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그렇구나. 목걸이가 능력 컨트롤용이라니까 신기하네... 왜, 우리가 보통 보는 초능력 컨트롤 장치라는 건 캐퍼시티 다운이나 패러사이트 같은 거였잖아요."
사실 그게 보통은 아니지만, 적어도 리라가 여태껏 본 것들은 그랬다. 머리를 쪼갤 듯한 고통을 주거나 마비를 일으키고 숨을 멎게 만들거나 뭐 그런 것들. 연지 연구소에서 담당 학생에게 그런 걸 줄 리는 없을테니 저건 보다 온건하거나 아예 반대로 연산을 돕는 장치에 가깝겠지만.
"아! 자취하는구나~ 룸메이트도 있어요? 누구? 친구? 집들이 재밌겠다."
그나저나 잘 지내는 것 같네. 적어도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그렇다. 물컵의 바닥이 마르자 리라는 종이컵의 모서리를 송곳니로 살짝 내리눌렀다. 근데 왜 이런 느낌이 들지?
"나름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요즘 얼굴 마주칠 일도 적었고, 전에는 만날 때마다 그런 일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솔직히 좀 걱정했어요."
걱정하다 뿐인가. 케이스의 말로 인해 인첨공의 연구소들까지 뒤적이고 있는데. 리라의 시선이 천천히 수경을 향한다. 눈동자와 눈동자가 마주치게끔.
"......별 일 없죠? 기자라던가... 억지로 뭘 해야 한다던가 하는 거."
카페에서 이상한 약물을 먹고 쓰러지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장본인이 전달했던 이야기도. 그걸 수경에게 말해도 될지는 미지수이니 입 열지 않지만.
그것까지는 조금 힘들 것 같네요. 사실 몸이 아니라 뇌에 삽입하면 어떻게든 되기야 하겠지만, 당연히 위험도도 상당히 높고 잘못되면 죽을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기본적으로 능력은 모두 머릿속의 연산으로 이뤄지는 것이기도 한만큼... 몸에 넣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고, 뇌에 직접 삽입해야만 될까 말까의 느낌이에요!
"..." "신기..하죠. 이것을 받고 나서..비교적 안정적이 되었어요" 수경이 말하는 안정이 능력의 안정이 아니라. 수경의 행적에 대한 안정적인 통제라는 점이 오해하기 쉽도록 구사하는 언어란. 하지만 조금 별로라는 티가 아주 약간은 흘러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캐퍼시티 다운이나 패러사이트라는 말을 듣고는 어색하게 웃어보입니다. 이 초커는 캐퍼시티 다운은 아니지만. 굳이 줄 필요 없는 고통을 수반하고, 적절히 꾸며졌지만 케이스가 하고 다니는 초커랑 어딘가 비슷한 느낌도 들 수 있겠지요.
"있기는 해요. 데면데면하려 하지만요" 필요에 의한 동거관계. 그조차 아닌 감금 중에 한두번정도 바깥의 이들을 데려와서 여기다라고 거짓을 만들가 위한 것.
별 일 없냐는 물음과 억지로 해야한다는 것에 그럴 리가요.. 라고 말을 합니다. 진심이긴 합니다. 그래야 한다고 스스로가 납득했고, 구함받을 수 없다고.. 바래선 안된다고 체념한 것이기에 억지로가 아니게 되어버렸을 뿐.
"....케이스랑은.. 잘 지낸다에 가까워요.. 아마도요" 만나는 걸 넘어서서 케이스가 감시에 가까운 일을 수행하고 있겠지만, 부실에 대놓고 들어오는 일은 못합니다. 그건 다행일지도 몰라요. 화장품 가게에 가서 마스크팩 같은것도 샀다고 말을 하려 하지만. 약간 화제를 돌리려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리라랑 계속 같이 마주하다보면 분명 그때 팔찌를 쓰지 않았다라던가 태진에게 넘겨줬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였을까요?
