 학생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 "이대로라면 학생이 어딘가에 연관 되어있다고 생각해서, 수사를 할 수도 있어." "누군가 죽는다는 건, 인첨공에선 흔한 일이지요……." "아니, 목화고 저지먼트가 비정상적인 일을 겪을 뿐이지, 절대 정상이 아니야." ─ 학생은 그때 시험에 골머리를 앓고 대학을 고민하다가 낙엽만 떨어져도 깔깔 웃을 때라고. 이렇게 폭력과 죽음, 사건을 가까이하지 않고.
태오는 속을 꿰뚫었으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순진무구하게 기울이기만 했다. 조그마한 머리가 기울자 머리카락이 살랑거렸다. 태오는 머뭇거리다 소매로 입을 가렸다.
"정말, 말해야 하나요……." "가급적이면 말해주길 바라, 학생." "연락……." "그래." "퇴원한 이후로, 연락이 안 되어서, 요……." "……연락이 안 돼?" "네에. 문자도 안 보시고, 전화도, 안 받고……." "희야가 얘기해주지 않았니?" "……네."
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안희야 이 자식이 또 형제 괴롭히기라고 말을 안 했나? 태휘의 속내가 들려왔을 적, 태오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서, 리버티에게 당한 것은 아닐까 하여…… 수소문을 하였는데, 징계를 받으셨다고 하여서 탄원서를 제출하고, 경위를 여쭙고자…… 이리 몸, 이끌고 왔건만……. 뺨을." "……." "뺨을, 맞은 듯하여……."
태오는 가늘게 떨었다. 작은 몸집 탓에 안쓰러울 지경이었으나 태휘는 어떻게든 사적인 감정을 누르고자 애썼다. 정신은 열아홉이지 않은가, 하물며 수상한 학생이다. 수상하고, 누군가와 연관됐을지도 모르는 학생. 태오는 떨다가도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데 마레의 일원인데, 어째서……." "……." "그래서, 선생님께서 다치는 것이 싫다고…… 많이 아팠냐고, 응석을 부리고, 위로를 드렸을 뿐이랍니다." "아무리 한결 선생님이 남의 위로에 크게 감동 받는 사람이라 해도 그렇게 무릎을 끓고 애걸복걸하진 않을 것 같은데." "……."
태오는 침묵하며 소매로 입을 더 꾹 가리더니 시선을 피했다.
"사적인, 건데." "……." "연락이 없는 동안, 선생님마저…… 곁을 떠났을까봐, 두려웠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자기를 믿으라면서." "……하나만, 하나만 묻자." "……네."
태휘는 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젠장, 속으로 욕을 짓씹은 태휘는 떨떠름하던 표정을 애써 눌렀다.
"……한결 선생이랑 무슨 사이야?" "……." "……안 잡아갈게."
태오는 입을 벌렸다. 태휘는 태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끌리는 신소재 옷감이 빛에 반사되어 마치 비늘처럼 빛이 났고, 부드럽게 스치는 모습은 뱀이 기어가듯 매끄러웠다. 그 인영이 사라질 적, 태휘는 이마를 팍팍 치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몸이 쪼그매져도 커리큘럼할 때는 그 사실을 잊을 수 있다 좋아했는데, 아니다. 커리큘럼이 단조로워... 정보를 읽는 속도가 빨라지는 거 같지도 않고. 이제까지 능력이 쑥쑥 향상된 게 이변이고 원래는 이게 당연하겠지만, 아니 연구원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차트를 보여 줄 정도면 이것도 감지덕지겠지만, 사람 욕심은 참 맘대로 안 돼서 김이 샌다. 뚱해 있으니까 연구원이 요샌 왜 능력 개발에 열심이냐며 사람이 갑자기 변하니 무섭단다. 갑자기가 아니라...... 복잡하다. 안 죽으려니 뭐라도 해야겠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정보 탐색뿐이란 소릴 어떻게 해? 상담 센터의 장치 개발 때문에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기도 낯간지럽고. 그래서 해도 불만이시냔 식으로 얼버무리고 훈련이나 계속했다. 원래 몸으로 돌아가면 전기로 지지기나 똥색약 복용도 다시 고려해 봐야겠다. 똥색약만은 절대 혼자선 안 먹을 테지만.
