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성하제도 끝나가고 비번이라 오늘은 알바를 풀타임으로 했는데, 새봄이가 어디서 샷건을 두 개나 가져와서는 우리 점포 앞에서 팡팡 쏴 대는 게 아닌가. 당연히 사람들은 기겁해서 도망가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기겁하고 말리고 보니 새봄이 능력으로 사탕이랑 마시멜로만 나오는 총인 게 나름 귀여운 이벤트였으나... 진짜 총 소리랑 똑같은 소음이 한참 난 탓에 누가 안티스킬에 신고했더라. 출동한 안티스킬한테 싹싹 빌고 놀란 시민들한테 싹싹 빌고 빡친 사장님한테 싹싹 빌고...... 당연히 새봄이도 같이 싹싹 빌었고, 그 뒤에는 종일 달다구리를 '안전하게' 만들어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눠 주더라. 당시엔 진짜 혼이 빠지는 줄만 알았지만, 이벤트를 벌인 동기랑 이벤트가 사건사고로 변질된 뒤의 대처는 고마웠다.
어쨌거나 상황이 수습된 뒤 야간 알바를 마저 하는데, 와... 진짜 세상은 넓고 수박은 많다. FF(즉석식품 코너)에서 계속 서성이기에 흔한 결정 장애 손님이려니 했는데, 그동안 포장 뜯어서 찔끔찔끔 먹고 있더라. 그러곤 모른 척 나가려 드는 거에 눈이 돌아서 비비탄 샷건을 꺼내 버렸다. 오늘 저희 점포에서 총기 난사 사건 있었던 거 못 들으셨냐 그 문 여는 즉시 쏘겠다 공갈 치면서. 수박이 신고할 거라 뻗대기에 신고하면 댁이 무전취식한 CCTV 영상 바로 제출하겠다고 맞섰다. 그제야 돈이 없었다고 싹싹 비는데, 못 미더워 능력으로 확인하니 진짜긴 하더라. 하지만, 첨부터 사정했으면 몰라 훔쳐먹고 도망치던 걸 왜 봐 줘? 안티스킬에 다시 신고해서 넘겨 버렸다. 출동한 안티스킬이 또 너냐는 시선을 던진 것도 같았지만 어쩌겠어? 이번엔 피해자였다구~
오늘의 일기 끗!!
/situplay>1597044469>776 새봄주 답변을 겸해서 올려 봤어요~~^^ 진행 중에 썼던 내용이라 이미 드러났다고 생각해서 쓴 대산데 서연이를 솔직한 아이로 봐 주셔셔 감사해요>< 기왕이면 솔직한 아이가 되길 바라고는 있어요. 타인을 요행히 속일 순 있다 해도 스스로를 속이는 건 웬만해선 힘들 테니까요
마지막 날의 무대까지 환상적으로 마무리한 성하제가 막을 내렸다. 저지먼트 카페며 모종의 실종 사건이며 다사다난했지만, 그래도 누구나 이대로 지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 사이 나는 모종의 예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표면 뿐인 평화와 평온 속에 서서히 여운이 흐려져가는 그, 새벽.
새카만 새벽 3시.
삐이이익! 삐이이익!
"에흐아!?"
나는 성하제 기간 동안 고생했을 성운을 안고 푹 잠들어 있었다. 자그만 몸을 옆구리에 끼고 곤히 자고 있던 나를 폰의 긴급 알람이 깨웠다.
"ㅁㅁㅁ머야 머 뭐야?!"
소스라치며 일어나서 폰을 집어들었다. 화면은 번쩍번쩍 점멸하며 요란하게 울어대고 있었다. 알람 중지가 아닌 통화 버튼이 떠 있길래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자 다급한 유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왜 이렇게 늦게 받아! 파나케이아! 긴급 요청이다 얼른 나와!] "그게 ㅁ" [XX병원!]
병원 이름을 듣자마자 잠이 확 깼다. 동시에 올 것이 왔다는 직감이 척추를 짜릿하게 훑었다.
나는 바로 알겠다 대답했다. 그리고 곧장 성운을 깨워- 아니, 이미 일어나 있었던가. 잠에 겨운 내 작은 연인에게 말했다.
"성운아, 나 부르는 곳이 있어서 지금 나가 봐야 해. 언제 올 지 모르니까 마저 자고 있어. 허전하지 않게 내 잠옷 주고 갈게."
