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색은 다르나 태오와 닯은 저 눈도 데 마레 시절이 아니면 모르는 간식에 관한 것도 다, 알면서, 적당히, 걸러 말하는, 저 혓바닥도.
나는 조용히 어금니 사이로 혀끝을 밀어넣었다. 잇새로 부드러운 살이 푸딩처럼 뭉개졌다. 달디단 디저트에 쇠맛이 섞였다.
한 모금, 꿀꺽 삼키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객기는 어리기에 부릴 수 있는 것이었다.
다시 파르페를 푹 더 입가심을 하고, 말했다.
"말해주실게 그것 뿐이라면, 충분하다는 대답 외에 제가 달리 할 수 있는 대답은 없겠지요."
이 빌어먹을 기분은 여기서 풀 것이 아니기에. 나는 태연히 파르페와 푸딩을 떠먹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죠- 아까는 서로 보는 눈빛이 참 애틋하던데, 연인은 아니라니 좀 놀랐네요. 두 사람을 본 모두가 똑같이 생각했을 걸요? 딱히 숨길 생각도 없어보였으니까요."
재잘재잘, 그나잇대 애들 가십거리 떠들듯이.
"전 태오가 '어울리는 사람'을 만난다면 누굴 만나든 상관 없어요- 그러니 마음이 있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잘 붙잡아두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태오,"
그러나 건방지게도 꼬리를 살랑거리며.
"달리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보였거든요. 음, 백한결 선생님이었나. 아까도 치한 당할 뻔 한 걸 도와주시던데, 그 때 바라보는 시선이 어찌나 진득하던지. 태오가 조금이라도 다쳤으면 업어들고 갈 기세였어요. 그러고보니... 어라?"
고양이는 웃었다.
"그, 닮으신 거 같기도 하고? 혹시 아세요? 백한결 선생님?"
아무 것도 모르는 눈을 하고 뻔뻔하게 질문했다. 그리고 그런 건 그다지 상관 없다는 듯이 덧붙였다.
"맞다, 혹시 연락처 하나 받을 수 있을까요? '아시겠지만' 태오가 워낙 신출귀몰해서요. 저번에도 한참을 연락이 안 되서 엄청 걱정했는데, 아직 그 설명도 안 해줬거든요. 그러니 수소문 할 태오 주변인이 있었으면 했는데, 마침 이렇게 만나뵈었네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선생님?"
싱긋 웃는 얼굴에 흠은 없었다.
그렇게 다사다난 했던 하루가 끝나고 마무리를 할 시간이 왔다. 오늘은 평소보다 배로 힘든 느낌이었지만, 마감만 끝나면 집에 가서 성운이와 뒹굴 수 있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쓰레기 버리고 올게요-"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한 번 비우고 온다고 자리를 비운 뒤 여차저차 다녀오는 길이었다.
"응?"
분명 청소 중일게 뻔한 부실 앞에 누가 있었다. 딱 봐도 연구원으로 보이는 모습에 누굴 찾아왔나 싶어 그냥 내 일이나 하려고 했는데 들려오는 말이, 그 목소리가 내 걸음을 그 자리에 멈춰세웠다.
"저기요. 저희 아직 활동 안 끝났는데요."
나는 리라와 그 연구원 사이에 불쑥 끼어들었다. 연구원이 잡은 리라의 팔을 거칠지 않게 떼어내 내가 잡으려 하며 리라 앞을 지키듯 서서 연구원을 향해 말했다.
"저희 선배님의 담당 연구원으로 보이시는데,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인첨공 말단 연구원의 본분은 학생의 재능 개화와 발달시키는 것이지, 자신의 성미대로 끌고다니는 것이 아닐 텐데요? 뭐든 계획대로 진행하고 달성하고 싶으시다면, 학생을 담당하는 자리에서 내려가시는게 좋겠네요. 어디 랩실에 처박혀 컴퓨터 기호와 씨름하시는 것이 훨씬 더 본인의 성향과 맞아보이시는 걸요?"
그리고 잠시 빤히 노려보다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보였다.
"죄송합니다만, 본 점의 당일 영업 시간은 종료되었습니다. 점내의 관리를 위해 기타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오니, 시급히 꺼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자세만큼 정중한 어투로 단호한 축객령을 내린 후 연구원을 밀어내고 문을 닫으려 했다. 부실의 문, 그 선을 당신이 넘을 자격 없다 고하듯이.
순조로이 흘러간다면 그제서야 리라를 돌아보고 파티션으로 나눠놓은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겠지.
"아가씨." 단호하게 손을 뻗어 찻잔을 이동시킵니다. 뭔가 주위에 일이 많은 것 같지만 인지할 뿐. 지금 하는 것을 해야 하겠지요..
그렇게 접대를 마무리했을 겁니다.
연구원을 바라봅니다. 까먹었다거나 하는 것은..
