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당신은 모든 모니터 뒤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넷티켓을 지켜주세요. 1. 본 어장은 일상 속의 비일상, 약간의 호러와 고어틱(텍스트), 조사 및 스토리 참여가 주 된 기타사항이 여럿 섞인 어장입니다. 2. 어장 속 시간은 현실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조사 시작 시, 혹은 질문 시 현재 날짜 혹은 시간 등을 안내 드립니다. 3. 캡틴의 멘탈은 안녕할까요? 당신의 멘탈은요? 4. 본격적인 스토리 진행은 금토일 저녁 8시~9시 무렵에 하며, 진행이 없는 날엔 미리 안내 드리기로 했으나, 약간의 변동이 있어 평일에도 진행이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 이 경우 참여자가 과반수 이상이어야 합니다. 전날에 미리 안내드리니 부담 갖지 마시어요. 5. 조사는 개인의 행동을 기본으로 한 조사이며, 이 조사엔 약간의 스토리가 섞일 수(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6. 당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조금 덜 미칠 수 있습니다. 7. 서로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럽게 보내도록 합시다.
&알림 사항
1. 상황에 따라 1 100의 다이스가 구를 수 있습니다. 2. 조사의 기본은 확실한 행동 지문입니다. 3. 가능할 것 같나요? 해보세요! 불가능할 것 같나요? 해보세요!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들어 드립니다!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4. 본 어장은 19세 이상의 참여를 요합니다. 아니어도 괜찮아요! 우리는 당신의 나이를 알 수 없으니까요! 5. 준비된 시스템은 여러 방면으로 쓰일 수 있으니 꼭 활용해 주세요. 6. 상황에 따라(2) 진행 시간이 아닐 때에도 조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7. 그럼, 모두 즐겨주세요.
>>878 뭐가 그리 좋은지. 함박웃음에 양심이 쿡 찔리는 것 같아 얼른 시선을 거둔다. 딱히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러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별 말 않고 조용히 그의 걸음에 맞추어 옆을 걸었다. 굳이 좋은 기분을 망칠 이유는 없다. 이렇게 순순히 따라가도 괜찮을까? 걷다가도 꺼림칙한 마음이 들 때면,
이전의 삶을 생각해, 그 집을 떠올려 봐. 네가 또 어딜 가서 이렇게 사랑받겠어?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는 말이.
"...."
정말, 그게 자랑이 아니었나? 조금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시선이 마주치면 눈길을 슥 피한다. 지금껏 집으로 보내져 오던 수많은 선물들을 떠올려 보면ㅡ 질 좋은 미술 도구들을 비롯해 그것들은 대부분.. 제법 값이 나가는 것들 투성이었는데. 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 뻔뻔스레 구는 건지. 그 이후로도 그는 어떤 옷을 사주니 마니 하는 시답잖은 말들을 해 댔지만, 오히려 별 볼일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음엔 편하다.
"..답답한 옷은 싫어요."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아마 곧 집으로 또 다른 선물이 배송되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불편한 옷을 받아서 입지도 않고 방치하느니, 차라리 이렇게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몰라. 적어도 그는, 벗어나려 하지만 않으면 친절할 테니까.
당신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제게 꽃? 위노아의 머릿속에 꽃밭에 둘러싸인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으, 질색. 위노아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아, 이런 기분인가? 어쩐지 당신의 반응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굳이 그런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그렇게 했다간 당신이 꽃들을 치워버릴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어울린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내 취향이 뭐가 어때서? 내 취향이 이상하면 형 취향도 이상한 거거든?”
위노아는 짐짓 눈을 찌푸리며 당신을 노려본다. 무슨 취향 타령인가 싶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지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괜히 투덜거리는 소리도 잠시, 빙 둘러보듯 이쪽 저쪽 기웃거리던 위노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하곤 저길 가보자며 당신의 손을 잡고는 끌었다.
“여기 뭐 하나 봐. 사람들 모여 있는 곳은 뭐다? 재미 있는 곳이다!”
그런 법이 어디 있나 싶지만, 아무래도 좋겠다. 우르르 몰려 있는 사람들 앞에는 부스가 하나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팻말을 목에 건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팻말에는 <프리 허그>라고 적혀 있다. 부스 또한 키싱 부스인 모양이었다.
위노아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양새에 오, 하고 작게 감탄 했다. 프리 허그에 키싱 부스. 오... 역시 외국인들(물론 이곳에선 자신들이 외국인이지만.). 멍청한 얼굴로 모인 사람들을 보던 위노아가 다시금 작은 소리로 당신에게 속삭였다.