그러면서 잠옷을 걷으려는데, 성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희미하지만 선명한 불안이 담긴 목소리, 돌아보니 금새 구름이 드리울 듯한 보랏빛 눈동자에 안 된다는 설득은 포기했다.
대신-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대신에 이건 내가 [파나케이아]로서 받은 의뢰니까, 넌 얌전히 박유준이랑 있어. 이게 내가 양보할 수 있는 최선이야."
그렇게 말하는데, 아지트 밖에서 빵빵대는 클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이 밤중에 차도 없겠다 아주 풀 스피드로 달려온 모양이었다. 성운에게 미안하지만, 대충 겉옷만 입으라고 하곤 나 역시 후드 집업 하나만 걸쳤다.
어차피 가면 백의를 입게 될 테니까.
성운이 옷을 다 입거든 손을 꼭 잡고 나와서 아지트 바로 앞에 대기하던 유준의 차에 올라탔다. 매끈한 차 한 대가 붉은 라이트 빛을 흘리며 도로를 질주했다.
가는 동안 별다른 말은 오가지 않았다. 유준이 백미러로 동승한 성운을 힐끔, 보긴 했지만 말없이 차를 신속 정확하게 몰았다.
나는 그것이 익숙한 듯 뒷좌석에 몸을 묻고 성운을 내 품에 끌어당겼다. 전혀 동요하지 않고, 떨리거나 당황함도 없이, 오히려 성운이 이 밤중에 벌어진 상황에 긴장하지 않도록 등을 토닥여주고 볼을 쓸어주려 했다.
한밤의 빈 거리에 교통체증 따위 없었다. 호출한 병원에 도착하는 건, 정말 눈 깜짝할 새였다. 차가 멈추자마자 성운의 손을 잡고 내렸다.
"...!!!..." "!!...!!!!..."
그러나 오밤중의 병원은 거리와 달리 마치 대낮처럼 소란스러웠다. 옷이 온통 피범벅인 의료진 몇이 바삐 오가고 있었으며 간호사 몇몇은 다급하게 연락을 돌리거나 약이며 도구 따위를 들고 종종걸음을 쳤다. 그 중에는 여분의 혈액팩을 어디론가 가져가는 간호사도 있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는 나와 달리 유준이 의국에 재빨리 보고했다.
"파견 요청하신 파나케이아, 도착했습니다." "아 네! 이쪽으로!"
그렇게 한 간호사의 안내로 수술실 앞까지 안내받았다. 병원에 들어와서 가는 내내 성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수술실에 가는 동안 [환자]의 처치 현황에 대해서 들었다. 성운이라는 제3자가 있는데도 말을 가리지 못 하는 걸 보니 이 상황의 급박함이 어느 정도인지 피부로 오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도중에 성운을 한 번 돌아보았다. 과격한 설명에 너무 놀라진 않았나 살폈고, 혹시 몰라 잡은 손을 더 꼭 쥐어주었다.
금방 도착한 수술실 앞에서 낯익은 두 사람을 보았다. 장승마냥 허우대만 훌쩍해선, 이 순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두 사람을 마주해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이 순간에 대한 작은 승리감이었다.
"성운아, 이것 좀 가지고 있어줄래?"
상황이 긴급한지라 별개의 소독이니 뭐니 절차대로 할 시간은 없었다. 유일하게 걸쳤던 후드 집업을 벗어 성운에게 건네주었다. 잠옷용 검은 캐미솔과 3부 팬츠의 민망한 차림이 드러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 다녀올게. 선생님이랑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집업 대신 백의를 걸치는 동안 유준이 뒤에서 내 머리를 모아 흘러내리지 않게 틀어주었다. 머리 뭉치를 단단히 고정하고, 시야로 튈 혈액 방지용 무도수 안경을 썼다. 간단히 소독한 양 손에는 멸균된 라텍스 장갑이 씌워졌다. 마지막으로 큼직한 수술용 마스크까지 얼굴에 드리웠다.
그 모든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순식간에 수술 복장이 갖춰지자마자 그 앞에 있던 사람들을 헤치며 나아갔다.
"비키세요. 당신들이 뭘 할 수 있다고."
그 둘을 지나칠 땐 그 한 마디를 말했다. 무심하게, 그것이 사실 아니냐는 어조로.
