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그렇지, 류지가 나를 닮긴 하였어_ 짜증나는 시댁의 그 어떤 부분도 안닮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 "
말끝을 흐린 레이나가 쓰게 웃으며, 옆에 흐르는 강물에 시선을 두었다. 지금도 흐르는 강물에 둥둥 떠있는 듯, 자신의 큰 아이가 억울하게 눈을 감지 못하고 자신에게 구해달라 손을 뻗는 것 처럼 보이는데 낭인의 부탁 따위가 아니었다면, 눈 앞에 있는 지네신 따위 결코 만나지 않았을텐데
물론 그녀 역시, 사토 가문이 멋대로 정한 가풍으로 죽은 레이지 라는 것을 알고 있다 눈앞에 존재하는 무신은 그런것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이해는 하지만, 납득 할 순 없다. 그게 어미 아닌가?
그렇기에 파공음과 함께 쏘아진 우산이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갔을 땐 올게 왔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토 레이나는 뱀과 같은 눈을 번들거리며, 눈 앞의 갑충을 바라보았다.
" 처음뵙겠습니다. 본녀는 고사기에 八俣遠呂智 라 적혀 그리 불림 당했으나 , 타케하야스나노오노미코토 로 부터, 그 목을 베여져 이제는 과거의 악명을 잃고 현재는 자매들과 함께 치수를 다스리는 그 편린이라 볼 수 있는 존재 " " 이러니 저러니하여도, 지금은 사토 레이나라 불리고, 칭하고 있습니다. "
여름의 열기가 강하다 하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한낮의 이야기일 뿐, 해가 저물고 난 뒤의 해변에서는 불쾌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들켰겠지. 진실게임이 끝나고 얼마 뒤 선생들의 인도를 따라 많은 학생들이 숙소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남아 밤공기를 즐기고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천년전만 하더라도 취해버린 히데미를 데리고 숙소로 들어갔겠지만 아무래도 요즘같은 세상에 남학생들이 자는 숙소에 대놓고 가는건 시선이 그다지 좋지 않을것 같았기에 별도로 잡은 개인실의 호수를 슬쩍 메모에 적어 주머니에 넣어주었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뭔가 할일이 없어진 탓에 부숴지는 파도 소리를 안주삼아 원컵 사케를 몇잔이고 비워댔다. 그렇다고 취하지는 않았지만. 딱히 지금은 취하고 싶어서 마시는 것도 아니었고 사실상 조건반사에 가깝겠지.
"...아."
익숙한 붉은 머리가 보였다. 내 기억으로는 입이 아주, 아주 가벼운 요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비어버린 잔을 도미노처럼 늘어뜨리고 새로운 병을 꺼냈다. 아무래도 조금 취할 필요가 있을테니까. 그보다 뭔가 안어울리네. 주스라니.
"내가 저번에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야."
당연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던 그것 말이다. 아무래도 그날의 나는 첫 연애라는 것에 취해있었던 탓인지 조금 안해도 될 말을 해버린 것 같아서 항상 불안한 상태였다. ...뭐 이젠 다 들켜버려서인지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히데미에게 귀찮은 여자라고 인식되는건 조금 그렇잖아.
귀찮은 일을 시키는군. 교사들의 공지를 듣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혹시나 알아야 할 것이 있나 싶어 순순히 따라왔더니만, 이런 이야기나 할 줄 알았더라면 무시하고 어디 먼 곳에서 농땡이나 부릴걸 그랬다. 담력 시험이라는 말이 들려오자마자 눈 굴려 주변의 면면을 훑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말이 떨어지자마자 헛숨을 들이키는 녀석, 신이 난 건지 무서운 건지 작게 비명을 지르는 녀석, 서로 얼싸안고 호들갑을 떠는 녀석……, 저와 생각이 같은지 귀찮은 기색을 보이는 인간도 몇 있었지만 대체로는 생생히 전해지는 것으로 추정하건대 좋아하는 눈치였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은 이런 걸 무엇하러 즐기는지 모르겠다. 약해 빠져서 건드리기만 해도 죽어버리고 온갖 기사이적을 두려워하여 신이 아닌 것에도 신의 이름을 붙이던 것들이 어떨 때엔 무서운 게 좋다며 시시덕댄다니. 무어, 궁금하긴 해도 정말 알고 싶지는 않아 더 생각지는 않기로 했다. 졸지에 어린애들 놀이에 끼이게 생겼다고는 해도 불참하면 그만이다. 무신은 선생들 눈치라곤 전혀 살피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떠나려고 마음 먹었다. 그러던 차에 눈에 들어온 얼굴만 아니었더라면.