"강력해보이는 커리큘럼이나... 개화에 상응하는 부작용 중에서는 건망이나 의식의 명료함을 조절하지 못하다가 끝나고 나서 블랙아웃이나.. 그러한 의식과 신체의 불합으로 인한 몸살같은것은 흔한 편이고..." "그게 원인이 아니라고 확신하실 수 있을까요..." 오 그렇지. 기억의 파편이나 건망계열. 블랙아웃. 불합치로 인한 몸살. 전부 경험해 봤을 겁니다.. 무덤덤하지만 경험을 말하는 것 같은 말이로군요 그러한 기억적인 것과 있어서는 안될 균열로 인해 갈기갈기 찢겨져나간 이들도 마찬가지로요. 그런 기억들은 마치 섬과 같지만, 존재는 하고 있습니다.
"...." "제가 낄 건 아니었...네요.." 반쯤 도주에 가까운 듯이 눈을 피하며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영락의 내부는 꽤나 정신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특별한 설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원체 내부 구조가 복잡하다보니 복도 하나만 잘못 건너도 길을 잃기 일쑤였다.
그런 개미굴 같은 연구소다보니 어쩌다 헤멘 끝에 별별 시설이 툭 튀어나오곤 했다.
예를 들면, 온통 새하얀 독방이라던가.
"...후-"
나는 부드러운 쿠션이 깔린 하얀 바닥에 누워 똑같이 하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안은 얼마나 큰 소리를 내거나 난리를 쳐도 단 한 가닥의 소리도,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드러누운 내 주변은 산산히 부서진 조각들로 즐비했다. 그리고 더는 제 용도로 쓰기 힘들 것 같은 찌그러진 양철 배트도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저 배트로 이 방 안에 넣어준 물건들을 사정없이 깨부순 결과였다.
팔다리며 얼굴이며 크고 작은 생채기 투성이로 벌렁 누워있으니 무겁고 두꺼운 문이 열리며 유준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다 했냐?" "...네." "오냐."
유준은 내 대답을 듣고 들어와 옆에 앉았다. 발로 슥슥 잔해를 밀고 앉을 자리를 만든 그는 가운을 깔개 삼아 앉아서 나를 보았다.
"성이 좀 풀리냐?"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해요." "이렇게 엉망을 만들고서 부족하다고?" "부족, 보다는..."
잠시 할 말을 찾으려 눈을 굴렸다.
"이러는게, 내가 맞나, 하는 느낌?"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네가 아니면 뭔데?"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열일곱이나 되서 자아 형성 하는 거냐? 너무 늦지 않냐, 그거." "이제라도 제대로 만들어지는 거면 다행 아닌가요?" "음, 그렇긴 하지."
낄낄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었다.
"선생님." "어야." "나는 고장난 건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야, 갈수록 감정 조절 못 하고, 툭하면 주변 엎고, 그걸로도 성에 안 차잖아요." "그것들만 두고 보면 확실히 이상하긴 하지. 그냥 성격이라기엔 너무 과하니까." "그렇죠. 내가 생각해도 난 정상이 아닌게 확실해요." "정상이고 싶냐?"
다시 할 말을 찾으려 눈을 깜빡였다.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왜?" "그냥, 아마도... 정상이 되고 싶어하다가, 더 미치지 않을까 해서요." "더 미친다라." "집착이란 무서운 거 잖아요. 나는... 정도를 지키지 못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냐." "네."
유준은 한동안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나는 한 번씩 그의 시선을 돌아보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내 상처를 깨끗이 낫게 했다. 그리고 미적미적 일어나는데, 유준의 말이 들렸다.
"나는, 정상이고 비정상이고, 그런 거 없다고 생각해. 상대적인 가치관, 생각, 기준, 그런게 존재할 뿐이다. 절대적인 관념이나 개념, 사상은 있을 수 없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냐?" "...아마도, 요?" "그럼 네 기준을 먼저 찾아. 지향점과 지양점을 정해두고 그 사이를 보면, 보이겠지.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뭐가 되고 싶은지, 그런 것들이." "흐음."
일어나 앉은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선생님." "어어." "나 케이크 먹고 싶은대요." "소장님한테 뜯으러 가자. 아까 뭐 잔뜩 들고 오시더라." "네에-"
그리고 나와 유준은 영락의 소장실로 가, 소장님이 막 사오신 조각 케이크를 얻어먹었다. 맛있는 홍차도 함께였다.
기억하지 못할 리 없잖냐고. 이모라 불러주어서 고맙다 말하는 목소리에 그렁그렁 맺히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일보 직전이다. 이어진 화영의 행동만 아니었다면 그대로 어린애처럼, 다른 부원들이 다 있는 이곳에서 펑펑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드러운 손수건이 눈가를 훑고 지나치면 그리운 사람과의 재회로 인한 벅참과 원인 모를 설움까지도 함께 씻겨나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일은 없게 됐다. 다행이지. 리라는 부드럽게 올라가는 입매와,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봄 같은 말들을 듣는다. 누군가 내가 거기 있었다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그래서 나의 지난 길들을 모두 봐두었다고. 잊지 않았다고. 또한 보고 싶었다고.