그리고 등 뒤에서 수술실의 문이 닫혔다.
창백하고 눈 부신 수술대 조명 아래 검붉게 이지러진 팔뚝이 보였다. 그 끝에 있을 그 손은.
"...후."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서둘러 수술대 옆으로 갔다. 현재 진행 중인 시술의 현황을 간단히 듣고 보조할 집게, 겸자를 들며 지시를 시작했다.
"혈관부터. 추가 수혈 준비. 헤모스탓 제거. 쓰리, 투, 원." "세추레이션 확인. 스파인 중심, 조직 수복 시작, 주변 이물질 제거 서둘러." "심박 맥박? 체크. 혈액순환 확인. 역류 주의. 수혈 추가." "셀프 체크. 신경 손상 수복. 각 장기 손상 수복. 캡슐 일제 수복. " "블리딩 라스트 체크. 리덕션. 본셀 수복, 접합 확인." "수혈 추가. 폐복 준비. 디셋 대기. 안티, 대기. 라스트 체크. 쓰리, 투, 원."
개복한 내부에 대한 처치와 회복을 꼼꼼히 마치고서 신호에 맞춰 개복한 배를 닫는 것으로 위기는 넘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순조롭게, 개복한 흔적마저 남지 않게 회복시키며 나는 본의 아니게 내 앞에서 헐벗게 된 내 의남매를 향해 키득였다.
"오빠 큰일났네- 동생 앞에서 요렇게 깨벗고 말야. 남사시럽게 그냥. 이래서 장가는 어떻게 가나, 응? 아니 시집인가?"
이런 상황 따윈 여유라는 듯, 느긋하게 농담까지 해가며 태오의 몸을 전체적으로 회복시켰다. 이제 절단마저도 붙일 수 있는 수준이 된 내 능력은 호버 택시에 떨어져 말 그대로 넝마가 된 상태마저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범벅인 것을 빼면 떨어지기 전의 원형을 되찾아갔다. 그 와중에 앞서 있었을 흉터마저도 없앴을 지 모르지만-
"오늘 일은 평생에 걸쳐서 받아낼 거니까 각오하는게 좋아."
나는 원형을 되찾은 팔을 조심히 쓸며 중얼거렸다. 주변을 정리하던 간호사에게 알콜거즈를 요청해 한아름 받아냈다. 그걸로 얼룩덜룩한 태오의 몸을 대강 닦아주려 하며 겸사겸사 문신도 구경했다. 여태 제대로 본 적 없는 문신이, 다행히도 이지러지지 않고 잘 이어져 있었다.
"흐응-"
항상 소매며 붕대로 가리고 있더니, 이런게 있었구나.
나는 나가야 할 때까지 그 옆에 앉아 문신을 구경했다. 환하던 [수술중] 등이 툭 꺼지고, 태오에게 필요한 수액 링거가 다 달리고 나면, 싫어도 퇴장해야 할 때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자잘한 처치가 남은 의료진을 뒤로 하고 먼저 나갔다.
...수술실 밖에는 누가 있었을까.
유준은 성운을 데리고 별도로 마련된 대기실로 가려고 했겠지만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겠다면 아마 같이 기다려줬을 것이었다. 그랬다면 나오자마자 놀란 눈으로 성운이부터 바라봤겠지.
"성운아! 아구, 대기실 가서 좀 누워있지- 기다리느라 고생했어. 응. 다 잘 됐으니까, 걱정 말아."
붉은 눈과 검은 눈- 두 형제는 아직 있었을까.
있었다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허리에 착, 손을 얹으며 말했겠지.
"수술도 치료도 다 잘 끝났으니까 걱정 마세요. 남은 건 기력 회복 뿐! 정말, 저 없었으면 큰일 났을 거라구요. 제가 유늩, 아니, 유능해서 다행인 줄 아세요. 어휴, 우리 오빠 고운 몸 다신 못 볼 뻔 했네. 그러니까 두 분, 나중에 저한테 사례하세요! 거하게!"
적지 않게 피범벅이지만 쌩쌩하게 말하곤 안경을 벗어 유준이나 성운에게 맡기곤 혼자 터벅터벅 걸어갔다.
"화장실 다녀올게-"
태연히, 쾌활하게, 그렇게 자리를 옮겨선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안쪽 칸으로 들어가 구역질을 해댔다.