“원래 이런 곳엔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어? 상대방이 예뻐서 그런가?”
언뜻 들리는 말로는 키싱 부스를 연 사람이 제법 예쁘게 생겨서 사람들이 몰렸다는 모양인데, 위노아가 제대로 알아 들은 건 예쁘다는 소리 뿐이다.
>>891 나름대로의 어필은 아무래도 소용 없었던 모양이다. 조만간 막 도착한 옷 택배들이 문전성시를 이룰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찔한 기분이 든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혹여나 그가 그 소릴 들었더라도 뜻을 굽히지 않으리란 걸 이제는 대충 안다. 그래, 그래, 차라리 답답하지 않은 옷이라면 포장만 뜯고 구석에 박아 놓을 일은 없겠지, 아마.
확실히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에는 지나치게 이른 시간이다. 비록 자신에게 시계는 없었지만, 아직 밝은 하늘을 보고 대충 저녁 시간은 아니려니 싶었을 뿐이다. 그래요,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순순히 응하고 다시 그를 따라 걷는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왜? 하는 생각은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게 되면, 현관문을 열기 전에 여섯 시, 시계탑이요. 약속을 확인하고선 집으로 들어서겠지. 배웅은 하지 않을 것이다. 끽해야 눈인사를 하는 정도로 끝내겠지. 나갈 때만 해도 집 안에 있으면 답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친 상태로 들어오니 또 집에 있는 것 만한 게 없다. 차라리 계속 집에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들고.
이상한 생각이라니, 아무 생각도 안 했거든! 지레 찔려 왁 한 번 지르고는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 왜애~? 놀리려고 계획 짠 게 아니고, 짜고 보니 놀려진 건데?”
결국 놀린다는 말이다. 킥킥킥 다시금 웃는 소리를 낸 위노아는 이어진 당신의 말에 오히려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궁금한 적이 없었다고? 사춘기인데? 성에 눈 뜨는 나이인데? 호오, 형은 엄청 건전한 사람이었구나. 위노아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괜히 당신에게 엄지를 척 세웠다. 대단하다는 의미로.
“프리 허그는 괜찮을지도~ 키싱 부스는 언젠가 내가 괜찮아질 때(?) 경험 해보는 걸로 하면 될 테고.”
안는 거, 할래? 히죽 웃으며 묻는다. 생각해 보면 포옹처럼 심신이 안정되는 방식은 없다 싶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것이겠지만, 적어도 위노아에겐 그랬다. 안정적인 포옹. 체온을 나누며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그런 방법.
기부금을 대강 2인분 치 내고서, 짐은 노아에게 맡겨둔다. 프리허그 팻말을 건 사람에게로 다가간다. 키가 그리 작은 사람은 아니어서, 숙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을까. 얼굴은 험해서 아주 마지 못해 하는 것 같았지만, 오해다. 어쨌거나 포옹을 한 뒤 등을 토닥이고서 상대가 미소지을 때 자신도 따라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 돌아선다.
말하고 나니 참 이상한 말이다. 뭐 아무래도 좋은 거지만. 위노아는 기부금을 내는 당신을 보다 제게로 넘어오는 짐을 꼭 챙겨들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 팻말을 건 이와 안는 걸 볼 때면 어쩐지 조금 웃겼다. 아마, 상대의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프리허그라더니, 예쁘고 앙증 맞은 사람들만 안길 줄 알았나?
“굿. 멋졌어.”
이내 당신이 돌아올 때면 칭찬 한 마디—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를 해주고 위노아는 제가 들고 있던 짐을 당신에게로 넘긴다. 곧 위노아는 비장한 기세로 척척척 프리허그 팻말의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가벼운 인삿말을 건네고, 한 번 꼬옥 안아주고 나면 허그는 끝이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등을 마주 두드려주고 빙긋 미소 한 얼굴로 물러선다. 음! 이런 이벤트,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좋아. 몽글몽글한 기분에 장난스럽게 히히, 웃으며 돌아설 때면 팻말을 건 사람이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는 위노아가 향하는 쪽에 선 당신을 보고 당신에게도 손을 흔들어 보였다.
“끝냈다. 키싱 부스 같은 것도 보고, 신기한데~”
신기할 게 뭐가 있냐마는, 다가와 그렇게 말한 위노아는 어쩐지 엄청난 일을 해치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