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성하제. 1년에 단 두 번 있는 인천첨단공업단지의 개방 시기이자 인첨공 전체의 큰 축제 기간.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 않고 각자의 학교에서 부스를 열어 축제에 직접 참여하거나 타 학구의 축제를 체험하는 등 알찬 시간을 보낸다.
더불어, 이 시기는 부모 품을 일찍이 떠나온 인첨공의 많은 아이들이 외부에서 지내는 부모님을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외부에 연이 있는 아이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이긴 했지만, 반대로 연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싫든 좋든 얼굴 맞댈 일이 한 번쯤은 우연찮게라도 생겨나게 될 때였다.
성하제는 그런 때다. 국가기밀이라는 명문 하에 같은 국가 내에서도 철저히 갈라지고 고립되어 끊어질 듯 말 듯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던 인연의 실을 다시금 매듭 지어주는 기회. 그 매듭이 마무리의 매듭일지, 기존의 것을 더 단단히 하는 매듭일지, 혹은 옛저녁에 풀린 것을 다시 기워보려는 시도 중 묶인 것인지는 각자에게 달렸겠지만, 확실한 건,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런 왁자지껄함 속에서 선 아녜스 센터는 홀로 고요했다. 지도교사들과 선 경, 엄시현을 제외한 대표 2인이 센터의 아동청소년들을 전원 인솔해 축제를 즐기러 나가버린 바람에 건물이 모처럼 텅 빈 탓이다. 덕분에 경은 오랜만의 정적을 만끽하며 사무실에서 나와 모처럼 1층의 카페테리아를 찾았다. 널찍하고 깔끔하니 햇빛도 잘 들어 누구나 좋아하는 공간. 그러나 정작 센터를 세운 경 본인은 사무실 내에 커피머신이 구비되어 있다는 이유로 자주 찾지 않았던 공간이다.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에서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경은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따뜻한 카페 라떼 한 잔을 들고 창가 자리로 걸음을 옮긴다. 통유리의 중간, 약간 높은 테이블을 앞에 두고 반쯤 열려 있는 작은 직사각형 창 사이로 시원한 산들바람이 들어와 코끝을 간지럽힌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너와 함께 맞이하지 못했던 여름이.
부드러운 라떼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난 뒤 경은 하염없이 창 밖의 느릿하게 바뀌는 풍경만을 눈에 담았다. 금빛에 가까운 따스한 갈색 눈동자에 아직 푸르른 나뭇잎이 비춰진다. 저 멀리 뻗은 벽돌길 끝에 시선을 놓고 있으면 어느새 저만치에서 누구라도 달려와주길 바라게 된다. 누구라도. 아니 사실은 다른 누구 아닌 네가. 사실은, 사실은—
"경 선생님?"
그러나 그토록 갈망하던 인기척은 외부로 이어진 벽돌길이 아닌 등 뒤에서 느껴졌다. 경은 익숙한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안경 너머, 잿빛 섞인 푸른색에 안쪽은 새까만 시크릿 투톤 헤어가 살랑거렸다.
"시현 선생님." "죄송합니다. 혹시 휴식하시는데 방해했을까요?" "아뇨, 괜찮답니다. 시현 선생님도 음료수 하나 시켜서 여기 앉으세요. 뭐 마시고 싶어요? 이왕 만난 김에 내가 살게요. 주문하고 와요." "네."
정갈한 대화가 한바탕 지나가면 경의 눈동자는 다시 푸른 빛이 덜 가신 센터의 화단을 향한다. 흙과 풀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벽돌길을 지나면 아름다운 하얀색 철제 아치 문이, 아치 문을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도착할 수 있는 화단에는 계절별로 바뀌는 색색깔의 생화가 가득하다. 마치 조그마한 정원처럼 꾸며진 앞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하지만 너무 뜨겁진 않게 해 주세요." 하고 주문을 마친 시현이 곁에 다가와 앉는 게 느껴진다.