"우웩, 웨엑-"
신물과 위액과 타액 밖에 나올 것이 없지만 내장이라도 쏟아낼 듯 구역질을 했다. 겨우 헛구역질이 잦아들고 나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그 때까지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으흑! 흑, 흐아, 하, 흐어어어......"
그마저도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소매를 입에 물고 소리를 죽여가며 울었다.
"흐으으으..."
무서웠다. 정말 무서웠다.
내 눈 앞에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그 모습이 곧 숨이 끊길 듯한 그 모습이 눈 앞에 선해 몇 번이고 심박을 체크했다. 정말 수십번 맥박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확인했다.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더 심혈을 기울여 능력을 쓰면서도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참았다. 안 된다고, 지금은 아니라고, 끝까지 나를 채찍질 했다. 수술실 밖으로 나와 긴장이 느슨해졌을 때도 울컥할 뻔 했지만 일부러 혀를 씹어 견뎠다. 그 모든 순간을 버티고, 견뎌내어 이 자리에 주저앉을 때까지...
"으으윽..."
차갑고 딱딱한 그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그리 길지 않게, 눈물 콧물 쏟을 만큼 쏟아내고 일부러 찬물로 가슴팍까지 젖을 정도로 세수를 하고선 찬물에 그래진 양, 으 추워-를 연발하며 돌아갔다.
아마도, 그 사이 태오가 옮겨졌을 병실로.
가거든 수압이 너무 세서 물이 다 튀었다며 수건 좀 달라고 너스레를 떨고 성운이에겐 몸이 식어 추워졌다며 달라붙으려 했겠지...
그러면서, 태오도 살피고, 다시금 울컥 하려는 걸, 입술 깨물어 참으며 싱긋- 웃어보였겠지...
그리고 이건, 수술실에서 한창 긴박한 시술이 오가는 사이 있었던 유준이 성운에게 했을 말들.
"분위기 뒤숭숭한데 뭐하러 따라왔냐. 집에서 기다리지."
"뭐, 너무 걱정 말어라. 쟤 요즘 능력 물 올라서 외상 앵간한 건 다 고친다."
"그나저나 거 사고 한 번 살벌하게 쳤네. 무슨 꿍꿍이래."
기나긴 수술이 끝나,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엔-
"야야, 따라가지 말고 여기 있어. 돌아오면 아무 말 말고 안아주기나 해."
"지금은 그게 제일일 거다. 그래, 이제보니, 와줘서 고맙다."
그런 말들을 하며, 끝에는 성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려 했을 것이었다.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묘사한 부분들이 좀 많나...? 태오주가 생각한 맥락에 맞지 않거나 고쳤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으면 얘기해줘-
단촐한 문장으로 시작된 작은 바람이었다. 언젠가, 그 언젠가를 기원하며 보낸 시간이 있었다.
바람을 싹틔워 키우는 동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는 동안 그 모든 날이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은 나날이었지만 기어코 그 모든 날을 넘어, 이 자리까지 왔다.
오늘은,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서 저 무대 위에 오르는 날이리라.
성하제 마지막 날 무대를 오른다는 것은 이 성대한 축제의 마무리를 짓는 한 가닥이 된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오늘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세심히 준비하며 긴장했다.
그것은 그들 중에 포함된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여럿이 조금씩 공간을 나눠 쓰는 대기실 한켠에서 우리는 미리 준비한 의상을 입고 아티스트들에게 치장을 맡겼다. 머리를 올리고 묶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왁스를 바르고, 얼굴에도 이것저것 바르고 그리고 하는 도중, 그런 것들에 이미 익숙한 나는 성운을 힐끔 보며 물었다.
"...성운아. 긴장 돼?"
뒤에서 머리카락을 모아 모양을 잡고 있었으므로 성운을 마주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곁눈으로만 바라보며, 혹여 시선이 마주치면 눈웃음을 살짝 지어줬겠지.
"너무 진지하게 생각 말아. 오늘은 그저 즐기기만 하면 돼.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 그 공간은 오롯이 우리의 공간이니까."
가능하다면 손을 뻗어 성운의 손을 잡아주려 하며 말했다.
"그것만 기억해. 그저 즐겁게, 즐거운 연주를 하자."
남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함께 연주하자는 약속을 지키러 나왔을 뿐인 거야. 우린.
