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공연이 끝난 후, 정 진은 스테이지 아래를 돌며 무대 불이 꺼지자마자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춘 이리라를 찾아다녔다. 화장도 지우지 못하고 걸음하는 다리에서 초조함이 뚝뚝 떨어진다. 역시 지금 시점에서는 너무 큰 부담이었나? 하지만 불안이 무색하게도 리라를 찾을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리라야?"
대답은 없다. 이리라는 무대 뒤, 각종 물건들이 쌓인 구석자리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진의 시선이 먼저 리라를 지켜보고 있던 채영에게 향한다.
"뭐야?! 얘 괜찮아?" "나도 몰라. 내려오자마자 엄청 졸려하면서 몸을 못 가누길래 일단 기대놨어. 잠 못 잤나? 어쩐지 아침부터 피곤해보이더라니." "......" "야, 진아. 너무 그런 얼굴 하지 마. 쟤 잠들기 전에 뭐라고 했게?" "어? 뭐라고 했는데?" "재밌었대. 무서워도 일단 해보길 잘했대." "......진짜?" "내가 이런 걸로 거짓말을 왜 하겠냐~ 무튼 고생했다. 자게 냅두고 우리도 잠깐 쉬자." "그래... 아, 우리 무대 풀 직캠 떴네." "와. 조회수 올라가는 거 봐. 확실히 스타는 스타라니까."
댄스부 공연이 끝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서예부실에는 또다시 감당하기 어려운 대문자 E의 기운이 드리웠다. 아무것도 안 해도 요란한 존재감은 차마 지우지 못한 무대 화장과 헤어 세팅, 액세서리, 반짝반짝하고 몽실몽실한 무대 의상 탓에 평소보다 10배 이상으로 튄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리라는 해맑게 웃으며 어쩌면 서예 작품을 전시 중일지 모르는 부실을 무작정 침공했다.
만약 랑이 없었다면 나 여기 왔다며 문자를 보냈을 것이고, 랑이 서예부실에 있었다면 대뜸 달려들어 껴안아버렸을 것이다.
같은 소리가 들린 건 아니다, 내면으로는 소리치고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나름대로 서예 작품을 전시해두고, 좀 오래 전시되었다 싶은 작품은 다음 작품으로 바꿔 전시하고 있던 서예부원들은 평소보다도 더 강렬해진 리라의 침공에 하얗게 질려 우르르 서예부실로 도망쳤다. 그러나 오늘은 성하제, 마지막날이기는 해도 성하제라는 사실은 변함없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침략자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가만히 서서 전시된 작품을 쳐다보고 있던 랑이 있었고, 리라가 자신을 대뜸 껴안자 조금 놀란 듯 입을 벌렸다가 리라를 내려다보았다. 공연하는 걸 전부 다 보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고, 아무래도 이 모습은 그 결과물 같은 거겠지. 졸려 보이는 리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세팅된 머리 스타일을 망칠까 싶어 그만두곤, 이름을 써 달라며 내밀어진 팔을 쳐다보았다.
"이쪽으로 와."
아무래도 몸에 글씨를 써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이 많다 보니, 부실 내에서는 하지 않기로 합의를 봤다. 서예 작품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조용히 작품을 구경하곤 하니까. 아무튼 그렇기에 리라의 손을 붙잡고 부실 바깥에 마련된 부스로 가 미리 준비되어 있는 붓을 들어 먹물에 적신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이들과 싸우기도 했고, 대립하기도 했으며, 협력하기도 했다. 흔들리기도 했고, 꺾이기도 했으며, 꺾인 무릎을 붙잡고 몸을 억지로 다시 일으키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을 넘어서, 마침내 우리가 평범한 일상을 얻어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거창한 서론이 무색하게, 성운은 온 얼굴에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난색은 생소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커다란 무대를 앞둔 중압감이 아니라··· 부끄러움의 종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성운의 옷차림이··· 긴장돼? 하고 묻는 네 질문에, 성운은 울상이 되어 대답했다.
“부끄러워···!!”
그 말소리에 스타일리스트 분들이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만도 했다. 앙증맞은 팔다리를 가진 꼬마 남자애가 귀여우면서도 우아한 미니드레스를 입은 채로 메이크업을 받다가 울상이 되는 모습은, 원래라면 얼굴 피실게요- 하고 주의를 줬어야 할 스타일리스트가 주의를 주는 것도 잠깐 잊게 했다.