이름이 무엇이더라. 외울 정도로 눈여겨보지는 않았지만 종종은 눈길 두었던 인간이다. 그 까닭 첫째로는 이 학교를 기준으로 나름의 무훈을 선보였기에, 그리고 둘째로는…… 나름대로는 연 있는 인간이라. 인간끼리의 치열한 상쟁이나 치정 따위엔 관심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원초의 욕망에서 비롯되고 탐심으로 인해 떨어진 자로서─ 가장 비참하게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제 목숨마저 불태우겠단 열망만은 꽤 마음에 들었던지라. 끝도 없이 불행할 저 자의 삶이 이번에는 어찌 닥칠까. 아니면 이미 닥친 후인가? 한 번 쯤은 가까이서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다. 마침 제 짝도 저 녀석이라 하니 무신은 이번만은 말썽 한 번 참아 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어느새 발걸음은 울창하게 우거진 숲 앞에 닿았다. 한낮에도 빽빽하게 자라난 수풀로 어둑한 삼림은 밤 되니 우중충함이 한층 더하다. 태생이 산에서 난 미물인 그에게는 그리 신경쓰일 점도 아니었다지만. 옛적엔 인간이 홀로 숲을 떠돌다 산짐승에게 물려 죽거나 요괴에게 잡아먹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더란다. 요즘은 그렇지도 않건만 다들 왜 이리도 겁이 많은지. 곁에서 들린 목소리에 눈길만 돌려 녀석을 가만 내려다보았다. 일순간 그 눈동자가 짐승의 눈처럼 번뜩인 듯도 싶다.
"무서우냐?"
지금껏 내내 묵묵하게 잘 가던 녀석이 갑자기 뜸을 들이니 무신 또한 멈추어 주었다. 별다른 사감이나 골탕먹이려는 마음 없이, 그저 묻는 말로.
"...연인이라고 해도 아직 혼약도 올리지 않은 상대에게 그런 무거운 발언을 하는건 현대윤리적으로 아웃이야."
천년전만해도 3일밤만 같이자면 사실혼관계가 되었지만 요즘 시대는 다르다. 사실혼관계를 인정받으려면 이런저런 복잡한 절차가 있는데 거기에 더해 서로 아직 고등학생이니 애초에 그런게 확인되지도 않을거아냐. ...생긴걸로는 멀쩡하게 생겼는데 여전히 요괴의 머리로구나.
"이놈의 요괴들은 왜이렇게 어딘가 한군데 나사가 빠진건지... 내 때 요괴들은 말이야..."
로 시작한 옛날 요괴자랑. 동세대라고 하더라도 못해도 수억년, 수천년전의 이야기지만 어쩐지 입에서 나오는 것은 헤이안이 대부분이었다. 누에가 어떻니 백면금모가 어쩌니. 마사카도는 어떻고 원령이 어쩌니 하는 틀에박힌 이야기였지만 공통점은 하나. 최소한 타인에 대한 인지만큼은 멀쩡하게 가져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요기도 좀 흘리고 다니지 말고, 전에 준 피크는 제대로 가지고 다니고 있어? 혹시라도 애들한테 무슨일 생기면 그냥은 못넘어가는거 알지?"
현대 윤리로는 아웃이라는 말에 그 존재는 물음표가 검은 기운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사기다 저거.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그 존재는 시트 스레에 써잇는 '천연적인 성격'이란 부븐을 재연하고 있는 것이다.
"헤이안이라.. 그 때 덤벼든 애들은 전부 죽였는데"
뜬금포로 나오는 소리, 맥락을 이해 하지 않는 것일까. 누에가 어쩌구 타마모노마에가 어쩌구는 솔직히 그 존재는 관심없었다. 그 당시 그 존재의 종족이라 부를 부분에 이름은 없으니 흘리지 말고 피크 어쩌구하는 말에는 그 존재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
"뭔가 조몬은 어머니같네. 여러 이들을 챙기고 하는 점에서"
그렇게 말하며 야요이가 준 피크를 슥 보여준다. 누가 반지 형태로 가공해준 것인지 검지에 끼여잇었다. 3인방이 웬 피크가 물어봤을 때 '뭔가 귀해보이는 사람이 준거야'라고 대충 둘러댔더니 그럼 잃어버리지 않게해야한다며 직접 채린양이 반지로 가공해준 것이다. 왜 반지지?에 대해서는 하하핫하며 웃어넘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