그 존재를 남이라고 할 수 있나요? 분노와 증오로 반쯤 돌아버렸지만. 자신의 이 모습은 옛날 네가 만들어진 목적인 여동생...과도 같다며 제법 마음에 들어하시는 유전자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원본을. 그녀는 저를 능력으로 인해 나타난 부산물이라 말하며 끔찍하게 여겼습니다. 바다 위에 흩어진 섬처럼 드문드문한 그러한 기억들은 스스로가 갈기갈기 찢겨졌다가 다시 조립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러나 그럼에도... 가짜가 아니라는 말에 안도하개 마는 자신이 존재합니디.
"살아만 있던 이가... 몇년동안 존재하고만 있디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 본래의 존재가 깨어난게 우연일까요..." "전.." 결국. 온전히 하나가 되거나(*하나를 죽이거나. 위험하고도 강력한 그의 것으로 하나가 되거나) 스스로의 신분으로 회귀해야겠지요. 당신이 아는 그것은 당신이 차일드 에러로써의 신븐을 조작했다는 거겠지요.... 그러나 어째서였을까요. 저지먼트 활동이 당신을 망쳤습니다. 당신의 원본이 그리워하는 이들도 만나버렸고. 당신이 그리도 손을 뻗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 모든 것을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녀도, 수경도 둘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망설이는 듯 하다가 입을 엽니다.
"수경이라고.. 불러주셔도 되지 않을까요..?" 그녀는 그렇단 걸 알게 되면 분노와 환상통과 균열로 인한 살의와 증오로 당신을 반쯤 죽이고 싶어하겠지만. 정하에게 안긴 것처럼 멈춘 당신이 말하는 것을 막을 순 없지요. 눈물이 고여요. 흐르진 못하지만.
이따금 생각하곤 한다. 그날, 그때, 그 아침에 등교하는 너를 붙잡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따스한 가을 햇살이 사무실의 유리창을 넘어 들어오고 있었다. 선경은 빛을 반사해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가리는 액자의 유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그늘을 드리운다. 이내 명확해진 사진 속에는 행복했던 순간이 담겨 있었다. 가을 코스모스 알록달록 만발한 화단에서 찍었던 사진. 근심이라곤 없는 낯으로 활짝 웃고 있는 두 여성. 같은 머리카락 색, 닮은 얼굴. 선경의 손가락이 지금보다 젊었던 그의 곁에 서 있는 앳된 여자아이의 얼굴을 쓸었다. 그리운 미소는 실제 존재했던 것보다 한참 작게 출력된 사진 속에만 박제되어 손가락 하나로도 이토록 쉽게 가려진다.
"후우."
문득, 먹먹한 기분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선경은 액자를 내려놓고 의자에 등을 기댄 뒤 눈을 감는다. 오후의 햇빛은 젖힌 고개 위로 쏟아져 감은 눈마저도 환하게 밝힌다. 그러고 있자면 어쩐지 바닷가 특유의 시원한 소금내가 코끝을 스치는 것 같아 숨을 깊이 들이쉬게 되고, 내쉬고. 그럼 그 호흡 소리는 점차 들어오고 나가는 파도의 노래가 되어 작은 사무실 안을 호화롭게 한다. 때문에 낙엽 지는 가을의 한복판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경은 순간 이곳이 한여름의 모래사장이라 착각하게 된다. 표면이 달궈진 하얀 조개껍데기와 푸르른 물결이 일렁이는 곳.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과 해변에 부딪히는 백색 포말이 분간되지 않았던 풍경. 고요하지만 풍성한 자연의 소리들.
그 사이를 성큼 비집고 들어오는 사랑스러운 목소리.
'엄마!'
눈을 뜨지 않으면 이윽고 시야에 무한한 바다가 펼쳐진다. 사람 없는 해변에서 바스락 바스락 모래 밟는 소리와 함께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러면 곧 양 손 가득 쥔 조개 껍데기와 자갈 묻은 손끝 발끝, 볕에 익어서 빨개진 얼굴마저 실감나게 구현된다. 선경은 하늘색 원피스 수영복에 하얀 가디건을 걸친 열일곱의 딸을 응시했다.
'우리 이걸로 목걸이 만들어요!'