형은 늘 그랬지. 한결은 생각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형은 하고자 하는 것에는 막힘이 없이 일을 추진하는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었고, 가지고 싶던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얻어내는 끈기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겠지. 하지만 이 이후로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에게 늘 양보해주려 했던 형에게 다시 돌려주려 애를 쓰던 한결이었으나 이번에는 돌려주려 애쓸 생각이라곤 한 톨도 없었다. 태오 학생은 절대, 위험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좋은 것만 보고, 편안하게 살아야 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필연이요?] 이번에는 양보할 생각이 없다. 더는 상처받지 않게. 한결의 눈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형이 연적이며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 그걸 고민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마음에 든다고 한다면 놓아주겠지만, 그 아이가 마음에 든다 할까? 한결은 펜을 내려놓는다. 다시 쥘 생각 없다는 듯 손을 고이 모으며, 눈을 정확히 마주했다. 무릎에 앉고, 이마를 맞대고, 시선을, 밀회를 약조하는 태오를 가상의 망막에 담았고. 그 말을 속삭이는 너를 현실의 망막에 담았다. - 그 말은 정말… 위험하네요. 그렇게 현혹하며 나를 시험하는 네가, 태오를 그렇게 현혹할 네가, 나의 형에게도 비슷하게 말하고 말 것 같은 네가, 태오를 자꾸만 흔드는 네가 있는, 인첨공의 사건에 휘말리며 언제고 정신의 벽을 무너뜨리며 끝없이 태오에게 고통을 줄 저지먼트가, 그리고 그런 틈을 타 파고들며 지금처럼 손아귀에 놓고 내 학생을 아무렇게나 굴리며 그것을 애정이라 속삭이는 나의 형이. - 형제끼리는…… 싸우는 게 아닌걸요. 물론 형에게, 그렇게 한다면 질투는 나겠죠. 하지만 형에게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형도 저를 이해할 거고요. 전부 위험해서 큰일이네. 정말 큰일이야, 하지만 형제끼리는 싸우는 게 아니지. 한결은 눈을 곱게 접었다. 저것과 태오를 떼어놓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리고 선하게 미소 지었다.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한결은 잠자코 기다리다 태오와의 개인 톡방에서 1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성하제를 마무리하는 저지먼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어보니 '태오는 오늘 몸이 좋지 않다며 먼저 갔다'고 답했다. 한결은 핸드폰을 다시금 내려다봤다.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기는 꺼져있다. 하지만 태오는 늘 그랬다. 피곤하면 연락을 다 차단해버리고 혼자 잠들었다 깨어나 연락을 확인하곤 했다. 언제나 사라질 것을 예비하는 사람처럼, 홀연히 누군가의 연락 속에서 사라지는 행위를 익숙하게 행했다. 오늘은 더 그럴 것이다. 평소보다 더 긴장했을 것이고, 더 몸을 움직였을 테니까.
"……."
……잠깐, 익숙하게? 한결은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불현듯 태오가 최근 미소 짓던 표정을 떠올렸다. 동시에 머리의 피가 싹 식는 것을 느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던 행동, 주변을 정리하듯 자꾸만 어질러진 책상을 정리하던 손길, 커리큘럼 중 물어보았던 행복……. 행복. 아, 내가 왜 몰랐지. 급히 연락을 했으나 태오의 핸드폰은 여전히 꺼져있었고, 한결은 급한 대로 주변에 문자를 넣었다. 그중에는 자신의 형, 서휘도 있었다.
태오는 바닥에 온전히 발을 붙였다. 한결 선생님은 내가 여기에 있음을 온전히 느껴보라 했고, 편안해지길 바란다 했지만 단 한순간도 편하다 느낀 적 없다. 바깥에서는 나를 악인으로 보고, 스트레인지에서는 독립한 나를 바깥 것으로 보아 어디에도 속할 수 없으니, 발이 닿아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이 발을 죄 잘라버리고 싶었다. 이 바깥에 나왔을 때는, 무언가 하고 싶었다. 필히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자격은 주어지지 않고, 매사 미적지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온전히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절대 자신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였기 때문이요, 간신히 얻어낸 평범한 삶을 맛이라도 보고 싶었기에 참아왔다. 지난 1년, 비록 미처 치우지 못한 가시와 깨진 유리로 점철되었어도 마음만큼은 편한 삶을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평범을 탐내면 이 도시에서는 벌을 받았다. 이 도시는 보통의 인간들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내포하는 것을 탐낼 수 없고, 운명을 뒤집을 수 없는 곳이었다.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없고, 이 세상에서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만들며, 이런 평온한 날이 지나면 다시금 몇 번이고 나를 시험할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시험 속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정의감에 불타며 제각기 막아세우는 타인과 달리 나는 적대하는 대상에 공감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겉으로는 내 주변과 동조하며, 속으로는 이곳에 섞일 수 없음을 깨달을 뿐이다. 그것을 편하다 느끼려면 내가 나 자신을, 사슬에 얽매여 눈 뜰 날을 기다리는 나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으나, 차마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바뀐다!
나를 미워하는 작자들은 겉으로도 나를 증오하나 속으로도 증오하기 마련이다. 남들은 하나만 들어도 충분한 것을 나는 수도 없이, 때로는 이유와 갈피를 찾지 못하는 증오까지 기꺼이 받아들이며 하나의 당연한 것이라 여겼으나 인정하게 된다면 나는 규정짓던 모든 것에서 벗어난다. 당연한 것이라 여기되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만들 성정임을 난 안다. 내 그 이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얽매였던 나는 그것이 몹시도 두려웠다. 해방되는 순간 몰아칠 감정으로 얻어내고, 동시에 잃어버릴 것과, 언젠가 치를 대가! 세상은 모든 것에서 대가를 요구하니, 내 해방의 대가로 내가 바라는 것을 쥘 수 없을까 두려웠으며, 이기심으로 점철된 욕망이 깨져버릴까 두려웠기에. 그렇게 남았던 모든 것이 다 떠나고, 빼앗기고, 끝내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 벌어지겠지. 그렇지만.
나는 이미 미움받지 아니하였던가? 이미 빼앗기고, 떠나지 않았던가?
