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상대는 중원인이다. 교인으로서 느껴지는 신성이 기운에 느쎠지지 않는다. 천마께서 허락하셨더라면 필히 그 단전 안에 신성을 담고 있었을 터이니, 장강을 기준으로 나뉘는 정사의 구분만이 유의미한 셈. 허나 지금껏 만나온 정파인과 사파인의 수가 충분하지 않아 구별함에 조심은 있었다. 비슷한 것이라면, 창을 쓰던 소녀의 것과 비슷할까.
"춘추가 올해로 어찌 되십니까?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정하시지 않았다면, 소저가 기회 정도는 만들어 드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582 스물 여섯의 청년은 몇 세대 넘게 절정경의 무인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용문파의 장로였다. 거기에 더해 종남과 화산이라는 구파일방의 도가 문파가 있어 그 위세는 더욱 초라했다. 뱀같이 노란 눈이 섬뜩함을 불러일으켜 정파의 무인으로서는 더욱 위세가 서지 않을 만도 했다.
그러나 문파의 종양이던 자신의 스승을 교리로 이기고, 비무로도 이겼다는 소문. 홍단표국의 지원도 얻어내어 사문을 부흥시킴과 동시에 타성에 빠져 보시, 그러니까 '자발적인 보호비'를 받은 만큼만 일하는 문파를 개혁한다는 소문. 악덕 고리대금업자에게 가르침을 내리고 그가 참회하여 '자발적'으로 바친 돈을 일신에 하나도 남기지 않고 그저 사문과 양민들을 위해서만 썼다는 소문이 그를 적어도 이 동네, 이 지역에서만큼은 그를 지역의 유력자로 보이게 했다. 그리고 지금, 멀끔한 마차 안에 앉아 사문의 산문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더해지고 있었다.
보통 그가 산문 밖을 나설 때는 언제나 양민들의 목소릴 들어주기 위해 두 발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오늘은 마을에서 고희를 맞이한 가난한 양민의 칠순 잔치 비용을 대 주고, 그 마을 주민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일부러 마차를 하루동안 빌렸던 탓에 오늘은 마차를 타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하지. 겸손하고 청빈한 도사를 칭송하면서, 정작 그들이 원하고 동경하는 모습은 칠순 잔치 비용을 대 주고, 자기들 마을의 기를 살려주러 마을에 으리으리한 마차를 타고 온 문파의 장로였다. 그는 아주 피곤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특이한 발자국을 보았다. 사실 특이하지는 않다. 어떤 무공이든 무공을 배운 사람이라면, 내력이 자신과 동 경지에 있다면 이러한 발자국을 낼 수 있다. 그는 발자국을 보며 발자국의 주인을 추측한다.
"현문의 정종은 아니군요. 저잣거리의 무공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나 저잣거리의 사람이 이러한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그는 뛰어난 사람일테지요. ...태워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마차를 모는 사람이 뒤를 힐끗 바라보며 말한다.
"사람은 충분히 만나지 않으셨습니까? 태워준다면... 행로에 따라 다음날 오시 쯤에야 문파로 돌아가실 수 있을겁니다, 능 장로님."
"강호에는 수많은 기인이사들이 있지요. 기인이사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 않겠습니까. 사질께서는 이만 사문으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마차는 제가 몰테니."
사질이라 불린 사내는 한숨을 쉬며 마차의 경로를 바꾸었다. 그리고 그 발자국을 따라 갔다. 발자국의 주인이 보이고, 곧 팔척장신의 행자가 마차와 같은 선상에 있을 때, 능상준은 주렴을 걷어 '행자'에게 말을 건다.
"행자님, 어디로 가시는지요?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가는 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제가 태워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지륵이 향하는 길은 사파인으로서 상당한 모험입니다. 다른 건 둘째치고 정파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륵이 사파임을 동네방네 알리며 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목숨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일을 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기에 돌아다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의와 협을 중시하는 정파인들의 땅이었기 때문인지 행자 차림의 지륵은 가끔씩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받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이런 곳까지 두 발로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명확한 목적지 없이, 그저 발 닿는 대로 걸어가던 지륵은 뒤로부터 점차 가까워지던 마차 소리가 멈추자 마찬가지로 발을 멈추었습니다. 마차가 갑자기 멈춘 것도 신경이 조금 쓰였으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마차 안에서 들린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는 점입니다.