"경 선생님은 어디 안 나가시나요? 모처럼 축제 날인데요." "전 여기 있어야죠. 그러는 시현 선생님은요?" "에이. 저 인도어 파인 거 아시는 분이. 그래도 이따 목화고는 잠깐 가볼까 싶습니다. 듣기로는 그 학교 저지먼트가 이번에 메이드 집사 카페를 한다더라고요. 이리라 양도 좀 볼 겸 해서, 예." "어머? 메이드 집사 카페? 그건 뭐래요?" "말 그대로입니다. 학생들이 메이드 옷, 집사 옷 입고 커피 파는 거죠." "세상에~ 신기해라! 요즘 학생들은 참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네요. 신선하고 재밌겠어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다소 늘어지는 목소리가 음료의 완성을 알린다. 이에 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그잔을 들고 돌아오면, 그 사이 경의 눈동자는 다시 창밖을 향해 있다.
"이번 성하제에도 일찍 귀가하실 겁니까?" "그래야죠. 언제 올 지 모르니까요. 물론 이름을 이렇게 지었으니 센터로 올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돌아온다면 더 편한 곳으로 먼저 올 것 같아서요. 여긴 항상 시현 선생님이 계시기도 하고." "......그렇습니까." "그런거죠."
솨아아. 풀들이 바람 따라 흔들리니 소리가 마치 파도와 같다. 경은 문득 눈을 감는다. 솨아아, 솨아아. 부드러운 물결 소리. 반짝이는 윤슬과 백사장. 새하얀 조개 껍데기로 만든 웃는 얼굴. 새하얀 조개 껍데기처럼 하얗고 연약한 손등. 파도에 스며들어 철썩이는 웃음소리. 그리운 목소리.
- 엄마!
목소리.
"—경 선생님?" "아."
감상이 길었다. 선경은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를 확인한다. 오후 4시. 슬슬 귀가할 시간이다.
"돌아가시는 겁니까?" "네. 시현 선생님도 맘껏 즐기고 푹 쉬세요. 모처럼 축제 시즌이잖아요?" "그러겠습니다." "그래도 항상 몸은 조심하고요. 그건 시현 선생님이 더 잘 하실 거라고 믿긴 합니다만은." "에이, 아무렴요." "참. 리라는..." "제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그래주겠어요? 고마워요."
다정한 웃음을 남긴 채 오래된 집으로 돌아가는 선경의 뒷모습을 엄시현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미련하다고 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서글프다고 해야 할까.
말을 고를 수 없으니 침묵만 늘어진다. 비로소 경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벗어나자 시현은 겉옷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들고 센터를 나섰다. 텅 빈 카페테리아에는 반쯤 비워진 머그잔 두 개만이 남아서 씁쓰름한 카페인의 잔향을 풍겨 댄다.
선선하게 불어닥친 산들바람에 몸을 맡긴 부드러운 풀들의 춤 스텝 소리는 고요한 안뜰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기나긴 가을의 시작은 그렇게 저마다의 기대를 품은 채 다가온다.
남자가 태오에게 하는 행동을 봤지만 별다른 반응없이 도록, 눈 굴려서 다른 곳을 바라봤다. 이 인첨공에서 믿을만한 어른이 그다지 없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한다면 어른의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고 덮어두고 의심만 할 수 없으니. 시선 굴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혜성은 느릿한 어조로 중얼거린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말 그대로 본인 마음이 편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든, 아니면 다른 것이든, 일단 지금으로서는 지금처럼 해왔던 것처럼 행동하는 편이 나을테지. 그리고 안타깝게도 혜성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한차례 물을 뿜어버리다못해 사레들려 켈록거리는 불운한 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교과서와 학교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교육 밖에 모르고 있다가 기초를 다 익히기도 전에 응용문제를 본 그런 쪽으로는 순진하다못해 동심이 남아있는 걸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인첨공 스트레인지라는 장소라는 게 문제지만.
정신적으로 타의든 자의든 어른의 계단을 몇십개가 훌쩍 뛰어넘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사레들려서 켈록거리던 혜성은 한손으로 입 감싸 막고 안드로이드가 건네는 손수건을 더듬거리는 손으로 받아들었다. 손수건을 받아드는 손이 후들후들 떨리긴 했으나 용케 떨어트리지 않고 엉망이 된 얼굴을 손수건으로 눌렀다. 사레들려 기침하던 것과 동기의 사생활을 알게 된 충격이 겹쳐서 새빨개진 얼굴을 손수건으로 가리며 혜성은 작게 죄송, 해요. 실례했습니다, 하고 말을 웅얼거렸다.