“이게 뭐야아···”
리허설 때 옷의 모양이 변하는 것은 확인했지만. 지금까지는 아예 카페에서 메이드복을 입고 서빙도 해봤지만. 작은 카페에서 십여 명쯤 되는 방문객들을 상대하는 것과, 몇천 명, 혹은 몇만 명이 지켜볼지도 모를 무대─ 인첨공의 아이돌 불렛과, 굿위치 이리라와 같은 무대에 드레스를 입고 오르는 것은 그 수치심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진지한 게 문제가 아니라···”
성운은 파르르 떨리는 손을 살며시 뻗어 네 손을 맞잡았다. 잡지 않더라도 네 말로 충분했지만, 서늘하게 와닿는 네 손끝이 왠지 침착함을 안겨주는 것만 같아서 성운은 그걸 꼭 쥐었다.
“···응. 우린 여기에 뭔가를 견디러 온 게 아니라 뭔가를 즐기러 왔으니까.”
화기 엄금 딱지가 붙은 상자에서 나온 오브젝트들이 차근차근 무대 위로 놓이고, 성운은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이 연출해야 할 시퀀스를 상기했다. 그러다가 그때, 네 손이 내밀어져왔다. 연구소에서 받은 문제집에서나 볼 법한 복잡한 시퀀스를 성운은 머릿속에서 걷어찼다. 지금은 네 손을 잡고 싶다. 네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성운은, 부끄러움은 얼굴에만 끌어안기로 했다. 발간 볼을 하고 그는 네 손을 잡는다.
“고마워요, 무슈.”
우리가 걸어온 길들을, 돌아볼 시간이 왔다.
너의 형상.
너를 처음 만났던 날을 추억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돌아갔던 그날, 네게 처음으로 연락을 받았던 그날, 양식 잘못된 거 알려줘서 고마워요, 하고, 네게 애교를 부려봤으면 어떨까 하고. 물론 당시의 네가 온기 알러지가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역효과면 역효과였지 좋은 효과는 안 나겠다만. 문득 우리의 첫 만남이 조금 다른 형태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장밋빛 인생.
이 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그렇게 장밋빛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은 한창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해 방황하고 좌초하며 부정당하기에도 바쁜 어리석은 소년이었고, 무언가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을 찾아헤매기에 급급했다. 그때 상냥한 부원과 함께 프리허그를 하고 돌아와서는, 네게도 뜬금없이 프리허그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을 때, 어색하고 뻣뻣한 동작으로나마 네가 마주안아오던 그 순간. 그 순간에서도, 성운은 자신의 곁에 장미가 피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성운은 손을 뻗었다. 미리 암기한 시퀀스 같은 것은 머릿속에서 비켜난 지 오래였다. 단지 그 순간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그때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을 담아 성운은 오브젝트들의 흐름을 섬세하게 조율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천천히, 전쟁을 위해 준비되었다.
샹들리에.
샹들리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성운은 어쩌면 그것이 인첨공을 가리키는 데 너무도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면서, 그렇게 삭막하고, 그렇게 날카로우며, 그렇게 위태로운 것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거대한 샹들리에 위에서 흔들리면서, 이 인첨공이 어떤 곳이었는지 천천히 알아가는 그 순간들. 풍파에 깎여나가는 자신. 그리고 깎여나간 자리에서 드러나는 또다른 자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딛고, 실재하고 싶어서. 존재하고 싶어서. 살아있고 싶어서. 그것을 확인받고 싶어서. 건반과, 현은 필사적으로 멜로디를 자아냈다.
캐리비안의 해적.
그리고 이제 운명이 닥쳐온다. 블랙크로우 토벌전. 박호수 인질극 사건. 히프노스 피랍 사건. 불렛 콘서트 테러 사태. 4학구 대규모 테러 사태. 성하제 13인 납치 사건까지. 가슴을 쥐어짜듯 하는 괴로움이, 건반 위에 쏟아진다. 그것이 그리도 과분한 욕심이었던가? 낮은 톤의 베이스로 몰아치던 풍파를 향해, 성운은 중간음의 멜로디를 겨누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아요, 하고 말하기라도 하듯. 누구에게도 함부로 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건반 위로 쏟아져 선율이라는 형태로 정제되어 울려퍼졌다. 분노와, 절망과, 그것을 동력으로 삼은, 내딛고 싶었으며 또한 내딛고 싶지 않았던 발걸음들이, 결국 그 모든 풍파를 헤치고 마침내 도달한 곳에─ 탕! 하고. 관객들의 눈앞에 이윽고 펼쳐진 것은,
황금의 시간들.