" ...제가 가는 길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발이 멎는 곳이 목적지인 것이지요. 피곤한 것도 유랑의 일부입니다만은, 호의를 베푸시니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
조금은 사양할 법도 하건만, 지륵은 꽤나 선뜻 상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차에 올라탔을 것입니다.
" 헌데... 어디로 향하고 계셨습니까? "
//문제 없소! 문제라면 이쪽이 눈이 감긴다는 점인지라... 답이 늦는다 싶으면 기다리지 말고 기력을 보존하길 바라오...
선뜻 마차에 올라타는 행자를 보며, 능상준은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라 생각했다. 정파의 영역에서 저잣거리의 무인이라면... 보통은 다른 정파가 눈 감아주는 왈패거나 이름없는 협객이지만, 이정도의 내력을 갖춘 이라면 한가지 선택지가 추가된다. 사파의 낭인. 이런 일이 있을 때엔 일부러 오성이 빈천한 사질에게 마부 역을 맡긴 것이 다행이었다. '저잣거리의 무인'이 남긴 발자국이 일류 극에 이른 무인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빠르게 추론할 수 없었으니.
다만... 이렇게 친화성 좋을 줄은 몰랐는 걸. 갈길 가라는 축객령이나 예의상의 몇차례 거절을 예상했다. 뭐 어떤가. 아는 사람을 많이 남겨 둬야, 나중에 교의 일을 할 때 도움 되리라는 처음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추가된 선택지가 맞을 경우, 이 정도의 호인 혹은 겁 없는 낭인을 '친구'로 삼고 싶기도 했고. 오성이 부족한 사질에게 돌려말한 공치사가, 진심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위험할 수도 있을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여주는 호인 혹은 겁 없는 낭인에, 발 닿는대로 흘러가는 삶이라... 천마신교의 협력자는 그러한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없었으니까. 능상준은 살아가면서 어째서인지 가질 수 없는 것, 허락되지 않은 것만 골라서 바라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 '행자'를 친구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원을 좀 들여서라도. 간접적으로라도 그러한 삶의 태도는 가져보고 싶었으니까. 자아, 그러면 어쩌면 좋을까...
능상준은 제 몸을 일으켜 지륵이 편안히 앉을 정도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런 인연을 만나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근사한 마차를 빌렸을 텐데. 그 마차는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기구가 안에 있었거든... 상준은 공손히 포권하며 지륵에게 말했다.
"실은, 빈도의 누추한 사문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용문파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그리 멀진 않지요.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시다면, 용문파가 과객을 모실 수 있는 복을 내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행자께서 모르는 사람의 호의에 기꺼이 받아주시는 호의로 갚아주셨지요. 빈도 또한 호의로 갚아드리고 싶습니다."
두 발로 유랑할 때에 마실 수 있는 것이란 언제나 좋은 것이다. 목은 마르기 마련이라. 그는 권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고희연에서 받은 호리병을 하나 찾는다. 곡차, 즉 술이 담겨 있다. 그 집 아들이 자신들이 받은 은혜에 백골난망하여 이런 것으로나마 갚는답시고 산에서 원숭이들이 과실을 따 담궈먹는 술, 후아주를 좀 훔쳐와서 준 것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귀하다지만... 필요없고 그저 자신의 이름값이나 올려주는게 은혜갚는 건데. 이걸로 이름값을 덜 올려주는 건 아니겠지 하고 실없는 생각이나 하던 것이 여기서 좀 쓸만하겠다.
상준은 지륵에게 향긋한 과실 냄새를 풍기는, 후아주가 가득 담긴 호리병을 건네며 말했다. 호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주는 호의이자, 자신이 호감을 느낀 사람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해보려는 의도. 진정한 행자, 그러니까 불심을 진심으로 닦는 거사라면 호의라도 반드시 거절할 것. 파계승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반색하며 마실 것.
"부담일랑 갖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누추한 사문일지라도 과객 한분 융숭히 대접할 정도는 됩니다. 그리고... 빈도의 오만한 혀를 잠시 용서해주시자면... 저희 용문파는 그 전진교의 후예 중 하나입니다. 전진교에서는 삼교귀일, 즉 유 불 도가 하나로 돌아간다는 말을 했었지요. 따라서 행자님을 하룻밤 모시고 대접하는 것은 즉 동도를 모시는 것과 다름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 전진교의 다른 후예들인 화산파와 종남파와는 달리 용문파는 이름마저 쇠락해 천마신교의 협력자가 되었다. 협력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저 그정도로 몰락했다는 사실이 입이 썼지만,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