공연은 하나 둘 사고 없이 잘 흘러가 어느새 우리의 바로 앞 차례까지 도달했다.
앞팀의 무대가 성황리에 끝나고 아름다운 세공이 갖춰진 피아노와 첼로가 무대에 등장하고 리라에게 부탁해 제작한 오브젝트들이 무대에 늘어놓이면 드디어 우리 차례였다.
입장 직전, 나는 성운을 바라보았다. 얼굴 반쪽에 독특한 문양을 그려넣고, 머리는 화려하게 올려 여러 장식을 꽂았으며 옷은, 드레스가 아닌 바지 연미복의 차림을 하고서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미니 드레스 차림일 성운을 바라보며 한 손을 내밀었다.
"에스코트 하겠습니다. 레이디."
싱긋 웃으며 한 손을 받아 무대로 나아갔다.
자, 그 동안의 준비를 모두 쏟아낼 시간이다.
제일 먼저 무대 한 가운데 서서 청중을 향해 인사했다.
각자 드레스 자락을 잡고, 연미복 꼬리를 잡으며 우아하게, 아름답게 인사를 하고 나면 나는 성운을 피아노까지 에스코트하여 자리에 앉는 것까지 도와준 후 피아노와 정 반대 위치에 놓인 첼로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늘 하듯이- 그러나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활로 지휘라도 하듯 허공에 한 바퀴 빙그르르 돌리고 성운을 향해 시작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합주가 시작되었다.
< 파트 1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
https://www.youtube.com/watch?v=nvFO4uycCWk
첫 곡은 흔히 아는 팝송이었다. 익숙한 곡으로 귀를 여는 인트로이기도 했다. 성운의 피아노 소리가 먼저 들려오고, 오브젝트들이 하나둘 음색에 반응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첼로의 음을 흘려넣었다. 빔 프로젝터로부터 무대 배경으로 알아보기 쉬운 이퀄라이저 영상이 재생되었다. 적절히 편집해 축약한 첫 곡은 비교적 짧았다. 그럼에도 무대는 각종 동물들로 변해 활개치는 오브젝트로 인해 오히려 그 짧음이 아쉬운 느낌으로 흘러갔다.
음이 서서히 사라지고, 오브젝트들도 원형으로 돌아가면-
https://www.youtube.com/watch?v=6adA5okupTI
준비한 두 번째 곡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곡은 역시나 유명하지만, 잘 들어본 적 없을 곡으로 했다. 첫 곡의 익숙함을 흐려버리면서 어딘가 모를 낯익음으로 감상에 젖어들도록. 감미롭게, 부드럽게, 촛불이 여리게 흔들리듯이- 피아노와 첼로, 각자의 파트가 명확히 두드러지도록. 오브젝트는 하나 둘 장미의 형상이 되어 곡이 중반을 넘었을 쯤 무대가 크고 작은 다양한 색상의 장미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었다. 배경 영상 역시 여러 장미들의 영상이 적절한 연출과 함께 비추어 무대가 마치, 거대한 꽃다발처럼 보였겠지.
완전히 개화하여 가득 채웠다, 라는 감상이 들면 연주는 끝나고 영상은 연보랏빛 안개 무리가 일렁거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타임엔 성운이 오브젝트 위치 조정을 하는 타이밍이니 성운의 움직임에 맞춰 첼로로 즉석에서 가벼운 음색을 연주했다. 드레스 차림의 성운이었으니, 어여쁜 소녀가 즐거이 뛰노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음을 연주해보았다.
조정을 마친 성운이 자리로 돌아갔을 때가 다음 파트로 넘어갈 때였으니.
< 파트 2 솔리스트, 앤 솔리스트 >
피아노 의자에 성운이 앉은 타이밍에 맞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 2 파트는 어우러지는 합주가 아닌 나도 성운도, 각자 솔리스트로서 경쟁을 펼치듯 연주하는 컨셉이었다. 곡도 그에 맞춰 준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KdFrE4vjuo
파트 2의 첫 곡은 역시나 유명한 곡을 가져왔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유명하면서 피아노와 첼로, 어느 쪽도 겨루기에 뒤지지 않는 곡이라 생각했다. 그 겨룸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일어서서 연주했다. 앉아서 몸에 기대어야 안정적이 되는 첼로를 서서 연주함 자체만으로도 난이도가 올라갔다. 그러나 나는 능숙하게,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주를 해냈다. 배경 영상은 다양하고 화려한 조명들이 수도 없이 지나가는 장면들이었고 오브젝트는 그 조명들이 영상 밖으로 나온 양 수시로 각종 조명의 모습과 빛을 띄었다. 어떻게 변하는지 눈으로 쫓기 바쁠 정도로 화려했지만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모든 빛은 사그라들며 형상은 수그러들었다.