설렘 가득한 얼굴로 입꼬리를 둥글게 말며 웃는 딸을 보고 있자니 이윽고 하늘과 땅이 세차게 일그러진다. 그러면 어느새 짭조름한 바다의 향은 멀어지고 약간 뜨거운 실내의 공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선경의 눈꺼풀이 경련한다. 파자마를 입은 딸은 자그마한 붓을 들고 조개껍데기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토끼는 이름이 무엇이고 저 토끼는 이름이 무엇이고, 손도 입도 쉬지 않는 와중에 휘어지는 눈매 하나마저 사랑스럽다.
'얘는 점돌이고 얘는 제시, 얘는 몽글이, 얘는 범퍼카... 아, 웃지 마요~ 부원들이 하나씩 지은 거라서 그래!'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너는 뭐라고 지었는데?" '아! 난 아녜스. 이 갈색 토끼~' "뭐어? 아녜스는 네 이름이잖니?" '아무렴 어때요? 엄마랑 신부님 수녀님들 아니면 부르지도 않는 이름인 걸. 게다가 어울리잖아요~ 얘 털 색깔도 내 머리색이랑 비슷하고, 밥도 잘 먹고. 공통점이 많아.'
고르지 않은 표면을 따라 삐뚤빼뚤 그어진 색깔선은 어설프게 토끼의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결국 또 웃음이 터져버리니, 투닥거리다가 함께 웃고 마루에 엎어지면서 재차 천장과 벽이 진동한다. 여름 공기가 빠져나가면 겨울의 한기가 뼛속을 스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롭지 않은 계절이었다. 졸업하는 선배를 위한 꽃다발을 든 딸의 목에 머플러를 둘러주면 다소 시무룩한 낯이 거기 있다.
'졸업식 가서 졸업하지 말라고 하면 저주하는 거겠죠?' "아이고." '......유급하라고 하면.' "그건 정말 저주로 들리는구나..." '나도 알아요... 아쉬워서 그러지... 제일 친했는데, 철준 선배 가면 난 이제 누구랑 토끼장 지켜.' "졸업한 뒤에도 연락하고 놀러오라고 하면 되지. 인첨공 안에서 영영 못 볼 일이 어딨겠니?" '......그건 그렇지만요.'
선경은 그것이 정 많은 아이들에게 으레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학창시절 쌓아올린 인연이 귀중한 만큼 더더욱. 그래서 그날 이후로 유독 자주 침울해 하더라도 크게 이상하다 여기지는 않았다. 혹시나 싶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도 딸은 고개만 저은 뒤 슬쩍 미소지어 보였으니까.
그는 그렇게 첫번째 실수를 저질렀다. 창문에 낀 서리가 녹아 떨어지며 분홍색 꽃잎으로 변한다.
새학기는 언제나 전쟁 같다지만 그 해 선경의 가정은 정도가 지나쳤다. 새학기 첫 주를 지나자마자 갑작스럽게 방 밖에 나오지 않고 두문불출하던 딸은 몇 번의 대화 요청에도 요지부동이다가 담당 연구원의 전화를 받고 눈물 흘리며 현관을 나섰다. 그 뒤로 등교거부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밤마다 방문 너머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일상이 되었고, 잘 웃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으며, 부드러운 말투에는 가시가 돋았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고 판단한 선경은 담임과 반 친구, 담당 연구원을 차례로 찾아가 이것저것 캐물었으나 돌아오는 건 교내에서 딸의 인간관계와 행동에는 일체의 변화가 없고 안정적이라는 말뿐이었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라면, 어느날 소리 소문 없이 사육부를 퇴부했다는 것.
선경은 별다른 수확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두번째 실수를 저질렀다.
바깥의 말이 무색하게도 집안에서 딸은 점점 더 날카롭고 사나워지고 있었다. 타고나길 좋았던 모녀 사이에 갑작스레 던져진 돌은 적잖은 파문을 불러 일으켰고, 이에 따라 그는 점차 지쳐갔다. 와중에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말을 방증하듯 딸의 가시는 점차 집안뿐만 아니라 집 바깥에서도 드러나 여기저기에서 전화 걸려오는 일이 잦았다. 담임, 친구.
유일하게 전화 걸려오지 않는 곳은 연구소 뿐이었다.
그게 이상하다고 여겨 귀가한 딸의 손을 붙잡고 제발 대화 좀 하자고 하소연도 해 봤지만 돌아오는 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분노와 몸부림 뿐이었고, 결국 끝을 맺은 건 서로서로가 홧김에 남긴 통증이었다.