어둠 속, 신비로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보름달만이 우리를 함께 내려다볼 때 함께 있었던 바닷가. 풍파가 몰아치는 인천의 앞바다와는 또 다른 색채를 한 바다. 그날, 깊은 바다 위에 작은 별이 떨어지던 그 날, 바다속에서 보름달이 올라와 별과 함께 떠오르던 그 순간이 플래시백되는 것만 같았다. 저기, 우리 함께하기로 약속한 첫 날, 기억해? 네가 아직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힘들어하던 그 때 말이야. 단순히 관객에게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네게도 전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것들이 항상 똑바로 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캄파넬라.
자잘한 다툼도 있었다. 그의 나약함으로 인해 놓치거나 감당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고, 너의 무심함이나 냉정함으로 인해 채 전해지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너는 그렇게도 고통받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아무것도 못할 테지. 너는 내게 그런 행복을 안겨주었는데 나는 네 불행에 대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죽을 힘을 다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어. 성운은 고개를 푹 떨어뜨린 채로 연주했다. 아직도 몇몇 상처는 시큰시큰하게 아리는 곳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성운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더라도,
나의 마음은 계속될 거에요.
네가 내 유일이 되어주면 나는 네 유일이 되어줄 수 있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네 옆에 내 자리가 있기를 바라. 응, 놓치지 않을게. 언제까지고 옆에 있을게. 보름달이 드리우던 밤바다를 지나, 대관람차 너머로 지는 노을을 지나, 누리랜드의 풍경을 지나, 아쿠아리움의 정경을 지나, 네가 쓰러져있던 네 집을 지나, 영락의 개인 병실을 지나, 그날 폐공장에서의 가장 깊은 밤을 지나, 결국 마침내, 도달한 이 순간. 건반 위에 하나하나 내려앉는 것은 비단 성운의 손가락뿐만이 아닌 성운의 마음이기도 했다.
그렇게, 무대 위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끝난 줄로만 알았다. 이대로 이 이야기는 끝맺어졌노라고. 모든 것을 다 보여줬노라고. 객석에서 울리는 앵콜, 앵콜, 하는 연호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이 새침한 소녀와 작은 소년이 준비한 연주는 여기까지라고─
그리고 너와 그의 눈이 마주쳤을 때, 그는 환히 웃으면서 건반 뚜껑을 쥐고 있던 손가락을 건반 위에 다시 올려놓았다.
─그리고 앞으로의 연주는 이럴 것이라고.
당신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줘요.
“You're the fear, I don't care 당신이 두렵지만 머뭇대고 싶지 않아요 'Cause I've never been so high 이렇게 들뜬적이 없었으니까요 Follow me through the dark 어둠을 뚫고 날 따라와요 Let me take you past the satellites 우리의 세계를 지나쳐가요 You can see the world you brought to life, to life 당신이 비로소 살아있게 한 세상을 볼 수 있을 거에요”
후렴구에서 서로 합창을 하며, 문득 피아노가 그 의자와 주자와 함께 둥실 떠올랐다. 그것은 무슨 풍선이라도 된 마냥 가볍게 공중을 부유하며 첼리스트에게 조금 더 다가붙었고, 피아니스트는 첼리스트의 연주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만 살며시 첼리스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의 방식으로, 너의 방식으로, 이제는 우리의 방식으로.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려고 한다고. 그 모든 씁쓸하고 힘들고 거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어왔고, 이제는 평범하고, 소박한 이야기들도 마음껏 나누려 한다고. 아직 어렵고 아픈 이야기들은 전부 다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견뎌낼 수 있는 마음을, 그리고 다시 평화로운 평범함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을 서로가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마침내 모든 무대가 끝나고, 관객에게 인사까지 올린 후 성운은 이번에는 자신이 손을 내밀었다. 수줍게 웃으며, 성운은 무리수를 던졌다.
“갈까요, 달링.”