아마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저지먼트가 그렇게 깊은 곳까지 발 디뎠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말씀하시는 이들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혹여 심기가 불편하셨다면 같은 저지먼트이자 가장 윗 선배로 늦게나마 사과드릴게요."
혜성은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여전히 얼굴은 새빨갛고 간헐적으로 잔기침은 하고 있지만 눈 살짝 내리깔고 목례를 해보이는 태도는 반듯한 모범생 그 자체였다. 사과하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글쎄, 아직까지 제 몸에 남아있는 바깥의 규칙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금 진정이 됐는지 손수건을 얼굴에서 떼어내며 예의 눈 살짝 내린 채 남자의 말을 들었다.
저 말은 경고일까, 충고일까. 지금까지 대화를 나눴을 때를 기반해서 추측하자면- 충고일 것 같지만.
"스트레인지를 돌아다니는 저지먼트에게 들어주는 보험치고는 꽤 부담스러운 보험이네요. 말씀하신대로 값을 물을 것 같은 분 아니신 것 같지만요."
충고가 맞구나. 그런데 이름을 팔아도 된다는 보험은 저 소파에 늘어져 있는 소금으로 박박 씻어낸 낙지와 친구 사이기 때문에 받은 호의라고 하기엔 조금, 비싸지 않나. 어르신. 혹은 천년 묵은 구렁이. 말 중얼거리던 혜성은 입을 잠시 다물며 눈 도록, 굴려 남자를 바라봤다.
"호의, 감사해요. 이름을 두번이나 팔아먹을 일이 생길 정도로 위험한 곳까지 들여다볼 생각은 없지만 주신다는 걸 거절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유효기간이 있다는 조건은 아니겠죠?"
아, 손수건은 제가 나중에 태오 통해서 돌려드릴게요. 혜성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슬슬 내일을 위해 돌아가야할 시간이었다.
아이고, 눈 코 뜰 세 없다. 그나마 주방에선 나왔는데 서빙이 제일 힘들다. 육체노동 겸 감정노동이잖아, 이거. 그래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지. 그래서 이 쪽으로 다가오는 손님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맞았다.
"어서오세요, 도련님! 다과를 준비했습니다, 잠시 쉬어가시겠어요?"
그러나 우리의 손님, 아니 도련님께서 내 머리 위로 둘러보시다 나를 내려다보시고는 하시는 말씀.
"우와, 이렇게 쪼끄만 애도 집사를 해? 뭐, 귀엽네ㅋㅋㅋ"
...뭐 임마? 저, 저 사악한 높은공기단 녀석이 감히... 라고 말하긴커녕, 그래도 머물다 가시겠다기에 자리로 안내하고 주문을 받았다. 그밖에 더 필요한 건 없냐고 여쭈니...
"더 필요한 거? 그럼 혹시... 노래도 해주나?"
...놀려나 보려고 꺼낸 게 분명한 소리. 하지만 그 말에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생긋 웃었다.
"마침 도련님께 선보이고 싶은 노래가 한 곡 있답니다. 괜찮다면, 다과와 함께 들어주시겠어요?" "어, 진짜? 오냐 ㅋㅋㅋㅋ 얼른 가져와." "네, 도련님~ 잠시 기다려주세요."
마침 주방에서 다과가 준비된 모양이다. 조심조심 날라다 테이블 위에 세팅한 뒤, 쟁반을 두 손에 들고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그럼, 노래하겠습니다. 들어주세요. ...《새로 피어나다》"
솔직히, 난 노래를 그렇게 잘 하진 못한다. 팝처럼 멋들어지게 부르질 못하고 동요가 된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한 음 한 음, 가사 한마디마다 마음을 담아 불렀다. 일부러 점점 낯빛이 미묘해지시는 높은공기단원 도련놈과 눈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고. 인첨튜브에서 본 것처럼 제스쳐를 하진 못했지만.
노래를 마치고, 뭐라고 말하려는 듯 입술을 움찔거리는 높은공기단원 도련놈을 향해 생긋 웃어보였다.
"이 노래는, 명동 로망스라는 뮤지컬에 나오는 아리아로, 우리 나라 최초의 자동차인 시발 자동차를 예찬하는 노래입니다. 부족한 솜씨였지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련님."