화해 없이 잠든 다음날 아침, 선경은 벽을 보고 모로 누운 자신의 등 뒤에서 연신 기웃거리다가 멀어지는 인기척을 느꼈다. 이따금 생각하곤 한다. 그날, 그때, 그 아침에 등교하는 너를 붙잡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그는 그렇게 세번째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만회할 기회는 두번 다시 오지 않았다.
눈을 뜨자 쨍한 가을 햇살이 쏟아진다. 선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탭이 여러 개 켜져 있는 모니터와 이런저런 서류들이 쌓여 있는 책상. 그 한켠에 놓인 액자를 바라보던 그는 이윽고 그것을 집어 책상의 가장 위쪽 서랍에 넣어두었다.
"제 딸이, 뭐라고요?" - 목화고등학교 2학년 선류빈 양이 커리큘럼 도중 능력을 사용해 담당 연구원에게 중상을 입히고 커리큘럼실을 반파했습니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데, 혹시 어머님께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습니까?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중상이요? 그 애가 사람을 공격했다고요? 행방이 묘연하다는 건 또 무슨 말이고요?" ... "환자 면회 좀 하러 왔는데요." - 죄송합니다. 환자 상태가 위중해서 면회는... "잠깐, 정말 잠깐이면 돼요. 잠깐이면..." - 죄송합니다. 돌아가 주세요. ... "저기요. 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거죠?" - 외부인은 출입 금지입니다. "난 이 학교 학부모예요. 게다가 사건 당사자 엄마라고요! 그런데 이게 무슨..." - 나가주세요. "이봐요! 학교에 정식으로 항의할 겁니다!" ... - 그 환자분, 오늘 오전 6시에 돌아가셔서... ... "종결하겠다고요? 아니 얼마나 됐다고, 애를 찾지도 않고? - 피해자가 사망했고... 저희가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럼 류빈이는 이대로 실종 처리 된다는 말인가요? 그게 말이 돼요? 저 그날 이후로 제 딸 얼굴 한 번 본 적 없어요. 해명도 변명도 한 번 못 해본 채 나 몰라라 잠적한 애가 됐는데도." - 죄송합니다. 더 이상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품에 안고 어르고 달래지도 못하고. 붙잡아 둔 채 혼내고 타이르지도 못하고. 하다못해 너를 그토록 몰아간 이유의 유일한 단서마서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냈다.
선경은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올린다. 커리큘럼으로 인한 부작용과 PTSD 증상을 겪는 청소년들에 대한 연구 자료, 불법 커리큘럼이 적발된 적 있는 기관과 학생 적대적 커리큘럼을 수행하는 연구소의 리스트, 스트레인지의 차일드 에러와 스킬아웃 조직의 움직임에 대한 관찰 기록, 아녜스 센터 차원에서 곳곳에 설치한 학생 쉼터의 인원 관리 기록.
뒤늦게 너를 찾아 헤매다 만난 이들과 함께 쌓아올린 것들이 이곳에 있다. 그러니 이제는 네가 돌아왔으면 한다. 아니 차라리 족적이라도 남겨주었으면 한다. 그렇게만 해 준다면 그 길을 따라서 내가 갈 텐데. 흔적 하나 남겨주지 않는 네가 원망스럽다가도 정신을 차리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가장 원망스럽다. 아마 너 또한 그러하리라.
쌓인 서류를 적당히 정리한 마른 손가락이 이내 상담 기록으로 향했다.
[내담자: 이리라]
때문에 나는 재차 실수하지 않으려 한다.