그리고 따스한 손을 꼭 쥐고, 소년과 소녀는 다시 무대 뒤로 돌아왔다. 메이크업을 지우는 도중에, 눈물이 툭 터져버린 너를 보고 성운은 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을 잠깐 마다하고 의자에서 내려와 네게로 달려와서는 네 어깨를 끌어안고 달래듯이 톡톡 두드려주었다. 이번에는 왜 그러는 거야? 하고 당황하는 기색이 아니라,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다는 듯한 침착하면서도 상냥한 태도였다. 성운은 티슈를 내밀어 네 눈가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그러면서, 너를 달래듯이 네 귓가에 조용히 속삭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가 될 거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기다려줘.”
─주목받는 것이 있으면 외면받는 것도 있다. 소모되는 것이 있으면 처분되는 것도 있다. 간직되는 것이 있으면 버려지는 것도 있다. 모든 것을 끌어안고 모든 길을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무언가는 버려지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l4hDrZ5vh8 (피아노 only) https://www.youtube.com/watch?v=ca-9FTvkJj4 (피아노 베이스 + 첼로)
식지 않은 무대의 열기를 뒤로 하고, 네 의향에 따라 그대로 집으로 갔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우리 뒤의 무대를 잔뜩 즐겼을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건 기진맥진한 채로 성운과 너는 폐공장으로 돌아왔다. 용결공업사라는 폐간판은 글자마저 흐려져 간판의 역할마저도 더 이상 못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이 피난처는 두 사람을 위한 안식처로 충분했다.
두 사람은 가장 먼저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씻기부터 하기로 했다. 가위바위보로 순번을 정하고, 네 짓궂은 장난에 또 얼굴을 붉히고 빼애앵 소리지르다가, 이전에는 생각도 못한 역습에 네가 깜짝 놀란다던가 하는 일도 있었고─ 서로가 서로의 프라이버시까지는 침해하지 않도록, 폐공장 구 기숙사 시설의 나뉜 방들을 이용해 서로 곤란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두 사람 모두 깨끗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서야, 두 사람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니, 이제 와서 저녁이라기엔 늦었고, 소소한 밤참 정도라고나 할까.
네가 좋아하는 수플레 팬케이크. 그리고 냉동 과일들을 우유와 함께 갈아넣어 만드는 스무디.
그것들을 식탁 위에 늘어놓고, 조금씩 잘라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성하제 밤의 마지막 식사를 두 사람은 차근차근 나눠먹었다. 그러면 이제 양치를 치고 자러 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성운이 문득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자신의 파트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실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낡은 자국과 바랜 자국과 물에 젖어 울은 자국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참 상처투성이인, 그러면서도 소리는 참 곱게 내는, 그래서 두 사람을 참 닮은 업라이트 피아노 뚜껑은 성운은 열었다. 그리고 그 위로 손가락을 사뿐히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입을 열었다.
“I used to believe 나는 믿어왔어, We were burnin’on the edge of somethin' beautiful 우리가 어떤 아름다운 것의 시작점에서 불타오르고 있다고 믿었어. Somethin' beautiful 어떤 아름다운 것의 시작점에서.
Sellin' a dream 그냥 꿈이었지. Smoke and mirrors keep us waitin' on a miracle 담배 연기와 거울에 눈이 멀어 우린 그저 기적을 기다렸어. on a miracle 그저 기적을.
Say go through the darkest of days 가장 어두운 나날들을 지나가자고 말해줘! Heaven's a heartbreak away 낙원은 가슴이 무너질 만큼 멀리 있지만 Never let you go, never let me down 너를 보내기 싫어, 나를 버리지 말아줘 Oh it's been a hell of a ride 정말이지 끔찍한 여행길이었고 Driving the edge of a knife 칼날 위를 내달리는 것만 같겠지만 Never let you go never let me down 너를 보내기 싫어, 나를 버리지 말아줘 Don't you give up nah nah nah 나를 포기하지 말아 I won't give up nah nah nah 나는 포기하지 않아 Let me love you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Let me love you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Don't you give up nah nah nah I won't give up nah nah nah Let me love you Let me love you─···”
화려한 의상도 없었다. 화려한 무대도 없었다.
멋들어진 드레스는커녕 돌핀팬츠와 나시티 위에 후디 한 장 겨우 걸친 차림이었고, 굿위치가 정성들여 꾸며준 무대는커녕 생활감 가득한 폐공장이었으며, 수만의 관객은커녕 너와 그뿐이었다. 그래서 그것은 서로에게 가장 솔직한 마지막 무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