아주 잠깐의 텀을 두고 곧장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https://www.youtube.com/watch?v=LZxaUKxVwr4
파트 2의 두 번째 곡은 딱 첫 소절만 들어도 아! 싶은 곡이었다. 그리고 청중은 동시에 떠올릴 것이었다. 이 인첨공이 인접한 드넓은 그곳을, 그 바다를! 우리의 연주는 그 바다 위에서 풍랑을 헤치는 배 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각자 선미와 선두에 자리하고 연주로 파도를 타듯이! 평화로움과 극적인 순간, 그 둘을 극명히 나누어 표현하며! 배경 영상 또한 온갖 바다의 모습을 상영했다. 오브젝트들은 어느새 날치떼나 돌고래떼, 갈매기떼 등등이 되어 배경 영상과 함께 활발히 움직였다. 클라이막스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마치 진짜로 배에 탄 듯 첼로와 함께 몸을 이리저리 기울이며 연주했다. 다 올리지 않고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듯 하게 고개를 저으며 마지막 소절은 특히, 힘을 주어 활을 움직였다.
그리고 탕! 하고 발 구르는 소리를 내면 조용해진 무대에 서서히 어둠이 내렸다.
< 파트 3 사랑에 대하여 >
갑작스레 깔린 어둠에 청중들이 웅성거리기도 전에 또각, 또각, 낭창한 구두굽 소리가 무대에 울렸다. 그 소리는 무대를 가로질렀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딱, 첼로가 있던 자리에서 피아노가 있는 자리로. 구둣소리가 멈추면 무대 양 측으로부터 드라이아이스가 흘러나와 무대의 어둠을 한층 신비롭게 연출했다. 그러면 우리는 그 틈을 타 서로의 옷에 달린 브로치의 보석을 눌러 나의 연미복 바지는 화려한 프릴-머메이드 드레스로 성운의 드레스 치마는 허리춤에 풍성한 리본이 달린 깔끔한 정장 반바지로 바뀌었다. 이윽고 드라이 아이스가 걷혀 우리의 모습이 드러나면 그 모습으로 다시 인사를 하고 위치를 바꾼 피아노 의자에 함께 앉으면 청중들은 새로운 무대를 접한 듯한 착각이 들 지도 몰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3k6yn8Yc8CA
그 속에서 파트 3의 첫 곡은 연주되었다. 사랑, 을 테마로 한 파트이기에 곡들도 모두 그에 맞춰 엄선했다. 첫 곡은 사랑을 자각하고 시작하는 그 시기,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었다.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며, 서서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가며 어느새 가까워진 거리에 서로의 손을 잡고 사랑을 말하게 되는 그 풋풋함. 그것을 표현하듯 연주 중간중간 성운을 바라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영상 또한 무수한 꽃이 피고 아름다움을 뽐내다가 파릇한 잎사귀들과 함께 무르익는 장면을 연출했다. 오브젝트 역시 꽃이 필 때엔 흩날리는 꽃잎이 되고, 꽃이 진 자리에 잎사귀가 돋자 그것을 단 나무의 형상을 하여 조금은 비현실적이어도 다채로운 색상으로 그 시기의 찬란함을 표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NRrdDwBAMM
그리고 쉼 없이 두 번째 곡으로 넘어갔다. 사랑이란 항상 즐겁고 행복할 수 만은 없는 것. 두 번째 곡은 그 격동의 시기를 표현하는 곡이었다. 일부러 피아노의 첼로의 파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음색 역시 강렬한 것으로 골랐다. 연주하는 동안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성운을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고 미간도 살짝 찡그린 듯 하며 연주를 했다. 영상은 어느새 가을의 풍경을 비추다가 서서히 겨울로 변해갔다. 언제나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은 없음을 표현하듯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사히 아름답던 무대는 눈발 흩날리는 오브젝트 효과로 인해 차갑고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OWpIGlwS-pg
겨울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연주는 자연스럽게 세 번째 곡으로 바뀌었다. 너무도 유명한 곡, 들으면 바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그 곡이었다. 동시에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 아닐까 싶었다. 옷깃이 스쳐 시작한 사랑일지라도 나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그 가사처럼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가고 새로이 봄이 온대도 우리 역시 그러하리라, 말하듯이 연주했다. 영상은 서서히 눈이 녹고 얼음이 녹으며 봄이 오고 있었다. 흩날리던 눈발은 잠시 사그라들다가, 조금씩 꽃잎으로 바뀌어갔다. 연주가 무르익을 쯤엔 다시 무대 한 가득 꽃잎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곡의 연주를 끝으로 우리는 이제 일어설 듯이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배경에 비추던 영상은 페이드아웃하고 오브젝트들도 조용히, 원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앙코르 너에게 하고 싶은 말 >