가을 코스모스가 살랑거린다. 선 아녜스 아동 청소년 복지 센터의 앞마당에서는 언제나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해변에 부딪히는 물결 소리 마냥 맑고,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후후후 새벽의 지배자를 깜빡하다니 무엄하다 (솜방맹이질) 그래도 리라 덕분에 미련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될 거 같아서 다행같기도 하고 또 다른 시련이 되진 않을까 싶어서 불안하기도 하고 아무튼 다음편 후딱 주쇼 (기승전협박)
리라주 독백은 항상 표현이 제일이드라 뭐랄까 진짜 카나리아가 예쁜 꽃잎 물어서 꽃관 만들고 꽃둥지 만들고 그런 느낌이야 소재도 잘 찾고 그걸로 내용 짜는 것도 정말 개성적이고 기승전결도 완벽하고 이런 점이 캐들이랑 서사 짤 때 장점으로 드러나서 보는 내가 부러워 이잉 ㅋㅋ
악악 이 고양이 힘이 장사잖아 주거요(납작해진) 후후 과연 어떻게 되려나😏 이제 리라가 커리큘럼실 걔=선경쌤 딸램 인걸 알게 되면... 다음편에계속크악(협박에 오들오들 떠는 참치 이다)
헉 혜우우 말해주는 거 표현 너무 예뻐서 나 지금 감동받았잖아...🥺🥺🥺🥺 꽃관이랑 꽃둥지라니 어떻게 이렇게 예쁜 표현이 나 눈물나 책임져(?) 헤헤히히 고마어요🥺 혜우우는 글에 색깔이 뚜렷하고 장면이랑 대화가 현장감 있어서 좋아 약간 짙은 푸른색 베이스로 그려진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노블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랄까... 감성적이면서도 하드보일드한 느낌 줄 때도 있고 장르의지배자 😏 마히따. 내가다먹 칠라몫남기고먹음
어장 초창기의 리라라면 저런 문제를 접하는 거 자체가 불안했을 건데 지금은 내외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여서 리라 혼자서도 잘 해결할 거 같음 실제로 주변에 도움 청해서 방법을 찾기도 했구 응 이거 진짜 큰 변화거든요 대박사건임
에벱베 리라주 운대요 에벱베 우럭? 우럭? (얄밉) 감성적이면서 하드보일드라 오너가 글 쓸 때 감정선을 탔지만 타지 않은 건조함 그 자체로 써서 그런 듯 (뭔소리여나도몰러) 약간 뭐랄까 제 3자의 시선으로 혜우를 보는 오너를 제 3자의 시선으로 보기 때문일까 히에에 뻘소리
"...다음은 모일 새로운 레벨 5를 달성한 천혜우 양과의 면담을 진행하겠습니다. 천 양. 나와서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네."
"반가워요. 천 양. 그럼 자기소개부터 해주겠나요?" "3학구 목화 고등학교 1학년생, 저지먼트 소속 및 영락의 연구생, 천혜우입니다." "오, 말 편하게 해도 괜찮답니다. 듣는 사람이 많은- 그래요. 인터뷰 같은 것이니까요. 음- 최근 영락의 커리큘럼 하에 레벨 5를 달성했지요. 어떤가요? 실감이 좀 드나요?" "...아니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째서 그렇지요?" "분명 평소와 다른 결로 초능력을 연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 느낌이에요." "확신이라. 그 전까지는 어떤- 음, 어떻게 연산을 했었지요?" "제가 습득한 지식을 토대로, 손상된 신체를 되살려내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해당 손상된 세포의 분열을 촉진하는, 그것을 점점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해왔어요." "몹시 상세하고 섬세한 방식이로군요. 그렇다면 다른 결이라는 건 어떤 의미지요?" "그건, 제가... 마음만 먹으면, 세포의 수명을 한계까지 가속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니,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결이었어요." "세포의 수명을 한계까지 가속화한다. 천 양은 실제로 계수가 변동한 커리큘럼에서 이것을 행했지요.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나요?" "...네." "그 때의 기분을 말로써 표현해 줄 수 있나요?" "......편안, 했어요." "편안했다." "제 안은 늘 사방에서 울리는 정체 모를 소리로 시끄러웠어요. 셀 수 없이 많은, 무엇이 누구이고 누가 무엇인지 모를 소리들. 그러나 그 순간, 그 소리가 전부 사라졌어요. 정적, 그 자체였어요." "그 정적은 얼마나 이어졌지요?" "그 날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요." "지금은 다시 시끄럽겠군요." "네." "그 정적이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나요?" "...네." "그 정적을 만들기 위한 조건은, 알고 있겠지요?" "네." "그 조건을 행할 수 있는 상황이 닥친다면, 천 양은 행할 것인가요?" "...아, 마도, 그럴 것, 같아요." "상대가 같은 사람이라 할 지라도, 말인가요?" "...네, 아마도, 분명히." "...그렇군요. 대답해주어서 고마워요. 천 양. 면담은 여기까지에요. 수고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소장님."