이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난 널 미워하지 아니하나 너희는 나를 미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떠날 것이다. 내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내 바란 것은 아주 사소했으나 그마저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세상은 이미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끔 했고, 포기한다 소리쳐도 멈추지 않았다. 또한 내가 말하는 '너희'는 결국 타인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길을 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갈 타인. 그렇게 내 두려움은 늘 인정과 부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건만, 세상은 나를 자꾸만 밀어댄다. 세상이 바라는 나는 결국 대가를 치르게 만들, 그렇게 태어난, 실로 독악하며 잔악한 존재이지 아니한가. 그렇지 않으면 대체 난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 아니면 존재했던 것? 애초에 내 존재는 무엇인가? 넋과 혼, 백, 이 모든 것을 담은 쪽배는 어디에 있고 너울에 따라 안배할 섬은 또 어디인가. 나의 섬은 해저에 있는가, 지상에 있는가, 창공에 있는가, 나의 시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알면서도 부정하는 것인가, 혹은 부정하기 때문에 잊은 것인가, 누군가 부정하여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아, 바람결이 느껴진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뺨을 스친다. 속내가 거창한 것 같지만 오늘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진 않았다. 이렇게 마음먹은 것도 그냥 어제 영감이 떠올랐고, 완벽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음먹은 김에 만들기로 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내일도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겁이 난다면 차라리 이해라도 됐을 텐데, 놀라울 만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 이상할 정도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작품을 만들지 못했던 순간을 후회하고, 울고, 두려워하는 등 각종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외려 일상적인 생각이 오갔다. 연구원들이 약을 먹여가며 길들여도 사라지지 않던 망상 속의 친구, 이따금 보고 싶던 나의 신데렐라, 이름 모를 후배가 성하제 공연에서 팬이 됐다며 준 초콜릿, 확인하지 않은 레이브의 의뢰 메시지, 오빠, 하고 부르며 품에 안기는 피 섞이지 않은 동생……. 모두 마주하고, 먹고, 보고, 안을 수 있을 것 같이 한치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
이 이후는 도박이다. 에어버스터 앞에서 그러하였듯 새로운 도박을 할 뿐이다. 인간으로 남을 수 있거나, 나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간 도박장에서 일하며 본 사람들이 염불처럼 외우던 행운의 신을 믿지는 않지만, 오늘은 믿어보고자 했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바람결이 등을 떠밀듯 넘실거린다. 태오는 태우던 담배를 바닥에 휙 던져버리더니, 마지막 연기를 뱉으며 허리를 숙였다. 오늘따라 공기가 차갑지만 주머니에 쑤셔 넣은 손만큼은 따스했다. 마지막 걸음, 나는 승천할 것이다. ─ ……해!! ─ 환자분 심장 다시 뜁니다!! ─ 계속해!! 계속!! 연 간호사, 영락에 연락해서 파나케이아 불러달라 해, 응급 환자라고, 도움 필요하다 해!! ─ 괘, 괜찮을까요? ─ 으깨지고 심장 멎은 애 장비 다 동원해서 겨우 살려놨더니 지금 괜찮겠냔 소리가 나와?! 뭐든 좋으니까 연락이나 해!! 데 마레에 연락은 했어?! ─ 해, 해, 했습니다!! 담당 연구원분이 오신다고 했어요!! ─ 환자분, 버틸 수 있어요, 환자분!! ─ 태오야!! 조금만 더 버텨라, 제발, 조금만 버텨!!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다. 인첨공의 의료 기술은 바닥에 떨어져도 한 번에 죽지 못해 고통에 몸부림치다 병원에 이송되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끝내 숨진 이든과 달리 주차된 호버 택시 위로 떨어진 태오를 사지에서 강제로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차체가 아무리 흡수한들 충격으로 몸이 으스러지고 잔해에 신체 일부가 꿰뚫렸던 탓에 치미는 고통은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이 순간이 꿈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했다. 환자, 심장, 의식……. 각종 알기 어려운 의학용어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뇌에 정확히 꽂히듯 울린다. 의료진 여럿이 자신을 둘러싼 것이 느껴진다. 태오는 애써 시선을 굴려 자신의 손을 보았다. 흐렸으나, 필히 흉했다. 피범벅이 된 손. 미소 짓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이 손이 나의 삶을 점지했다. "환자분, 학생!! 학생!!" "피가, 피가 안 멎어요……!!" "아, 아…… 제발, 제발!! 안 된다 태오야……! 희야랑 혜우는 어쩌고 가려고 하냐, 어? 이 녀석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힘들겠지만 살아야지 않겠냐, 어? 제발!! 으깨진 거 아저씨가 다 붙였다, 너 아주 멀쩡히 살아나갈 수 있어, 그러니까 너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돼. 제발, 제발! 뭐가 그리 억울했냐, 응? 풀더라도 여기서 풀자, 외롭게 가들 말고 예서 풀자…." 마치 물감을 덧바른 듯한 내 손과 몸이. 아, 이번 도박은 행운의 신이 함께 했구나. 그래, 끔찍하게도, 여긴 인첨공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