참 희한한 일이다. 지난 봄과 초여름만 해도 이런 것들이 모두 부담스럽게만 느껴졌으니까. 급격히 떠올랐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자신을 기억해주는 게 몹시 고맙다가도, 또 어떨 때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달려가 꽁꽁 숨고 싶어지기만 했는데 이제와서 다시 이런 말이 기껍다는 게. 결국 나는 누군가에게 기억되기를 갈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인 걸까. 아니,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그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세상을 살아가며 옷깃 스치는 단 한명에게라도 '나' 라는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은 욕망. 어쩐지 그건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말과 유사하게도 들린다. 그걸 깨달은 순간 어깨가 조금 가벼워졌다.
"앉아도 되... 나? 다른 친구들 일ㅎ, 어? 응, 그럼 앉을게요. 감사합니다."
근무 시간에 일을 빼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거절하려던 시도는 지나가던 부원 하나의 손짓을 통한 제지와 이어진 화영의 말로 인해 꺾였다. 하지만 정작 앉은 다음에는 언제 거절하려고 했냐는 듯 얼굴에 웃음꽃이 비싯비싯 피어났으니 이래서야 숨기지도 못하겠다.
"케이크 맛있죠. 부원들이 다들 머리 맞대고 엄선해서 골랐어요. 직접 만든 것도 있고요. 이거랑 이건 아마 부장님이 만든 디저트였던 거 같고 이건 성운이가 만든 거 같은데... 아, 성운이는 제 친구예요. 지금 주방 쪽에서 일하고 있을 건데 좀 더 있으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참, 메뉴 골라야지! 흐음~ 그럼 전 바닐라 컵케이크 먹을래요. 히히... 감사합니다, 화영이 이모."
긴장 풀렸다고 조잘조잘 말이 많아지는 건 어릴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한결같이 수다쟁이인 이리라는 장난스레 눈을 휘어보이는 화영을 바라보다가 결국 같이 소리내 웃어버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들의 주문을 받아주었다면 그쪽에 눈길을 주었다가 다시 중섭에게로. 그의 눈 닿는 곳에 태오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아직까지는 그들 사이의 접점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리라는 이내 화영과 중섭이 교환하는 표정에 신경을 집중했다. 오가는 시선의 온도가 따스한 것을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좋다는 말들은 아무래도 정말이었나 보다. 보기 좋다. 잉꼬부부라는 건 뭘까.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면 화영이 다시 입을 연다. 명확하게 말꼬리를 흐리면서.
"저 학생이요? 아, 태오 선배님."
그리고 화영의 손가락 끝 방향이 태오에게 닿는 순간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성냥을 켠 것처럼 한순간에 받아들이는 정보값이 넓어진다. 어딘가 닮은 듯한 얼굴. 현씨. 단순한 친척이라기에는 척 봐도 너무 깊어 보이는 화영의 후회. 언젠가의 소문. 사랑의 도피, 두 사람 사이의 아이가. 아이?
"태오 선배님은... 똑똑하세요. 저지먼트도 3년째니까 오래 하셨고 잘 하는 것도 많아요. 아, 근데 운동은 조금 싫어하시나... 그래도 활동은 막힘없이 하시고요. 먹는 걸 대단히 좋아하시진 않는 것 같고, 그리고— 어... 친절하세요. 후배들에게도 이것저것 잘 알려주시고 동기분들하고도 잘 어울리시는 거 같아요. 참! 이번에 저희 댄스부에서 공연 하는데 거기 태오 선배님이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하신다고 했거든요. 저희 부부장 언니가 일주일 간 끈질기게 붙어서 겨우 영입했다는데 어떻게 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요."
그의 머릿속을 스쳐간 가설의 진위여부를 판가름해주기에 적절한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때문에 리라는 잠시 떠오른 생각을 묻어두고 현태오라는 선배에 대해 그가 아는 모든 것을 미주알고주알 고해 바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뒤로 갈수록 다소 내용이 옆으로 빠지는 느낌이긴 했지만 무난히 들을 만한 이야기들이 한 차례 지나갈 즈음이었다.
챙강. 떨어지는 포크 소리에 놀란 토끼 눈이 된 리라는 즉시 중섭과 화영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어, 어? 글쎄요? 저도 오늘 처음 봤어요. 태오 선배님께 여쭤봤을 때는 그런 사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러나 그런 관계가 아니고 맞고 간에 부모의 입장에선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고등학생인 소년과 누가 봐도 성인이 된 지 오래인 사람의 조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저런... 태오 선배님. 이름모를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