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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느긋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속내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태오라면 남의 본성을 누구보다 능수능란히 끄집어낼 수 있겠지만, 혜우는 이 가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를 테지. 하지만 그 느긋함도 아주 잠깐 흔들리니, 대체 한결의 존재가 저 남성에게 무엇으로 다가온 건지.
"그렇죠."
분명 잘 부탁한다는 뜻이, 그런 감정을 품으라는 건 아니었을 텐데. 퍽 아끼고 인생의 절반이나 바친 동생이라 무얼 하든 그간 고생한 값이니 마음대로 해보거라 했건만, 이리도 영악할 줄 누가 알았나. 아니지, 내 동생은 영악한 녀석이 아니지. 남성은, 서휘는 제 동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여리고, 감수성 많고,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 동생. 고운 꽃만 보고 자라게 한 그런 아이가 태오처럼 사연 많고 위태로운 사람을 보면 동정심을, 나아가서 사적인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겠지.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남성은 당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흥미로우니 더 얘기해보라는 듯. 그리고 태오의 이야기를 듣더니만, 깍지 낀 손의 중지 하나를 툭 들더니 내려놓았다. 태오가 으레 생각에 잠기면 검지를 두들기듯, 중지를 두들기는 간격이 느릿하다.
"……우리 혜우 학생은-"
어디선가 우당탕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힐을 신고도 요란하게 달려어는 소리와 함께 서빙을 하다 말고 달려온 것은 태오였다.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뒤에서 남성의 머리를 대뜸 끌어안더니 눈을 가리고, 파르르 숨을 내쉬었다. 헐떡이는 숨이 체력을 다 쏟은 듯싶다.
"제 동생이에요." "알아, 귀엽기만 하구만! 이런 당돌하고 귀여운 애를 왜 지금까지 숨기고 그래. 진작 소개 좀 시켜주지." "동생이에요……. 동생."
바르르 떨리는 손을 뒤로 태오가 혜우를 향해 고개를 휙 치켜들었다. "다 괜찮아. 놀랐지. 뭐라고 했어?" 하는 걸 보니 뭔가 단단히 오해한 듯싶다. 괴롭힌 건 혜우인데, 핀잔 듣는 건 서휘다. 세상 억울하단 표정으로 태오를 슥 올려다 보는 눈길이 뚱하다.
산리오풍의 깜찍한 봉제인형같은 토끼들이 앙증맞게 움직이며 카페 안을 청소하는 걸 보면, 누구나 당연하게 나올 반응이었다. 성운도 예외는 아니었고. 일손까지 줄여주는 덕분에 성운은 주방 업무에 잔념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성운은 또다른 쉬는 시간을 혜우가 불러낸 토끼들의 머리를 복복 쓰다듬어주며 보내기로 했다. 이 토끼들도 제 할일이 끝나자 쉬러 오는 건지 성운의 주변으로 두서너 마리씩 몰려드는 게 폭신하고 좋았다.
다만, 한 마리 데려가도 되냐고 물었다가, 녹아없어지는데 괜찮냐는 리라의 설명에 성운은 그만 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뭐야 그게. 불쌍해. 차라리 토끼별로 돌아간다고 하고 뾰로롱 하고 빛나면서 사라지게 하지···”
>>946 봤지 귀여웠어 아니 근데 급 동심파괴 뭐냐고ㅋㅋㅋㅋㅋ이혜성 동심 두번 파괴당해서 부스러기 됐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아봐도 된다고 하면 쓰담하다가 약간 애기들이 인형 안듯이 안아듬 오너는 묘사할때마다 죽을 것 같은 모먼트지만 이혜성 막내임.... 못가져가는 건 좀 심룩하고 그럼
정인의 눈동자가 아래로 훅 떨어져 자그마한 소년을 바라본다. 하얀 머리에 보랏빛 도는 눈동자가 누구랑 비슷한 것이 혹시 제 담당 학생의 친척 동생이라도 되나 싶었는데, 인첨공에서 눈과 머리 색으로 관계도를 따지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익히 겪어 알고 있으니 쓸데없는 신변잡기는 그쯤에서 그친다. 대신, 정인은 성운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말을 가리시죠. 가망 없는 학생 붙들고 매일매일 커리큘럼실에 나와있었는데, 학생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빨대를 꽂는다느니 하며 깎아내립니까?"
"내가 왜 화가 났냐고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까요. 대단한 것도 아니고 간단한 커리큘럼과 검진을 위한 약속이었는데 하루 종일, 연락도 받지 않고, 그렇다고 한번 와보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언질 주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새벽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놨으니까요."
직접 찾아나섰다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그 시간을 지난 시점에서 짜증은 임계점을 돌파했다. 그래, 어떻게 보면 화풀이가 맞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겠죠. 연구원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신경쓸 부분이 많은 까다로운 담당 학생이 얼마나 심력을 깎아먹는지 당신은 아마 모를 겁니다. 내 인내심은 꽤 예전부터 깎이고 있었고, 그게 터진 게 오늘일 뿐입니다. 감정에 휩쓸려 장소를 가리지 못한 건 인정하겠지만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이 사정도 모르고 교체를 운운하는 건 기분이 더럽군요."
물론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비약이 심하겠지만... 최소한 저지먼트 생활을 하면서, 괴이부 생활을 하면서 그녀가 봐온 동월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면서도 정작 필사적인 상황이 될때는 본능적으로 달려가는 성격이긴 했다.