"아직 각성이 불분명한 꽃이로군요." "그래보입니다. 허나 이대로라면 첫 꽃과 마찬가지로 그늘로 가버릴 가능성이 보입니다." "본래대로라면 저희가 알렸어야 할 사실을, 그런 식으로 접했으니."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까요?" "약간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근시일 내에 마주하게 해보도록 하지요." "그럽시다." "다음 안건은 무엇이죠?" "에, 다음은..."
어젠 서연이 안 차였다!!! 하고 마음 푹 놓아 버렸는데 situplay>1597046470>613 다시 보니 걱정되는 지점이 적잖은데요...👀👀👀 리라 팔찌 차라는 얘기 편하게만 못 듣는 거부터 저 불어난 생각 사이사이에 자기 혐오가 장난 아니라;;;;; 서연이가 선배한테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닐 텐데@ㅁ@...끄흐으;;; (뒷목잡)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너무 졸리니 눈 뜨고 꿈 꾸나도 생각했다. 세상 일이란 게 나 좋을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도 들려오는 말은 듣고 싶었던 말 그 자체다. 선배는 웃고 있다. 꿈이거나 내가 아주 정신이 나갔거나네. 결국 서연은 토실이를 내려놓고 제 양볼을 힘껏 잡아당겼다. 아프다. 눈물 나게 아프다. 쪼그리며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울어 버리면 선배가 곤란하실 텐데 주체가 안 된다. 그러나 주체가 안 되는 건 울음만이 아니었다.
" ...선배 맘, 제멋대로 하고 싶어 하고... 저 땜에 고생, 하시는... 걸 기뻐하고 그러는데도... 괜찮단 말씀...이세요? 전, 저는... 리라처럼... 선배, 한테 필요한 걸 그리지도..., 혜우처럼 선밸... 치료하지도, 토실이처럼... 선배 맘 편하게...도 못하고, 선배한테... 도움되는 거, 라곤 없는...데도요? "
소리 죽여도 모자랄 판에 울음 반 말 반으로 마구 던져 버렸다. 선배한테 무엇 하나 보탬이 될 재주가 없는 난데, 내 감정이 어떻든 선배를 존중하고 위해야 마땅한데도 멋대로 하고픈 흑심만 가득한 난데, 그런데도 내가 좋다신건가, 선배가?? 웹툰이나 드라마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는 일이야?! 볼이 아직 얼얼하고 코가 막혀 훌쩍이면서도 현실 같지가 않다. 어디 딴 세상으로 온 거 같다. 꿈이라면 깨지 마라!! 6살 몸이 되어 버린 것도 잊고 그렇게 빌고 비는 서연이었다.
12년에 대한 철현의 설명을 듣고서야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 서연이었다. 맞다. 지금 몸... 그 사실을 깨닫자 쪽팔림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지금 이꼴은 어떻게 봐도 징징대는 애잖아;;;; 내 존엄 어쩔 거야 내 존엄!!! 다리까지 저려 와 그대로 주저앉고 양팔로 머리를 꽁꽁 감쌌다. 안 보여. 안 볼 거야. 그런다고 철현에게도 제 꼴이 안 보일 리는 없건만.
그런 주제에 머릿속에서 선명해지는 물음표는 어쩌지 못했을까? 서연은 젖은 얼굴을 훔치고는 철현을 올려다보았다. 벌겋게 상기된 채고 훌쩍임도 멎지 않았으나 표정만은 어느 정도 차분해져 있었다.
" 근데 뭘 기다려야 해요? 고백...은, 제가 여태 잘못 들은 게 아니면 저도, 선배도, 했잖아요. "
좋아한다 말했으면 고백 끝난 거 아닌가? 그거 말고 더 할 게 있나?? 모쏠인 서연으로서는 감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답레 잇고 보니 서연이가 리라랑 혜우의 능력을 자주 의식하고 언급하고 있어서 제 풀에 찔려 사족 달아 자진납세합니다!! 서연주는 사이코메트리 좋습니다!!!