조용히 정리를 하는 듯한 모습은 이제 끝인가- 하는 불러 일으키기 좋았다. 그리고 우리의 노림수는 그것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서로를 보며 싱긋 웃고 기습적으로 첫 음을 올렸다. 그리고 이번엔 연주 뿐 만이 아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x3WV9GSOmc
"You're the light, you're the night 당신은 빛이예요, 당신은 밤이죠 You're the color of my blood 당신은 내 피의 색이예요 You're the cure, you're the pain 당신은 치유예요, 당신은 아픔이죠 You're the only thing I wanna touch 당신은 내가 손 대고싶은 유일한 사람이예요 Never knew thatit could mean so much, so much 이런 게 이렇게 의미있었단 걸 몰랐어요-"
어느새 살짝 올린 마이크를 통해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앞선 어떤 연주보다 즐겁게, 경쾌하게, 그리고 사랑을 가득 담아서.
"So love me like you do, lo-lo-love me like you do 그러니 당신에게 하듯이 날 사랑해줘요 Love me like you do, lo-lo-love me like you do 당신에게 하듯이 날 사랑해줘요 Touch me like you do, to-to-touch me like you do 당신에게 하듯이 날 만져봐요 What are you waiting for- 무엇을 기다리나요-"
연주와 노래 뒤로 흐르는 영상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3학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었다. 누군가의 등하교길과 출근길, 기억에 남은 데이트 코스, 크고 작은 추억이 남은 장소, 그것들이 하나하나 지나가며 그 앞으로 다양한 동물 오브젝트들이 활개를 쳤다. 문득 위를 보았을 때 날아가던 이름 모를 새, 늘 같은 자리에 보이는 고양이, 가끔 신기하게 나타나는 나비-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연주는 흐른 줄도 모르게 흘러갔다.
이윽고 마지막 음을 울리고 관객석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내가 뭔가 잘못 본 줄 알았다.
"...?"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 성운과 함께 무대 한 가운데 서서 같이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든 순간,
"...!"
수많은 사람 사이로, 흐릿하게 스쳐가는 누군가를 보았다.
너도, 와 있었구나. 그래, 너도, 너니까.
나는 영문 모를 울컥함에 목이 메였지만 잘 참고 다시 한 번 인사 후 성운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메이크업을 지우는 도중에 눈물이 툭, 터지는 바람에 그만, 시커먼 눈물 줄줄 흘리며 징징 짰다는 후문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그 난리를 한 차례 피운 후에야 훌쩍이며 성운을 보고 말했겠지.
"고생했어. 성운아. 정말 즐거운 무대였다. 그치?"
생애 절대 못 잊을 추억이 생겼다며 무대의 여운을 조금 더, 성운과 같이 나누었을 것이었다.
성하제 마지막 날이 다가와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부쩍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한 카페 내부, 태오는 마지막으로 방문한 부모의 얼굴을 마주하며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마지막 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나요, 도련님, 아가씨." "얘도 참! 사진 한 장 부탁할게요." "네에, 얘, 이쪽으로 와서…… 사진 한 장 찍는 것 좀 도와줄래요?" "어? 어... 응." "자, 이리 오렴. 당신도 이리 와요." "어이구, 조금만 있으면 아빠만큼 크겠네." "저, 내년에 성인인 걸요……." "하하! 아빠는 군대 가서도 키 컸어." "찍을게요! 하나,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