물론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고 해결책이 있으니 그녀가 무어라 할 수는 없겠지만... 걱정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괜찮아여. 3천원 비싸진 순살슨배임이라두 사는 사람은 있을검다."
여전히 영문 모를 말이려나.
"흐응... 항상 그렇게 변명이라면서 받아치기 어려운 말을 하는게 짓궂은 검다. 그래서 악질이에여.
아, 그치만 역시 밤꿀은 한대 이상은 안됨다. 아이 돈 원 투 다이."
푸스스 웃어보이던 동월이 이내 위협하듯 손을 들어보이다 다시 내리자 그녀는 헐,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두 손으로 착실히 정수리를 가리려고 했다. 벌써 하루에 두번이나 찌그러졌으니까,
"? 놀라자빠질 뻔한건 방금 총 떨굴뻔한 슨배임을 본 즈임다. 그나저나... 그런 걸로도 면역력이 생김까? ...아, 처음 만났을때 슨배임이 쇄빙기로 게시판을 뚫어버리고서 숨겼던 일을 생각하믄 즈도 생겼을지두 모름다. 그 면역력이란거,"
물론 아무리 자주 보고지낸 사이라 해도 방금 자신이 꺼낸 말은 아무리 인첨공 사람이라고 해도 다분히 충격받을수 있는 발언이었던데다 동시에 경계할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동월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수 없지만, 최소한 뒤이어 들려온 말을 생각하면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은 들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뿐이었다.
"뭐... 따지고보면 전부다 맞기도 하구, 아니기도 함다. 과학이란게 다 그렇잖아여. 쉽게 해결되는게 있음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는거여. 음... 그래도 즈 역시 인간이니까 마냥 밝을 수만은 없겠지만서두... 슨배임 이야기대루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두 밝게 사는게 힘들단건 부정할수 없긴 함다. 그래두 이런 곳에서 힘든건 즈뿐만이 아닌데다, 지난 일을 계속 곱씹어봤자 득이 되는건 별루 없으니까여."
그런걸 보고 담담해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깎이고 깎여 더이상 날이 들지 않게 된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없던 감정인만큼 금방 휘발되어버린 걸까... 그녀는 아직 거기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헤에... 슨배임두 역시 꺼내는 검까~"
가늘게 뜨여 둥글어진 눈매가 잠깐 당신을 주시하다 자신만큼이나, 어쩌면 자신보다 더할만큼 어떤 감추는 말도 없이 간결하게 내뱉는 동월의 이야기에 그녀는 어느새 그녀가 지칭하길 '보통'의 표정이라 하는 굳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와, 진짜 아무렇지두 않게 살인고백을 하시네여. 쇼크..."
물론 그녀는 동월이 어떤 이유였건간에 괴이는 고민없이 죽이면서도 '사람'만큼은 쉽게 죽이려들지 않는단걸 알고 있었다. 말버릇처럼 썰어버린다고 일갈해도 어디까지나 썰 뿐이지 죽인다고 대놓고 말하진 않듯... 그랬던 모습을 생각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고백이었기에 그녀는 검지를 뻗어 자신의 아랫입술을 매만졌다.
"그치만 그거... 왠지 '죽일 수 밖에 없었다.' 라고 들리는거 같은데 말이죠?"
어느새 푸른빛이 맴돌아 더이상 보라색이라 부를수 없게 된 시선이 동월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974 승엽주 와우!! 이거 의왼데요?? 냉동고 유지하는동안 승엽이가 다른일을 전혀못할거라 알바꼬이고해서 수당은 꼭 받을줄 알았거든요 좋은후배다 정말 톡톡히 쏴야겠어요 나중에 따로만나서 그때 정말고마웠다고 덕분에 살았다고 situplay>1597044289>412에서 언급한 지원금으로 비싼밥이라도 사야...!!!
그녀는 리라가 만든 메이드토끼 부대에 정신이 팔려 감자 껍질을 깎고 있던 손을 멈추었다. 굳이 만지지 않아도 알것 같은 복실복실함, 뚜방뚜방 발걸음을 옮기는 앙증맞은 움직임, 크기가 전부가 아닌 성실함까지... 물론 그녀에겐 함께 살고 있는 토끼가 가장 귀여웠지만, 그렇다고 저런 뽀쨕한 생명체들에게 귀엽지 않다 할 냉혈한도 아니었다.
>>959 "아 맞심다. 이야 동경하던 곳에 와가 쬐까 당황하기는 했는데 다들 좋은분인것 같아가 안심했다 아입니까!"
...아무렇지 않은걸 보니까 진짜 못들은기가?! 그라믄 된긴데. 음, 좋네. 그라믄 됐다!!! 여기서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호감을 좀 쌓아둘 필요가 있는기니까!
"뭐 이런 일은 익숙해가 할만하네예. 이래저래 손뻗은 일이 많아가 어렵지는 않심다."
진상응대는 쬐까 힘이 빠지지만예! 하고 웃으며 말하고는 선...배? 가 맞곘지. 대부분은. 아무튼 가르키는 쪽을 바라보니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제. 그렇지. 이럴때는 바로 준비해야지! 빠르게 뛰어가서 간식거리와 물을 트레이에 담아 선배에게 가져다드렸다. 이런거라면 어쩔 수 없지!
"선배님은 좀 어떠신데예? 다른 분들도 그렇고 다들 잘하시는 것 같아가 내는 맨날 감탄의 연속이기는 한데 쬐까 불편한거라도 있으시믄 그래도 굳은일은 해본 사람이 나을테니께 뭐든지 말해주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