>>968 랑주 안녕하세요오오오~~~ 글레이프니르의 나랑 언니 따라쟁이 친구 시트 봤어요! 일러도 그렇고 따라하면서도 사탕 맛은 대중적인 걸로 고르는 것도 그렇고 귀여워요오오 ><
>>969 청윤주 에이 에이 그땐 단체로 취중진담하는 술자리였잖아요(손사래) 상황상 공개 고백이 될 수밖에 없었던 자리랑 작정하고 하는 공개고백은 다르지 않을까요!!
>>970 >>972 영희주 오오, 불금에 이른 퇴근!! 좋아요 좋아요 >< 별로 못 주무신 거 같은데 피곤하진 않으세요? 연애가 자존감 회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연애한다고 만사 OK는 아닐 테니까요 지금 철현 선배 상태론 거꾸로 독이 될 위험도 보여서...(호달달;;; ) 용가리 너겟 저거 맛있죠!! 그러고 보니 해외에 계시면 김밥 같은 것도 사 드시기는 쉽지 않으시겠어요... 현지에선 해외 별미랍시고 눈탱이 씌워서 팔 거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973 여로주:3 여로주도 어서오세요오오오오 간밤엔 푹 주무셨나요?
>>975 태진주 그러게요~ 주말 아침은 행복이죠!! 일찍 깨도 더 잘 수 있고 일찍 깬 김에 더 놀아도 되고 >< (덩실덩실)
>>978 영희주 컨디션이 나쁘지 않으시다니 다행입니다만 영희주 수면 시간이 너무 짧으신 거 같아서 염려되기는 합니다. 주말엔 수면 시간 수면의 질 다 꽉꽉 채워서 푹 주무세요!! 타인을 사랑하다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될 수도 있다라, 계기야 어떻든 자존감이 확립된다면 OK이니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ㅎㅎㅎ 일단 전 서연이가 철현 선배 흑화 버튼 안 누르기만 기도 메타로 바랄랍니다👀👀👀 앗 아앗... 요리 금손이 아니면 해외살이 힘들겠는데요 8989ㅁ8888 (영희도 영희주 닮아서 요리 금손??!)
>>980 태진주 에? 에에?? 에에에에??? 아니, 저지먼트 부원들 다 보는 데에서 공개 고백을 받으신 태진 선배가 그러시면 그건 '기만자' 아닌가요??? @ㅁ@;;;;;;;;;;;;;;;;;;
그 애가 왜 그것을 거부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요? 기능을 하기는커녕 들고 다니기도 힘든 상태인데도. 텔레포터라서 쓰지 않아도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라서일까요. 그것은 그렇기 때문에 쓰게 된 것이지 않을까요? 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그런 것은. 어째서 그때에도 쓰지 않았나요? 살아만 있던 이의 존재성의 문제였던가? 그녀는 웃었습니다.
...재발급을 하면 확실해지겠다...가 근본적으로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정말로 그게 확실해지면 그녀는 그녀가 저 깊은 곳으로 끌어내려진것에 무척 기뻐하고 자기 자신을 찾아 밝은 빛을 보려 할 것이겠지요? 어렵지만 가능하긴 한 것은 언제고 들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을 것이며 온전한 것이 그대로인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그 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단다.
어떤 기분이니? 너와 너가 그것을 담아 만들어지고 찢긴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을 깨달았을 때에..
언제고 사라져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그런데도... 마음이 찢기고 소망을 담은 자로 인해. 그녀들과의 관계가 어그러졌던 그녀는 절망하고 좌절하는 납득했던 수경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결국 저지먼트가 널 망쳤구나.
>>989 영희주 그러고 보니 저랑 영희주만 디스트로이어랑 초면이네요 ㅎㅎㅎㅎ 민간인1 또 어디로 도망다니냐아아 하면서도 디스트로이어한테 치고 싶은 대사는 생겨서 기대 중이에요^^;;;;
>>990 태진주 그러게요. 중력 능력자라... 서연이는 건드려야만 정보 입수가 가능한 애라 노답이네요ㅋㅋㅋ
>>988 >>993 수경주 헐 근육통 있으신데 약속이 또 있으세요;;;? 주말에라도 좀 쉬셔야 할 거 같은데 바쁘시네요...8989ㅁ8888 텔포는 중력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거 같다는 편견이 있는데요, 태진 선배처럼 접근전 위주의 캐를 텔포로 보내 줄 수는 없을까요? 공격당할 거 같으면 텔포로 피하게 해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